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약 서로 사랑했다면, 한 가 큰 어르신은 왜 자기 아들을 만나지 않는걸까, 정말 한 가의 이익을 위해서 일까? 하지만 만약 한 가의 재산을 노렸다면, 그녀는 아들을 더 소중히 여겼을 것이다. 만약 그녀가 아들을 도와 한 가를 상속받는다면, 그녀는 평생 행복하게 살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반지훈이 말하길, 한재욱의 어머니는 그를 만나기는커녕 그의 아들에게 한 가를 물려줄 생각도 하지 않는다고 한다. 그녀는 지금 한 가에서 권력을 쥐고 있다. 한 가의 모든 것은 그녀가 말하는 대로 행해진다. 어떤 여자가 이런 야심을 가지고 죽은 남편의 재산을 뺐고, 심지어 한 가의 후손까지 몰살시키겠나? 남여진 부인은 고개를 저었다. “사랑하는지 모르겠지만, 내가 듣기로는 한 가 큰 어르신이 한 가의 권력을 잡고 나서, 한 가 내부가 굉장히 혼란스러웠어. 내가 해줄 말은 한재욱의 어머니가 절대 보통 여자는 아니었다는 거다.” 강성연은 남여진 부인을 차에 태워 배웅했고, 그녀는 그 자리에 멈춰 서서 한참을 고민했다. 남여진 부인의 말이 말도 안되는 건 아니었다. 한재욱의 어머니가 보통 여자였다면, 그녀는 한 가의 어린 장손을 암살하기 위해 킬러를 보내지 않았을 것이다. 그녀가 권력을 잡고 한 가의 내부를 어지럽히는 것은 한 가의 모든 것을 얻기 위해서가 아니라 한 가의 내부를 완전히 무너뜨리고 한 가의 뿌리를 뽑기 위해서였다. 그녀가 한 가에 대한 증오가 얼마나 컸기에 이런 일을 벌이는걸까. 한태군이 2년 전 납치된 일이 어쩌면 한 가 큰 어르신과 관련이 있을지도 모르겠다. 강성연은 갑자기 반지훈이 어젯밤에 조사한 진여훈이라는 남자가 생각났다. 강성연은 고등학교 때 반에 진여훈이라는 남학생이 있었던 것을 기억했지만, 어젯밤 자료 사진을 보니 별로 닮지 않았었다. 강성연은 오랫동안 가지 않았던 강 씨네 집으로 돌아갔다. 지금의 강 씨네는 3년간 버려진 별장이었다. 연미영이 그녀에게 강 씨네 땅을 준 후에도 집에 자주 와보지 않았다. 강성연은 문을 열고 들어갔다
한재욱은 입을 굳게 다물고 짧은 화살촉을 내려놓았다. “왜 내가 안다고 생각하지?” 반지훈은 웃었다. “모르시는 척 하시긴, 한 가 큰 어르신은 잘 아실 겁니다. 그 여자 본가가 일본 아닙니까?” 한재욱은 말이 없었다. 반지훈은 의자 등받이에 몸을 기댄 채 손끝으로 테이블을 툭툭 쳤다. “사실 당신도 당신 옆에 당신 어머니가 꽂아놓은 사람이 있을거라고 의심하고 있었죠? 모를 리가 없었을 것 같은데요.” 잠시 후, 한재욱은 소리 없이 웃었다. 그는 자세를 바로 하고 반지훈을 바라보았다. “이런 일은 쉽게 해결되지 않는단다.” “한 부인이 한 짓이라는 걸 알고 계시는군요, 그분은 당신 어머니십니다. 끝까지 손을 쓰지 않으시면 분명 나중에 귀찮아지실 거예요.” 반지훈은 한눈에 그를 간파했다. 한재욱은 한참 그와 눈을 마추다가 침울한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왜 나를 미워하는지 알고 싶을 뿐이다.” “그건 한 가를 조사해야 합니다. 한 가에 대해 깊은 원한이 없다면 그 여자가 왜 한 가의 핏줄을 용납하지 못하겠습니까?” 반지훈은 몸을 일으켜 몸에 걸친 양복과 외투를 고쳐입고 나가려고 했다. 그와 연희승이 문 앞에 이르자, 갑자기 한재욱의 입이 움직였다. “한 가가 오늘까지 오르는데에, 진 가도 많은 힘을 보탰어.” 반지훈은 걸음을 멈추고 차를 마시던 한재욱을 돌아보았다. “그러니 당신이 z국에 간 것도 어떻게보면 진 씨 가문을 조사하기 위해서였겠죠.” ”맞아.” 한재욱은 손에 든 찻잔을 응시했다. “아버지의 죽음과 형님의 병은 우연이 아니야. 아버지의 병을 치료해 준 의사를 조사해 보았지. 그 사람이 진씨 집안 사람이었어.” 반지훈은 더 이상 아무 말도 하지 않았고, 연희승과 함께 룸을 떠났다. 돌아가는 차 안, 연희승은 안전벨트를 메다가 이상함을 느꼈다. “진씨 가문의 세력권이 모두 마카오 지역 쪽에 있는데 Y국에까지 퍼져있다니, 설마 진씨 가문의 그 도련님과 관련 있는 건 아닐까요?” 그 진 가 도련님은 부인과 무슨 관계가 있길래 그녀를 대
한 사람은 내성적이고 수줍음이 많고, 다른 한 사람은 자신만만해 보였다. 강성연은 눈살을 찌푸리고 중얼거렸다. “지훈 씨가 왜 이 사람에 대해 조사하지?”그녀는 서류를 다시 내려놓았다. 책상에서 또 한 장의 서류를 보자, 그녀는 멍하니 있다가 경악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뭐 보고 있어?” 반지훈이 문밖에서 나타나자, 강성연은 다소 굳은 표정으로 자료를 돌려놓으며 말했다. “당신이 조사한 거 보고 있었어요.” 반지훈은 팔에 걸쳐 둔 외투를 의자 등받이에 올려놓고 그녀에게 다가왔다. “성연아, 이 사람한테 그렇게 관심이 많아?”강성연은 멈칫하고 고개를 들었다. 반지훈의 약간 굳어진 표정을 보고 웃음을 참지 못했다. “그렇게 말하면 제가 억울하죠.”그가 그녀에게 다가갔다. “근데 왜 보고있어, 나보다 더 잘생긴거 같아?” 강성연은 손을 뻗어 그를 껴안은 채 손끝을 코끝에 대고 말했다. “우리 남편이 훨씬 더 낫죠.” 반지훈은 그녀의 손바닥을 잡고 손끝에 입을 맞췄다. “정말?” “정말이에요.” 강성연은 능글맞게 웃으며 졸업사진을 집어들었다. “이거 봐요, 저도 그 사람을 조사하고 있잖아요.” 반지훈은 그 졸업사진으로 시선을 떨어뜨렸고, 그는 의아해하며 졸업사진을 집어들었다. “진여훈이 당신 동창이야?” “당신이 그 사람을 조사해서 알게 된 거예요. 그 이름이 낯익다고 생각했거든요. 방금 비교해 보니 정말 같은 사람인 것 같아요. 근데 제 기억으론 진여훈은 반에서 매우 내성적이고 수줍음 많은 친구였는데, 정말 그 사람이 마카오 진 가의 도련님이에요?”반지훈이 아무 말도 하지 않자, 강성연은 뭔가를 떠올렸다. “그리고, 그저께 여 부인과 식당에서 밥을 먹었는데 한재욱 씨 애인인 나유 씨를 봤어요. 그때 나유 씨가 차에서 내렸는데, 그 차 번호가 당신이 조사한 이 차였어요.” 한참 동안 침묵하던 반지훈은 졸업사진을 내려놓았다 “크리스마스날 이 차가 학교에 나타나서 이 차 번호를 알아봤어.” 강성연은 경악했다. “확실해요?” “성연아, 진 가가
진태군이 고개를 숙였다.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있었을 때, 한 여자가 복도에 나타났다, “태군 도련님.” 진태군은 고개를 돌려 걸어오는 여인을 보았고, 작은 미간을 찌푸리며 움직이지 않은 채 그녀를 노려보았다. 여자가 웃으며 말했다. “진 어르신이 데리러 오라고 하셨어요.” 진태군은 경계로 가득 차 있었고, 그는 무의식적으로 강유이를 그의 몸 뒤로 숨겼다. “나는 삼촌 곁에서 널 본 적 없어.” 여자는 입가에 미소를 머금었다. “태군 도련님은 참 똑똑하시네요. 실은 큰 사모님께서 데리고 오라고 하셨어요.” 강유이는 이를 듣고 그의 뒤에서 걸어 나왔다. “거짓말. 아저씨는 당신더러 태군 오빠를 데리러 가라고 하지 않았을거야. 직접 오실 거니까.” “유이야, 너 먼저 돌아가.” 진태군이 그녀를 뒤에서 잡아당겼다. 강유이가 어두운 표정을 지었다. “안돼, 위험해, 같이 돌아가자.” 여자는 인내심이 없었다. “태군 도련님, 저를 힘들게 하지 마세요.” 진태군이 그녀를 따라 떠나려 할 때, 강유이가 갑자기 입을 열었다. “나도 같이 가.” 진태군이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유이야?” 이어 그는 정색을 하였다. “장난치지 말고 빨리 돌아가.” 강유이는 진태군의 앞을 가로막았다 “난 저 사람들 안 무서워. 나는 오빠를 지킬거야. 우리 아빠가 있는 한, 저 사람들도 감히 나한테 어떻게 할 수 없어.” 여자는 강유이를 무시했다. 그녀의 임무는 진태군을 데려가는 것뿐이었다. “그럼 타세요.” 강유이는 그와 함께 차에 탔고, 진태군은 미간을 잔뜩 찌푸렸다. 한 사람이 더 생기니, 그는 어떻게 해야 할지 몰랐다. 차는 교외로 계속 달렸고, 강유이는 차창 밖을 내다보았다. 마치 자신은 위험에 빠지지 않은 듯, 소풍이라도 간 듯했다. 운전기사가 조수석의 여자를 쳐다보더니 일본어로 말했다. “왜 이상한 애를 하나 더 데려왔지?” 여자는 대답했다. “굳이 자기가 먼저 따라 나섰으니, 가서 해결하지 뭐.” 일본어를 알아듣지 못한 강유이는 고개를 돌려 진태군의
한태군은 결국 검은 옷의 사람에게 이끌려 별장 쪽으로 향했다. 방에 놓인 컴퓨터 화면 속에는 회색 머리의 할머니가 앉아 푸들을 품에 안고 머리를 쓰다듬고 있었다. 문밖에서 여자가 들어왔고, 컴퓨터 옆에 서 있던 다른 여자는 다름아닌 나유였다. 그 여자는 공손하게 화면 앞으로 다가갔다. “부인, 작은 도련님은 모셔왔습니다. 근데 한 여자애가 따라왔습니다. 보아하니 그 여자애의 신분이 만만치 않은 것 같습니다.” 한 가 노부인이 멈칫 하였고, 고개를 들었다. 그녀의 어두운 표정은 여전히 적응되지 않았다. “그 계집 애 신분이 어떤데?” 그 여자는 고개를 가로저으며 한태군과 같은 학교 친구라고만 말했다. 나유는 이내 눈살을 찌푸렸다. “반 가 반지훈의 딸이잖아. 어쩌다 저 애까지 데려왔어?” 여자는 당황했다. “저…저는 그런 줄 몰랐습니다. 그 애가 꼭 한태군을 따라오겠다고 했어요.” 나유가 무슨 말을 하려는데 한 가 노부인이 갑자기 말을 끊었다. “흥, 너희들이 계략에 걸려들었구나. 한재욱이 감히 반 가 사람들을 끌어드리겠냐, 너희들의 일을 알고 있다는 뜻이다. 일이 이렇게 되었으니, 일단 한태군을 마카오로 보내라. 마카오 지역은 진가의 구역이니 반 가가 마음대로 할 수 없을거다.” 나유와 여자가 고개를 끄덕였다. “알겠습니다.” 화면이 꺼졌고, 나유와 여자가 방을 떠났다. 그녀들은 아래층으로 내려갔고, 한태군은 두 명의 검은 옷 남자에 의해 눌려 소파에 앉아 있었다. 한태군은 나유를 알고 있었다. 그녀를 향해 빙긋 웃었지만, 눈에는 아이의 순수함이 보이지 않았다. “삼촌도 당신이 배신 한 걸 알고있어요?” 나유는 멍한 표정을 짓다가 얼굴을 찡그리며 한태군에게 다가왔다. 여전히 온화한 미소를 지었다. “알아도 이미 늦었어.” 나유는 손을 뻗어 한태군의 머리를 만졌다. “걱정하지 마, 아주머니가 너를 데리고 마카오로 갈거야. 너가 말을 잘 듣는다면.” 한태군은 미동없이 그녀를 바라보았다. 앳되고 소녀같이 섬세하고 예쁜 얼굴이 나이답지 않게
반지훈은 한재욱의 전화를 받았다. 한재욱이 물었다. “태군이랑 네 딸이 납치당했다고?” 반지훈은 이를 악물었다. “당신이 한 발 늦었어요. 애들은 해변 항구에 있습니다.” 한재욱은 중얼거렸다. “해변진 항구라면…” 그는 순간적으로 떠올렸다. “안돼. 그자식들이 애를 진 가로 데려가려고 하는거야.” 강유이가 혼란을 틈타 별장으로 몰래 들어갔다. 그녀가 순간 벽 뒤로 숨었고, 두 명의 검은 옷의 사람이 별장 구역에서 한태군을 데리고 나오는 것이 보였다. 그들이 한태군을 데려가는 것을 보고 강유이는 초조해졌다. 이제 어떻게 해야 하지? 그때 그녀 뒤에서 누군가가 다가왔다. 한태군은 강유이의 비명소리를 듣고 몸을 돌렸다. 검은 옷을 입은 사람이 강유이를 붙잡고 데려가는 것을 보았다. 강유이가 발버둥을 쳤지만 어찌할 도리가 없었다.“이 계집애, 드디어 잡았네. 창고에 불도 네가 한 짓이지?” 검은 옷의 남자가 그녀에게 험상궂게 물었다.강유이는 콧방귀를 뀌며 인정하지 않았다. “창고에 불이 난 게 나랑 무슨 상관이야, 아야!” 그녀가 땅바닥에 내동댕이쳐졌다. 한태군이 달려왔다. “유이야!” 그는 강유이를 일으켜 세웠다. “너 간 거 아니야? 왜 다시 돌아왔어!” 손바닥을 닦고 코끝에 담뱃재를 묻힌 강유이는 눈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오빠만 두고 도망가면 겁쟁이지.” 한태군이 벙쪘다.나유는 두 팔을 감싸고 다가와 말했다. “들킬 것 같으니 빨리 배에 타.” 검은 옷은 강유이를 가르켰다. “그럼 얘는…” 나유는 강유이를 보며 미소를 지었다. “데려가. 우리한테 나쁠 건 없지.” 반 가의 딸내미를 데리고 있으니, 그들이 뭘 하든 수월할 것이다. 강유이가 떠밀려 배에 타다가 뒤를 돌아보았다. 아빠가 안 오시는 거 아니야? 소방차가 와 불을 껐고, 반지훈의 차도 근처에 멈춰 섰다. 반지훈은 휴대폰을 보며 위치추적에 따라 이동했다. 그는 곧장 항구로 갔다. ”아빠!” 항구에서 화물선 한 척이 천천히 출발했고, 강유이는 갑판 위에 서 있었다.
강성연은 가방을 든 손을 꽉 쥐며 매서운 눈빛을 보냈다. “나유가 당신 어머니가 심어놓은 사람이라는 걸 알고계시나요?” “알아.” “근데도 아이들이 위험에 빠지는 것을 지켜봤단 말인가요?” 한재욱이 고개를 들어 그녀를 바라보았다. “부인, 어떤 일은 내가 통제할 수 없어. 처음에 나유를 의심했을 뿐, 그 애가 내 주변에 심어진 스파이라는 걸 확인할 수 없었어. 크리스마스 날 내가 만들었던 판에서 비로소 나유가 관련 있다는 것을 확인했지.” ”반지훈을 끌어들인건 서울에서 반 가의 사람들이라면 함부로 하지 못할테니 그런거라고 인정하지만, 그들이 오늘 갑자기 손을 써서 아이를 마카오로 데리고 갈 줄은 예상하지 못했어.” 그는 신이 아니다. 그가 하는 모든 예측은 그가 생각할 수 있는 범위 내에서, 그리고 최대한의 대비를 하는 것이다. 그런데 오늘 그 사람들이 한 짓은 매우 뜻밖이다. 그는 사람을 보내 나유의 일거수일투족을 주시하게 했다. 나유가 해변진에 갔다는 것을 알았지만, 그녀가 직접 아이를 학교에서 데려가지 않았다. 그래서 아이들을 학교에서 데려가는 일을 그는 전혀 몰랐고, 다른 사람이 개입했다고 말할 수밖에 없었다. 강성연은 한숨을 쉬었다. “당신은 진 가의 사람들을 알잖아요,” 한재욱은 착잡한 표정으로 말했다. “알면 뭐해, 진 씨네는 내 말을 듣지 않아.” 강성연은 표정을 바꾸지 않고 그를 바라보았다. “괜찮아요, 진여훈도 서울에 있죠? 그 사람이 당신을 알고 있을 거예요. 제가 그 사람을 만날 방법이 있을 것 같아요.” 화물선, 강유이와 한태군은 작은 방에 갇혔고, 한태군은 문짝에 기대어 고개를 돌려 강유이를 바라보았다. “그 불 네가 지른거야?”“응.” 강유이는 무릎을 접고 앉아 무릎에 턱을 괴었다. “소방관 아저씨들이 오면 구해주려고 했는데, 너무 늦었어.”한태군은 웃으며 말했다. “불을 질렀다고 경찰 아저씨가 널 잡을까 봐 두렵지 않아?” “그건 오빠를 구하기 위해서였고, 근처에 아무도 없었어.” 강유이는 입을 삐죽거렸다.
강유이는 벙쪄 있었다. 그녀는 문득 태군 오빠가 불쌍해 보였다. 그녀는 정신을 차리고 가슴을 두드리며 말했다. “두려워 마. 앞으로 내가 오빠 친구고, 우리 오빠들도 오빠 친구고, 오빠는 외롭지 않을 거야.” 한태군이 웃었다. 이 반 가 아가씨는 정말 바보 같지만 귀여운 바보다. 밤이 점점 다가왔다. 강성연은 단풍색 롱코트를 입고 허리띠를 맨 채 장화를 신고 차에서 내렸다. 먹물처럼 긴 머리를 뒤로 넘긴 채 화장기 없이 립스틱만 바르고 경호원 두 명을 데리고 회관으로 들어갔다. 종업원이 그녀를 데리고 회관의 vip 룸 앞으로 가 룸 문을 열었고, 한재욱과 한 남자의 시선이 마주쳤다. 진여훈이 술을 마시다 멈칫 하였고, 시선은 강성연의 얼굴로 향했다. 낯이 익은 듯 두 눈 비비고 다시 쳐다보았다. 한재욱이 웃으며 말했다. “진 사장, 이 쪽은 강성연 씨네.” “강성연 씨.” 진여훈이 눈살을 찌푸렸고, 이때 강성연은 이미 테이블로 가서 술 한 잔을 집어들었다. “오랜만이야, 내 기억이 틀리지 않았다면 우린 동창일 거야.” 진여훈은 무슨 생각이 난 듯 눈을 내리깔고 싱겁게 웃었다. “왜 이렇게 낯이 익나 했더니 강성연이었네, 성연이가 날 기억해주다니, 의외인걸?” 그렇다. 고등학교 때 그녀는 확실히 진여훈과 많이 접촉하지 않았고, 그는 지금 고등학교 때의 모습과 많이 달라졌다. 그녀는 물론 다른 학생들도 알아볼 수 없을 것이다. 고등학교 시절 수줍음이 많았던 남학생이 이렇게 많이 변해서 진씨 집안의 도련님 일뿐만 아니라 해외 유학 생활, IT 엘리트였다. 이런 신분이 동창에게 알려지니, 그는 그녀의 목적을 의심할 수밖에 없었다.강성연이 웃었다. “나도 의외다. 결국 나유 씨가 아는 진여훈이 내 고등학교 동창이라니.” 진여훈이 미간을 찌푸렸다. “네가 나유를 알아?” “한재욱 씨도 아는데 어떻게 나유 씨를 모를 수 있겠어?” 강성연이 손에 든 술잔을 가볍게 흔들었다. 진여훈이 한재욱을 바라보았다. “선생님, 제 동창과는 어떤 관계십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