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 순간, 그 시위는 부진환을 향해 달려들었다.부진환과 몇 차례 맞붙어 싸우더니 상대가 되지 않았던 시위는 피를 토하며 바닥에 넘어졌다. 하지만 즉시 벌떡 일어서더니 다시 부진환을 향해 달려들었다. 마치 통증을 전혀 느끼지 못하는 것 같았다.보다못한 부진환은 장검을 뽑았다. 그의 몸에는 살기로 가득했다.낙청연은 무릎을 꿇고 바닥에 앉아, 달빛의 밝은 쪽을 향하여 손가락에 묻은 피로 부적을 그렸다. 고개를 돌려보니 장검을 뽑은 부진환이 보였다. 그녀는 다급한 목소리로 크게 소리쳤다: “그를 죽이지 마십시오!”그녀는 부적을 들고 신속하게 뛰어갔다.미친 시위가 피범벅이 된 얼굴로 달려들 때, 낙청연은 갑자기 부진환의 앞을 가로 막더니, 부적을 시위의 몸에 붙이고 피가 묻은 손가락 끝으로 갑자기 시위의 미간을 눌렀다. 시위는 그대로 잠깐 굳어 버렸다. 낙청연은 이 틈을 타 그를 발로 걷어차 넘어뜨렸다.그리고 신속하게 시위의 미간과 손바닥에 모두 부문(符文)을 그렸다.시위는 고통스럽게 발악하고 있었고 계속하여 비명을 질렀다. 이어서 그의 미간과 손바닥에서 연기가 나더니 좀 지난 뒤 또 조용해졌다.주위 사람들은 모두 놀란 표정으로 그 광경을 보고 있었다.소유는 즉시 사람을 불러 부진환을 보호하였다. 시위가 다시 일어나 공격하는 경우에 대비하기 위해서였다.하지만 그 시위가 다시 일어났을 때는 이미 정상적으로 회복되어 있었다. 그는 자신의 얼굴에 묻은 피를 보면서 어찌 할 바를 몰랐다. “저……이것은……방금 무슨 일이 생겼습니까?”다른 시위가 놀라서 말했다: “괜찮아졌습니까?”소유도 놀란 나머지 믿을 수가 없다는 듯이 낙청연을 쳐다보고 있었다.부진환의 미간은 더욱 쭈그러들었다. 만약 직접 보지 않았더라면 그는 낙청연이 신비스럽게 중얼거리면서 무엇을 했는지 믿기지 않았을 것이다.낙청연은 피를 많이 흘린 손가락의 상처를 보더니 마음이 아팠다.그녀는 부진환의 바로 앞에 다가가더니 말했다: “저는 당신을 속이지 않았습니다. 이것이 바로 취살대진이 열린
일촉즉발의 형세를 보더니 소유는 급히 앞으로 다가와서 충고했다: “왕야, 지금 왕부에 아직 많은 사람이 통제력을 잃고 발광하고 있습니다. 만약 정말 통제하지 못한다면 오늘 밤 큰일이 생길지도 모릅니다!”그는 방금 낙청연의 재주를 보았다. 다른 사람들은 통제하지 못해도 낙청연은 가능하다. 오늘 밤에 있었던 일은 아무래도 괴이하다. 평범한 사람은 해결하지 못한다!부진환은 망설이더니 결국 낙청연을 더 이상 추궁하지 않았다.그는 완만한 어투로 말했다: “궁에서 있었던 일은 더 이상 따지지 않겠다.”“하지만 본왕은 조건이 하나 있다……”부진환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낙청연은 돌아서 가면서 냉랭하게 말했다: “도움이 필요하니 얼굴이 바뀌는군요.”그녀의 비웃는 어투에 부진환은 갑자기 주먹을 꽉 쥐었다.소유도 듣는 순간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 왕야의 눈빛에서 짙은 살기를 본 소유는 다급히 왕야의 팔을 잡았다. “왕야……”참으세요!부진환의 눈빛은 무시무시했고 이를 악물고 말했다. “낙청연!”소유는 깜짝 놀랐다. 왕야는 예전에 이렇게 크게 화를 낸 적이 별로 없었다. 이 왕비가 왕부에 들어온 후부터 왕야의 성질은 갈수록 나빠졌다.낙월영은 밖에서 나는 소리를 듣고 방문을 열고 달려와 친절하게 물었다: “왕야, 괜찮으십니까? 방금 무슨 일입니까?”왠지 모르겠으나, 낙월영이 그와 가까이 있으면 그의 마음은 평온해지고 마음속의 조열감도 많이 사라져 버린다.어투도 완만해지고 상냥해진다: “아무 일도 없다, 소유더러 방에 데려다 주라고 할 테니 가서 쉬거라. 고 신의가 처방해준 약도 꼭 마시거라! 왕부의 일은 신경 쓰지 말거라!”낙월영은 듣더니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네, 왕야도 몸 조심하십시오, 화를 자주 내지 마시고요, 간화는 몸을 상하게 합니다.”부진환은 낙월영의 다정다감함을 보면서 낙청연의 무지막지한 모양이 떠 올랐다. 그의 눈빛은 갑자기 혐오스럽다는 기색이 드러났다. 분명 아버지는 같은데 무엇 때문에 이토록 다르단 말인가?“본왕은 알겠으니 너는 안
연기가 사라지더니 그 사내는 깨어났다. 그는 당황해서 눈앞의 광경을 쳐다보더니 말했다: “무슨 일이 생겼습니까?”“방으로 돌아가거라, 오늘 밤엔 더는 나오지 말아라.” 낙청연은 말을 마치고 가버렸다.취살대진에서 방출된 살기의 위력이 이토록 클 줄은 몰랐다. 사람의 정신을 현혹하고 이성을 잃게 만들어 미친 증세를 보이게 했다. 그야말로 귀신 들린 사람 못지않았다.그녀가 일전에 우물 밑에서 봤던 살기는 매우 강하긴 했지만, 이 정도는 아니었다.설마……오늘 밤에 생긴 일은 다른 원인이 있는 건가?후원에서 소란스러운 소리가 들렸다. 낙청연은 급히 달려갔다. 원내는 매우 혼란스러웠다. 하인만미친 것이 아니라 사람을 붙잡으러 온 시위들도 따라서 미쳤다. 주방에서 음식을 하던 사람이 식칼을 들고 난도질하는 바람에 다친 사람은 헤아릴 수 없었다. 정원은 온통 피비린내가 진동했다.후원의 대문은 한 무리의 사람들이 꼭 받치고 있어서 문을 열 엄두가 나지 않았다.게다가 소유는 내원에서 지금 미친 사람들을 제어하고 있기 때문에 당장 달려올 수 없었다.낙청연은 엎드려서 문 틈새 사이로 안쪽 상황을 관찰하였다. 사람들이 모두 흩어져서 정원의 구석 구석에 숨어있었다. 그중 등 어멈도 있었다.식칼을 들고 있던 주방장은 아직도 식칼을 휘두르면서 난도질하고 있었다. 보아하니 곧 등 어멈이 숨어있는 곳까지 가게 될 모양이었다.“문을 열어라, 들어가겠다.”한 무리의 하인들은 더없이 놀라서 말했다. “왕비, 저 사람은 식칼을 들고 있습니다. 죽으려고 들어가십니까!”“정원 안에 아직 사람이 있다. 그럼 그들을 그냥 죽게 놔두란 말이냐? 문을 열 거라!” 낙청연의 태도는 단호했다.갑자기 안에서 비명이 들렸다. 미친 몇 명 사람들은 풀숲에 숨어있는 하인을 붙잡더니 바로 달려들어 그를 바닥에 깔아 눕혔다. 비명이 끊기지 않았다.그 소리를 듣고 있는 사람들은 정말 애가 탔다.낙청연은 아랑곳하지 않고 강제로 문을 열고 쳐들어갔다. 제일 먼저 만난 사람은 식칼을 든 주방장이었다. 밖
계집종들은 작은 소리로 소곤소곤 말하며 자신의 방으로 돌아갔다.계집종들이 하는 말을 들은 등 어멈은 기뻐서 어쩔 줄 몰랐다. 끝내 사람들은 왕비에 대해 조금 달리 보는 것 같았다.등 어멈과 지초도 방으로 돌아왔다. 잠깐 후 소유가 달려왔다. 그는 낙청연이 미친 사람들을 제압한 것을 보더니 너무 놀란 나머지 말문이 막혔다.오히려 낙청연이 먼저 입을 열었다: “네가 잡은 미친 사람들은 어디 있느냐?”“여기 있습니다.” 소유는 사람을 시켜 즉시 몇 명의 미친 사람들을 앞으로 데려오라고 했다.낙청연은 아픔을 참고 피를 묻혀 부문을 그려 살기를 철저하게 몰아냈다. 소유는 보면서 깜짝깜짝 놀랐다. 그를 더욱 놀랍게 한 것은 미친 사람들은 바로 깨어나더니 정상으로 회복되었다는 것이다.정신을 차리기도 전에 낙청연은 또 말했다: “왕부에 아마 미친 사람이 아직도 적지 않을 것이다. 모두 찾아내야 한다. 특히 왕부를 빠져나가게 해서는 안 된다. 만약 왕부 밖에서 무슨 일을 저지르기라도 하면 그땐 일이 정말 커질 것이다!”“의식을 회복한 모든 사람들을 불러 왕부의 대문과 후문을 지키도록 하거라.”소유는 깜짝 놀랐다. 그녀가 왕부를 위해 이토록 주도면밀하게 사려할 줄은 생각지도 못했기 때문이다.바로 즉시 그녀가 말한 대로 사람을 배치했다.그 뒤, 낙청연은 소유 등 사람들을 데리고 왕부를 수색했다. 몇 시진을 분주하게 수색해서 마침내 온 왕부 안에 살기에 중독된 자들을 찾아서 해결했다.왕부는 본래의 고요한 모습을 찾았다.낙청연은 상처를 제때 싸매지 않고 피를 계속 쓴 탓에 지금 안색은 이미 창백해졌고 매우 허약해졌다.소유는 그녀를 돌아가서 휴식하라고 말하려 했다.하지만 낙청연이 먼저 말했다: “좀 이따 처방전을 써줄 터니 네가 제일 믿는 사람에게 약을 달이도록 하거라. 오늘 밤이 지나기 전에 왕부의 모든 사람이 마셔야 한다!”“약을 마셔요? 이것은?”“악귀를 내쫓는 것이다!”소유는 더는 묻지 않고 승낙했다. 오늘 밤 일은 확실히 이상했다!낙청연은 처방
”5황자, 어디가 편찮으십니까?” 낙청연은 5황자도 살기에 중독된 줄 알았다. 하지만 가까이서 보니 그의 몸에는 살기가 없었다.“콜록, 콜록, 콜록……” 부운주의 안색은 창백했다. 그는 기침을 몇 마디 하더니 말했다: “내가 아니라 고 신의다.”“고 신의?” 낙청연은 미간을 찌푸렸다.부운주는 일어서더니 그녀를 데리고 남각에 있는 다른 방으로 갔다. 문을 여는 순간, 짙은 약재 냄새가 코를 찔렀다. 이 냄새는 몹시 갑갑했고 사람을 불편하게 할 정도로 짙었다.방안의 창문들은 모두 닫혀 있었고 전혀 바람이 통하지 않았다.고 신의는 허약한 모습으로 의자에 거의 누워있었다. 사람이 오는 것을 보더니 급히 몸을 일으켰다. “5황자……왕비……”그는 제대로 서기도 전에 비틀거리더니 하마터면 넘어질 뻔했다.어린 서동은 급히 그를 부축했다.“고 신의 앉으세요, 격식을 차리지 않으셔도 됩니다. 혹시 귀신이라도 들렸나 싶어서 왕비님을 모셔왔습니다.” 부운주는 무거운 표정으로 말했다.귀신이 들렸다고?낙청연은 고 신의를 힐끔 훑어보았다. 고 신의 뿐만 아니라 남각 전체에서 살기의 흔적은 전혀 찾아볼 수 없었다. 헌데 어디서 귀신이 들린 단 말인가?그녀는 맑은 두 눈으로 다가가서 물었다: “고 신의 어디가 불편하십니까?”“저……가슴이 답답하고, 정서도 불안하고 자꾸 화를 내고 싶습니다. 약을 먹고 조금은 억눌러 놨지만, 여전히 완화되는 기색은 없습니다. 오늘 밤, 왕부의 미친 사람들 증세와 약간 비슷합니다. “ 고 신의는 가슴을 움켜쥐고 매우 고통스럽게 말했다.고 신의는 미치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증상도 그리 엄중하지 않았다.낙청연은 자세히 살펴보더니 바로 알아냈다. 큰 문제는 없었다. 단 고 신의의 의술은 그리 뛰어난데 왜 자신의 증상에 대해서는 정확히 모른단 말인가?순간 그녀의 마음속에 추측과 의심이 스쳐 지나갔다.“청연, 고 신의는 이러한 증상들이 있어서 스스로 약을 썼고 혹시라도 번거로워질 가봐 소문내지 않고 조용히 계셨다 더구나. 그래서 내가 나의
남각을 나오자 낙청연은 부운주더러 돌아가라고 했다. 같은 방에 둘이 있는 것도 안 되지만 늦은 밤 단 둘이 걸어가는 것도 다른 사람이 보면 험담거리가 될 게 분명했기 때문이다.혼자 정원으로 돌아가는 길에 그녀는 고 신의를 생각하면 할수록 어딘가 수상해 보였다.고 신의의 신분은 왕부에서 좀 특별하다 보니 부진환의 서방을 제외하고는 어디든지 갈 수 있다. 그녀의 정원에 갔다고 해도 다른 사람의 주의를 불러일으키지 않는다.또한 그는 의술에 능통하기 때문에 사람을 미치게 하는 약쯤 이야 얼마든지 쉽게 조제할 수 있다.몹시 의심스럽다!방금 전 고 신의는 고의적으로 그녀를 떠보는 것인가, 아니면 정말 악귀를 내쫓아 마음의 평안을 찾으려고 한 것인가?그녀는 내친김에 그의 계략을 역이용하여 그에게 부문을 그려줬다. 그의 목적이 무엇이든 간에 별일은 생기지 않기 때문이다.보아하니 이제부터 고 신의를 더욱 주의 깊게 살펴야겠다.어쩌면 그가 바로 왕부에 숨어있는 풍수대사일지도 모른다.긴 복도를 지나자, 눈 앞에 갑자기 검은 그림자가 나타났다. 그녀는 놀란 나머지 무의식적으로 주먹부터 날렸다.소유는 깜짝 놀라 급히 몸을 피했다. 그는 이마를 찌푸리더니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왕비, 왕야께서 부르십니다.”낙청연은 황급히 손을 내렸다. 이것은 그녀가 오래전부터 길러진 신체의 조건 반응이었다.그녀의 눈빛은 어두워졌다. 지금의 그녀는 누구를 때려눕힐 수 있겠는가……“가자.”불이 켜진 서방을 바라보면서, 낙청연의 마음은 다소 무거워졌다. 또한 갈등과 망설임도 커졌다.그녀는 계속하여 부진환과 조건을 얘기해야 하는가?얘기해도 통할까?하지만 지금, 부진환 외에 그녀를 도와줄 사람이 또 있는가?부운주와 관계는 좋지만, 가난하고 초라한 황자 방을 생각하더니 그녀는 그 생각을 버렸다. 부운주는 제 코도 석자인 것 같으니 그에게 더 이상 부담주지 말자.“왕비, 왕야께서 기다리고 계십니다.”뒤에 있던 소유의 소리를 듣고 서야 그녀는 생각에서 깨어났다.방문을 밀고 그
그녀는 눈물을 억지로 참으면서 말했다: “그래서요? 왕야는 저를 어떻게 처리할 셈인가요?”부진환의 안색은 어두워지더니 말했다: “낙청연, 화를 자초하지마라!”“본왕이 언제 너를 처리한다고 하였느냐?”낙청연은 기분을 가라앉히고 차가운 눈빛으로 평온하게 그를 바라면서 말했다: “왕야, 왜 모르는 척하십니까? 제가 제일 원하는 게 무엇인지 정녕 모르시단 말씀입니까?”“제 어머니 유품 외에 다른 건 아무것도 필요 없습니다.”부진환은 이마를 찌푸리더니 잠깐 침묵하더니 대답했다: “좋다.”“하지만 나도 조건이 있다.”낙청연은 눈썹을 치켜세우며 덤덤한 표정을 지었다.부진환은 무거운 목소리로 말했다: “첫째, 취살대진을 해결하거라.”“둘째, 낙월영을 더 이상 겨냥하지 말거라.”“네가 분수에 맞게 본분만 잘 지킨다면 본왕은 그 향낭을 너에게 줄 것이다.”여기까지 듣던 낙청연은 주먹을 꽉 쥐었다.이것은 그녀더러 때리고 욕해도 가만히 있으라는 뜻이 아닌가?“시한은 언제까지 입니까?” 그녀는 이를 악물고 물었다.“시한은 두지 않는다. 본왕도 정확히 언제쯤 너에게 향낭을 돌려줘야 할지 모르겠구나.” 부진환은 여기까지 말하더니, 미간이 다소 무거워졌다.“너!” 낙청연은 벌떡 일어났다.이건 너무 과분하다!부진환은 눈을 슬쩍 감더니 그녀를 바라보면서 차갑고 협박이 담긴 어투로 말했다: “지금 본왕이 아니면 너를 도와줄 사람은 아무도 없을 것이다.”“부운주와 태후, 넌 그냥 그들의 바둑돌일 뿐이고 아직 자격이 안 된다.”그는 차갑게 입꼬리를 올리더니 전혀 아랑곳하지 않고 말했다: “설령 그들이 너를 돕는다고 해도 본왕은 가만히 보고만 있지 않을 것이야.”협박!대놓고 협박한다!낙청연은 마음속의 분노를 억지로 눌렸다.그래, 그녀는 감히 못한다.그녀는 아직 섭정왕과 적대할 능력이 없다.천궐국의 세력은 거의 엄가와 부진환이 반반 씩 나눠 가졌다. 부진환의 권세가 하늘을 찌른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낙월영은 부진환을 좋아하기 때문에 향낭은 언제든지 부진
대놓고 의심을 사다니, 낙청연의 손톱은 손바닥을 뚫을 것 같았다.“저와 5황자의 관계는 아주 깨끗합니다! 단한번도 도를 넘는 행동을 한적이 없습니다!”그녀는 차갑게 질문했다: “왕야는 사람들이 보는 앞에 서든 뒤에서 든 늘 낙월영과 친밀하던데, 사람들이 뭐라고 할 까봐 두렵지 않으십니까?”부진환 미간의 핏대는 더욱 세게 섰고 눈 밑에서 분노로 꽉 찼다. 상위에 올려 놨던 손은 주먹을 꽉 쥐었다.그는 분노가 가득찬 시선으로 차갑게 그녀를 바라보면서 말했다: “너 지금 나와 월령의 관계를 지적하는 것이냐? 만약 너만 아니었다면 지금 우리는 어엿한 부부가 되었을 터다!”“낙청연, 네 주제를 좀 잘 파악했으면 좋겠구나!”갑자기, 그녀는 숨이 막혔다.주먹을 꼭 쥐고 올라오는 분노를 억지로 눌렀다.그래, 그녀가 대신 혼인해서 둘의 좋은 인연을 망쳐놓았다!그녀는 비난해서는 안 되는 거였다!그녀는 쓰디쓴 무언가를 억지로 삼키고 날카롭고 차가운 두 눈으로 평온하게 그를 쳐다보며 말했다: “그러므로, 왕야께서는 저의 향낭을 하루 빨리 돌려주십시오. 그럼 제가 그 아름다운 인연을 두 분께 돌려드리겠습니다!”말을 마치고 그녀는 돌아서서 가버렸다.그녀의 그림자는 한 가닥의 단호함이 드러났다.부진환의 마음속은 이미 큰 파도가 일어났다.이 여인은, 그토록 단호했다. 그렇게 개의치 않을 거면 당초 왜 대신 혼인을 한 것인가!지금은 늘 떳떳하고 당당하다. 잘못은 그가 한 것처럼!그의 눈 밑에서 분노가 올라오더니 꼭 쥔 주먹은 아주 세게 서안(書案)을 내리쳤다.-방으로 돌아온 낙청연은 피곤한 나머지 바로 침상에 올라가 잠들어 버렸다.지초는 물을 떠와서 그녀의 얼굴과 손을 닦아주고 문을 닫고 방을 나갔다.등 어멈은 기분 좋은 마음으로 요깃거리를 들고 들어왔다. “왕비 배고프시죠? 저……”지초는 급히 쉿하는 손 동작을 하며 말했다. “왕비는 잠들었습니다. 보아하니 아주 피곤한 것 같습니다.”등 어멈은 듣더니 한숨을 내쉬면서 말했다: “피를 그렇게 많이 흘렸
“나는 더 이상 당신의 상대가 안 되오.”낙요는 고개를 돌려 바둑판을 보며 입꼬리를 살짝 올렸다.“당신을 이기기 위해서가 아니라, 당신과 함께 바둑을 두며 답답함을 풀기 위해서요.”부진환은 바둑알을 하나하나 거두었다.낙요는 실눈을 뜨고 하늘을 바라보며 손을 뻗었다. 햇빛이 손가락 사이로 새어 나왔다.“그러고 보니, 나의 답답함을 풀 사람은 당신뿐이오.”“심시몽은 어의원의 심사를 통과하고 정식으로 어의원에 들어가게 되었소. 그리고 강소풍의 집안에서도 그들의 혼사를 승낙하여 두 사람은 곧 혼사를 올릴 것이오.”“갑자기 심면과 낙현책도 혼사를 올려야 하지 않겠느냐는 생각이 들었소.”부진환이 웃으며 말했다.“일찍이 혼인할 나이가 되었지만, 아이들도 조급해하지 않는데 왜 그렇게 걱정하오?”낙요가 입꼬리를 살짝 올리며 여유롭게 말했다.“걱정하지 않소. 대소사를 모두 당신이 걱정하고 있지 않소? 초경의 수위가 있으니, 몇 년이 지나도록 용모가 변하지 않았소. ”“나 같으면 그렇게 걱정을 많이 했으니, 일찌감치 늙었을 것이오.”몇 년 동안 부진환은 그녀를 도와 적지 않은 조정의 일을 분담했다.그녀도 부진환의 동반에 습관이 되었다.갑자기 무언가 떠오른 낙요는 자리에서 일어나 부진환을 바라보며 손바닥에 턱을 괴고 물었다.“이 나이가 되니, 아이를 낳지 않은 것을 후회하오?”“걸을 수 없을 정도로 늙었을 때, 다른 사람의 자식들이 단란히 모여있는 것을 부러워할 것이오? ”부진환은 손에 든 물건을 내려놓고 진지하게 그녀를 보며 대답했다.“후회하지 않소.”“사람은 너무 욕심을 부려서는 안 되오.”“게다가 당신은 여제요. 당신이 늙었다고 해도 누가 감히 푸대접하겠소?”“당신이 조용히 지내는 것이 좋다고 하면 난 당신과 함께 있을 것이오. 초경의 수위로 늦게 늙는다고 하지 않았소? 앞으로 당신이 늙으면 내가 당신을 부축하고 업고 다닐 것이오.”낙요는 입꼬리를 살짝 올렸다.“참 좋소.”이듬해 가을.심시몽은 강소풍과 혼사를 올렸고 어의원 5품
강소풍은 고개를 끄덕이다 다급히 고개를 저으며 어찌할 바를 몰랐다.“아니오. 그런 뜻이 아니오. 어머니께서는 마음에 들어 하셨소.”설명할수록 강소풍은 상황이 복잡해지는 것 같았다.심시몽은 어두운 표정을 지었지만, 여전히 그를 위로했다.“자네의 뜻을 알고 있소. 설명할 필요 없소.”“시몽... 미안하오! 하지만 나는 포기하지 않을 것이오. 방법을 강구하여 어머니에게 자네의 진정한 모습을 보여줄 것이오. 분명 어머니도 자네를 받아들일 것이오. ”그 말에 심시몽은 살짝 놀라 의아한 듯 고개를 들어 그를 바라보았다.“나와 헤어지려는 것이 아니었소?”심시몽은 강소풍이 특별히 그녀를 찾아와 이 일을 설명하는 것을 보고, 그녀와 연을 끊으려는 것이라고 생각했다.“아니요. 그럴 리가 있소.”“나는 단지 이전의 약속을 지킬 수 없을 뿐이오. 이번 달 안에 혼담을 꺼낼 수 없을 텐데, 나를 기다려줄 수 있소?”“말재주가 좋지 않아 대체 어떻게 설명해야 할지 모르겠소. 어머니께서는 자네가 연약하고 힘없다고 생각하시오. 앞으로 내가 출정하면 자네가 홀로 집안을 지킬 텐데, 우리에게 좋지 않은 선택이라 생각하시오. ”이 말을 듣고 심시몽은 대충 뜻을 알아차렸다.“어머니께서는 문무를 겸비한 며느리를 원하고, 자네와 함께 전쟁터에 나가서 떨어져 있지 않아도 되기를 원하시오.”“나는 비록 무공을 할 줄 모르지만, 그래도 해낼 수 있소.”고개를 들어 올린 심시몽의 눈빛은 밝았다..강소풍은 놀라기도 했고 기쁘기도 했다.“정말이오? 여전히 나와 함께 있고 싶소? 포기하지 않을 것이오?”심시몽은 고개를 끄덕였다.“나를 위해 그렇게 많은 일을 했는데, 어찌 쉽게 포기할 수 있소? 자네가 포기하더라도 나는 포기하지 않을 것이오.”“강가는 장군 집안이라 분명 우리 언니와 같은 여인을 좋아할 것이오. 난 비록 언니와 비길 수 없지만 그래도 노력할 것이오.”“여제께서 나에게 약옥을 주었소. 만약 순 의원과 의술을 배울 수 있다면 어의원에 들어갈 기회가 있소.”“성공
이 말을 듣고 심시몽은 약간 의아해했다.“공주는 저를 탓하지 않습니까...”“그분은 공주시다. 천하를 품고 있는데, 어찌 네가 범한 작은 잘못을 추궁할 리 있냐?”“지금 너의 변화를 보면 공주도 더 이상 너를 탓하지 않을 것이다.”“하지만 차려야 할 예의는 없어서는 안 된다. 시간이 나면 공주에게 감사하다고 인사를 전하거라.”심시몽은 연신 고개를 끄덕였다.“예. 내일 가겠습니다.”“저는 먼저 약옥을 넣고 의관에 가겠습니다.”심시몽은 기쁜 마음에 빠른 걸음으로 달려갔고, 의기양양한 분위기를 풍겼다. 조금도 방금의 의기소침함이 없었다.심면도 기뻤다.모두가 만족스러운 결과를 얻은 것 같다.하지만 그와 동시에, 강소풍이 집에서 어머니와 싸우고 있었다.“안 된다고 하면 안 되는 것이다! 너를 현학서원에 보내 양성하는 것도 앞으로 네가 큰 성과를 거둘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다. 그러니 너도 마땅히 너와 어울릴 만한 부인을 얻어야 한다. 너와 전장을 누비며 적을 죽이는 그런 사람 말이다.”“힘없이 연약하게 집안에서 서방이 돌아오기를 손꼽아 기다리는 그런 평범한 아가씨는 안 된다.”“이전에 그 심시몽을 위해 집안의 빙천영지를 훔쳤고, 심지어 벌을 받고도 물건이 어디로 갔는지 말하려 하지 않았다. 난 그때부터 심시몽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그런데 지금 그 아이와 혼사를 올리려는 것이냐?”“말도 안 된다!”강부인은 단호한 태도로 조금도 말을 바꾸려 하지 않았다.강소풍은 내키지 않는 듯 반박했다.“심시몽이 평범하다니요? 어떻게 평범하다는 말입니까? 심시몽은 그저 무공이 부족할 뿐입니다. 세상 사람들이 모두 무예를 익혀야 하는 것은 아니지 않습니까?”“하물며 그녀의 언니는 이미 태자로 봉해졌습니다. 그러니 심시몽도 좋은 아가씨라는 것을 설명할 수 있지 않습니까?”강부인은 콧방귀를 뀌었다.“언니는 언니이고, 심시몽은 심시몽이다. 어찌 동일하게 논할 수 있겠냐?”“강가는 권세에 빌붙지 않고, 심시몽의 언니가 태자라는 것을 봐서 그녀를 맞이하려
“나중에 자네가 신의가 될지도 모르오.”심시몽이 웃으며 말했다.“자네의 좋은 말대로 되길 바라오.”모두 술을 마시며 음식을 먹고 있었다. 심면이 임계천에게 물었다.“자네는? 어디로 가고 싶소?”“나라에 보답할 수 있다면 어디든 좋소.”임계천이 담담하게 웃었다. 그는 특별히 가고 싶은 곳이 없었기에 그저 궁의 안배를 기다리고 있었다.다들 기분이 좋았고 투지가 넘치고 미래에 대한 동경으로 가득 차 있었다.술을 너무 늦은 시각까지 마셔서 그들은 심가에서 묵었다.오전이 되자, 각 집안의 하인들이 부랴부랴 사람을 찾아왔다. 몇 사람은 술에 취해 인사불성이 되었지만, 여전히 집으로 끌려갔다.궁에서 명을 받았기 때문이다.강소풍은 금군 기사영 통령으로 봉해져 도성과 황궁의 안위를 지키게 되었다.임계천은 형부로 전근되었다.소우청과 봉함선은 수주의 군영 부장군으로 명을 받았다.소우청의 행처는 그의 아버지 소진오가 좋은 경험을 하기를 바라며 부탁한 것이다.낙요는 봉함선이 여인이기에 그녀를 그렇게 멀고 험한 곳으로 보내고 싶지 않았다. 하지만 그녀는 주동적으로 수주에 갈 것을 청구했다.봉함선이 말했다.“여국은 역대로 여 장군이 없었습니다. 저는 첫 번째 여장군이 되고 싶습니다.”“만약 힘들고 험한 곳이 아니라면 어찌 제가 포부를 발휘할 수 있겠습니까?”낙요는 그녀의 담력과 야심을 높이 사고 그녀의 청을 승낙했다.“나는 네가 여국의 첫 번째 여장군이 되기를 기대한다.”이들 외에 현학서원의 다른 학생들도 그들로 하여금 실력을 발휘할 수 있는 새로운 행선지를 얻었다.유독 심시몽에 대해, 낙요는 따로 안배를 해주지 않았다.백서가 걱정했다.“어찌 유독 심시몽만 얘기가 없으십니까? 심시몽이 알면 마음이 편치 않을 것입니다.”낙요가 웃었다.“아니다. 이미 심면을 시켜 심시몽에게 한가지 물건을 보냈다.”백서는 살짝 놀랐다.“일찍이 계획이 있으셨군요.”이때의 심시몽은 홀로 넋을 잃고 연못가에 앉아있었다. 그녀의 마음은 마치 흩날리는 낙엽처럼 어수
유생이 드디어 알아차렸다.“그랬구나. 내가 어찌 이걸 잊은 것이냐.”“난 정말 운이 좋은 것 같구나. 이렇게 운 좋게 제사장 자리를 주울 수 있으니.”심면이 답했다.“아닙니다. 전에 제가 청주 전쟁에서 조난했을 때, 제자들을 통솔해 적과 싸우지 않았습니까? 현책보다 능력이 훨씬 뛰어났습니다.”“사저가 소제사장이 되는 것이 가장 적합합니다.”이렇게 칭찬하는 것을 듣고 유생은 쑥스러워하며 낙현책을 힐긋 쳐다보았다.“네가 이렇게 말하면 낙현책이 기뻐하지 않을 것이다.”낙현책이 웃으며 답했다.“그녀가 말한 것은 내가 하고 싶은 말이다.”“너는 나보다 대제사장이 더 잘 어울린다.”“나는 무학에서 너보다 좀 나을 뿐이다. 정말 대제사장이 되려면 너보다 잘할지 모를 일이다.”“다만 제사장 일족의 심사에는 이런 것이 없었다.”“하물며 나도 대제사장이 될 생각을 한 적이 없다. 내가 하고 싶은 것은 단지 여제가 기뻐하기를 바랄 뿐이다.”이 말을 듣고 유생은 마음이 놓였다.“불쾌하지 않았다면 다행이구나. 권력과 지위 앞에서 네가 이런 결정을 내릴 수 있다니, 정말 대단하구나!”“한 잔 권하마!”유생이 술잔을 들었다.바로 이때, 갑자기 대문이 열렸고, 사람이 도착하기도 전에 먼저 목소리가 들렸다.“사람이 아직 도착하지 않았는데, 왜 벌써 마시는 것이오?”“우리를 기다리지 않는다니, 의리가 없소!”몇 사람이 고개를 돌려 바라보니, 강소풍과 임계천이 술병을 들고 오는 것이 보였다.“오늘 밤 다들 왔구나!”“자, 심면과 유생을 위해 한 잔 하세!”모두 자리에 앉아서 잔을 들어 함께 마셨다.그렇게 한참 마시다 보니 술에 취한 강소풍이 흥분한 듯 입을 열었다.“얼마 지나지 않아 심가에 겹경사가 닥칠 것이오.”모두 멍해졌다.강소풍은 낙현책과 심면을 바라보았다.“여제가 두 사람의 일을 인정했으니, 언제 혼사를 치르는 것이오?”심면은 갑자기 얼굴을 붉어지며 황급히 강소풍에게 술을 따라주었다.“술을 마셔도 자네의 입을 막지 못한 것이오?”
“저희가 어찌 가족입니까?”“50냥의 이득을 본 걸 후회한다면서요?”이 말이 나오자 다들 얼굴이 새파랗게 질렸다.그들은 그제야 유생이 그날 밤 그들의 대화를 모두 들었다는 것을 깨달았다.어쩐지 상자를 도둑맞았더라니.유룽은 체면을 깎으며 사과했다.“유생아, 우리는 한 가족이니 티격태격하는 것도 정상이다. 그러나 다들 나쁜 생각은 없다.”“이전의 일은 모두 나의 잘못이다. 이렇게 너희들에게 사과하마!”“오늘 저녁 집으로 돌아가자. 너를 위해 잘 경축해야지 않겠느냐!”둘째아버지와 셋째 아버지도 모두 따라서 사과했다.집안 재산을 나누겠다고 얘기한 그날 그들이 각박한 만큼 지금 아주 자상했다.“유생아, 집으로 가자. 지나간 일은 잊고, 우리 가족 다시 시작하는 게 어떠냐?”“그래. 가족이 함께 지내면 얼마나 시끌벅적하냐? 따로 이곳에서 지내면 쓸쓸하지 않으냐?”“우리 집에 좋은 술도 두 병 간직하고 있는데, 유생을 축하하러 오늘 꺼내마!”유생은 표정을 바꾸지 않고 차분하고 차갑게 말했다.“다들 시간 낭비하지 마십시오.”“집안 재산을 나누고 연을 끊었는데, 어찌 번복할 사람이 있겠습니까?”“잘살든 못살든 더 이상 유가와 관계가 없습니다.”“다들 가시지요. 굳이 우리 집 앞에서 매달리려 한다면, 관아에 신고할 것입니다.”말을 마치고 유생은 방안으로 돌아와 차갑게 문을 닫았다.문밖의 사람들은 후회에 휩싸였다.게다가 둘째는 첫째를 원망하기 시작했다.“형님 탓입니다. 제사장 자리가 발표되기도 전에 넷째네를 쫓아내더니, 지금은 어떻게 하려는 것입니까?”셋째도 불평했다.“유생은 앞으로 대제사장이 될 것이오. 앞으로 유생 덕을 보긴커녕 이렇게 소란을 피웠으니, 앞으로 우리를 난처하게 할 수도 있소...”유롱은 짜증을 참지 못하고 말했다.“어찌 또 내 잘못이 되었냐?”“애초에 심사 결과가 나오자, 다들 하나하나 달려와서 유생네가 끝났다고, 그들 일가를 헛되이 잘해줬다고 하지 않았냐? 너희들이 모두 동의했기 때문에 넷째 일가를 쫓아낸 것이
자리에 있던 사람들은 매우 놀랐다.유가 사촌들은 냉기를 한 모금 들이마셨다.유생도 경악한 표정을 지었다.“왜 제가...”왜 낙현책이 아닌가?장 총관이 웃으며 말했다.“어서 명을 받으시지요. 소제사장”유생은 정신을 차리고 마음속으로 미친 듯이 기뻐하며 얼른 명을 받고 고마움을 전했다.장 총관은 자리에 있던 병사들을 힐긋 보고 유생에게 친절하게 물었다.“소제사장, 무슨 문제가 있습니까? 제가 처리할 필요가 있습니까?”유생은 웃으며 말했다.“필요 없습니다. 고맙습니다!”“어찌 사양하십니까? 제가 필요한 곳이 없다면, 이만 궁으로 돌아가 명을 전해야 합니다.”“예. 바래다 드리겠습니다.”유생은 장 총관을 골목 밖까지 배웅했다. 장 총관이 의미심장하게 일깨워주었다.“아가씨는 아직 소제사장의 권력을 모르고 있을 수도 있습니다. 도성에서 제사장의 권력은 여제와 대제사장에 버금갑니다.”“태자와 동등한 권력입니다.”“이런 사소한 일은 직접 처리할 필요도 없으니, 제게 한마디만 분부하면 됩니다.”유생은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일깨워 줘서 고맙습니다.”“오늘 여제께서 태자도 정하셨습니까? 심면입니까?”장 총관은 고개를 끄덕였다.“예. 심가에 뜻을 전하고 왔습니다.”장 총관을 떠나보내고 유생은 기쁨으로 가득 차 있었다. 그녀는 선택받을 줄 전혀 생각하지 못했다.분명히 낙현책한테 졌기 때문이다.심면도 태자로 봉해져서 참 좋았다.오늘 밤 심면을 찾아 축하하려면, 이 문제를 빨리 해결해야 한다.그녀는 빠른 걸음으로 문밖으로 돌아갔다.병사들은 즉시 공손한 태도를 바꾸어 그녀에게 예를 올렸다.“소제사장, 오늘 분명 오해일 것입니다. 저희는 먼저 떠나겠습니다.”유생이 차가운 소리로 호통을 쳤다.“멈추거라!”그들은 뻣뻣하게 자리에 서서 고개를 숙이고 땀을 뻘뻘 흘렸다.제사장의 말 한마디에 그들은 직무를 잃을 수도 있다.“수사를 더 해야 하는 거 아니오? 안 하시오?”“저희가 감히 소제사장의 집을 수색할 용기가 어디 있겠습니까? 오
낙현책은 고개를 끄덕였다.“나도 궁을 나가려던 참이다. 함께 가자.”유생은 단번에 알아차렸다.“심면을 찾으러 가는 것이냐?”“심사 결과가 나온 후, 심면을 만나지 못했구나.”“심면도 무슨 일이 생긴 것이냐?”낙현책은 생각에 잠긴 듯 말했다.“그런가 보구나.”“내가 도울 일이 있으면 언제든지 얘기하거라.”“그래.”두 사람이 함께 궁으로 나온 후 유생은 바로 집으로 돌아갔고 낙현책은 심면의 집으로 향했다.유가의 골목에 도착하자마자 시끄러운 소리가 들렸다.관아의 사람들이 유생의 집 앞을 막고 그녀의 부모님을 잡고 그들을 관아에 데리고 가려 했다.옆에는 그녀의 사촌들이 있었다.안색이 바뀐 유생은 다급히 달려갔다.“그만하시오!”“뭐 하는 것이오?”유생은 바로 부모님을 뒤에 감쌌다.유롱은 화가 난 표정으로 그녀를 바라보았다.“뭐 하냐니? 집안 재산을 나누었으니, 유가와 이젠 연이 없는 것이다. 집안 재산도 주지 않겠다고 했는데, 어찌 유가의 물건을 훔치는 것이냐? 그 상자에는 족히 수십만 냥이 있다!”“감히 너희랑 아무 연관도 없다고 할 수 있느냐?”유생은 그들이 이렇게 빨리 찾아올 줄 몰랐고, 관리에게 고소할 줄도 몰랐다.“우리가 훔쳤다는 증거라도 있습니까?”“증거도 없이 저희를 잡다니, 법을 따르셔야죠.”유롱이 노발대발하며 말했다.“유가 사람들이 네가 돌아온 것을 봤다!”“변명하지 말거라. 할 말이 있으면 감옥에 가서 변명하거라!”물건을 잃어버리고 그들이 유일하게 의심하는 사람은 유생이다.대가를 치르더라도 그들은 그 돈을 되찾으려 했다.“내가 돌아갔다고 돈을 훔쳤다는 것입니까? 농이 심하십니다!”“관청에 따라서 갈 수 있지만, 저희 부모님과는 연관이 없습니다. 증거가 없으면 함부로 사람을 잡을 수 없습니다!”유롱이 화를 냈다.“네 아버지와 어머니도 한패다! 당연히 관아로 데려가야 한다!”“나으리, 그들은 수십만 냥을 훔쳤습니다. 결코 적은 액수가 아닙니다. 나리께서 반드시 돈을 되찾아 주시기를 간청합니다!”
조영궁.심사 결과가 나온 후 오랫동안 기다리던 낙요는 드디어 낙현책이 오는 것을 기다렸다.“여제.”낙현책은 고개를 숙이고 여제를 마주할 엄두가 나지 않았다.“심사 결과가 나온 지 오래됐는데, 어찌 이제야 나를 찾아온 것이냐? 잘 고려한 것이냐?”낙현책은 고개를 끄덕이며 무릎을 꿇고 자리에서 일어나지 못했다.“여제를 실망하게 했습니다!”이 말을 듣고 낙요는 그의 결정을 알아차렸다.“일단 일어나서 얘기하거라.”낙현책은 무릎을 꿇고 일어나지 않았다.“여제의 가르침을 저버렸습니다. 저는 대제사장 자리를 감당할 수 없습니다!”낙요는 다소 실망했지만 그래도 의외는 아니었다.“잘 생각했느냐? 이 일은 번복한 기회가 없다.”낙현책이 세게 고개를 끄덕였다.“오랫동안 심사숙고한 후 내린 결정입니다.”“제가 여제를 실망하게 했습니다.”지금까지 이렇게 노력했고 최종 심사에서 1등까지 하였는데, 여제를 실망하게 했다.낙요는 자리에서 일어나 그를 일으켜 세웠다.“실망하지 않았다.”“네 실력은 모두가 다 알고 있다. 어찌 실망했겠느냐? 네가 후회하지 않으면 된다.”“이미 결정을 내린 이상 더 이상 그렇게 많은 생각을 하지 말거라. 마음을 놓고 네 목표를 향해 가거라.”“나는 네 결정을 존중한다!”여제가 화를 내지 않자, 낙현책은 그제야 한숨 돌렸다. 그는 감동에 겨웠다.“고맙습니다.”낙요는 그가 기뻐하는 모습을 보고 입꼬리를 살짝 올렸다.“그동안 심면을 만나지 않았겠구나? 어서 네 결정을 알리러 가거라.”낙현책은 고개를 끄덕이고 궁을 나갈 준비를 했다.그동안 심면도 고민하고 있었을 것이다. 두 사람에게 있어 정말 어려운 문제였다.누군가는 무언가를 포기해야 하기 때문이다.낙현책이 궁을 나서려는데 제사장족 제자가 그를 가로막았다.“유생이 궁에서 자네를 기다리고 있소. 급한 일이 있는 것 같소.”“급한 일? 알겠소.”유생은 그동안 궁에 있지 않았다. 갑자기 궁으로 찾아온 것을 보아, 중요한 일이 있는 듯했다.먼저 그녀를 만나고 궁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