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둥이는 달려들어 엄마의 두 다리를 껴안았다.원유희는 웃으며 손에 든 물건을 내려놓고 그들의 말랑말랑한 우유향의 작은 몸들을 끌어안았다.매번 헤어질 때마다 그녀는 아이들을 많이 그리워했다.삼둥이는 엄마 이마의 흰 거즈를 발견했다.“엄마, 머리가 왜 그래요?”“넘어졌쩡?”“엄마 많이 아포?” 유담의 눈에 눈물이 맺혔다.원유희는 그들이 놀랄까 봐 급히 말했다.“아니야 아니야, 엄마가 조심하지 않아서 넘어졌어, 아프지 않아!”“어디에 넘어 졌어용? 내가 부숴버릴 거야!” 조환은 매우 급해했다.원유희는 무슨 말을 하려다가 표원식이 걸어오는 것을 알아차렸다.표원식이 말했다. “만약 눈에 거슬리면 확실히 해결해야 해.”그 목소리는 평온함 속에 교육자의 성숙함과 침착함을 띠고 있어 경의를 자아낸다.원유희는 바삐 삼둥이를 풀어주고 일어나 허리를 굽혀 인사했다.“교장 선생님 안녕하세요.”표원식의 시선은 그녀의 이마에 떨어졌다, 하지만 아무 말도 하지 않고 바닥에 있는 가방을 들고 말했다.“들어오세요.”원유희는 정신을 차리고 문을 막고 서있지 않고 바삐 삼둥이를 데리고 들어갔다.다만 표원식이 이렇게 친절해서 그녀를 매우 미안하게 했다.그의 집에 살고 있을 뿐만 아니라 그는 물건도 들어주고 매너가 넘쳤다.표원식은 그녀를 위해 이렇게 할 이유가 없었다.“뭐 마시고 싶어요?” 표원식이 생각했다.“아이들이 말하기를 분유를 즐겨 마신다 던데요?”원유희는 얼굴이 빨개졌다.그녀는 그들이 다 마시지 못해서 남아 있는 걸 혼자 마신 거였다…….“안 마실게요, 저기, 시간되시면 교장 선생님, 제가 밥 살게요, 나갈까요?” 원유희가 제안했다.“안전해요?” 원유희는 그의 뜻을 알고 망설였다.“괜찮아요, 그렇게 재수 없을 정도는 아니에요.”표원식은 주방 방향을 가리켰다. “이미 저녁을 준비했으니 함께 먹어요. 밥은 다음에 사세요.”유담이 와서 원유희의 손을 잡아당겼다. “엄마 같이 먹자?”“엄마는 밖에서 해산물만 먹지 않으면 돼.” 조환이
표원식이 다가올 때 원유희는 시선을 떨구었다.거즈가 벗겨져 상처 부위가 공기에 닿는 차가움을 느꼈다.그리고 차가움 뒤에는 따뜻한 호흡의 열기가 느껴졌다.고개를 살짝 들어 표원식과 눈을 마주하고 원유희는 자신의 심장박동이 너무 빠르다는 것을 느꼈다. 이어서 표원식이 물었다.“김신걸이 한 거예요?”원유희는 황급히 얼굴을 돌렸다.“아니에요, 어젯밤에 제가 술을 많이 마셔서 넘어졌어요. 정말…… 미안해요. 저를 데리러 가셨는데 허탕치게 해서. 저는 김신걸도 같은 호텔에서 밥을 먹을 줄 몰랐어요. 그 후에 그의 차에 끌려 집으로 갔어요…….”“그는 무슨 의도로 그러는 걸까요?” 표원식의 소리에는 감정이 느껴지지 않는다.“저…… 저의 고모가 김 씨 가족에 시집갔는데 김신걸의 미움을 샀어요. 어차피 하루 이틀도 아니고 익숙해졌어요.” 원유희는 표정이 시무룩해졌다.어차피 어떤 상황인지 표원식은 틀림없이 알고 있을 것이다.그러나 그는 김신걸이 왜 그 정도로 그녀의 어머니를 미워하고 그녀도 이렇게 심각한 지경까지 연결될 수 있는지 이유를 몰랐다.왜냐하면 김신걸의 마음속에는 그녀의 어머니는 상간녀이고, 그녀는 상간녀의 딸이기 때문이다.“해결책을 생각해 본 적 있어요?”“그는 저에게 반년의 시간을 주었어요. 하지만, 저는 반년도 필요 없을 것 같아요. 김신걸이 좋아하는 여자가 최근에 돌아와서 그의 마음은 저한테 있지 않아요. 어젯밤에는 확실히 뜻밖의 만남이었어요.”“반년…….”표원식은 입으로 이 기한을 중얼거리고 있었다.“반년 동안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을 거예요, 김신걸은 그 여자를 매우 좋아해요.”어젯밤 김신걸의 강제적으로 한 행동은 무시했다.그러나 결과는 좋았다.그녀와 김신걸은 아무 일도 없었다.앞으로도 아무 일도 없을 것이다.모든 것이 점점 좋아질 것이다.원유희는 표원식과 눈을 마주치는 순간 마음이 움직여 시선을 돌렸다.표원식은 가드레일에 놓인 커피를 들고 한 모금 마셨다.저녁의 바람은 춥지도 덥지도 않고 아주 편안했다.배경은
원유희는 자신의 행동이 아이들도 이상하게 느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그러나 그녀는 아이들 앞에서 나쁜 짓을 했다고 감히 인정하지 못했다.저녁에 원유희는 혼자 돌아갔다.가는 길 내내 걱정이 태산이었다.매일 가슴이 막혀 숨을 못 쉴 정도로 살아가고 있었다.아이들 앞에서만 그녀는 모든 불쾌함을 잊을 수 있었다.결국 그녀의 모든 스트레스 원인은 김신걸에게서 온 것이다.다음 날 회사에 출근했다.점심 무렵, 원유희는 탕비실에서 물 한 잔을 따르고 사무실로 돌아왔을 때 함께 둘러서서 이야기하던 동료들이 그녀가 들어오는 것을 보고 즉시 입을 다물었다는 것을 보았다.이런 이상한 느낌은 매우 명확했다.원유희는 앉은 후 자신이 어떻게 화제의 여주인공이 되었는지 생각했다.맞은편 동료가 컴퓨터를 사이에 두고 그녀에게 물었다. “원유희, 너…… 평소에 실시간 검색어 보는 것을 좋아하니?”원유희는 멍해졌다. “……손예인의 일이야?”“김 씨 가문 비밀을 알아? 너 김 대표님 여자친구 아니야? 네가 만약 김 씨 가족에 시집간다면, 그의 집에 대해 더 잘 아는 것도 나쁘지 않아.”“전혀 아니야. 너희들이 생각하는 그런 게 아니야…… 무슨 뉴스야?”원유희는 헛웃음을 지으며 컴퓨터에서 홈페이지를 열어 실시간 뉴스를 검색했다.그리고 순위 상의 단어를 보았다.[김씨부인은 상간녀, 현재 이혼 중]이건 묻지 않아도 누구인지 알 수 있다.원수정은 어떻게 해도 ‘상간녀'의 신분을 벗어날 수 없을 것 같았다.그러나 원유희의 얼굴이 굳은 이유는 서열 위의 다른 키워드였다. [상간녀 원수정과 교육계 창시자 부인의 관계가 밀접]원유희는 참지 못하고 클릭했다. 피노키오 귀족 학원에서 연루된 5년 전 학생 투신 사건에 대해 학원이 편파적으로 처리한 것이라며 학교 측이 사적인 이유로 부정행위를 한 것이 아닌지 의문을 제기했다.그때는 인터넷이 아직 이렇게 발달하지 않아서 일이 어떻게 발생했는지, 어떻게 사건을 종결했는지, 그 과정에 권력으로 사리를 도모했는지는 모두 공개되지 않았
원유희는 그 소리를 알 수 있었다, 표원식의 조수.표원식이 지금 바쁘고 무엇을 마주할 것인지도 알고 이야기를 길게 나누지 않고 전화를 끊었다.그러나 원유희의 마음은 오랫동안 가라앉지 않았다.그녀는 일이 이렇게 간단하지 않다고 생각했다.이틀 뒤 인터넷의 일은 갈수록 심해져 마치 그때 사건이 정말 살인범을 은닉하고 학교에서 권력으로 사리를 도모한 것처럼 되었다.표원식의 거처에는 삼둥이 밖에 없었다.그를 이틀 동안 보지 못했다.이때 입구에서 소리가 들렸다.표원식이 돌아왔다.원유희는 일어섰다.“아빠!”“아빠!”“아빠!”삼둥이의 앳된 호칭은 원유희의 얼굴을 좀 뜨겁게 했다.표원식은 태연하게 그들의 작은 머리를 만지며 원유희를 보고 인사했다.“왔어요.”비록 얼굴에 웃음을 띠고 있지만, 원유희는 여전히 그의 피곤함을 알아차리고 그가 얼마나 골머리를 아파하는지를 알 수 있었다.“온 지 얼마 안 됐어요.” “이틀 전부터 바빠서 돌아올 시간이 없었어요.”“괜찮아요, 아주머니가 있어요. 아이들도 적응력이 강해서 괜찮아요.” 원유희는 학교 일이 잘 처리되었는지 더 걱정되었다.“맞아요, 아빠는 우리 걱정하지 않아도 돼요!” 조한이 우쭐하며 말했다.“착하네.” 표원식이 웃으며 물었다. “밥 먹었어?”“우리는 먹었떠요, 엄마가 안 먹었어!” “저랑 같이 먹을래요?”원유희는 당연히 의견이 없었다.삼둥이는 거실에서 놀았다, 그녀는 표원식과 식당에서 밥을 먹었다.“일은 이제 해결되었나요?” 원유희가 물었다.“아직은요. 위에서 아직 조사하고 있는데…….”표원식은 눈썹을 살짝 찌푸렸다.”“어려운 점이 있어요?” 원유희가 물었다.만약 문제가 존재하지 않았다면, 지금까지 해결되지 않았을 리가 없다.“여자애가 건물에서 뛰어내린 것은 학습 스트레스가 많고 부모의 관심이 부족해서 생긴 일이에요. 학교에서 그에 상응하는 배상을 해주었고 일이 완벽하게 해결되었어요. 그런데 이상하게도 최근 그 부모님이 튀어나와 학교의 잘못을 지적하며 여자아이가
한참을 기다렸지만 답장이 없자 원유희는 택시를 타고 직접 찾아갔다.김신걸은 사업가이기 때문에 핸드폰이 울리면 듣지 못할 리가 없다.설령 샤워를 하고 있다 하더라도 그녀가 기다린 이 시간은 충분하다.김신걸이 답장하지 않은 것은 윤설이 없다는 것을 설명한다. 그렇지 않으면 원유희가 어전원에 가서 그의 좋은 일을 망치게 하지 않을 것이다!30분 후에 원유희는 어전원에 도착했다.어둠 속의 어전원은 다른 집의 호화 주택처럼 밝지 않았다. 가끔 필요할 때만이 불빛이 켜지고 있었다. 사람의 얼굴처럼 대부분 어둠 속에 가리게 되어 음산하고 무서우며 정서적 긴장을 초래한다.원유희는 문 앞에 멈춰 선 롤스로이스를 보고 입술을 깨물고 용기를 내 계단으로 올라갔다.그 한 걸음 한 걸음이 힘들었다.하지만 그녀는 김신걸을 찾지 않으면 피노키오의 일이 해결되지 않을 것이라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문제 해결 책은 김신걸에게 달려있다.정확히 그녀 때문에 생긴 문제다…….홀의 조명이 켜지지 않아 내부 환경이 보일락 말락 했다.원유희는 연결된 홀의 통 유리 옆의 그 가치가 매우 높은 피아노를 보았다.예전에는 없었다.생각하지 않아도 누구를 위해 존재하는지 알 수 있었다.피아노 마스터, 윤설.해림이 다가왔다.“원아가씨.”“김신걸은요?”“대표님은 서재에서 바삐 일보고 계십니다, 저를 따라오세요.”원유희는 입술을 오므리고 해림의 뒤를 따랐다.해림은 문을 두드렸다, 안에서 낮고 위압적인 소리가 들린 후 문을 열었다.원유희는 억지로 들어갔다.눈을 들고 김신걸의 어두운 눈동자와 마주치자 심장은 억제할 수없이 움츠러들었다.김신걸의 차가운 목소리.“누가 그녀를 데리고 들어오라고 했어?”나가려던 해림은 굳어버리고 고개를 숙이고 황송한 표정을 지었다.원유희는 김신걸에게 쫓겨날까 봐 즉시 문을 닫고 해림을 밖에 두고 문을 잠갔다. 그녀에게 누를 끼칠까 봐 두려웠다.서재에는 두 사람만 남았는데, 원유희는 산소가 부족하다고 느끼고 숨을 힘겹게 쉬며 조금 헐떡였다. 화를
김신걸이 언제 갔는지 몰랐다, 서재의 창문이 닫혀 바람이 통하지 않고 공기 중에 여전히 남자의 향기가 진동하는 것 같았다.매번 끝난 후 그녀는 죽음의 관문을 한 바퀴 돈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그렇다면 이렇게 스스로를 바친 후에 김신걸은 피노키오를 놓아줄까?김신걸과 다시는 스킨십을 하지 않기로 했는데 결국…….멍 때리고 있을 때 누군가 문을 가볍지도 무겁지도 않게 두 번 두드렸다.원유희는 김신걸인 줄 알았다.김신걸이어도 그녀는 무의식적으로 바닥 위의 쿠션을 빨리 주워 자기 앞을 가리고 몸을 약간 웅크렸다.윤설이 문을 열고 들어가자 소파의 하얀 등이 보였고 우윳빛 피부에는 깊고 옅은 흔적들이 물들어 있었다.바닥에 떨어진 쿠션, 바닥에 버린 옷…… 그녀는 얼굴의 사색을 감출 수 없어 원유희를 적대시하며 노려보았다.원유희는 들어오는 사람이 윤설일 줄은 몰랐다. 그녀에게 잡힌 듯 난감했고 쿠션을 안은 팔은 떨리고 얼굴은 하얗게 질렸다.윤설은 한마디도 하지 않고 돌아서 서재 문을 닫았다.원유희는 반응하고 바쁘게 소파를 내려가 바닥에 있는 옷을 주워 입었다.황급히 어전원을 떠났다.어전원이 거의 보이지 않을 정도로 한참을 걸어서야 그녀의 발걸음이 느려졌다.뒤에 있는 차가 그녀의 곁에서 멈추었고, 윤설이 차에서 내렸다.늘씬한 몸매로 원유희 앞에 서서 차가운 눈빛으로 그녀를 바라보다가 손을 들어 원유희의 뺨을 때렸다.“응!” 원유희는 얼굴이 화끈거렸다.수치심이 얼굴뿐만 아니라 심리적으로도 드러나고 있었다.“원수정의 조카딸, 아주 오래전부터 들었는데, 정말 청출어람이다, 생각지도 못했네, 이렇게 빨리 김신걸의 침대에 올라갔다니.”윤설이 비꼬면서 아주 기세 등등해 보였다.원유희는 억울했지만 반박할 말을 찾지 못했다.마치 그녀는 내연녀이고 와이프에게 잡혀 정면으로 뺨을 맞는 상황과 매우 비슷했다.“하지만 걱정하지 마, 너는 절대 제2의 원수정이 되지 않을 거야. 나는 김신걸을 잘 알아, 다만 너와 너의 고모를 괴롭히려고 하는 마음이고 너를
그럼, 김신걸은 왜 그녀를 받아들였을까? 심지어 어전원에서 그녀를 받아들였다.보아하니 김신걸은 역시 미친 사람이다!무겁고 망가진 몸을 이끌고 김 씨 회사로 출근했다.다행히 먼저 몸에 있던 옷들을 미리 벗었다, 그렇지 않았다면 그런 옷을 입고 사람을 만날 수 없었을 것이다.어느 날, 원유희는 실시간 검색어를 주시하고 있었다.오후가 되자 피노키오에 대한 내용이 반전된 것을 발견했다. 일은 이미 조사되었고 학생 부모가 딸을 너무 그리워해서 제정신이 아닌 상태에서 함부로 말했다는 내용이다.마지막에 부모는 교육을 받았고 이 일은 이렇게 지나갔다, 마치 소꿉놀이처럼 지나갔다.원유희 마음속의 부담이 줄어들었다.또한 김신걸의 무서운 권력을 두려워하며 정말 제성에서 그의 한 마디에 하늘이 바뀌고 비가 내릴 수 있다고 느꼈다.원유희는 손예인에 대한 내용도 주의했다.이제는 손예인에 대한 소식이 없어졌다.몇몇 유명 브랜드의 광고가 모두 취소되었다.연예계에서 스타는 화제가 없으면 큰일이다. 시간이 지나면 잊히게 된다.김신걸은 드래곤 그룹으로 돌아와 사무실로 걸어가는데 어둡고 무거운 압박감에 사람들이 허리를 굽혔다.“김씨의 CCTV를 내 사무실에 연결해.” 김신걸은 말했다.뒤를 따르던 고건은 멍하니 있다가 곧 알아차렸다.“네.”이런 행위는 김씨 회사의 고위층에게 적지 않은 압력을 주었다.이전에는 별로 김신걸이 김씨 회사에 관심이 없었고 주식만 보유하고 있을 뿐 권력을 잡지 않았다고 여겼다.지금 보니 일이 그리 단순하지 않았다.CCTV를 공유한다, 수시로 감시하는 게 아니면 무엇이겠는가?김명화는 이 일을 알게 된 후 웃기만 하고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김명화는 사무실을 나와 무슨 생각이 났는지 재무부로 갔다.퇴근하려고 엘리베이터로 달려가던 원유희는 마주 오는 김명화를 보았다.그녀는 못 본 척하고 곧장 앞으로 걸어갔다.어깨를 스치고 지나가자마자 김명화는 그녀의 팔을 잡아당겨 한쪽 구석으로 가서 벽에 눌렀다.그들 머리 위의 검고 둥근 공이 그
김명화는 쓰레기통을 피해 엘리베이터로 달려갔다.그러나 한발 늦었다, 엘리베이터의 문이 끝내 닫혔다.원유희는 엘리베이터 옆에 기대어 크게 숨을 내쉬었다.아까 거의 쫓길 뻔했다.‘이 사람은 틀림없이 무슨 큰 병이 있어!’김명화는 거친 숨을 몰아 쉬며 표정이 일그러졌다.좀 쉬다가 그는 고개를 들어 위에 있는 CCTV를 바라본다.누군가를 멀리 바라보고 있는 것 같았다.이때의 김신걸은 책상 뒤에 앉아 있었다. 왼쪽의 데스크톱 컴퓨터 스크린에는 모두 김씨 그룹 내 중요한 감시 구역들이었다.방금 엘리베이터 옆에서 발생한 모든 일은 그의 깊은 눈동자에 전부 들어갔다.안에 있던 김명화는 CCTV를 한 번 보고 엘리베이터 앞으로 가서 버튼을 눌러 엘리베이터에 들어갔다.김신걸의 표정은 깊이를 헤아릴 수 없었고 그는 잠시 시선을 거두었다.원유희는 원래 표원식의 집에 가서 아이들을 보려고 했지만 생각해 보고 가지 않았다.그녀가 어젯밤에 당한 죄는 아직도 후유증이 심했다.거기에 하루를 출근하고 나니 집에 돌아가자마자 침대에 누워 쉬고 싶었다.집에 도착하고 문을 열었는데 음식 냄새가 났다.현관에는 대형 캐리어가 보였다.의혹을 품고 있는데 원수정이 주방에서 나왔다.“유희야 이제 퇴근 했니? 밥이 다 되었으니 가서 손을 씻고 바로 밥 먹자”“이게 무슨 캐리어에요?” 원수정의 얼굴은 많이 지쳐 보였다.“김영이 나와 이혼하려고 하는데, 나는…… 나는 쫓겨났어.”원유희는 눈살을 찌푸렸다.“이혼하지 않을 거라고 말씀하셨잖아요?”“나는 그와 이혼하고 싶지 않았어, 그런데 그가 뜻밖에도 법원에 가서 나를 신고했어! 그 이유는 내가 딸을 낳았기 때문이었어. 이게 무슨 사랑이야?”원수정은 화가 나서 목소리가 약간 날카로웠다.원유희는 시선을 떨구었다. 이렇게 말하면 그녀가 원수정이 가정을 잃게 한 사람이었다.“괜찮아, 이혼하면 돼. 어차피 그렇게 쉽게 나를 보낼 생각 안 할 거야. 재산이 반반이야. 그렇지 않으면 나는 가만히 있지 않을 거야.” 원수정은 앞
육성현은 흠칫 놀랐다. 그러다가 다시 입을 열었다.“내가 누구를 죽였다고 그래? 혜정아, 다 오해야. 나 지금 다 고쳤어. 진짜야, 어서 내려와. 물만두가 식겠다.”“오지 마!”엄혜정은 감정이 격해져서 소리쳤다.“다가오면 뛰어내릴 거라고 얘기했어!”“그래, 안 갈게.”육성현은 감히 다가가지 못했다.“혜정아, 진짜야. 난 사람을 죽이지 않았어. 우선 먼저 내려와. 내려오면 내가 다 설명해 줄게. 다 오해야.”“사실 처음부터 수상하다고 생각했어. 그냥 유희의 말이 날 깨닫게 했을 뿐이야.”엄혜정은 눈물이 그렁그렁했지만 눈물을 흘리지는 않았다. 그녀는 육성현을 바라보면서 얘기했다.“근데 나 지금 다 알게 됐어. 증거는 없지만 넌 김하준이잖아. 난 적어도 아이를 위해서 네가 달라질 거라 기대했어. 근데, 넌 어떻게 네 아이의 외할머니랑 외할아버지를 죽일 수 있어? 김하준, 넌 도대체 정체가 뭐야? 세상에 어떻게 너 같은 괴물이 다 존재해?”“혜정아, 내려와서 천천히 얘기하자, 응? 거긴 너무 위험해.”“제일 아끼고 사랑하는 사람이 죽은 기분을 모르지? 너도 한번 느껴봐야 해.”엄혜정은 떨어지는 눈물과 함께 베란다에서 뛰어내렸다.“안돼!”육성현은 고함을 지르며 달려갔다. 하지만 엄혜정의 옷자락도 미처 잡지 못했다.그는 엄혜정이 바닥에 떨어지는 것을 지켜볼 수밖에 없었고, 그녀의 몸에서 피가 흘러나오는 것을 목격하게 되었다.밑에 서 있던 하인 중 그 누구도 엄혜정을 받아내지 못했다.“다 죽일 거야!”육성현은 미친 듯이 달려갔고, 눈에 거슬리는 하인들을 모조리 걷어차 버렸다. 그는 엄혜정 옆으로 기어가 부드럽게 그녀를 품에 안았다.“혜정아, 혜정아. 병원에 데려다줄게. 아무 일도 없을 거야!”엄혜정은 눈을 떴다. 그녀의 머리는 피투성이가 되었고, 초점이 점차 사라지는 눈으로 육성현을 바라보았다.“김하준, 다음 생이 있다면, 난 다시는 널 만나지 않을 거야…….”이렇게 한마디만 남기고 엄혜정은 숨을 끊게 되었다.“그래, 만나지 마,
퇴원한 후, 엄혜정은 방에 혼자 남았을 때 원유희에게 연락했다.“유희야, 괜찮아? 김명화가 널 납치했다고 들었는데, 구출됐다고?”“응, 괜찮아. 지금은 집에 도착했어.”“다행이다.”원유희는 그녀의 정서가 이상하다는 것을 눈치채고 물었다.“왜 그래? 기분이 안 좋아?”“부모님이 돌아가신 일 말이야. 나 다 알게 됐어.”원유희는 순간 멈칫했다.‘다 알았다고?’“미안해 혜정아, 숨기는 게 아니었는데.”“괜찮아, 나랑 아이를 생각해서 숨긴 거잖아.”엄혜정은 잠시 멈췄다가 다시 물었다.“네가 김명화를 죽였어?”“아니. 그날에 크루즈에서 김명화가 도망쳤거든. 우리가 김명화를 찾았을 땐 이미 주검으로 됐어. 그 주검도 바다에서 건져낸 거야.”“육성현도 있었지?”“응, 얘기해줬어?”엄혜정은 덤덤하게 물었다.“육성현을 의심해 보지 않았어?”원유희는 흠칫했고 아무런 얘기도 할 수가 없었다.“김명화를 죽인 사람, 그리고 우리 부모님을 죽인 사람 말이야…….”“그럴 리가?”원유희는 당황했다. 그녀는 엄혜정이 왜 육성현을 의심하게 됐는지 이해가 가지 않았다.“무슨 단서라도 발견한 거야? 아니면 그렇게 복잡하게 생각하지 마.”“유희야, 저 사람 진짜 육성현이 아니잖아. 김하준이라고. 나 그 사람 잘 알아.”엄혜정은 목이 메였지만 울먹이면서 끝까지 말했다.“난 그 사람 고칠 줄 알았어, 적어도 아이를 위해서…….”“혜정아, 아직 조사하고 있어.”“그럼 너희들도 육성현을 의심하고 있다는 얘기잖아, 맞지?”“오해일 수도 있어.”“오해일 리가 없어.”엄혜정은 말을 마치고 바로 전화를 끊었다. 원유희가 다시 전화를 걸어오자 그녀는 아예 핸드폰을 꺼버렸다.그리고 시체처럼 무기력하게 아래층으로 내려갔다.엄혜정은 서재에서 나온 육성현을 보면서 얘기했다.“나 물만두 먹고 싶은데, 사다 줄래? 예전에 빈민가에서 자주 사주던 물만두 말이야.”“그래.”육성현은 엄혜정의 머리를 어루만지며 말했다.“먼저 우유 좀 마시고 있어. 금방 갔다 올게.”
육성현은 엄혜정을 끌어안았다.“김명화가 죽었대. 복수한 셈이나 마찬가지야. 그러니까 네가 무사히 지내야 장인어른 장모님이 안심하시지 않겠어? 침착해.”엄혜정은 울면서 그의 품에 쓰러졌다.그러고는 배가 간간이 쑤시자, 엄혜정의 얼굴은 하얗게 질렀다.육성현은 그녀의 상황을 바로 눈치채고 기사에게 소리쳤다.“얼른 병원으로 가!”“얼른!”염민우도 재촉했다. 그는 얼른 엄혜정의 손을 잡았는데, 그녀의 손이 얼음처럼 차갑다는 것을 발견했다.“누나, 아직 나도 있잖아. 그러니까 아무 일도 생기면 안 돼. 누나, 꼭 버텨줘.”엄혜정은 눈에 눈물을 머금고 그를 보고 있었다.그녀는 마음이 몹시 괴로웠고, 도저히 납득할 수가 없었다.‘난 부모님을 가질 자격이 없는 걸까……?’엄혜정이 깨어났을 때 그녀는 이미 병원에 있었다. 깨어나자마자 그녀는 무의식적으로 배를 만졌다.육성현은 그녀의 손을 잡았다.“지금 안정을 취해야 한대.”엄혜정은 주위를 둘러보았다.“민우는?”“밖에 있어. 너무 걱정되서 안절부절못하고 있어.”엄혜정은 육성현의 손에서 자기 손을 뺐다.“두 사람 너무해. 이렇게 큰일을 어떻게 나한테 숨길 수가 있어? 평생 숨길 수 있을 거라 생각했어? 육성현, 우리 부모님의 목소리를 합성해서 나랑 통화하게 했어? 네 아이디어지? 넌 아이를 위해서라면 뭐든지 다 할 수 있잖아!”“혜정아, 어차피 일은 벌어졌고, 너한테 알려준다고 해서 달라질 건 없어. 네 옆에는 나랑 아이가 있고, 민우에게 남은 가족이라곤 너밖에 없어. 너한테도 무슨 일이 생기면, 민우는 더 고통스러워질 거야.”엄혜정은 말을 하지 않았고, 눈물이 그렁그렁했다.엄혜정도 염민우가 더 고통스러워질 것을 잘 알고 있었다.그때 엄혜정은 염민우가 갑자기 엄청나게 말라갔던 것이 생각이났다. 엄혜정은 염민우의 일이 바쁜 줄로만 생각했는데, 이제야 그때 부모님이 돌아가셨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염민우는 모든 것을 혼자 감당하고 있었다.“울지 마. 의사가 지금은 안정을 찾아야 한다고 했어.”
“알았어요…….”염민우는 고개를 들었다. 그러다가 입구에 서 있는 엄혜정을 보고 깜짝 놀랐다.“누…… 누나. 여긴 어쩐 일이야?”엄혜정은 멍하니 거기에 서서 염민우를 바라보았다. 그리고 방금 얘기하고 있던 사람을 봤다.“하늘나라라뇨? 저희 부모님이 왜 하늘나라에 계셔요?”“아니야, 다른 사람의 얘기를 하고 있었어.”엄혜정은 두 사람의 얼굴에서 당황한 기색이 역력한 것을 발견했다.그녀는 똑똑히 들었다. 엄혜정은 얼굴이 하얗게 질렸고, 다급하게 핸드폰을 찾았다.핸드폰을 못 찾자 바로 차로 뛰어갔다.“누나!”염민우는 엄혜정을 쫓아갔다.“뭐 하려고 그래?”“엄마 아빠한테 전화할 거야.”“지금 여행 중이시니까, 방해하지 않는 게 좋지 않을까?”엄혜정은 그를 보면서 물었다.“사실대로 얘기해줘. 엄마 아빠 왜 아직도 돌아오시지 않은 거야? 거짓말하지 마! 사실 줄곧 이상하다고 생각했어. 내가 임신했는데 엄마랑 아빠가 계속 안 오시는 게 말이 안 되잖아! 두 분 무슨 일이 생긴 거 맞지? 정말로…… 무슨 일이 생긴 거야?”염민우는 북받쳐 오르는 감정을 꾹 참고 말했다.“더 이상 묻지 마…….”“염민우! 계속 우물쭈물 얘기 안 하면, 나 이젠 널 안 봐!”염민우는 더 이상 숨길 수 없다는 것을 직감했다. ‘집에 오는 게 아니었어, 그나저나 아저씨는 왜 또 그런 허튼소리를 해서 참…….’“맞아, 누나 임신 3개월쯤 되었을 때, 누군가에 의해 살해당하셨어.”엄혜정은 몸이 휘청거렸다. 염민우는 바로 그녀를 부축했다.“침착해요! 엄마랑 아빠는 누나가 무사하기를 원하셨을 거야. 난 누나가 못 받아들일 것 같아서 장례식 때 일부러 알려주지 않았어.”엄혜정의 눈에서 눈물이 주룩주룩 흘러내렸다. 그녀는 믿을 수 없다는 듯이 염민우를 바라보았다.“너 이러고도 내 친동생이 맞아? 어떻게 안 알려줄 수가 있어! 아기만 중요하고 부모님은 안 중요할 것 같아? 너…….”너무 충격 받은 엄혜정은 눈앞이 점점 캄캄해지더니 기절을 하고 말았다.“누나!”
육성현이 다가와 물었다.“유희야, 괜찮아?”원유희는 고개를 저었다.“너 안색이 안 좋은데, 왜 그래?”“김명화가 죽었어요.”김신걸이 얘기했다.“해독제는 찾았어요?”원유희는 다시 고개를 저었다.“아쉽네. 그럼 감염된 사람들은 우선 좀 참아야겠어.”원유희는 갑자기 뭐가 생각나 바로 김신걸을 밀쳤다.“날 만지지 마!”육성현은 그제야 원유희의 볼 아래의 병변 부위를 발견했다.“유희야, 김명화가 너한테도 독을 썼어?”김신걸은 미간을 찌푸렸다.“상관없어.”“안돼. 우리 둘다 아이들하고 접촉하지 않으려 한다면 애들이 걱정할 거야.”원유희는 거절했다.김신걸은 줄곧 원유희와 스킨쉽이 있었다. 원유희는 그도 감염되지 않을까 걱정했다.“방금도 널 안았는데, 감염되면 진작에 감염됐어.”김신걸이 말했다.원유희는 그래도 싫었다.“아니, 그래도 만지지 마.”해독제도 못 가진 상황에 김명화는 의문스럽게 죽었다. ‘여기 김명화를 죽이려고 한 사람이 있었단 말이지?’김신걸은 김명화를 죽이라는 명령을 내리지 않았을 것이다. 그리고 그의 시체를 바다에 던질 일은 더더욱 없었다.그럼 분명 다른 사람이 한 짓이었다.‘무슨 목적으로? 김신걸도 감염되면 배후의 사람을 어떻게 잡아내지?’‘다른 조직의 사람도 이곳에 숨어 있을지도 몰라.’원유희는 말을 하지 않았다.“내려가자.”김신걸은 원유희의 말대로 몸에 손을 대지 않았다. 원유희가 또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자신을 떠날까 봐서 걱정이었다. 김신걸은 더 이상 그런 고통을 견딜 수 없었다.원유희는 김신걸을 따라 떠났다.육성현은 먼 곳에 있는 김명화의 시체를 봤다. 그리고 그가 죽은 것을 확인하고 떠났다.이제 아무도 김명화를 죽인 사람이 육성현이라는 것을 모를 것이다.엄혜정은 이미 임신 5개월 차에 접어들었다. 지금 어떠한 사고도 있어서는 안 되었다.육성현은 잠깐 해독제가 없더라도 괜찮다고 생각했다. 아이를 낳은 후 다시 생각하려 했다.엄혜정은 소파에 앉아 과일을 먹고 있었다.배는 이미 많이 나
김명화의 말이 끝나자마자 뒤에서 인기척이 들려왔다.진선우는 킬러들과 격투하고 있었고, 매번 그들의 치명적인 곳을 공격했다.진선우가 실력이 없었다면, 킬러들은 진작에 그를 해결했을 것이다.김명화는 무엇을 깨닫고 손을 돌려 원유희를 잡으려 했다.원유희는 후퇴하는 동시에 다른 힘에 의해 품에 안겼다.“이거 놔!”원유희는 낯선 남자인 줄 알고 발버둥 치려 했다.“유희야.”원유희는 멍하니 고개를 돌렸고, 익숙한 얼굴을 보자 아주 기뻤다.“김신걸?”“나야.”김명화는 서로 애틋한 두 사람을 보자 화가 더 났다.“원유희, 역시 김신걸에게 단서를 남긴 사람, 너였어.”김명화는 어두운 표정을 지었다.“그쪽이 너무 방심한 탓이죠.”‘내가 예전에 김신걸의 곁에서 도망치려고 했던 일이 김명화에게 착각을 준 거야?’“왜, 날 죽이려고? 네까짓 게?”김명화는 말을 마치고 몸을 돌려 다른 출구로 달려갔다.하지만 경호원들은 이미 그곳에 서서 그를 막았다.김명화는 총을 꺼내 쏘자, 한 경호원은 바닥에 쓰러졌고, 다른 경호원은 얼른 옆으로 비켜 숨었다.일반인들은 그 출구를 포기했을 것이다. 김신걸의 사람들이 숨어있었기에, 그 출구는 아주 위험했다.하지만 김명화는 기어코 사격을 하면서 길을 텄다.안에 숨어 있던 경호원들은 피하면서 반격할 수밖에 없었다.경호원들의 반격에 김명화는 하마터면 맞을 뻔했다. 그러다가 몇발 더 쏘고는 바로 달렸다.김명화는 크루즈에 오래 있었다. 하여 갓 크루즈에 올라온 김신걸의 사람들보다 이곳을 훨씬 더 잘 알았다.몇 개의 모퉁이를 돌면 은폐하기 적합한 곳에 도착할 수 있었다.김명화는 다시 부하들에게 연락했지만 전화를 받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그제야 김명화는 김신걸의 사람들이 진작에 올라왔고, 자기 쪽 부하들은 아마 얼마 남지 않은 것을 깨닫게 되었다.도망치지 못한다면 김신걸에게 잡힐 것이 뻔했다.김명화는 죽어도 김신걸에게 잡히고 싶지 않았다.그러다가 갑자기 한 사람의 인기척이 났다. 김명화는 본능적으로 총을 들었다
원유희는 지금 약 때문에 힘을 쓸 수 없는 상황이었고, 크루즈 곳곳에는 CCTV가 있었다. 방에 들어올 때, 그 윗부분에 CCTV가 하나 있었다. 그래서 한밤중에 몰래 뭔가를 찾아보는 건 아예 불가능했다.김명화는 일찌감치 그녀가 아무것도 할 수 없도록 만들었다. 하지만 원유희는 떠나기 전에 김신걸에게 단서를 남겨주었기에 그가 곧 이곳을 찾아올 거라 믿었다.다만 김신걸의 속도가 이렇게 빠를 거라 예상하지 못했다.날이 밝는 무렵, 원유희는 헬리콥터 소리를 들었다.이어 문이 펑 하고 열렸고, 원유희는 반응하기도 전에 멱살이 잡혔다.“연락을 어떻게 한 거야?”말을 마치고 원유희의 몸을 수색하려 했다.“아! 미쳤어요? 나 핸드폰 없어요!”“김신걸이 왔다고 널 데려갈 수 있다고 생각해? 죽어서 지옥에 내려가더라도 널 끌고 갈 거야. 가자!”“아니…….”원유희는 힘 없이 밖으로 끌려 나갔다.김명화는 원유희를 다른 방으로 보냈다.“우린 여기서 김신걸이 올 때까지 기다리면 돼.”원유희는 고개를 들어봤다. 입구에는 많은 폭탄이 놓여있었다.그걸로 부족한지 김명화는 원유희의 몸에 폭탄을 묶었다.“미쳤어요?”김명화는 원유희의 얼굴을 꽉 쥐었다.“김신걸이 널 어떻게 구할지 구경이나 하려고 그런다.”원유희는 마음이 매우 불안했다.‘김신걸이 왜 이렇게 왔을까? 너무 눈에 띄잖아.’다시 들어보니 이미 헬리콥터 소리가 나지 않았고, 밖에는 다른 인기척도 없었다.한 남자가 와서 말했다.“헬리콥터가 지나갔어요. 그냥 순찰하다가 지난 것 같아요.”김명화는 멍하니 서 있었다.원유희는 그를 비웃었다.“저 소리에 이렇게까지 놀랐단 말이에요?”“닥쳐!”김명화의 표정은 엄청나게 나빴다.“난 신걸이랑 아이들이 감염되는 거 보고 싶지 않아요. 그래서 연락하지 않을 거고요. 배고픈데 이 폭탄들이나 좀 뜯어줄래요?”김명화가 경각심을 낮추었을 때, 크루즈 밑에서 잠수하던 사람들이 갑자기 튀어나왔다. 10명 좌우로 보이는 사람들은 갈고리를 가드레일에 던지고 밧
원유희는 그를 상대하고 싶지 않았다.김명화가 갑자기 뒤에서 무슨 짓을 할까 봐, 원유희는 그를 등지고 누울 수가 없었다.“너 기억나? 어릴 때 김신걸이 널 괴롭히면 넌 우리 집에 달려와서 내 침대에서 잤잖아.”“기억 안 나요.”“기억하는 거 다 알아. 난 그때 정말 널 도와주고 싶었어.”원유희는 그가 한 말이 사실이라는 것을 알고 반박하지 않았다.그녀는 천장을 쳐다보며 말했다.“이전의 김명화는 이미 죽었다고 생각해요.”김명화의 표정은 어두워졌다.“우리 예전으로 돌아갈 수 없는 거야?”“내가 제일 아끼는 사람을 죽이고, 어떻게 이런 말을 할 수 있죠? 죽어서 사죄해도 모자랄 판에!”원유희는 지금의 김명화를 조금도 동정하지 않았다.“아무리 유년 시절이 불행해도, 다른 사람의 고통을 낙으로 삼으면 안 되죠!”“정말 고상한 척하네. 김신걸은 사람은 죽인 적이 없대? 육성현은 없대? 왜 걔네들이 사람을 죽인건 용서하면서, 난 용서하지 못하는 건데? 그 사람은 네 남편이고 네 가족이니까? 비겁하고 이기적인 건 너도 마찬가지야.”“참, 너도 사람을 죽였잖아. 네가 죽인 사람도 누군가의 아버지고, 누군가의 아들이야.”원유희는 기분이 착잡해졌고,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김명화는 원유희의 반응을 보고 가볍게 웃었다.“그러니까 너무 많이 생각하지 마. 그냥 쉽게 쉽게, 편하게 살자.”“이렇게 예전의 저질렀던 일을 합리화하려는 거예요? 그리고 그 명분으로 더 많은 사람을 죽이려고요?”원유희는 김명화를 바라보면서 물었다.“당신을 용서하기 싫은 거 아니에요. 근데 지금까지 자기의 잘못도 모르는 사람을 어떻게 용서해요? 차라리 해독제를 그냥 줘요. 시장에 유통하지 말고요. 그러면 예전에 있었던 일은 없던 거로 할게요.”“정말?”김명화는 원유희를 보면서 물었다.“물론이죠.”원유희는 김명화의 말처럼 깊이 생각하지 않고, 아무렇지 않게 대답을 했다.미래의 일은 그 누구도 알 수 없었다.“그래. 해독제를 줄 수 있어. 근데 대신 넌 나랑 평생 같이
“밥 안 먹으면 너만 손해야.”김명화는 그녀가 꼼짝도 하지 않는 것을 보고 말했다.‘맞네, 아무 것도 먹지 않으면 무슨 힘으로 김명화를 상대하겠어?’잠시 후, 납득이 간 원유희는 젓가락을 들고 생선을 먹기 시작했다.김명화는 그녀가 고기를 입에 넣는 것을 보고 물었다.“어때?”“설마 그쪽이 한 거예요?”원유희는 귀찮다는 듯이 그를 한번 힐끗 쳐다봤다.“맞아, 내가 직접 했어.”‘이게 뭐 자랑할 일인가?’“수고했네요, 이런 일까지 해야 한다니.”“내가 힘들 것 같으면 같이 할까?”“할 줄 모르는데요.”“정말 상전 팔자구먼.”김명화는 원유희를 사랑스럽다는 듯이 바라봤다.원유희는 김명화가 미쳤다고 생각했다. 원유희는 김명화가 자신을 괴롭히고, 김신걸에게 모욕을 주기 위해 이곳에 데려온 줄로 알았다.근데 직접 밥도 해줄 거라는 것은 생각하지 못했다.“설마 요리에 무슨 수작을 부린 거 아니죠?”원유희는 젓가락을 멈추었다.김명화는 손에 있는 젓가락을 흔들었다.“나도 먹고 있잖아.”“먼저 해독제를 먹었겠죠.”“그런 거 아니야.”“그럼 내가 묻힌 진물은? 그건 어떻게 해결한 거죠?”원유희가 물었다.“해독제가 있으니까 괜찮은 거잖아요.”“해독제 가지고 싶어?”“줄 생각은 있고요?”“착하면 줄게.”원유희는 의심스러웠지만 말하지 않았다.어차피 금방 왔으니 당장 해독제를 받을 수는 없었다. 하여 원유희는 일단 참고 해독제를 발견하면 김명화를 바로 제압하는 것을 선택했다.밥을 다 먹고 나머지는 부하가 다 치웠다.“같이 샤워할까?”김명화가 물었다.원유희는 그를 차갑게 보며 말했다.“아니요. 먼저 씻어요.”원유희는 말을 마치고 몸을 돌려 욕실로 들어갔다.원유희는 자신의 감정을 가라앉히고 침착하자고 했다. ‘근데 자는 건 어떡하지? 정말로 같이 자야 해?’원유희는 침대를 봤다. 두 사람이 자고도 넉넉한 침대였고, 중간에 뭘 놓을 수도 있었다.김명화가 만약 자기 몸에 손을 대면 원유희는 같이 죽을 각오도 했다.10여 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