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욕하고 때려도 좋아, 이렇게 나를 피하지만 마!”진훤의도 웃는 얼굴로, 나무 상자를 들고 다가가 말했다: “내가 임신한 탓에, 가끔 욱해서 당신을 아주 서운하게 해서 미안합니다.”“내가 특별히 당신을 위해 선물을 준비했으니, 한번 봐주실래요?””그동안 너그럽게 이해해주시길 바랍니다. 아기가 태어나면, 아기더러 양어머니라고 부르라고 하겠습니다. 괜찮죠?”진훤의의 태도도 몹시 간절했다.상자를 열자, 그 안에는 옥팔찌가 들어있었다.딱 봐도 몹시 귀한 선물 같았다.그 팔찌를 본 낙랑랑은 잠깐 멍해 있더니, 자기도 모르게 주먹을 꼭 쥐었다.“당신들과 함께 돌아가겠습니다.” 낙랑랑은 승낙하고 말았다.하지만 낙청연은 낙랑랑의 이상한 표정을 보았다.범산화는 무척 기뻐하며 다급히 달랬다 “랑랑, 나를 믿어줘, 다시는 그런 일 없을 것이다! 오늘부터 나는 술을 끊겠다! 앞으로 다시는 술 한 방울도 입에 대지 않겠다!”낙랑랑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그저 고개를 돌려 낙청연을 보더니 말했다: “청연, 그럼 나는 먼저 가보겠다. 계속 객잔에서 살고 있는 것도 말이 안 된다.”“걱정하지 말거라.”“나를 보고 싶으면, 언제든지 범가에 나를 보러 오너라.”낙청연은 낙랑랑이 이미 결정을 내린 것 같아서, 더 이상 말리지 않았다.그저 낙랑랑을 밖으로 내보내고, 마차에 태워, 마차 대오들이 떠나는 모습을 바라보았다.부진환은 뒷짐을 짊어지고 느긋하게 걸어오더니 말했다: “진훤의의 변화가 이렇게 큰 것을 보아하니, 그들은 하루빨리 우리를 내쫓고 싶은 모양이구나.”낙청연은 눈살을 찌푸리며 말했다: “저는 어쩐지 뭔가 이상한 것 같습니다.”“낙랑랑이 빠르게 승낙은 했지만. 왠지 달가워하는 것 같지 않았습니다.”“저는 낙랑랑이 범산화에게 아직 정이 남아있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하지만 그는 범가를 떠나기를 원치 않습니다. 분명 다른 원인이 있을 겁니다! 범가, 설마 뭔가를 가지고 낙랑랑을 협박하는 게 아닙니까?”부진환도 생각하더니 말했다: “방금 그 팔
부진환은 눈살을 찌푸리더니 물었다: “무슨 일인데, 이렇게 당황해하는 것이오?”조 대인은 긴장한 표정으로 대답했다: “벽령촌(碧嶺村)에서 잇달아 여섯 명이 죽었습니다. 말로는 들짐승에게 살해당했다고 하는데, 시체까지 모조리 뜯어먹었다고 합니다! 제가 사람을 한 무리 보냈는데 반만 살아서 돌아왔습니다!”“관건은 그들도 어떤 짐승인지 똑똑히 보지 못했다고 합니다! 하관은 도저히 방법이 없습니다. 마침 왕야께서 계양에 계시니, 도움을 청하러 왔습니다!”이런 일이라면, 부진환은 당연히 거절할 도리가 없다.낙청연이 물었다: “벽령촌은 어디에 있소? 들짐승이 계양까지 들어오지 않았소?”조 대인이 대답했다: “벽령촌은 산에 있습니다. 계양과 거리가 좀 있습니다.”낙청연은 생각에 잠긴 듯 고개를 끄덕이었다.이런 일을 거절한 이유가 없는 부진환은 바로 말했다: “나가서 기다리시오. 옷을 갈아입고 나가겠소.”“예!”조 대인이 방을 나간 뒤, 낙청연도 방에서 나왔다.벽령촌에서 이때 일이 생겼다는 건, 분명히 고의로 부진환을 유인하는 것이다.낙청연은 문 앞에서 그를 기다렸다. 문이 열리더니, 부진환이 깔끔한 현의(玄衣)를 입고 나타났다. 온몸은 차갑고 도도한 기운이 철철 넘쳤으며, 평소보다 좀 더 말쑥하고 멋스러웠다.낙청연은 바로 말을 꺼냈다: “저는 따라가지 않겠습니다.”부진환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이제부터 우리는 따로 행동해야 하니, 당신도 스스로 안전에 주의해야 한다.”부진환은 말을 하면서, 어떤 물건을 그녀에게 건넸다; “해결할 수 없는 위험이 들이닥치면, 이것을 보내라.”낙청연은 건네받았다.그것은 신호 불꽃이었다.낙청연도 부진환에게 두 가지 물건을 건넸다: “이 부적은 몸에 꼭 지니고 다니셔야 합니다. 절대 잃어버리지 마세요.”“그리고 이것은, 해독환입니다. 보통 독은 모두 해독할 수 있습니다.”부진환은 살짝 감동되었다. 그는 입꼬리를 올리더니 말했다: “내가 벽령촌에서 죽을까 봐 두려운 것이냐?”“걱정하지 말거라, 죽지 않는다.
”부설 낭자가 말한 이 상황은 더 말할 것도 없소, 만약 어느 날 당신이 왕야에게 더 이상 가치가 없다면, 왕야가 당신께 돈을 주겠소?’“나의 말에 일리가 있지 않소?’낙청연은 생각에 잠긴 듯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음. 당신이 말한 것도 일리가 있습니다.”“나도 나 자신을 위해 계획을 좀 세워야 할 것 같습니다.”“그런데 범가도 풍도 상회에 가입했다고 들었는데, 맞습니까?”설천풍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그렇소.”“저는 범가와 공존할 수 없습니다! 그만두겠습니다!” 낙청연은 단호하게 거절했다.이 말을 들은 설천풍은 안색이 확 달라지더니, 다급히 낙청연을 뒤따라가며 물었다: “왕비는 낙랑랑의 일 때문에 범가에 의견이 있는 것이요?”지금 계양 전체가 낙청연이 낙랑랑을 뒷받침해주러 왔다는 것을 다 알고 있다. 범가를 한바탕 혼내고, 상금문을 때리고, 류행아까지 죽였다.이 이유 말고 또 다른 이유가 있겠어?“그게 아니면요?”설천풍은 다급히 입을 열었다: “사실…… 만약 낙랑랑의 일 때문이라면, 더욱 더 우리 풍도 상회에 가입해야 하오.”이 말은 낙청연의 흥미를 불러일으켰다. 그녀는 흥미진진하게 그를 쳐다보았다.설천풍은 웃으며 말했다: “부설 낭자의 신분과 지위, 그리고 본전으로 풍도 상회에 가입하면, 범가보다 더 빨리 돈을 벌 것이오.”“나 또한 부설 낭자를 도와 신속하게 세력을 확장할 수 있소. 이렇게 되면, 범가를 밀어낼 수 있지 않겠소?”“부설 낭자는 심지어 범가의 세력까지 먹어 치울 수 있소.”이 말을 들은 낙청연의 눈동자는 순간 번쩍이더니 말했다: “이건 꽤 좋은 방법이군요!”“그럼, 당신들의 풍도 상회를 구경시켜 주십시오.”설천풍은 매우 열정적으로 대답했다: “좋소. 벌써 점심 먹을 시간이 되었으니, 식사하시고 부설 낭자에게 풍도 상회를 구경시켜 주겠소.”일은 낙청연이 생각했던 것보다 잘 풀렸다.점심을 먹을 때, 설천풍은 잠깐 자리를 비웠다. 말로는 직접 주방에 가서 가장 자신 있는 요리를 해주겠다고 했다.하지
낙청연의 청량한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방 안에 있던 사람들은 깜짝 놀랐다. 낙청연은 시선을 한 몸에 받았다.“설천풍, 어디라고 감히 왕비를 데리고 온 것이요? 이건 우리 상회내부 회의인데, 당신 죽고 싶소?”진훤의도 냉랭하게 말했다: “그러니까요, 우리 상회의 기밀을 어찌 아무 사람이나 다 듣게 할 수 있소? 설천풍, 설마 이 정도 규칙도 모르는 건 아니지요?”어떤 장로도 서늘한 표정으로 질책했다: “천풍, 이게 뭐 하는 짓이냐?”“외부인을 데리고 침입해서 상회의 기밀을 누설하면, 곤장 백 대의 벌을 받고, 상회에서 쫓아낸다는 것을 모르는 건 아니지? 너 지금 우리 설가를 해 하는 것이다!”이 말을 한 사람이 바로 설천풍의 아버지인 것 같았다.하지만 이 어투는 책망으로 가득했다. 전혀 친아버지 같지 않았다.설천풍도 난감한 표정을 짓고, 잠깐 망설이더니 말했다: “부설 낭자도 장사를 사고 싶어 합니다. 장사를 사면 풍도 상회의 사람이니, 외부인이 아닙니다! 그러니 당연히 기밀 누설도 아닙니다!’이 말을 듣던 낙청연은 깨달았다. 여기에 걸린 거구나!“맞습니다. 내가 장사를 사고, 풍도 상회에 가입하면 외부인이 아니지요?’상금문은 냉랭하게 웃더니 말했다: “당신이 사고 싶다면 다요? 나는 아직 승낙하지 않았소! 이 장사는 나와 진훤의 사이의 일이요. 당신은 뺏어갈 자격이 없소.”낙청연은 전혀 서두르지 않고 앞으로 다가가 앉았다. 그녀는 느긋하게 의자에 기대어 담담하게 웃으며 말했다: “높은 가격을 제시한 사람이 가지는 거라고 하지 않았소?”“내가 직접 들었는데.”상금문의 화난 표정으로 이를 악물더니 말했다: “그럼 나는 4만 냥을 내겠소!”낙청연은 망설이었다.이건 낮은 가격이 아니다.이때, 상금문이 비웃으며 말했다: “이만한 능력도 없는데, 큰 소리 치기는.”“다시 본론으로 돌아가, 설천풍을 끌고 가서 곤장 백 대를 쳐야 하는 거 아니요? 그렇지 않으면, 앞으로 누구든지 외부인을 끌어들이면 난장판이 되지 않겠소?’진훤의도 맞장구를
그리고 이 대루 안 곳곳이 뭐 하는 곳인지도 알아냈지만, 그녀에게 보여주는 곳은 분명 아무 문제가 없는 곳들이기 때문에 낙청연도 더 깊게 조사하지 않았다.새로 산 점포의 상황을 알아본다는 이유로 낙청연은 다음 날 아침 일찍 다시 풍도 상회로 왔다.자기 장사에 몹시 신경 쓰는 것처럼 보였다.그리고 이날, 상금문과 진훤의 등 사람들이 또 왔다.설마 또 어떤 중요한 일을 의논하는 것인가?이번에 낙청연은 정정당당하게 회의에 참석했다.하지만 상 앞에 앉자, 다들 표정이 괴이해졌다.설천풍은 기침 소리를 내더니 말했다: “부설 낭자, 오늘은 어떤 일을 의논하는 것이 아니요. 당신과 별로 상관이 없는 일이니, 밖에서 기다리시오.”이 말을 들은 낙청연은 깜짝 놀랐다. 상황을 파악하기도 전에 상금문이 냉소하더니 말했다: “이왕 왔으니, 앉소.”“어차피 앉아있다고 해서, 배당금을 줄 것도 아닌데 뭐.”배당금?이때, 그들은 시작했다.두 개의 큰 상자를 상 위에 올리더니, 한 사람이 장부를 들고, 돈을 나줘 줬다.“설문주(薛聞洲), 20만 냥.”“설천풍. 13만 냥.”“당신들 돈은 함께 나눠주겠소.”그리하여 한 뭉치의 은표를 헤아려 설문주에게 건넸다. 설문주는 두 손에 다 쥐지도 못할 정도였다.낙청연은 순간 어리둥절했다. 그들은 대체 무슨 장사를 하길래, 이렇게 많은 돈을 벌 수 있는가?상금문과 진훤의 마저 17만 냥을 분배받았다.이건 단지 그녀들 개인 몫이었다. 그녀들의 아버지는 더욱 많이 분배받았다.매 가정은 최소 30만 냥을 분배받았다.’부정할 수 없는 건, 낙청연은 두 눈을 뗄 수 없었다.상금문은 은표를 작은 상자에 넣더니, 득의양양한 눈빛으로 낙청연을 한 번 쳐다보더니, 콧방귀를 뀌며 돈 상자를 안고 가버렸다.모두 돈을 갖고 잇달아 가버렸다.오직 설천풍만이 낙청연에게 설명했다: “내년이면 당신도 이렇게 많은 배당금을 받을 수 있소.”“정말입니까?” 낙청연은 의아했다.“정말이요. 하지만 자기 돈을 투자해야 하오.” 설천풍은 진지하
낙청연은 곧 발소리를 죽이고 제자리로 돌아가, 책상에 엎드려 피곤해서 잠든 척했다.잠깐 후, 발소리가 유유히 들려왔다.점점 더 가까워졌다.계단을 올라가는 소리 같았다.방금 그 찰칵 소리는, 밑에서 들려오는 것 같은데, 아마 지하에 또 한 층이 있는 것 같았다.그 사람의 발소리가 점점 그들에게 가까워졌다.낙청연은 누군가 그녀를 쳐다보는 것을 느꼈고, 뒤이어 그녀의 손에 눌려 있던 장부를 가져가더니, 곧 다시 그녀의 손에 갖다 놓고, 곁을 떠나는 발소리를 들었다.그런데 한참 기다렸지만, 더 이상 동정이 없었다.낙청연은 조심스럽게 살짝 눈을 가느다랗게 떠보니, 전방에 확실히 사람이 없었다.그 사람은 이미 나간 것 같았다.낙청연이 막 일어나려고 하는데, 바닥에 갑자기 그림자가 얼른거렸다. 낙청연은 하마터면 심장이 멎을 뻔했다.책상 위에 엎드려 있는 그녀의 그림자 위에, 머리 그림자가 비쳐 움직였다.순간, 낙청연은 머리털이 곤두섰다.그 사람은, 바로 그녀 뒤에 있었다!낙청연은 급하게 눈을 감고, 굳어버린 몸을 최대한 풀어주고, 숨도 최대한 고르고, 눈동자도 감히 굴리지 않았다.움직이는 소리가 전혀 들리지 않았다. 이 사람의 무공은 심상치 않다. 게다가 온몸에 음랭한 기운이 감돌고 있었다. 이 사람은 절대 보통 사람이 아니다.낙청연은 풍도 상회에서 아직 이 사람을 만난 적 없다.등 뒤의 사람은 오랫동안 아무런 움직임이 없었다. 낙청연도 감히 움직이지 못했다.한참 뒤 어떤 손이 그녀에게 뻗어오더니, 은은한 이상한 냄새가 엄습해왔다. 낙청연은 급히 숨을 죽였다.그 사람은 그 향을 낙청연에게 맡게 했다. 목적은 그녀를 깊게 잠들게 하기 위해서였다.하지만 낙청연은 숨을 죽였다.곧 그 사람은 나갔다. 발소리를 더 이상 숨기지 않았다.방문이 닫히고, 한참 뒤에야 낙청연은 눈을 떴다.그 사람은 검은색 도포를 걸쳤고, 몸집이 아주 작아, 남자인지 여자인지 알 수 없었지만, 발걸음이 가벼운 걸로 봐서 여자인 것 같았다.한 참 보고 있는데, 그
낙청연은 앞으로 가까이 다가가 살펴보았다. 사자의 눈알이 헐거웠다.낙청연이 그것을 누르려는데 사자의 목에 목걸이가 걸려있는 게 보였다. 목걸이에 그려진 도안을 확인한 순간 낙청연은 숨을 쉴 수 없었다.일월쇄의 문양!여국 황족의 물건이었다!조금 전 검은 망토를 두른 사람이 줄곧 엄씨 가문에 숨어있던 고수인 걸까?여국 사람이라니!황족의 물건을 알고 있다니 여국 황실 사람이 아니라면 제사장 일족일 것이다!그녀는 이 세대의 대제사장으로 제사상 일족의 모든 사람을 알고 있었다.이렇게 가까운 거리에서 제사장 일족 사람에게 접근할 수 있다는 생각에 낙청연은 조금 흥분되기도, 걱정되기도 했다. 그녀는 몸이 달라져서 예전처럼 무공이 강하지 않았다.다시 마주쳤을 때는 적일지, 아군일지 알 수 없었다. 그의 상대가 되지 않을 수도 있었다.낙청연은 곧바로 일월쇄를 열었고 문이 서서히 열렸다.눈알을 눌러 함정을 발동시키지 않아 다행이었다. 그렇지 않았다면 오늘 이곳에서 나가지 못할 것이다.일월쇄로 함정을 만들어 아무도 빠져나가지 못하게 할 생각이었다니, 이렇게 주도면밀한 걸 보면 이 밀실에 풍도 상회의 진짜 비밀이 있을 것이다.안으로 들어가자 음산한 기운이 더욱 짙어졌다.낙청연은 향안 위에 놓인 촛대에 시선을 빼앗겼다. 그 촛대는 뱀의 몸을 가진 인간의 형태를 띠고 있었는데 촛불에서는 그윽한 푸른빛이 보였다.두 개의 촛대는 머리카락으로 엮인 가느다란 끈으로 이어져 있었다.촛대 아래는 각각 두 장의 선혈로 쓰인 이름과 사주팔자가 적혀 있었다.사주팔자 위에 적힌 이름을 보는 순간 낙청연은 심장이 철렁 내려앉았다.하나는 진휜의의 사주팔자였고 다른 하나는 낙랑랑의 사주팔자였다.그들이 낙랑랑의 운명과 진훤의의 운명을 바꿔치기한 것이다!진훤의의 불빛은 밝게 빛나고 있었고 낙랑랑의 불빛은 암담했다.어쩐지! 예전에 점 쳐봤을 때 낙랑랑은 분명 평안한 일생을 보낼 운명이었다. 엄청나게 부유하거나 고귀하게 살 팔자는 아니지만 순조롭게 살 운명으로 대부분 사람보다
낙청연은 미간이 떨렸다. 주변을 둘러봤으나 사람이라고는 보이지 않았다.그녀는 천천히 설천풍이 앉아있던 곳으로 향했다. 그런데 다가가 보니 설천풍이 바닥에 쓰려져있었다.미간을 잔뜩 좁힌 낙청연이 허리를 숙여 설천풍을 흔들어 보았으나 아무런 반응도 없었다.주위를 둘러봐도 전혀 이상한 낌새가 느껴지지 않았다.결국 낙청연은 설천풍을 일으켰고 자신은 원래 자리로 돌아가 잠을 잤다.-날이 밝았다.상회 사람들이 하나둘 도착했고 낙청연과 설천풍을 흔들어 깨웠다.두 사람은 피곤한 얼굴로 잠에서 깨어났다.“너무 피곤하군요. 장부를 전부 조사하지도 못했는데 잠이 들었습니다.”낙청연은 계속해 장부를 보기 시작했다.설천풍은 버티기 힘들었지만 낙청연의 곁을 지켰다.낙청연은 반나절 동안 그곳에 있었고 아무도 이상한 점을 발견하지 못했다. 검은 망토를 두른 자는 나타나지 않았고 낙청연은 결국 풍도 상회를 떠났다.객잔으로 돌아온 낙청연은 지초에게 물었다.“왕야 쪽에서 소식이 있더냐?”지초는 차와 음식을 내놓으며 말했다.“왕야께서 떠나신 지 고작 이틀인데 벌써 왕야가 그리우신 겁니까?”“소서가 사람을 시켜 비둘기로 서신을 전해왔습니다.”지초는 낙청연에게 그 종이를 건네주었다.그것을 펼쳐 보니 이제 막 벽령촌(碧嶺村)에 도착해 아직 야수의 종적을 발견하지는 못했으나 모든 것이 순조롭다고 쓰여 있었다.“비둘기는 아직 여기에 있습니다. 무언가 전하실 말씀이 있다면 비둘기에게 서신을 묶어 왕야에게 보내시지요.”지초는 창가에서 새장을 들고 왔다.낙청연은 상황을 알리기 위해 간단히 몇 마디 적었다.어젯밤에 발견한 일에 관해서는 얘기하지 않았다. 그 일은 기밀이었기 때문에 만나서 직접 부진환에게 얘기할 심산이었다.비둘기를 내보내자 밖에서 갑자기 호위의 호통 소리가 들려왔다.“뉘시오?”“왕비 마마를 뵙고 싶습니다. 제발 왕비 마마를 만날 수 있게 해주십시오!”한 여인의 목소리가 들려왔다.살짝 당황한 낙청연은 방문을 열어 아래층으로 향했다.“무슨 일이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