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마 낙청연의 어머니가 내 스승님인 건가?그녀는 순간 마음이 죄이는 것 같았고 복잡한 감정이 밀물처럼 밀려왔다. 그 속에는 조급함과 분노까지 섞여 있었는데 머리가 아찔할 정도였다.“내 어머니의 유품을 내놓거라!”낙청연은 앞으로 한 걸음 내디디면서 말했다.낙월영은 향낭을 쥔 채로 일부로 몸을 피하면서 그녀의 조급한 모습을 보며 의기양양한 미소를 지었다. 낙월영은 향낭을 들며 말했다.“이 물건을 이렇게 소중히 여기시니 돌려 드릴 수도 있습니다만 조건이 하나 있습니다. 오늘 연회에서의 가무가 마음에 들지 않으니 언니께서 무대에 올라 쇠똥구리가 똥을 굴리는 연기를 하시면 이 향낭을 드리겠습니다. 어떻습니까?”낙월영은 거만한 얼굴로 말했고 낙청연은 미간을 잔뜩 구기면서 주먹을 쥐었다.낙월영은 눈썹을 치켜올리며 말했다.“설마 잊은 겁니까? 제 열다섯 살 생일 날 해주시지 않으셨습니까? 몇 년 지나지 않았는데 똥 덩어리가 그새 더 커졌네요.”조롱 섞인 어조와 모욕감을 안겨주는 말에 주먹에 힘이 들어갔고 그 바람에 낙청연의 손톱이 손바닥 안으로 깊이 패어 들어갔다.이것은 낙월영이 처음으로 낙청연을 모욕하는 것이 아니었다.낙청연은 왜 이런 것들을 다 참은 것일까?낙월영은 냉소를 흘리며 말했다.“싫습니까?”낙월영은 낙청연의 앞에서 향낭을 바닥에 버리고 그것을 무참히 짓밟았다.“어머니의 유품이요? 지금 제 발아래 있으니 갖고 싶으면 무릎을 꿇으시지요.”낙월영은 일부러 그녀를 도발하고 있었다. 유염복으로는 낙청연을 모함하지 못했지만 그녀를 음해할 방법은 널리고 널렸다. 낙청연처럼 미천한 인간은 자신의 발아래에 깔리는 게 당연하다고 낙월영은 생각했다.그 순간 낙청연은 심장이 죄이는 느낌이 들었다. 바닥에 내쳐져서 낙청연에게 짓밟히는 향낭을 바라보니 순간 숨을 쉴 수가 없었다.더는 참을 수가 없던 낙청연은 손을 들어 낙월영의 뺨을 내리쳤고 그 바람에 낙월영은 바닥에 쓰러졌다. 그런데 낙월영은 재빨리 그 향낭을 주워들어 품속에 넣으려 했고 낙청연은 허리를
살기 가득한 눈빛을 보니 진짜 그녀를 죽이려는 것 같았다.낙청연은 주먹을 꽉 쥐면서 말했다.“왕야께서 잊은 것이 있지 않습니까?”부진환은 위협적인 눈빛으로 그녀를 바라봤다. 그러더니 부드러운 눈빛으로 옆에 있던 낙월영을 바라보면서 그녀의 부어오른 뺨을 쓰다듬으며 다정하게 물었다.“괜찮느냐?”낙월영은 눈물을 머금은 채 고개를 저었고 불쌍한 척하며 말했다.“왕야, 언니 성격이 왜 저리 포악해지셨는지 모르겠습니다. 걸핏하면 저한테 손찌검하시고, 제가 잘못한 것이 있으면 말씀해주시면 될 것을.”그 말과 함께 낙월영의 시선은 부진환이 손에 든 향낭으로 옮겨졌고 그녀는 울먹이며 말했다.“이건 제 어머니께서 주신 것입니다. 제가 어릴 때부터 지닌 것인데… 언니께서 이것을 빼앗으려고 했습니다. 언니가 잘못 안 것이라 했지만 제 설명도 들으시지 않으셨죠…”낙월영은 말을 하면 할수록 억울한지 눈물을 뚝뚝 떨구었다.부진환은 손에 든 향낭을 보면서 돌연 미간을 구겼고 그 모습에 조바심이 난 낙청연은 얼른 입을 열었다.“왕야! 제게 약조하신 것을 잊으신 것이옵니까? 그것은 제 어머니의 유품입니다. 전 그 향낭만 있으면 됩니다. 다른 건 필요 없습니다.”그 향낭 안에 들어있는 것이 무엇인지는 몰랐으나 일월쇄가 있으니 아주 중요한 물건임이 확실했다.그것은 단지 낙청연 어머니의 신분과 관련된 것이 아니라 그녀의 비참한 죽음과도 연관이 있었다.낙청연은 심장이 목구멍까지 튀어 오른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그녀가 원하는 건 그 향낭뿐이었고 부진환이 그 향낭을 그녀에게 전해주기만 한다면 곧바로 그더러 수세를 써서 휴처해 달라고 할 것이고 다시는 그를 귀찮게 하지 않을 생각이었다.부진환은 미간을 잔뜩 구긴 채로 잠시 뜸을 들였다. 그는 많은 생각이 들었다.그러나 낙월영이 다시 울기 시작하자 부진환은 가슴이 아팠다.“돌려주마. 잘 챙기려무나.”낙청연은 부진환이 낙월영에게 향낭을 건네주는 것을 눈뜨고 지켜볼 수밖에 없었다.낙청연은 순간 숨을 쉴 수가 없었다.“부진
궁중 연회의 화려한 장식은 눈부시게 빛났고 모두 노래와 춤으로 태평성세를 찬미하고 있었다. 그야말로 시끌벅적했지만, 낙청연은 혼자 앉아서 궁중 연회가 끝나기만을 기다렸다.그녀에게 관심을 가지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헌데 갑자기 화려한 옷을 입은 궁녀가 술 한 주전자를 가져왔다.“왕비, 태후께서 하사하신 청계냥(清桂釀)입니다.” 금서(錦書)는 얼굴에 웃음기를 머금고 공손한 태도로 말했다.낙청연은 흠칫 놀랐다. 이분은 태후의 곁에서 시중드는 궁녀, 금서였다. “태후께 감사드립니다.”금서는 살짝 인사를 건네고 갔다. 아무 말도 하지 않았지만, 주위 사람들은 모두 보고 있었다.옆에서 있던 사람들이 작은 소리로 소곤거렸다. “보아하니 태후는 낙청연을 매우 좋아하는 것 같습니다. 그러니 대신 혼인한 중죄도 벌을 안 내리셨겠지요. 이제 보니 배후에 태후가 뒷받침해주는군요!”낙청연의 눈빛은 차가웠고 표정은 평온했다.대신 혼인해서 그녀가 치른 대가를 그녀들이 어찌 상상이나 하겠는가?의자에 앉아있던 부진환은 의미심장한 눈빛으로 멀지 않은 곳에 앉아있는 낙청연을 주시하더니 심오한 눈빛으로 술 한잔을 들더니 단숨에 마셔버렸다. 눈에는 분노가 들끓었다.마침내 연회가 끝나고, 낙청연은 일어서서 나가려고 했다.하지만 떠나려던 찰나 금서가 다가왔다. “왕비, 발걸음을 멈춰주세요!”금서는 활짝 웃으면서 친절하게 말했다: “태후께서 오늘 왕비가 음식을 별로 드시지 않으셨다고 아무래도 궁중 연회의 음식이 입에 맞지 않으신 모양이라고 하셨습니다. 그리하여 태후께서 특별히 간단한 요리를 준비하셨다고 왕비를 수희궁(壽喜宮)으로 모시라고 하셨습니다. 이따가 태후께서 사람을 시켜 왕비를 섭정왕부까지 모셔드린답니다.”듣고 있던 주위 사람들은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금서 고고(姑姑)는 태후의 곁에서 시중드는 궁녀이다. 그녀는 수희궁의 대소사를 장관하고 있었고 평시 교만하고 콧대가 높아 황상(皇上)을 대할 때도 이토록 친절하지 않았다.하지만 낙청연을 대하는 태도는 남달랐다.한편,
낙청연도 깜짝 놀랐다. 태후의 말씀은 참으로 단도직입적이었다. 전혀 체면을 봐주지 않았다.낙청연은 태후와 초면이 아니었다. 하지만 단독으로 태후의 부름을 받은 것은 처음이었다. 태후의 뜻을 알 수 없었기에 그녀는 조용히 의자에 앉아서 기다리는 수밖에 없었다.드디어 엄 태후는 다시 그녀를 바라보았다. “어찌 가만히 앉아만 있는 것이냐? 이 상위의 간식과 간단한 요리들은 애가가 특별히 너를 위해 준비한 것이니 어서 먹어 보거라, 입맛에 맞는지. 맛있다면 다음 궁중 연회 때는 이대로 준비하라고 할 테니!”낙청연은 약간 놀랐다. 그녀의 체면은 태후가 그녀를 위해 특별히 궁중 연회의 음식까지 준비해주실 정도로 크지는 않았기 때문이다.“태후의 호의에 감사드립니다. 저는 그저 오늘 입맛이 없었을 뿐입니다. 결코 궁중 연회의 음식이 입에 맞지 않은 것이 아닙니다. 태후께서 저를 위해 애를 쓰지 않으셔도 됩니다.”말을 듣더니, 태후의 얼굴에는 한 가닥의 흡족한 미소가 번졌다. “애가는 사람 보는 눈이 있구나, 참으로 참한 아이로 구나. 당초 섭정왕이 혼인하기 전에 애가는 네가 섭정 왕비의 자리에 더 잘 어울린다고 생각했다. 어질고 선량하고 또 규율을 잘 알고 전체 국면도 생각할 줄 아니, 어디 미천한 집안의 여인들과 비교가 되겠냐고 말이다.”태후의 말씀은, 분명히 낙월영이 옹색하다고 은근히 풍자하는 것이었다.낙월영은 머리를 숙이더니, 난처한 나머지 쥐구멍이라도 있으면 들어가고 싶었다.태후의 말씀을 듣고 낙청연도 그다지 기뻐하지는 않았다. 그저 담담하게 웃으면서 말했다: “태후의 특별한 보살핌을 받게 되다니, 이 또한 청연의 복입니다.”뜬금없는 호의는 없다.게다가 태후로부터의 호의라니!그녀는 알고 있었다.당연히 이 정도의 칭찬에 넘어가지 않는다.태후는 얼굴에 상냥한 미소를 띠더니 고개를 끄덕이었다. 두 눈은 낙청연에 대한 사랑으로 꽉 찼다. 그녀는 한탄하더니 말했다: “이토록 참한 아씨를 섭정왕은 아낄 줄 모르다니 참으로 안타깝구나. 애가는 정말 마음이
멍해진 그녀를 보더니, 태후는 친절하게 물었다: “어찌 그러느냐?”낙청연은 입술을 가리고 헛구역질하더니 다시 고점(糕點)을 내려놓았다. “요 며칠 영 입맛이 없습니다. 단 음식은 약간 구역질도 납니다. 태후님 면전에서 실례를 범했습니다.”태후는 살짝 놀라더니, 다시 웃으면서 말했다: “무방하다, 다른 것들을 먹어보거라.”태후는 시선을 옮기더니, 낙청연을 더 이상 주시하지 않았다.낙청연은 미간을 찌푸리고, 헛구역질이 올라오는 척하면서 아무것도 먹지 않았다.주양 행화고(酒釀杏花糕)에서 그녀는 분명 현금초(玄金草)의 냄새를 맡았다. 현금초는 냄새가 뚜렷하지 않지만 고충에게는 막대한 자극을 주어 고충의 활동을 유도하고, 심지어 알까지 낳아, 숙주에게 극심한 고통을 준다.고충을 본 낙청연은 갑자기 뇌우가 치던 그날 밤, 부진환의 몸에서 잡아낸 고충이 생각났다.그럼 그 고충도 태후의 짓이란 말인가?그렇다면, 그럼 지금 그녀가 이곳에 앉아서 음식을 먹고 차를 마시며, 낙월영이 뺨을 맞는 것을 구경하고 있는 것은 그녀를 끌어들이기 위한 수단이며 또한 그녀를 이용하여 부진환을 해치기 위한 것이다.이 의자는 쉽게 앉을 수 있는 자리가 아니었다.낙월영의 얼굴은 온통 피범벅이 되었고 참으로 눈 뜨고 볼 수 없었다. 살려 달라는 말조차 할수 없었다. 더욱이 궁녀는 그녀에게 말할 기회를 아예 주지 않았다. 오직 판자가 살을 때리는 소리와, 낙월영의 비명밖에 들리지 않았다.낙월영은 견디지 못하고 끝내 쓰러지고 말았다. 그제야 궁녀는 손을 멈췄다. “태후 마마, 보아하니 그녀는 더 이상 못 견딜 것 같습니다.”태후는 담담하게 쳐다보더니, “아직 몇 대 남았느냐?”“10대 남았습니다.”태후는 쌀쌀한 어투로 말했다: “10대 남았다고? 그럼 그만두거라, 이미 교훈을 얻었을 테니까.”“시간이 늦었으니, 금서, 사람을 시켜 섭정 왕비를 왕부로 모셔드리거라.”낙청연은 바로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럼 신첩은 이만 물러가겠습니다.”태후는 머리를 끄덕이더니 친절하게 말했다
이 또한 태후가 고의로 의도한 것 같았다. 마차가 섭정 왕부에 도착하자 마차를 몰던 시위가 말했다: “왕비, 도착했습니다. 하관은 이로서 궁에 돌아가 복명하겠습니다.”두 사람을 내려놓고 그는 다시 마차를 몰고 돌아갔다.그녀는 섭정 왕부에 모셔다 드렸지만 낙월영은 승상부로 데려다 주지 않고 오히려 섭정 왕부에 내려놨다. 부진환에게 낙월영의 참혹한 상태를 보여주기 위한 것이었다.왕부의 하인이 낙월영을 보더니 일시에 알아보지 못했다. 똑바로 보고나서야 너무도 놀라 아연실색해서 말했다: “둘째 소저! 세상에, 둘째 소저 어찌 된 일이십니까?!”낙월영은 일부러 힘없이 쓰러지는 척했다. 한 무리의 계집종들은 당황한 나머지 어찌할 바를 몰라 하더니 급히 그녀를 부축하여 왕부로 들어갔다. “빨리 빨리 빠리, 어서 고 신의를 모셔오세요.”모두 몹시 당황해했다.낙월영은 분노하여 낙청연을 노려보았다. 그 눈빛은 마치 말을 하고 있는 것 같았다: 너 딱 기다리거라!낙청연은 미간을 찌푸린 체 사색에 잠겨 대문에 발을 들여놓았다.그녀의 비만증은 아직 낫지 않았기에 무력을 발휘할 수 없다. 하여 유품을 억지로 뺏았는 건 불가능했다. 허나 이대로 섭정왕부에서 쫓겨난다면 또 너무 억울하다!그녀는 곧바로 자신의 정원으로 갔다. 등 어멈과 지초가 다가왔지만 그녀는 그들을 뒤로하고 문을 닫아 버렸다.그녀는 자신의 점괘를 보았다.응겁확생(應劫獲生)이다.점괘로 봐서 그녀는 아직 생존의 기회가 있다.보아하니, 왕부의 하늘 위에 피어올랐던 피안개가 바로 그녀의 전기인 것 같다.“왕비, 어찌 그러십니까?” 지초는 문 밖에서 소리쳤다.낙청연은 나침반을 치우고 말했다: “들어오거라.”지초는 그제야 문을 밀고 다과상을 들고 들어왔다. “왕비, 궁중 연회에서 별로 드시지 못하신 것 같아서 요깃거리를 좀 준비했습니다. 왕비, 좀 드셔 보시겠습니까?”낙청연은 고개를 흔들더니 말했다. “내려 놓거라, 지금은 입맛이 없구나.”“왕비, 오늘 돌아오신 뒤로 좀 이상합니다. 제가 방금 후원의
이 순간 부진환 온 얼굴의 노의는 사람을 죽일 것만 같았다. 낙청연은 더는 말하지 않았다.시위들이 정원으로 들어오더니 낙청연의 어깨를 누르고 그녀를 바닥에 눌러 앉혔다. 시위 한 명이 곤장을 들고 다가왔다.낙월영의 두 눈은 미움과 복수의 통쾌함으로 꽉 찼다. 그녀는 낙청연을 천만 배 이상의 고통으로 되갚아 주지 못하는 것이 한스러웠다!낙청연은 매서운 눈빛으로 부진환을 쳐다보았다. 싸늘한 눈빛에는 오기와 분노로 가득 찼다. 부진환은 미간을 찌푸렸다. 왠지 이마의 핏줄이 당기듯이 욱신욱신 아파 났다. 그는 아예 시선을 옮기더니 큰 소리로 명했다: “때려라!”“부진환! 너를 믿지 말았어야 했어!’ 낙청연의 어투는 날카로웠다.부진환의 미간는 더욱 찌그러들었다. 뒷짐을 지고 있던 두 손은 주먹을 쥐고 감정을 억제하고 있었다. 지금 그의 머리는 터질 것만 같았고 몹시 괴로웠다. 그는 이러한 이유를 알 수 없었다.손 바닥만큼 넓은 판자는 낙청연의 얼굴을 향해 사정없이 날아왔다. 순간 낙청연은 가슴은 철렁내려 앉았다. 머리를 들고 피안개를 쳐다보았다. 피안개는 이미 널리 펴지기 시작했다. 그 범위 또한 작지 않았다. 하지만 이 왕부는 아직도 평온했다.이때, 다급한 그림자가 정원으로 뛰어 들어왔다. 동시에 소유의 초조한 부름 소리가 들렸다: “왕야, 큰 일 났습니다!”칠흑 같은 판자가 갑자기 날아오자 낙청연의 미간은 흔들리더니 머리를 번쩍 들고 피했다.판자는 사정없이 그녀의 면전을 스쳐지나 가면서 매섭고 칼 같은 바람을 불러 일으켰다.시위는 헛손질에 두 걸음 비틀거렸다.낙청연은 미간을 찌푸렸다. 정말 죽을 힘을 다했구나, 부진환은 너무 독했다. 이건 분명 때려 죽일 생각이었으니까!부진환은 낙청연이 피하는 것을 보고 화를 내려다가 소유가 초조하게 달려오는 모습을 보더니 불괘하다는 듯이 눈살을 찌푸리더니 물었다: “무슨 일인데 이토록 당황해하는거나!”소유의 표정은 무거웠다. “후원의 하인들이 연이어 미친 증세를 보입니다. 칼을 들고 방에서 난도질하고 있습니
다음 순간, 그 시위는 부진환을 향해 달려들었다.부진환과 몇 차례 맞붙어 싸우더니 상대가 되지 않았던 시위는 피를 토하며 바닥에 넘어졌다. 하지만 즉시 벌떡 일어서더니 다시 부진환을 향해 달려들었다. 마치 통증을 전혀 느끼지 못하는 것 같았다.보다못한 부진환은 장검을 뽑았다. 그의 몸에는 살기로 가득했다.낙청연은 무릎을 꿇고 바닥에 앉아, 달빛의 밝은 쪽을 향하여 손가락에 묻은 피로 부적을 그렸다. 고개를 돌려보니 장검을 뽑은 부진환이 보였다. 그녀는 다급한 목소리로 크게 소리쳤다: “그를 죽이지 마십시오!”그녀는 부적을 들고 신속하게 뛰어갔다.미친 시위가 피범벅이 된 얼굴로 달려들 때, 낙청연은 갑자기 부진환의 앞을 가로 막더니, 부적을 시위의 몸에 붙이고 피가 묻은 손가락 끝으로 갑자기 시위의 미간을 눌렀다. 시위는 그대로 잠깐 굳어 버렸다. 낙청연은 이 틈을 타 그를 발로 걷어차 넘어뜨렸다.그리고 신속하게 시위의 미간과 손바닥에 모두 부문(符文)을 그렸다.시위는 고통스럽게 발악하고 있었고 계속하여 비명을 질렀다. 이어서 그의 미간과 손바닥에서 연기가 나더니 좀 지난 뒤 또 조용해졌다.주위 사람들은 모두 놀란 표정으로 그 광경을 보고 있었다.소유는 즉시 사람을 불러 부진환을 보호하였다. 시위가 다시 일어나 공격하는 경우에 대비하기 위해서였다.하지만 그 시위가 다시 일어났을 때는 이미 정상적으로 회복되어 있었다. 그는 자신의 얼굴에 묻은 피를 보면서 어찌 할 바를 몰랐다. “저……이것은……방금 무슨 일이 생겼습니까?”다른 시위가 놀라서 말했다: “괜찮아졌습니까?”소유도 놀란 나머지 믿을 수가 없다는 듯이 낙청연을 쳐다보고 있었다.부진환의 미간은 더욱 쭈그러들었다. 만약 직접 보지 않았더라면 그는 낙청연이 신비스럽게 중얼거리면서 무엇을 했는지 믿기지 않았을 것이다.낙청연은 피를 많이 흘린 손가락의 상처를 보더니 마음이 아팠다.그녀는 부진환의 바로 앞에 다가가더니 말했다: “저는 당신을 속이지 않았습니다. 이것이 바로 취살대진이 열린
“나는 더 이상 당신의 상대가 안 되오.”낙요는 고개를 돌려 바둑판을 보며 입꼬리를 살짝 올렸다.“당신을 이기기 위해서가 아니라, 당신과 함께 바둑을 두며 답답함을 풀기 위해서요.”부진환은 바둑알을 하나하나 거두었다.낙요는 실눈을 뜨고 하늘을 바라보며 손을 뻗었다. 햇빛이 손가락 사이로 새어 나왔다.“그러고 보니, 나의 답답함을 풀 사람은 당신뿐이오.”“심시몽은 어의원의 심사를 통과하고 정식으로 어의원에 들어가게 되었소. 그리고 강소풍의 집안에서도 그들의 혼사를 승낙하여 두 사람은 곧 혼사를 올릴 것이오.”“갑자기 심면과 낙현책도 혼사를 올려야 하지 않겠느냐는 생각이 들었소.”부진환이 웃으며 말했다.“일찍이 혼인할 나이가 되었지만, 아이들도 조급해하지 않는데 왜 그렇게 걱정하오?”낙요가 입꼬리를 살짝 올리며 여유롭게 말했다.“걱정하지 않소. 대소사를 모두 당신이 걱정하고 있지 않소? 초경의 수위가 있으니, 몇 년이 지나도록 용모가 변하지 않았소. ”“나 같으면 그렇게 걱정을 많이 했으니, 일찌감치 늙었을 것이오.”몇 년 동안 부진환은 그녀를 도와 적지 않은 조정의 일을 분담했다.그녀도 부진환의 동반에 습관이 되었다.갑자기 무언가 떠오른 낙요는 자리에서 일어나 부진환을 바라보며 손바닥에 턱을 괴고 물었다.“이 나이가 되니, 아이를 낳지 않은 것을 후회하오?”“걸을 수 없을 정도로 늙었을 때, 다른 사람의 자식들이 단란히 모여있는 것을 부러워할 것이오? ”부진환은 손에 든 물건을 내려놓고 진지하게 그녀를 보며 대답했다.“후회하지 않소.”“사람은 너무 욕심을 부려서는 안 되오.”“게다가 당신은 여제요. 당신이 늙었다고 해도 누가 감히 푸대접하겠소?”“당신이 조용히 지내는 것이 좋다고 하면 난 당신과 함께 있을 것이오. 초경의 수위로 늦게 늙는다고 하지 않았소? 앞으로 당신이 늙으면 내가 당신을 부축하고 업고 다닐 것이오.”낙요는 입꼬리를 살짝 올렸다.“참 좋소.”이듬해 가을.심시몽은 강소풍과 혼사를 올렸고 어의원 5품
강소풍은 고개를 끄덕이다 다급히 고개를 저으며 어찌할 바를 몰랐다.“아니오. 그런 뜻이 아니오. 어머니께서는 마음에 들어 하셨소.”설명할수록 강소풍은 상황이 복잡해지는 것 같았다.심시몽은 어두운 표정을 지었지만, 여전히 그를 위로했다.“자네의 뜻을 알고 있소. 설명할 필요 없소.”“시몽... 미안하오! 하지만 나는 포기하지 않을 것이오. 방법을 강구하여 어머니에게 자네의 진정한 모습을 보여줄 것이오. 분명 어머니도 자네를 받아들일 것이오. ”그 말에 심시몽은 살짝 놀라 의아한 듯 고개를 들어 그를 바라보았다.“나와 헤어지려는 것이 아니었소?”심시몽은 강소풍이 특별히 그녀를 찾아와 이 일을 설명하는 것을 보고, 그녀와 연을 끊으려는 것이라고 생각했다.“아니요. 그럴 리가 있소.”“나는 단지 이전의 약속을 지킬 수 없을 뿐이오. 이번 달 안에 혼담을 꺼낼 수 없을 텐데, 나를 기다려줄 수 있소?”“말재주가 좋지 않아 대체 어떻게 설명해야 할지 모르겠소. 어머니께서는 자네가 연약하고 힘없다고 생각하시오. 앞으로 내가 출정하면 자네가 홀로 집안을 지킬 텐데, 우리에게 좋지 않은 선택이라 생각하시오. ”이 말을 듣고 심시몽은 대충 뜻을 알아차렸다.“어머니께서는 문무를 겸비한 며느리를 원하고, 자네와 함께 전쟁터에 나가서 떨어져 있지 않아도 되기를 원하시오.”“나는 비록 무공을 할 줄 모르지만, 그래도 해낼 수 있소.”고개를 들어 올린 심시몽의 눈빛은 밝았다..강소풍은 놀라기도 했고 기쁘기도 했다.“정말이오? 여전히 나와 함께 있고 싶소? 포기하지 않을 것이오?”심시몽은 고개를 끄덕였다.“나를 위해 그렇게 많은 일을 했는데, 어찌 쉽게 포기할 수 있소? 자네가 포기하더라도 나는 포기하지 않을 것이오.”“강가는 장군 집안이라 분명 우리 언니와 같은 여인을 좋아할 것이오. 난 비록 언니와 비길 수 없지만 그래도 노력할 것이오.”“여제께서 나에게 약옥을 주었소. 만약 순 의원과 의술을 배울 수 있다면 어의원에 들어갈 기회가 있소.”“성공
이 말을 듣고 심시몽은 약간 의아해했다.“공주는 저를 탓하지 않습니까...”“그분은 공주시다. 천하를 품고 있는데, 어찌 네가 범한 작은 잘못을 추궁할 리 있냐?”“지금 너의 변화를 보면 공주도 더 이상 너를 탓하지 않을 것이다.”“하지만 차려야 할 예의는 없어서는 안 된다. 시간이 나면 공주에게 감사하다고 인사를 전하거라.”심시몽은 연신 고개를 끄덕였다.“예. 내일 가겠습니다.”“저는 먼저 약옥을 넣고 의관에 가겠습니다.”심시몽은 기쁜 마음에 빠른 걸음으로 달려갔고, 의기양양한 분위기를 풍겼다. 조금도 방금의 의기소침함이 없었다.심면도 기뻤다.모두가 만족스러운 결과를 얻은 것 같다.하지만 그와 동시에, 강소풍이 집에서 어머니와 싸우고 있었다.“안 된다고 하면 안 되는 것이다! 너를 현학서원에 보내 양성하는 것도 앞으로 네가 큰 성과를 거둘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다. 그러니 너도 마땅히 너와 어울릴 만한 부인을 얻어야 한다. 너와 전장을 누비며 적을 죽이는 그런 사람 말이다.”“힘없이 연약하게 집안에서 서방이 돌아오기를 손꼽아 기다리는 그런 평범한 아가씨는 안 된다.”“이전에 그 심시몽을 위해 집안의 빙천영지를 훔쳤고, 심지어 벌을 받고도 물건이 어디로 갔는지 말하려 하지 않았다. 난 그때부터 심시몽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그런데 지금 그 아이와 혼사를 올리려는 것이냐?”“말도 안 된다!”강부인은 단호한 태도로 조금도 말을 바꾸려 하지 않았다.강소풍은 내키지 않는 듯 반박했다.“심시몽이 평범하다니요? 어떻게 평범하다는 말입니까? 심시몽은 그저 무공이 부족할 뿐입니다. 세상 사람들이 모두 무예를 익혀야 하는 것은 아니지 않습니까?”“하물며 그녀의 언니는 이미 태자로 봉해졌습니다. 그러니 심시몽도 좋은 아가씨라는 것을 설명할 수 있지 않습니까?”강부인은 콧방귀를 뀌었다.“언니는 언니이고, 심시몽은 심시몽이다. 어찌 동일하게 논할 수 있겠냐?”“강가는 권세에 빌붙지 않고, 심시몽의 언니가 태자라는 것을 봐서 그녀를 맞이하려
“나중에 자네가 신의가 될지도 모르오.”심시몽이 웃으며 말했다.“자네의 좋은 말대로 되길 바라오.”모두 술을 마시며 음식을 먹고 있었다. 심면이 임계천에게 물었다.“자네는? 어디로 가고 싶소?”“나라에 보답할 수 있다면 어디든 좋소.”임계천이 담담하게 웃었다. 그는 특별히 가고 싶은 곳이 없었기에 그저 궁의 안배를 기다리고 있었다.다들 기분이 좋았고 투지가 넘치고 미래에 대한 동경으로 가득 차 있었다.술을 너무 늦은 시각까지 마셔서 그들은 심가에서 묵었다.오전이 되자, 각 집안의 하인들이 부랴부랴 사람을 찾아왔다. 몇 사람은 술에 취해 인사불성이 되었지만, 여전히 집으로 끌려갔다.궁에서 명을 받았기 때문이다.강소풍은 금군 기사영 통령으로 봉해져 도성과 황궁의 안위를 지키게 되었다.임계천은 형부로 전근되었다.소우청과 봉함선은 수주의 군영 부장군으로 명을 받았다.소우청의 행처는 그의 아버지 소진오가 좋은 경험을 하기를 바라며 부탁한 것이다.낙요는 봉함선이 여인이기에 그녀를 그렇게 멀고 험한 곳으로 보내고 싶지 않았다. 하지만 그녀는 주동적으로 수주에 갈 것을 청구했다.봉함선이 말했다.“여국은 역대로 여 장군이 없었습니다. 저는 첫 번째 여장군이 되고 싶습니다.”“만약 힘들고 험한 곳이 아니라면 어찌 제가 포부를 발휘할 수 있겠습니까?”낙요는 그녀의 담력과 야심을 높이 사고 그녀의 청을 승낙했다.“나는 네가 여국의 첫 번째 여장군이 되기를 기대한다.”이들 외에 현학서원의 다른 학생들도 그들로 하여금 실력을 발휘할 수 있는 새로운 행선지를 얻었다.유독 심시몽에 대해, 낙요는 따로 안배를 해주지 않았다.백서가 걱정했다.“어찌 유독 심시몽만 얘기가 없으십니까? 심시몽이 알면 마음이 편치 않을 것입니다.”낙요가 웃었다.“아니다. 이미 심면을 시켜 심시몽에게 한가지 물건을 보냈다.”백서는 살짝 놀랐다.“일찍이 계획이 있으셨군요.”이때의 심시몽은 홀로 넋을 잃고 연못가에 앉아있었다. 그녀의 마음은 마치 흩날리는 낙엽처럼 어수
유생이 드디어 알아차렸다.“그랬구나. 내가 어찌 이걸 잊은 것이냐.”“난 정말 운이 좋은 것 같구나. 이렇게 운 좋게 제사장 자리를 주울 수 있으니.”심면이 답했다.“아닙니다. 전에 제가 청주 전쟁에서 조난했을 때, 제자들을 통솔해 적과 싸우지 않았습니까? 현책보다 능력이 훨씬 뛰어났습니다.”“사저가 소제사장이 되는 것이 가장 적합합니다.”이렇게 칭찬하는 것을 듣고 유생은 쑥스러워하며 낙현책을 힐긋 쳐다보았다.“네가 이렇게 말하면 낙현책이 기뻐하지 않을 것이다.”낙현책이 웃으며 답했다.“그녀가 말한 것은 내가 하고 싶은 말이다.”“너는 나보다 대제사장이 더 잘 어울린다.”“나는 무학에서 너보다 좀 나을 뿐이다. 정말 대제사장이 되려면 너보다 잘할지 모를 일이다.”“다만 제사장 일족의 심사에는 이런 것이 없었다.”“하물며 나도 대제사장이 될 생각을 한 적이 없다. 내가 하고 싶은 것은 단지 여제가 기뻐하기를 바랄 뿐이다.”이 말을 듣고 유생은 마음이 놓였다.“불쾌하지 않았다면 다행이구나. 권력과 지위 앞에서 네가 이런 결정을 내릴 수 있다니, 정말 대단하구나!”“한 잔 권하마!”유생이 술잔을 들었다.바로 이때, 갑자기 대문이 열렸고, 사람이 도착하기도 전에 먼저 목소리가 들렸다.“사람이 아직 도착하지 않았는데, 왜 벌써 마시는 것이오?”“우리를 기다리지 않는다니, 의리가 없소!”몇 사람이 고개를 돌려 바라보니, 강소풍과 임계천이 술병을 들고 오는 것이 보였다.“오늘 밤 다들 왔구나!”“자, 심면과 유생을 위해 한 잔 하세!”모두 자리에 앉아서 잔을 들어 함께 마셨다.그렇게 한참 마시다 보니 술에 취한 강소풍이 흥분한 듯 입을 열었다.“얼마 지나지 않아 심가에 겹경사가 닥칠 것이오.”모두 멍해졌다.강소풍은 낙현책과 심면을 바라보았다.“여제가 두 사람의 일을 인정했으니, 언제 혼사를 치르는 것이오?”심면은 갑자기 얼굴을 붉어지며 황급히 강소풍에게 술을 따라주었다.“술을 마셔도 자네의 입을 막지 못한 것이오?”
“저희가 어찌 가족입니까?”“50냥의 이득을 본 걸 후회한다면서요?”이 말이 나오자 다들 얼굴이 새파랗게 질렸다.그들은 그제야 유생이 그날 밤 그들의 대화를 모두 들었다는 것을 깨달았다.어쩐지 상자를 도둑맞았더라니.유룽은 체면을 깎으며 사과했다.“유생아, 우리는 한 가족이니 티격태격하는 것도 정상이다. 그러나 다들 나쁜 생각은 없다.”“이전의 일은 모두 나의 잘못이다. 이렇게 너희들에게 사과하마!”“오늘 저녁 집으로 돌아가자. 너를 위해 잘 경축해야지 않겠느냐!”둘째아버지와 셋째 아버지도 모두 따라서 사과했다.집안 재산을 나누겠다고 얘기한 그날 그들이 각박한 만큼 지금 아주 자상했다.“유생아, 집으로 가자. 지나간 일은 잊고, 우리 가족 다시 시작하는 게 어떠냐?”“그래. 가족이 함께 지내면 얼마나 시끌벅적하냐? 따로 이곳에서 지내면 쓸쓸하지 않으냐?”“우리 집에 좋은 술도 두 병 간직하고 있는데, 유생을 축하하러 오늘 꺼내마!”유생은 표정을 바꾸지 않고 차분하고 차갑게 말했다.“다들 시간 낭비하지 마십시오.”“집안 재산을 나누고 연을 끊었는데, 어찌 번복할 사람이 있겠습니까?”“잘살든 못살든 더 이상 유가와 관계가 없습니다.”“다들 가시지요. 굳이 우리 집 앞에서 매달리려 한다면, 관아에 신고할 것입니다.”말을 마치고 유생은 방안으로 돌아와 차갑게 문을 닫았다.문밖의 사람들은 후회에 휩싸였다.게다가 둘째는 첫째를 원망하기 시작했다.“형님 탓입니다. 제사장 자리가 발표되기도 전에 넷째네를 쫓아내더니, 지금은 어떻게 하려는 것입니까?”셋째도 불평했다.“유생은 앞으로 대제사장이 될 것이오. 앞으로 유생 덕을 보긴커녕 이렇게 소란을 피웠으니, 앞으로 우리를 난처하게 할 수도 있소...”유롱은 짜증을 참지 못하고 말했다.“어찌 또 내 잘못이 되었냐?”“애초에 심사 결과가 나오자, 다들 하나하나 달려와서 유생네가 끝났다고, 그들 일가를 헛되이 잘해줬다고 하지 않았냐? 너희들이 모두 동의했기 때문에 넷째 일가를 쫓아낸 것이
자리에 있던 사람들은 매우 놀랐다.유가 사촌들은 냉기를 한 모금 들이마셨다.유생도 경악한 표정을 지었다.“왜 제가...”왜 낙현책이 아닌가?장 총관이 웃으며 말했다.“어서 명을 받으시지요. 소제사장”유생은 정신을 차리고 마음속으로 미친 듯이 기뻐하며 얼른 명을 받고 고마움을 전했다.장 총관은 자리에 있던 병사들을 힐긋 보고 유생에게 친절하게 물었다.“소제사장, 무슨 문제가 있습니까? 제가 처리할 필요가 있습니까?”유생은 웃으며 말했다.“필요 없습니다. 고맙습니다!”“어찌 사양하십니까? 제가 필요한 곳이 없다면, 이만 궁으로 돌아가 명을 전해야 합니다.”“예. 바래다 드리겠습니다.”유생은 장 총관을 골목 밖까지 배웅했다. 장 총관이 의미심장하게 일깨워주었다.“아가씨는 아직 소제사장의 권력을 모르고 있을 수도 있습니다. 도성에서 제사장의 권력은 여제와 대제사장에 버금갑니다.”“태자와 동등한 권력입니다.”“이런 사소한 일은 직접 처리할 필요도 없으니, 제게 한마디만 분부하면 됩니다.”유생은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일깨워 줘서 고맙습니다.”“오늘 여제께서 태자도 정하셨습니까? 심면입니까?”장 총관은 고개를 끄덕였다.“예. 심가에 뜻을 전하고 왔습니다.”장 총관을 떠나보내고 유생은 기쁨으로 가득 차 있었다. 그녀는 선택받을 줄 전혀 생각하지 못했다.분명히 낙현책한테 졌기 때문이다.심면도 태자로 봉해져서 참 좋았다.오늘 밤 심면을 찾아 축하하려면, 이 문제를 빨리 해결해야 한다.그녀는 빠른 걸음으로 문밖으로 돌아갔다.병사들은 즉시 공손한 태도를 바꾸어 그녀에게 예를 올렸다.“소제사장, 오늘 분명 오해일 것입니다. 저희는 먼저 떠나겠습니다.”유생이 차가운 소리로 호통을 쳤다.“멈추거라!”그들은 뻣뻣하게 자리에 서서 고개를 숙이고 땀을 뻘뻘 흘렸다.제사장의 말 한마디에 그들은 직무를 잃을 수도 있다.“수사를 더 해야 하는 거 아니오? 안 하시오?”“저희가 감히 소제사장의 집을 수색할 용기가 어디 있겠습니까? 오
낙현책은 고개를 끄덕였다.“나도 궁을 나가려던 참이다. 함께 가자.”유생은 단번에 알아차렸다.“심면을 찾으러 가는 것이냐?”“심사 결과가 나온 후, 심면을 만나지 못했구나.”“심면도 무슨 일이 생긴 것이냐?”낙현책은 생각에 잠긴 듯 말했다.“그런가 보구나.”“내가 도울 일이 있으면 언제든지 얘기하거라.”“그래.”두 사람이 함께 궁으로 나온 후 유생은 바로 집으로 돌아갔고 낙현책은 심면의 집으로 향했다.유가의 골목에 도착하자마자 시끄러운 소리가 들렸다.관아의 사람들이 유생의 집 앞을 막고 그녀의 부모님을 잡고 그들을 관아에 데리고 가려 했다.옆에는 그녀의 사촌들이 있었다.안색이 바뀐 유생은 다급히 달려갔다.“그만하시오!”“뭐 하는 것이오?”유생은 바로 부모님을 뒤에 감쌌다.유롱은 화가 난 표정으로 그녀를 바라보았다.“뭐 하냐니? 집안 재산을 나누었으니, 유가와 이젠 연이 없는 것이다. 집안 재산도 주지 않겠다고 했는데, 어찌 유가의 물건을 훔치는 것이냐? 그 상자에는 족히 수십만 냥이 있다!”“감히 너희랑 아무 연관도 없다고 할 수 있느냐?”유생은 그들이 이렇게 빨리 찾아올 줄 몰랐고, 관리에게 고소할 줄도 몰랐다.“우리가 훔쳤다는 증거라도 있습니까?”“증거도 없이 저희를 잡다니, 법을 따르셔야죠.”유롱이 노발대발하며 말했다.“유가 사람들이 네가 돌아온 것을 봤다!”“변명하지 말거라. 할 말이 있으면 감옥에 가서 변명하거라!”물건을 잃어버리고 그들이 유일하게 의심하는 사람은 유생이다.대가를 치르더라도 그들은 그 돈을 되찾으려 했다.“내가 돌아갔다고 돈을 훔쳤다는 것입니까? 농이 심하십니다!”“관청에 따라서 갈 수 있지만, 저희 부모님과는 연관이 없습니다. 증거가 없으면 함부로 사람을 잡을 수 없습니다!”유롱이 화를 냈다.“네 아버지와 어머니도 한패다! 당연히 관아로 데려가야 한다!”“나으리, 그들은 수십만 냥을 훔쳤습니다. 결코 적은 액수가 아닙니다. 나리께서 반드시 돈을 되찾아 주시기를 간청합니다!”
조영궁.심사 결과가 나온 후 오랫동안 기다리던 낙요는 드디어 낙현책이 오는 것을 기다렸다.“여제.”낙현책은 고개를 숙이고 여제를 마주할 엄두가 나지 않았다.“심사 결과가 나온 지 오래됐는데, 어찌 이제야 나를 찾아온 것이냐? 잘 고려한 것이냐?”낙현책은 고개를 끄덕이며 무릎을 꿇고 자리에서 일어나지 못했다.“여제를 실망하게 했습니다!”이 말을 듣고 낙요는 그의 결정을 알아차렸다.“일단 일어나서 얘기하거라.”낙현책은 무릎을 꿇고 일어나지 않았다.“여제의 가르침을 저버렸습니다. 저는 대제사장 자리를 감당할 수 없습니다!”낙요는 다소 실망했지만 그래도 의외는 아니었다.“잘 생각했느냐? 이 일은 번복한 기회가 없다.”낙현책이 세게 고개를 끄덕였다.“오랫동안 심사숙고한 후 내린 결정입니다.”“제가 여제를 실망하게 했습니다.”지금까지 이렇게 노력했고 최종 심사에서 1등까지 하였는데, 여제를 실망하게 했다.낙요는 자리에서 일어나 그를 일으켜 세웠다.“실망하지 않았다.”“네 실력은 모두가 다 알고 있다. 어찌 실망했겠느냐? 네가 후회하지 않으면 된다.”“이미 결정을 내린 이상 더 이상 그렇게 많은 생각을 하지 말거라. 마음을 놓고 네 목표를 향해 가거라.”“나는 네 결정을 존중한다!”여제가 화를 내지 않자, 낙현책은 그제야 한숨 돌렸다. 그는 감동에 겨웠다.“고맙습니다.”낙요는 그가 기뻐하는 모습을 보고 입꼬리를 살짝 올렸다.“그동안 심면을 만나지 않았겠구나? 어서 네 결정을 알리러 가거라.”낙현책은 고개를 끄덕이고 궁을 나갈 준비를 했다.그동안 심면도 고민하고 있었을 것이다. 두 사람에게 있어 정말 어려운 문제였다.누군가는 무언가를 포기해야 하기 때문이다.낙현책이 궁을 나서려는데 제사장족 제자가 그를 가로막았다.“유생이 궁에서 자네를 기다리고 있소. 급한 일이 있는 것 같소.”“급한 일? 알겠소.”유생은 그동안 궁에 있지 않았다. 갑자기 궁으로 찾아온 것을 보아, 중요한 일이 있는 듯했다.먼저 그녀를 만나고 궁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