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숫가에 도착하자 서늘한 밤바람이 불어 얼굴의 통증이 조금 가셨다.뒤에서 다급한 발걸음 소리가 들려 고개를 돌려보니 부운주가 거칠게 숨을 몰아쉬면서 달려오고 있었다. 낙청연의 앞에 멈추어 섰을 때 그는 호흡이 불안정했고 얼굴이 창백한 게 당장이라도 혼절할 듯 보였다.낙청연은 살짝 놀란 얼굴로 얼른 그를 부축했고 그의 등을 두드려주며 물었다.“괜찮습니까?”부운주는 호흡을 가다듬으며 걱정스레 낙청연을 쳐다봤다.“제가 묻고 싶은 말인데 오히려 절 걱정하시는군요.”낙청연은 고개를 돌려 호수를 바라보며 말했다.“전 괜찮습니다. 쫓아오지 않으셔도 되는데.”사람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쫓아왔으니 사람들의 입방아에 오르내릴 게 뻔했다.부운주는 그녀의 말뜻을 짐작하고는 미간을 좁히며 자책하듯 말했다.“죄송합니다. 제가 폐를 끼쳤군요.”“사과하실 필요 없습니다. 오히려 제가 고마워해야지요. 오황자님이 해명해주시지 않았더라면 전 이미 옥에 들어갔을 것입니다.”낙청연은 자조하듯 웃으며 얘기했다.부운주는 잠시 침묵하다가 무거운 어조로 말했다.“형님은 평소에 이런 분이 아니십니다. 아마도 뭔가 오해가 있었나 봅니다.”“왕야를 대신해 변명할 필요는 없습니다. 왕야가 어떤 분인지는 저랑은 상관없는 일입니다.”낙청연은 고요한 눈빛으로 말했다.그녀는 부진환이 그들의 거래를 기억하기만을 바랄 뿐이었다. 어머니의 유품만 되찾는다면 낙청연은 미련 없이 섭정왕부를 떠날 것이다.낙청연의 말에 부운주는 살짝 놀랐다.낙청연의 맑고 깨끗한 눈빛과 평온한 모습을 보니 자신이랑은 전혀 상관없는 사람을 얘기하고 있는 것 같았다.하지만 그녀는 예전에 분명 부진환을 죽도록 사랑했다.그런데 갑자기 이렇게나 변하다니?“슬퍼하지 마세요.”부운주는 무거운 어조로 그녀를 위로했고 낙청연은 무덤덤한 표정으로 답했다.“전 슬프지 않습니다.”낙청연의 눈빛이 서늘하게 번뜩였다. 그녀는 지금 어떻게 복수해야 할지를 궁리하고 있었다.그녀의 눈빛을 본 부운주는 속으로 깜짝 놀랐다. 낙청연은 마
설마 낙청연의 어머니가 내 스승님인 건가?그녀는 순간 마음이 죄이는 것 같았고 복잡한 감정이 밀물처럼 밀려왔다. 그 속에는 조급함과 분노까지 섞여 있었는데 머리가 아찔할 정도였다.“내 어머니의 유품을 내놓거라!”낙청연은 앞으로 한 걸음 내디디면서 말했다.낙월영은 향낭을 쥔 채로 일부로 몸을 피하면서 그녀의 조급한 모습을 보며 의기양양한 미소를 지었다. 낙월영은 향낭을 들며 말했다.“이 물건을 이렇게 소중히 여기시니 돌려 드릴 수도 있습니다만 조건이 하나 있습니다. 오늘 연회에서의 가무가 마음에 들지 않으니 언니께서 무대에 올라 쇠똥구리가 똥을 굴리는 연기를 하시면 이 향낭을 드리겠습니다. 어떻습니까?”낙월영은 거만한 얼굴로 말했고 낙청연은 미간을 잔뜩 구기면서 주먹을 쥐었다.낙월영은 눈썹을 치켜올리며 말했다.“설마 잊은 겁니까? 제 열다섯 살 생일 날 해주시지 않으셨습니까? 몇 년 지나지 않았는데 똥 덩어리가 그새 더 커졌네요.”조롱 섞인 어조와 모욕감을 안겨주는 말에 주먹에 힘이 들어갔고 그 바람에 낙청연의 손톱이 손바닥 안으로 깊이 패어 들어갔다.이것은 낙월영이 처음으로 낙청연을 모욕하는 것이 아니었다.낙청연은 왜 이런 것들을 다 참은 것일까?낙월영은 냉소를 흘리며 말했다.“싫습니까?”낙월영은 낙청연의 앞에서 향낭을 바닥에 버리고 그것을 무참히 짓밟았다.“어머니의 유품이요? 지금 제 발아래 있으니 갖고 싶으면 무릎을 꿇으시지요.”낙월영은 일부러 그녀를 도발하고 있었다. 유염복으로는 낙청연을 모함하지 못했지만 그녀를 음해할 방법은 널리고 널렸다. 낙청연처럼 미천한 인간은 자신의 발아래에 깔리는 게 당연하다고 낙월영은 생각했다.그 순간 낙청연은 심장이 죄이는 느낌이 들었다. 바닥에 내쳐져서 낙청연에게 짓밟히는 향낭을 바라보니 순간 숨을 쉴 수가 없었다.더는 참을 수가 없던 낙청연은 손을 들어 낙월영의 뺨을 내리쳤고 그 바람에 낙월영은 바닥에 쓰러졌다. 그런데 낙월영은 재빨리 그 향낭을 주워들어 품속에 넣으려 했고 낙청연은 허리를
살기 가득한 눈빛을 보니 진짜 그녀를 죽이려는 것 같았다.낙청연은 주먹을 꽉 쥐면서 말했다.“왕야께서 잊은 것이 있지 않습니까?”부진환은 위협적인 눈빛으로 그녀를 바라봤다. 그러더니 부드러운 눈빛으로 옆에 있던 낙월영을 바라보면서 그녀의 부어오른 뺨을 쓰다듬으며 다정하게 물었다.“괜찮느냐?”낙월영은 눈물을 머금은 채 고개를 저었고 불쌍한 척하며 말했다.“왕야, 언니 성격이 왜 저리 포악해지셨는지 모르겠습니다. 걸핏하면 저한테 손찌검하시고, 제가 잘못한 것이 있으면 말씀해주시면 될 것을.”그 말과 함께 낙월영의 시선은 부진환이 손에 든 향낭으로 옮겨졌고 그녀는 울먹이며 말했다.“이건 제 어머니께서 주신 것입니다. 제가 어릴 때부터 지닌 것인데… 언니께서 이것을 빼앗으려고 했습니다. 언니가 잘못 안 것이라 했지만 제 설명도 들으시지 않으셨죠…”낙월영은 말을 하면 할수록 억울한지 눈물을 뚝뚝 떨구었다.부진환은 손에 든 향낭을 보면서 돌연 미간을 구겼고 그 모습에 조바심이 난 낙청연은 얼른 입을 열었다.“왕야! 제게 약조하신 것을 잊으신 것이옵니까? 그것은 제 어머니의 유품입니다. 전 그 향낭만 있으면 됩니다. 다른 건 필요 없습니다.”그 향낭 안에 들어있는 것이 무엇인지는 몰랐으나 일월쇄가 있으니 아주 중요한 물건임이 확실했다.그것은 단지 낙청연 어머니의 신분과 관련된 것이 아니라 그녀의 비참한 죽음과도 연관이 있었다.낙청연은 심장이 목구멍까지 튀어 오른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그녀가 원하는 건 그 향낭뿐이었고 부진환이 그 향낭을 그녀에게 전해주기만 한다면 곧바로 그더러 수세를 써서 휴처해 달라고 할 것이고 다시는 그를 귀찮게 하지 않을 생각이었다.부진환은 미간을 잔뜩 구긴 채로 잠시 뜸을 들였다. 그는 많은 생각이 들었다.그러나 낙월영이 다시 울기 시작하자 부진환은 가슴이 아팠다.“돌려주마. 잘 챙기려무나.”낙청연은 부진환이 낙월영에게 향낭을 건네주는 것을 눈뜨고 지켜볼 수밖에 없었다.낙청연은 순간 숨을 쉴 수가 없었다.“부진
궁중 연회의 화려한 장식은 눈부시게 빛났고 모두 노래와 춤으로 태평성세를 찬미하고 있었다. 그야말로 시끌벅적했지만, 낙청연은 혼자 앉아서 궁중 연회가 끝나기만을 기다렸다.그녀에게 관심을 가지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헌데 갑자기 화려한 옷을 입은 궁녀가 술 한 주전자를 가져왔다.“왕비, 태후께서 하사하신 청계냥(清桂釀)입니다.” 금서(錦書)는 얼굴에 웃음기를 머금고 공손한 태도로 말했다.낙청연은 흠칫 놀랐다. 이분은 태후의 곁에서 시중드는 궁녀, 금서였다. “태후께 감사드립니다.”금서는 살짝 인사를 건네고 갔다. 아무 말도 하지 않았지만, 주위 사람들은 모두 보고 있었다.옆에서 있던 사람들이 작은 소리로 소곤거렸다. “보아하니 태후는 낙청연을 매우 좋아하는 것 같습니다. 그러니 대신 혼인한 중죄도 벌을 안 내리셨겠지요. 이제 보니 배후에 태후가 뒷받침해주는군요!”낙청연의 눈빛은 차가웠고 표정은 평온했다.대신 혼인해서 그녀가 치른 대가를 그녀들이 어찌 상상이나 하겠는가?의자에 앉아있던 부진환은 의미심장한 눈빛으로 멀지 않은 곳에 앉아있는 낙청연을 주시하더니 심오한 눈빛으로 술 한잔을 들더니 단숨에 마셔버렸다. 눈에는 분노가 들끓었다.마침내 연회가 끝나고, 낙청연은 일어서서 나가려고 했다.하지만 떠나려던 찰나 금서가 다가왔다. “왕비, 발걸음을 멈춰주세요!”금서는 활짝 웃으면서 친절하게 말했다: “태후께서 오늘 왕비가 음식을 별로 드시지 않으셨다고 아무래도 궁중 연회의 음식이 입에 맞지 않으신 모양이라고 하셨습니다. 그리하여 태후께서 특별히 간단한 요리를 준비하셨다고 왕비를 수희궁(壽喜宮)으로 모시라고 하셨습니다. 이따가 태후께서 사람을 시켜 왕비를 섭정왕부까지 모셔드린답니다.”듣고 있던 주위 사람들은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금서 고고(姑姑)는 태후의 곁에서 시중드는 궁녀이다. 그녀는 수희궁의 대소사를 장관하고 있었고 평시 교만하고 콧대가 높아 황상(皇上)을 대할 때도 이토록 친절하지 않았다.하지만 낙청연을 대하는 태도는 남달랐다.한편,
낙청연도 깜짝 놀랐다. 태후의 말씀은 참으로 단도직입적이었다. 전혀 체면을 봐주지 않았다.낙청연은 태후와 초면이 아니었다. 하지만 단독으로 태후의 부름을 받은 것은 처음이었다. 태후의 뜻을 알 수 없었기에 그녀는 조용히 의자에 앉아서 기다리는 수밖에 없었다.드디어 엄 태후는 다시 그녀를 바라보았다. “어찌 가만히 앉아만 있는 것이냐? 이 상위의 간식과 간단한 요리들은 애가가 특별히 너를 위해 준비한 것이니 어서 먹어 보거라, 입맛에 맞는지. 맛있다면 다음 궁중 연회 때는 이대로 준비하라고 할 테니!”낙청연은 약간 놀랐다. 그녀의 체면은 태후가 그녀를 위해 특별히 궁중 연회의 음식까지 준비해주실 정도로 크지는 않았기 때문이다.“태후의 호의에 감사드립니다. 저는 그저 오늘 입맛이 없었을 뿐입니다. 결코 궁중 연회의 음식이 입에 맞지 않은 것이 아닙니다. 태후께서 저를 위해 애를 쓰지 않으셔도 됩니다.”말을 듣더니, 태후의 얼굴에는 한 가닥의 흡족한 미소가 번졌다. “애가는 사람 보는 눈이 있구나, 참으로 참한 아이로 구나. 당초 섭정왕이 혼인하기 전에 애가는 네가 섭정 왕비의 자리에 더 잘 어울린다고 생각했다. 어질고 선량하고 또 규율을 잘 알고 전체 국면도 생각할 줄 아니, 어디 미천한 집안의 여인들과 비교가 되겠냐고 말이다.”태후의 말씀은, 분명히 낙월영이 옹색하다고 은근히 풍자하는 것이었다.낙월영은 머리를 숙이더니, 난처한 나머지 쥐구멍이라도 있으면 들어가고 싶었다.태후의 말씀을 듣고 낙청연도 그다지 기뻐하지는 않았다. 그저 담담하게 웃으면서 말했다: “태후의 특별한 보살핌을 받게 되다니, 이 또한 청연의 복입니다.”뜬금없는 호의는 없다.게다가 태후로부터의 호의라니!그녀는 알고 있었다.당연히 이 정도의 칭찬에 넘어가지 않는다.태후는 얼굴에 상냥한 미소를 띠더니 고개를 끄덕이었다. 두 눈은 낙청연에 대한 사랑으로 꽉 찼다. 그녀는 한탄하더니 말했다: “이토록 참한 아씨를 섭정왕은 아낄 줄 모르다니 참으로 안타깝구나. 애가는 정말 마음이
멍해진 그녀를 보더니, 태후는 친절하게 물었다: “어찌 그러느냐?”낙청연은 입술을 가리고 헛구역질하더니 다시 고점(糕點)을 내려놓았다. “요 며칠 영 입맛이 없습니다. 단 음식은 약간 구역질도 납니다. 태후님 면전에서 실례를 범했습니다.”태후는 살짝 놀라더니, 다시 웃으면서 말했다: “무방하다, 다른 것들을 먹어보거라.”태후는 시선을 옮기더니, 낙청연을 더 이상 주시하지 않았다.낙청연은 미간을 찌푸리고, 헛구역질이 올라오는 척하면서 아무것도 먹지 않았다.주양 행화고(酒釀杏花糕)에서 그녀는 분명 현금초(玄金草)의 냄새를 맡았다. 현금초는 냄새가 뚜렷하지 않지만 고충에게는 막대한 자극을 주어 고충의 활동을 유도하고, 심지어 알까지 낳아, 숙주에게 극심한 고통을 준다.고충을 본 낙청연은 갑자기 뇌우가 치던 그날 밤, 부진환의 몸에서 잡아낸 고충이 생각났다.그럼 그 고충도 태후의 짓이란 말인가?그렇다면, 그럼 지금 그녀가 이곳에 앉아서 음식을 먹고 차를 마시며, 낙월영이 뺨을 맞는 것을 구경하고 있는 것은 그녀를 끌어들이기 위한 수단이며 또한 그녀를 이용하여 부진환을 해치기 위한 것이다.이 의자는 쉽게 앉을 수 있는 자리가 아니었다.낙월영의 얼굴은 온통 피범벅이 되었고 참으로 눈 뜨고 볼 수 없었다. 살려 달라는 말조차 할수 없었다. 더욱이 궁녀는 그녀에게 말할 기회를 아예 주지 않았다. 오직 판자가 살을 때리는 소리와, 낙월영의 비명밖에 들리지 않았다.낙월영은 견디지 못하고 끝내 쓰러지고 말았다. 그제야 궁녀는 손을 멈췄다. “태후 마마, 보아하니 그녀는 더 이상 못 견딜 것 같습니다.”태후는 담담하게 쳐다보더니, “아직 몇 대 남았느냐?”“10대 남았습니다.”태후는 쌀쌀한 어투로 말했다: “10대 남았다고? 그럼 그만두거라, 이미 교훈을 얻었을 테니까.”“시간이 늦었으니, 금서, 사람을 시켜 섭정 왕비를 왕부로 모셔드리거라.”낙청연은 바로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럼 신첩은 이만 물러가겠습니다.”태후는 머리를 끄덕이더니 친절하게 말했다
이 또한 태후가 고의로 의도한 것 같았다. 마차가 섭정 왕부에 도착하자 마차를 몰던 시위가 말했다: “왕비, 도착했습니다. 하관은 이로서 궁에 돌아가 복명하겠습니다.”두 사람을 내려놓고 그는 다시 마차를 몰고 돌아갔다.그녀는 섭정 왕부에 모셔다 드렸지만 낙월영은 승상부로 데려다 주지 않고 오히려 섭정 왕부에 내려놨다. 부진환에게 낙월영의 참혹한 상태를 보여주기 위한 것이었다.왕부의 하인이 낙월영을 보더니 일시에 알아보지 못했다. 똑바로 보고나서야 너무도 놀라 아연실색해서 말했다: “둘째 소저! 세상에, 둘째 소저 어찌 된 일이십니까?!”낙월영은 일부러 힘없이 쓰러지는 척했다. 한 무리의 계집종들은 당황한 나머지 어찌할 바를 몰라 하더니 급히 그녀를 부축하여 왕부로 들어갔다. “빨리 빨리 빠리, 어서 고 신의를 모셔오세요.”모두 몹시 당황해했다.낙월영은 분노하여 낙청연을 노려보았다. 그 눈빛은 마치 말을 하고 있는 것 같았다: 너 딱 기다리거라!낙청연은 미간을 찌푸린 체 사색에 잠겨 대문에 발을 들여놓았다.그녀의 비만증은 아직 낫지 않았기에 무력을 발휘할 수 없다. 하여 유품을 억지로 뺏았는 건 불가능했다. 허나 이대로 섭정왕부에서 쫓겨난다면 또 너무 억울하다!그녀는 곧바로 자신의 정원으로 갔다. 등 어멈과 지초가 다가왔지만 그녀는 그들을 뒤로하고 문을 닫아 버렸다.그녀는 자신의 점괘를 보았다.응겁확생(應劫獲生)이다.점괘로 봐서 그녀는 아직 생존의 기회가 있다.보아하니, 왕부의 하늘 위에 피어올랐던 피안개가 바로 그녀의 전기인 것 같다.“왕비, 어찌 그러십니까?” 지초는 문 밖에서 소리쳤다.낙청연은 나침반을 치우고 말했다: “들어오거라.”지초는 그제야 문을 밀고 다과상을 들고 들어왔다. “왕비, 궁중 연회에서 별로 드시지 못하신 것 같아서 요깃거리를 좀 준비했습니다. 왕비, 좀 드셔 보시겠습니까?”낙청연은 고개를 흔들더니 말했다. “내려 놓거라, 지금은 입맛이 없구나.”“왕비, 오늘 돌아오신 뒤로 좀 이상합니다. 제가 방금 후원의
이 순간 부진환 온 얼굴의 노의는 사람을 죽일 것만 같았다. 낙청연은 더는 말하지 않았다.시위들이 정원으로 들어오더니 낙청연의 어깨를 누르고 그녀를 바닥에 눌러 앉혔다. 시위 한 명이 곤장을 들고 다가왔다.낙월영의 두 눈은 미움과 복수의 통쾌함으로 꽉 찼다. 그녀는 낙청연을 천만 배 이상의 고통으로 되갚아 주지 못하는 것이 한스러웠다!낙청연은 매서운 눈빛으로 부진환을 쳐다보았다. 싸늘한 눈빛에는 오기와 분노로 가득 찼다. 부진환은 미간을 찌푸렸다. 왠지 이마의 핏줄이 당기듯이 욱신욱신 아파 났다. 그는 아예 시선을 옮기더니 큰 소리로 명했다: “때려라!”“부진환! 너를 믿지 말았어야 했어!’ 낙청연의 어투는 날카로웠다.부진환의 미간는 더욱 찌그러들었다. 뒷짐을 지고 있던 두 손은 주먹을 쥐고 감정을 억제하고 있었다. 지금 그의 머리는 터질 것만 같았고 몹시 괴로웠다. 그는 이러한 이유를 알 수 없었다.손 바닥만큼 넓은 판자는 낙청연의 얼굴을 향해 사정없이 날아왔다. 순간 낙청연은 가슴은 철렁내려 앉았다. 머리를 들고 피안개를 쳐다보았다. 피안개는 이미 널리 펴지기 시작했다. 그 범위 또한 작지 않았다. 하지만 이 왕부는 아직도 평온했다.이때, 다급한 그림자가 정원으로 뛰어 들어왔다. 동시에 소유의 초조한 부름 소리가 들렸다: “왕야, 큰 일 났습니다!”칠흑 같은 판자가 갑자기 날아오자 낙청연의 미간은 흔들리더니 머리를 번쩍 들고 피했다.판자는 사정없이 그녀의 면전을 스쳐지나 가면서 매섭고 칼 같은 바람을 불러 일으켰다.시위는 헛손질에 두 걸음 비틀거렸다.낙청연은 미간을 찌푸렸다. 정말 죽을 힘을 다했구나, 부진환은 너무 독했다. 이건 분명 때려 죽일 생각이었으니까!부진환은 낙청연이 피하는 것을 보고 화를 내려다가 소유가 초조하게 달려오는 모습을 보더니 불괘하다는 듯이 눈살을 찌푸리더니 물었다: “무슨 일인데 이토록 당황해하는거나!”소유의 표정은 무거웠다. “후원의 하인들이 연이어 미친 증세를 보입니다. 칼을 들고 방에서 난도질하고 있습니
부소는 깜짝 놀라 다급히 부원뢰를 업으려 했다.“아버지를 데리고 도성에 가서 의술이 더 뛰어난 의원을 찾겠습니다!”“분명 방법이 있을 것입니다!”부원뢰는 부소의 손을 잡아당겼다.“콜록... 내 몸은 내가 잘 알고 있다. 난 시일이 얼마 남지 않았다.”“사람은 결국 죽을 테니, 그렇게 걱정하지 말거라.”부원뢰는 힘없이 말하며 그를 위로하려 억지 미소를 지으며 부소의 손등을 두드렸다.“어떻게 이럴 수가...”부소는 이 사실을 받아들일 수 없었다.부원뢰는 길게 한숨을 쉬었다.“나도 생각지 못했다.”“네가 장가를 가고 아이를 낳는 것도 보지 못했는데, 아쉬움을 품고 가야 할 것 같구나.”말을 마치고 그는 옆에서 눈시울을 붉히고 있는 옥교를 보며 그녀를 향해 손을 흔들었다.“아가씨, 하나만 묻겠네. 부소가 마음에 드느냐?”옥교는 멈칫하다 저도 몰래 고개를 돌려 부소를 바라보았다.부원뢰가 말했다.“너에게 물은 것이니, 부소를 보지 말거라.”“내가 곧 죽는다고 해서 듣기 좋은 말로 위로하려 하지 말거라. 난 그저 사실을 듣고 싶을 뿐이다.”옥교는 조금 쑥스러웠지만 그래도 솔직하게 고개를 끄덕였다.부원뢰는 그녀의 손을 잡고 품에서 피로 물든 옥팔찌 하나를 꺼내 꼼꼼히 닦은 후 옥교에게 건네주었다.“이 팔찌는 부소 어머니의 혼수다. 이번에 이곳으로 온 것도 부소 어머니의 임무를 받고 온 것이다. 네가 참 마음에 드는구나. 앞으로 두 사람이 함께 있든 아니든 이 팔찌를 받기를 바란다.”“내 소원을 들어준다고 생각하거라. 그렇지 않으면 죽어서도 부소 어머니의 임무를 완수하지 못한 것이 한이 될 것이다.”옥교는 그 말을 듣고 놀라기도 했고 난처하기도 했다.그녀는 부소의 마음도 모르는데 어떻게 며느리의 신분을 의미하는 받을 수 있겠는가.게다가 이 옥팔찌는 너무도 귀하다.부소도 그녀가 난처한 것을 알고 말했다.“그냥 받으시오.”옥교는 그제야 팔찌를 받았다.그녀는 나중에 부소에게 돌려주기로 생각했다. 그녀는 부소가 아버지의 아쉬움을 달래
눈시울을 붉히고 눈물이 그렁그렁한 송천초의 모습을 보며 초경은 마음이 아프면서도 못내 기뻤다.그는 참지 못하고 고개를 숙여 그녀의 입술에 뽀뽀했다.그는 작은 소리로 말했다.“가치가 있다고 하면 가치가 있는 것이오!”초경은 별처럼 반짝이는 눈동자로 그녀를 부드럽게 바라보았다. 그의 확고한 눈빛에 송천초는 저도 몰래 팔을 들어 그의 목을 휘감고 더욱 적극적인 대답을 했다....송천초는 날이 밝자마자 깨어났다.그녀는 옆에 누워 있는 초경을 보고 참지 못하고 손을 뻗어 그의 얼굴을 어루만지며 그에게서 시선을 돌리려 하지 않았다.“뭘 그렇게 보는 것이오? 그렇게 좋소?”갑자기 눈을 뜬 초경이 입꼬리를 올렸다.“깨어나셨습니까?”“본디 잠이 많지 않소.”초경은 말하면서 얼굴을 쓰다듬고 있던 송천초의 손을 잡고 잡아당겼다.“왜 그러시오? 아침부터 왜 그리 걱정이 많은 것이오?”“다음 생에 당신처럼 잘해 주는 사람을 다시 만날 수 없을 것 같습니다.”송천초는 그의 손을 꼭 잡고 진지하게 그를 바라보았다.“다음 생에 꼭 일찍 저를 찾아오십시오.”“다음 생이 지나도 마찬가지입니다.”초경은 그녀의 말에 웃음을 터트리고 진지하게 고개를 끄덕였다.“좋소. 다음 생에도 앞으로도 꼭 일찍 찾아 지켜줄 것이오.”“평생 지켜줄 것이오.”그 말을 듣고 송천초가 진지하게 말했다.“그럼, 수명도 아껴야지 않겠습니까? 수명이 줄면 어찌 저를 평생 지켜줄 수 있습니까?”초경은 멈칫하다 마음이 따뜻해져 그녀를 꼭 안았다.“좋소. 자네의 말을 듣고 소중히 아끼겠소.”“하지만 동하국을 없애는 일은 이미 부진환에게 승낙했으니, 약속을 어길 순 없지 않소?”“걱정하지 마시오. 이 일은 큰 영향을 주지 않을 것이오.”“앞으로 뭐든 자네의 말을 듣고 수명을 소중히 여기며 평생 당신을 지켜줄 것이오.”송천초도 그를 꼭 껴안았다.“좋습니다.”-며칠 후, 이한도 쪽에서 고강해를 미끼로 삼아 그를 구하려는 사람을 몇 명 잡았다.심문하자, 그들은 모두 왕자를 구하러
막사로 돌아간 후 부진환은 계획을 짜기 시작했다. 그는 고강해를 미끼로 삼으려고 이한도로 데려갔다.그리고 동하국에 소식을 전해 투항을 권했다.3일도 지나지 않아 동하국 선박이 이한도 부근에 와서 고강해가 정말 이한도에 있는지 알아보려 했다.그와 동시에 송천초와 초경도 청주를 찾아왔다.부진환은 소식을 듣고 직접 맞이하러 가서 열정적으로 접대했다.세 사람은 정원에 술과 안주를 준비했다.부진환은 술을 따르고 말했다.“여제께서 두 사람이 올 것이라 편지를 보냈는데 이렇게 빨리 올 줄은 몰랐소. 왜 며칠 더 놀다 오지 않은 것이오?”송천초가 눈썹을 치켜올렸다.“이젠 여제라 부르는 것입니까? 괜히 낯설어 보이십니다.”부진환은 멈칫하다 웃으며 답했다.“보는 눈도 많은데 마음대로 여제의 이름을 부르는 것이 예의가 아니지 않소. 이미 여제라 부르는 것이 익숙하오.”“하긴 여국의 부 태사시니, 여제께 무례를 범하며 안 되시지요. 이렇게 빨리 여국으로 오실 줄 몰랐습니다. 부 태사 같은 분은 정말 흔치 않습니다.”“자, 제가 한 잔 드리지요!”송천초는 술잔을 들고 단숨에 다 마셨고 부진환도 잔을 들어 술을 마셨다.두 사람은 전쟁에 대해 이야기를 꺼내지 않았지만, 초경이 마음이 급한 듯 먼저 입을 열었다.“동하국과의 전쟁은 어떻게 되었소?”“동하국 위치는 알아낸 것이오? 내가 가서 그들을 죽일 것이오.”“절대 늦어서는 안 되오.”부진환은 살짝 당황했다.“그리 조급해하는 것이오?”초경은 천천히 음식을 먹으며 물었다.“빨리 없애는 것이 좋지 않소?”“일찍 끝내야 천초가 매일 같이 걱정을 하지 않을 것이오.”부진환이 웃으며 답했다.“동하국의 위치는 이미 사람을 보내 알아보고 있소. 아마 곧 소식이 있을 것이오.”“하지만 자네는 이제 보통 사람이 아니오. 나라 사이의 전쟁에 끼어들면 수위에 영향을 끼치지 않겠소?”사실 이 일은 초경이 나설 일이 아니다.평소 송천초를 지키기 위해 사람을 몇 명 죽이는 것은 괜찮지만, 나라 사이의 전쟁은 결코
고강해가 고개를 끄덕였다.“그렇소. 그들이 원하는 것은 열쇠요.”“하지만 다들 열쇠가 가짜라는 것을 모르고 있소.”부진환은 곰곰이 생각하다 또 좋은 계획이 떠올랐다.그가 물었다.“당신을 대신한 형제들과 고옥서 남매를 제외하고 몇 명의 성인 형제자매가 있는 것이오?”고강해는 생각하다 답했다.“아홉 명이 더 있소.”이 숫자에 부진환은 살짝 놀랐다.동하국 왕의 자식이 이렇게 많은 줄 몰랐다.“아홉 명 전부 동하국에 있는 것이오? 왜 나타나지 않는 것이오?”고강해가 답했다.“우리는 서로 싸우는 사이라 아무도 서로 굴복하고 지휘받는 것을 원하지 않소.”“그래서 따로 병사를 통솔하고 있소. 그래야 공로를 세워도 다른 사람과 나눌 필요가 없소.”“내가 잡히자, 고옥서가 오지 않았는가?”부진환은 그 말을 듣고 가볍게 웃었다.“그렇게 서로 싸우면서 뿔뿔이 흩어져 어찌 여국을 상대하려는 것이오?”고강해가 말했다.“우리에게는 약사가 있소. 그녀가 얼마나 대단한지 자네는 모르오.”“여국의 풍수사가 강하다고 하지만, 그녀의 손가락 하나에도 비길 수 없소.”그 말을 듣고 부진환이 물었다.“전쟁을 오랫동안 했는데, 그 대단하다는 약사는 왜 아직도 나타나지 않는 것이오?”“정말 궁지에 몰리지 않은 이상 약사는 동하국을 떠나지 않을 것이오.”“약사는 스무살에 동하국으로 왔고 이미 30년이라는 세월이 흘렀소. 하지만 약사는 아직도 스무살 때의 얼굴을 유지하고 있소. 어찌 비긴다는 말이오?”“약사는 마음만 먹으면 언제든지 여국을 평정할 수 있소.”비록 부진환은 이런 허풍을 믿지 않지만 그렇다고 섣불리 적을 얕볼 순 없다.“약사가 그렇게 대단하면 어찌 이렇게 많은 동하국 사람의 희생이 필요하오? 어차피 약사는 동하국 사람이 아니니, 동하국을 위해 목숨을 바치지 않을 것이오.”부진환이 단번에 중점을 꼬집어 말하자 고강해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부진환이 말을 이었다.“게다가 당신이 잡혀도 아무도 구하지 않을 것이오.”“형제자매들은 자네가 죽기를
“왜 계속 당신을 남겨두었는지 알고 있소?”부진환이 천천히 입을 열었다.고강해는 고개를 떨구고 힘없이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동하국 왕자이기 때문에 남겨 두면 반드시 쓸모가 있을 것이라 생각했소.”“하지만 동하국 사람이 당신을 죽이려 할 줄은 생각지 못했소.”고강해는 그 말을 듣고 천천히 고개를 들어 올렸다.“무슨 말이 하고 싶은 것이오?”“자네는 이젠 아무런 가치가 없소.”고강해는 자신의 처지를 비웃듯 입꼬리를 올리고 답했다.“사실 난 잡힌 순간부터 아무런 가치도 없었소.”“동하국에는 황자가 많으니, 나 하나 없다고 문제 될 것 없소.”“하지만 그들이 그렇게 나를 죽이려 할 줄은 몰랐소. 도망가는 와중에도 나를 쏘려고 했소.”“하지만 우리는 형제 사이의 정이 없었소. 그저 경쟁과 싸움뿐이었소.”부진환은 그가 많은 말을 하자, 계속 물었다.“그저 싸우는 사이라면 어찌 자네를 그렇게 미워하는 것이오? 구하지 않는 것도 망정이지, 왜 죽이려 하는 것이오?”고강해가 답했다.“그들은 나한테서 무언가를 얻으려 하오.”“만약 그것을 얻는다면 새로운 왕자가 될 수 있소.”부진환은 그에게 시선을 돌렸다. 고옥서가 고옥언을 구할 때, 그는 옆 방에서 그들의 대화를 듣고 있었고 고강해 시체에서 뭔가를 갖고 가겠다는 것을 들었다.“그게 무엇이오?”고강해는 대답하지 않고 느릿느릿 말을 이었다.“우리 동하국에는 존경받는 약사가 있소.”“하지만 과거 그녀는 동하국의 제압을 받던 일반 의원이었소. 독을 만들 줄 알기에 우리의 핍박을 받고 독을 만들었소.”“그녀는 여국인이지만 진법으로 인해 밖으로 나와 다시는 돌아가지 못했소. 그렇게 떠돌다 그녀는 동하국으로 왔고 늘 여국으로 돌아가고 싶어 했소.”“그녀의 계획은 줄곧 실패했고 그녀는 마지막으로 홀로 바다에 갔소. 그날 그녀는 파도 때문에 배가 뒤집혔지만, 마침 바다 밑에서 보물을 발견했소.”“오래된 침몰선이 해저에서 거대한 궁전이 된 듯한 모습이었고, 그녀는 그 안에서 많은 보물을 얻었고 특
고강해는 절망에 휩싸여 눈을 감고 죽음을 맞이했다.하지만 이때, 옆에서 화살이 날아가 정확히 고옥서가 쏜 화살을 떨구었다.고옥서는 그 모습을 보고 화를 내며 활을 내던지고 재빨리 마차를 이끌고 그곳을 떠났다.이내 그 마차는 사람들의 시선에서 벗어났다.병사들도 신속히 그들의 뒤를 쫓았고 성문에 걸린 고강해도 내려져 감옥으로 데려갔다.고옥서와 고옥언은 바닷가로 도망쳐 작은 배를 찾아 먼저 숨을 곳을 찾기로 했다.하지만 너무 빨리 쫓아온 병사들 때문에 두 사람은 숨을 곳 없이 훤히 모습을 드러냈다.두 사람은 힘껏 노를 저어 떠나려 했다.바다에서 힘에 부쳐 곧 쫓기려는 그때, 눈앞에 동하국의 배 한 척이 나타났다.그리고 배 위에는 동하국 깃발이 달려 있었다. 고옥서는 미리 계획한 배가 마침 인근에 왔다고 추측했다.두 사람은 지푸라기라도 본 듯이 배 위에 있는 사람에게 인사를 했고 곧 배에 올랐다.“어서 돌아가거라! 병사가 쫓아왔다!”고옥서가 다급히 명을 내렸다.하지만 배는 바다에 멈춰 꼼짝도 하지 않았다.고옥서는 눈살을 찌푸리고 배 위의 사람들을 바라보았다.“무엇들 하는 게냐? 귀가 먹은 것이냐?”비록 배 위에 있는 사람들은 모두 동하국 병사였지만 이상하게 제자리에 서서 움직이지 않았고 그녀의 말도 신경 쓰지 않았다.고옥서는 병사들이 곧 쫓아올 것 같아 조바심을 내며 그들에게 한바탕 욕설을 퍼부었다.하지만 그들은 여전히 제자리에 서서 움직이지도 않고 말도 하지 않았으며 배도 움직이지 않았다.고옥서는 어딘가 잘못됐다는 것을 느끼고 고옥언을 끌고 배에서 뛰어내리려 했다.하지만 그때, 선실에서 청주군 병사들이 뛰어나와 단번에 그들을 포위했다.배에서 뛰어 내리려 해도 이젠 뛸 수 없었다.그리고 추격하던 병사들도 가까이 도착해 그들의 배를 겹겹이 에워쌌다. 그리고 배 위에는 부소가 서 있었다!그녀는 놀란 나머지 절망스러웠다. 고옥서는 화를 내며 동하국 사람을 붙잡았다.“적들을 도와 우리에게 함정을 파놓은 것이냐?”상대는 울먹이는 말
결국 다들 시선을 부소에게로 옮겼다.부소는 멍하니 자기를 가리키며 물었다.“나한테 가라는 것이오?”“그것도 아니지 않소?”부진환이 말했다.“주락과 계진 둘 다 싸늘한 표정을 짓고 있는데, 미인계에 넘어가게 생겼소?”“자네의 연기가 비슷할 것 같소.”부소가 다급히 말했다.“다른 사람을 찾으면 되지 않소?”“다른 사람은 마음이 놓이지 않소.”부소는 한참 고민하다 잔에 담긴 차를 단숨에 다 마셨다.“가면 될 것 아니오!”“좋은 소식 기다리시오!”부소는 말을 마치고 자리에서 일어났다.부진환이 그를 불러 세웠다.“오늘 이미 심문을 받았으니, 지금 가는 것은 너무 티가 날 것이오. 급할 것 없이, 내일 다시 가시오.”-다음 날 저녁.부소는 부진환이 말한 대로 고옥서를 심문하러 갔다.부 태사가 오지 않았다는 것을 알고 고옥서는 전쟁 때문에 그가 오지 못했다고 생각했다.역시 부진환의 추측대로 고옥서의 계략 중 하나가 바로 미인계였다.부 태사에게는 통하지 않았지만, 부소는 다르다.한바탕 유혹하고 난 후, 고옥서는 기회를 잡아 부소와 단둘이 있게 되었다. 그녀는 고옥언이 갇힌 위치를 알아내고 부소가 방심한 틈을 타서 독 가루를 뿌려 그를 쓰러트렸고 감옥 문 열쇠를 훔쳐냈다.그리고 그녀는 독으로 감옥을 지키고 있던 옥졸을 쓰러트리고 고옥언이 갇힏 곳을 찾아 고옥언을 구출했다.“누나!”고옥언은 감격에 겨웠다.“어찌 온 것입니까? 동하국이 청주성을 뚫은 것입니까?”고옥서는 사방을 경계하며 말했다.“아니다. 홀로 너를 구하려 들어온 것이다.”“일단 이곳을 떠날 방법을 생각해야 한다.”두 사람은 조용히 감옥을 떠나려 했다. 하지만 감옥 끝에 있는 철문을 보고 고옥언이 발걸음을 멈추었다.“누나. 고강해가 저곳에 갇혀 있는 것 같습니다.”“데리고 가실 겁니까?”고옥서는 바로 거절했다.“안 된다. 너무 위험한 상황이라, 우리도 나갈 수 있을지 모른다.”“누나. 저는 그저 고강해가 지니고 있는 열쇠를 말한 것입니다.”그 말을 듣고
“정말인 것이냐? 동하국에는 나를 거절할 수 있는 남자가 없다.”그 말을 듣고 부진환이 차가운 말투로 말했다.“동하국 사람들이 워낙 적으니, 그럴만하다.”고옥서의 안색이 살짝 변했다.“정말 단호하구나.”말을 마치고 고옥서는 실망스러운 표정으로 옷을 입었다.부 태사에게 미인계가 통하지 않을 줄 생각지도 못했다.“인내심이 없으니, 더 이상 쓸데없는 말을 하지 말거라.”부진환이 천천히 몸을 돌려 불쾌한 듯한 말투로 입을 열었다.고옥서는 어쩔 수 없이 답했다.“내 동생을 구하러 왔다.”“동하국 왕자, 고강해.”“너에게 잡힌 지 오래되었는데, 아직 살아 있는 것이냐?”부진환은 놀라지 않았다.“얼마 전에 그를 구하려는 사람이 적지 않았다. 다들 실패했는데, 너라고 성공할 거라 생각한 것이냐?”고옥서가 가볍게 웃었다.“확신이 없다면 어찌 왔겠느냐? 청주성에서 순찰하는 청주군도 많지 않은 듯한데, 다들 바닷가로 갔나 보구나.”“동하국의 배가 부담을 준 것이냐?”부진환이 담담하게 그녀를 힐긋 보고 답했다.“쓸데없는 걱정이구나.”말을 마치고 부진환은 몸을 돌려 떠났다.부진환의 반응을 본 고옥서는 전쟁의 상황이 부 태사에게 큰 부담이 되었고 막사마저 사라졌을 것이라 추측했다.그렇지 않으면 부 태사가 어찌 안색을 바꾸었겠는가?그렇게 생각한 고옥서는 자신감에 찬 미소를 지으며 철문을 바라보았다.감옥에서 나간 부진환은 눈살을 찌푸리고 생각에 잠겼다. 부소가 와서 그를 부른 것도 듣지 못할 정도였다.부소는 빠른 걸음으로 달려가 그의 어깨를 두드렸다.“왜 그리 넋을 놓고 있소? 여러 번 불러도 도통 반응이 없었소.”“심문하러 간 동하국 여인은 어떻게 되었소? 안색이 좋지 않소.”부진환이 심각한 표정으로 말했다.“청주성에 들어와 동하국 왕자이자 그녀의 동생 고강해를 구하러 왔다고 순순히 말했소.”부소가 깜짝 놀랐다.“고강해 말이오?”“그런 뜻으로 말했소. 하지만 고옥서라는 이름을 들으니, 고옥언과의 관계가 궁금해졌소.”“나이를 보니
“모든 것이 예전처럼 회복될 것입니다.”차강남은 고개를 끄덕이고 계속 앞으로 걸어갔다. 그는 황량한 이한도의 모습을 바라보며 단호한 눈빛으로 말했다.“다 잘될 것이다.”그는 이한도를 예전의 모습으로 만드는 것이 시간문제일 것이라 믿는다.마음만 먹으면 반드시 해낼 수 있을 것이다.-저녁이 되자 바닷가의 막사는 고요함을 되찾았다. 전쟁의 흔적은 온데간데없이 깨끗이 청소되었다.옥에 갇힌 고옥서는 아직도 동하국의 병사들이 매복을 당해 전쟁에서 지고 도망친 것을 모르고 있다.그녀는 옥에 끌려간 후 동생의 모습을 보고 싶어 두리번거렸지만 계속 그를 찾지 못했다.지하 감옥의 가장 깊은 곳에는 철문이 하나 있었다. 엄격하게 지키는 것으로 보아 중요한 죄수를 수감하는 곳 같았다.그녀는 철문과 멀지 않은 곳에 있는 옥에 갇혀 있었다.위치가 적합하니, 기회만 생기면 동생을 구출할 수 있을 것이다.그녀는 늦게까지 누군가 오기를 기다렸다.하지만 감옥에 온 사람은 부진환이었다.고옥서는 입꼬리를 올렸다.“부 태사?”부진환은 차가운 눈빛으로 그녀를 바라보았다.“네가 바로 동하국의 공주구나.”“몇 번 교전할 때, 네가 지휘하는 것을 보았다. 하지만 아쉽게도 용기에 비해 계략이 부족하더구나.”“홀로 청주성에 들어오다니. 정말 청주군의 눈이 멀었다고 생각하는 것이냐?”고옥서는 천천히 바닥에서 일어나 문 앞까지 걸어가 웃으며 말했다.“부 태사는 역시 대단하구먼.”“중독된 사람들과 달리 아직도 멀쩡하게 기운이 남아도는구먼.”“바깥 상황은 어떠하냐? 부 태사의 막사는 지켜낸 것이냐?”고옥서는 일부러 그를 비웃으려 득의양양하게 비꼬았다.하지만 부진환은 표정 변화 없이 그냥 싸늘하게 그녀를 보고 있었다.하지만 고옥서는 그의 뜻을 지키지 못했다고 이해했다.하지만 청주성은 아직 뚫리지 않은듯하다.“이름이 무엇이냐? 동하국에 내세울 사람이 없는 것이냐? 어찌 여인을 보내 전쟁을 지휘하게 하는 것이냐?”부진환이 차가운 목소리로 물었다.고옥서는 입꼬리를 올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