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저씨에 관한 일은 육씨 가문에서도 쉬쉬하고 있더라고. 시간이 촉박하여 그저 육성현에 관한 소문만 알아내고 아저씨에 관한 건 알아낸 게 없어. 상세한 걸 알려면 더 조사해 봐야 해.”김신걸의 말에 원휴희는 사진을 빤히 쳐다봤다.“이 두 분이 내 친할머니와 친할아버지셔?”“응.”“아버지와 육성현이라는 사람 나이를 보면 이때 이미 태어났을 텐데 왜 그 사람은 사진에 없어?”“아저씨의 아버지한테 아내가 두 명 있어.”원유희는 그 말에 경악을 금치 못했다.그러니까 그녀의 아버지와 육성현도 그녀와 윤설처럼 배다른 형제라는 뜻이었다.하지만 현재 확실한 건 육성현이 그녀의 친삼촌이 맞다는 사실이었다.“다른 일 더 없으면 나 이제 가 봐도 되지?”“여기까지 왔으면서 나갈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해?”김신걸은 어둡고도 위험한 눈빛으로 원유희를 바라봤다.하지만 그런 눈빛에도 원유희는 겁을 먹기는커녕 오히려 그를 도발했다.“난 안 가도 된다지만 신걸 씨는 안 가면 안 되지 않나? 윤설이 어전원에서 기다릴 텐데. 아니면 나를 여기로 데려올 필요도 없었겠지. 이런 걸 집에 미인을 감춰둔다고 하던가?”김신걸은 음산한 눈빛으로 원유희를 빤히 쳐다봤지만 그녀의 말이 맞았는지 아무 대답도 하지 못했다.“얼른 돌아가. 애들 곁에 엄마도 없는데 아빠까지 없으면 안 되잖아…….”원유희는 말하면서 몸을 일으켜 세웠다. 하지만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김신걸이 그녀의 손목을 잡아 끌어온 덕에 그녀는 그대로 김신걸 다리 위에 털썩 주저앉게 되었다.“아! 지금…….”“애들은 걱정할 필요 없어. 그리고 내가 어디 있을지는 내 마음이야.”김신걸은 말하면서 원유희의 턱을 움켜쥐었다.원유희는 그와 얘기하고 싶지 않아 손을 뿌리치며 일어서려고 했지만 허리를 감싼 팔에 힘이 어찌나 들어갔는지 움직일 수 조차 없었다.“나 이럴 기분 아니야. 나 피곤하니까 자게 놔두든가 아니면 집으로 가게 해주든가 해.”김신걸은 그녀의 들어안은 채 욕실로 걸어갔다.“조금만 더 있으면 그럴 마음이
옷을 꺼내자마자 등 뒤에서 김신걸의 목소리가 들려왔다.“가지 마!”원유희는 그 소리에 짜증이 치밀어 올라 눈살을 찌푸렸지만 최대한 진정하려고 애를 썼다.“하기 싫다고 했잖아.”“건드리지 않을 테니까 자고 가.”차갑게 내뱉은 김신걸의 말에 원유희는 이해가 되지 않는 듯 그를 바라봤다.그런 그녀의 눈빛을 무시한 채 김신걸은 몸을 돌려 방을 나섰다. 하지만 땅바닥에 고인 물자룩을 본 순간 그의 표정은 이내 어두워졌다.“바닥 깨끗이 닦아!”“싫어. 닦으려면 직접 닦든가.”원유희는 잠옷을 소에 든 채로 버젓이 그의 곁을 지나쳐 욕실로 들어가더니 아예 문까지 걸어 잠갔다.그 순간 김신걸의 얼굴은 잿빛이 되었다.하지만 원유희가 샤워를 마치고 나왔을 때 바닥의 물기는 이미 깨끗하게 닦였다.‘김신걸이 직접 바닥을 닦았다고?’그 시각 김신걸은 잠옷 차림으로 거실 소파에 앉아 그녀를 차갑게 바라봤다.오피스텔 내에는 욕실만 3개가 있었는데 보아하니 그녀보다 먼저 샤워를 끝낸 모습이었다.당연히 방도 여러 개 있었지만 원유희가 혼자 방 하나를 차지하는 건 불가능한 일이었다.그녀가 침대에 기어 올라가는 자세로 한쪽 다리를 바닥에 붙이고 있는 그때 김신걸이 그녀의 등 뒤에서 그녀를 내리눌렀다.“아! 오늘 건드리지 않는다고 했잖아…….”“내가 건드리는 게 그렇게 싫어? 응?”김신걸은 말하면서 원유희의 귀를 짓씹었다.갑자기 전해지는 통증에 원유희는 저도 모르게 눈살을 찌푸렸다.“이거 놔…….”“알았어. 그냥 이대로 자자.”김신걸은 끝내 타협하더니 그녀를 품에 안은 채 얌전히 굴었다.그러자 원유희는 김신걸 옆 정해진 위치에 누워 움직이지 않았다. 심지어 저항도 하지 않았다. 왜냐하면 지금 아까보다는 충분히 괜찮아졌으니까.그러면서 윤설 일은 천천히 받아들이기로 결심했다…….그날 김신걸은 한밤중에 깨어나 욕실로 향하더니 찬물 샤워를 했다.그 때문에 원유희도 깨어났지만 이내 다시 잠들었다.그리고 아침이 되어서야 김신걸의 낯빛이 어제보다도 더 어둡다는
환한 미소를 지은 원유희의 모습이 어찌나 빛나는지 김신걸은 그녀의 얼굴에서 눈을 떼지 못했다.“아침 먹었어?”“아직 안 먹었어요. 엄마는요?”유담의 말에 원유희가 피식 웃었다.“엄마도 아직이야.”“마침 잘됐네요. 애들과 같이 드세요.”“자, 밥 먹으러 가자.”해림의 말에 김신걸이 유담을 품에 안았고 원유희는 아들 둘을 각각 한 손으로 잡은 채 식탁으로 향했다. 그제야 원유희는 집안에 윤설이 없다는 걸 발견했다.아마 김신걸의 말대로 어제저녁 간 모양이다.어전원의 아침상은 매우 풍성했다. 큰 식탁을 반쯤 메운 음식은 어찌나 많은지 마치 뷔페를 연상케 했다.하지만 원유희도 이곳에서 처음 식사를 하는 게 아니기에 이미 익숙했다.맛나게 음식을 먹는 세 아이를 보는 원유희의 눈은 만족으로 가득 차 있었다.그러던 그때.“엄마, 어젯밤 아빠랑 데이트한 거예요?”유담이 갑자기 눈을 동그랗게 뜨면서 궁금한 표정을 지었다.원유희는 아이의 말에 곧바로 변명거리를 찾아 부정하려고 했지만 김신걸이 한발 빠르게 대답했다.“맞아.”“데이트에서 뭐 했어요?”“뭐 했을 것 같아?”불쑥 끼어든 조한의 물음에 이번에는 대답 대신 반문을 던졌다.“음, 나 알아요! 엄마한테 맛있는 거랑 재밌는 거 사줬죠?”“그래.”유담의 말에 김신걸이 짤막하게 긍정하자 세 아이는 곧장 원유희에게 부러운 눈길을 보냈다.그 눈빛에 원유희는 포기한 듯 시선을 내리깔았다.‘그래, 마음대로 말해. 내가 막을 수 있는 것도 아니고.’“우린 어느 때 같이 갈 수 있어요? 우리도 맛있는 거 먹고 재밌는 거 놀고 싶은데.”“아빠, 엄마. 우리도 데려가면 안 돼요?”“당연히 되지!”상우와 유담의 말에 조한이 불쑥 끼어들었다.기대에 찬 세 아이의 표정에 원유희는 끝내 거절의 말을 목구멍으로 삼켜야 했다.‘우리 다섯 식구가 같이 다니자고?’한 번도 있은 적 없는 일이었다.유일하게 찾아왔었던 기회도 그녀가 핸드폰을 보지 못해 놓쳐버렸으니.‘그런데 김신걸이 동의할까?’원유흰가 한
그 시각, 주방 입구에 서 있는 메이드릐 눈빛이 반짝거렸다.그 여자가 바로 윤설이 포섭한 사람이었다.하지만 그녀가 받은 건 윤설의 번호가 아닌 장미선의 것이었다. 그것도 사실은 만일의 경우에 윤설에게 피해가 갈 것을 줄이기 위한 수단이었다.장민선은 소식을 듣기 바쁘게 곧바로 윤설에게 그 사실을 알렸고 그걸 들은 윤설은 잔뜩 일그러진 얼굴로 앞에 놓인 음식 그릇을 바닥에 던져버렸다.“원유희! 감히 내걸 빼앗아? 죽여버릴 거야!”“화내지 마. 그런 년 때문에 화내면 너만 손해야!”장미선의 말에 윤설은 의자에 털썩 주저앉았다.“어제 신걸 씨한테 전화했을 때 바쁘다고 해서 진짜 바쁜 줄 알았더니 원유희 그년한테 홀랑 넘어가 버린 거였네! 그때 원유희가 바로 옆에서 분명 나 비웃고 있었을 거야! 아!”윤설은 화를 주체하지 못하고 식탁 위에 놓인 컵과 수저를 모두 바닥에 쓸어내렸다.순간 쨍그랑 하는 소리가 온 집안에 울려 퍼졌다.“아닐 거야. 내연녀 주제에 걔가 무슨 낯짝으로 널 비웃어?”“세상에 낯짝 두꺼운 사람은 널리고 널렸어요. 원유희도 그중 하나일 거고!”장미선의 위로에 윤설은 눈에서 독을 내뿜었다.“나 절대 그년이 원하는 대로 해주지 않을 거예요! 그 다섯이 언제 나가는지 알아내서 날짜를 알려달라고 해요!”“그건 걱정하지 마. 내가 잘 일러둘 테니까.”마음 속으로 계획이 서자 윤설은 많이 평온해졌다.지난번에 절에가 향을 피우는 거로 그들을 방해했다면 이번에도 똑같이 그들을 방해할 생각이었다.원유희는 김신걸이 계획한 날이 언제 올지는 몰랐지만 오래 걸리지 않을 거라는 건 알 수 있었다.그렇다면 일을 지체하지 않기 위해 미리 해놓을 수밖에 없었다.하지만 점심시간이 되기도 전에 송욱한테서 전화가 걸려 왔다.액정에 뜬 이름을 본 순간 원유희는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설마 아버지가 깨어났나?’“유희 씨, 어머님더러 휴식하라고 하세요. 이러다가 쓰러지실 수도 있어요. 지금 제대로 휴식하지 않아 위태로워 보이는데 몸이 망가지면 안 되잖
엄혜정은 정신을 차리고 나서야 자기가 무사하다는 걸 알아차렸다.방금은 그저 너무 놀라 다리에 힘이 풀린 모양이었다.유정 대표가 아직 기다리고 있다는 생각에 그녀는 곧장 바닥에 널브러진 계약서를 하나하나 줍기 시작했다.그때.“괜찮아요?”낮은 목소리와 함께 손 하나가 그녀 앞에 쑥 나타나 계약서를 줍는 걸 도와줬다.“괜찮습니다.”몸에 아무런 이상도 없었기에 엄혜정은 상대한테 시비를 걸 생각이 추호도 없었다. 그녀의 대답을 듣고 나서야 남자는 방금 주운 계약서를 그녀에게 넘겨주었다. 그의 예쁜 손을 타고 올라가자 손목에 차 있는 값비싼 시계가 눈에 들어왔다. 엄혜정은 이내 눈길을 거두고 고개를 들며 인사했다.“감사합니…… 아!”하지만 남자와 마주친 순간 그녀는 깜짝 놀라며 바닥에 주저앉았고 그 때문에 겨우 주운 계약서가 또다시 바닥에 흩어졌다.엄혜정은 그걸 신경 쓸 겨를이 없이 혼비백산하여 눈앞의 남자를 바라봤다. 어찌나 놀랐는지 안색이 창백하게 질렸고 몸이 저도 모르게 부들부들 떨렸다.육성현은 그런 그녀를 보더니 의아한 듯 물었다.“왜 그러시죠?”“아니…… 그럴 리가 없어! 당…… 당신 죽었잖아…….”엄혜정은 말까지 더듬으면서 놀란 눈으로 남자를 바라보며 뒤로 움직였다.“저를 아세요?”육성현은 여자의 반응에 이상함을 느끼고 그녀에게 한 발 더 다가갔다.“오…… 오지 마! 오지 마!”엄혜정이 소스라치게 놀라며 소리치자 육성현은 걸음을 멈춘 채로 그녀를 바라봤다.“안 다가갈게요. 그런데 앞을 막고 있으면 다른 차량이 들어서지 못하는데 일어나는 게 어때요?”그의 말에도 엄혜정은 주위를 살피지 않고 오직 눈앞에 있는 남자를 빤히 쳐다봤다.‘너무 똑같아!’가까스로 희미해졌던 악몽 같은 기억이 다시 그녀를 덮쳐 일순 불안에 떨었다.그때 뒤에서 기다리고 있던 기사가 앞으로 다가왔다.“사장님, 저 여자는 제가 처리할 테니 차에 앉아계세요.”육성현은 엄혜정을 힐끗 보더니 눈살을 찌푸린 채 다시 말없이 차에 올라탔다.그가 떠나가자 기
“푸딩아, 배고파?”집에 오기 바쁘게 엄혜정은 강아지에게 사료를 줬다.바쁜 일과로 하루 두 끼밖에 챙겨주지 못하는 그녀는 푸딩이 얼마나 배가 고팠을지 누구보다도 잘 알았다.‘여보, 왜 나한테 그랬어? 내가 죽으니까 이젠 만족해?’‘혜정아, 나 좀 봐. 나 온몸이 피범벅이 됐어. 와서 피가 맞는지 만져봐.’‘엄혜정, 날 감옥에 처넣으니 만족해? 나 죽어서도 너 용서하지 않을 거야!’‘엄혜정!’“아아아아!”어느새 잠든 엄혜정은 땀에 흠뻑 젖은 채로 깨어나 두려움에 벌벌 떨었다.“내 잘못 아니야. 아니라고, 아니야…….”“왕!”겁에 질려 머리를 감싸고 있던 엄혜정은 푸딩의 소리에 정신을 차렸다. 멍하니 푸딩을 바라보던 그녀는 주위를 빙 둘러보고 나서야 이곳이 셋방이라는 걸 발견하고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그녀는 얼른 손을 뻗어 푸딩을 품에 안았다.“미안해. 놀랐지? 나 악몽 꿨어. 그 사람이 또 내 꿈에 찾아왔어. 한동안은 이런 꿈 꾸지 않았었는데…….”김하준이 감옥에서 죽은 뒤 그녀는 거의 매일이다시피 악몽에 시달렸다. 그렇게 5년이란 시간을 버틴 끝에 이제 겨우 악몽에서 벗어나는가 싶었는데, 이제는 더 이상 악몽을 꾸지 않을 줄 알았는데 또다시 그 사람이 꿈에 나타날 줄은 몰랐다.병원 문 앞에서 만난 “육성현”이라는 남자를 떠올리자 엄혜정의 머리는 또다시 복잡해졌다.‘설마 김하준이 살아있었나?’그날 엄혜정은 휴가를 신청하고 다시는 발붙이고 싶지도 않은, 그녀에게 상처만 남겨준 A 시로 향했다.그리고 그 곳에 도착하기 바쁘게 그녀는 김하준의 묘소를 찾아갔다.그녀는 김하준의 시신을 매장한 뒤로는 이곳에 한 번도 온 적이 없었다.하지만 5년이 지난 지금 다시 묘지 앞에 서자 여전히 두려움이 가시지 않았다.엄혜정은 무덤 앞에서 노잣돈을 태운 뒤 생화를 그 앞에 놓았다.“김하준, 만약 다음 생이 있다면 내 생명을 대가로 당신 행복을 빌어줄 테니까 이번 생에는 나 좀 놔줘…….”그녀는 두렵고 고통스러웠다.김하준의 죽음은 마치 후유
그때 엄혜정은 고작 16살이었다. 욕설이 난무하는 빈민가에 살고 있었지만 그녀는 여전히 때 묻지 않은 선량한 소녀였다.하지만 나중에 그녀는 오랫동안 자기 행동을 후회했다. ‘왜 하필 김하준을 건드려서는…….’그렇다고 그녀를 탓할 수는 없었다. 그녀도 그때에는 김하준이 피도 눈물도 없는 악마라는 걸 전혀 몰랐으니까…….조사를 끝낸 엄혜정은 다시 제성으로 돌아와 여느 때와 같이 출퇴근하며 그날 일은 작은 해프닝으로 넘겼다.담당 형사도 그저 닮은 사람일 거라고 했으니까…….그다음 날, 회사로 출근한 엄혜정은 오서진의 명령으로 서류를 가져다주러 원유희의 사무실을 찾아갔다.노크를 하고 사무실에 들어선 순간 안에 손님이 있다는 걸 발견한 그녀는 아무 생각 없이 서류를 전해주고 사무실을 나서려고 했다.하지만 소파에 앉아 있는 남자의 얼굴을 본 순간 그녀의 가슴은 철렁 내려앉았고 얼굴은 새하얗게 질렸다.육성현은 아무렇지 않은 듯 그녀를 향해 고개를 살짝 끄덕였다.“두 사람 알아요?”이상함을 눈치챈 원유희가 이내 물었다.하지만 엄혜정은 자신의 목소리를 찾지 못했고 어떻게 말해야 할지 몰라 멍하니 서 있기만 했다.반면 육성현은 오히려 침착했다.“전에 병원 앞에서 만난 적 있는데 내가 하마터면 차로 칠 뻔했거든.”말을 마친 그는 고개를 슬쩍 돌려 엄혜정을 바라봤다.“그런데 네 비서였을 줄이야. 세상 참 좁네.”“혜정 씨 괜찮아요?”원유희는 걱정되는 듯 물었다.사실 그녀는 사람도 좋은 데다 일처리도 깔끔하게 하는 엄혜정이 꽤 마음에 들었다. “걱정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전 괜찮습니다.”엄혜정은 겨우 마음을 다스리며 대답했지만 머릿속은 여전히 복잡했다.‘이 남자가 왜 여기 있지?’김하준은 이미 죽어서 땅에 묻혀 있다는 걸 알고 있었지만 이 얼굴을 다시 마주하자 겁이나는 건 어쩔 수 없었다. 그녀는 감히 상대와 눈도 마주치지 못한 채 스스로 두 사람이 아무런 관계도 없을 거라고 최면을 걸었다.그때 원유희가 계약서를 받아 들며 입을 열었다.“
검색창에 육성현이라는 세 글자를 검색한 순간 그에 관련된 자료가 바로 나왔다.육씨 가문의 미래 가주이자 유일한 후계자.게다가 인터넷에는 육성현이 어릴 때부터 육씨 가문의 가업을 관리하기 시작해 왔다고 적혀 있었다. 10대 때 해외로 유학을 가고 다시 돌아온 뒤 여전히 가업을 잇고 있다는 자료만 보면 진정한 재벌 가문의 아들이 맞았다.능력뿐만 아니라 기타 방면에서도 모두 두각을 나타내 가문의 후계자가 아니더라도 충분히 사람들의 존경을 받을만한 사람이었다.그런 인생은 그녀가 알고 있는 김하준과는 천차만별이기에 도저히 같은 사람이라고 생각할 수 없었다.엄혜정은 이 세상에 그렇게 똑같이 생긴 사람이 있다는 사실에 다시 한번 놀랐다. 죽은 김하준이 다시 부활한 줄 알고 심장이 멎을 뻔했으니 얼마나 닮았는지 알 수 있었다.원유희가 사무실에서 일을 하고 있을 때 노크소리가 들려오더니 앙증맞은 꼬맹이 세 명이 고개를 쏙 내밀었다.“엄마!”익숙한 소리에 놀란 원유희는 이내 고개를 들었고 세 아이를 본 순간 활짝 웃으며 벌떡 일어났다.“여긴 어떻게 왔어?”세 아이는 쪼르르 달려가 엄마의 품에 폭 안겼다.“혼자 왔어?”아이들 뒤를 아무리 살펴봐도 그들을 사무실로 안내한 엄혜정만 보일 뿐 다른 사람은 보이지 않았다.“네. 우리 힘으로 찾아왔어요? 대단하죠?”유담은 원유희의 품 안에 안긴 채로 엉덩이를 씰룩거리며 까르르 웃었다.“와, 대단하네!”원유희는 웃으며 대답했지만 속으로는 진선우가 아이들을 따라왔다고 이미 짐작하고 있었다.지난번 경험도 있기에 그녀는 크게 놀라지도 않았다.그저 앞으로 아이들이 이제는 자유롭게 나다닐 수 있다는 것이 기뻤다.“엄마, 이거 우리가 엄마 주려고 산 거예요!”조한이 손에 든 디저트를 내밀며 말했다.“와!”‘디저트도 사 온 거야? 입이 심심했었는데.’“엄마 마음에 들어요?”상우가 큰 눈을 반짝이며 물었다.“당연히 마음에 들지. 엄마 마침 디저트 먹고 싶었는데!”원유희는 만족한 듯 아이들을 품에 안았다.그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