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청연은 날카로운 눈빛으로 태후를 쳐다보며 물었다: “부진환은 어디에 있습니까?”“말하지 않으며, 우리도 더 이상 할 말이 없습니다.”낙청연은 눈빛이 차가워지더니, 옥패를 꽉 쥐었다.류 공공은 순간 마음이 떨렸다. 만약 이 일이 폭로되면 끝장이다!태후가 결심을 내리지 못한다면, 그가 내리겠다!류 공공은 마지막으로 태후를 다정하게 쳐다보더니, 낙청연의 손을 덥석 잡고, 비수를 자기 가슴에 꽂아 넣었다.낙청연은 깜짝 놀랐다.태후는 얼굴빛이 확 변했다.류 공공은 힘없이 쓰러졌다. 눈빛은 줄곧 태후를 바라보더니, 입을 벌렸다. 그러자 입안에서 피가 왈칵 뿜어져 나왔다.낙청연은 그가 죽음으로 이 일을 끝낼 줄은 생각도 못 했다.그가 죽으면, 설령 그와 태후 사이에 정말 사사로운 정이 있다고 해도, 증거는 사라지게 된다.태후는 갑자기 손을 앞으로 뻗었다. 마치 누군가 그녀의 심장을 쥐여 짜는 것 같았다.태후는 다급하게 앞으로 달려가고 싶었지만, 이성은 오히려 그녀에게 말했다. 태후로서, 태감의 생사를 신경 쓰면 안 된다고!”태후는 억지로 눈물을 삼켰다. 남에게 절대 허점을 보여서는 안 된다.낙청연은 류 공공 목에 있는 가면이 깨진 것을 보더니, 바로 손을 뻗어 가면을 확 벗겨냈다.가면 아래 숨겨진 류 공공의 그 얼굴을 보고 낙청연은 하마터면 숨이 멎을 뻔했다.낙청연은 목이 메였다.“탁성 삼촌(澤成叔)……”그 순간, 낙청연은 머리 위에서 천둥이 내리치는 것 같았다.탁성 삼촌이라니!어떻게 탁성 삼촌이란 말인가!기억 속에 그 자유롭고 소탈하며, 자유분방한 남자의 얼굴에 지금은 산전수전 모두 겪어온 노련함과 침착함이 더해졌고, 그해 떠날 때의 자유분방하고 소탈한 모습은 찾아볼 수 없었다.탁성은 낙청연의 목소리를 듣더니, 두 눈이 휘둥그레졌다. “너……너는……”낙청연이 어떻게 그를 알고 있는 걸까?낙청연은 손수건을 꺼내 그의 상처를 눌렀다. 하고 싶은 말은 많았지만, 너무 많은 사람이 이곳에 있었다.낙청연은 태후를 쳐다보며 말했다: “
낙청연은 고개를 끄덕이며 또 물었다: “탁성 삼촌, 이궁의 난은 삼촌이 한 것인지 알고 싶습니다.”낙청연은 심장이 튀어나올 것 같았으며, 마음이 조마조마했다.답을 알고 싶었지만, 또 알게 될까 봐 두려웠다.탁성 삼촌은 눈을 감았다. 그의 눈가에서 눈물이 흘러내렸다. “내가 한 것이다.”낙청연은 숨이 멎는 것 같았다.“삼촌이 어떻게……”“여인 한 명을 위해 그렇게 많은 무고한 사람을 해치고, 또 자기 동족에게 뒤집어씌웁니까?”그는 여비에게 뒤집어씌웠다. 여비는 여국의 공주였다!탁성 삼촌의 두 눈에는 죄책감이 가득 서려 있었다. 그는 입가에 피를 머금고 웃으며 말했다: “내가 얼마나 악랄한 짓을 많이 했는지 잘 알고 있다. 하지만 내가 첫걸음을 내디딘 그 순간부터 나는 다시는 돌아갈 수 없게 되었단다.”“그녀와, 갓 태어난 성백천을 지키기 위해 나는 어쩔 수 없이 사람을 죽여야 했다. 한 명을 죽여도, 한 무리를 죽여도 사람을 죽인 건 변함없으니까!”“이 모든 죄를 내가 다 책임지겠다.”낙청연은 눈물을 글썽이며 피식 웃더니 말했다: “그렇게 많은 사람의 목숨을 삼촌이 다 감당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까?”“탁성 삼촌, 설사 누군가를 사랑하더라도, 옳고 그름은 구분해야 하지 않겠습니까?”“삼촌이 사랑한 여인과 아들의 목숨은 목숨이고, 다른 사람의 목숨은 목숨이 아니란 말입니까? 삼촌이 얼마나 많은 사람을 망쳤는지 아십니까?”탹성은 입을 벌리자, 피가 마구 뿜어져 나왔다. 그는 이미 얼마 버티지 못할 것 같았다.탁성은 낙청연의 손을 꼭 잡고 말했다: “종묘 태호 연못(太湖池)안에 나의 친서를 남겨 두었다. 거기에 내가 평생 지은 죄를 기록해 놓았으니, 네가 가지고 가서 죄연석(罪淵石)에다 놓아주거라. 내가 생생세세(生生世世) 속죄하겠다.”죄연석은, 여국 사람이라면 모두 두려워하는 곳이다.곧 죽을 사람도 그곳은 두려워한다.그곳은 영원히 돌아오지 못한다는 것을 의미한다.영생영세(永生永世) 제명에 죽지 못한다.한세상 또 한세상을 살아도 온갖
성백천은 고개를 끄덕이었다.곧이어 낙청연은 경공으로 파손된 지붕 위에 날아올라 갔다. 지금, 태상황은 지붕 위에서 자고 있다.낙청연은 태상황을 등에 업고, 지붕 위에서 훌쩍 뛰어내렸다.성백천은 다급히 앞으로 달려가 태상황을 부축하여, 침상에 눕혔다.그때 태상황을 놀래지 않게 하려고, 그는 태상황에게 수면을 돕는 탕약을 먹이었다. 그래서 지금 태상황은 아직도 깊이 잠들어 있었다.또한 만일을 대비하여, 태상황을 지붕 위에 숨겨두었다.--“셋째 형!” 부경리가 끝내 어두운 그 방에 도착했을 때, 그는 피범벅이 된 부진환을 보고 안색이 확 바뀌었다.부진환은 이미 숨이 간들간들했다. 그는 눈앞의 사람을 똑똑히 볼 수조차 없었으며, 의식이 몽롱한 상태에서 계속 무언가를 외치고 있었다.부경리는 황급히 앞으로 달려가 밧줄을 풀고, 그를 등에 업더니 말했다: “셋째 형, 다 지나갔소. 이제 괜찮소. 어서 상처를 치료하러 가지요.”말을 하며 부진환을 등에 업고 황급히 그곳을 떠, 궁에서 나왔다.부진환은 그의 등에 업혀, 의식이 없는 상태에서 계속 무언가를 외쳤다.부경리는 한참을 듣고서야, 그가 청연 두 글자를 외치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순간, 부경리의 마음은 몹시 착잡했다.“셋째 형, 걱정하지 마시오. 낙청연은 무사하오.”“낙청연은 곧 돌아올 것이요.”부경리는 부진환을 업고 섭정왕부로 돌아왔다. 섭정왕부 전체가 난리 났다. 부진환의 상처를 치료하기 위해 분주히 의사를 불러들였다.부경리는 생각 끝에, 소유에게 송천초를 모셔 오라고 시켰다.낙월영은 부진환이 구조되어 돌아왔다는 소식을 듣고, 다급히 방 안으로 달려와, 손수건으로 부진환 얼굴의 핏자국을 닦아주며, 침상 옆에서 줄곧 눈물을 흘리고 있었다.“왕야……”“어떻게 이럴 수가, 어떻게 이렇게 심하게 다칠 수가 있습니까……”낙월영은 울음을 멈추지 않았다.부진환은 어렴풋이 깨어나, 희미한 그림자를 보더니, 힘겹게 입을 열었다: “청연, 청연이냐……”이 말을 들은 그 순간, 낙월영은
이 말을 들은, 목 태의는 깜짝 놀랐다.“그럼, 태상황은……”태후는 듣더니, 돌연 눈빛이 차가워지더니 말했다: “낙청연은 이전에 여러 차례 태상황이 현저하게 호전된 모습을 우리에게 보여주었는데, 이는 아마도 모두 가상인 것 같구나.”“지금 태상황의 병을 치료할 수 없게 되었으니, 먼저 도망간 게 분명하구나!”“낙청연에게 그런 재주가 없다고 애가가 전에도 말했지 않았느냐!”이 말을 들은 부경한은 깜짝 놀라서 말했다: “뭐라고요? 감히 짐까지 속였단 말입니까?”“그럼.”부경한은 대노하여 즉시 명령했다: “여봐라! 당장 궁문을 닫거라. 즉시 낙청연을 수색하여, 짐에게 데려오너라!”황상이 명령을 내리는 모습을 본 태후는 더 이상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태후는 침상에 완전히 혼수상태가 된 태상황을 힐끔 쳐다보고는 한시름 놓았다.탁성의 독을, 어찌 낙청연이 해독할 수 있겠는가?곧이어, 황궁 전체의 궁문마다 경계가 삼엄했다. 궁 안에서 시위들이 대대적으로 수색하고 있었다.하지만 지금, 낙청연은 이미 섭정왕부의 정원에 도착했다.방 안의 등불은 켜져 있었다.낙청연은 들어가 부진환의 상처를 보려고 했지만, 방 안에서 흘러나오는 낙월영의 소리를 들었다.“왕야, 꼭 완쾌되어야 합니다. 당신만 완쾌되면, 저에게 뭘 시켜도 다 좋습니다.”“월영의 목숨은, 왕야 것입니다.”낙월영의 목소리는 유난히 간절했으며, 진심인 것 같았다.낙청연은 주먹을 꽉 쥐었다.낙월영이 옆에 있으면 부진환은 아마 더 이상 두통은 없을 것이다. 그럼, 혹시 상처도 더 빨리 낫지 않을까?”낙청연은 고개를 들어 어두운 밤하늘을 쳐다보았다.시간이 늦었다.그녀도 떠나야 한다.달빛 아래, 그 그림자는 조용히 돌아서 가버렸다.침상 위의 부진환은 깨어나, 입구를 뚫어져라 쳐다보았다. 그의 마음은 몹시 괴로웠으며, 뭔가를 걱정하고 있는 것 같았다.“청연……”이 말을 들은, 낙월영은 억울하다는 듯 눈물을 흘렸다. “왕야, 저를 좀 보세요. 저는 낙월영입니다! 낙청연이 아니란 말입니다
”왕야!” 낙월영이 놀라서 소리쳤다.이때, 송천초가 약을 들고 들어와, 이 광경을 목격하고, 앞으로 다가가 낙월영을 확 잡아당겼다.“무슨 짓을 한 거야?”낙월영은 바닥에 넘어져 울며 말했다: “내가 무슨 짓을 하겠소. 나는 그저 왕야가 걱정됐을 뿐이요……”“송 의원……” 부진환은 억지로 몸을 지탱하여 힘겹게 입을 열었다.송천초는 다급히 약을 내려놓고 낙월영을 쫓아내고 문을 닫아버렸다.송천초는 부진환의 손목을 잡고 맥을 짚었다.“지금 움직이지 않는 것이 좋겠습니다. 쇄골정의 위력은 너무 큽니다!”부진환은 미간을 찌푸리며 말했다: “낙청연이 수배된 거 아니요? 지금 어디에 있소?”송천초는 흠칫 놀랐다. 그제야 낙월영이 이 일을 그에게 말해줘서 그가 피를 토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이미 알게 되었으니, 더 이상 감출 필요 없다.“아직 그 누구도 낙청연이 어디에 있는지 모릅니다. 제 생각에는 이미 성을 빠져나간 것 같습니다.”“하지만 제 생각에는 낙청연이 죄가 두려워 도망간 것 같지 않습니다.”“설사 치료할 수 없는 환자가 있더라도, 낙청연은 도망가는 사람이 아닙니다.”부진환은 마음속으로 생각했다.부경리는 요즘 생긴 일을 모두 그에게 말해주었다.그는 생각하더니, 낙청연의 행방을 대충 알 것 같았다.낙청연 혼자 몸으로는 너무 위험하다.“송 의원, 혹시 쇄골정의 통증을 억제하는 약이 있소?”이 말을 들은 송천초는 놀란 표정으로 그를 바라보며 물었다: “뭘 하려고 그러십니까?”부진환은 단호한 눈빛으로 그녀를 쳐다보며 말했다: “낙청연을 찾으러 갈 것이요.”“제정신입니까? 열여섯 개의 쇄골정이 박힌 몸을 가지고 낙청연을 찾으러 가신다는 말입니까?”“낙청연을 찾기도 전에, 당신은 중도에 죽을 것입니다!”부진환은 미간을 찌푸리며 말했다: “낙청연은 변경으로 갔을 것이오. 지금은 변경의 전황이 어떠한지 도무지 알 수가 없소.”“엄가가 모든 소식을 끊어버렸소. 엄가네 첩자가 얼마나 있는지도 모르는 상황이요.”“낙청연이 혼자 가는 건, 양
소유의 말을 들은 부진환은 갑자기 마음이 무거웠다.“그럼, 동진산(董鎮山) 대장군에게 서신을 보내거라.”소유는 난감한 표정을 드러내며 말했다: “동진산 대장군은 중병으로 드러누운 지 오래됐습니다. 우리 쪽에서 마지막으로 소식을 전해온 사람은 군무를 대신 맡고 있는 시형(施邢)이었습니다.”“하지만 시형은 아마 벌써 엄가에게 귀순했을 것입니다.”여기까지 듣던 부진환의 안색은 확 바뀌었다.그럼, 낙청연이 만약 무진으로 갔다면……위태로울 것이다!--낙청연은 천리마를 타고, 밤낮을 달려 무진에 도착했다. 그녀는 이미 몹시 지쳤다.성안으로 들어간 낙청연은 즉시 성문 수비군을 찾아 물었다: “당신들은 무진군입니까? 대장군을 만나고 싶습니다!”상대방은 낙청연을 훑어보더니 말했다: “당신은 누구요?”“나는 수도에서 왔소. 나를 데려다 주시오.” 낙청연은 몹시 조급했다.이미 많은 날을 지체했으니, 진천리 쪽이 어떻게 되었는지 알 수 없다.진천리 쪽에 가볼 새도 없이, 낙청연은 즉시 병력 지원을 요청하러 올 수밖에 없었다.성문 병사는 낙청연을 데리고 한층 또 한층 찾아 올라가, 마침내 경비가 삼엄한 정원에 도착했다.“시 장군, 수도에서 온 한 여인이 장군을 만나러 왔습니다.”방 안에서 체구가 우람찬 남자가 걸어 나왔다. 그는 갑옷을 입고 있었으며, 기세등등했다.상대방은 낙청연을 훑어보더니 말했다: “당신은 누구요?”낙청연도 눈앞의 이 남자를 훑어보았다. 비록 기세는 있었지만, 총독은 아닌 것 같았다.“장군, 실례하지만 당신이 혹시 무진군의 총책임자요?”시형은 약간 놀라더니, 다소 언짢은 어투로 말했다: “아니요.”“대장군이 몸이 편찮으셔서, 요즘 내가 군무를 대신하고 있소.”“당신은 대체 누구요?”시형은 불쾌한 어투로 낙청연을 쳐다보았다.낙청연은 그래도 총독을 만나야 한다고 생각했다. 필경 무진군 속에도 엄가의 사람이 없다는 보장은 없기 때문이다.그래서 함부로 청룡새를 꺼내면 안 된다.“시 장군, 이번에 중요한 일이 있어 이곳까지 왔
중독이었다!또 그 익숙한 명왕익이다!다만 동진산 체내의 독은 좀 더 복잡했다. 명왕익뿐만 아니란 다른 독들도 있었다.게다가 몇 년을 거쳐 축적된 독이었다.명왕익의 독은 오히려 그리 심하지 않았다.하지만 명왕익의 독 때문에 지금의 이 상황을 초래한 것이다.태상황도 명왕익의 독에 중독되었다. 하지만 당분간 낙청연은 동진산의 독을 해독해 주면 안 된다. 만약 명왕익의 독을 해독하면, 엄가는 그녀가 명왕익의 독을 해독할 수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그럼, 그들은 반드시 대가를 아끼지 않고 태상황을 해칠 것이다.그래서 태상황의 병을 치료한 후에, 동진산의 독을 해독해줘야 한다.그리고 동진산의 상황으로 봐선, 짧은 시간 내에는 확실히 치료하기 어렵다.“대장군의 병은 확실히 엄중하오, 온몸이 굳었고, 말도 할 수 없으니, 보아하니, 오랜 세월 동안 앓아온 숨은 병인 것 같소.”“천천히 몸조리할 수밖에 없소.”그녀의 말이 떨어지자, 향정은 실망스러운 표정을 지었다.그는 냉랭하게 말했다: “그전에 모셨던 의원들도 다 이렇게 말씀하시더군.”“보아하니, 수도에서 온 의원도 뭐 그리 대단한 것 같지 않소.”엄가는 대장군의 병을 치료하라고 절대 신의를 보내지 않는다.“일단 대장군에게 침을 놓아 보겠소. 증상을 아마 좀 완화할 수도 있소.”낙청연은 은침을 꺼내 침을 놓았다.시형은 의심의 눈초리로 낙청연을 훑어보았다. 보아하니 정말 의원인 것 같았다.엄가에서 왜 의원을 보냈을까?그는 의심을 품고 나갔다. 눈가에 한줄기 한기가 감돌았다.낙청연은 침을 놓아, 동진산 온몸의 긴장된 근육을 좀 풀어주었다. 하지만 그는 여전히 일어날 수 없었고, 말도 할 수 없었다.그러니 향정이 보기에는 아무 소용이 없었다.“침을 놓을 필요 없소. 대장군에게 아무 소용이 없는 것 같소.”“나가시오.”향정이 축객령을 내렸으니, 낙청연도 더 이상 머루를 수 없었다.지금은 시형이 군무를 대신하고 있으니, 그럼, 병사를 이동할 수 있는 권리도 그의 손에 있는 것이다.동진
낙청연은 이제서야 엄내심 눈빛에 담긴 그 야심의 뜻을 알 것 같았다.“전에 모두 가장한 것이냐?”엄내심은 담담하게 웃으며 말했다: “어떤 걸 말하느냐?”“미래의 황후라는 신분을 믿고 제멋대로 행동하여 일부러 큰 잘못을 저지르고, 황후가 되고 싶지 않다고 하면서, 당신이 사랑하는 사람과 멀리 떠나려 한 것도, 모두 가장한 것이냐?”“그래서 독한 마음으로 막겸을 죽인 것이냐?”엄내심은 듣더니 웃으며 말했다: “그렇다.”“어리석고 어쩔 수 없는 모습도 모두 내가 꾸민 것이다. 또한 나도 황상과 혼인하고 싶지 않았다. 내가 설사 그의 황후가 되더라도, 좌우로는 엄가의 꼭두각시 노릇을 하느냐? 아니면 후궁에서 꼭두각시 노릇을 하는 가의 차이였기 때문이다.”“분명 그렇게 높은 자리에 있으면서도 마땅한 권리를 누리지 못하는 그런 괴리는 받아들일 수 없다.”“그래서 내가 이곳에 온 것이다.”엄내심은 말을 하면서, 품속에서 영패를 꺼내 낙청연에게 건네주었다.“시형에게 엄가에서 보냈다고 말하면서, 신물을 보여주지 않으면, 시형은 믿지 않을 것이다.”“지금 무진군의 대부분이 그의 손에 있으니, 이것을 가지고 그를 속여야, 그가 병력을 이동시켜 지원할 것이다.”이 말을 들은 낙청연은 몹시 놀랐다.영패를 받아보니, 그 위에는 ‘엄’이라는 글자가 쓰여 있었다.밑에는 아주 작게 ‘태사’라고 두 글자가 쓰여 있었다.“이것은 엄 태사의 영패인데 어떻게 너에게 있느냐?”엄내심은 솔직하게 대답했다: “당연히 훔친 것이지.”“나는 엄가에게 이미 죽은 사람이나 다름없어.”“이것을 훔치는 건,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야.”“원래는 내가 직접 이 영패로 시형에게 병력을 이동하게 하게 하려 했으나, 마침 너를 만났으니, 내 생각에는 네가 하는 게 나보다 더 적합할 것 같다.”“그러면 계획이 실패하더라도, 나는 엄가로 다시 돌아갈 수 있으니까!”엄내심의 어투는 담담했고, 매우 솔직해 보였다.낙청연은 의심스러운 눈빛으로 미간을 찌푸리며 물었다: “이렇게 하는 목적이 무
“나는 더 이상 당신의 상대가 안 되오.”낙요는 고개를 돌려 바둑판을 보며 입꼬리를 살짝 올렸다.“당신을 이기기 위해서가 아니라, 당신과 함께 바둑을 두며 답답함을 풀기 위해서요.”부진환은 바둑알을 하나하나 거두었다.낙요는 실눈을 뜨고 하늘을 바라보며 손을 뻗었다. 햇빛이 손가락 사이로 새어 나왔다.“그러고 보니, 나의 답답함을 풀 사람은 당신뿐이오.”“심시몽은 어의원의 심사를 통과하고 정식으로 어의원에 들어가게 되었소. 그리고 강소풍의 집안에서도 그들의 혼사를 승낙하여 두 사람은 곧 혼사를 올릴 것이오.”“갑자기 심면과 낙현책도 혼사를 올려야 하지 않겠느냐는 생각이 들었소.”부진환이 웃으며 말했다.“일찍이 혼인할 나이가 되었지만, 아이들도 조급해하지 않는데 왜 그렇게 걱정하오?”낙요가 입꼬리를 살짝 올리며 여유롭게 말했다.“걱정하지 않소. 대소사를 모두 당신이 걱정하고 있지 않소? 초경의 수위가 있으니, 몇 년이 지나도록 용모가 변하지 않았소. ”“나 같으면 그렇게 걱정을 많이 했으니, 일찌감치 늙었을 것이오.”몇 년 동안 부진환은 그녀를 도와 적지 않은 조정의 일을 분담했다.그녀도 부진환의 동반에 습관이 되었다.갑자기 무언가 떠오른 낙요는 자리에서 일어나 부진환을 바라보며 손바닥에 턱을 괴고 물었다.“이 나이가 되니, 아이를 낳지 않은 것을 후회하오?”“걸을 수 없을 정도로 늙었을 때, 다른 사람의 자식들이 단란히 모여있는 것을 부러워할 것이오? ”부진환은 손에 든 물건을 내려놓고 진지하게 그녀를 보며 대답했다.“후회하지 않소.”“사람은 너무 욕심을 부려서는 안 되오.”“게다가 당신은 여제요. 당신이 늙었다고 해도 누가 감히 푸대접하겠소?”“당신이 조용히 지내는 것이 좋다고 하면 난 당신과 함께 있을 것이오. 초경의 수위로 늦게 늙는다고 하지 않았소? 앞으로 당신이 늙으면 내가 당신을 부축하고 업고 다닐 것이오.”낙요는 입꼬리를 살짝 올렸다.“참 좋소.”이듬해 가을.심시몽은 강소풍과 혼사를 올렸고 어의원 5품
강소풍은 고개를 끄덕이다 다급히 고개를 저으며 어찌할 바를 몰랐다.“아니오. 그런 뜻이 아니오. 어머니께서는 마음에 들어 하셨소.”설명할수록 강소풍은 상황이 복잡해지는 것 같았다.심시몽은 어두운 표정을 지었지만, 여전히 그를 위로했다.“자네의 뜻을 알고 있소. 설명할 필요 없소.”“시몽... 미안하오! 하지만 나는 포기하지 않을 것이오. 방법을 강구하여 어머니에게 자네의 진정한 모습을 보여줄 것이오. 분명 어머니도 자네를 받아들일 것이오. ”그 말에 심시몽은 살짝 놀라 의아한 듯 고개를 들어 그를 바라보았다.“나와 헤어지려는 것이 아니었소?”심시몽은 강소풍이 특별히 그녀를 찾아와 이 일을 설명하는 것을 보고, 그녀와 연을 끊으려는 것이라고 생각했다.“아니요. 그럴 리가 있소.”“나는 단지 이전의 약속을 지킬 수 없을 뿐이오. 이번 달 안에 혼담을 꺼낼 수 없을 텐데, 나를 기다려줄 수 있소?”“말재주가 좋지 않아 대체 어떻게 설명해야 할지 모르겠소. 어머니께서는 자네가 연약하고 힘없다고 생각하시오. 앞으로 내가 출정하면 자네가 홀로 집안을 지킬 텐데, 우리에게 좋지 않은 선택이라 생각하시오. ”이 말을 듣고 심시몽은 대충 뜻을 알아차렸다.“어머니께서는 문무를 겸비한 며느리를 원하고, 자네와 함께 전쟁터에 나가서 떨어져 있지 않아도 되기를 원하시오.”“나는 비록 무공을 할 줄 모르지만, 그래도 해낼 수 있소.”고개를 들어 올린 심시몽의 눈빛은 밝았다..강소풍은 놀라기도 했고 기쁘기도 했다.“정말이오? 여전히 나와 함께 있고 싶소? 포기하지 않을 것이오?”심시몽은 고개를 끄덕였다.“나를 위해 그렇게 많은 일을 했는데, 어찌 쉽게 포기할 수 있소? 자네가 포기하더라도 나는 포기하지 않을 것이오.”“강가는 장군 집안이라 분명 우리 언니와 같은 여인을 좋아할 것이오. 난 비록 언니와 비길 수 없지만 그래도 노력할 것이오.”“여제께서 나에게 약옥을 주었소. 만약 순 의원과 의술을 배울 수 있다면 어의원에 들어갈 기회가 있소.”“성공
이 말을 듣고 심시몽은 약간 의아해했다.“공주는 저를 탓하지 않습니까...”“그분은 공주시다. 천하를 품고 있는데, 어찌 네가 범한 작은 잘못을 추궁할 리 있냐?”“지금 너의 변화를 보면 공주도 더 이상 너를 탓하지 않을 것이다.”“하지만 차려야 할 예의는 없어서는 안 된다. 시간이 나면 공주에게 감사하다고 인사를 전하거라.”심시몽은 연신 고개를 끄덕였다.“예. 내일 가겠습니다.”“저는 먼저 약옥을 넣고 의관에 가겠습니다.”심시몽은 기쁜 마음에 빠른 걸음으로 달려갔고, 의기양양한 분위기를 풍겼다. 조금도 방금의 의기소침함이 없었다.심면도 기뻤다.모두가 만족스러운 결과를 얻은 것 같다.하지만 그와 동시에, 강소풍이 집에서 어머니와 싸우고 있었다.“안 된다고 하면 안 되는 것이다! 너를 현학서원에 보내 양성하는 것도 앞으로 네가 큰 성과를 거둘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다. 그러니 너도 마땅히 너와 어울릴 만한 부인을 얻어야 한다. 너와 전장을 누비며 적을 죽이는 그런 사람 말이다.”“힘없이 연약하게 집안에서 서방이 돌아오기를 손꼽아 기다리는 그런 평범한 아가씨는 안 된다.”“이전에 그 심시몽을 위해 집안의 빙천영지를 훔쳤고, 심지어 벌을 받고도 물건이 어디로 갔는지 말하려 하지 않았다. 난 그때부터 심시몽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그런데 지금 그 아이와 혼사를 올리려는 것이냐?”“말도 안 된다!”강부인은 단호한 태도로 조금도 말을 바꾸려 하지 않았다.강소풍은 내키지 않는 듯 반박했다.“심시몽이 평범하다니요? 어떻게 평범하다는 말입니까? 심시몽은 그저 무공이 부족할 뿐입니다. 세상 사람들이 모두 무예를 익혀야 하는 것은 아니지 않습니까?”“하물며 그녀의 언니는 이미 태자로 봉해졌습니다. 그러니 심시몽도 좋은 아가씨라는 것을 설명할 수 있지 않습니까?”강부인은 콧방귀를 뀌었다.“언니는 언니이고, 심시몽은 심시몽이다. 어찌 동일하게 논할 수 있겠냐?”“강가는 권세에 빌붙지 않고, 심시몽의 언니가 태자라는 것을 봐서 그녀를 맞이하려
“나중에 자네가 신의가 될지도 모르오.”심시몽이 웃으며 말했다.“자네의 좋은 말대로 되길 바라오.”모두 술을 마시며 음식을 먹고 있었다. 심면이 임계천에게 물었다.“자네는? 어디로 가고 싶소?”“나라에 보답할 수 있다면 어디든 좋소.”임계천이 담담하게 웃었다. 그는 특별히 가고 싶은 곳이 없었기에 그저 궁의 안배를 기다리고 있었다.다들 기분이 좋았고 투지가 넘치고 미래에 대한 동경으로 가득 차 있었다.술을 너무 늦은 시각까지 마셔서 그들은 심가에서 묵었다.오전이 되자, 각 집안의 하인들이 부랴부랴 사람을 찾아왔다. 몇 사람은 술에 취해 인사불성이 되었지만, 여전히 집으로 끌려갔다.궁에서 명을 받았기 때문이다.강소풍은 금군 기사영 통령으로 봉해져 도성과 황궁의 안위를 지키게 되었다.임계천은 형부로 전근되었다.소우청과 봉함선은 수주의 군영 부장군으로 명을 받았다.소우청의 행처는 그의 아버지 소진오가 좋은 경험을 하기를 바라며 부탁한 것이다.낙요는 봉함선이 여인이기에 그녀를 그렇게 멀고 험한 곳으로 보내고 싶지 않았다. 하지만 그녀는 주동적으로 수주에 갈 것을 청구했다.봉함선이 말했다.“여국은 역대로 여 장군이 없었습니다. 저는 첫 번째 여장군이 되고 싶습니다.”“만약 힘들고 험한 곳이 아니라면 어찌 제가 포부를 발휘할 수 있겠습니까?”낙요는 그녀의 담력과 야심을 높이 사고 그녀의 청을 승낙했다.“나는 네가 여국의 첫 번째 여장군이 되기를 기대한다.”이들 외에 현학서원의 다른 학생들도 그들로 하여금 실력을 발휘할 수 있는 새로운 행선지를 얻었다.유독 심시몽에 대해, 낙요는 따로 안배를 해주지 않았다.백서가 걱정했다.“어찌 유독 심시몽만 얘기가 없으십니까? 심시몽이 알면 마음이 편치 않을 것입니다.”낙요가 웃었다.“아니다. 이미 심면을 시켜 심시몽에게 한가지 물건을 보냈다.”백서는 살짝 놀랐다.“일찍이 계획이 있으셨군요.”이때의 심시몽은 홀로 넋을 잃고 연못가에 앉아있었다. 그녀의 마음은 마치 흩날리는 낙엽처럼 어수
유생이 드디어 알아차렸다.“그랬구나. 내가 어찌 이걸 잊은 것이냐.”“난 정말 운이 좋은 것 같구나. 이렇게 운 좋게 제사장 자리를 주울 수 있으니.”심면이 답했다.“아닙니다. 전에 제가 청주 전쟁에서 조난했을 때, 제자들을 통솔해 적과 싸우지 않았습니까? 현책보다 능력이 훨씬 뛰어났습니다.”“사저가 소제사장이 되는 것이 가장 적합합니다.”이렇게 칭찬하는 것을 듣고 유생은 쑥스러워하며 낙현책을 힐긋 쳐다보았다.“네가 이렇게 말하면 낙현책이 기뻐하지 않을 것이다.”낙현책이 웃으며 답했다.“그녀가 말한 것은 내가 하고 싶은 말이다.”“너는 나보다 대제사장이 더 잘 어울린다.”“나는 무학에서 너보다 좀 나을 뿐이다. 정말 대제사장이 되려면 너보다 잘할지 모를 일이다.”“다만 제사장 일족의 심사에는 이런 것이 없었다.”“하물며 나도 대제사장이 될 생각을 한 적이 없다. 내가 하고 싶은 것은 단지 여제가 기뻐하기를 바랄 뿐이다.”이 말을 듣고 유생은 마음이 놓였다.“불쾌하지 않았다면 다행이구나. 권력과 지위 앞에서 네가 이런 결정을 내릴 수 있다니, 정말 대단하구나!”“한 잔 권하마!”유생이 술잔을 들었다.바로 이때, 갑자기 대문이 열렸고, 사람이 도착하기도 전에 먼저 목소리가 들렸다.“사람이 아직 도착하지 않았는데, 왜 벌써 마시는 것이오?”“우리를 기다리지 않는다니, 의리가 없소!”몇 사람이 고개를 돌려 바라보니, 강소풍과 임계천이 술병을 들고 오는 것이 보였다.“오늘 밤 다들 왔구나!”“자, 심면과 유생을 위해 한 잔 하세!”모두 자리에 앉아서 잔을 들어 함께 마셨다.그렇게 한참 마시다 보니 술에 취한 강소풍이 흥분한 듯 입을 열었다.“얼마 지나지 않아 심가에 겹경사가 닥칠 것이오.”모두 멍해졌다.강소풍은 낙현책과 심면을 바라보았다.“여제가 두 사람의 일을 인정했으니, 언제 혼사를 치르는 것이오?”심면은 갑자기 얼굴을 붉어지며 황급히 강소풍에게 술을 따라주었다.“술을 마셔도 자네의 입을 막지 못한 것이오?”
“저희가 어찌 가족입니까?”“50냥의 이득을 본 걸 후회한다면서요?”이 말이 나오자 다들 얼굴이 새파랗게 질렸다.그들은 그제야 유생이 그날 밤 그들의 대화를 모두 들었다는 것을 깨달았다.어쩐지 상자를 도둑맞았더라니.유룽은 체면을 깎으며 사과했다.“유생아, 우리는 한 가족이니 티격태격하는 것도 정상이다. 그러나 다들 나쁜 생각은 없다.”“이전의 일은 모두 나의 잘못이다. 이렇게 너희들에게 사과하마!”“오늘 저녁 집으로 돌아가자. 너를 위해 잘 경축해야지 않겠느냐!”둘째아버지와 셋째 아버지도 모두 따라서 사과했다.집안 재산을 나누겠다고 얘기한 그날 그들이 각박한 만큼 지금 아주 자상했다.“유생아, 집으로 가자. 지나간 일은 잊고, 우리 가족 다시 시작하는 게 어떠냐?”“그래. 가족이 함께 지내면 얼마나 시끌벅적하냐? 따로 이곳에서 지내면 쓸쓸하지 않으냐?”“우리 집에 좋은 술도 두 병 간직하고 있는데, 유생을 축하하러 오늘 꺼내마!”유생은 표정을 바꾸지 않고 차분하고 차갑게 말했다.“다들 시간 낭비하지 마십시오.”“집안 재산을 나누고 연을 끊었는데, 어찌 번복할 사람이 있겠습니까?”“잘살든 못살든 더 이상 유가와 관계가 없습니다.”“다들 가시지요. 굳이 우리 집 앞에서 매달리려 한다면, 관아에 신고할 것입니다.”말을 마치고 유생은 방안으로 돌아와 차갑게 문을 닫았다.문밖의 사람들은 후회에 휩싸였다.게다가 둘째는 첫째를 원망하기 시작했다.“형님 탓입니다. 제사장 자리가 발표되기도 전에 넷째네를 쫓아내더니, 지금은 어떻게 하려는 것입니까?”셋째도 불평했다.“유생은 앞으로 대제사장이 될 것이오. 앞으로 유생 덕을 보긴커녕 이렇게 소란을 피웠으니, 앞으로 우리를 난처하게 할 수도 있소...”유롱은 짜증을 참지 못하고 말했다.“어찌 또 내 잘못이 되었냐?”“애초에 심사 결과가 나오자, 다들 하나하나 달려와서 유생네가 끝났다고, 그들 일가를 헛되이 잘해줬다고 하지 않았냐? 너희들이 모두 동의했기 때문에 넷째 일가를 쫓아낸 것이
자리에 있던 사람들은 매우 놀랐다.유가 사촌들은 냉기를 한 모금 들이마셨다.유생도 경악한 표정을 지었다.“왜 제가...”왜 낙현책이 아닌가?장 총관이 웃으며 말했다.“어서 명을 받으시지요. 소제사장”유생은 정신을 차리고 마음속으로 미친 듯이 기뻐하며 얼른 명을 받고 고마움을 전했다.장 총관은 자리에 있던 병사들을 힐긋 보고 유생에게 친절하게 물었다.“소제사장, 무슨 문제가 있습니까? 제가 처리할 필요가 있습니까?”유생은 웃으며 말했다.“필요 없습니다. 고맙습니다!”“어찌 사양하십니까? 제가 필요한 곳이 없다면, 이만 궁으로 돌아가 명을 전해야 합니다.”“예. 바래다 드리겠습니다.”유생은 장 총관을 골목 밖까지 배웅했다. 장 총관이 의미심장하게 일깨워주었다.“아가씨는 아직 소제사장의 권력을 모르고 있을 수도 있습니다. 도성에서 제사장의 권력은 여제와 대제사장에 버금갑니다.”“태자와 동등한 권력입니다.”“이런 사소한 일은 직접 처리할 필요도 없으니, 제게 한마디만 분부하면 됩니다.”유생은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일깨워 줘서 고맙습니다.”“오늘 여제께서 태자도 정하셨습니까? 심면입니까?”장 총관은 고개를 끄덕였다.“예. 심가에 뜻을 전하고 왔습니다.”장 총관을 떠나보내고 유생은 기쁨으로 가득 차 있었다. 그녀는 선택받을 줄 전혀 생각하지 못했다.분명히 낙현책한테 졌기 때문이다.심면도 태자로 봉해져서 참 좋았다.오늘 밤 심면을 찾아 축하하려면, 이 문제를 빨리 해결해야 한다.그녀는 빠른 걸음으로 문밖으로 돌아갔다.병사들은 즉시 공손한 태도를 바꾸어 그녀에게 예를 올렸다.“소제사장, 오늘 분명 오해일 것입니다. 저희는 먼저 떠나겠습니다.”유생이 차가운 소리로 호통을 쳤다.“멈추거라!”그들은 뻣뻣하게 자리에 서서 고개를 숙이고 땀을 뻘뻘 흘렸다.제사장의 말 한마디에 그들은 직무를 잃을 수도 있다.“수사를 더 해야 하는 거 아니오? 안 하시오?”“저희가 감히 소제사장의 집을 수색할 용기가 어디 있겠습니까? 오
낙현책은 고개를 끄덕였다.“나도 궁을 나가려던 참이다. 함께 가자.”유생은 단번에 알아차렸다.“심면을 찾으러 가는 것이냐?”“심사 결과가 나온 후, 심면을 만나지 못했구나.”“심면도 무슨 일이 생긴 것이냐?”낙현책은 생각에 잠긴 듯 말했다.“그런가 보구나.”“내가 도울 일이 있으면 언제든지 얘기하거라.”“그래.”두 사람이 함께 궁으로 나온 후 유생은 바로 집으로 돌아갔고 낙현책은 심면의 집으로 향했다.유가의 골목에 도착하자마자 시끄러운 소리가 들렸다.관아의 사람들이 유생의 집 앞을 막고 그녀의 부모님을 잡고 그들을 관아에 데리고 가려 했다.옆에는 그녀의 사촌들이 있었다.안색이 바뀐 유생은 다급히 달려갔다.“그만하시오!”“뭐 하는 것이오?”유생은 바로 부모님을 뒤에 감쌌다.유롱은 화가 난 표정으로 그녀를 바라보았다.“뭐 하냐니? 집안 재산을 나누었으니, 유가와 이젠 연이 없는 것이다. 집안 재산도 주지 않겠다고 했는데, 어찌 유가의 물건을 훔치는 것이냐? 그 상자에는 족히 수십만 냥이 있다!”“감히 너희랑 아무 연관도 없다고 할 수 있느냐?”유생은 그들이 이렇게 빨리 찾아올 줄 몰랐고, 관리에게 고소할 줄도 몰랐다.“우리가 훔쳤다는 증거라도 있습니까?”“증거도 없이 저희를 잡다니, 법을 따르셔야죠.”유롱이 노발대발하며 말했다.“유가 사람들이 네가 돌아온 것을 봤다!”“변명하지 말거라. 할 말이 있으면 감옥에 가서 변명하거라!”물건을 잃어버리고 그들이 유일하게 의심하는 사람은 유생이다.대가를 치르더라도 그들은 그 돈을 되찾으려 했다.“내가 돌아갔다고 돈을 훔쳤다는 것입니까? 농이 심하십니다!”“관청에 따라서 갈 수 있지만, 저희 부모님과는 연관이 없습니다. 증거가 없으면 함부로 사람을 잡을 수 없습니다!”유롱이 화를 냈다.“네 아버지와 어머니도 한패다! 당연히 관아로 데려가야 한다!”“나으리, 그들은 수십만 냥을 훔쳤습니다. 결코 적은 액수가 아닙니다. 나리께서 반드시 돈을 되찾아 주시기를 간청합니다!”
조영궁.심사 결과가 나온 후 오랫동안 기다리던 낙요는 드디어 낙현책이 오는 것을 기다렸다.“여제.”낙현책은 고개를 숙이고 여제를 마주할 엄두가 나지 않았다.“심사 결과가 나온 지 오래됐는데, 어찌 이제야 나를 찾아온 것이냐? 잘 고려한 것이냐?”낙현책은 고개를 끄덕이며 무릎을 꿇고 자리에서 일어나지 못했다.“여제를 실망하게 했습니다!”이 말을 듣고 낙요는 그의 결정을 알아차렸다.“일단 일어나서 얘기하거라.”낙현책은 무릎을 꿇고 일어나지 않았다.“여제의 가르침을 저버렸습니다. 저는 대제사장 자리를 감당할 수 없습니다!”낙요는 다소 실망했지만 그래도 의외는 아니었다.“잘 생각했느냐? 이 일은 번복한 기회가 없다.”낙현책이 세게 고개를 끄덕였다.“오랫동안 심사숙고한 후 내린 결정입니다.”“제가 여제를 실망하게 했습니다.”지금까지 이렇게 노력했고 최종 심사에서 1등까지 하였는데, 여제를 실망하게 했다.낙요는 자리에서 일어나 그를 일으켜 세웠다.“실망하지 않았다.”“네 실력은 모두가 다 알고 있다. 어찌 실망했겠느냐? 네가 후회하지 않으면 된다.”“이미 결정을 내린 이상 더 이상 그렇게 많은 생각을 하지 말거라. 마음을 놓고 네 목표를 향해 가거라.”“나는 네 결정을 존중한다!”여제가 화를 내지 않자, 낙현책은 그제야 한숨 돌렸다. 그는 감동에 겨웠다.“고맙습니다.”낙요는 그가 기뻐하는 모습을 보고 입꼬리를 살짝 올렸다.“그동안 심면을 만나지 않았겠구나? 어서 네 결정을 알리러 가거라.”낙현책은 고개를 끄덕이고 궁을 나갈 준비를 했다.그동안 심면도 고민하고 있었을 것이다. 두 사람에게 있어 정말 어려운 문제였다.누군가는 무언가를 포기해야 하기 때문이다.낙현책이 궁을 나서려는데 제사장족 제자가 그를 가로막았다.“유생이 궁에서 자네를 기다리고 있소. 급한 일이 있는 것 같소.”“급한 일? 알겠소.”유생은 그동안 궁에 있지 않았다. 갑자기 궁으로 찾아온 것을 보아, 중요한 일이 있는 듯했다.먼저 그녀를 만나고 궁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