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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518화

반지훈이 피식 웃었다.

“강제로 여훈이를 장가보낸 게 그런 이유였다니. 그거 여훈이한테 너무 가혹한 거 아니에요.”

진철이 반지훈을 지그시 바라보며 태연하게 답했다.

“두 사람이 이혼하겠다고 하면 나도 반대하지 않을 거다. 사실 난 정원이를 내 양손녀로 더 들이고 싶었어.”

아래층으로 내려오던 진여훈이 때마침 그 말을 듣게 되었다.

진철은 농담이 아니었다. 그 역시 예전에 정략결혼의 길을 걸어왔었다.

사랑하지 않는 여자와 강제로 결혼할 수밖에 없는 고통을 그는 잘 알고 있었다.

책임감은 누가 강요한다고 생기는 게 아니었다. 아무리 그가 압박 속에서 아내와 서로 존경하며 살아가기로 타협했다고 해도 연에 대한 감정을 지울 수가 없었다.

연은 그가 그녀를 가장 사랑했던 시기에 죽어버렸다.

그녀가 살아있는 사람이었다면 시간이 흐를수록 잊었을 수도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이미 죽어버린 사람은 아무리 시간이 흘러도 미련이 계속 남았다.

당시 진철은 Y 국을 떠나면서 그 만남이 마지막이 될 거라고는 상상도 못 했었다.

사람 마음은 변할 수 있다. 하지만 마음에 응어리째 남아버린 그 미련은 어떡해도 지워지지 않았다.

진철이 천천히 차를 한 모금 들이켰다.

“때가 되면 하 회장과 아이들 이혼에 관한 얘기를 나눌 생각이야. 다만 이 일로 정원이의 평판이 더 나빠질까 걱정이구나. 난 다른 사람들이 그 아이한테 문제가 있어서 이혼했다고 생각하게 하고 싶지 않아.”

“그렇기 때문에 정원 씨를 진 씨 가문의 양손녀로 들이겠다고 하셨던 거였네요.”

강성연은 진철의 마음을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았다.

확실히 하정원은 군오에서 소문이 좋지 않았다. 또한 각종 스캔들까지 있어서 만약 이 시기에 이혼까지 하면 외부 사람들이 그녀의 품행이 좋지 않아 진 씨 가문에서 쫓겨났다고 생각할 게 분명했다.

그런데 만약 진 씨 가문에서 그녀를 양손녀로 받아들이면 의미가 달라진다.

반지훈이 진여훈을 발견하고 피식 웃었다.

“그럼, 우리 동생 의견을 한번 들어보죠.”

진철과 강성연은 그제야 진여훈을 발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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