반지훈은 한재욱의 전화를 받았다. 한재욱이 물었다. “태군이랑 네 딸이 납치당했다고?” 반지훈은 이를 악물었다. “당신이 한 발 늦었어요. 애들은 해변 항구에 있습니다.” 한재욱은 중얼거렸다. “해변진 항구라면…” 그는 순간적으로 떠올렸다. “안돼. 그자식들이 애를 진 가로 데려가려고 하는거야.” 강유이가 혼란을 틈타 별장으로 몰래 들어갔다. 그녀가 순간 벽 뒤로 숨었고, 두 명의 검은 옷의 사람이 별장 구역에서 한태군을 데리고 나오는 것이 보였다. 그들이 한태군을 데려가는 것을 보고 강유이는 초조해졌다. 이제 어떻게 해야 하지? 그때 그녀 뒤에서 누군가가 다가왔다. 한태군은 강유이의 비명소리를 듣고 몸을 돌렸다. 검은 옷을 입은 사람이 강유이를 붙잡고 데려가는 것을 보았다. 강유이가 발버둥을 쳤지만 어찌할 도리가 없었다.“이 계집애, 드디어 잡았네. 창고에 불도 네가 한 짓이지?” 검은 옷의 남자가 그녀에게 험상궂게 물었다.강유이는 콧방귀를 뀌며 인정하지 않았다. “창고에 불이 난 게 나랑 무슨 상관이야, 아야!” 그녀가 땅바닥에 내동댕이쳐졌다. 한태군이 달려왔다. “유이야!” 그는 강유이를 일으켜 세웠다. “너 간 거 아니야? 왜 다시 돌아왔어!” 손바닥을 닦고 코끝에 담뱃재를 묻힌 강유이는 눈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오빠만 두고 도망가면 겁쟁이지.” 한태군이 벙쪘다.나유는 두 팔을 감싸고 다가와 말했다. “들킬 것 같으니 빨리 배에 타.” 검은 옷은 강유이를 가르켰다. “그럼 얘는…” 나유는 강유이를 보며 미소를 지었다. “데려가. 우리한테 나쁠 건 없지.” 반 가의 딸내미를 데리고 있으니, 그들이 뭘 하든 수월할 것이다. 강유이가 떠밀려 배에 타다가 뒤를 돌아보았다. 아빠가 안 오시는 거 아니야? 소방차가 와 불을 껐고, 반지훈의 차도 근처에 멈춰 섰다. 반지훈은 휴대폰을 보며 위치추적에 따라 이동했다. 그는 곧장 항구로 갔다. ”아빠!” 항구에서 화물선 한 척이 천천히 출발했고, 강유이는 갑판 위에 서 있었다.
강성연은 가방을 든 손을 꽉 쥐며 매서운 눈빛을 보냈다. “나유가 당신 어머니가 심어놓은 사람이라는 걸 알고계시나요?” “알아.” “근데도 아이들이 위험에 빠지는 것을 지켜봤단 말인가요?” 한재욱이 고개를 들어 그녀를 바라보았다. “부인, 어떤 일은 내가 통제할 수 없어. 처음에 나유를 의심했을 뿐, 그 애가 내 주변에 심어진 스파이라는 걸 확인할 수 없었어. 크리스마스 날 내가 만들었던 판에서 비로소 나유가 관련 있다는 것을 확인했지.” ”반지훈을 끌어들인건 서울에서 반 가의 사람들이라면 함부로 하지 못할테니 그런거라고 인정하지만, 그들이 오늘 갑자기 손을 써서 아이를 마카오로 데리고 갈 줄은 예상하지 못했어.” 그는 신이 아니다. 그가 하는 모든 예측은 그가 생각할 수 있는 범위 내에서, 그리고 최대한의 대비를 하는 것이다. 그런데 오늘 그 사람들이 한 짓은 매우 뜻밖이다. 그는 사람을 보내 나유의 일거수일투족을 주시하게 했다. 나유가 해변진에 갔다는 것을 알았지만, 그녀가 직접 아이를 학교에서 데려가지 않았다. 그래서 아이들을 학교에서 데려가는 일을 그는 전혀 몰랐고, 다른 사람이 개입했다고 말할 수밖에 없었다. 강성연은 한숨을 쉬었다. “당신은 진 가의 사람들을 알잖아요,” 한재욱은 착잡한 표정으로 말했다. “알면 뭐해, 진 씨네는 내 말을 듣지 않아.” 강성연은 표정을 바꾸지 않고 그를 바라보았다. “괜찮아요, 진여훈도 서울에 있죠? 그 사람이 당신을 알고 있을 거예요. 제가 그 사람을 만날 방법이 있을 것 같아요.” 화물선, 강유이와 한태군은 작은 방에 갇혔고, 한태군은 문짝에 기대어 고개를 돌려 강유이를 바라보았다. “그 불 네가 지른거야?”“응.” 강유이는 무릎을 접고 앉아 무릎에 턱을 괴었다. “소방관 아저씨들이 오면 구해주려고 했는데, 너무 늦었어.”한태군은 웃으며 말했다. “불을 질렀다고 경찰 아저씨가 널 잡을까 봐 두렵지 않아?” “그건 오빠를 구하기 위해서였고, 근처에 아무도 없었어.” 강유이는 입을 삐죽거렸다.
강유이는 벙쪄 있었다. 그녀는 문득 태군 오빠가 불쌍해 보였다. 그녀는 정신을 차리고 가슴을 두드리며 말했다. “두려워 마. 앞으로 내가 오빠 친구고, 우리 오빠들도 오빠 친구고, 오빠는 외롭지 않을 거야.” 한태군이 웃었다. 이 반 가 아가씨는 정말 바보 같지만 귀여운 바보다. 밤이 점점 다가왔다. 강성연은 단풍색 롱코트를 입고 허리띠를 맨 채 장화를 신고 차에서 내렸다. 먹물처럼 긴 머리를 뒤로 넘긴 채 화장기 없이 립스틱만 바르고 경호원 두 명을 데리고 회관으로 들어갔다. 종업원이 그녀를 데리고 회관의 vip 룸 앞으로 가 룸 문을 열었고, 한재욱과 한 남자의 시선이 마주쳤다. 진여훈이 술을 마시다 멈칫 하였고, 시선은 강성연의 얼굴로 향했다. 낯이 익은 듯 두 눈 비비고 다시 쳐다보았다. 한재욱이 웃으며 말했다. “진 사장, 이 쪽은 강성연 씨네.” “강성연 씨.” 진여훈이 눈살을 찌푸렸고, 이때 강성연은 이미 테이블로 가서 술 한 잔을 집어들었다. “오랜만이야, 내 기억이 틀리지 않았다면 우린 동창일 거야.” 진여훈은 무슨 생각이 난 듯 눈을 내리깔고 싱겁게 웃었다. “왜 이렇게 낯이 익나 했더니 강성연이었네, 성연이가 날 기억해주다니, 의외인걸?” 그렇다. 고등학교 때 그녀는 확실히 진여훈과 많이 접촉하지 않았고, 그는 지금 고등학교 때의 모습과 많이 달라졌다. 그녀는 물론 다른 학생들도 알아볼 수 없을 것이다. 고등학교 시절 수줍음이 많았던 남학생이 이렇게 많이 변해서 진씨 집안의 도련님 일뿐만 아니라 해외 유학 생활, IT 엘리트였다. 이런 신분이 동창에게 알려지니, 그는 그녀의 목적을 의심할 수밖에 없었다.강성연이 웃었다. “나도 의외다. 결국 나유 씨가 아는 진여훈이 내 고등학교 동창이라니.” 진여훈이 미간을 찌푸렸다. “네가 나유를 알아?” “한재욱 씨도 아는데 어떻게 나유 씨를 모를 수 있겠어?” 강성연이 손에 든 술잔을 가볍게 흔들었다. 진여훈이 한재욱을 바라보았다. “선생님, 제 동창과는 어떤 관계십니까
그는 내딛던 걸음을 멈추었다. 강성연을 돌아보며 물었다. “무슨 뜻이야.” 강성연은 잔에 담긴 술을 조금씩 마시며 고개를 들고 그를 응시했다. “내 아들이 학교에서 사고가 날 뻔했는데, 그 이유가 피습 때문이었어. 그날 네 차가 학교에 있었어서 너를 조사했고.” 진여훈이 몸을 떨었고, 안색이 서서히 어두워졌다. 강성연은 은밀히 그의 표정을 관찰했다. 진여훈이 그 일에 대해 모르는 것이 분명했지만, 누가 그의 차를 운전할 수 있는지 그가 모를 리 없었다. 강성연이 잔을 놓고 일어섰다. “어쨌든 동창인데, 오늘 진지하게 얘기하러 온거야.” 진여훈이 이를 꽉 깨물었다. 겉으로는 괜찮아 보였으나, 모두 꾸며낸 모습이었다. “말이 안 통할걸?” 강성연은 그를 똑바로 쳐다보았다. “말이 안 통하면 진씨 집안이 얼마나 능력이 있는지 보고 너가 대신 이 일을 해결해야 할 거야.” 그는 강성연에게 다가가 웃었다. “날 협박하는구나.” 강성연은 눈썹을 치켜세우며 환하게 웃었다. “그렇게 느껴졌나 보네.” 그는 한참 동안 강성연을 쳐다보다가 진한 웃음을 지었다. “학교에서 내가 너를 너무 과소평가했네, 나는 네가 이렇게 사람을 위협하는 능력을 가지고 있는 줄은 몰랐어.” 그녀는 가볍게 웃으며 말했다. “사람은 변할 수 있는거고, 너도 마찬가지 아니겠어?” 진여훈은 곧장 일어나 양복을 고쳐 입었다. “너랑 얘기 좀 하고 싶어. 나는 내일 아침에 시간 있어.” 그는 손끝으로 명함을 한 장 집어 그녀의 주머니에 넣었다. “한번 보자.” 그는 넥타이를 느슨하게 풀고 돌아서면서 웃음을 감춘 채 돌아보지 않고 떠났다. 곁에서 지켜보던 한재욱은 술잔을 내려놓으며 말했다. “이제 너도 진 가네 가족 중에 호락호락한 사람이 없다는 걸 알겠지?” 강성연은 하마터면 한재욱을 잊을 뻔했다. 그녀는 돌아서서 그를 바라보았다. “재욱 씨는 제가 저 사람이랑 단둘이 있는 게 마음에 들지 않아서 여기에 머물러 계신건가요?” 한재욱은 고개를 들었다. “너는 지금 진여훈이 어떤 사람
진철은 무표정한 얼굴로 말했다. “내가 한번 보지.” 그는 저장고 안으로 향했다. 나유가 마침 그 여자와 함께 안에서 나오다가 진철을 보았고, 나유가 고개를 숙였다. “진 어르신, 폐를 끼쳐드려 정말 죄송합니다.” “흥, 너희도 폐를 끼친 걸 아는 구나.” 진철은 안색이 좋지 않았다. “하나를 데려오라고 했는데 오히려 반 가의 사람들을 끌어들였어.” 그 여자는 작은 소리로 말했습다. “진 어르신, 그 여자 애가 직접 따라온거예요. 저희도 그 아이를 저희 손으로 처리하려 했으나 반 가 사람들이 함부로 뭘 하지는 못할 거 같아서요.” 진철은 그녀를 힐끗 쳐다보았다. “너네 일본 쪽 사람들이 반 가를 너무 쉽게 생각하는거 아니고? 그들 반 가가 S국에서 있었던 일을 듣지 못한 거야?” 나유와 여자는 고개를 숙이고 말을 하지 않았다. 그들은 자신들이 얼마나 큰 문제를 일으켰는지 제대로 알지 못했다. 나유가 입을 열었다. “그럼 저희가…내일 그 여자 애를 보내겠습니다.” 진철은 말이 없었다.그때 강유이가 창가에서 고개를 내밀었다. “저기요, 저희 배고파요, 밥도 못 먹었어요.”진철이 창가를 보니 창가에는 작은 여자아이가 서 있었고, 얼굴에는 원한과 억울함이 가득했다. 예쁜 이목구비에 그녀의 부모를 닮은 건지 어린 나이에도 미모가 매우 출중했다.특히 눈을 보니 그는 누군가 생각났다. “죄송합니다, 진 어르신. 저녁 준비하는 것을 잊었습니다. 지금 가겠습니다…” 나유가 막 뭐라고 말하려 하자 진 어르신이 입을 열었다. “잠깐.” 나유는 이해할 수 없다는 듯이 그를 바라보았다. 그는 말했다. “사람을 시켜 먹을 것을 더 준비하라 해. 어찌됐든 아이들이다. 반 가네 사람들이 뭘 하려하든 여긴 내 구역이니 내 맘대로 할 수 있어.” 나유도 감히 반박할 수 없었다. 어쨌든 부인도 진 어르신의 구역에서는 진 어르신의 분부를 따르겠다고 했으니까. 경호원이 푸짐한 저녁 식사를 챙겨오자 강유이는 어안이 벙벙해져 입을 크게 벌렸다. “와, 맛있는 게 이렇게나
진철은 대수롭지 않게 여겼다. “나는 네 아버지를 몰라. 네 아버지는 나와 바다를 사이에 두고 있단다. 내가 네 아버지를 알아야 할 필요가 뭐 있겠어.” 강유이가 입을 삐죽거렸다. 그들 두 사람이 젓가락을 사용하지 않자 진철은 눈살을 찌푸렸다. “걱정 마라, 독을 넣지 않았어. 굶어 죽고 싶지 않으면 그냥 먹거라.” 강유이가 이 말을 듣자 한태군이 움직이기 전에 젓가락을 들어 고기를 집어들고 한입 크게 먹었다. 한태군은 약간 어이없었다. 이 바보 같은 아이는 어떻게 남의 구역에서 이렇게 잘 먹을까? 진철은 그녀가 매우 즐겁게 먹는 것을 지켜보았다. 낯선 환경에서 울고 보채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감히 자신에게 말대꾸하는 것을 보니, 왠지 모르게 이 아이를 미워할 수 없었다. 정말 희한하다. 그가 뜻밖에도 이 낯선 소녀에게 관심을 쏟은 것이다. 진철이 옆에 앉아 물었다. “꼬마야, 이름이 뭐니?” 강유이는 닭다리를 움켜쥐고 입에 기름을 묻힌 채 말했다. “강유이에요.” “유이.” 진철이 중얼거리며 고개를 끄덕였다. “좋은 이름이구나.” 강유이가 갑자기 그를 쳐다보았다. “할아버지, 왜 그 나쁜 사람들하고 같이 있어요?” 진철은 잠시 눈살을 찌푸렸다. “나도 나쁜 놈이라고 하면 어쩔건데?” 강유이는 닭다리를 뜯어먹으며 말했다. “나쁜 놈인데 이렇게 맛있는 걸 많이 가져다 줘요?” 그는 웃었다. “그야 너희를 살찌워 팔려고 그러지.” 강유이가 멍해졌고, 그녀의 손에 있던 닭다리가 순간 아무 맛도 나지 않았다. 아이가 겁에 질린 표정을 짓는 것을 보고 진철은 더 이상 아이를 겁주지 않고 천천히 일어섰다. “됐다, 팔지 않을 테니 배불리 먹고 쉬거라.”진철이 사람을 데리고 떠나자 강유이는 곧장 한태군 옆으로 다가갔다. “봐봐, 내 신분이 효과가 있다니까. 저 영감님이 우리 아빠를 알잖아. 내가 있으니, 저 사람들도 감히 오빠를 괴롭히지 못할 거야.”한태군은 어이가 없다. 이건 그녀가 운이 좋아서 진 씨 집안의 그 늙은이를 기쁘게 한 것이다
강성연은 거실에 서서 호텔방을 한번 둘러보고 의자에 가서 앉았다. “옷부터 갈아입고 와서 얘기할까?” 진여훈이 그녀에게 다가가 옆자리에 앉았다. 마치 가까이 하려는것 같았다. “난 가운 입는 게 좋은데.” 강성연은 고개를 들며 의미심장한 미소를 지었다. “나를 여기로 부른거 보면 대화 할 뜻이 없다는거지?” 진여훈은 그녀의 머리카락의 향기를 맡으며 손가락으로 머리카락을 돌려 감으며 전혀 진지해 보이지 않았다. “그걸 알면서도 여기까지 오다니.” 강성연은 자신의 머리카락을 감은 그의 손을 뿌리치고 팔꿈치를 의자 손잡이에 걸쳤다. 다리를 꼬고 앉은 그녀의 아름다운 몸매가 더 돋보였다. 그녀의 웃음은 사람을 매혹시키기에 충분했다. “네가 얘기 하고 싶지 않아하니, 내가 하게 만들어야지.” 진여훈의 입술이 그녀에게 다가왔다.그녀는 손바닥으로 막아내며 그의 입술을 막았다. “너 정말 이러고 싶어?” “향수 뿌렸네?” 진여훈은 그녀를 안은 채 눈빛을 이글거렸다. “이렇게 오랫동안 널 못 볼 줄이야. 근데 네가 이렇게 능력이 있을 줄은 몰랐네. 전에는 네가 사람을 꼬실 거라고는 생각하지 않았어.” 강성연은 눈썹을 치켜세우며 물었다. “그래, 너는 내가 두렵지 않아? 여우를 집안으로 끌어들였는데?” 진여훈은 그녀의 턱을 치켜세웠다. “너 같은 여우면 환영이지.” 그는 키스를 하려고 했다.하지만 그 순간, 갑자기 두 눈이 휘둥그레지면서 시선은 흐려졌고, 정신이 멍해졌다. 그는 경악하며 눈앞의 강성연이 점점 두 명의 모습으로 변하는 것을 보았다. “너…” 그는 강성연의 몸위로 쓰러졌다. 강성연은 그를 밀어내고 손바닥에 남아 있던 약을 그의 가운에 문질렀다. 그때 초인종이 울렸다. 밖에서 한 남자의 외침이 들려왔다. “도련님, 도련님?” 강성연은 코를 움켜쥐고 외쳤다. “감히 나랑 도련님 시간을 방해하다니! 당신 죽고 싶어? 목숨 잃고 싶지 않으면 떠들지 마.” “죄송합니다, 그럼 방해하지 않겠습니다.” 그 사람은 방안에 여자가 있는걸 알고 더 이상
그녀는 웃기 시작했다. “내가 무서워할 게 뭐 있는데?”. “진씨 집안 사람들이 찾아오지 않을까 걱정인걸. 진씨 집안 도련님은 서울에서 유흥을 즐기고 있잖아. 남자들이랑 노는 영상이 마카오로 흘러가면 진씨 집안의 체면을 구기게 될 텐데. 나는 잃을 게 없는데 뭐가 두렵지?” “이건 범죄야!”그녀는 미소를 지으며 음흉하게 말했다. “범죄를 저지르든 말든 나중에 얘기하자. 당신들은 우선 발가벗겨요.” 경호원 네 명이 달려들어 그에게 접근하자, 진여훈이 소리쳤다. “잠깐만!” 그는 식은땀을 흘리며 숨을 헐떡였다. “강성연, 나랑 얘기하고 싶다면서. 도대체 무슨 얘기를 하고 싶은 거야?” 강성연이 손을 흔들어 그들을 한쪽으로 물러나게 했고, 몸을 숙여 그의 턱을 치켜들었다. “그 차 네가 나유한테 운전하라고 준거지?” “맞아.” 그가 덧붙혀 말했다. “근데 난 그 사람들이 그 차로 가서 뭘 했는지 몰라. 그들이 하는 일에 난 손을 대지 않거든.” “한 가의 일에 대해 얼마나 알고 있지?” 강성연이 그를 주시했다. 그는 멍하니 있다가 한참 후에야 물었다. “너랑 한 가가 무슨 관계가 있지?” 강성연은 냉소했다. “네가 무슨 상관이야. 너희가 감히 내 딸한테 손 대면, 나는 너를 서울에서 벗어나지 못하게 할 천 가지 방법을 모두 실행할 거야.” 진여훈이 숨을 크게 내쉬었다. 그가 방심했다. 적을 얕잡아본 거다. 그는 눈앞에 옛 동창인 여자가 아이를 위해 온갖 수단으로 그를 좌지우지할거라고 생각하지 못했다. 그녀는 그에게 접근한 다른 여자들과는 확실히 다르다. 미색을 이용해 자신에게 접근하고, 자신을 위협하며, 심지어 그를 현혹시킨 것까지, 지금까지의 모든 일이 다 준비된 거다. 그는 한때 순수하고 연약했던 고등학교 동창이 이렇게 팜므파탈일 줄은 정말 몰랐다. 그래도 그녀는 여전히 예뻤다. 그는 침착하게 웃으며 말했다. “내가 한 가의 일에 대해 아는 것 없고, 진 가가 한 가의 일에 개입한다고 해서 내가 개입할 수 있는 것도 아니야.” 강성연이 말
”유이야.”조민과 소찬이 술잔을 들고 다가왔다.“오늘 너무 예쁘다!”강유이가 웃으며 말했다.“고마워요.”조민이 술잔을 들며 말했다.“이건 나와 소찬 씨가 축하의 의미로 권하는 거야. 너와 한태군이 오랫동안 행복하게 잘 살기를 바래.”강유이가 그녀의 잔에 자신의 잔을 부딪혔다.“저도 선배와 소찬 씨의 앞날에 행복할 일만 가득하길 바랄게요.”곧이어 남우와 반재언이 다가왔다. 두 사람의 뒤에는 진예은과 반재신 그리고 강성연과 반지훈까지 있었다.강성연이 유이의 얼굴을 쓰다듬으며 말했다.“오늘 우리 유이 너무 잘했어!”그녀가 미소 지었다.“진짜요?”반지훈이 말했다.“우리 딸 정말 눈이 부시게 아름다웠어. 넌 우리의 자랑이야.”강유이가 한 떨기 꽃처럼 어여쁘게 미소를 지었다.한태군이 그들 쪽으로 다가와 감사 인사를 전했다.“아버님, 어머니, 두 분께서 유이를 제가 주신 것에 감사드리는 마음으로 이 잔 올리겠습니다.”반지훈이 콧방귀를 뀌었다.“네놈 운 좋은 줄 알아!”그가 술잔을 들고 한태군이 내민 잔에 부딪혔다.“앞으로 내 딸한테 정말 잘해줘야 해.”한태군이 강유이를 바라보았다.“걱정 마세요. 제 생에 여자는 오직 유이 한 사람뿐입니다.”강성연도 미소 지었다.여준우와 진예은의 아버지도 인사를 건네러 다가왔다. 그들과 함께 정연 여왕과 한희운도 다가왔다. 여준우가 말했다.“아직 의식 하나 남았지?”강유이가 의아한 표정으로 물었다.“남은 의식이 또 있어요?”그가 말했다.“베란다에서 하는 세기말 키스가 남았잖니. 너희 아직 그거 못했어.”한희운이 웃으며 말했다.“여준우 경, 어째 가족들보다 경이 더 조급해 하는 것 같습니다.”여준우가 들뜬 표정으로 말했다.“전설 속의 세기말 키스. 우리 모두 한 번도 본 적이 없지 않습니까! 그 장면을 오늘에서야 보게 되었군요.”그의 말에 다른 사람들도 웃음을 터뜨렸다.남우가 의문스러운 듯이 물었다.“세기말 키스가 뭐야?”반재언이 그녀에게 설명해 주었다.“오래전 첫 번째
웨딩카가 지나가야 했기에 궁에서부터 대성당까지 가는 길에 기타 차량은 통행을 금지 시켰다.강유이가 창밖을 바라보았는데 길에는 혼란스러울 정도로 많은 사람들이 몰려있었다. 그들 모두가 이 성대하고 엄청난 장면을 구경하러 몰려든 것이였다.그녀의 곁에 앉아있는 한태군은 네이비 더블 버튼 군복을 입고 있었는데 그 모습이 너무나도 늠름해 보였다. 어깨에는 성 패트릭 훈장과 로열 빅토리아 훈장 등 여러 훈장이 달려있었다.그가 강유이의 손을 잡더니 갑자기 웃음을 터뜨렸다.“손에서 땀이 나는데?”강유이가 그를 돌아보더니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나 긴장돼.”그가 그녀의 손을 잡아당기더니 손등에 입을 맞추었다.“내가 있잖아. 긴장할 것 없어. 마음을 편하게 가져.”강유이의 시선이 그가 입은 제복으로 향했다.“이 옷 오빠한테 너무 잘 어울린다!”한태군이 가볍게 웃으며 말했다.“내 신부도 오늘 너무 아름다워.”성당에 도착하자 한태군은 강유이와 떨어지게 되었다. 그는 아버지 한희운과 함께 여준우, 진예은의 아버지 등 황실 성원들 그리고 내각 대신들까지 함께 성당 서쪽 문으로 걸어갔다. 문 앞에 있는 광장에는 이미 수천 명의 초대 관객들이 몰려있었는데 그 장면이 너무나도 웅장했다.여준우가 웃으며 말했다.“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보고 있고, 결혼식도 전부 라이브로 방송되겠는데 유이 그 계집애 아마 지금쯤 우리보다 더 긴장하고 있겠죠?”진예은의 아버지가 그를 바라보았다.“하하. 내 눈에는 네가 더 긴장한 것 같은데?”그가 웃으며 말했다.“황실 결혼식은 처음이라서요.”열한 시 반이 되자 정연 여왕이 모습을 드러냈다. 그녀는 신랑 한태군 일행이 도착할 때까지 대표로 성당에서 각 귀빈들과 인사를 나눴다.남우가 반재언 곁으로 다가가 낮은 목소리로 물었다.“저분이 바로 여왕 폐하셔? 엄청 예쁘시다. 나 실제로 처음 봐.”반재언이 그녀의 어깨를 감싸 안았다.“나도 처음 뵙는 거야.”“뭐?”남우가 깜짝 놀랐다.“그전에 한 번도 만난 적 없어?”“재신이
”참 형수님은?”소찬이 묻자 반재언이 대답했다.“지금 아버님 모시고 돌아다니고 있어. 나도 이제 가야겠네. 두 사람 편히 쉬고 있어요.”반재언이 자리에서 일어나 자리를 떠났다.소찬이 혀를 차며 고개를 저었다.“와이프가 생기더니 변했어!”“하하. 당신은 뭐 재언 씨와 다른 것처럼 말하네요.”조민도 자리에서 일어났다.소찬도 얼른 잔을 놓고 그녀의 뒤를 따랐다.“잠깐만요. 왜 나 버리고 혼자 가요! 같이 가요.”강성연과 지윤이 룸에서 나와 걸어가다 마침 복도에서 반지훈과 희승과 마주쳤다. 희승이 고개를 숙이며 인사했다.“오랜만이에요, 사모님.”강성연이 반지훈 앞에 멈춰 서자 반지훈이 그녀의 손을 잡아끌었다.“오랜만에 만났는데 얘기는 잘 했어?”“그럼요. 근데 당신 오후에 아버님과 여씨 가문에 간다고 하지 않았나요?”반지훈이 미소 지으며 대답했다.“당신 기다리고 있었지. 가서 밥 먹자.”희승이 지윤의 곁에 나란히 서며 그들을 바라보았다.“회장님 사모님, 그럼 저희들은 먼저 아버님한테 가볼게요.”반지훈이 고개를 끄덕였다.그는 강성연의 어깨를 감싸 안으며 그녀와 나란히 복도를 걸어갔다. 포근한 햇살이 통유리로 된 창문으로 들어와 바닥에 그림자를 만들어냈다. 두 사람의 그림자가 한데 꼭 붙어 좀처럼 떨어질 줄 모르며 앞으로 나아가고 있었다.이틀 후, 드디어 모든 사람들이 기대했던 세기말 황실 결혼식 날이 다가왔다. 식은 아홉 시에 시작될 예정이었지만 아침 일곱 시부터 메이크업 아티스트들이 궁에 도착해 있었다. 강유이는 커다란 메이크업 룸을 혼자 썼다. 네다섯 명의 탑 메이크업 아티스트가 그녀를 위해 화장을 해주고 머리를 만져주었다.여덟 시가 되어서야 강유이는 드레스를 입을 수 있었다. 순백의 새하얀 드레스는 과한 보석과 레이스가 아닌 천연 실크 소재로 우아함을 극대화했다. 오프숄더 형 넥 라인으로 간단하지만 파격적인 미를 추가했고 소매는 칠부 정도 되었다.면사포 길이만 16피트 정도 되었는데 변두리가 레이스로 수놓아져 있었다.
그녀는 입을 다물지 못했다.“그럼 나 결혼식 당일에 이 티아라 쓸래. 그러면 엄마의 디자인을 홍보해 줄 수도 있잖아.”한태군이 등 뒤에서 그녀를 껴안았다.“네가 원하는 대로 다 해도 돼.”…반씨 가문 사람들은 결혼식 이틀 전에 영국에 도착했다. 그들은 한태군이 안배한 호텔에 머물게 되었다. 황실에서는 호텔을 통으로 빌려 결혼식 때문에 일부러 해외에서 온 귀빈들을 위한 장소로 마련했다.구씨 집안사람들과 육씨 집안사람들도 왔고, 남강훈도 빠지지 않고 참석했다.연예계에서 강유이와 친분을 유지했던 윤수아, 우영, 주계진, 임석진도 초대되었다. 조민과 소찬은 당연히 초청자 명단에 속해 있었다.강성연이 레스토랑에 들어서자 웨이터가 그녀를 룸으로 안내했다. 룸 안에 앉아있는 남자를 발견한 그녀가 활짝 웃으며 다가갔다.“삼촌.”헨리가 천천히 몸을 돌렸다. 못 본 지 몇 년이나 되었지만 그는 아직도 예전 모습 그대로였다. 다만 예전보다 살이 많이 빠진 것 같았다.강성연이 다가가 그와 포옹했다.“오셨어요.”헨리가 고개를 끄덕이며 그녀의 어깨에 손을 올렸다.“예전에 내가 네 결혼식도 참석 못 하고, 또 네 두 아들의 결혼식도 참석 못 했었잖니. 아쉬웠는데 이번에는 마침 영국에 출장 올 일이 있어서 이렇게 너를 만나러 왔단다.”그녀가 시선을 내려뜨리며 말했다.“와주셔서 너무 감사드려요. 몸은 좀 어떠세요?”그가 미소 지었다.“많이 괜찮아졌다. 지윤이와 희승이가 돌봐주고 있어서 조금 더 버틸 수 있을 것 같아.”그때 지윤이 문을 열고 룸으로 들어왔다.강성연이 고개를 돌려 지윤을 확인했다. 처음에는 놀라던 그녀가 다음 순간 눈물을 글썽였다.“두 사람도 와줬네요.”지윤이 그녀한테 다가갔다.“유이가 영국에서 결혼식을 올린다는 소식을 듣고 저와 희승 씨도 아버지 따라왔어요. 희승 씨는 지금 반 회장님과 같이 있어요.”헨리가 경호원에게 선물을 갖고 오라고 지시한 후 강성연에게 선물을 건넸다.“리비어가 올 수 없어서 참 안타까워했단다. 이건 걔가 너
한태군의 말에 나머지 사람들도 함께 웃었다.어느덧 밤이 깊어졌다. 온 도시가 화려한 네온사인에 둘러싸여 빛을 밝히고 있었다. 강유이와 한태군은 저녁을 먹은 후 진원으로 돌아갔다.이제 막 샤워를 마친 탓에 강유이의 머리카락은 축축하게 젖어있었다. 그러자 한태군이 그녀의 손에서 타월을 가져가더니 대신 머리를 닦아주었다.그녀는 화장대 거울 앞에 앉아 거울 속 남자를 바라보고 미소를 지었다.“태군 오빠, 나 결혼식이 너무 기대가 돼.”“그래?”한태군이 부드러운 그녀의 머리카락을 가볍게 쓸어내리며 말했다.“나 역시 기대돼!”“내가 가장 사랑하는 사람과 성스러운 결혼식장에 들어서다니! 나는 참 행복한 사람인 것 같아.”그가 소리 내어 웃더니 허리를 숙이며 그녀의 귓가에 속삭였다.“그거 알아? 난 한평생 내가 꿈꿨던 모든 소원들을 이미 다 이뤘어.”강유이가 고개를 돌려 그를 바라보았다.“무슨 소원인데?”한태군이 여전히 그의 귓가에서 낮은 목소리로 대답했다.“너를 아내로 맞이하고, 너와 결혼식장에 들어가고, 우리 두 사람의 아이까지 만나게 된 거.”그녀가 멈칫거렸다. 따듯한 조명 아래 그녀의 볼이 붉게 피어올랐다.“설마 처음부터 다 꿍꿍이가 있었던 거야?”그가 대답했다.“어쩌면 네가 내 눈앞에 나타난 순간부터 난 너를 아내로 맞이할 줄 알았던 것 같아.”강유이가 자리에서 일어나 그를 끌어안았다.“나도 이번 생에는 오빠가 아닌 다른 사람의 아내가 될 거라는 생각은 한 번도 해본 적이 없어.”한태군이 천천히 고개를 숙이며 그녀의 이마에 입을 맞추었다. 그의 따듯한 마음이 뼛속까지 전해지는 것만 같았다.“정말 영광이야.”…이틀 후, 한태군과 강유이는 영국으로 돌아갔고, 황실은 결혼식 준비로 한창이었다. 화제의 결혼식이다 보니 모든 언론이 그들을 주목하고 있었다.패션 계와 주얼리 계의 최상급 디자이너가 디자인한 작품들이 줄지어 강유이한테 전해졌다. 명품 맞춤 드레스와 결혼식 때 사용할 각종 보석들이 발 디딜 곳 없게 전시된 채 그녀가 고
그러자 민서율이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여행 좀 다녀오니까 마음이 많이 차분해졌어요.”안예지가 그의 어깨를 토닥였다. “네가 원하는 일이 다 잘 되길 바랄게.”그는 그저 미소만 지을 뿐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눈 깜짝할 사이에 월말이 되었다. 강유이 일행들의 여행도 어느새 끝이 나고 서울로 돌아오게 되었다.강성연과 반지훈은 정원 밖에 나와 그들을 기다리고 있었다. 곧이어 도착한 아이들이 차례대로 차에서 내렸다. 강유이가 두 사람을 향해 달려갔다.“아빠, 엄마!”그녀가 두 사람을 동시에 끌어안았다.반지훈이 못 말린다는 듯이 그녀의 머리를 쓰다듬었다.“나이가 몇인데 아직도 이렇게 안겨?”강유이가 눈초리를 휘며 대답했다.“엄마 아빠한테 저는 영원한 어린애죠.”강성연이 미소를 지으며 이쪽으로 다가오는 나머지 아이들을 바라보았다.“재밌게 놀았으면 됐어. 이제 안으로 들어가야지. 오늘 저녁은 다 같이 모여 떠들썩하게 밥을 먹을 수 있겠구나.”진예은과 남우는 집안으로 들어간 후 곧바로 위층으로 올라가 아이들을 살폈다. 희망이는 두 남동생과 함께 있었다. 세 아이는 깊은 잠에 빠져있었는데 그 모습이 너무나도 따뜻하게 느껴졌다.아래층에서는 반재신 반재언 형제가 외출을 하고, 한태군이 거실에서 반지훈가 바둑을 두고 있었다.“아버님 이번 판은 제게 양보해 주십시오!”반지훈이 흰색 바둑알을 들고 판을 들여다보다 결심한 듯이 바둑알을 내려놓았다.“쓸데없는 소리 하지말게.”한태군이 웃으며 말했다.“다음번에는 제가 양보해 드리겠습니다.”반지훈이 콧방귀를 뀌며 말했다.“허튼수작 부리지 말거라. 난 네 양보 따위 필요 없다.”주방에서 과일을 깎고 있던 강성연이 거실에 있는 두 사람을 힐끗 바라본 후 다시 커피를 타고 있는 강유이를 바라보았다.“이제 곧 결혼식을 올리겠구나. 엄마가 너를 위해 서프라이즈 선물을 준비했어.”강유이가 멈칫거리더니 강성연을 돌아보았다.“어떤 서프라이즈 선물이요?”“아직은 안 가르쳐 줄 건데?”강유이가 조금
한태군이 두 사람을 보며 말했다.“두 사람을 여기에서 만날 줄은 몰랐네.”조민이 대답했다.“나랑 소찬 씨는 이곳에 온 지 좀 됐어. 유이가 인스타에 사진을 올려서 알았어. 너희들도 여기 왔다는걸.”강유이가 조민의 팔을 잡아당기며 자리에 앉혔다.“그럼 우리랑 며칠 더 같이 놀아요.”소찬까지 자리에 착석한 후 반재언은 그에게 진예은과 강유이를 소개했다.“여기는 우리 제수씨인 진예은씨고, 이쪽은 내 동생 유이야.”“형 결혼식 때 봤었어.”소찬은 당연히 기억하고 있었다.“형 동생이 내 와이프랑 같은 학교 출신이라면서? 와이프한테서 얘기 들었어.”조민이 그를 보며 말했다.“누구보고 와이프래요? 나중에 어떻게 될지는 아무도 장담 못 하거든요?!”그가 미간을 찌푸리며 말했다.“약혼까지 다 했는데 다른 남자한테 시집갈 수 있다고 생각해요?”두 사람의 티격태격한 모습에 다른 사람들이 웃음을 터뜨렸다.유독 강유이만 멍한 표정을 지으며 물었다.“지금 무슨 소리들 하는 거예요! 약혼이라니. 선배 약혼했어요?”조민이 작게 헛기침을 하며 말했다.“응, 너한테 말하는 걸 깜빡했어.”“너무해요. 어떻게 그렇게 중요한 일을 나한테 말하지 않을 수 있어요.”강유이가 입을 삐쭉 내밀었다. 그녀는 조민이 약혼했다는 사실을 전혀 모르고 있었다.조민이 그녀의 손을 감싸며 말했다.“너한테 서프라이즈를 해주려고 그랬지.”그녀가 콧방귀를 뀌며 고개를 돌렸다.“저 이제 선배랑 안 놀거예요.”조민이 울지도 웃지도 못한 채 옆에 앉아있는 한태군을 힐끗 바라보며 말했다.“빨리 네 와이프 좀 달래 봐.”한태군이 어쩔 수 없다는 듯이 미소를 지었다.강유이도 그저 장난으로 그런 말을 했을 뿐이었다. 그녀는 조민의 약혼 소식을 듣고 진심으로 기뻤다.적어도 이제 그녀는 자기만의 행복을 찾았다.…..한편, 서울 병원.민서율은 복도에서 의사와 이야기를 나눈 후 병실 안으로 들어갔다. 침대 머리에 기대앉아있는 어머니는 많이 초췌해진 상태였다.“어머니, 몸은 좀 어떠
투호 판을 벌인 사장이 말했다.“오천 원에 세 번 던질 수 있어요.”“그렇게나 비싸요? 오천 원에 세 번밖에 던지지 못하다니!”진예은은 어쩐지 손해 보는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투호 판 사장이 고개를 들고 말했다.“저희가 여기서 제일 쌉니다. 다른 집에서는 만 원에 세 번 던지게 하는걸요.”강유이가 진예은을 잡아끌며 말했다.“오천 원에 하자. 사장님도 장사하는 게 어려우실 거 아니야. 우리 재미로 한 번 해보자.”결국 그녀는 사장에게 만 원을 건넸다.“기회는 총 여섯 번입니다.”사장이 화살 여섯 개를 그녀에게 건넸다. 가지런히 놓인 여러 개의 항아리 옆에는 명중했을 때 가질 수 있는 선물이 놓여있었다. 강유이는 그중 팔찌가 갖고 싶었다. 비록 가짜겠지만 디자인이 예뻤다.그녀가 고심 끝에 화살을 던졌다. 하지만 화살은 항아리를 빗나가고 말았다.그 뒤로 연속 두 번 더 던졌으나 모두 다 실패했다.이제 화살은 세 개 밖에 남지 않았다.강유이의 자신 없는 모습을 본 남우가 그녀의 손에서 화살을 가져가며 말했다.“내가 할게요.”그녀가 팔찌 옆에 놓인 항아리로 화살을 던졌고, 화살은 단번에 항아리 안으로 들어갔다.성공이다!흥분한 강유이가 폴짝폴짝 뛰며 말했다.“새언니 정말 대단해요!”“훗. 이 정도쯤이야.”남우가 눈을 찡긋해 보이며 물었다.“또 어떤 게 갖고 싶어요?”강유이가 진예은에게 물었다.“예은아, 어떤 게 마음에 들어?”진예은이 선물을 살피다가 하나를 가리키며 말했다.“저 머리핀이요. 저게 제일 예쁜 것 같애요.”남우가 다시 머리핀 옆에 있는 항아리를 향해 화살을 던졌다. 그리고 정말로 그 머리핀을 명중했다.강유이가 그녀의 손을 꼭 붙잡고 잔뜩 흥분하며 말했다.“진짜 백발백중이네요. 새언니, 이제는 새언니 마음에 드는 걸로 골라요.”남우가 턱을 쓰담으며 말했다.“그러면 저는…”그녀의 시선에 백옥 청자가 들어왔다.“저걸로 하죠.”그녀가 들고 있던 화살을 슝 던지자 쨍그랑하는 소리와 함께 항아리 안으로 빨려
늦은 밤의 산속은 무척이나 고요했다. 평안한 야영장에는 오직 풀벌레 소리만 잔잔하게 들려왔다.텐트 밖 잔디 위에는 랜트 하나만 덩그러니 놓여 빛을 밝히고 있었다. 평온하고도 아늑한 분위기였다.강유이는 몸을 뒤척거리며 좀처럼 잠을 이루지 못했다. 그때 한태군이 그녀의 허리를 감싸며 품에 안았다.“잠이 안 와?”“응.”그녀가 그의 품에 가만히 기댔다.“태군 오빠, 나 화장실 가고 싶은데 무서워서 못 가겠어.”한태군이 그녀의 이마에 가볍게 입을 맞추었다.“그럼 내가 같이 가줄게.”두 사람이 텐트 밖으로 나왔다. 한태군이 손전등을 들고 그녀와 함께 한참을 걸었다. 두 사람은 우거진 숲 앞에 도착했다. 강유이가 그를 돌아보며 말했다.“여기서 기다리고 있어.”한태군이 고개를 끄덕였다.“무슨 일 있으면 불러.”그녀는 숲 안으로 들어갔지만 무서워서 멀리 가지는 못했다.볼일을 본 후 강유이가 서둘러 달려와 그의 팔짱을 꼈다.“됐어.”한태군이 그녀의 어깨를 감싸 안았다.텐트로 돌아가던 중 그녀가 고개를 들고 밤 하늘을 바라보며 손으로 가리켰다.“저게 북두칠성인가?”한태군도 고개를 들었다.“응, 맞아.”강유이가 배시시 웃었다.“역시 산속이니까 별이 엄청 잘 보이는 것 같아.”“두 사람 밤늦게 자지도 않고 별구경 하는 거예요?”남우가 텐트 안에서 나오며 묻자 강유이가 그녀를 바라보았다.“새언니도 아직 안 잤어요?”“네. 아까 귀신 이야기한 것 때문에 무서워 잠을 못 자겠잖아요…!”남우가 생수 한 병을 따서 마셨다.강유이와 한태군이 서로를 마주 보더니 웃음을 터뜨렸다.“새언니 설마 그런 이야기에 무서워해요?”남우가 주위를 두리번거리며 말했다.“여기는 아무것도 없는 황량한 산골짜기라고요! 보통 때와는 다르잖아요.”강유이가 포도 한 송이를 들며 말했다.“걱정 마요. 우리 큰오빠가 새언니를 지켜줄 거예요.”그녀는 그 말을 끝으로 한태군과 함께 텐트 안으로 들어가 버렸다.고개를 돌린 남우는 그제야 두 사람이 들어가 버린 것을 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