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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642화

"급할 것 없어. 금강산도 식후경이라고 하잖아."

한태군은 메뉴판을 직원에게 건네주며 말했다. 그러자 강유이는 잠깐 고민하다가 조심스럽게 물었다.

"너 리사한테 따로 지낼 곳을 마련해 줬다고 하지 않았어?"

"그건 그냥 핑곗거리지."

한태군은 덤덤하게 대답하며 주스를 강유이의 앞으로 건네줬다. 강유이가 멈칫하는 걸 보고서는 미소를 지으며 이어서 말했다.

"한씨 집안을 떠나게 할 핑곗거리 말이야."

한태군이 리사에게 지낼 곳을 마련해주지 않았다는 것을 알고 나자, 강유이는 왠지 모르게 시름이 놓였다. 한태군이 리사에게 너무 잘해줘도 마음이 불편할 것 같았기 때문이다. 두 사람이 차라리 영원히 만나지 말았으면 하는 마음도 있었다.

이때 강유이는 또 무언가 생각난 듯 물었다.

"리사가 암시장에 가게 된 일 말이야, 너랑은 상관없지?"

한태군은 흠칫 동작을 멈추더니 머리를 들어 강유이의 맑은 눈동자를 바라봤다.

"... 나랑 상관없었으면 좋겠어?"

"비록 나도 리사를 미워하기는 하지만, 그래도 누군가가 일부러 해치려 하지는 않았으면 좋겠어."

"만약 리사가 먼저 너를 해치려고 했다면?"

강유이는 말문이 막힌 듯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한태군은 미소를 지으며 계속해서 말했다.

"지난번 리사가 네 술에 약을 탔어. 비록 네가 마시지는 않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용서할 수 있는 건 아니지."

"뭐?"

'리사가 내 술에 약을 탔다고...?'

한태군은 손을 뻗어 강유이의 볼을 꼬집었다.

"넌 아무것도 걱정할 필요 없어. 내가 너를 지켜 줄게."

한태군은 이미 자기 손을 더럽혀서라도 강유이를 지켜줘야겠다고 다짐했다.

이때 한재욱이 보낸 문자 메시지가 한태군의 휴대폰을 울렸다.

"나 작은아버지랑 전화하고 올게. 여기서 기다려."

한태군은 휴대폰을 들고 레스토랑 밖으로 나갔다.

강유이는 말없이 한태군의 뒷모습을 바라봤다. 사실 그가 직접적으로 대답하지 않아도 알고 있다. 리사가 암사장에 가게 된 일이 한태군과 연관되어 있다는 것을...

한태군은 복도로 나가서 전화를 받았다. 한재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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