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아린은 그녀를 바라보았다. “질투” 송아영은 그제서야 반응하여 그녀에게 베개를 집어던졌다. “저 열받게 할려고 온거죠!” 김아린은 허리를 굽혀 베개를 주워 침대 곁으로 가서 다시 놓았다. “그럴리가요. 어쨌든 육예찬 씨가 아영 씨를 구해줬고, 당신보다 훨씬 심하게 다쳤으니 그 사람을 보러 가긴 해야해요” 송아영은 아무말 하지 않았다. 저녁 무렵, 송아영은 육예찬의 병실로 향했다. 문 앞에 그녀는 한참을 망설이다가 손잡이를 돌렸다. 육예찬은 병상에 앉아 잡지를 뒤적거리고 있었고, 뺨에 거즈가 대어있고 입가에는 멍 자국이 뚜렷했다. 그는 고개를 들어 송아영을 보았고, 책장을 넘기던 손을 멈추고 잡지를 한쪽에 내려 놓았다. “여긴 어쩐 일이죠?” 송아영은 그의 병상 옆에 멈춰 서서 민망한 손을 어떻게 할지 몰라 불안하게 몸을 꼬았다. “얼마나 다쳤는지 보려고요” 육예찬은 웃었다. “잊은 줄 알았어요” 송아영이 흥 소리를 내었다. “내가 그렇게 배은망덕한 사람같아요?” 육예찬은 고개를 끄덕였다. “말도 못하죠, 정말 그래보여요” 송아영은 화가 나 쏘아 붙이려다가 이내 말을 다시 삼켰고, 얼굴을 돌리지 않은 채 말했다. “당신이 다친 걸 봐서, 오늘만큼은 당신에게 따지지 않을게요” 육예찬이 갑자기 그녀에게 손을 내밀었다. 송아영은 어리둥절 했다. “뭐 하는 거예요?” 그가 말했다. “침대에서 내려줘요” 송아영이 의문을 가졌다. “다리를 다친 것 같지는 않은데요?” 그는 희미하게 웃어보였다. “당신 생명의 은인을 이렇게 대하게요?” 그녀는 혀를 차고 앞으로 나와 육예찬의 팔을 잡았다. 육예찬은 침대 가장자리에 몸을 돌려 앉았다. 손등에는 주사바늘이 꽂혀 있었기 때문에 송아영이 대신 링거를 들었다.그의 키가 너무 크고 링거는 너무 낮은 탓에 링거액이 역류하였다.그는 습 소리를 내며 그녀를 바라보았다. “피” 송아영이 손을 높게 들었다. 역류한 링거액과 피가 약간 섞이긴 했지만 링거액은 아직 남아있었다. “손 좀 낮게 들면 안돼요?”
송아영은 얼굴을 찌푸리고 어이없다는 웃음을 보였다. “누... 누가 화장실 가는 걸 훔쳐봐요, 말도 안 되는 소리야. 볼게 뭐가 있다고요!” 그는 의심스러운 얼굴로 말했다. “당신한테 음모가 있을지 누가 알아요” 송아영은 손가락으로 자신을 가르켰다. “내가, 당신에게 못된 짓을 하려한다고요?”그녀는 허허허 웃었다. “내가 당신한테 나쁜 짓을 하려 했다면 진작에…” 그는 눈썹을 치켜세우며 말했다. “진작에?” 송아영이 흥 소리를 냈다. “내가 왜 당신한테 말해야 하죠" 육예찬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는 링거 안의 링거액이 거의 없는 것을 보고 벨을 눌렀다.간호사가 들어와 그의 손등에 있는 것을 빼주며 부드럽게 말했다. “환자분, 내일이랑 모레에 소염주사 맞으셔야 해요” 그는 고개를 끄덕였다. 간호사가 링거를 들고 병실을 나서자 송아영은 혀를 찼다. “간호사 언니가 정말 다정하시네요. 저런 분이라면 몇 방 더 주사를 놔도 괜찮겠어요” 그녀는 속으로 몹시 찔렸다. 육예찬은 그녀를 바라보았다. “알고싶어요?” 그녀는 어리둥절했다. “뭘요?” 그는 안색을 바꾸지 않고 그녀를 향해 고개를 까닥거렸다. “이리와요, 알려줄게요” 송아영은 반신반의하며 걸어갔다. 육예찬이 손을 뻗었고, 그녀는 손쓸 새 없이 그에게 이끌려갔다. 두 사람은 침대에 쓰러졌다. 송아영은 그의 몸 위에 엎드려졌고, 얼떨결에 그녀의 입술이 그의 턱에 닿았다. 그녀는 멍해졌다. 마치 혼이 나간 사람처럼, 머리 속이 하얘졌다. 육예찬은 낮은 소리로 웃었다. “이건 내 덕을 본거 아닌가요?” “당신…!” 송아영이 고개를 들자, 그녀의 입술이 그의 입에 닿았고, 그 순간 온 몸에 전기가 흐르는 듯하였다. 육예찬은 눈을 내리깔고 그녀의 입술에 시선을 고정시켰고, 그의 손바닥은 그녀의 뒷목을 감쌌다. 무방비 상태의 키스로 송아영의 눈동자는 축소되었고, 숨결마저 잦아들었다. “예찬아, 엄마가…” 연희정이 갑자기 문을 열고 들어왔고, 이 장면을 보고 놀랬다. 송아영은 순식
마음속에서 일어나는 혼연한 걱정과 두려움, 이것을 이전에도 경험한적 있는 것 같았다. 안 좋은 일이 생겼고, 강성연이 갑자기 사라졌던 것 같은 기분. 그는 주머니를 더듬었고, 그제서야 그가 외출할 때 휴대전화를 가지고 나오지 않았다는 것을 깨달았다. 구천광은 자신의 휴대전화를 건네었다. “전화해 봐요”반지훈도 거절하지 않았다. 조급한 상황에서 그는 많은 것을 신경 쓸 겨를이 없었다. 하지만 이렇게 중요한 순간에, 강성연의 전화번호가 떠오르지 않았다. 그는 휴대전화를 꽉 쥐었고, 손등에는 핏줄이 섰다. 번호…말도 안돼는 일이다. 그는 분명 외워뒀을 것이다. 번호가 뭐였지? 구천광은 다이얼 버튼에 머물며 휴대전화 번호를 입력하지 않는 그를 보고 연락처를 눌러주었다. "이름을 입력하면 찾을 수 있어요"반지훈은 어두운 표정을 지었다. 하지만 지금은 구천광에게 어떻게 그녀의 전화번호를 가지고 있는지 따질 상황이 아니었다. 그는 바로 강성연에게 전화를 걸었다. 하지만 몇 번이나 전화를 걸어도 받지 않았다. 제인이 말했다. “모래사장에 사람이 이렇게 많은데 누가 데려갔을리는 없을거예요” 구천광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얼른 찾아보죠”반지훈은 휴대전화를 돌려주며 고개를 돌리지 않았다. “난 저쪽에서 찾아볼게“ 끝없이 펼쳐진 바다는 짙은 밤빛에 잠겨 끝이 보이지 않았다. 바위 옆으로 가지런히 늘어선 야자수 아래 정자가 하나 있었다.강성연이 정자 안으로 들어서자 바닷가에 형광빛을 내뿜는 푸른 해파리가 둥둥 떠 있었다. 어쩐지 사람들 사이로 이쪽에서 희미한 푸른 빛을 보았는데, 이 해파리들이었구나! 그녀는 정신을 차리고 돌아서서 먼 곳의 사람들을 바라보았다. 그녀는 반지훈이 그녀를 따라올 것이라고 생각했다. 망했다. 그녀는 급히 정자에서 뛰쳐나왔다. 휴대전화를 가지고 나오지 않았기 때문에, 반지훈이 그녀를 못 봤다면 아마 조바심이 났을 거다.그녀가 맞은편에서 다가오는 사람과 부딪히자, 그 사람이 그녀를 부축했다. 밤이 어두워 그의 얼굴을
구천광은 강성연 앞에서 처음으로 폭력을 썼고, 강성연은 이렇게 분노하고 이미지를 신경 쓰지 않는 구천광을 처음 봤다.그는 무표정한 얼굴로 반지훈에게 말했다. “3년 전 성연 씨 앞에서 성연 씨를 나에게 보내겠다고 했을 때, 나는 그때부터 이렇게 한대 때려줄 생각이었어요” 반지훈의 몸이 굳었다. 그는 앞으로 나아가 반지훈의 멱살을 잡았다. “우리는 어릴 때부터 함께 자랐고 형은 나를 잘 알고 있어요. 만약 내가 뺏으려 했다면 진작에 손을 썼을 텐데, 형이 내가 손쓸 기회를 기다렸겠어요?” 반지훈은 아무 말 하지 않았다.강성연은 그의 주먹을 풀어주며 심호흡했다. “구천광 씨, 일단 지훈 씨를 놓아줘요. 할 말이 있어요” 구천광은 손을 떼고 허리를 굽혀 바닥에 있는 가면을 줍고 몸에 묻은 흙과 모래를 털고 돌아섰다.강성연은 차분하게 반지훈을 바라보았다. “제가 천광 씨의 연락처가 있는 건, 촬영 당시 제작진 쪽에서 soul 브랜드의 주얼리를 협찬해달라고 했는데 그 사람이 보증인이어서 번호를 남겼기 때문이에요.그리고 그날 당신은 오후까지 나를 등대에서 기다렸고, 저는 구천광 씨에게 연락한 뒤에야 당신이 어디 있는지 알 수 있었어요”반지훈의 눈빛은 약간 흔들렸고, 그녀는 그에게 말할 틈을 주지 않았다. “제가 구천광 씨의 번호를 갖고 있지만, 제가 구천광 씨에게 전화 건 횟수는 손에 꼽을 정도예요. 당신이 예전 일을 기억하지 못하는 건 괜찮지만, 당신이 나를 의심할 자격은 없어요” “성연아…”“당신은 내가 구천광과 한통속이라고 생각하나요? 좋아요, 그럼 당신 뜻대로 할게요. 3년 전에 당신이 바라던 거잖아요” 강성연이 몸을 돌렸다. 반지훈이 갑자기 뒤에서 그녀를 안았고, 강성연은 몸부림쳤다. 그는 그녀를 꼭 껴안고 그녀의 어깨에 얼굴을 묻었다. “미안해 성연아, 너를 의심하지 말았어야 했는데, 미안해…” 강성연은 움직이지 않았다. 그는 그녀를 품에 안고 약간 떨며 말했다. “일부러 그런 게 아니야. 그냥… 예전 기억이 없어서 불안했어. 내 직
양우진은 잠시 침묵하다 말했다. “그래요, 저도 신경 쓰지 않겠습니다. 그럼 우선 그렇게 하죠” 통화가 끝난 뒤 제인에게 휴대전화를 건네자 제인은 그를 쳐다보았다. “김 감독은 연예계에서 워낙 유명해서 자존심이 강할 텐데, 이렇게 지연하면 그 사람이…” “괜찮아요, 나중에 제가 가서 설명할게요. 저희 집안이 저에게 준 시간도 얼마 안 남았는데 연예계 업적에만 기대서 설득할 수는 없어요” 그가 분가하려면 할아버지의 승인을 받아야 했고, 제주도의 투자 프로젝트를 따내야 했다. 한 편. 강성연은 베개와 이불을 소파에 내던지고 반지훈에게 말했다. “오늘 밤은 여기서 자요” 그녀는 말을 마친 후, 고개도 돌리지 않고 문을 닫았다. 반지훈은 한 걸음 천천히 다가가 손잡이를 돌렸다. 그는 그녀가 문을 잠근 것을 확인하고 마지못해 문 앞에 기대었다. “성연아, 내가 잘 못했다는 거 다 알아. 이렇게 가혹하게 대할거야?” “가혹하죠. 매우 가혹해요” 못된 놈, 기억을 잃었다는 핑계로 뻔뻔하게 ‘오해’해 놓고, 다시 들어와서 자려고? 꿈 깨라! 강성연은 침대로 돌아와 새 이불을 끌어당겼다. 그녀는 문 밖의 반지훈을 아랑곳하지 않았다. 그녀는 침대 머리맡의 불을 어둡게 하고 누웠다. 잠시 후, 문밖에서 나던 소리가 사라졌다. 거실 밖에서 들려오는 약간의 인기척에, 그녀는 고개를 돌려 그녀와 그 사이를 가로막고 있는 방문으로 시선을 보냈다. 어쨌든 베개와 이불은 이미 그에게 줬다. 그녀는 돌아서서 눈을 감았고, 날이 밝을 때까지 편안하게 잠을 잤다. 강성연은 아침에 침실에서 거실로 걸어갔다. 반지훈이 소파에 웅크리고 자고 있었고, 이불이 땅에 떨어져 있는 것을 보고 그녀는 마음이 약간 아프고 불편했다. 그녀는 이불을 주워 다시 그의 몸을 덮었고, 그녀의 손이 그의 피부에 닿으며 그의 몸이 매우 차갑다는 것을 알았다. 지금은 가을인데 실내에는 차가운 에어컨이 틀어져 있었다. 이 사람... 설마 밤새도록 이런 건 아니겠지? “지훈 씨…” 강성연이 말
강성연의 옆자리에 앉은 제인은 룸의 분위기를 누그러뜨리기 위해 말을 돌렸다. “어제는 온천도 못 갔는데, 오늘 밤에 가요” 구천광은 조용히 젓가락을 들어 초밥 한 조각을 집어들었고, 반지훈 역시 잔을 들어 차를 마셨다. 제인은 도움을 청하는 눈빛으로 태연한 강성연을 바라보았다. 강성연은 고개를 들어 그들을 쳐다보다가 고개를 돌렸다. “지훈 씨, 어제 약속한 건요?” 반지훈은 차를 마시던 동작을 멈추고 찻잔을 내려놓은 후 구천광을 쳐다보았다. 구천광은 눈을 가늘게 떴다. 한참을 망설이더니, 반지훈은 세 글자를 짜냈다. “미안해” 영 내키지 않았다. 구천광은 이번에도 고개를 들지 않았다. “안 들려요” 반지훈은 찻잔을 잡은 손을 꽉 쥐고 이를 악물었다. “사과한다고. 어제 저녁에 너 때렸고, 너도 나 때렸잖아. 그럼 쎔쏌이지” “오” 구천광은 고개를 들어 그를 쳐다보았다. “반지훈 씨가 사과하시니, 저도 마지못해 받아드리죠” 반지훈은 씩 웃으며 구천광과 나지막한 눈빛을 주고받았다. “받아 주지 않아도 돼” 구천광은 주저하지 않았다. “저도 받아 줄 생각 없어요” 두 사람은 마치 서로에 대한 긴장이 풀린 듯하였고, 분위기는 전보다 싸늘해졌다. 강성연이 이마를 짚었다. 남자들은 가오가 육체를 지배한다더니, 정말이었다. 그녀는 구천광을 바라보았다. 솔직히 그녀도 자신 때문에 구천광이 휘말려 반지훈에게 한 대 맞은 것이 마음에 걸렸다. “구천광 씨, 입가의 상처는 괜찮으세요?” 구천광은 웃었다. “괜찮아요, 조금 까졌는데, 작은 상처예요” 반지훈은 고개를 숙이고 젓가락으로 접시 위의 초밥을 찔렀다. 가슴이 답답했다. “나도 맞았는데 왜 나한텐 관심이 없지.” 강성연은 그를 보며 피식 웃었다. “어젯밤 지훈 씨가 사람을 때렸잖아요. 아침에 꼼수까지 부렸는데, 제가 관심을 가져야 하나요?” 구천광도 그를 비웃기 시작했다. “어젯밤 기운이 넘치고 힘도 장난 아니던데, 형은 관심 받을 필요가 없겠죠?” 반지훈은 화가 났고, 이내 얼굴이 어두
명승희는 그녀가 자신을 경계하는 것을 보고 웃으며 대범한 태도를 보였다. “그렇게 경계할 필요 없어요. 제가 뭘 하려는 게 아니라 그냥 단순히 얘기를 할려고 온 거예요” 창밖엔 여전히 비가 내리고 있었고, 방안의 분위기는 잠시 얼어붙었다. 송아영은 고개를 숙였다. “육예찬을 떠나라고 하려는 거죠? 안심해요, 제가 그 사람이랑 파혼하기만 하면, 제가 뺏을 일은 없을 거예요”나중에 다른 사람이 와서 그녀 앞에서 이러쿵저러쿵 말하기보다, 지금 바로 말하는 것이 더 나을 것 같았다. 명승희는 한참을 쳐다보다가 고개를 숙였다. “귀국하기 전에 그렇게 생각했어요” 그녀는 창밖으로 시선을 돌리며 쓸쓸한 표정을 지었다. “6년 동안 그와 함께 있었어요. 비록 그가 나에게 이별을 얘기했지만, 나는 귀국한 후에도 여전히 그의 곁에 있을 기회가 있다고 생각했죠” 송아영은 멈칫하였다. 의문스러운 표정으로 그녀를 바라보았다. 명승희는 쓸쓸하면서도 어쩔 수 없는 마음에 송아영을 바라보며 말했다. “나는 6년 동안 그의 마음에 들지 않았다고 말해도 무방해요” 명승희는 뮤지컬에서 처음 육예찬의 연기를 본 후부터 그를 좋아했다. 그녀가 자발적으로 그를 쫓아다닌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육예찬이 자신을 거부한 적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그녀는 포기하지 않았다. 어쩌면 그녀가 끈질기게 매달려서 기회를 준 것일 수도 있다. 그들 사이에서 육예찬은 항상 수동적이었다. 그녀는 그를 감동시키기 위해 바이올린을 배우기도 했고, 그의 취향을 알아보기도 했다. 하지만 그녀도 그녀가 아무리 노력해도 영원히 둘의 사이를 좁힐 수 없다는 것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녀가 그를 향해 아흔아홉 걸음을 내디뎠지만, 그는 끝내 그 한 걸음을 내딛지 않았다. 그녀도 만족스럽지는 않을 것이다. 그녀는 매우 노력했지만, 자신이 원하는 걸 얻지 못했다. 송아영은 입을 다물고 약간 동정 어린 시선으로 그녀를 바라보았다. “저기, 승희 씨, 저한테 이런 말을 해도 소용없어요. 저랑 육예찬 씨는 집안
송아영은 3초 동안 망설이다가 재빨리 문을 열고 그를 올려다보았다. “먹을래요” * 제주도. 차 안에 앉아 섬을 구경하는 네 사람, 길 양쪽에 벚꽃이 수북이 심어져 있고, 하늘은 바다와 평행하게 펼쳐져 있다. 차가 해저터널로 들어갔고, 터널에서 해저전망대를 통과하자 또 다른 풍경이 펼쳐졌다. 전망대 주차구역에는 관람객 차량이 줄지어 서 있었고, 관람객들은 전망대 앞에 서서 바다 아래의 신비한 모습을 바라보고 있었다. 차가 주차장에 서자 강성연과 제인은 차에서 내려 승강장을 향해 걸어갔다. 제주도의 해저터널은 z국의 가장 유명한 건축물이라는 명성에 걸맞은 세계 유일 해저 경치를 감상할 수 있는 터널이다. 터널은 2층으로 나뉘어져 있으며, 위층은 열차 통행로, 아래층은 차량 통행로다. 전망대 구역은 아래층 감속구역에 위치해 있으며, 넓은 주차장이 있어 휴식을 하며 경치를 즐길 수 있는 곳이다. 강성연은 전망창 앞에 멈추었다. 짙고 푸른 바다 밑에는 다양한 크기의 물고기들이 무리를 지어 헤엄치는 것을 볼 수 있었다. 운이 좋으면 몸집이 큰 고래류도 만날 수 있었다. 구천광은 마스크와 모자를 써 얼굴을 꽁꽁 싸맸지만, 반지훈이 그와 함께 서 있어 눈길을 끌었다. 늘씬한 두 남자가 차 앞에 기대어 있으니 많은 사람들의 눈길을 단번에 끌었다. 구천광은 고개를 돌려 반지훈을 바라보았다. “좀 떨어지시죠” 반지훈은 팔을 둘렀다. “알아보는 게 싫으면 차 안으로 들어가. 내리라고 한적 없어” 구천광은 피식 웃으며 모자 챙을 내렸다. “어, 저 두 사람 좀 낯이 익네” “모자 쓴 사람, 구천광 같은데 설마 진짜 아냐?” “아닐걸. 근데 옆에 서 있는 사람, 잡지에서 본 것 같은데 누구더라?” “반지훈 대표는 아니겠지?” 눈을 가늘게 뜨고 있던 반지훈은 갑자기 손을 뻗어 구천광이 쓰고 있던 모자를 빼앗아 자신의 머리 위에 얹고 강성연에게로 발걸음을 옮겼다.구천광은 그제서야 반응했고, 몇몇 사람들은 그를 알아보았다.“구천광이다!” “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