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청연은 이제서야 엄내심 눈빛에 담긴 그 야심의 뜻을 알 것 같았다.“전에 모두 가장한 것이냐?”엄내심은 담담하게 웃으며 말했다: “어떤 걸 말하느냐?”“미래의 황후라는 신분을 믿고 제멋대로 행동하여 일부러 큰 잘못을 저지르고, 황후가 되고 싶지 않다고 하면서, 당신이 사랑하는 사람과 멀리 떠나려 한 것도, 모두 가장한 것이냐?”“그래서 독한 마음으로 막겸을 죽인 것이냐?”엄내심은 듣더니 웃으며 말했다: “그렇다.”“어리석고 어쩔 수 없는 모습도 모두 내가 꾸민 것이다. 또한 나도 황상과 혼인하고 싶지 않았다. 내가 설사 그의 황후가 되더라도, 좌우로는 엄가의 꼭두각시 노릇을 하느냐? 아니면 후궁에서 꼭두각시 노릇을 하는 가의 차이였기 때문이다.”“분명 그렇게 높은 자리에 있으면서도 마땅한 권리를 누리지 못하는 그런 괴리는 받아들일 수 없다.”“그래서 내가 이곳에 온 것이다.”엄내심은 말을 하면서, 품속에서 영패를 꺼내 낙청연에게 건네주었다.“시형에게 엄가에서 보냈다고 말하면서, 신물을 보여주지 않으면, 시형은 믿지 않을 것이다.”“지금 무진군의 대부분이 그의 손에 있으니, 이것을 가지고 그를 속여야, 그가 병력을 이동시켜 지원할 것이다.”이 말을 들은 낙청연은 몹시 놀랐다.영패를 받아보니, 그 위에는 ‘엄’이라는 글자가 쓰여 있었다.밑에는 아주 작게 ‘태사’라고 두 글자가 쓰여 있었다.“이것은 엄 태사의 영패인데 어떻게 너에게 있느냐?”엄내심은 솔직하게 대답했다: “당연히 훔친 것이지.”“나는 엄가에게 이미 죽은 사람이나 다름없어.”“이것을 훔치는 건,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야.”“원래는 내가 직접 이 영패로 시형에게 병력을 이동하게 하게 하려 했으나, 마침 너를 만났으니, 내 생각에는 네가 하는 게 나보다 더 적합할 것 같다.”“그러면 계획이 실패하더라도, 나는 엄가로 다시 돌아갈 수 있으니까!”엄내심의 어투는 담담했고, 매우 솔직해 보였다.낙청연은 의심스러운 눈빛으로 미간을 찌푸리며 물었다: “이렇게 하는 목적이 무
낙청연은 멈칫하더니 순간 정체를 들킨 줄 알았다.하지만 다시 생각해보니 시형이 만약 낙청연의 정체를 알았다면 이렇게 말하는 것이 아니라 진작에 손을 썼을 것이다.낙청연은 가볍게 웃더니 말했다: “그럼 시 장군은 내가 누군 줄 알았소?”시형은 차가운 어투로 말했다: “아직도 솔직하게 말할 생각이 없는 것이오? 끌고 가라! 당신 입을 열게 할 방법은 많소!”엄가가 보낸 사람이라 하면서 의술도 알고 동진산에게 병도 치료해 주라 하다니.독은 분명 자기가 탄 것인데, 어찌 사람을 보내 동진산을 치료해 줄 수 있단 말인가.아무리 떠봐도 진실을 말하지 않으면 고문을 할 수밖에 없었다.병사들이 몰려와 낙청연을 끌고 가려던 찰나, 낙청연은 말없이 영패를 꺼냈다.시형은 그 영패를 보더니 얼굴색이 확 바뀌었다.“당신은… 정녕…”낙청연은 경계하며 주위를 둘러보더니 영패를 집어넣었다.그러고는 불쾌한 어투로 말했다: “정녕 나를 잡아간단 말이오? 그러면 곤란해질 텐데.”시형은 순간 부드러운 어투로 입을 열었다: “낭자, 일찍 꺼내지 그랬습니까. 이쪽으로 오십시오.”그러자 시형은 낙청연을 데리고 인적이 드문 곳으로 향하며 물었다: “태사께서 어떤 명령이 있는 것이오?”낙청연도 잔말없이 차가운 어투로 용건만 말했다: “병력을 움직여 평녕(平寧)의 변경을 지원하시오.”이말을 들은 시형은 깜짝 놀라며 말했다: “이게… 전에는 지원하지 말라 하지 않았소? 그렇다면 왜 동진산에게 독을 타라 한 것이오?”낙청연은 서늘한 눈빛으로 말했다: “만족이 약속을 지키지 않아 변수가 생겨 엄 태사께서 즉시 병력을 내보내 지원하라 하셨소!”“이번에 공을 세우면 엄 태사는 자연스레 자넬 등용할 것이고, 앞으로 이 무진은 완전히 당신 것이오.”이 말을 들은 시형의 눈은 반짝였다.“엄 태사께서 이럴 생각이셨구먼! 이제 알겠소!”“비록 지금 군무를 대신 관리하고 있지만 무진군은 절반밖에 움직이지 못하오. 절반은 향정의 말만 듣소.”낙청연은 생각에 잠기더니 입을 열었다: “우선 병
낙청연은 단번에 창룡새를 꺼냈다.“창룡새는 곧 태상황이다! 아직도 못 믿겠소?”향정의 눈동자는 순간 흔들렸다.“창룡새?” 그는 낙청연 손에 든 그 물건을 뚫어져라 쳐다보며, 어찌할 바를 몰라 했다.“당신의 창룡새가 진짜인지 가짜인지 어떻게 증명하오?”그전에 엄 태사의 영패로 이미 시형을 움직였다.그리하여 향정은 쉽게 믿지 않았다.낙청연은 창룡새를 거두고, 침상에 누워있는 동진산을 보며 말했다: “동 장군은 태상황과 똑같은 독에 중독되었소. 내가 해독할 수 있지만, 지금은 안 되오.”“태상황께서 완쾌되면, 그때 동 장군의 독을 해독할 수 있소. 그렇지 않으면, 엄가의 의심을 살 것이요.”“하지만 지금 동 장군을 잠시 회복시킬 수는 있소.”향정은 듣더니,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무슨 말이오?” 태상황과 똑같은 독이라고?“좋소, 당신이 장군의 독만 해독할 수 있다면, 나는 당신을 믿겠소!”낙청연은 몸을 쭈그리고 앉아, 다시 동진산에게 침을 놓았다.곧이어, 동진산은 손을 움직일 수 있었다. 그가 중독된 명왕익은 태상황만큼 심하지 않았기 때문에, 자극받으니, 바로 말을 할 수 있었다.“향정……” 동진산은 힘겹게 입을 열었다.향정은 깜짝 놀라 즉시 무릎을 꿇고 앉았다, “대장군!”“조금 전 모두 보았다. 창룡새가 틀림없다! 이 여인의 말대로, 즉시 군사를 이동시켜 평녕을 지원하거라.”이 말을 들은 향정은 깜짝 놀랐다.곧이어 즉시 읍하더니 응했다: “예!”향정은 일어나 낙청연을 쳐다보며 공손한 어투로 말했다: “아직 낭자의 이름을 묻지 않았소.”“낙청연입니다.”향정은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당신이 바로……. 섭정왕비요?”낙청연도 약간 놀랐다. 향정이 그녀를 알고 있다니!“낙 낭자라고 부르면 될 것 같소. 시형이 나의 본명을 모르게 해주시오.”시형이 만약 그녀가 섭정왕비란 사실을 알게 되면, 바로 속았다는 사실을 알게 될 것이다.낙 낭자라면, 낙정도 낙 씨이니까!“알겠소!”“낙 낭자, 나를 따라오시오. 만족의 상황은 예전과
낙청연은 뒷산에 독장을 배치하고 향정과 함께 평녕으로 향했다.그러나 평녕에 거의 다 왔을 때쯤 시형을 만났다.시형은 사람을 데리고 산골짜기 입구에 주둔하고 있었으며, 평녕으로 향하지 않았다.“시 장군, 왜 아직도 이곳에 있는 것이오?” 낙청연은 말에서 내려 앞으로 다가가 불쾌한 어투로 물었다.시형은 낙청연 뒤의 군대를 보더니 가볍게 웃으며 말했다: “낭자, 아주 대단하구먼. 정말 향정을 움직이다니.”“향정은 황상의 명만 듣는데, 어떻게 한 거요?”낙청연은 불쾌한 어투로 말했다: “이건 자네가 물어볼 게 아닌 것 같은데? 자네의 일은 주인의 명을 받드는 거요.”시형은 낙청연이 화를 내자 그녀를 옆으로 끌어당기며 말했다: “명을 어기는 게 아니라, 낭자는 생각해봤소? 이번 전쟁이 끝나면 나와 향정은 다시 적이 되는 거요.”“태사를 위해 힘을 쓴다면, 장애물은 반드시 제거해야지 않겠소?”“하지만 이 전쟁이 끝나면, 향정도 나를 처리하려 애를 쓸 거요.”이 말을 들은 낙청연은 미간을 찌푸리며 말했다: “지금 처리하자고? 그건 불가능하오. 향정이 죽으면 누가 병사를 이끌고 만족에 맞선단 말이오?”시형은 웃으며 말했다: “지금 말고, 만족 손에 죽으면 우리가 힘을 쓸 필요도 없잖소?”이 말을 듣자 낙청연은 그제야 깨달았다.“그래서 향정을 전선에 서게 하겠다는 말이오?”“이게 지금까지 평녕성에 가지 않은 이유요?”시형은 낙청연을 산골짜기 입구에 끌고 가며 말했다: “한번 보시오, 저기가 바로 평녕성이오. 얼마나 치열한 전투가 벌어지고 있소?”“이번에 만족은 그야말로 총동원했소. 이때 뒤쪽으로 습격하면 아주 당황할 거요!”멀리 바라보니 확실히 전화에 휩싸인 채 만족의 포위 공격을 받고 있는 평녕성이 보였다.낙청연은 눈을 찌푸리더니 시형을 바라보며 말했다: “다 알아본 모양이오?”시형은 득의양양하게 웃으며 말했다: “무진은 위치가 특수하니 적의 공격을 대비해야 할 거 아니오.”보아하니 시형은 이미 평녕의 상황과 만족을 세력을 꿰뚫고 있는 것
말발굽 소리가 울려 퍼지자 성벽에서 격앙된 목소리가 들려왔다: “지원군이다! 지원군이 왔다!”성벽에서 곧바로 환호하는 소리가 들려왔다.만족인은 심상치 않음을 느껴 곧바로 철수하라 명령을 내리고 도망쳤다.낙청연은 만족의 깃발이 점점 시야에서 사라지자 가슴이 덜컥 내려앉았다.역시 만족은 각 부족 자치가 아닌 이미 오래전에 통일했던 것이다.이렇게나 질서정연하고 명령을 잘 듣다니, 통일한 지 꽤 오래된 모양이다.만족이 도망쳤으니 더이상 쫓을 필요도 없었다.성벽 위의 수위는 그들을 보며 물었다: “무진군이십니까?”향정이 입을 열었다: “무진군 부총수 향정입니다. 지원의 뜻으로 왔으니 성문을 열어 함께 적을 물리칩시다!”성문은 곧바로 열렸다.낙청연은 향정을 따라 함께 성안으로 향했다.평녕성은 꽤 오래 버티고 있었던 터라 상황이 아주 심각할 것이다.들어오기 전부터 낙청연은 마음의 준비를 했지만, 정작 성에 들어와 거리를 걷다 보니 눈 뜨고 볼 수 없이 처참했다.길거리 양쪽에는 모두 백성들이었으며, 그들의 눈에는 증오로 가득 차 소름이 끼칠 정도였다.그러자 앞에 갑자기 백성이 나타나더니 채소 바구니를 들고 그들 몸에 마구 던졌다.“왜 이렇게 늦게 오신 겁니까?!”“우리 집에는 이제 저 하나밖에 남지 않았습니다!”“우리 아들은 이제 14살입니다, 적에 맞서 지원군을 잡혀갔다가 만족인 손에 죽었다고요!”“포기했으면 자생자멸하게 놔둘 것이지, 대체 왜 온 겁니까? 대체 왜?”원망 가득한 목소리에는 눈물과 분노가 가득했다.썩은 야채가 날리고 낙청연은 입을 열려 했지만 그들의 원망에 묻히고 말았다.향정은 낙청연 앞에 서서 썩은 야채와 계란을 막아줬다.시형은 백성들에게 욕을 퍼부었다: “지원하러 왔는데도 이렇게 욕을 먹어야 하는 것이오?”“난 가겠소!” 시형은 단호하게 몸을 돌려 떠나려 했다.낙청연은 즉시 시형을 불러세웠다: “시 장군!”시형은 이를 꽉 깨물며 참고 다시 걸음을 멈췄다.이때, 성에 주둔 중인 군대가 그제야 다가오며 백성들을
낙청연은 서늘한 눈빛으로 말했다.“난 모르오. 전란 시기 백성들의 원망을 신경 쓸 틈이 없다는 말로 얼버무리는 것도, 병력이 있는 상황에서 백성들을 전장에 내세우는 것도, 진 부장은 전사해도 되는데 왜 당신은 출전조차 하지 않는 것도 대체 왜인지 잘 모르겠소!”낙청연의 어투는 기세가 가득했으며 한 구절 한 구절이 주옥같았다.시형과 향정은 모두 낙청연의 기세에 깜짝 놀랐다.류 부장은 분노가 치밀어 올라 시형과 향정 모두 깜짝 놀란 걸 보니 같은 편이 아니라는 걸 깨닫고 검을 빼 들었다.“어디서 감히 큰소리를 치는 것이오!”향정은 낙청연의 앞에 막아서더니 차가운 어투로 말했다: “낙 낭자는 경도성에서 왔소.”“류 부장께서도 그러지 마시오.”이 말을 들은 류 부장은 깜짝 놀랐다. 경도에서 왔다니?류 부장은 안색이 어두웠지만 할 말이 없어 그들을 데리고 방으로 들어와 앉았다.그러고는 입을 열었다: “죽음이 두려운 것이 아니오. 평녕성이 지금까지 버틴 것도 쉬운 일이 아니었는데 모든 사람이 죽으러 갈 순 없소. 한 명이라도 남아서 시간을 끌어야 지원이라도 기다릴 게 아니오?”향정은 이마를 찌푸리며 물었다: “진천리는 어디 있소?”류 부장은 한숨을 내쉬었다: “진 장군은 며칠 전에 적군에게 잡혀갔소.”“지금까지 아무런 소식도 없소.”낙청연은 가슴이 덜컥 내려앉았다. 진천리에게 무슨 일이 생겼으니 보이지 않는 것이었다.진천리가 있었다면 백성들이 출전하는 일은 없었을 것이다.그다음 류 부장은 지금까지의 전황과 평녕성의 상황을 알아보았다.그러나 구체적인 상황은 낙청연이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심각했다.진천리는 특별히 황상께 청하여 방어를 강화했으나, 전쟁하면서 보니 방어는 정말 한방이면 무너져버렸다.새로 만든 병기도 녹이 슬지 않으면 잘 써지지도 않았고, 적을 처치하기는커녕 상대도 못 했다.모든 군사 지출금을 누군가가 가져갔으니 이렇게 적을 막지도 못하는 방어 공사가 생겨난 것이다.심지어 군향까지 빼앗겼으니 지금까지 백성들은 평녕성의 식량으
사람들의 증오에 찬 시선이 그녀에게 집중되었다.“아군을 죽이는 게 무슨 재간이라고! 양식이 없다면 왜 만족의 양식을 뺏지 않고 아군의 것을 빼앗는단 말이오?”“양식이 없어서 백성들의 양식을 빼앗다니! 적군이 쳐들어온다면 우리 백성들을 잡아 죽이겠소!”그들의 말에 낙청연은 경악했다.평녕성에 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백성들의 원한이 이렇게 깊은 걸 보면 절대 갑자기 쌓인 울분이 아닌 것 같았다.향정 또한 놀랐다.“식량을 빼앗다니? 그런 일이 있었단 말이오?”“모르는 척하지 마시오!”낙청연이 곧바로 말했다.“다들 일단 진정하십시오. 우리는 수도에서 폐하의 명령을 받고 왔습니다. 조정에서는 평녕성의 소식을 모르고 있었다고 제가 보증할 수 있습니다.”“조정에서는 이곳의 주둔군이 백성들의 식량을 빼앗고 백성들을 징용해 전쟁에 내보내는 줄도 몰랐습니다.”“당신들의 불만을 저에게 얘기해주십시오. 제가 문제를 해결하겠습니다.”“하지만 지금 당장 적들이 코앞까지 쳐들어왔습니다. 만족이 우리의 평안한 삶을 파괴했다는 걸 명심하길 바랍니다. 만약 당신들이 아군을 상대로 싸운다면 만족의 간계에 당하게 됩니다!”낙청연의 말에 백성들은 서로 눈빛을 주고받으며 주저하기 시작했다.누군가 물었다.“정말 우리의 문제를 해결해줄 수 있소?”“가능합니다!”낙청연은 결연한 어조로 말했다.“알겠소. 그렇다면 먼저 진천리를 잡아 와서 죽이시오! 백성들을 징병하고 백성들의 식량을 빼앗으라는 명령을 내린 건 모두 진천리이니 말이오!”그 말에 낙청연의 안색이 돌변했다.진천리가 그랬다고?말도 안 되는 일이었다!그가 그런 명령을 내렸을 리가 없다!“그가 명령을 내리는 모습을 직접 보았습니까?”낙청연은 믿을 수 없었다.“옳소! 다들 보았소! 명령을 내린 건 그였소!”낙청연의 미간이 잔뜩 좁혀졌다.이상한 일이었다.하지만 지금은 백성들을 달래는 것이 급선무였다.“네. 알겠습니다. 만약 진짜 진천리가 그랬다면 조정에서는 절대 그를 용서하지 않을 겁니다!”“하지
낙청연이 대뜸 호통을 쳤다.“당신들이 죽지 않을 것이라 약속합니다.”“비록 이미 세상을 뜬 가족은 돌아올 수 없지만 당신들이 빼앗긴 식량과 손해 본 돈은 전부 이곳에 기재하십시오.”“전란이 끝나면 당신들에게 반드시 평안한 가정을 되돌려 주겠습니다!”“이번에 만족과 싸우게 되더라도 당신들이 전장에 나갈 리는 절대 없을 겁니다! 날이 저물면 이곳을 떠날 수 있게 장군에게 부탁해 당신들을 성 밖까지 호송하겠습니다.”이것은 낙청연이 지금 유일하게 떠올릴 수 있는 적당한 조치였다.백성들은 그녀의 말에 다시 멈췄다.“정말이오? 우리가 철수할 수 있게 호송해 줄 것이오? 설마 우리를 성 밖으로 보내 나가 죽으라는 건 아니겠지?”향정이 곧바로 입을 열었다.“다들 걱정하지 마시오. 나 향정은 절대 백성들을 방패 삼아 앞에 내세우지 않을 것이오.”“날이 저물면 이곳을 떠날 것이오. 그러니 다들 얼른 돌아가 물건을 정리하시오.”사람들은 결국 그의 말을 믿었고 짐을 정리하기 위해 곧바로 자리를 떴다.향정은 즉시 사람을 파견해 오늘 밤 그들을 성 밖으로 대피시킬 것이라고 집집이 소식을 알렸다.류 부장은 불만스러운 얼굴이었다.“향 장군, 사람들을 데리고 백성들을 성 밖으로 호송한다면 만족이 이곳을 침범할 수...”낙청연은 싸늘한 눈빛으로 그를 흘겨봤다.“뭘 두려워하는 것이오? 시 장군도 있소.”류 부장은 반박할 말이 없어 분통을 참으며 이를 악물었다.낙청연은 생각에 잠긴 듯 말했다.“향 장군은 저녁에 사람들을 데리고 철수해 남쪽으로 갈 것이오. 최소 반나절이 걸릴 것이고 백성들까지 데리고 가면 시간이 더욱 많이 걸릴 수 있소. 그렇다면 필시 만족의 습격을 받을 것이오.”“만족이 우리를 피해 향 장군을 공격할까 걱정되오.”“그들이 반드시 거쳐야 할 곳은 천계하(淺溪河)오. 시 장군, 시 장군은 사람들을 데리고 천계하 근처에 매복하시오. 만약 적군이 있다면 절대 한 명도 놓쳐서는 아니 되오!”“그리고 천 명은 성안의 각 곳에 배치하여 수비하오.”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