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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67화

시간이 많지 않았다.

차 문이 쾅 닫힌 뒤 검은색 차는 점차 멀어져 어둠 속으로 사라졌다.

강성연은 그 자리에 서서 그 모습을 지켜보았다. 고개를 숙이자 시야가 흐릿했고 뜨거운 눈물이 활짝 핀 꽃처럼 그녀의 신발 위로 툭 떨어졌다.

송아영은 강성연의 앞으로 달려가 그녀의 어깨를 잡았다.

“성연아, 왜 포기하지 않는 거야? 저렇게까지 하는데...”

“다른 사람은 몰라.”

강성연은 덤덤한 어조로 그녀의 말허리를 잘랐다. 등불 때문에 강성연의 그림자가 길게 늘어지면서 그녀의 쓸쓸한 뒷모습이 드리워졌다. 강성연은 한참 뒤에야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나 강씨 저택에 데려다줘.”

강성연은 끝내 머리를 들지 못했다.

구천광은 그녀를 한참 동안 바라보다가 말했다.

“제가 차 가져올게요.”

돌아가는 길 내내 강성연은 말 한마디 하지 않았다.

강씨 저택으로 돌아온 강성연은 휴대폰을 건네받은 뒤 구천광에게 감사 인사를 하고는 고개 한 번 돌리지 않고 차에서 내렸다.

구천광은 그녀의 뒷모습을 줄곧 바라보고 있었다. 그녀가 안으로 들어간 뒤 구천광은 미간을 구기며 사색에 잠겼다. 잠시 뒤 그는 휴대폰을 들고 누군가에게 메시지를 보냈다.

같은 시각, 반씨 저택.

반지훈은 집에 들어서자마자 왈칵 피를 토했다. 그는 계단 난간에 기대어 몇 번 기침했다. 계단 팔걸이를 얼마나 힘주어 잡고 있는지 손등에 핏줄이 뚜렷하게 나타났다.

성연아, 미안해.

반시훈의 눈시울이 붉어졌다. 무너져 내릴 듯한 감정에 그는 또다시 격렬히 기침했다.

등을 켜고 아래층으로 내려온 김 집사는 깜짝 놀랐다.

희승은 개인 의사를 데리고 다급히 반씨 저택으로 향했다. 의사가 방 안으로 들어갔고 희승과 김 집사는 문 앞에 서 있었다.

“대표님께서 외출하셨어?”

희승은 반지훈의 상태를 보고 저도 모르게 미간을 구겼다. 반지훈이 바이러스에 감염되었다는 사실을 아직 외부에 들킬 수 없었다. 사람들이 패닉에 빠질 수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개인 의사는 반지훈이 잠복기가 지난 상태라 며칠간 계속 미열이 있을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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