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신걸의 눈빛은 무척이나 예리해 원유희를 관통해버릴 듯했다.‘이 여자는 내 곁에 그렇게 오래 머물렀으면서도 내 아이를 숨겼어!’‘겉으로는 그럴듯하게 남의 비위를 잘 맞추더니, 나 모르게 그런 짓을 저지르다니!’‘어떻게 감히!’그녀는 김신걸이 계속해서 자신을 쳐다보면서도 아무 말이 없는 것이 불안했다. 질식할 것만 같은 분위기가 극에 달했을 무렵, 그가 입을 열었다. “여기 서서 뭐 하고 있어?”“그게…… 침대에 계속 누워만 있었더니 힘들어서 좀 걸으려고…….”원유희는 시선을 내리깔았다. 가방의 지퍼를 미처 다 잠그지 못해 핸드폰 한 귀퉁이가 보였다. 그녀는 설마 그가 엄마의 물건을 건드리지는 않으리라 생각했다.“충분히 걸었으니, 이제는 괜찮아요.”그녀는 침대 위로 다시 올라갔다.그가 움직이자, 원유희는 자기도 모르게 긴장이 됐다. 이 위험한 남자는 소파에 앉았고, 가방은 그가 손만 뻗으면 닿을 수 있는 거리에 있었다. “세쌍둥이가 실종되었다고 들었는데.” 김신걸은 덤덤히 말했다. 마치 그녀와 잡담이라도 하려는 것 같았다.원유희의 손가락이 경련이 일 듯이 떨렸다. 그녀는 아무것도 모르는 것처럼 말했다.“실종이라뇨? 그게 무슨 말이에요? 그곳에 오랫동안 가지 않아 잘 모르겠어요…….”“나는 당신이 그 세 아이를 매우 좋아 헸다는 것을 기억하고 있어. 내가 찾아줄까?” 김신걸이 적극적으로 이야기했다. 그녀는 재빠르게 머리를 굴리며 생각했다.‘김신걸에게 찾으라고 하면 인적 물적 자원이든 그물처럼 쏟아질 것이고, 그러면 금방 세 아이를 찾을 수 있을 거야.’‘하지만 그렇게 하면 아이들을 숨길 수 없게 돼.’‘그리고 표원식이 단서를 찾았으니 굳이 그럴 필요 없을 거야.’“내 생각엔…… 세쌍둥이의 가족이 알아서 찾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어요. 경찰도 있는데, 굳이 우리가 나설 필요가 있을까요?”원유희가 남 이야기하듯 말했다.그녀는 자신이 잘 꾸며 둘러댔다고 생각했지만, 김신걸의 눈에는 허점이 많았다.그는 음흉한 눈빛으로
원유희는 더는 그를 생각하지 않았다. 그녀는 세 아이를 걱정하는 것만으로도 벅찼다.이제 막 죽을 입에 넣었는데, 병실 문이 열렸다.그녀는 화가 잔뜩 난 김명화가 들어오는 것을 보았다. 무슨 이유로 화가 났는지는 알 수 없었다. “명화, 네가 여기는 웬일이니?” 원수정은 환영하지 않는 말투였다.지금은 김씨 집안 사람들은 모두 만나기 싫었다.물론 전에도 좋아하지는 않았다.자기가 김씨 집안에 며느리로 있을 때부터 그랬다!김명화는 생생해 보이는 원유희를 보고 얼굴색이 어두워졌다. 그녀가 타고 있던 비행기가 추락해 ‘사망'한 것이 확정된 후, 그는 강구에 남아 술집에서 날이 밝을 때까지 술을 마셨다. 그렇지 않으면, 표원식에게 전화를 걸어 제성의 상황을 묻곤 했다. 그때마다 원유희의 소식은 알 수 없었다. 그 후로 그도 더는 묻지 않았다.만약 오늘 제성에서 그녀의 세 아이를 보지 않았다면, 그는 지금까지 원유희가 살아 있다는 것을 몰랐을 것이었다. “축하해, 구사일생으로 살아난 거 말이야.” 김명화의 말투가 이상했다.원유희는 그가 어떤 상황인지 알 수 있었다. 그는 자신이 죽었다고 생각했지만, 이제야 살아 있다는 것을 안 것이 틀림없었다. “고마워요.” 그녀가 대답했다. 김명화는 소파에 앉았다.“밥 이나 마저 먹어, 난 신경 쓰지 말고.”원유희는 그의 말대로 숟가락을 들고 죽을 떠서 먹었다.‘맛있어. 엄마가 만든 음식이 이렇게 내 마음을 달래주는구나.’원수정의 시선이 왔다 갔다 하며 두 사람을 살피고 있었다.원유희는 어렸을 때 김명화와 사이가 좋았었다. 하지만 어른이 되어서도 반드시 그 관계가 유지되는 것은 아니었다. 김명화도 더는 예전의 김명화가 아니었다.그녀를 대하는 태도에서 알 수 있었다.지금은 어떤 생각인지 원수정도 알 수 없었다.“명화, 너 우리 유희랑 가깝게 지내는 것 같구나?”원수정이 물었다.“아무래도 예전에 김씨 집안에 있을 때 제가 유희를 보호했으니까요. 물론 앞으로도 그럴 거고요.”김명화는 전혀 거
“아이를 잃어버린 사실을 어떻게 알게 된 거야?” 김명화가 물었다.“윤설이 일부러 달려와서 알려줬어요.”“그녀는 알고, 김신걸은 모른다니, 정말 상상하기 어렵군.” 김명화는 냉소했다.“표원식과 연락을 했어요? 아이는 지금 찾았어요?”그녀는 급히 물었다.“곳곳에서 CCTV를 조사하고 있어. 이애자 아들이 사는 곳은 좀 외진 곳이고 CCTV는 모두 장식품에 불과해서 찾는데 시간이 좀 걸릴 것 같아. 서두르지 마.”“내가 어떻게 서두르지 않을 수 있겠어요? 이제 겨우 두 살 난 아이들인데 말예요. 누군가에게 잡혀도 반항할 힘도 없는데…….”그녀의 눈시울이 뜨거워졌다.아이들이 안전하기만 하면 그녀는 목숨도 내어 놓을 수 있었다. “이렇게 비관하지 말고, 모든 일을 좋게 생각해…….”김명화의 말이 끝나자마자 원수정의 가방에 있는 핸드폰이 울렸다.원유희는 무언가를 감지한 듯 소리쳤다.“갖다 줘요!”“핸드폰?” 그는 핸드폰을 꺼내 들었다. 화면에 뜬 번호가 낯이 익었다. “표원식?”원유희는 그에게 대답하지 않고 휴대전화를 들고 전화를 받았다.“아이를 찾았어요?”“찾았어요.”그녀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정말 다행이에요.”“그런데…….”“그런데 왜요?” 그녀는 다시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CCTV 화면을 보니 아이들이 택시를 타고 드래곤 그룹에 갔어요. 들어간 후 계속 나오지 않아요.”그는 말을 계속 이어갔다.“아이들이 만약 마스크를 쓰지 않고 드래곤 그룹에 들어갔다면 어떤 일이 일어났을까 하는 생각이 들어요.”원유희는 갑자기 정신이 번쩍 들었다. 아까 김신걸의 눈빛이 생각났다.그는 심지어 자신에게 아이들을 찾는 것을 도와줄까 묻기까지 했었다.그리고 마지막 말도.그녀의 얼굴이 창백해졌다. 휴대전화를 잡은 손은 떨려왔다. 한참 후, 그녀는 침대 머리맡에 기댔다. “조금 전 그가 왔다 갔어요. 비록 아무 말도 하지 않았지만, 나는 그가 이미 모든 사실을 알고 있다는 것을 느낄 수 있어요.”“이제 어떡해요?”
“언제 퇴원할 수 있어?”“잘 모르겠어요…….” 원래 어제 퇴원할 수 있었는데, 윤설과의 일이 있어 연기해야 했다.김명화는 그녀의 손을 잡고 힘껏 쥐었다. 그리고는 냉엄한 얼굴과는 어울리지 않는 웃음을 지어 보였다.“나의 품은 너에게는 언제든지 열려 있어.”그녀의 얼굴이 어두워졌다. “아니에요. 아무튼, 고마워요.”“이런 말은 너무 성급하게 일찍 대답해서는 안 돼.” 김명화는 그녀의 손을 놓고 몸을 돌려 돌아갔다.원유희는 어이가 없었다.‘그런 일은 없을 거야. 꿈도 꾸지 마.’그녀는 김명화의 이런 행위가 기껏해야 희롱으로밖에 생각되지 않아 마음에 두지 않았다. 원수정이 들어와 여기저기 살피며 말했다.“갔어?”“네, 제 몸 상태만 물어봤어요.”“그가 김신걸과 가까워졌는데, 좋은 사람일 리가 없지.”원수정은 자신의 휴대전화가 원유희의 손에 있는 것을 보았다.“왜 내 휴대전화를 들고 있니?”원유희는 비로소 자신이 엄마의 휴대전화를 들고 있다는 사실을 인식했다.“내 핸드폰은 김신걸이 준 것이라 쓰고 싶지 않아서요.”“잘했어! 그 놈이 핸드폰에 무슨 짓을 해 놓았는지 어떻게 알겠어?” 원수정은 갑자기 기분이 안 좋아져서 침대 머리맡에 놓인 핸드폰을 변기에 던져 버리고는 물 내리는 버튼을 눌렀다.원유희는 당황해서 소리쳤다.“엄마, 그러다 변기 막히면 어쩌려고요?” “괜찮아. 그를 구역질 나게 할 거야.”원수정은 그녀의 얼굴을 쳐다보며 씨익 웃었다. “왜 명화가 온 뒤로 네 안색이 좋아진 것 같지?”“내가요?” 원유희는 자신의 얼굴을 만졌다. 분명히 세 아이를 찾은 것과 관련이 있을 거로 생각했다.아이들을 잃어버렸다는 것을 알게 된 후로 그녀의 정신 상태는 계속 좋지 않았었다. “정말이야! 전이랑 달라.” 원수정은 의심이 가득한 눈으로 딸을 바라봤다.“너 설마 명화를 좋아하는 것은 아니겠지?”“아니에요!” 원유희는 깜짝 놀라 반박했다.“대체 왜 그렇게 생각해요?”원수정은 침대 옆에 앉아 탄식했다.“원래 너와
김신걸의 핸드폰 번호를 쳐다보며 원유희는 고민에 빠졌다. ‘지금 그는 뭘 하고 있을까? 애들이랑 같이 있을까?’저녁 시간이 되자, 세 아이는 김신걸의 저택 어전원으로 갔다.해림은 세 아이의 신분을 알고는, 깜짝 놀라 한동안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그녀는 원유희 아가씨의 능력에 탄복하지 않을 수 없었다. 몰래 세 아이를 낳은 것은 말할 것도 없고, 제성에서 이렇게 오랫동안 숨어 있었다니.그 사실은 충격적이었다. 해림은 곧장 귀염둥이 도련님들과 아가씨의 방을 정리하러 갔다. ‘어쩐지 고건이 전화해서 어린이들이 좋아하는 음식을 만들어 달라고 하더라니.’‘어전원에 웬 꼬마 손님들이 오나 했더니.’8시가 넘었는데도 김신걸은 세 아이와 함께 있었다.그들은 아빠 집에 처음 와본 것이라 호기심으로 가득 찬 눈을 동그랗게 뜨고 여기저기 돌아다니며 구경했다. 김신걸은 멀지 않은 곳에 서서 그들을 보고 있었다. 보면 볼수록 원유희를 찢어버리고 싶었다!표원식이 여기저기서 아이를 찾다 보면 CCTV에서 아이들이 어디로 갔는지 알아낼 수 있을 것이었다.그는 원유희가 찾아오기를 기다리고 있었다!유담이 뛰어다니며 아빠의 긴 다리에 달려들어 안고는 매우 즐거워했다.“아빠, 여기는 너무 커서 한 번에 다 볼 수 없어요!”조한이 달려와서 물었다.“우리는 집에 언제 가요?”상우가 대답했다.“엄마가 우리를 찾을 거야!”김신걸의 안색이 그리 밝지 않았다. “앞으로 너희들은 여기에서 살 거야.”“그럼…… 그럼 엄마도 여기서 살아요?” 유담이 물었다.“엄마도 여기 같이 살았으면 좋겠어?”그가 아이의 눈을 바라보며 물었다.“나는 엄마를 따라갈 거야!”조한이 시무룩한 표정으로 말했다.“맞아!” 상우가 고개를 끄덕였다.그는 몸을 숙이고 얼굴이 벌겋게 달아오른 아이들을 보았다. 그는 아이들을 귀찮아하는 자신이 왜 이 아이들에게는 그렇지 않은지 그 이유를 깨달았다. 바로 자기 자식이기 때문이었다. “말해봐, 내가 아빠인 걸 언제 알았어?”“그냥 일찍……
김신걸의 말처럼 원유희에게서 걸려 온 전화였다.그는 바로 수신 거부 버튼을 누른 후 음 소거를 하고 해림에게 휴대전화를 건네주었다.해림은 그것을 받아, 거실의 티 테이블에 다시 올려놓았다.조한의 커다란 눈동자에 짙은 의혹이 가득 차 있었다.“엄마 전화 아니예요?”“일해야 하니까.” 그가 말했다.원유희는 첫 번째 전화가 끊기자 불길한 예감이 들었다. 다시 전화했을 때 받지 않자 무시당하는 기분이었다. 어떡하지? 설마 퇴원할 때까지 기다렸다가 직접 방문해야 하는 건 아니겠지?지금 상태로는 그의 냉정함을 이길 방법이 없었다. 목욕을 마치고 잠옷으로 갈아입은 아이들은 무척 귀여웠다. 그는 침대 옆에 앉아서 아이들이 잠자리에 드는 것을 보고 나서야 방을 나섰다.아래층으로 내려가니 서재에서 경호원이 기다리고 있었다.“이게 네가 찾아낸 자료야?” 김신걸의 음산한 목소리와 위압감 넘치는 카리스마는 사람을 놀라게 했다. 경호원은 감히 고개도 들지 못하고 대답했다.“원유희 씨가 외국에서 세쌍둥이를 낳고, 그 아이들이 제성으로 돌아온 일을 포함해서 조사를 자세히 했습니다. 그날에 저도 대표님에게 여쭤봤는데, 대표님께서 너무 평화로워 보여서, 어쩐지 조금 이상했지만 더는 다른 생각을 하지 않았습니다…….”김신걸의 안색은 차가웠고 경호원은 다시 더욱 고개를 숙였다. “이 자료들은 책상 위에 놓았고?”“네, 제가 내려놓고 바로 나갔습니다.” 경호원이 대답했다.그는 휴대전화를 꺼내 고건에게 전화를 걸어 그날 누가 대표실에 들어왔는지 알아보라고 했다.몇 분 만에 고건이 알아냈다.윤설이었다.“윤설 쪽은 조사할 필요가 없고, 그 모자를 평생 감옥에서 살게 해!”그는 휴대전화를 책상 위에 던졌다. 얼굴색이 매우 어두웠다.“네.”고건은 바로 이해했다. 원유희는 견디기 힘든 밤을 보냈다.다음 날 아침, 송욱이 찾아와 물었다.“잠을 잘 못 잤어요?”“저는 언제 퇴원할 수 있을까요?” 그녀가 물었다.“조급해하지 마세요. 몸 상태를 봐야 퇴원할
“저는 간병인이 계속 있는 것이 불편해서요. 제가 도움이 필요하지 않을 때는 그녀에게는 자유시간이예요.”원유희가 말했다.윤설의 얼굴에는 경멸의 웃음이 묻어 있었다.“정말 간병인이 없어도 넘어지지 않기 때문이야? 다른 일 때문은 아니겠지?”“다른 일이란 게 뭐지?” 윤정이 물었다.“그건 모르죠. 아빠, 유희가 우리에게 말할 수 없는 일을 했는지도 모르잖아요!”윤설은 부쩍 대범한 모습이었다.윤정은 이해할 수 없다는 표정으로 원유희를 바라보았다.“무슨 일이 있으면 아빠에게 말하면 돼. 마음속에 숨기지 말고. 너한테 좋지 않아.”“전 정말 괜찮아요.”윤정과 윤설은 병실에서 그녀와 잠시 이야기를 나누고 떠났다.병실을 나온 지 얼마 되지 않아 윤설은 화들짝 놀라며 말했다.“아빠, 저 핸드폰을 병실에 두고 나왔나 봐요. 제가 얼른 가지고 올게요. 먼저 가세요. 어차피 저도 차를 가지고 왔어요.”병실 문이 열리고 윤설이 다시 안으로 들어섰다.“방금 아빠가 계셔서 말을 못 했는데 말이야. 좋은 소식 하나 전해줄까? 네 아이들이 유괴되어 제성을 떠났다고 들었어. 참 비참하지? 그런데 넌 왜 하나도 조급하지 않아?”원유희는 그녀의 연극을 말없이 보고 있었다.“나는 내 아이들이 매우 똑똑하다고 생각해. 아무런 일도 없을 거야. 아마 그 아이들은 평생 평안할 거야.”“혹시 부처님께 절이라도 하니? 불상을 가져와 네 앞에 놓고 기도해 줄까?” 윤설은 웃음을 터뜨렸다.“네가 퇴원하면 그들의 시체를 수습해야 할 거야!”“윤설, 입을 깨끗이 해(뚫린 입이라도 함부로 말하지마)!”그녀는 감정을 억제하려고 노력했지만, 이 여자는 말을 너무 악랄하게 했다.누군들 자기 아이를 이렇게 저주하는 데 아무렇지 않을 사람이 있겠는가?“아이고, 화가 많이 나셨구나? 또 피를 토하고 응급실에 들어가지는 마. 네 엄마 외에 또 누가 신경 쓰겠니? 아! 혹시 김신걸을 원해? 하지만, 그 사람은 내 남편이야!”원유희는 되받아쳤다.“윤설, 남편이라는 호칭은 좀 이른 거
이런 영광은 ‘피아노 공주’로서는 다시는 없을 것이었다.하지만, 오늘은 이상했다. 윤설이 들어가자. 프런트 데스크 직원의 눈빛이 평소와는 좀 달랐다.대표실 안에는 김신걸이 업무를 보고 있었고, 고건도 그 자리에 있었다. “일단 나가 있어.” 김신걸이 고건에게 말했다.“네.” 고건은 밖으로 나갔다.윤설은 그를 보며 미소를 지었다.“제가 일을 방해했나요?”“괜찮아.”“요 며칠 좀 바빠서 당신을 찾아오지 못했어요. 화 안 났죠?” 그녀가 부드럽게 물었다.“당신은 자기 일이 있고 독립적인 여성이야. 내가 좋아하는 게 바로 그 점이고.”김신걸이 그녀를 바라보았다.윤설은 칭찬을 받고는 기쁜 얼굴로 말했다.“같이 밥 먹을까요?”“집에 가서 먹지.” 그가 시간을 확인하더니 말했다.“그럼 나 먼저 어전원에 가서 기다릴까요?” 윤설이 물었다.“그래.”그녀는 드래곤 그룹을 떠나 차를 몰고 어전원으로 갔다.가는 내내 기분이 좋았다.그녀는 김신걸을 진정시키고 원유희에 대한 대책을 세우기만 하면 그녀를 이길 수 있을 것 같았다. 날짜를 계산해 보니 오늘은 마침 배란기였다.집에 가서 목욕하고 섹시한 잠옷을 입은 채 촛불에 둘러싸여 저녁을 먹으며 분위기를 제대로 잡는다면, 그도 버티지 못할 거라 생각했다.그녀의 아이는 세쌍둥이를 따라잡을 수 없을 것이 분명했지만, 그녀의 아이야말로 진정한 김씨 집안의 아이일 것이었다. 자신이 본처가 되고, 자신의 아이가 진짜 김씨 집안 자손이 되는 것이었다. 그렇다면, 원유희의 세쌍둥이는 혼외자일 뿐이었다!차가 집 앞에 멈추자 윤설은 하이힐을 신고 껑충껑충 뛰어 안으로 들어갔다. 그녀는 누군가와 세게 부딪쳤다.“아이고! 누구야?” 윤설은 한 발짝 뒤로 물러났다.유담은 털썩 주저앉은 채 멍하니 앞에 서 있는 여자를 바라보았다.조한과 상우가 뛰어와 여동생을 일으켰다.윤설은 가만히 서 있다가 조한에게 다리를 차였다. “나쁜 여자! 우리 동생이 당신 때문에 부딪혀 넘어졌어요. 빨리 사과해요!”그녀가 손
육성현은 흠칫 놀랐다. 그러다가 다시 입을 열었다.“내가 누구를 죽였다고 그래? 혜정아, 다 오해야. 나 지금 다 고쳤어. 진짜야, 어서 내려와. 물만두가 식겠다.”“오지 마!”엄혜정은 감정이 격해져서 소리쳤다.“다가오면 뛰어내릴 거라고 얘기했어!”“그래, 안 갈게.”육성현은 감히 다가가지 못했다.“혜정아, 진짜야. 난 사람을 죽이지 않았어. 우선 먼저 내려와. 내려오면 내가 다 설명해 줄게. 다 오해야.”“사실 처음부터 수상하다고 생각했어. 그냥 유희의 말이 날 깨닫게 했을 뿐이야.”엄혜정은 눈물이 그렁그렁했지만 눈물을 흘리지는 않았다. 그녀는 육성현을 바라보면서 얘기했다.“근데 나 지금 다 알게 됐어. 증거는 없지만 넌 김하준이잖아. 난 적어도 아이를 위해서 네가 달라질 거라 기대했어. 근데, 넌 어떻게 네 아이의 외할머니랑 외할아버지를 죽일 수 있어? 김하준, 넌 도대체 정체가 뭐야? 세상에 어떻게 너 같은 괴물이 다 존재해?”“혜정아, 내려와서 천천히 얘기하자, 응? 거긴 너무 위험해.”“제일 아끼고 사랑하는 사람이 죽은 기분을 모르지? 너도 한번 느껴봐야 해.”엄혜정은 떨어지는 눈물과 함께 베란다에서 뛰어내렸다.“안돼!”육성현은 고함을 지르며 달려갔다. 하지만 엄혜정의 옷자락도 미처 잡지 못했다.그는 엄혜정이 바닥에 떨어지는 것을 지켜볼 수밖에 없었고, 그녀의 몸에서 피가 흘러나오는 것을 목격하게 되었다.밑에 서 있던 하인 중 그 누구도 엄혜정을 받아내지 못했다.“다 죽일 거야!”육성현은 미친 듯이 달려갔고, 눈에 거슬리는 하인들을 모조리 걷어차 버렸다. 그는 엄혜정 옆으로 기어가 부드럽게 그녀를 품에 안았다.“혜정아, 혜정아. 병원에 데려다줄게. 아무 일도 없을 거야!”엄혜정은 눈을 떴다. 그녀의 머리는 피투성이가 되었고, 초점이 점차 사라지는 눈으로 육성현을 바라보았다.“김하준, 다음 생이 있다면, 난 다시는 널 만나지 않을 거야…….”이렇게 한마디만 남기고 엄혜정은 숨을 끊게 되었다.“그래, 만나지 마,
퇴원한 후, 엄혜정은 방에 혼자 남았을 때 원유희에게 연락했다.“유희야, 괜찮아? 김명화가 널 납치했다고 들었는데, 구출됐다고?”“응, 괜찮아. 지금은 집에 도착했어.”“다행이다.”원유희는 그녀의 정서가 이상하다는 것을 눈치채고 물었다.“왜 그래? 기분이 안 좋아?”“부모님이 돌아가신 일 말이야. 나 다 알게 됐어.”원유희는 순간 멈칫했다.‘다 알았다고?’“미안해 혜정아, 숨기는 게 아니었는데.”“괜찮아, 나랑 아이를 생각해서 숨긴 거잖아.”엄혜정은 잠시 멈췄다가 다시 물었다.“네가 김명화를 죽였어?”“아니. 그날에 크루즈에서 김명화가 도망쳤거든. 우리가 김명화를 찾았을 땐 이미 주검으로 됐어. 그 주검도 바다에서 건져낸 거야.”“육성현도 있었지?”“응, 얘기해줬어?”엄혜정은 덤덤하게 물었다.“육성현을 의심해 보지 않았어?”원유희는 흠칫했고 아무런 얘기도 할 수가 없었다.“김명화를 죽인 사람, 그리고 우리 부모님을 죽인 사람 말이야…….”“그럴 리가?”원유희는 당황했다. 그녀는 엄혜정이 왜 육성현을 의심하게 됐는지 이해가 가지 않았다.“무슨 단서라도 발견한 거야? 아니면 그렇게 복잡하게 생각하지 마.”“유희야, 저 사람 진짜 육성현이 아니잖아. 김하준이라고. 나 그 사람 잘 알아.”엄혜정은 목이 메였지만 울먹이면서 끝까지 말했다.“난 그 사람 고칠 줄 알았어, 적어도 아이를 위해서…….”“혜정아, 아직 조사하고 있어.”“그럼 너희들도 육성현을 의심하고 있다는 얘기잖아, 맞지?”“오해일 수도 있어.”“오해일 리가 없어.”엄혜정은 말을 마치고 바로 전화를 끊었다. 원유희가 다시 전화를 걸어오자 그녀는 아예 핸드폰을 꺼버렸다.그리고 시체처럼 무기력하게 아래층으로 내려갔다.엄혜정은 서재에서 나온 육성현을 보면서 얘기했다.“나 물만두 먹고 싶은데, 사다 줄래? 예전에 빈민가에서 자주 사주던 물만두 말이야.”“그래.”육성현은 엄혜정의 머리를 어루만지며 말했다.“먼저 우유 좀 마시고 있어. 금방 갔다 올게.”
육성현은 엄혜정을 끌어안았다.“김명화가 죽었대. 복수한 셈이나 마찬가지야. 그러니까 네가 무사히 지내야 장인어른 장모님이 안심하시지 않겠어? 침착해.”엄혜정은 울면서 그의 품에 쓰러졌다.그러고는 배가 간간이 쑤시자, 엄혜정의 얼굴은 하얗게 질렀다.육성현은 그녀의 상황을 바로 눈치채고 기사에게 소리쳤다.“얼른 병원으로 가!”“얼른!”염민우도 재촉했다. 그는 얼른 엄혜정의 손을 잡았는데, 그녀의 손이 얼음처럼 차갑다는 것을 발견했다.“누나, 아직 나도 있잖아. 그러니까 아무 일도 생기면 안 돼. 누나, 꼭 버텨줘.”엄혜정은 눈에 눈물을 머금고 그를 보고 있었다.그녀는 마음이 몹시 괴로웠고, 도저히 납득할 수가 없었다.‘난 부모님을 가질 자격이 없는 걸까……?’엄혜정이 깨어났을 때 그녀는 이미 병원에 있었다. 깨어나자마자 그녀는 무의식적으로 배를 만졌다.육성현은 그녀의 손을 잡았다.“지금 안정을 취해야 한대.”엄혜정은 주위를 둘러보았다.“민우는?”“밖에 있어. 너무 걱정되서 안절부절못하고 있어.”엄혜정은 육성현의 손에서 자기 손을 뺐다.“두 사람 너무해. 이렇게 큰일을 어떻게 나한테 숨길 수가 있어? 평생 숨길 수 있을 거라 생각했어? 육성현, 우리 부모님의 목소리를 합성해서 나랑 통화하게 했어? 네 아이디어지? 넌 아이를 위해서라면 뭐든지 다 할 수 있잖아!”“혜정아, 어차피 일은 벌어졌고, 너한테 알려준다고 해서 달라질 건 없어. 네 옆에는 나랑 아이가 있고, 민우에게 남은 가족이라곤 너밖에 없어. 너한테도 무슨 일이 생기면, 민우는 더 고통스러워질 거야.”엄혜정은 말을 하지 않았고, 눈물이 그렁그렁했다.엄혜정도 염민우가 더 고통스러워질 것을 잘 알고 있었다.그때 엄혜정은 염민우가 갑자기 엄청나게 말라갔던 것이 생각이났다. 엄혜정은 염민우의 일이 바쁜 줄로만 생각했는데, 이제야 그때 부모님이 돌아가셨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염민우는 모든 것을 혼자 감당하고 있었다.“울지 마. 의사가 지금은 안정을 찾아야 한다고 했어.”
“알았어요…….”염민우는 고개를 들었다. 그러다가 입구에 서 있는 엄혜정을 보고 깜짝 놀랐다.“누…… 누나. 여긴 어쩐 일이야?”엄혜정은 멍하니 거기에 서서 염민우를 바라보았다. 그리고 방금 얘기하고 있던 사람을 봤다.“하늘나라라뇨? 저희 부모님이 왜 하늘나라에 계셔요?”“아니야, 다른 사람의 얘기를 하고 있었어.”엄혜정은 두 사람의 얼굴에서 당황한 기색이 역력한 것을 발견했다.그녀는 똑똑히 들었다. 엄혜정은 얼굴이 하얗게 질렸고, 다급하게 핸드폰을 찾았다.핸드폰을 못 찾자 바로 차로 뛰어갔다.“누나!”염민우는 엄혜정을 쫓아갔다.“뭐 하려고 그래?”“엄마 아빠한테 전화할 거야.”“지금 여행 중이시니까, 방해하지 않는 게 좋지 않을까?”엄혜정은 그를 보면서 물었다.“사실대로 얘기해줘. 엄마 아빠 왜 아직도 돌아오시지 않은 거야? 거짓말하지 마! 사실 줄곧 이상하다고 생각했어. 내가 임신했는데 엄마랑 아빠가 계속 안 오시는 게 말이 안 되잖아! 두 분 무슨 일이 생긴 거 맞지? 정말로…… 무슨 일이 생긴 거야?”염민우는 북받쳐 오르는 감정을 꾹 참고 말했다.“더 이상 묻지 마…….”“염민우! 계속 우물쭈물 얘기 안 하면, 나 이젠 널 안 봐!”염민우는 더 이상 숨길 수 없다는 것을 직감했다. ‘집에 오는 게 아니었어, 그나저나 아저씨는 왜 또 그런 허튼소리를 해서 참…….’“맞아, 누나 임신 3개월쯤 되었을 때, 누군가에 의해 살해당하셨어.”엄혜정은 몸이 휘청거렸다. 염민우는 바로 그녀를 부축했다.“침착해요! 엄마랑 아빠는 누나가 무사하기를 원하셨을 거야. 난 누나가 못 받아들일 것 같아서 장례식 때 일부러 알려주지 않았어.”엄혜정의 눈에서 눈물이 주룩주룩 흘러내렸다. 그녀는 믿을 수 없다는 듯이 염민우를 바라보았다.“너 이러고도 내 친동생이 맞아? 어떻게 안 알려줄 수가 있어! 아기만 중요하고 부모님은 안 중요할 것 같아? 너…….”너무 충격 받은 엄혜정은 눈앞이 점점 캄캄해지더니 기절을 하고 말았다.“누나!”
육성현이 다가와 물었다.“유희야, 괜찮아?”원유희는 고개를 저었다.“너 안색이 안 좋은데, 왜 그래?”“김명화가 죽었어요.”김신걸이 얘기했다.“해독제는 찾았어요?”원유희는 다시 고개를 저었다.“아쉽네. 그럼 감염된 사람들은 우선 좀 참아야겠어.”원유희는 갑자기 뭐가 생각나 바로 김신걸을 밀쳤다.“날 만지지 마!”육성현은 그제야 원유희의 볼 아래의 병변 부위를 발견했다.“유희야, 김명화가 너한테도 독을 썼어?”김신걸은 미간을 찌푸렸다.“상관없어.”“안돼. 우리 둘다 아이들하고 접촉하지 않으려 한다면 애들이 걱정할 거야.”원유희는 거절했다.김신걸은 줄곧 원유희와 스킨쉽이 있었다. 원유희는 그도 감염되지 않을까 걱정했다.“방금도 널 안았는데, 감염되면 진작에 감염됐어.”김신걸이 말했다.원유희는 그래도 싫었다.“아니, 그래도 만지지 마.”해독제도 못 가진 상황에 김명화는 의문스럽게 죽었다. ‘여기 김명화를 죽이려고 한 사람이 있었단 말이지?’김신걸은 김명화를 죽이라는 명령을 내리지 않았을 것이다. 그리고 그의 시체를 바다에 던질 일은 더더욱 없었다.그럼 분명 다른 사람이 한 짓이었다.‘무슨 목적으로? 김신걸도 감염되면 배후의 사람을 어떻게 잡아내지?’‘다른 조직의 사람도 이곳에 숨어 있을지도 몰라.’원유희는 말을 하지 않았다.“내려가자.”김신걸은 원유희의 말대로 몸에 손을 대지 않았다. 원유희가 또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자신을 떠날까 봐서 걱정이었다. 김신걸은 더 이상 그런 고통을 견딜 수 없었다.원유희는 김신걸을 따라 떠났다.육성현은 먼 곳에 있는 김명화의 시체를 봤다. 그리고 그가 죽은 것을 확인하고 떠났다.이제 아무도 김명화를 죽인 사람이 육성현이라는 것을 모를 것이다.엄혜정은 이미 임신 5개월 차에 접어들었다. 지금 어떠한 사고도 있어서는 안 되었다.육성현은 잠깐 해독제가 없더라도 괜찮다고 생각했다. 아이를 낳은 후 다시 생각하려 했다.엄혜정은 소파에 앉아 과일을 먹고 있었다.배는 이미 많이 나
김명화의 말이 끝나자마자 뒤에서 인기척이 들려왔다.진선우는 킬러들과 격투하고 있었고, 매번 그들의 치명적인 곳을 공격했다.진선우가 실력이 없었다면, 킬러들은 진작에 그를 해결했을 것이다.김명화는 무엇을 깨닫고 손을 돌려 원유희를 잡으려 했다.원유희는 후퇴하는 동시에 다른 힘에 의해 품에 안겼다.“이거 놔!”원유희는 낯선 남자인 줄 알고 발버둥 치려 했다.“유희야.”원유희는 멍하니 고개를 돌렸고, 익숙한 얼굴을 보자 아주 기뻤다.“김신걸?”“나야.”김명화는 서로 애틋한 두 사람을 보자 화가 더 났다.“원유희, 역시 김신걸에게 단서를 남긴 사람, 너였어.”김명화는 어두운 표정을 지었다.“그쪽이 너무 방심한 탓이죠.”‘내가 예전에 김신걸의 곁에서 도망치려고 했던 일이 김명화에게 착각을 준 거야?’“왜, 날 죽이려고? 네까짓 게?”김명화는 말을 마치고 몸을 돌려 다른 출구로 달려갔다.하지만 경호원들은 이미 그곳에 서서 그를 막았다.김명화는 총을 꺼내 쏘자, 한 경호원은 바닥에 쓰러졌고, 다른 경호원은 얼른 옆으로 비켜 숨었다.일반인들은 그 출구를 포기했을 것이다. 김신걸의 사람들이 숨어있었기에, 그 출구는 아주 위험했다.하지만 김명화는 기어코 사격을 하면서 길을 텄다.안에 숨어 있던 경호원들은 피하면서 반격할 수밖에 없었다.경호원들의 반격에 김명화는 하마터면 맞을 뻔했다. 그러다가 몇발 더 쏘고는 바로 달렸다.김명화는 크루즈에 오래 있었다. 하여 갓 크루즈에 올라온 김신걸의 사람들보다 이곳을 훨씬 더 잘 알았다.몇 개의 모퉁이를 돌면 은폐하기 적합한 곳에 도착할 수 있었다.김명화는 다시 부하들에게 연락했지만 전화를 받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그제야 김명화는 김신걸의 사람들이 진작에 올라왔고, 자기 쪽 부하들은 아마 얼마 남지 않은 것을 깨닫게 되었다.도망치지 못한다면 김신걸에게 잡힐 것이 뻔했다.김명화는 죽어도 김신걸에게 잡히고 싶지 않았다.그러다가 갑자기 한 사람의 인기척이 났다. 김명화는 본능적으로 총을 들었다
원유희는 지금 약 때문에 힘을 쓸 수 없는 상황이었고, 크루즈 곳곳에는 CCTV가 있었다. 방에 들어올 때, 그 윗부분에 CCTV가 하나 있었다. 그래서 한밤중에 몰래 뭔가를 찾아보는 건 아예 불가능했다.김명화는 일찌감치 그녀가 아무것도 할 수 없도록 만들었다. 하지만 원유희는 떠나기 전에 김신걸에게 단서를 남겨주었기에 그가 곧 이곳을 찾아올 거라 믿었다.다만 김신걸의 속도가 이렇게 빠를 거라 예상하지 못했다.날이 밝는 무렵, 원유희는 헬리콥터 소리를 들었다.이어 문이 펑 하고 열렸고, 원유희는 반응하기도 전에 멱살이 잡혔다.“연락을 어떻게 한 거야?”말을 마치고 원유희의 몸을 수색하려 했다.“아! 미쳤어요? 나 핸드폰 없어요!”“김신걸이 왔다고 널 데려갈 수 있다고 생각해? 죽어서 지옥에 내려가더라도 널 끌고 갈 거야. 가자!”“아니…….”원유희는 힘 없이 밖으로 끌려 나갔다.김명화는 원유희를 다른 방으로 보냈다.“우린 여기서 김신걸이 올 때까지 기다리면 돼.”원유희는 고개를 들어봤다. 입구에는 많은 폭탄이 놓여있었다.그걸로 부족한지 김명화는 원유희의 몸에 폭탄을 묶었다.“미쳤어요?”김명화는 원유희의 얼굴을 꽉 쥐었다.“김신걸이 널 어떻게 구할지 구경이나 하려고 그런다.”원유희는 마음이 매우 불안했다.‘김신걸이 왜 이렇게 왔을까? 너무 눈에 띄잖아.’다시 들어보니 이미 헬리콥터 소리가 나지 않았고, 밖에는 다른 인기척도 없었다.한 남자가 와서 말했다.“헬리콥터가 지나갔어요. 그냥 순찰하다가 지난 것 같아요.”김명화는 멍하니 서 있었다.원유희는 그를 비웃었다.“저 소리에 이렇게까지 놀랐단 말이에요?”“닥쳐!”김명화의 표정은 엄청나게 나빴다.“난 신걸이랑 아이들이 감염되는 거 보고 싶지 않아요. 그래서 연락하지 않을 거고요. 배고픈데 이 폭탄들이나 좀 뜯어줄래요?”김명화가 경각심을 낮추었을 때, 크루즈 밑에서 잠수하던 사람들이 갑자기 튀어나왔다. 10명 좌우로 보이는 사람들은 갈고리를 가드레일에 던지고 밧
원유희는 그를 상대하고 싶지 않았다.김명화가 갑자기 뒤에서 무슨 짓을 할까 봐, 원유희는 그를 등지고 누울 수가 없었다.“너 기억나? 어릴 때 김신걸이 널 괴롭히면 넌 우리 집에 달려와서 내 침대에서 잤잖아.”“기억 안 나요.”“기억하는 거 다 알아. 난 그때 정말 널 도와주고 싶었어.”원유희는 그가 한 말이 사실이라는 것을 알고 반박하지 않았다.그녀는 천장을 쳐다보며 말했다.“이전의 김명화는 이미 죽었다고 생각해요.”김명화의 표정은 어두워졌다.“우리 예전으로 돌아갈 수 없는 거야?”“내가 제일 아끼는 사람을 죽이고, 어떻게 이런 말을 할 수 있죠? 죽어서 사죄해도 모자랄 판에!”원유희는 지금의 김명화를 조금도 동정하지 않았다.“아무리 유년 시절이 불행해도, 다른 사람의 고통을 낙으로 삼으면 안 되죠!”“정말 고상한 척하네. 김신걸은 사람은 죽인 적이 없대? 육성현은 없대? 왜 걔네들이 사람을 죽인건 용서하면서, 난 용서하지 못하는 건데? 그 사람은 네 남편이고 네 가족이니까? 비겁하고 이기적인 건 너도 마찬가지야.”“참, 너도 사람을 죽였잖아. 네가 죽인 사람도 누군가의 아버지고, 누군가의 아들이야.”원유희는 기분이 착잡해졌고,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김명화는 원유희의 반응을 보고 가볍게 웃었다.“그러니까 너무 많이 생각하지 마. 그냥 쉽게 쉽게, 편하게 살자.”“이렇게 예전의 저질렀던 일을 합리화하려는 거예요? 그리고 그 명분으로 더 많은 사람을 죽이려고요?”원유희는 김명화를 바라보면서 물었다.“당신을 용서하기 싫은 거 아니에요. 근데 지금까지 자기의 잘못도 모르는 사람을 어떻게 용서해요? 차라리 해독제를 그냥 줘요. 시장에 유통하지 말고요. 그러면 예전에 있었던 일은 없던 거로 할게요.”“정말?”김명화는 원유희를 보면서 물었다.“물론이죠.”원유희는 김명화의 말처럼 깊이 생각하지 않고, 아무렇지 않게 대답을 했다.미래의 일은 그 누구도 알 수 없었다.“그래. 해독제를 줄 수 있어. 근데 대신 넌 나랑 평생 같이
“밥 안 먹으면 너만 손해야.”김명화는 그녀가 꼼짝도 하지 않는 것을 보고 말했다.‘맞네, 아무 것도 먹지 않으면 무슨 힘으로 김명화를 상대하겠어?’잠시 후, 납득이 간 원유희는 젓가락을 들고 생선을 먹기 시작했다.김명화는 그녀가 고기를 입에 넣는 것을 보고 물었다.“어때?”“설마 그쪽이 한 거예요?”원유희는 귀찮다는 듯이 그를 한번 힐끗 쳐다봤다.“맞아, 내가 직접 했어.”‘이게 뭐 자랑할 일인가?’“수고했네요, 이런 일까지 해야 한다니.”“내가 힘들 것 같으면 같이 할까?”“할 줄 모르는데요.”“정말 상전 팔자구먼.”김명화는 원유희를 사랑스럽다는 듯이 바라봤다.원유희는 김명화가 미쳤다고 생각했다. 원유희는 김명화가 자신을 괴롭히고, 김신걸에게 모욕을 주기 위해 이곳에 데려온 줄로 알았다.근데 직접 밥도 해줄 거라는 것은 생각하지 못했다.“설마 요리에 무슨 수작을 부린 거 아니죠?”원유희는 젓가락을 멈추었다.김명화는 손에 있는 젓가락을 흔들었다.“나도 먹고 있잖아.”“먼저 해독제를 먹었겠죠.”“그런 거 아니야.”“그럼 내가 묻힌 진물은? 그건 어떻게 해결한 거죠?”원유희가 물었다.“해독제가 있으니까 괜찮은 거잖아요.”“해독제 가지고 싶어?”“줄 생각은 있고요?”“착하면 줄게.”원유희는 의심스러웠지만 말하지 않았다.어차피 금방 왔으니 당장 해독제를 받을 수는 없었다. 하여 원유희는 일단 참고 해독제를 발견하면 김명화를 바로 제압하는 것을 선택했다.밥을 다 먹고 나머지는 부하가 다 치웠다.“같이 샤워할까?”김명화가 물었다.원유희는 그를 차갑게 보며 말했다.“아니요. 먼저 씻어요.”원유희는 말을 마치고 몸을 돌려 욕실로 들어갔다.원유희는 자신의 감정을 가라앉히고 침착하자고 했다. ‘근데 자는 건 어떡하지? 정말로 같이 자야 해?’원유희는 침대를 봤다. 두 사람이 자고도 넉넉한 침대였고, 중간에 뭘 놓을 수도 있었다.김명화가 만약 자기 몸에 손을 대면 원유희는 같이 죽을 각오도 했다.10여 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