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성연은 웃었다.“조금 전 당신한테 물었을 때 동공이 커지더군요. 당신이 그 문제를 신경 쓰고 있다는 뜻이죠. 그리고 아니라고 대답할 때 당신은 주저했어요.”“아니라고!”남자는 갑자기 흥분하면서 전력을 다해 그녀를 덮치려 했고 옆에 있던 검은 옷을 입은 남자들이 그를 제압했다.강성연은 순간 깜짝 놀랐지만 이내 평정심을 되찾았다. 그녀는 서서히 자리에서 일어나 무표정한 얼굴로 그를 보았다.“당신이 어떤 상황인지는 알 수 없지만 그들이 진짜 안전할 거라고 장담할 수 있어요? 현지 씨 부모님이 어떤 일을 겪었는지 당신도 봤겠죠. 당신들이 직접 한 짓이니까 아주 잘 알 거예요.”남자는 바닥에 엎드린 채로 꼼짝하지 않았다. 기진맥진한 건지, 아니면 저항을 포기한 건지 그저 텅 빈 눈으로 다른 곳을 바라봤다.반지훈은 강성연의 곁에 서서 그녀의 어깨를 안았다. 그는 고개를 돌려 희승에게 말했다.“잘 감시하고 있어. 고민을 끝낸 것 같으면 그때 다시 물어봐.”희승은 고개를 끄덕였다.반지훈은 강성연을 데리고 룸에서 나간 뒤 그녀를 안아 들고 차로 향했다.강성연을 차에 앉힌 뒤 반지훈은 손으로 좌석을 짚더니 그녀의 턱을 자기 쪽으로 끌어당겼다. 그는 입꼬리를 끌어올리며 말했다.“성연아, 암시도 할 줄 알아?”강성연은 눈썹을 치켜올렸다.“할 줄 알면 안 돼요?”반지훈이 뜨거운 눈빛으로 자신을 바라보자 강성연은 시선을 피하며 대답했다.“시언이가 심리학책을 좋아해요. 심심할 때 가끔 봤는데... 읍!”입술에서 문득 온기가 느껴졌다.한참 뒤에야 강성연은 호흡할 틈을 찾을 수 있었다.반지훈은 그녀의 입술을 문지르며 작게 웃었다.“우리 성연이는 정말 똑똑해. 내가 정말 보물을 주웠네.”강성연은 정말 보물 같은 사람이었다.강성연은 그를 살짝 밀어내고 안전띠를 착용했다.“난 그냥 떠본 건데 본인이 티를 내잖아요.”반지훈은 웃었다.“할아버지는 너한테 반씨 집안 안주인의 기개가 없다고 하던데, 이제 보니 할아버지가 사람을 잘못 봤네.”강성연은 불만
무언가를 의식한 서영유는 돌연 표정을 바꾸며 말했다.“강성연 씨, 증거도 없으면서 날 모함할 생각은 하지 말아요!”“모함한 적 없는데요.”강성연은 미소 가득한 얼굴로 눈을 깜빡였다.“내가 언제 모함했나요? 그 사람이 그냥 서영유 씨를 안다고 해서 물어본 것뿐인데요.”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가려던 강성연은 무언가 떠올린 듯 말했다.“참, 그 남자 얼굴에 여드름 흉터가 많던데, 혹시 기억해요?”“말도 안 돼...”서영유는 갑자기 말문이 막혔다. 그녀는 어깨를 움찔 떨었고 안색이 창백해졌다.강성연이 문을 열고 사무실 안으로 들어가려 하자 서영유가 그녀를 다급히 붙잡았다.“똑바로 말해요...”사무실 안에 앉아있는 반지훈이 보이자 서영유는 갑자기 불길한 예감이 들었다.“지훈아, 난...”“정말 네 사람인가 보네.”그의 무덤덤한 말에 서영유의 안색이 종잇장처럼 창백하게 질렸다. 그녀는 이내 깨달았다. 이 모든 건 그녀를 위해 파놓은 함정이었다!현지 아버지가 죽지 않았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 그녀는 이미 함정에 빠졌다. 빌어먹을, 절대 당하고만 있을 수는 없었다.그녀는 핸드폰을 들고 있던 손으로 전화를 걸었다.“지훈아, 나랑은 정말 상관없는 일이야.”서영유는 다급히 다가가 설명했다.“내가 강성연 씨에게 왜 밉보였는지, 왜 이런 취급을 받는 건지 나도 모르겠어. 지훈아, 내가 장담해. 난 진짜...”“그런 짓을 한 적이 없다고?”차가운 눈빛을 한 반지훈이 그녀의 말허리를 잘랐다. 서영유는 순간 말문이 막혔고 사무실 분위기도 암울해졌다. 서영유는 초조해졌다.그녀는 주먹을 꽉 쥔 채로 눈물을 머금고 입술을 짓씹었다.“지훈아, 나한테 왜 이러는 거야?”반지훈은 나른하게 의자에 몸을 기대고 있었다. 옅은 갈색을 띤 그의 눈동자는 깊이를 알 수 없었다.“내가 말했잖아. 네가 한 짓인데 네가 모른다고?”서영유는 당황했다. 눈가에 맺힌 채 눈물은 줄곧 떨어지지 않았다.반지훈은 냉담한 어조로 말했다.“강미현이 실토했어. 걔가 말한 한 선생
“서영유, 넌 내 선을 알겠지. 넌 이미 그 선을 넘었어. 그런데 나더러 널 믿으라고? 무슨 낯짝으로 그런 말을 하는 거지?”그 말에 서영유는 아연했다.반지훈은 그녀에게 변명할 기회를 전혀 주지 않았다.“나랑 성연이를 이간질하려는 건 둘째 치고 감히 할아버지까지 건드려? 네가 할아버지한테 무슨 얘기를 했는지 내가 하나하나 읊어줄 필요는 없겠지.”서영유는 안색이 창백해졌다.그녀는 어쩐지 우스웠다.반지훈은 사실 모든 걸 알고 있었다.그녀는 주먹을 움켜쥐며 말했다.“그러면 왜 할아버지한테 날 폭로하지 않았어?”반지훈은 냉소를 흘렸다.“할아버지는 널 믿잖아. 그리고 난 네 목적도 알고 싶었거든.”서영유는 무력함을 느꼈다.강성연은 고개를 돌려 그녀를 보았다.“현지 씨 일도 당신이 꾸민 짓이죠?”서영유는 강성연을 죽어라 노려보며 말했다.“현지 일이 나랑 무슨 상관이죠?”강성연은 무덤덤한 얼굴로 대꾸했다.“훈련 캠프에서 현지 씨랑 나랑 사이가 어땠는지 잘 알고 있잖아요? 내가 죽는다면 현지 씨 혐의가 가장 크겠죠. 단지 사이가 나쁘다는 이유로 사람들은 전부 현지 씨를 의심하겠죠. 하지만 현지 씨에게 그녀가 한 짓을 인정하게 만드는 건 나한테 쉬운 일이었어요. 뱀을 풀어놓은 일로 그녀는 며칠 동안 갇혀 있었죠. 그때 아무리 심문해도 인정하지 않았는데 갑자기 아무 이유 없이 자살했다더군요.”서영유는 이를 악물었다.“그걸 내가 어떻게 알아요?”“훈련 캠프에 익숙한 사람이라면 훈련 캠프 사람을 제외하고 훈련 캠프에서 지냈었던 사람도 있죠.”강성연은 서영유를 힐끗 보며 말했다.“발각되지 않고 쉽게 훈련 캠프에 들어가려면 훈련 캠프 환경에 아주 익숙해야죠. 그렇지 않으면 그렇게 쉽게 도망칠 수 없죠.”서영유의 눈동자에 악랄함이 스쳐 지나갔다.강성연은 여전히 그녀의 안색을 살펴보고 있었다.“잘 생각해 보면 알 수 있는 일이에요. 내가 죽길 원하는 사람은 내가 걸림돌이 됐을 테니까요. 현지 씨는 강한 자에게는 약하고 약한 자에게는 강한 사람이
강성연은 입술을 깨물었다.그녀와 반지훈이 일부러 소식을 퍼뜨려 서영유가 알게 했을 때부터 그들은 그 모든 일들이 서영유와 관련이 있다고 짐작하고 있었다.사진 위 남자의 용모로 서영유를 속였을 때, 서영유는 분명 당황했다. 자신이 보낸 사람이 강성연이 말한 사람이 아니기에 서영유는 부인했다. 그리고 그 사람이 잡혔는지 확신할 수도 없었다.어르신이 이때 나타난 건 분명 서영유 짓이었다.어르신은 미간을 구겼다.“별거 아닌 일로 왜 이러는 거야?”그는 서영유의 말을 믿었다.반지훈은 어두운 눈빛으로 코웃음을 쳤다.“사람을 죽였는데 별일 아니라고요.”질문이 아니었다.어르신은 표정이 살짝 달라져 서영유를 보았다.서영유는 극구 부인하며 해명했다.“할아버지, 전 그러지 않았어요. 전 계속 할아버지 곁에 있었잖아요. 제가 어떤 사람인지는 할아버지도 잘 아시잖아요!”그런 말도 안 되는 짓을 할 리가 없다는 뜻이었다.어르신은 잠깐 망설였다. 하지만 서영유는 몇 년 동안 그의 곁에 있으면서 과격한 일을 한 적이 없었고 의심스러운 적도 없었다. 그는 그저 반지훈이 그녀를 싫어한다고 생각해 한걸음 물러섰다.“영유가 네 옆에 있는 게 싫다면 희승이를 다시 불러들이거라.”서영유는 고개를 숙이며 시선을 내리뜨렸다.그녀의 눈동자에 악랄함이 스쳐 지나갔다. 반지훈의 곁에 있는 건 더는 중요치 않았다.그들은 그녀를 이미 의심하고 있었고 심지어 함정까지 파두었다.그나마 다행인 건 할아버지가 그녀를 믿는다는 것이다.이미 사실이 수면 위로 드러났으니 더는 여기에 있을 수 없었다.반지훈은 이런 결과를 예상했다는 듯이 아무런 표정도 없었다. 그는 흐려진 안색으로 아무 말 하지 않았다.어르신은 서영유를 밖으로 내보냈고 곧이어 엄숙한 표정으로 말했다.“영유가 어떤 짓을 했든 우리 반씨 집안에서 자란 아이야. 걔가 아무리 싫어도 걔네 집안을 봐서 그러면 안 되지.”반지훈은 안색 하나 바꾸지 않고 대답했다.“할아버지는 서씨 집안에 은혜를 입었겠지만 저랑 서영유 집안은
“네 판단은 옳아.”반지훈이 덤덤히 대꾸했다.“우리 조사가 완벽하지 않아서 그래. 그가 보호하려는 사람도 어쩌면 이 일에 참여했을 수 있어.”말을 마치자마자 희승은 무언가를 떠올렸다.“참, 계좌를 확인해보니까 몇 달에 한 번씩 생활비가 입금되더라고요.”반지훈은 미간을 구겼다.“가서 조사해 봐.”병원에서 떠난 뒤 강성연은 반지훈의 차를 타고 위너 주얼리에 도착했다.차는 위너 주얼리 앞에 멈췄다. 그녀가 차에서 내리려 하자 반지훈이 그녀의 손목을 붙잡으며 그녀를 물끄러미 바라보았다.“정말 옮기려고?”몇 초 동안 말없이 그와 시선을 마주하던 강성연은 눈을 깜빡이며 말했다.“그럼요. 앞으로 계속 왔다 갔다 해야 해요.”강성연은 웃음을 터뜨렸다.“너무 바쁘면 힘들어요.”확실히 일 때문에 필요했다. 반지훈은 그제야 그녀를 놓아주었다.“그래. 저녁에 데리러 올게.”“알았어요.”강성연은 차에서 내렸다.사무실에 들어서자 송아영이 책상 앞에 앉아 컵라면을 먹으면서 그녀를 기다리고 있는 게 보였다. 사무실 안은 라면 냄새가 진동했고 송아영은 아주 즐겁게 라면을 먹고 있었다.강성연이 나타나자 송아영은 일부러 화를 내며 말했다.“강성연, 너무한 거 아니야? 이사를 했으면 나한테 얘기해야지. 나 택시 타고 TG에 가서 너 찾았잖아.”강성연은 옆에 짐가방을 놓고 있는 그녀의 모습에 입가가 파르르 떨렸다.“이건 무슨...”송아영은 어쩔 수 없다는 듯이 웃어 보였다.“집에 갔다가 아빠랑 싸우고 쫓겨났어. 카드는 몰수당했고 현금도 얼마 없어. 이렇게 더운 날에 갈 곳도 없어서 여기 와서 에어컨이라도 쐬려고...”“아니, 송아영. 예전에 내가 집 한 채 내줬잖아?”강성연은 팔짱을 두르며 그녀의 말허리를 잘랐다.송아영은 잠시 주저하다가 말했다.“그... 수도세랑 전기세 낼 돈이 없어. 거기 물도 전기도 안 들어와.”강성연은 소파에 앉으며 말했다.“말해 봐. 이번엔 또 무슨 이유로 쫓겨났어?”송아영은 라면 국물을 전부 들이마시고는 뜨거운 건지
강성연은 손을 저었다.“됐어. 내가 수도세랑 전기세 낼게. 그리고 너도 일자리 찾아야지. 집에서도 쫓겨났는데 노숙자가 되고 싶은 건 아니지?”따끔한 충고였지만 송아영은 얼굴을 받쳐 들며 씩 웃었다.“너한테 빌붙어 사는 것 같아 조금 미안하긴 하네. 그래도 우리 성연이는 진짜 날 사랑하는구나. 걱정하지 마. 일자리 알아볼 거니까!”반씨 저택.“할아버지, 절 믿어주세요. 전 정말 아무 짓도 하지 않았어요.”반지훈의 할아버지 뒤에 서 있는 서영유는 약한 모습을 보이며 피해자인 척 굴었다.어르신은 몸을 돌려 그녀를 보며 말했다.“영유야, 정말 너랑 상관없는 일이라면 난 널 믿을 거야. 대신 뭐 하나만 묻자. 솔직히 대답해야 해.”서영유는 입술을 깨물며 고개를 끄덕였다.반지훈의 할아버지가 물었다.“두 아이가 사고를 당할 뻔했던 일은 네가 그런 거냐?”다른 일은 관여치 않을 수 있다. 하지만 증손주들의 목숨이 달린 일은 절대 그냥 넘어갈 수 없었다. 그는 반드시 이 일을 확실히 할 셈이었다.서영유는 주먹을 꽉 움켜쥐며 고개를 저었다.“아니요. 그건 강성연의 언니 강미현이 한 짓이에요. 두 자매는 줄곧 사이가 나빴잖아요. 강미현이 그런 사람인 줄 알았더라면 그녀를 불쌍히 여겨서 구해주지 않았을 거예요.”그녀는 안쓰러운 표정을 지으며 잘못을 뉘우쳤다. 하지만 그녀를 향한 어르신의 절대적인 믿음이 흔들리기 시작했다.“기억하거라. 널 지켜줄 수는 있다. 하지만 두 아이가 사고를 당할 뻔했던 일이 너와 관련이 있다는 게 밝혀진다면 절대 용서하지 않을 거다.”서재에서 나온 서영유는 그제야 긴장이 조금 풀렸다. 그녀의 눈빛은 싸늘했다.어르신의 의심을 다른 이에게로 옮겨야 할 것 같았다.반지훈, 미안해...밤이 깊어지고 빗줄기는 더욱더 거세졌다.검은 차 한 대가 천천히 빗속을 달리고 있었고 뒷좌석에 앉은 반지훈은 눈빛이 어두웠다. 까만 밤하늘처럼 속을 알 수 없는 눈빛이었다.운전하고 있던 희승은 백미러를 확인했다.“대표님, 계좌에 입금했던 사람
그의 몸은 비에 젖어 차가운 기운이 맴돌았고, 옷에서는 은은한 구찌 향기를 풍겼다. 연초에서 나는 민트 냄새가 그녀의 코끝을 찔렀다. “걱정하게 했네” 성연은 그의 품을 살며시 밀쳤다. "다들 괜찮아요? 왜 병원에 왔어요?" 희승은 코끝을 만지작거리며 대답했다. "우리는 괜찮아요. 안 괜찮은 사람은 따로 있죠" 성연은 머리를 들어 지훈을 바라보았다. 지훈이 미간을 찌푸렸다. “지훈 씨!” 성연은 소리를 듣고 병원을 급히 찾은 큰 어르신과 서영유를 보았다. 특히 서영유는 지훈이 무사한 것을 보고 묘한 의아함을 느꼈지만 그 감정도 이내 잔물결처럼 사라졌다. 그녀는 부드러운 목소리로 말했다."지훈, 괜찮아? 할아버지께서 너가 사고가 날 뻔했다는 소식을 들으시고 급히 오셨어" 지훈은 그녀에게 눈길도 주지 않고 큰 어르신을 바라보았다. “난 괜찮아” 큰 어르신은 원래 불안한 마음으로 왔으나 지훈이 무사히 있는 것을 보고 많이 마음이 놓였다. 콧방귀를 뀌며 말했다. "도대체 무슨 일이냐?" 희승이 대답했다. "큰 어르신, 저와 대표님이 돌아가는 길에 두 대의 차가 쫓아왔습니다. 그 차가 저희를 덮치려했고, 그들을 따돌리려 할 때 사고가 날 뻔했지만, 그들이 먼저 사고를 다할줄은 몰랐습니다. 이후 저와 대표님이 사람들을 병원으로 데려왔습니다" 서영유는 너무 놀란 나머지 손끝이 하얗게 질렸다. 큰 어르신은 황당해하며 물었다. "아무 짓도 안 했는데 추적을 당하다니, 누가 한 짓인지 알아낸 것이냐?"희승은 한숨을 쉬었다. "아직 의식이 없습니다. 저와 대표님이 병원에 있을 생각인데 깨어나면 다시 물어보겠습니다" 성연은 눈을 가늘게 떴다. 도대체 누가 반지훈을 건드렸을까? 손바닥에서 온기가 느껴지자 그녀는 고개를 갸웃거렸다. 지훈이 그녀의 손을 움켜쥔 것이었다. 지훈이 움켜쥔 그녀의 손끝은 부드러운 손바닥 속에서 무언가를 손짓했다. 그녀는 잠시 진정제를 먹은 것 같았다. 그때 의사가 다가왔다. "대표님, 환자가 깨어났습니다" "알겠습니다" 지훈
그는 허약한 모습으로 대답했다. “나는 당신을 모함하지 않았어. 분명 당신이 명령한거야” "말도 안 되는 소리! 난 그런 적 없어!" 서영유의 과도하게 흥분하고 격분한 모습에 큰 어르신은 미간을 찌푸렸다. 과연 표정에서 깊이 자리 잡은 의심이 조금씩 나타나고 있었다. 서영유는 노인의 팔을 잡고 말했다. "할아버지, 저는 누명을 쓴 거예요. 제가 얼마나 지훈이를 좋아하는데, 제가 어떻게 지훈이를 해치는 일을 할 수 있겠어요!" 지훈의 말은 싸늘했다. “네가 아니면 누구인데?” 그녀는 가슴을 움켜쥐고 눈시울을 붉히며 해명했다. "지훈아, 내가 너 좋아하는 거 알잖아, 내가 다른 사람을 죽이는 일이 있다 해도 너는 해칠 수 없어, 너를 해치려고 했다면 틀림없이 연가의 사람일 거야!" 그녀는 침대 곁으로 달려들어 다그쳤다. "도대체 너희들은 누구야, 왜 나를 모함해!" 희승이 급히 그녀를 떼어놓았다. 서영유는 지금 매우 불안한 상태라 과도하게 흥분하였으나, 여전히 자신이 누명을 쓰고 있다는 주장을 하고 있었다. 성연의 눈빛은 싸늘해졌다. 방금 지훈이 그녀의 손에 쓴 '계획'이라는 두 글자가 아니었다면 이 일이 연가와 관련이 있다고 믿을 뻔했다. 지훈은 얼굴에 담담한 미소를 지었다. "그래? 연씨 집안 식구들이 그런 거였구나" "지훈아, 나를 믿어. 이것은 틀림없이 연가의 계략이야….""연가의 사람이 한 일이라면 왜 그가 너를 지목했을까?" 지훈의 표정은 아무런 온기도 없이 싸늘했다. "연가 사람과 아는 사이야?" 서영유의 약간 열린 입술은 순간적으로 떨려왔다. "아니, 난 몰라" 그녀는 황급히 고개를 가로저었지만, 여전히 포기하지 않았다. “나도 그들이 왜 나를 모함하려고 하는지 모르겠어…” “그만해라!” 큰 어르신은 엄한 목소리로 말을 끊었다. 안색이 어두웠다. "정말 연가의 사람이었다면 지금 침대에 누워 있어야 할 사람은 바로 지훈이다. 내가 비록 늙었지만 그렇게 멍청하지 않다. 서영유, 더 이상 나를 속이지 않는 것이 좋을 게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