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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4화

김신걸이 다행히 살인충동을 잘 참아낸 것인지 다음 날, 원유희는 무사히 눈을 뜰 수 있었다.

머리가 깨질 듯한 두통을 느끼며 일어난 원유희는 자신이 계단 근처의 카펫 위에서 자고 있었음을 눈치챘다.

마치 버려진 쓰레기처럼 말이다…….

뭐 누구 짓인지는 말을 하지 않아도 충분히 예상이 됐다.

자리에서 일어선 원유희가 익숙한 인테리어를 둘러보았다.

‘어전원이네. 역시…… 하늘이 날 아직 완전히 버린 건 아니야. 이렇게 좋은 기회를 주셨으니까!”

욕실에서 엉망진창인 얼굴을 대충 정리한 원유희가 1층으로 내려갔다.

그녀를 발견한 해림이 다가왔다.

“아가씨 식사 준비 다 됐습니다.”

“김신걸은요?”

“대표님은 나가셨어요.”

고개를 끄덕인 원유희가 주방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음식물을 씹으면서도 그녀의 생각은 오직 하나뿐이었다.

‘김신걸이라면 내 여권을 어디에 숨겼을까? 방? 아니면 서재? 운에 맡겨보는 수밖에.’

식사를 마친 원유희는 주방에서 나온 뒤 집에서 일하는 사람들의 눈을 피해 조용히 서재로 향했다.

다행히 문은 열려있는 상태였다, 최대한 소리가 나지 않게 조심스럽게 문을 연 원유희는 쏙 하고 안으로 들어간 뒤 급히 문을 닫았다.

심플한 분위기의 큰 서재는 어딘가 차갑고 압박감마저 느껴졌다. 김신걸의 느낌이 그대로 남아있는 것 같은 느낌에 원유희는 숨이 턱턱 막혔다.

하지만 여기까지 온 이상, 멍하니 서 있을 시간은 없었다.

원유희는 숨을 죽이고 조심조심 걸어가 책상 위의 파일이며 서랍을 전부 뒤졌지만 그 어디에도 여권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살짝 실망하던 원유희는 책장으로 시선을 옮겼다.

책들을 하나하나 뒤져보던 그때, 두터운 책 한켠에 짙은 푸른색 작은 수첩이 그녀의 시선을 끌어당겼다.

‘역시…….’

뭐에 홀린 듯 꺼낸 수첩의 정체는 여권이었다. 신분증까지 여권 사이에 끼어있는 걸 발견한 원유희는 기쁨의 환호를 내지르지 않기 위해 입술을 꾹 깨물었다.

휴대폰은 버리고 도망치는 거야. 휴대폰 위치 추적이 없으면 아무리 김신걸이라도 날 잡을 순 없을 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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