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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68화

윤설 앞에서, 자신은 먼지 같은 존재란 말인가?

자신이 사랑하는 남자가 다른 여자를 사랑한다는 사실을 인정하는 건 감옥에 구속되는 것보다 더 괴롭고 슬픈 일이다.

“유희 씨!”

원유희가 차에 오르려고 할 때, 어디선가 그녀의 이름을 부르는 소리가 들렸다.

그녀는 멈칫하며 얼굴을 돌려 소리 나는 쪽을 쳐다보았다. 먼 곳에 차 한 대가 정차되어 있었다. 차 옆에 우아하고 점잖았게 생긴, 안경 쓴 남자가 초조한 표정으로 자기 쪽을 쳐다보고 있었다.

원유희의 기억 속에 없는 사람이었다. 하지만 그 남자의 눈빛을 보니 자신의 기억을 의심하게 했다.

표원식은 원유희 쪽으로 오려고 했지만, 경찰에 의해 저지되었다.

“유희 씨, 제성에서 가장 좋은 변호사를 선임할 테니까 걱정하지 마요!”

표원식은 그녀가 듣지 못할까 봐 고래고래 소리 질렀다. 그녀의 마음을 달래고 자신감을 심어주고 싶어서 인지도 모르겠다.

원유희가 수감된 이후, 그녀를 위해 나선 첫 번째 사람이다. 여러 번 쳐다보며 그 사람을 눈에 담아두었다.

마음 속의 의구심은 더욱 깊어졌다.

‘대체 누구지?’

머릿속에서 이런저런 생각을 하는 그에게 옆에 있던 형사가 이송차량에 타라고 재촉했다.

다시 한번 표원식을 보고는 차에 올랐다.

구치소로 가는 길에 그녀는 마치 의식을 잃은 사람 같았다. 그 어떤 미동도, 반응도 없었다.

정확히 말하자면, 세상에서 가장 큰 슬픔은 고독이라고 할 수도 있다. 희망도, 미련도 그 어떤 것도 없는…….

구치소에서는 그녀에게 독방에 수감되도록 하였다. 거실과 화장실이 따로 분리된 독방, 거기에는 미니 냉장고와 텔레비전 및 일상생활에 필요한 물건들이 나름 갖추어져 있었다.

처음 구치소 내부 모습을 본 원유희는 조금 의아했다. 입소하는 길에 교도관의 삼엄한 감시와는 달리 독방은 나름 인간적이었기 때문이다.

작은 창문이 하나 있긴 하지만, 키 높이보다 높게 있어서 의자를 놓지 않고는 밖을 내다보기도 쉽지 않아 보였다.

원유희는 가슴속에서 휘몰아치는 갑갑함과 씁쓸함을 애써 참았다. 하지만 절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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