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지훈 씨, 당신...”육예찬은 정말로 덤벼들어 그를 세게 때리려 했지만 송아영이 계속 그를 붙잡고 놓지 않았다. 충동적으로 굴면 송아영이 다칠 수도 있었다.육예찬은 화를 잘 내지 않는 사람이고 아무 이유 없이 누군가를 때리는 사람도 아니었다. 하지만 반지훈은 너무했다.“그만 해요.”강성연의 표정이 점차 평온해졌다. 심지어 적막했는데 안색이 흐려져 아무런 감정도 보아낼 수 없었다. 그녀는 주먹을 꽉 움켜쥐었는데 손이 차갑고 살짝 떨렸다.고개를 들어 반지훈을 본 강성연은 결국 눈시울을 붉혔다. 당장이라도 눈물이 떨어질 것 같은 모습이었다.하지만 반지훈은 그녀를 보지 않았다.볼 엄두가 나지 않기 때문이었다.“반지훈 씨, 제가 이혼하지 않겠다면 어쩔 거예요?”강성연은 이 정도로 비굴해졌다. 그녀는 만회할 수 있길 바랐고 양보하기로 마음먹었다. 그녀는 이혼하고 싶지 않았다. 설령 반지훈이 그녀를 내쫓는다고 해도 떠나지 않을 생각이었다.s국에서 목숨 걸고 그녀를 지켰던 반지훈이다. 그런 남자가 자신을 사랑하지 않는다는 걸, 자신에게 질렸다는 걸 도저히 믿을 수 없었다.“저 사람이 한 말 들었잖아요. 저런 남자랑 이혼하면 더 좋은 사람 만날 수 있을 거예요.”강성연이 자신을 오빠라고 부를 때부터 그는 강성연을 여동생으로 생각했다.처음에 강성연이 반지훈과 만난다는 걸 알았을 때, 비록 연혁이 외할아버지이긴 했지만 그는 단 한 번도 반지훈을 헐뜯은 적이 없었다. 심지어 그들에게 헤어지라고 할 생각도 없었다.하지만 직접 듣고, 직접 봤으니 말리지 않을 수가 없었다.반지훈이 강성연을 아끼지 않는다고 해도 육씨 가문과 그의 외할아버지가 그녀를 아껴줄 수 있었다.송아영도 이번에는 육예찬의 편이었다. 그의 말은 일리가 있었다.“성연아, 정신 차려. 저 사람이 이혼하겠다고 하잖아. 그러니까 우리는 떠나자. 이 세상에 남자가 저 사람만 있는 것도 아니고!”다들 반지훈의 태도를 보았다. 질렸다고? 이혼한 뒤에 강성연을 다른 남자에게 준다고? 어떻게 그런
시간이 많지 않았다.차 문이 쾅 닫힌 뒤 검은색 차는 점차 멀어져 어둠 속으로 사라졌다.강성연은 그 자리에 서서 그 모습을 지켜보았다. 고개를 숙이자 시야가 흐릿했고 뜨거운 눈물이 활짝 핀 꽃처럼 그녀의 신발 위로 툭 떨어졌다.송아영은 강성연의 앞으로 달려가 그녀의 어깨를 잡았다.“성연아, 왜 포기하지 않는 거야? 저렇게까지 하는데...”“다른 사람은 몰라.”강성연은 덤덤한 어조로 그녀의 말허리를 잘랐다. 등불 때문에 강성연의 그림자가 길게 늘어지면서 그녀의 쓸쓸한 뒷모습이 드리워졌다. 강성연은 한참 뒤에야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나 강씨 저택에 데려다줘.”강성연은 끝내 머리를 들지 못했다.구천광은 그녀를 한참 동안 바라보다가 말했다.“제가 차 가져올게요.”돌아가는 길 내내 강성연은 말 한마디 하지 않았다.강씨 저택으로 돌아온 강성연은 휴대폰을 건네받은 뒤 구천광에게 감사 인사를 하고는 고개 한 번 돌리지 않고 차에서 내렸다.구천광은 그녀의 뒷모습을 줄곧 바라보고 있었다. 그녀가 안으로 들어간 뒤 구천광은 미간을 구기며 사색에 잠겼다. 잠시 뒤 그는 휴대폰을 들고 누군가에게 메시지를 보냈다.같은 시각, 반씨 저택.반지훈은 집에 들어서자마자 왈칵 피를 토했다. 그는 계단 난간에 기대어 몇 번 기침했다. 계단 팔걸이를 얼마나 힘주어 잡고 있는지 손등에 핏줄이 뚜렷하게 나타났다.성연아, 미안해.반시훈의 눈시울이 붉어졌다. 무너져 내릴 듯한 감정에 그는 또다시 격렬히 기침했다.등을 켜고 아래층으로 내려온 김 집사는 깜짝 놀랐다.희승은 개인 의사를 데리고 다급히 반씨 저택으로 향했다. 의사가 방 안으로 들어갔고 희승과 김 집사는 문 앞에 서 있었다.“대표님께서 외출하셨어?”희승은 반지훈의 상태를 보고 저도 모르게 미간을 구겼다. 반지훈이 바이러스에 감염되었다는 사실을 아직 외부에 들킬 수 없었다. 사람들이 패닉에 빠질 수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개인 의사는 반지훈이 잠복기가 지난 상태라 며칠간 계속 미열이 있을 것이라고 했다.해
“너 출근해야 하지 않아?”“휴가 신청하면 되지. 까짓거 며칠 돈 못 버는 것뿐이잖아.”송아영은 손을 휘적이며 대답했다.강성연이 컵을 들어 커피를 마시는데 갑자기 속이 울렁거렸다.그녀는 곧바로 컵을 내려놓고 화장실로 달려갔다.“성연아?”송아영도 그녀를 따라 자리에서 일어났다.강성연은 화장실로 뛰어 들어가더니 변기 뚜껑을 열자마자 엎드려 토했다.“성연아, 괜찮아?”송아영이 밖에 서 있었다. 그녀는 강성연이 토하는 모습을 보더니 놀란 표정으로 말했다.“성연아, 너 설마...”문득 어떤 생각이 들었다.강성연은 순식간에 얼어붙었다. 요즘 속이 좋지 않고 입맛도 없는 데다가 생리도 늦어졌다.설마?강성연은 변기 물을 내린 뒤 평평한 배 위에 손을 올리고 나왔다. 얼굴이 많이 창백해져 있었다.송아영은 걱정스러운 얼굴로 말했다.“나랑 같이 병원에 가서 검사받아볼래?”강성연은 거절하지 않았다.진짜 임신이라면?어떻게 해야 하지?반지훈은 그녀와 이혼하려 한다. 아이를 낳게 된다면 아이는 뭐가 될까?송아영은 강성연을 병원에 데려다준 뒤 그녀와 함께 진찰받으러 갔다. 그리고 곧 그들이 예상했던 것과 같은 결과가 나왔다.강성연은 임신했다.의사는 검사 결과를 책상 위에 올려두고는 컴퓨터에 무언가를 입력했다.“임신하신 지 5주 되셨네요. 요즘 어디 부딪히는 거 조심해야 하고 잘 쉬셔야 해요. 마음가짐도 편히 하셔야 해요. 과도한 긴장과 불안 때문에 유산되는 경우도 있으니까요. 그리고 성생활도 삼가셔야 해요.”배 위에 올려둔 손이 살짝 떨렸다. 강성연은 검사 결과를 들고 천천히 자리에서 일어나더니 감사 인사를 하고는 밖으로 나갔다.송아영은 그녀의 뒤를 따랐다. 송아영은 안타까운 마음이 들었다.“반지훈 씨 너랑 이혼할 생각인데 갑자기 임신이라니, 하늘도 참 무심하시지.”강성연은 쓴웃음을 지었다.“그러게.”하필 이혼하려고 할 때 임신이라니.그녀가 임신했다는 사실을 알고도 반지훈은 단호히 이혼하려고 할까?송아영과 병원 홀에 도착했는데 벽에
“반지훈 씨가 뜬금없이 저랑 이혼하려고 할 리 없어요!”강성연은 살짝 흥분한 기색을 띠며 눈시울을 붉혔다.“어르신, 제발 부탁드릴게요. 반지훈 씨 만나게 해주세요.”반지훈의 할아버지는 이를 악물었다가 무표정한 얼굴로 말했다.“걔는 이미 너랑 이혼하려고 마음먹었어. 그런데 왜 이렇게 끈질기게 구는 거냐? 강성연, 너 때문에 지훈이 많이 다쳤어. 그걸로 부족하니? 우리 반씨 집안은 너랑 아이 양육권도 다투지 않을 생각이야. 심지어 지훈이는 주식까지 너한테 양도했어. 그걸로도 부족해?”강성연의 차갑게 식은 손가락이 희게 질렸다.그것들이 그녀가 바라는 것인가?아니었다!강성연은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전 제대로 설명해주길 바라는 것뿐이에요.”뒷짐을 지고 있던 어르신의 손에 힘이 들어갔다. 손자가 겪은 일을 떠올리자 그의 눈빛이 싸늘해졌다.“제대로 된 설명을 바란다고? 처음부터 난 너희 둘을 반대했다. 내가 지훈이한테 이혼하라고 협박했다. 넌 걔랑 어울리지 않아.”반지훈이 아주 모질게 굴지 못한 듯했다. 그렇다면 두 사람을 헤어지게 만든 나쁜 사람은 내가 되어야지.반지훈의 할아버지는 이를 악물었다.“강성연, 네가 정말 지훈이를 생각한다면 이혼해. 우리 집안은 네 체면을 충분히 봐줬다. 진짜 법원까지 가게 되면 법에 따라 강제적으로 너희들의 혼인 관계를 끊을 거다. 그렇게 되면 너만 난처하게 될 거야. 그리고 지훈이도 동의했다. 앞으로 절대 너랑 엮이지 않겠다고. 미워할 거면 날 미워해라. 난 내 손자가 다치는 꼴 절대 못 본다. 걱정하지 마라. 우리 집안은 네가 아이를 계속 키울 수 있게 할 거다. 하지만 너랑 지훈이는 절대 잘 될 수 없다. 지훈이도 포기했는데 넌 왜 포기 못 하는 거냐?”포기했다고?강성연은 쓴웃음을 지었다.심장 한쪽이 도려진 것처럼 마음이 텅 빈 것 같고 또 아렸다.“어르신, 적어도 한 번 만나게 해주세요...”“걔는 널 보지 않을 거다. 돌아가거라.”반지훈의 할아버지는 손을 휘저은 뒤 그녀를 보지 않고 몸을 돌
익숙한 병원 소독수 냄새에 강성연은 천천히 눈을 떴다. 눈을 뜨자 맨 처음 시야에 들어온 건 흰색 천장이었다.“성연아, 깨어났어?”송아영은 강성연이 정신을 차리자 웃으며 물었다.병실 안에는 강진과 희영도 있었다. 강진은 희영에게서 강성연이 정신을 잃고 쓰러져 병원에 입원해있다는 소식을 듣고 부리나케 달려왔다. 강진은 걱정스러운 듯 말했다.“성연아, 의사 선생님이 너보고 푹 쉬라고 했어. 너... 임신했다더라. 이번에 하마터면 유산할 뻔했다고 했어.”강성연은 넋을 놓고 있다가 저도 모르게 배를 어루만졌다. 사실 조금 미안했다. 하마터면 아이를 죽일 뻔했기 때문이다.강성연은 무기력하게 입을 열었다.“누가 절 병원에 데려다준 거죠...”정신을 잃기 전 누군가를 보았던 것 같았다.강성연이 무엇을 기대하고 있는지 대충 눈치챈 송아영은 입을 비죽였다.“우리 오빠야. 조금 전에 매니저가 불러서 갔어.”강성연은 입을 꾹 다물었다. 그녀의 속눈썹이 파르르 떨렸다.희영은 강성연이 몸을 일으키며 앉으려 하자 다급히 그녀를 부축했다. 만약 희승이 얘기해주지 않았더라면 그녀는 강성연이 임신한 사실을 몰랐을 것이다...한참 뒤에야 강성연은 무감각한 얼굴로 입을 열었다.“다들 나가 있어요. 잠깐 혼자 있고 싶어요.”희영은 잠깐 주저했고 송아영은 강성연을 위로했다.“그래. 우린 먼저 나가 있을게. 푹 쉬어.”강진도 고개를 끄덕였다.그들이 병실에서 나간 뒤 강성연은 침대 헤드에 기대어 비가 내리는 창밖을 바라봤다.그녀의 눈빛은 고인 물처럼 파문이라고는 전혀 없었다.반씨 저택.“뭐라고? 강성연 씨가 임신했다고?”희영의 전화를 받은 희승은 강성연이 임신했다는 사실을 알고는 깜짝 놀랐다.하필 이때 임신이라니.그러면 반 대표님은...그는 고개를 돌려 방 안을 쳐다봤다. 어떻게 해야 할지 갈피를 잡을 수 없었기에 일단은 반지훈이 깨어날 때까지 기다릴 생각이었다.반지훈의 할아버지가 다가왔다.“무슨 일이냐?”희승은 살짝 당황했다. 그는 이 사실을 어르신
지난 3일 동안 지훈은 단 한 통의 메시지나 전화도, 심지어 나타나지 않았다. 희영은 도시락을 테이블에 놓으며 대답했다. “의사가 지금 너무 쇠약한 상태래요. 태기도불안정하고… 몸 관리 잘하셔야 퇴원할 수 있어요” 성연은 말을 하지 않았다. 희영은 성연의 앞으로 다가가 그녀를 침대로 데리고 가 앉혔다. "언니, 어서 뭐라도 좀 드세요. 식으면 맛없어요" 그녀는 요 며칠 입맛이 없어서 뭐를 먹기만 하면 토해냈다. 그녀의 아버지는 그런 그녀를 보고 마음이 아파 그녀에게 영양식을 만들어주었다. 안에는 기본적인 좁쌀죽이 들어있었다. 입맛이 없더라도 아이를 위해서라면 그녀는 억지로라도 먹어치울 수 있었다. 그녀는 고개를 들어 희영을 바라보았다. "요 며칠 동안 고마웠어요. 간호도 해주고 아빠 음식 배달도 해주고" “에이, 별일 아니에요. 저한테 고마워하실 필요 없어요” 희영은 사소한 일에 생색내지 않았다, 성연은 담담하게 웃으며 말했다. "앞으로 상사라 생각하지 말고 언니처럼 대해줘요" 희영은 그녀를 상사로 대하는 게 습관이 되었는데 언니라고 생각하라 하니 약간 어색했다. 이리저리 생각하며 고민하더니 말했다. “그럼 앞으로 친 언니라고 생각할게요” 성연은 웃었다. “희영 씨 편하실 대로 해요” 정오가 되고 희영이 돌아간 후, 그녀는 혼자 아래층 정원에서 멍하니 앉아 따뜻한 햇볕을 쬐었다. 정원에 있던 사람들 대다수는 모두 입원 중인 노인들로 그녀 같은 젊은이는 드물었다. 그림자 하나가 그녀에게 내리쬐는 햇빛을 가렸다. 그녀는 고개를 들었고, 약간 당황하였다. “구천광 씨?” 구천광은 웃었다. “얼굴이 많이 좋아진 것 같네요” 그녀는 멍하니 바라보다 입꼬리를 올려 웃었다, ”그렇죠, 병원에서 요양 중이니 안색도 많이 좋아지겠죠” 따스한 햇살 아래, 정원에 있는 젊은 두 남녀는 눈에 띄었다. 다른 사람의 시선에서 남자는 잘생기고 겸손하여 기품이 범상치 않았고, 여자는 우아하고 온화하였다. 그 둘은 잘 어울리는 한 쌍처럼 보였다. 같은 환자복을
할머니는 무척 기뻐하며 휴대폰을 꺼냈다. “그럴까? 나야 그러면 총각한테 고맙지” 구천광은 셀카 한 장을 찍어준 뒤 할머니에게 웃으며 작별 인사를 건넸고, 검은색 안경테를 꺼내 썼다. "하마터면 알아볼 뻔했네요" 성연은 웃었다. “천광 씨는 그렇게 유명하고 인기도 많으면서 이렇게 대놓고 병원에 오시고, 누가 알아볼까 봐 두렵지도 않은가 봐요” 어르신들이 젊은이들 만큼 연예계에 관심을 갖지 않아서 다행이지, 안 그랬으면 그도 숨길 수 없었을 것이다. 또 주목을 끌면 아마 위층 사람들 모두 내려와 그에게 싸인을 받으려 할 것이다. 구천광은 그저 웃었다. 그도 얼마 있지 않아 그녀와 함께 병실로 돌아갔다. 그는 그제야 말했다. "전 이만 들어가보겠습니다. 푹 쉬세요" “네” 성연이 고개를 끄덕였다.구천광은 밖으로 나가며 문득 어떤 생각이 떠올라 말했다. "무슨 일이 있으면 송아영에게 전화하세요." 그 말인즉슨, 그녀에게 무슨 일이 생기면 송아영에게 말하고, 송아영은 그에게 전달할 것이라는 것이다. 그녀는 고개를 끄덕이며 예의상 승낙했다. 비록 구천광은 자신을 돕기를 원하지만, 성연은 정말 일이 생긴다 해도 다른 사람을 귀찮게 하고 싶지 않았다. 우선 구천광은 연예계의 인기인이고, 그녀는 구천광에게 또 다른 스캔들이 생기게 할 수 없었다. 구천광이 떠난 지 얼마 되지 않아 희승이 나타났다. 희승을 보자 성연의 얼굴은 약간 어두워졌다. 그녀는 희승이 가져온 그 서류가 무엇인지 알고 있었다. "이혼합의서에 서명하라는 거예요?" 희승은 잠시 멈칫 했다가 고개를 끄덕이며 이혼 합의서를 탁자 위에 올려놓았다. "성연 씨, 서명해 주세요. 서명해 주시는 게 성연 씨와 대표님 모두에게 좋습니다" 그는 사실 성연이 지훈을 매우 깊이 사랑한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지훈은 어찌 아니겠나, 하지만 그 일을 성연이 알게 된다면 그녀는 더더욱 떠나지 않을 것이다. 지훈은 단지 그녀를 고통스럽게 하고 싶지 않을 뿐이었다. 지훈은 비록 시간이 몇 년 밖에 없어도,
성연은 당황하였다. 마스크로 얼굴을 반쯤 가렸지만 눈빛이 차갑고 악의적이어서 그녀가 누군지 금방 알 수 있었다. 서영유! 그녀는 s국에 있지 않나? 그녀가 돌아왔다! “성연아?” 차 안, 강진은 성연이 차에 오르지 않고 계속 다른 곳을 응시하는 걸 보고 불렀다. 성연은 차 안에 있는 사람들을 보고 말했다. “제가 방금 본거 같아요…” 하지만 그녀가 다시 고개를 돌려 보았을 때, 그녀의 모습은 사라져 있었다. 강진은 다시 뒤를 돌아보았지만, 뒤에는 아무도 없었다. "누구 봤어?" 성연은 입을 벙긋거리다가 그저 “아니에요” 4글자만 뱉어냈다. 그녀가 잘못 본 거겠지? 서영유는 s국에 있고, 그녀가 한 일을 지훈이 다 알고 있는데, 그녀가 감히 돌아올 수 있겠는가? 아마 그럴 것 같지 않다. 성연이 차에 오르자 희영은 그제서야 차에 시동을 걸고 천천히 떠났다 그러나 차 안에서 성연은 왠지 모를 불안감이 밀려왔다. 마치 무슨 일이 생길 것만 같았다. 그녀는 납작한 배에 손을 얹었고, 시선은 그녀가 아직 끼고 있는 백옥 반지로 떨어졌다.그녀는 아직 이 반지를 빼지 못했다. 그녀는 차가운 백옥 반지를 엄지손가락에서 빼어냈고, 창밖에서 들어온 빛은 투명한 백옥 반지 위에 내리쬐었다. 그녀는 반지를 보며 잠시 생각에 잠겼다. 큰 소리가 귓가에 빙빙 맴돌았다. 땅과 하늘이 뒤집힐 때, 온몸에 뼈가 부스러지는 듯한 아픔이 번져 왔다. 그녀는 귀에서 윙윙 소리가 들렸고 아랫배에서 쥐어짜는 듯한 통증이 느껴졌다. 뭔가 흘러나오는 것 같았지만, 그녀는 움직일 수 없었다. "아빠…아빠…" 성연은 희미한 목소리로 입을 열었지만, 그녀가 천천히 눈을 떴을 때 강진은 약간의 움직임 없이 머리에서 피를 흘리고 있는 것을 보았다. 성연의 호흡은 희미해졌다. 그때 차 밖에서 발자국 소리가 들렸고 누군가가 차 문을 열고 그녀를 뒤집힌 차 안에서 끌고 나갔다. “안돼...” 성연은 고통을 참으며 아버지를 향해 손을 내밀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