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흘 내내 물 한 모금 못 마신 원유희는 금방이라도 쓰러질 것 같아 침대에 살짝 몸을 기댔다.‘그래. 내가 팔자가 사나워서 그래…… 내가 운이 나빠서…… 그게 아니라면 김신걸한테 이렇게까지 괴롭힘 받을 이유가 없으니까…….’“행여라도 데리고 나갈 생각 같은 건 하지 마. 이 총에 맞아 죽어서 영혼으로라도 남고 싶다면 마음대로 하든가.”말을 마친 김신걸은 자신의 말이 농담이 아니라는 듯 권총으로 멀리 있는 꽃병을 향해 총을 한 발 발사했다.총알이 정확히 화병을 명중하고 방금 전까지 멀쩡하던 화병이 산산조각나고 말았다.“으악!”처음 듣는 총소리에 깜짝 놀란 원유희는 비명과 함께 눈을 질끈 감았다.잠시 후, 조심스레 고개를 돌려 김영과 김명화의 상태를 확인한 그녀가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다친 데는 없는 것 같으니까 다행이야…….’“들어와!”김신걸의 차가운 목소리가 울려 퍼지고 경호원으로 보이는 장정 여러 명이 우르르 들어오더니 김영과 김명화를 노려보았다.“지금 바로 움직일까요?”순식간에 불리해진 상황에 김영은 몰래 주먹에 힘을 주었다.딱 봐도 이쪽이 불리하니 대놓고 맞설 수도 없는데다 부자끼리 서로 싸운다는 패륜이 일어나는 건 눈 뜨고 볼 수 없었다.한편 김명화도 입술을 꽉 깨물었다.이대로 원유희를 두고 가면 평생 죄책감에 시달릴 것만 같았으니까.하지만 고개를 돌린 순간, 원유희의 눈동자는 그를 향해 이렇게 말하고 있었다.‘너라도 얼른 가…….’김명화가 여전히 망설이자 원유희가 허약한 목소리로 말했다.“날 죽게 내버려두지는 않을 거야…… 걱정하지 마…….”말없이 한참을 고민하던 김명화는 결국 치미는 분노를 억누르며 집을 나가버렸다.김영은 이제 정말 악마처럼 변해버린 아들을 향해 한 발 다가갔다.가족들 사이에 있었던 일이니 대화로 풀 수 있을 거라 생각했다.“신걸아, 다 내 잘못이야. 그러니까 그 죗값은 내가 갚을게.”아버지의 목소리에 고개를 돌린 김신걸은 마치 악귀에 빙의라도 된 듯 기괴한 미소를 지었다.“아버지, 너
본능적인 두려움에 원유희가 비틀거리며 뒤로 물러났다.“총 쏠 줄은 알면서 빼앗은 거야? 내가 가르쳐줄까?”그리고 다음 순간, 김신걸이 그녀의 이마를 향해 방아쇠를 당겼다.“탕!”“으악!”깜짝 놀란 원유희가 머리를 끌어안고 그 자리에 주저앉았다.‘뭐지?’하지만 한참이 지나도 몸에서는 통증이 느껴지지 않았다. 애초에 그녀를 향해 쏜 게 아니었으니까.“이번에는 정말 널 겨낭 할 거야. 그러니까 당장 꺼져.”김신걸이 차가운 목소리에 바로 반응한 그녀가 미친 듯이 거실을 뛰어나갔다.애초에 풀어주기로 마음을 먹은 건지 밖에는 차가 대기하고 있었다.잠시 후, 차는 한참을 달려 집과 꽤 멀어졌음에도 그녀의 몸은 떨림을 멈추지 않았다.‘괜찮아. 괜찮아. 이제 괜찮아…….’잠시 후, 아파트로 돌아온 그녀는 문을 닫은 뒤 소리를 지르고 의자를 부수며 참고 참았던 분노를 분출해냈다.“김신걸, 이 미친 놈! 이 미친 자식아!!”12살 때까지만 해도 이 정도는 아니었다. 그때는 적어도 총은 없었으니까.그런데 칼도 아니고 총이라니…….‘그딴 건 왜 가지고 있는 거지? 왜? 사람이라도 죽이려고? 하긴…… 김신걸이라면 충분히 그럴 수 있을 거야. 마음만 먹으면 경찰에서 눈치 못 채게 쥐도 새도 모르게 죽여버리겠지. 아니…… 경찰에서 안다 해도 누가 감히 김신걸을 조사하겠어…….’뭔가 떠오른 원유희는 집에 두고 갔던 휴대폰을 꺼내들었다.3일 사이 이미 배터리가 다 나간 상태였다.휴대폰에 충전을 하고 켜보니 통화기록은 고모와 김명화가 걸어온 부재중 전화로 가득 차 있었다.아마 연락이 안 되니 미친 듯이 전화를 한 거겠지.날짜를 확인한 원유희가 입술을 꽉 깨물었다.‘임시 주민등록증도 지금쯤 다 됐을 테고…… 일단 그것부터 발급받고 바로 여권 새로 받는 거야. 속전속결로 움직이는 거야…… 사흘내내 갇혀있다가 나와서 바로 이런 짓을 저지를 거라곤 김신걸도 에상하지 못할 거야. 오늘 마침 출근도 안 하겠다. 오늘이 최적의 기회야.’생각을 마친 원유희는 아파트
다음 날, 원유희는 고모와 김명화에게 무사하다는 내용의 문자를 전했다. 그녀가 실종되었을 때 가장 걱정해 준 사람들이었으니까.사실 집으로 돌아온 뒤로 원유희는 더 이상 성형외과로 출근을 하고 싶지 않았다. 어차피 보름 뒤면 이곳을 떠날 테고 제대로 된 사직 절차를 밟을 것도 아니니 이번 달 월급도 못 받을 테니까 말이다.하지만 바로 병원을 그만두면 바로 김신걸의 의심을 사게 될 터…….무거운 마음으로 출근한 그녀의 곁으로 장인영이 다가왔다.“하, 드디어 출근했네요. 생리는 다 끝났어요?”“네.”장인영의 비아냥거림에도 원유희는 덤덤한 말투로 대답했다.“하여간 연약한 척은. 앞으로 한 달에 한 번씩 이렇게 며칠씩 잠적할 셈이에요? 도대체 왜 원유희 씨를 안 자르는 지 이해가 안 되네요. 원유희 씨 때문에 팀장님은…… 재수없게.”말을 마친 장인영이 그녀를 흘겨보더니 자리를 떴다.혼자 남은 원유희가 눈살을 찌푸렸다.‘하, 아예 대놓고 시비를 거네.’하지만 장인영의 마음이 이해가 안 가는 건 아니었다.한 사람이라도 휴가를 내면 다른 누군가가 해야 할 일이 더 많아지기 마련. 정말 장인영 말대로 다들 생리통 때문에 매달 3-4일간 휴가를 낸다면 그 회사가 제대로 굴러갈 리가 없을 것이다. 하지만 모두에게 상황을 설명할 수도 없는 노릇이니 억울함을 삼킬 수밖에 없었다.저녁, 퇴근 후.원유희의 아파트 앞에 도착한 김명화가 그녀에게 전화를 걸었다.“나 지금 집 앞이야. 보고 싶어.”“여기가 어디라고 와. 아파트 단지 곳곳에 전부 CCTV야. 김신걸한테 들킬 수도 있다고.”원유희의 목소리가 두려움으로 떨려왔다.‘명화는 왜 여기까지 온 거야. 김신걸이 무섭지도 않나…….’“네가 너무 걱정돼서 그래. 유희야, 얼굴 좀 보자. 잠깐이면 돼.”진심어린 그의 목소리에 망설이던 원유희가 대답했다.“그래. 그럼 아파트 뒤쪽으로 와. 그쪽엔 CCTV 없으니까. 지금 바로 내려갈게.”“그래.”잠시 후, 복도에서 나온 원유희의 눈에 익숙한 포르쉐와 차문에
계단을 내려오던 원유희는 과일을 든 중년 여성 행인과 스쳐지났다.별생각 없이 몇 계단 더 내려가던 원유희가 고개를 홱 돌렸다.여자의 뒷모습을 바라보던 그녀의 눈동자가 급격하게 흔들렸다.‘저 사람은…… 엄마? 그럴 리가. 엄마는 이미 세상을 떠나셨잖아. 하지만 방금 그 사람은 분명…… 내가 잘못 본 건가?”여자가 마지막 계단을 오르던 그때, 그제야 정신을 차린 원유희가 부랴부랴 그 뒤를 따랐다.뭐에 홀리기라도 한 듯 여자의 뒤를 따라가던 원유희는 낯선 아파트 단지에 도착했다.제대로 된 경비 한 명 없는 아파트를 둘러보던 그때.문을 열려던 중년 여자가 그제야 이상하다는 생각이 들었는지 고개를 돌렸다.원유희의 얼굴을 확인한 중년 여자는 급격히 당황하더니 들고 있던 짐을 툭 떨어트렸다.장바구니에 들었던 과일들이 바닥에 와르르 쏟아졌다.원유희의 눈동자에 눈물이 차올랐다.“정말…… 엄마였네요.”바로 정신을 차린 여채아가 허리를 숙여 과일을 줍더니 단호하게 부정했다.“사람 잘못 보셨어요!”“제가 제 엄마도 못 알아볼 것 같아요?”원유희가 울먹이는 목소리로 물었다.과일을 주우려던 여채아의 손이 살짝 떨렸다.“의사들도 아빠도 엄마가 다 죽었다고 했어요. 근데 그게 다 거짓말이었어요?”원유희는 아주 오래 묻어두었던 추억을 꺼냈다.초등학교 때, 평소처럼 집에 돌아온 원유희는 엄마가 교통사고로 돌아가셨다는 청천벽력 같은 소식을 듣게 되었다.미친 듯이 병원으로 달려갔지만 의사도, 아빠도 전부 엄마가 죽었다고 말할 뿐, 엄마의 마지막 모습마저 확인하지 못했었다.시신이라도 확인하겠다며 난리를 피우는 원유희는 결국 아빠의 손에 이끌려 집에 돌아왔고 슬프지만 결국 그 사실을 받아들일 수밖에 없었다.아무리 부정해도 소용없다는 걸 눈치챈 걸까? 여채아는 용기를 내 딸의 얼굴을 마주했다.여채아가 눈물을 글썽인 채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너희 아빠랑…… 난 그때 이미 끝난 사이였어. 그 교통사고 이후로 난 도망치 듯 너희 두 사람을 떠나버렸어. 그 뒤에
“아니야. 엄마는 무조건 올 거야!”“우리 같이 엄마 기다리자.”하지만 유담은 핑크색 입술을 쑥 내밀며 구시렁댔다.“정말? 하지만…… 아직 남은 시간이 너무 많잖아…….”여동생의 불평에 오빠들도 입을 다물 수밖에 없었다.몇 번을 세어봐도 오늘이 겨우 4일째라는 사실은 변하지 않았으니까.그나마 맏형인 조한이 뭔가 떠오른 듯 진지한 얼굴로 두 눈을 반짝였다.“엄마가 안 오시면 우리가 직접 엄마한테로 가는 거야!”형의 말이 일리가 있다는 듯 표정으로 고민하던 상우의 얼굴도 기대감으로 상기되었다.유담도 잔뜩 흥분한 얼굴로 이불을 젖히더니 큰 눈을 깜박였다.“정말? 그런데…… 엄마는 우리랑 되게 뭔 곳에 있잖아…… 할머니가 뭐라고 하셨더라? 한국…….”“제성시!”조한이 바로 덧붙였다.“비행기도 타야 한다고 했어!”잠깐 빛났던 유담의 눈동자가 바로 어두워졌다.“우리끼리 비행기 어떻게 타?”여동생의 날카로운 질문에 두 오빠가 잠깐 동안 침묵했다.먼저 입을 연 건 상우였다.“일단 공항으로 가서 어른들 따라가면 어떻게든 될 거야!”엄마를 만날 수 있다는 설레임이 세 아이의 눈이 샛별처럼 반짝였다.고개를 모은 세 아이는 펜과 종이를 들고 제성시로 돌아가기 위한 계획을 세우기 시작했다…….다음 날 오후. 영희 이모는 아이들이 낮잠에 빠진 사이 장을 보기 위해 집을 나섰다.“철컥.”하지만 영희 이모가 문을 나서는 순간, 가만히 누워있던 세 아이들이 눈을 번쩍 뜨더니 바로 작전을 시작했다.유담이는 귀여운 책가방을, 조한이는 호신용 장난감 칼을, 상우는 가장 아끼는 모자를. 이렇게 각자의 보물을 챙긴 세 남매는 인생 최대 모험을 시작했다.잠시 후, 집으로 돌아온 영희 이모는 아이들의 모습이 보이지 않자 가슴이 철렁 내려앉는 기분이었다.침대 위에 A4용지가 보였다. 종이에는 사람 모양 그림과 수많은 선들이 뒤엉켜있었는데 어른인 영희 이모가 이걸 알아볼 수 있을 리가 없었다.“이게 뭐야?”종이를 내려놓은 영희 이모는 아이들이 자주 노는
“아주 멋진 곳이야. 일단 가보면 무조건 좋아할 거니까 기대하고 있어…….”한국? 제성?세 아이의 눈이 번뜩이더니 자연스럽게 부부의 뒤를 따라 이동했다.체크인 구역.사람들의 시선이 세 아이에게 쏠렸지만 앞 사람은 당연히 뒷사람 아이라고 생각하고 뒷사람은 당연히 앞 사람 아이라고 생각해 그 누구도 이상하다는 생각은 하지 못했다.게다가 세 아이의 당당한 표정은 누가 봐도 길을 잃은 미아들로 보이지 않았다. “어머 쟤네 좀 봐.”“세쌍둥인가 봐. 너무 귀엽다…….”“저 볼살 좀 봐. 만져보고 싶다…….”승객들은 물론이고 보안 검사 요원들마저 세 쌍둥이의 외모에 마음을 빼앗기고 말았다.“어머. 꼬마 승객님이네? 너무 귀엽다.”한편, 아이들은 혹시나 어린애 셋이서 공항까지 온 사실이 들킬까 봐 애써 당당한 척 연기를 하느라 칭찬 따위는 귀에 들어오지 않았다.보안 검색을 마친 뒤 유담이 잔뜩 억울한 표정으로 말했다.“아까 어떤 언니가 내 볼 꼬집었어…….”“나도!”“나도!”대합실. 의자에 앉은 세 어린이는 조용히 비행기를 기다리다 역시나 어른들의 뒤를 따라 자연스레 비행기에 올랐다.한편, 아이들의 이동 경로에 따라 CCTV 영상을 쭉 확인한 영희 이모는 숨이 턱 막히는 것만 같았다.‘내가 지금 뭘 보는 거지? 아이 셋이서만 택시를 타고 비행기에까지 오르다니…… 이게 말이 돼?’처음 보는 희한한 광경에 경찰들도 당황스럽긴 마찬가지였다.‘이런 대담한 꼬맹이들을 봤나. 커서 큰 인물이 되겠어…….’“확인 결과 아이들은 스스로 한국 제성으로 향하는 비행기에 탑승한 것 같습니다. 어떻게 할까요?”경찰이 물었다.비행기가 착륙한 뒤 한국 경찰에게 협조를 구하고 아이들을 다시 데리고 올 수 없냐고 물으려던 영희 이모가 멈칫했다.‘불쌍한 것들. 제 엄마가 얼마나 보고 싶었으면 어린 것들 셋이서 비행기에 탔겠어…….’“일단…… 아이들 엄마한테 전화할게요.”제성시.새벽시간이라 한참 자고 있던 원유희가 벨소리에 눈을 부스스 떴다.‘이 새벽에
“사모님, 저도 이제 칠순이에요. 이제 정말 힘이 부치네요.”힘없는 영희 이모의 목소리에 원유희는 절망스러운 듯 얼굴을 감싸 쥐었다.극도의 초조함과 무력함에 눈앞이 어질어질했다.하지만 그녀의 이기심 때문에 영희 이모를 난처하게 만들 수는 없는 노릇이였다.한숨을 푹 내쉰 원유희가 말했다.“알겠어요. 그 동안 수고 많으셨어요…….”통화를 마치고 힘없이 침대에 기댄 원유희는 어지러운 머릿속을 정리하기 위해 애쓰고 또 애썼다.‘정말 애들이 오는 걸까? 내가 공항으로 나가도 괜찮을까? 김신걸한테 들키면 어떡하지? 안 돼! 내 곁에 두는 건 안 돼! 그건 너무 위험해.’김신걸과 양육권을 놓고 분쟁을 벌인다면 무조건 그녀의 참패일 게 분명했다.게다가 김신걸은 극도로 원유희를 혐오하니 아이를 빼앗아 간 뒤 평생 만나지도 못하게 할 가능성도 다분했다.하지만 지금 이런 상황에서 누구에게 도움을 청할 수 있을까?‘아이들이 여기까지 왔으니 누구라도 공항에 마중은 나가야 할 텐데…… 고모는 안 돼. 명화도 안 되고…….’한참을 고민하던 원유희의 머릿속에 누군가의 얼굴이 떠올랐다.깊은 밤. 아파트에서 나온 원유희는 택시를 타고 바로 여채아의 집으로 향했다.“쾅쾅쾅!”새벽에 갑자기 울리는 노크소리에 깬 여채아는 문앞에 서 있는 딸의 모습을 확인하고 눈이 휘둥그레졌다.“네…… 네가 여긴 어떻게?”“엄마, 나 좀 도와줘요. 지금 부탁할 사람이 엄마밖에 없어서 그래요…….”지금까지 강하게 버텨오던 원유희는 결국 엄마 앞에서 무너지고 말았다.잠시 후, 아이처럼 우는 딸의 입에서 나온 이야기는 그야말로 충격 그 자체였다.‘아이가 있었어……?’“저도 잘한 거 없다는 거 알아요. 하지만 애들이 무슨 죄예요…… 엄마, 저 대신 공항으로 나가주시면 안 돼요? 엄마 외손주들이기도 하잖아요.”원유희가 애원했다.“여권만 나오면 바로 아이들 데리고 여길 떠날게요.”“사실 애들 아빠는…… 고모 양자예요. 고모랑은 사이가 안 좋고 전 더 말할 것도 없고요. 아이의 존재에
조한이 폴짝 의자에서 뛰어내렸다.“정말 우리 외할머니 맞아요?”“왜 엄마는 안 왔어요?”“엄마는 어디 있어요?”오는 내내 팔자에도 없는 할머니 노릇이 내심 탐탁지 않았던 여채아도 인형처럼 귀여운 아이들의 얼굴을 보는 순간 마음이 사르륵 녹아내렸다.‘특히 저 여자애는 우리 유희 어렸을 때랑 똑같게 생겼네. 아들들은…… 아빠를 닮은 건가?’한발 앞으로 다가간 여채아가 고사리 같은 아이들의 손을 잡았다.“엄마는 집에서 기다리고 계셔. 그러니까 얼른 가자.”한편, 여채아의 집에 있는 원유희는 앉았다 섰다를 반복하며 애꿎은 손톱만 물어뜯었다.아무리 생각해도 아이들 셋이서 비행기를 타고 여기까지 왔다는 게 믿겨지지 않았다.게다가 주위 어른들 중에 이상하다고 생각하는 사람 한 명 없었다니…….‘이제 겨우2살짜리 애들이 겁도 없어 정말…….’이때 도어락이 열리는 소리가 들리고 연이어 머리를 빼꼼 내민 세 아이가 원유희의 얼굴을 확인하고 우르르 달려들었다.“엄마!”“엄마!”“엄마!”꿈에도 그리던 아이들을 품에 꼭 안은 원유희의 눈에서 눈물이 주르륵 흘러내렸다.“엄마가…… 우리 조한이, 상우, 유담이 정말 많이 보고 싶었어…….”“우리도 엄마 보고 싶었어요!”“그래서 우리가 먼저 왔잖아요!”“정말 엄마다!”오는 내내 씩씩하던 세 아이들도 엄마 품에 안기니 긴장이 풀리며 서러움이 밀려드는지 울음을 터트렸다.어떻게든 품에 더 파고들려는 아이들의 모습에 원유희의 가슴이 찢어지는 듯했다.“어디 다들 얼굴 좀 보자…….”겨우 감정을 추스른 원유희가 아이들의 얼굴을 어루만졌다.비록 떨어져 있었던 시간은 겨우 보름뿐이었지만 아이들이 곁에 없는 1분 1초가 원유희에게는 영원할 것처럼 느껴졌었다.“유담아, 이제 몸은 괜찮아?”“엄마 얼굴 보니까 다 나은 것 같아요!”콧물을 옷소매에 닦아낸 유담이 환하게 웃어보였다.그 모습에 원유희도 눈물을 글썽인 채 웃음을 터트렸다. 그리고는 그 동안 못했던 포옹이며 뽀뽀를 마구 퍼부었다.아이들 특유의 우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