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럼 어전원에서 기다릴게.”“응, 일찍 자.”사무실을 떠나는 윤설의 눈에서 그녀의 속셈이 다 드러났다.‘이렇게 얘기하면 신걸 씨가 의심하겠지?’만약 원유희가 김신걸과 함께 있지 않았다면, 그녀는 틀림없이 다른 남자와 함께 있을 것이다.김신걸이 원유희의 진짜 모습을 알게 되면 그땐 원유희는 아무런 위협도 줄 수 없게 될 것이다.전에 원유희가 납치되었을 때도 김신걸은 무관심하고 덤덤한 태도였다. 하여 윤설은 자기 생각을 더 확신하게 되었다. 김신걸에게 있어서 원유희는 그저 욕구 해소하는 도구일 뿐 시간이 지나면 아무것도 아니다.윤설이 떠나자 김신걸은 전화를 걸어 명령을 내렸다.“당장 아파트에 가서 원유희가 있는지 확인해!”전화를 끊자 그 검은 눈은 매처럼 날카롭고 예리해졌다.‘원유희, 얌전히 있는 게 좋을 거야!’경호원은 쥐도 새도 모르게 아파트 복도에 들어가 5층으로 향했다. 문 앞에 서서 그는 먼저 문을 두드렸지만 안에는 아무런 인기척도 없었다.이어서 힘을 더 써서 문을 두드렸지만 여전히 나오는 사람이 없었다.경호원은 칼을 꺼내 자물쇠를 따기 시작했다.칼을 막 꺼내자 사방에 배치된 사복 경찰들이 우르르 몰려들었다.경호원은 경찰을 습격할 수 없었기에 그저 순순히 잡히고 칼도 빼앗기게 되었다."드디어 잡았다!"“도망갈 수 있을 거라 생각해?”“감히 다시 오다니, 정말 놀랍군!”경호원은 급히 설명했다.“전 김 선생님의 부하예요! 전…….”문이 열리자 당황스럽고 겁을 먹은 표정을 짓고 있는 원유희가 걸어 나왔다.“잡혔죠? 저희 집 문을 계속 두드리는 걸로 부족해 심지어 발로 걷어찼어요. 그때 바로 수상하다고 느꼈죠.”“원유희 양, 빨리 신고해서 다행이에요. 아니면 놓칠 뻔했죠.”경찰이 말했다.경호원은 원유희를 바라보며 자신의 결백을 증명하고 싶었다.“원 아가씨, 전 김 선생님의 부하에요.”“내가 네 변명을 들어줄 거라고 생각해? 김신걸의 경호원이 왜 여기에 나타나겠어? 뭐 얼굴은 비슷하지 않았지만 암튼 한패가 틀림없어
김명화는 눈썹을 치켜세우고 더 이상 묻지 않았다.늦었어, 나 자야겠어.""나 널 일주일 넘게 걱정했는데, 꼭 이런 태도로 얘기할 거야?”김명화는 눈썹을 찌푸리며 불만을 표시했다.원유희는 의아하다는 눈빛으로 그를 바라보았다.“제 태도가 뭐 어떄서요? 전 단지 사실만 얘기했을 뿐이에요.”“다음에 다시 보자.”김명화는 몸을 돌려 갔다.원유희는 문을 잠그고 방으로 돌아와 누웠다. 김신걸이 다시 찾아올까 봐 6층에 가서 잘 엄두가 안 났다. 그냥 아침 일찍 6층으로 가는 것이 좋을 것 같다고 생각했다.등 흉터를 만져보니 반듯이 누워 있어도 괜찮았다.지금은 선제공격이 답이다. 먼저 김명화에게 팔이나 목을 보여줘야지 아니면 등 흉터를 들키면 틀림없이 김신걸과 관련이 있다는 것을 눈치챌 수 있었다.납치범은 그런 흉터를 내지 않을 것이다.그나저나 그 ‘납치법’쪽에는 경호원의 증언이 있으니 더 이상 원유희를 의심하지 않을 것이다.김명화는 차에 올라타 생각하기 시작했다.‘원유희의 실종이 정말 김신걸과 관계가 없다고? 잘못 생각했다고? 근데 두 사람이 함께 있었다면 원유희의 몸에 아무런 흔적이 없었을 리가 없다’원유희가 돌아오자 김신걸도 아파트에 찾아왔다.아무리 봐도 원유희를 포기한 것 같진 않았다.‘그니까 원유희가 실종되었던 동안 김신걸은 또 무엇을 했을까?’아무래도 일이 그렇게 간단하지 않은 것 같았지만 또 확실한 단서도 없었다…….“유희가 이미 나랑 연락했어. 나 진짜 걔 때문에 놀라 죽을 뻔했어.”원수정은 전화로 윤정에게 말했다.“그래도 아이는 곁에 가까운 곳에 두어야 그나마 마음이 놓여.”“유희 지금 괜찮아. 걱정하지 마.”윤정은 그녀를 위로했다.“하, 넌 몰라, 나 요즘 엄청 야위었어. 밥도 못 먹고 잠도 잘 못 자. 윤정, 너 언제 날 보러 올 수 있어? 유희가 못 오니까 내가 기대할 수 있는 사람은 당신뿐이야. 나 여기서 정말 너무 불안하고…….”원수정은 울먹였다.“알아…….”윤정은 안 그래도 요 이틀에 한 번 가려고 했
딱 봐도 도둑이 제 발 저린 게 아닌가!아침 먹다가 윤정은 오늘 오후에 출장 간다고 얘기했다.“또 출장 가?”“사업을 여기로 옮긴 후 막 좋아질까 하는 시기니까 당연히 때때로 출장을 가야지.”“어디 가?며칠 있다가 오는데?”“임안, 한 사나흘 정도 걸려.”장미선은 더 이상 묻지 않고 부드럽게 말했다.“그럼 오후에 짐 정리해줄게.”“도우미 아주머니한테 시키면 돼.”“나 당신 아내야. 이런 일은 당연히 내가 하는 거지.”오후, 윤정은 돌아왔을 때 짐은 이미 다 정리되었다. 비서는 그 짐을 들고 차에 올라탔고 윤정과 함께 떠났다.장미선은 바로 윤설에게 전화를 걸었다.“네 아버지 임안으로 출장 가는 게 확실한지 한번 알아봐.”“아빠가 출장을 한두 번을 가는 것도 아니고, 그만 의심해요.”“설아, 함께 생활하는 부부이니까 당연히 눈치챌 수 있지. 그래, 너희 아버지는 자주 출장 가긴 해. 근데 너 알아? 어젯밤 너희 아버지가 서재에서 통화하고 있었는데 내가 들어가니까 바로 전화를 끊어버리더라고. 왜 그리 급하게 전화를 끊었을까? 켕기는 게 있으니까 그런 거지.”이 말을 듣자 윤설도 윤정을 의심하기 시작했다.“알았어요, 제가 가서 알아볼게요.”“어디로 갔는지만 찾지 말고 너희 아버지가 지내고 있는 호텔, 모든 스케줄을 다 알아봐. 아무런 수상한 점도 없으면 그럼 나도 인젠 의심 안 할게.”하지만 윤설은 이런 말을 처음 듣는 것도 아니라고 말하고 싶었다.결국 그녀는 장미선을 도와 알아봤다.윤정이 임안으로 간 비행기표를 산 것을 확인했고 투숙한 호텔까지 찾아냈다. 매일 찾은 것을 장미선에게 알려줬다.두 모녀는 한가하면 함께 밖에 나가 쇼핑했고 티타임을 즐겼다.“원수정은 나 같은 팔자 없지. 딸과 쇼핑하고 차를 마시긴커녕 딸이랑 함께 살지도 못하고. 정말 너무 불쌍해.”장미선은 득의양양한 표정으로 말했다.“그 사람이랑 엄마를 어떻게 비교할 수 있어요? 그 사람은 그런 자격도 없어요. 그 엄마에 그 딸이라고 하던데 그 천한 모녀만 보면
“좀.”“임안의 날씨는 어때? 감기 조심해.”“안 걸려, 걱정하지 마. 별일 없으면 끊을게.”윤정은 전화를 끊었다.장미선의 화가 머리끝까지 솟았다. “너도 들었지? 임안에 가지 않았다는 소리를 안 해! 왜 거짓말을 한 건데? 도대체 왜?”윤설의 분노도 결코 장미선보다 적지 않았다. 그녀는 윤정이 원수정을 찾아간 것은 자신의 엄마를 배신한 것만 아니라 자신까지 배신했다고 생각했다.“내가 말했지, 네 아버지 제성에 온 후 이상해졌다고. 봐봐, 그 원인이 바로 여기에 있었네!”장미선은 이를 갈며 말했다.“그냥 간단하게 조사해도 이렇게 수두룩 나오는데 얼마나 많은 일을 숨겼는지 누가 알겠어?”윤설은 자기의 이해득실을 따지기 시작했다.윤설은 윤정과 원수정의 재결합을 용납할 수 없었다. 일단 재결합하면 장미선은 물론이고 딸인 자신까지 다 버림받을 것이다. 그녀는 자신의 가정이 파괴되는 꼴을 볼 순 없었다!“엄마, 나 엄마가 상처받을까 봐 못 얘기한 일이 있는데요, 근데 인젠 더 이상 숨기고 싶지 않아요.”윤설은 에라 모르겠다고 얘기해주기로 했다.“전에 원유희네 엄마가 아직 제성에 있었을 때, 아빠랑 호텔 간 적이 있어요.”“너……지금 뭐라고 했어?”멘탈이 나간 장미선은 휘청거리기 시작했고 금방이라도 쓰러질 것 같았다.“엄마, 괜찮아요?”윤설은 급히 장미선을 부축했다.“진정하세요.”“난……바보처럼 그것도 모르고, 어떻게……어떻게 나 몰래…….”장미선은 머리가 터질 것처럼 아파 났다.“원수정, 이 천박한 년! 나 꼭 널 죽이고 말 거야…….”윤설은 온몸이 힘이 풀린 장미선을 부축해 차에 태웠다. 장미선은 차에 오르자마자 핸드폰을 찾기 시작했고 얼른 윤정에게 전화를 걸어 제대로 물어보고 싶었다. 하지만 윤설은 장미선의 손을 잡고 그녀를 막았다.“엄마, 아빠한테 알리면 안 돼요.”“왜 안 돼? 내가 바람피운 것도 아닌데 왜 구질구질하게 참아야 해?”“전에 아빠랑 물어본 적이 있었어요. 그때 아빠는 엄마가 받아들이지 못한다면 이혼해도
원수정은 굳게 믿고 있다. 윤정도 절대 잊지 않았다는 것을.그날 밤, 윤정은 원수정을 호텔까지 바래다주고 들어가지는 않았다. 그는 이러면 나름 안전하다고 생각했다.“들어와서 한 잔 마시지 않을래? 유희도 내 곁에 없어서 쓸쓸한데 유희 대신해서 나랑 좀 있어 줄 수 있어?”윤정이 망설일 때 원수정은 이미 그를 끌고 호텔로 들어갔고 문을 닫았다. 원수정은 주방에 들어가 술잔을 꺼내 술을 따랐다.윤정은 서류 가방을 내려놓고 앉았다. 원수정이 옆에 앉아있다는 것을 생각하자 그는 불편해서 어쩔 바를 몰랐다.윤정은 피하려는 생각도 했지만 원수정은 정말로 그냥 자신과 술을 마시면서 얘기를 나누고 싶어 하는 것 같아서 이상하게 보일까 봐 구태여 피하지 않았다.술잔이 부딪치자 맑은소리가 주방에 메아리쳐 그들의 심장을 두근거리게 했다.술이 목구멍을 넘어가자 매운맛이 목을 자극했고 그는 목젖을 구르기 시작했다.원수정은 윤정을 주의 깊게 지켜보았고 보면 볼수록 마음이 더 움직였다. 그녀는 얼굴을 한쪽으로 돌리고 슬픔과 우울함이 섞인 표정을 지었다.“언제쯤 유희를 만나 함께 밥이나 먹을 수 있을지…… 날 보러 와도 좋을 텐데…….”“안 그래도 유희를 찾은 후에 신걸을 찾아가서 한 번 얘기하려고 했어, 이 정도면 이미 충분하지.”이 말을 들은 원수정은 딱히 기분 좋아 보이지는 않았다. 윤정과 자신의 술잔에 술을 따랐고 마음속의 씁쓸함은 잔속의 술을 더 쓰게 만들었다.“제성에 돌아간다면 이렇게 한가롭게 말하고 술을 마실 수도 없겠지?”윤정은 애써 표정 관리를 하며 얘기했다.“……그땐 유희도 곁에 있겠는데 내가 그렇게 할 필요가 있을까?”원수정은 쓴웃음을 지으며 고개를 들어 잔의 술을 입에 털어 넣었다.“그러다 취하겠어.”“취하면 뭐 취했지, 어차피 방 안에 있잖아. 그리고 취해도 네 앞에서 취하는 거라면 걱정할 필요가 있겠어? 네가 나한테 무슨 짓을 한대도 나는 다 괜찮아.”윤정은 술잔을 들고 술로 자신의 초조한 감정을 숨겼다.원수정은 또 자신에게 술
원수정도 깨서 몸을 돌리며 말했다.“갈려고?”“뭐 먹고 싶어?”원수정은 눈을 뜨고 그를 보고 나서 뒤에서 그의 허리를 안았다.“난 또 네가 도망가는 줄 알았잖아.”윤정은 확실히 이 상황을 어떻게 처리해야 될지 망설이고 있었지만 이미 저지른 이상 도망가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했다.“나 누구에게도 말하지 않을 거야. 이건 우리 둘만의 비밀이야.”원수정은 얼굴을 그의 등에 기대어 비볐다.“그냥 가끔 와서 나와 함께 있어 주기만 하면 돼. 난 우리가 예전처럼 돌아갔으면 좋겠어.”“수정아…….”“나 당신 뭐 얘기하고 싶은지 알아.”원수정은 그의 말을 끊었다.“근데 장미선이 당신과 나한테 한 짓을 생각해봐. 장미선은 선을 지켰어? 당신이 왜 걔랑 결혼했는데, 다 윤설을 위한 거 아냐? 이게 무슨 결혼이야? 당신이 정말로 장미선을 사랑하고 있다면 당신은 나랑 자지 않았겠지, 내가 당신을 모를 줄 알아?”자신의 속을 원수정에게 들키자 윤정은 뭐라도 얘기하고픈 표정을 짓고 있었지만 그는 끝내 참았다.원수정은 침대에서 내려와 그의 앞에 서서 그의 옷깃을 정리해주고 단추를 채워주었다. “그냥 외로울 때 심심풀이로 하는 거라 생각해. 난 솔로니까 괜찮아, 내 걱정은 안 해도 돼.”“이게 다 내 탓이야.”윤정은 도대체 어떻게 해야 원수정과 막내딸에게 저지른 잘못을 되돌릴 수 있는지 알 길이 없었다.“너무 자신에게 부담 주진 마. 나도 이젠 안 따지는 데 당신 뭐 하러 계속 생각해? 유희는 더더욱 당신을 미워하지 않을 거야, 걔가 얼마나 아빠를 좋아하는데!”원수정은 웃으며 얘기를 이어갔다.윤정은 만약 그때 그가 헤어지자고 말하지 않았다면 지금 그들 한 가족은 반드시 매우 행복했을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하지만 이 세상에 만약이란 존재하지 않았다…….심지어 그는 지금 눈앞에 놓인 문제를 해결할 좋은 방법조차 떠오르지 않았다.“오늘에 갈려고? 하룻밤만 더 같이 있어 줄래? 마지막 밤…….”윤정이 말을 꺼내기도 전에 원수정은 그를 끌고 세수하러
장미선은 멍하니 윤정을 바라보며 일어서다가 의자에 부딪혀 비틀거렸다.“지금……뭐라고 했어? 나랑 이혼하겠다고? 원수정 때문이야?”“그때 우리 왜 이혼했는지 당신도 잘 알잖아, 여태껏 설이를 위해서 당신 엄마의 자존심을 지켜주려고 얘기 안 했을 뿐이야. 근데 지금 더 이상 수정이를 실망하게 하면 안 될 것 같아, 설이도 다 큰 마당에 이해해줄 거야.”“안 돼! 이혼 안 할 거야!”장미선은 앞으로 가서 윤정의 손을 꼭 잡았다.“어떻게 나와 이혼할 수 있어? 지나간 일은 그냥 지나가게 두자, 우리 지금까지 아무 문제도 없었잖아. 원수정 하나 때문에 나를 버린다고? 안 돼! 이건 절대 용납할 수 없어!”“미선아, 이런 결혼 생활, 정말 네가 원한 거야?”이 결혼 생활은 장미선이 원한 결혼 생활이 아니었다. 그녀의 로망 속의 결혼 생활은 남편의 사랑을 듬뿍 받으며 지내는 것이었지만 윤정은 이 가정에 대해 책임만 있었지 사랑은 없었다. 하지만 설령 그렇다 하더라도 그녀는 이혼하지 않을 것이다!장미선은 울면서 그와 간절하게 빌었다.“윤정, 이혼은 하지 말자. 나 당신한테 어떻게 했는지, 당신도 잘 알잖아. 내가 혹시 뭐 실수한 거 있다면 알려줘, 나 다 고칠게. 다 고칠 테니까 이혼만 하지 말자. 응?”윤정은 그녀의 손을 뿌리치고 냉담한 반응을 보였다.장미선의 심장이 철렁했다.“우리의 결혼은 설이를 위한 것이야. 우린 쇼윈도 부부랑 다를 게 없잖아. 한 푼도 안 가지고 떠날 테니까 걱정하지 마.”윤정은 이 말만 하고 일어나 떠났다.멍해진 장미선은 땅에 주저앉고 말았다.‘빈털터리로 나간다…… 윤정이 원수정이랑 같이 있으려고 빈털터리로 나가겠다고?’장미선은 이런 결과를 받아들일 수 없었다! ‘윤정은 내 남편이고 내 아이의 아버지야, 왜 다른 사람에게 뺏겨야 하는데?”‘원수정은 그저 윤정의 기억의 한 페이지에 흔적을 남겼을 뿐, 넘기면 지나가는 존재에 지나지 않는다. 다시 돌아간다고? 이건 말도 안 돼!”장미선은 돈에 열광했다. 하지만 그보다도
장미선은 이 일을 윤설과 얘기하지 않았기에 그녀는 상당히 놀랐다.‘빈털터리로 나간다고? 다 버린다고?’윤설은 그의 아버지가 사업에 얼마나 많은 심혈을 기울였는지 모를 수가 없었다.“그 아줌마를 위해서 이렇게까지 해야겠어요? 아빠, 아빠가 빈털터리가 되면 그 아줌마가 과연 아빠를 받아줄까요?”“난 이혼한다고 했지 원수정과 결혼한다는 얘기는 안 했어.”윤정은 그녀를 바라보며 얘기했다.“이건 내 개인의 선택이야. 다른 사람과는 상관이 없어.”윤설은 자신의 아버지가 왜 이런 미친 짓을 하고 있는지 도저히 이해할 수가 없었다.“설아, 난 네 엄마랑 재혼한 거 단 한 순간도 후회한 적이 없어. 적어도 넌 건강하게 다 컸잖니. 넌 곧 결혼하고 아이도 낳을 거며 분명히 좋은 아내, 좋은 엄마로 될 거야. 넌 너만의 인생이 있고 아빠의 선택은 너에게 큰 영향을 주지 않을 거지만 그래도 미안하다고 얘기하곤 싶다.”윤설은 헛웃음이 나왔다.‘원수정 모녀때문에 우리 가정이 산산조각으로 망가지고 깨졌어.’그녀는 아무 말도 하지 않고 돌아섰다.윤정은 의자에 앉아 움직이지 않았고 안색이 좋지 않았다.그러나 그는 기왕 결정한 이상 후회하지 않을 것이다.원수정은 호텔 스위트룸에서 원유희와 페이스톡했다.“너 오늘 왜 출근 안 했어? 주말도 아닌데.”“납치당해서 많이 놀랐다고 회사에서 좀 더 쉬라고 했어요.”“너희 회사 꽤 인간적이네.”원수정은 웃으며 말했다.원유희는 그녀의 웃는 얼굴을 보고 물었다.“무슨 좋은 일이라도 있어요? 기분이 엄청 좋아 보이는데요?”“그래?”원수정은 자기 얼굴을 만지며 시치미를 뗐다.“딸이 돌아와서 너무 좋으니까 얼굴도 폈지!”“난 또 엄마 돈을 딴 줄 알았잖아요. 아니면 뭐 연애?”원유희는 무심한 듯 얘기했다. 하지만 예상 밖으로 때려 맞혔다.‘돈을 딴 건 아닌데. 뭐 연애는, 아니겠지?’“내가 나이가 몇인데 연애하겠어…….”원수정은 거짓말을 하며 얼굴을 이리저리 쳐다보며 물었다.“나 피부 어때? 많이 늙어 보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