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청연은 진 어멈에게 말했다: “오늘은 이만 쉰다고, 내일 다시 오라고 전해주시오.”“예.” 그렇게 진 어멈은 떠났다.낙운희는 깜짝 놀라 낙청연을 바라보았다: “부 공자라는 사람이 당신한테 미쳐 돈을 많이 쏟아부었다고 들었습니다. 설마 부가가 수상하다고 느껴 일부러 접근한 것입니까?”낙청연은 대답했다: “같은 일은 아니지만 이제야 같은 세력이라는 걸 발견했다.”“말하자면 너무 길구나. 천천히 들어보거라.”낙청연은 잠깐 생각하다 벽해각의 일부터 하나하나 얘기해주었다.낙운희는 방 안에 앉아 밤새 낙청연의 이야기를 들었다.다 듣고 나니, 낙운희는 깜짝 놀라 감탄할 수밖에 없었다.“청루에서 이렇게 많은 단서를 찾아내고, 이렇게 많은 일을 했다니… 정말 놀랍습니다.”“하지만 전… 누구에게나 이용당하는 바보 같습니다…”이제야 과거의 낙운희는 얼마나 쓸데없는 짓을 하며 돌아다녔는지 깨달았다.예전의 낙운희는 할아버지와 어머니가 있으니, 무슨 짓을 하든 상관없었지만 이제와서 생각해보니 그런 자신의 모습이 너무 우스웠다.저도 모르는 사이에 날이 밝았다.낙청연은 관부에 가서 서송원에 대해 알아낸 게 있는지 물어보려 했다.서송원이 범인이라고 내놓으면 일을 너무 대충 처리하는 것 같았다. 어떻게든 배후에 누군가의 지시는 없었는지, 무엇때문에 태부부를 멸문했는지 정도는 조사해내야 한다.하지만 그날, 낙랑랑과 범산화가 경도에 돌아와 태부부로 향했다.대문에 들어가기도 전에 낙랑랑은 바닥에 주저앉아 눈물을 주체할 수가 없었다. 몸도 제대로 가누지 못하며, 충격이 큰 모양이었다.범산화도 가슴이 아파 옆에서 위로했다.멀지 않는 곳에서 이 모습을 지켜본 낙청연은 가슴이 꽉 막힌 듯 숨을 쉴 수가 없었다.이렇게 큰일은 절대 감출 수가 없었다. 하지만 낙랑랑은 낙청연의 생각보다 더 일찍 도착했다.이때, 멀지 않은 곳에서 마차 한 대가 멈춰섰다.부진환이 마차에서 내리자 마침 또 한 대의 마차에서 낙월영이 내렸다.“왕야, 오셨습니까.” 낙월영은 창백한 얼굴에 비통
범산화는 잠깐 당황하더니 몸을 돌려 부진환을 따라 떠났다.낙청연은 본래 심장이 철렁했으나 그 장면을 보고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고 걸음을 옮겨 태부부로 들어갔다.태부부에 들어서니 낙월영이 낙랑랑에게 하는 얘기가 들렸다.“운희의 죽음에 저도 아주 마음이 아픕니다. 비록 아직 범인을 찾지는 못했으나 그렇게 간단한 일은 아니라고 생각되는군요. 운희는 어쩌면 누군가에게 밉보였는지도 모릅니다.”그 말에 낙랑랑은 깜짝 놀라서 물었다.“그게 누구냐?”낙월영은 심각한 어조로 말했다.“부설루에 부설이라는 자가 있습니다. 그자는 절 해치려고 했는데 때마침 운희에게 들켰지요. 그래서 운희는 관청에서 저를 위해 증언했습니다. 어쩌면 그 때문에 이런 일을 당한 걸지도 모릅니다. 운희가 두 번째로 증언하러 관청에 가달라고 부탁했을 때 태부부에 이런 사건이 터졌지요.”낙월영은 울면서 말했다.“전부 제 탓입니다. 제가 증언을 해달라고 하지 않았다면 운희도 죽지 않았을 겁니다.”그 비통한 모습은 언뜻 보면 진짜인 듯했다.낙랑랑은 곤혹스러운 표정이었다.“부설?”그녀는 그 이름을 들어본 적이 없었다.낙랑랑이 낙월영의 말에 현혹될까 걱정됐던 낙청연이 앞으로 나서려는데 낙랑랑이 눈물을 닦으며 말했다.“난 관청에서 찾은 증거를 믿는다. 운희가 부설과 모순이 있었다고 해도 태부부에 이런 일이 생긴 건 부설의 짓이라 단정 짓기 힘들지. 난 관청이 우리에게 만족스러운 답을 줄 것이라 믿는다. 그들은 절대 내 가족을 해친 사람들을 놓아주지 않을 것이다!”낙랑랑의 눈빛이 순간 날카로워졌고 낙운희는 심장이 덜컥했다.낙청연은 가볍게 웃음을 흘리더니 서서히 걸어갔다.“낙씨 가문의 둘째 아씨는 적반하장을 참 잘하시는군요.”낙월영의 안색이 흐려졌다.“무슨 뜻입니까?”“제 말이 무슨 뜻인지는 월영 낭자께서 가장 잘 알고 계시지 않습니까? 듣기 싫은 얘기겠지만 듣고 싶으시다면 랑랑 낭자의 앞에서 얘기할 수도 있습니다.”그녀의 위협에 낙월영은 심장이 철렁 내려앉았고 울며 겨자 먹기로
“최근 계양에 이상한 사람들이 나타났거나 집안에 이상한 낌새들이 보이지는 않았는지 물으셨습니다. 그리고 랑랑을 꼭 잘 보살펴야 한다고, 그렇지 않으면 절 죽이겠다고 하더군요.”범산화는 그 말을 할 때 긴장과 두려움으로 인해 침을 꿀꺽 삼켰다.그의 표정에서 낙청연은 그의 두려움을 알 수 있었다. 그는 진짜 부진환의 위협에 겁을 먹은 듯했다.하지만 낙청연은 부진환이 범산화에게 이러한 얘기를 할 줄은 상상하지 못했다.“최근 계양에는 별일 없습니까?”낙청연이 걱정스레 물었고 범산화는 고개를 끄덕였다.“별일 없습니다. 집안도 평온하고 아무 일 없습니다.”그렇다니 다행입니다. 낙씨 가문에 이제 랑랑 낭자 혼자 남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뒷배가 없는 건 아니지요. 혹시나 범씨 가문에서 랑랑 낭자를 홀대한다면 섭정왕부는 절대 당신들을 용서하지 않을 것입니다.”범산화는 겁에 질린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잠시 뒤, 랑랑이 운 듯한 얼굴로 걸어 나왔다.“어머니를 묻었으니 한번 가봐야겠습니다.”범산화는 급히 그녀를 부축했다.“나와 함께 가지.”낙랑랑은 낙청연을 보았다. 그녀의 눈빛을 보니 낙청연의 신분을 이미 알고 있는 듯했다. 그녀는 낙청연의 손을 잡고 말했다.“수도에서 잘 지내야 합니다.”“랑랑 낭자도요.”낙청연은 고개를 끄덕였다.“저희는 어머니를 보러 간 뒤 계양으로 돌아갈 생각입니다. 그러니 여기서 작별 인사를 해야겠군요.”낙랑랑은 눈시울이 붉었지만 부드러운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가는 길에 조심하세요.”범산화는 낙랑랑을 부축해 마차에 올랐고 두 사람은 마차를 타고 떠났다.가는 길에 낙랑랑은 참지 못하고 옷깃으로 눈물을 닦았고 범산화는 그런 그녀를 위로했다.“랑랑, 우리 아이를 낳는 게 어떻겠소?”그 말에 낙랑랑은 깜짝 놀라더니 이내 미간을 구기며 말했다.“제 가족들이 전부 죽은 지금 저에게 아이를 갖자고 하신 겁니까?”범산화가 급히 해명했다.“난 그 뜻이 아니었소. 당신은 혈육들을 전부 잃었지만 아이를 낳는다면 그 아이 또한 당신
그녀는 현재 범산화와 아이를 낳을 생각이 없었다. 지금도 없으니 어쩌면 앞으로도 없을지 몰랐다.범산화는 심장이 철렁 내려앉아 목소리를 낮추며 말했다.“랑랑, 나도 그러고 싶지 않소. 내 마음속에는 당신뿐이오. 앞으로도 영원히 그럴 것이고. 난 그 사람들의 험담에 당신이 상처받을까 걱정되서 그러오. 난 당신이 억울한 일을 당하는 걸 원치 않소.”낙랑랑은 미간을 구겼다.“전 지금 그런 얘기들을 듣고 싶지 않습니다. 그러니 그만하시겠습니까?”범산화는 고개를 끄덕인 뒤 입을 다물었다.-저녁때 무영에게서 연락이 왔다. 오늘 부군이 외출해 하완이 홀로 집에 있다고 말이다.그래서 그날 밤 낙청연은 옷을 갈아입은 뒤 낙청연의 못생긴 가면을 쓰고 복록길로 향했다.낙운희 또한 검은색 옷을 입고 검은색 모자를 썼다.정원 밖에 도착하자 아이의 기침 소리가 들렸고 하완은 조바심이 나서 말했다. “영영(鶯鶯)아, 집에 가만히 있거라. 어머니가 약을 사 오마.”곧이어 방 안에서 물건들이 쏟아지는 소리가 들렸다. 아마도 하완이 앞이 안 보여 급한 마음에 물건들을 쓰러트린 듯했다.곧 하완은 돈을 챙겨서 떠났고 낙청연은 몸을 숨겼다.하완은 다급히 벽을 짚으며 집을 나섰다.그가 떠나자 낙운희가 입을 열었다.“저건 누굽니까? 참으로 안 됐군요.”“하완이다. 태부부에서 원씨 댁의 시중을 들던 계집종이지.”낙청연은 말하면서 걸음을 옮겨 정원 안으로 들어갔다.“원씨 댁이요? 낙월영의 어머니 말씀입니까?”낙운희는 깜짝 놀랐다. 원씨 댁의 곁을 지키던 계집종이 어쩌다 저렇게 비참해졌는지 알 수 없었다.방 안에 들어서자 침상 위에 7, 8살 정도 돼 보이는 여자아이가 끊임없이 기침하는 것이 보였다. 아이는 얼굴이 붉게 달아올라 있었고 마치 숨이 쉬어지지 않는 듯이 자기 목을 붙잡고 있었다.낙청연은 미간을 구기더니 급히 여자아이를 일으켜 앉혔다. 그리고는 아이의 몸을 반쯤 침상 밖으로 옮기고 아이의 등을 두드려줬다.고뿔에 걸려 기침하는 것 같지는 않았다.아이의 손목
“한번 건드려 보지 그래. 어떻게 되는지.”낙청연은 한 손으로 왕영을 안고 한 손으로 은침을 들었다.하완은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보지 못했지만 초조해서 눈물이 날 정도였다.“부탁입니다. 차라리 저한테 그러세요. 제 딸만은 제발 놓아주십시오!”낙월영은 분개하며 위협했다.“참으로 비겁하군요! 얼른 왕영을 놓아주세요. 그렇지 않으면 오늘 이 방안에서 나가지 못할 겁니다!”아노는 그녀의 말에 비수를 꺼내 들었고 기세등등하게 그들을 경계하고 있었다. 마치 당장이라도 그들을 죽일 듯이 말이다.낙청연은 냉소를 흘렸다.“난 오늘 내 어머니와 원씨 댁 사이에 무슨 일이 있었는지를 알려고 온 것이다. 난 두 사람이 왜 죽었는지 궁금하다. 하완, 네 딸은 태어나길 몸이 허약하고 몸에 독까지 있다. 저런 부군이 있으니 매일 네가 매질 당하는 건 물론이고 네 딸까지 겁에 질려 살아야 하지. 평범한 사람처럼 사는 건 꿈도 못 꿀 것이다. 이렇게 가다간 이 아이는 3년도 못 채우고 죽을 것이다. 나에게 진실을 알려준다면 내가 이 아이를 살려주마. 그리고 두 사람 모두 그 사내에게서 벗어나 정상적인 삶을 살 수 있게 도와주겠다.”그녀는 수도에 엄청난 권세가 있는 건 아니었지만 돈이 많았다. 그녀는 두 모녀를 아주 먼 다른 곳으로 보낼 수 있었고 그렇다면 아무도 그들을 찾지 못할 것이다.낙월영은 하완을 말리며 말했다.“저 말을 믿지 말거라!”말을 마친 뒤 그녀는 낙청연을 노려보며 말했다.“왕영으로 하완을 위협해 자기가 듣고 싶은 얘기를 들으려는 게 분명하군요. 하완 모녀는 제가 보살필 것이니 꿈 깨시지요!”낙청연은 화를 내는 대신 웃음을 터뜨리더니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하완, 낙월영이 널 도와주고 있다는데 그녀가 뭘 도와줬느냐? 돈을 보내거나 먹을 것을 보내주었느냐? 그런 소용없는 관심을 주더냐? 네가 필요한 건 널 이 불구덩이에서 구해줄 사람이다. 네가 이 불구덩이에서 나올 생각이 없다고 해도 네 딸은? 네 딸은 정상적인 삶을 살아야 하지 않겠느냐? 하완,
“하완, 난 사건의 진상을 알고 싶은 것이지 누가 누구를 죽였는지를 알고 싶은 게 아니다. 잘 생각해 보고 천천히 얘기하거라.”하완은 바닥에 엎드려서 다급히 말했다.“제가 말한 것은 사실입니다. 두 사람은 처와 첩의 관계로 원래 사이가 좋지 않았습니다. 어르신께서는 사실 처음에 큰 마님을 사랑했습니다. 하지만 그 뒤에 두 사람의 감정에 금이 갔고 어르신께서는 원씨 마님을 사랑하게 되셨지요. 그래서 원씨 마님을 첩으로 들이셨지요. 큰 마님께서는 사랑하는 만큼 한이 맺혀 원씨 마님을 받아들이지 못했습니다. 심지어 어르신도 미워하셨지요. 한 번은 어르신께서 그 때문에 목숨을 잃을 뻔하셨고 그 일을 알게 된 원씨 마님은 큰 마님을 죽이려고 독을 먹였습니다. 두 사람은 대놓고 싸우지는 않았으나 서로 죽었으면 했습니다. 더욱 자세한 건 저도 모릅니다. 제가 아는 것은 이뿐입니다.”하완은 말을 마친 뒤 다시 애걸하기 시작했다.“제발 제 딸을 놓아주세요. 부탁입니다!”하완은 앞이 보이지 않아 낙청연이 왕영을 어떻게 대하는지 알지 못했다. 그녀는 자기 딸이 위험하다는 생각에 크게 겁을 먹었다.옆에 있던 낙월영은 마치 벼락을 맞은 사람 같았다. 그녀는 중얼거리며 말했다.“그럴 리가... 내 어머니가 청연 언니의 어머니 때문에 죽었다고 하지 않았느냐? 도대체 왜? 어떤 말이 진실이고 어떤 말이 거짓이냐?”낙월영은 하완의 말을 전혀 믿을 수 없었고 자기 어머니가 낙청연의 어머니를 해쳤다는 사실도 받아들일 수 없었다.그렇다면 그녀가 낙청연에게 줄곧 품고 있던 원한은 무엇이란 말인가?낙월영은 받아들일 수 없는지 하완을 일으켜 세우며 호된 목소리로 추궁했다.“지금까지 그런 얘기를 한 적이 없지 않으냐? 말해 보거라. 낙청연이 네 딸을 잡아서 그렇게 얘기한 것이지? 말해 보라니까!”낙월영은 감정이 격해져서 하완의 멱살을 잡았고 왕영은 그 모습에 조바심이 나서 울기 시작했다.“우리 어머니를 때리지 마세요. 때리지 마세요...”여자아이는 울음을 터뜨리자 다시 병이 도
허공을 가르던 손이 우뚝 멈췄다. 하완은 망치를 바닥에 던지고 무릎을 꿇더니 침상 변두리를 더듬거리며 침상 위에 누운 여자아이를 만졌다.“영영아? 영영아, 괜찮느냐?”왕영은 하완의 손을 잡으며 말했다.“어머니, 전 괜찮습니다. 조금 전 발작을 일으켰는데 지금은 괜찮습니다.”왕영은 어머니가 걱정할까 다급히 설명했다.아이의 목소리에서 이상함을 느끼지 못한 하완은 그제야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고 곧이어 깜짝 놀랐다.왕영은 하루가 멀다하고 발작을 일으켰고 아이의 어머니로서 그녀는 그 사실을 아주 잘 알고 있었다.예전에 발작했을 때는 해독약이 있어야 조금 나아졌는데 이번에는 해독약이 없는데 괜찮아졌다.낙청연이 딸의 병을 치료할 수 있을 정도로 실력이 대단하단 말인가?낙청연은 사실 아주 잘 알고 있었다. 왕영은 체내에 독이 있고 그 독 때문에 발작을 일으킨다는 것을 말이다. 그렇다면 해독약도 있을 것이다.그렇기에 하완을 통제할 수 있는 건 딸의 독이었다.이번에 그녀의 딸을 구해줬으니 하완은 그녀의 말을 믿을 것이다.바로 그때, 차가우면서도 위협적인 목소리가 들려왔다.“청연 언니!”낙청연이 고개를 돌려 보니 낙운희가 아노에게 제압당해 탁자에 눌려 있었고 아노의 손에는 비수가 들려 있었다.그녀를 위협하는 게 틀림없었다.낙월영은 노여움 가득한 얼굴로 그녀를 노려보며 말했다.“전 언니와 싸워서 이길 수는 없지만 언니의 사람이 제 손에 있습니다. 지금 당장 이곳을 떠나지 않는다면 이자를 죽이겠습니다!”낙운희는 힘껏 발버둥 쳤으나 아노가 그녀를 단단히 내리눌렀다.낙청연은 코웃음을 쳤다.“낙월영, 진실을 아는 것이 그리도 무서운 것이냐?”낙운희는 너무 화가 나서 폭발할 것 같았다. 그녀의 매서운 눈빛은 당장이라도 낙청연을 찢어발길 것 같았다.낙청연은 탁자 옆으로 걸어가 아노를 밀쳤고 그녀에게 제압당했던 낙운희를 일으켜 세운 뒤 낙운희와 함께 떠났다.정원에서 나온 뒤 낙운희는 고개를 숙인 채로 말했다.“죄송합니다. 제가 발목을 잡았군요.”그녀
낙청연은 흠칫 놀라더니 미간을 좁혔다. 그렇다는 건 낙청연이 하완의 집 주위에 사람을 보냈다는 걸 하완이 알고 있음을 의미했다.그래서 딸더러 골목길에서 도움을 요청하라고 한 것이다.“무슨 일이냐? 너희 어머니가 나한테 할 얘기가 있다더냐?”낙청연은 어젯밤 자신이 하완에게 한 말로 그녀가 흔들렸다고 생각했다.왕영은 편지 하나를 꺼내 그녀에게 건넸다.“어머니께서 이걸 전해드리라고 했습니다.”낙청연은 편지를 열었다."당신은 진실이 궁금한 것이겠지요. 사실 제가 그전에 했던 얘기들은 전부 거짓말입니다. 역시 당신을 속이지는 못하겠더군요. 진실을 알고 싶다면 제 요구를 들어주세요. 제 요구는 하나뿐입니다. 제 딸을 잘 보살펴주세요. 전 이미 모든 진실을 다 적었두었고 그것은 제 딸만이 아는 곳에 놓아두었습니다. 혹시나 제 딸아이를 홀대하거나 위협하고 다치게 한다면 그것을 찢어버릴 것입니다. 반대로 진심으로 제 딸아이를 잘 보살펴주신다면 당신이 원하는 모든 것을 얻게 될 것입니다."낙청연은 편지를 본 뒤 약간 흥분됐다.역시, 하완이 예전에 했던 얘기는 전부 거짓이었다. 낙청연은 진실이 너무 궁금해졌다.그녀의 어머니는 대체 어쩌다가 죽은 것일까?낙청연은 편지를 태운 뒤 왕영에게 물었다.“네 어머니가 또 뭐라고 하더냐? 나한테 뭘 하라고 하지는 않더냐? 혹은 너더러 날 따라다니라고 하더냐?”왕영을 보살피는 건 낙청연에게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하지만 그녀는 왕영이 영원히 돌아가지 않고 자신을 따르길 원하는지 확신할 수 없었다.왕영은 갑자기 눈시울을 붉히며 말했다.“어머니께서 앞으로 언니를 따르라고 했습니다. 그러면 앞으로 아버지를 피해 골목길에서 밤을 보낼 필요도 없고 어머니도 아버지께 맞지 않을 거라 했습니다.”울음을 꾹 참는 모습에 낙청연은 마음이 아렸다.하지만 낙청연은 곧 위화감을 느꼈다. 하완은 왕영을 그녀에게 맡겼다. 그렇다면 하완은?그녀는 편지에서 낙청연에게 자신을 구해달라고 하지 않았고 그녀가 적은 요구에는 그녀 본인과 관련된 것
“나는 더 이상 당신의 상대가 안 되오.”낙요는 고개를 돌려 바둑판을 보며 입꼬리를 살짝 올렸다.“당신을 이기기 위해서가 아니라, 당신과 함께 바둑을 두며 답답함을 풀기 위해서요.”부진환은 바둑알을 하나하나 거두었다.낙요는 실눈을 뜨고 하늘을 바라보며 손을 뻗었다. 햇빛이 손가락 사이로 새어 나왔다.“그러고 보니, 나의 답답함을 풀 사람은 당신뿐이오.”“심시몽은 어의원의 심사를 통과하고 정식으로 어의원에 들어가게 되었소. 그리고 강소풍의 집안에서도 그들의 혼사를 승낙하여 두 사람은 곧 혼사를 올릴 것이오.”“갑자기 심면과 낙현책도 혼사를 올려야 하지 않겠느냐는 생각이 들었소.”부진환이 웃으며 말했다.“일찍이 혼인할 나이가 되었지만, 아이들도 조급해하지 않는데 왜 그렇게 걱정하오?”낙요가 입꼬리를 살짝 올리며 여유롭게 말했다.“걱정하지 않소. 대소사를 모두 당신이 걱정하고 있지 않소? 초경의 수위가 있으니, 몇 년이 지나도록 용모가 변하지 않았소. ”“나 같으면 그렇게 걱정을 많이 했으니, 일찌감치 늙었을 것이오.”몇 년 동안 부진환은 그녀를 도와 적지 않은 조정의 일을 분담했다.그녀도 부진환의 동반에 습관이 되었다.갑자기 무언가 떠오른 낙요는 자리에서 일어나 부진환을 바라보며 손바닥에 턱을 괴고 물었다.“이 나이가 되니, 아이를 낳지 않은 것을 후회하오?”“걸을 수 없을 정도로 늙었을 때, 다른 사람의 자식들이 단란히 모여있는 것을 부러워할 것이오? ”부진환은 손에 든 물건을 내려놓고 진지하게 그녀를 보며 대답했다.“후회하지 않소.”“사람은 너무 욕심을 부려서는 안 되오.”“게다가 당신은 여제요. 당신이 늙었다고 해도 누가 감히 푸대접하겠소?”“당신이 조용히 지내는 것이 좋다고 하면 난 당신과 함께 있을 것이오. 초경의 수위로 늦게 늙는다고 하지 않았소? 앞으로 당신이 늙으면 내가 당신을 부축하고 업고 다닐 것이오.”낙요는 입꼬리를 살짝 올렸다.“참 좋소.”이듬해 가을.심시몽은 강소풍과 혼사를 올렸고 어의원 5품
강소풍은 고개를 끄덕이다 다급히 고개를 저으며 어찌할 바를 몰랐다.“아니오. 그런 뜻이 아니오. 어머니께서는 마음에 들어 하셨소.”설명할수록 강소풍은 상황이 복잡해지는 것 같았다.심시몽은 어두운 표정을 지었지만, 여전히 그를 위로했다.“자네의 뜻을 알고 있소. 설명할 필요 없소.”“시몽... 미안하오! 하지만 나는 포기하지 않을 것이오. 방법을 강구하여 어머니에게 자네의 진정한 모습을 보여줄 것이오. 분명 어머니도 자네를 받아들일 것이오. ”그 말에 심시몽은 살짝 놀라 의아한 듯 고개를 들어 그를 바라보았다.“나와 헤어지려는 것이 아니었소?”심시몽은 강소풍이 특별히 그녀를 찾아와 이 일을 설명하는 것을 보고, 그녀와 연을 끊으려는 것이라고 생각했다.“아니요. 그럴 리가 있소.”“나는 단지 이전의 약속을 지킬 수 없을 뿐이오. 이번 달 안에 혼담을 꺼낼 수 없을 텐데, 나를 기다려줄 수 있소?”“말재주가 좋지 않아 대체 어떻게 설명해야 할지 모르겠소. 어머니께서는 자네가 연약하고 힘없다고 생각하시오. 앞으로 내가 출정하면 자네가 홀로 집안을 지킬 텐데, 우리에게 좋지 않은 선택이라 생각하시오. ”이 말을 듣고 심시몽은 대충 뜻을 알아차렸다.“어머니께서는 문무를 겸비한 며느리를 원하고, 자네와 함께 전쟁터에 나가서 떨어져 있지 않아도 되기를 원하시오.”“나는 비록 무공을 할 줄 모르지만, 그래도 해낼 수 있소.”고개를 들어 올린 심시몽의 눈빛은 밝았다..강소풍은 놀라기도 했고 기쁘기도 했다.“정말이오? 여전히 나와 함께 있고 싶소? 포기하지 않을 것이오?”심시몽은 고개를 끄덕였다.“나를 위해 그렇게 많은 일을 했는데, 어찌 쉽게 포기할 수 있소? 자네가 포기하더라도 나는 포기하지 않을 것이오.”“강가는 장군 집안이라 분명 우리 언니와 같은 여인을 좋아할 것이오. 난 비록 언니와 비길 수 없지만 그래도 노력할 것이오.”“여제께서 나에게 약옥을 주었소. 만약 순 의원과 의술을 배울 수 있다면 어의원에 들어갈 기회가 있소.”“성공
이 말을 듣고 심시몽은 약간 의아해했다.“공주는 저를 탓하지 않습니까...”“그분은 공주시다. 천하를 품고 있는데, 어찌 네가 범한 작은 잘못을 추궁할 리 있냐?”“지금 너의 변화를 보면 공주도 더 이상 너를 탓하지 않을 것이다.”“하지만 차려야 할 예의는 없어서는 안 된다. 시간이 나면 공주에게 감사하다고 인사를 전하거라.”심시몽은 연신 고개를 끄덕였다.“예. 내일 가겠습니다.”“저는 먼저 약옥을 넣고 의관에 가겠습니다.”심시몽은 기쁜 마음에 빠른 걸음으로 달려갔고, 의기양양한 분위기를 풍겼다. 조금도 방금의 의기소침함이 없었다.심면도 기뻤다.모두가 만족스러운 결과를 얻은 것 같다.하지만 그와 동시에, 강소풍이 집에서 어머니와 싸우고 있었다.“안 된다고 하면 안 되는 것이다! 너를 현학서원에 보내 양성하는 것도 앞으로 네가 큰 성과를 거둘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다. 그러니 너도 마땅히 너와 어울릴 만한 부인을 얻어야 한다. 너와 전장을 누비며 적을 죽이는 그런 사람 말이다.”“힘없이 연약하게 집안에서 서방이 돌아오기를 손꼽아 기다리는 그런 평범한 아가씨는 안 된다.”“이전에 그 심시몽을 위해 집안의 빙천영지를 훔쳤고, 심지어 벌을 받고도 물건이 어디로 갔는지 말하려 하지 않았다. 난 그때부터 심시몽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그런데 지금 그 아이와 혼사를 올리려는 것이냐?”“말도 안 된다!”강부인은 단호한 태도로 조금도 말을 바꾸려 하지 않았다.강소풍은 내키지 않는 듯 반박했다.“심시몽이 평범하다니요? 어떻게 평범하다는 말입니까? 심시몽은 그저 무공이 부족할 뿐입니다. 세상 사람들이 모두 무예를 익혀야 하는 것은 아니지 않습니까?”“하물며 그녀의 언니는 이미 태자로 봉해졌습니다. 그러니 심시몽도 좋은 아가씨라는 것을 설명할 수 있지 않습니까?”강부인은 콧방귀를 뀌었다.“언니는 언니이고, 심시몽은 심시몽이다. 어찌 동일하게 논할 수 있겠냐?”“강가는 권세에 빌붙지 않고, 심시몽의 언니가 태자라는 것을 봐서 그녀를 맞이하려
“나중에 자네가 신의가 될지도 모르오.”심시몽이 웃으며 말했다.“자네의 좋은 말대로 되길 바라오.”모두 술을 마시며 음식을 먹고 있었다. 심면이 임계천에게 물었다.“자네는? 어디로 가고 싶소?”“나라에 보답할 수 있다면 어디든 좋소.”임계천이 담담하게 웃었다. 그는 특별히 가고 싶은 곳이 없었기에 그저 궁의 안배를 기다리고 있었다.다들 기분이 좋았고 투지가 넘치고 미래에 대한 동경으로 가득 차 있었다.술을 너무 늦은 시각까지 마셔서 그들은 심가에서 묵었다.오전이 되자, 각 집안의 하인들이 부랴부랴 사람을 찾아왔다. 몇 사람은 술에 취해 인사불성이 되었지만, 여전히 집으로 끌려갔다.궁에서 명을 받았기 때문이다.강소풍은 금군 기사영 통령으로 봉해져 도성과 황궁의 안위를 지키게 되었다.임계천은 형부로 전근되었다.소우청과 봉함선은 수주의 군영 부장군으로 명을 받았다.소우청의 행처는 그의 아버지 소진오가 좋은 경험을 하기를 바라며 부탁한 것이다.낙요는 봉함선이 여인이기에 그녀를 그렇게 멀고 험한 곳으로 보내고 싶지 않았다. 하지만 그녀는 주동적으로 수주에 갈 것을 청구했다.봉함선이 말했다.“여국은 역대로 여 장군이 없었습니다. 저는 첫 번째 여장군이 되고 싶습니다.”“만약 힘들고 험한 곳이 아니라면 어찌 제가 포부를 발휘할 수 있겠습니까?”낙요는 그녀의 담력과 야심을 높이 사고 그녀의 청을 승낙했다.“나는 네가 여국의 첫 번째 여장군이 되기를 기대한다.”이들 외에 현학서원의 다른 학생들도 그들로 하여금 실력을 발휘할 수 있는 새로운 행선지를 얻었다.유독 심시몽에 대해, 낙요는 따로 안배를 해주지 않았다.백서가 걱정했다.“어찌 유독 심시몽만 얘기가 없으십니까? 심시몽이 알면 마음이 편치 않을 것입니다.”낙요가 웃었다.“아니다. 이미 심면을 시켜 심시몽에게 한가지 물건을 보냈다.”백서는 살짝 놀랐다.“일찍이 계획이 있으셨군요.”이때의 심시몽은 홀로 넋을 잃고 연못가에 앉아있었다. 그녀의 마음은 마치 흩날리는 낙엽처럼 어수
유생이 드디어 알아차렸다.“그랬구나. 내가 어찌 이걸 잊은 것이냐.”“난 정말 운이 좋은 것 같구나. 이렇게 운 좋게 제사장 자리를 주울 수 있으니.”심면이 답했다.“아닙니다. 전에 제가 청주 전쟁에서 조난했을 때, 제자들을 통솔해 적과 싸우지 않았습니까? 현책보다 능력이 훨씬 뛰어났습니다.”“사저가 소제사장이 되는 것이 가장 적합합니다.”이렇게 칭찬하는 것을 듣고 유생은 쑥스러워하며 낙현책을 힐긋 쳐다보았다.“네가 이렇게 말하면 낙현책이 기뻐하지 않을 것이다.”낙현책이 웃으며 답했다.“그녀가 말한 것은 내가 하고 싶은 말이다.”“너는 나보다 대제사장이 더 잘 어울린다.”“나는 무학에서 너보다 좀 나을 뿐이다. 정말 대제사장이 되려면 너보다 잘할지 모를 일이다.”“다만 제사장 일족의 심사에는 이런 것이 없었다.”“하물며 나도 대제사장이 될 생각을 한 적이 없다. 내가 하고 싶은 것은 단지 여제가 기뻐하기를 바랄 뿐이다.”이 말을 듣고 유생은 마음이 놓였다.“불쾌하지 않았다면 다행이구나. 권력과 지위 앞에서 네가 이런 결정을 내릴 수 있다니, 정말 대단하구나!”“한 잔 권하마!”유생이 술잔을 들었다.바로 이때, 갑자기 대문이 열렸고, 사람이 도착하기도 전에 먼저 목소리가 들렸다.“사람이 아직 도착하지 않았는데, 왜 벌써 마시는 것이오?”“우리를 기다리지 않는다니, 의리가 없소!”몇 사람이 고개를 돌려 바라보니, 강소풍과 임계천이 술병을 들고 오는 것이 보였다.“오늘 밤 다들 왔구나!”“자, 심면과 유생을 위해 한 잔 하세!”모두 자리에 앉아서 잔을 들어 함께 마셨다.그렇게 한참 마시다 보니 술에 취한 강소풍이 흥분한 듯 입을 열었다.“얼마 지나지 않아 심가에 겹경사가 닥칠 것이오.”모두 멍해졌다.강소풍은 낙현책과 심면을 바라보았다.“여제가 두 사람의 일을 인정했으니, 언제 혼사를 치르는 것이오?”심면은 갑자기 얼굴을 붉어지며 황급히 강소풍에게 술을 따라주었다.“술을 마셔도 자네의 입을 막지 못한 것이오?”
“저희가 어찌 가족입니까?”“50냥의 이득을 본 걸 후회한다면서요?”이 말이 나오자 다들 얼굴이 새파랗게 질렸다.그들은 그제야 유생이 그날 밤 그들의 대화를 모두 들었다는 것을 깨달았다.어쩐지 상자를 도둑맞았더라니.유룽은 체면을 깎으며 사과했다.“유생아, 우리는 한 가족이니 티격태격하는 것도 정상이다. 그러나 다들 나쁜 생각은 없다.”“이전의 일은 모두 나의 잘못이다. 이렇게 너희들에게 사과하마!”“오늘 저녁 집으로 돌아가자. 너를 위해 잘 경축해야지 않겠느냐!”둘째아버지와 셋째 아버지도 모두 따라서 사과했다.집안 재산을 나누겠다고 얘기한 그날 그들이 각박한 만큼 지금 아주 자상했다.“유생아, 집으로 가자. 지나간 일은 잊고, 우리 가족 다시 시작하는 게 어떠냐?”“그래. 가족이 함께 지내면 얼마나 시끌벅적하냐? 따로 이곳에서 지내면 쓸쓸하지 않으냐?”“우리 집에 좋은 술도 두 병 간직하고 있는데, 유생을 축하하러 오늘 꺼내마!”유생은 표정을 바꾸지 않고 차분하고 차갑게 말했다.“다들 시간 낭비하지 마십시오.”“집안 재산을 나누고 연을 끊었는데, 어찌 번복할 사람이 있겠습니까?”“잘살든 못살든 더 이상 유가와 관계가 없습니다.”“다들 가시지요. 굳이 우리 집 앞에서 매달리려 한다면, 관아에 신고할 것입니다.”말을 마치고 유생은 방안으로 돌아와 차갑게 문을 닫았다.문밖의 사람들은 후회에 휩싸였다.게다가 둘째는 첫째를 원망하기 시작했다.“형님 탓입니다. 제사장 자리가 발표되기도 전에 넷째네를 쫓아내더니, 지금은 어떻게 하려는 것입니까?”셋째도 불평했다.“유생은 앞으로 대제사장이 될 것이오. 앞으로 유생 덕을 보긴커녕 이렇게 소란을 피웠으니, 앞으로 우리를 난처하게 할 수도 있소...”유롱은 짜증을 참지 못하고 말했다.“어찌 또 내 잘못이 되었냐?”“애초에 심사 결과가 나오자, 다들 하나하나 달려와서 유생네가 끝났다고, 그들 일가를 헛되이 잘해줬다고 하지 않았냐? 너희들이 모두 동의했기 때문에 넷째 일가를 쫓아낸 것이
자리에 있던 사람들은 매우 놀랐다.유가 사촌들은 냉기를 한 모금 들이마셨다.유생도 경악한 표정을 지었다.“왜 제가...”왜 낙현책이 아닌가?장 총관이 웃으며 말했다.“어서 명을 받으시지요. 소제사장”유생은 정신을 차리고 마음속으로 미친 듯이 기뻐하며 얼른 명을 받고 고마움을 전했다.장 총관은 자리에 있던 병사들을 힐긋 보고 유생에게 친절하게 물었다.“소제사장, 무슨 문제가 있습니까? 제가 처리할 필요가 있습니까?”유생은 웃으며 말했다.“필요 없습니다. 고맙습니다!”“어찌 사양하십니까? 제가 필요한 곳이 없다면, 이만 궁으로 돌아가 명을 전해야 합니다.”“예. 바래다 드리겠습니다.”유생은 장 총관을 골목 밖까지 배웅했다. 장 총관이 의미심장하게 일깨워주었다.“아가씨는 아직 소제사장의 권력을 모르고 있을 수도 있습니다. 도성에서 제사장의 권력은 여제와 대제사장에 버금갑니다.”“태자와 동등한 권력입니다.”“이런 사소한 일은 직접 처리할 필요도 없으니, 제게 한마디만 분부하면 됩니다.”유생은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일깨워 줘서 고맙습니다.”“오늘 여제께서 태자도 정하셨습니까? 심면입니까?”장 총관은 고개를 끄덕였다.“예. 심가에 뜻을 전하고 왔습니다.”장 총관을 떠나보내고 유생은 기쁨으로 가득 차 있었다. 그녀는 선택받을 줄 전혀 생각하지 못했다.분명히 낙현책한테 졌기 때문이다.심면도 태자로 봉해져서 참 좋았다.오늘 밤 심면을 찾아 축하하려면, 이 문제를 빨리 해결해야 한다.그녀는 빠른 걸음으로 문밖으로 돌아갔다.병사들은 즉시 공손한 태도를 바꾸어 그녀에게 예를 올렸다.“소제사장, 오늘 분명 오해일 것입니다. 저희는 먼저 떠나겠습니다.”유생이 차가운 소리로 호통을 쳤다.“멈추거라!”그들은 뻣뻣하게 자리에 서서 고개를 숙이고 땀을 뻘뻘 흘렸다.제사장의 말 한마디에 그들은 직무를 잃을 수도 있다.“수사를 더 해야 하는 거 아니오? 안 하시오?”“저희가 감히 소제사장의 집을 수색할 용기가 어디 있겠습니까? 오
낙현책은 고개를 끄덕였다.“나도 궁을 나가려던 참이다. 함께 가자.”유생은 단번에 알아차렸다.“심면을 찾으러 가는 것이냐?”“심사 결과가 나온 후, 심면을 만나지 못했구나.”“심면도 무슨 일이 생긴 것이냐?”낙현책은 생각에 잠긴 듯 말했다.“그런가 보구나.”“내가 도울 일이 있으면 언제든지 얘기하거라.”“그래.”두 사람이 함께 궁으로 나온 후 유생은 바로 집으로 돌아갔고 낙현책은 심면의 집으로 향했다.유가의 골목에 도착하자마자 시끄러운 소리가 들렸다.관아의 사람들이 유생의 집 앞을 막고 그녀의 부모님을 잡고 그들을 관아에 데리고 가려 했다.옆에는 그녀의 사촌들이 있었다.안색이 바뀐 유생은 다급히 달려갔다.“그만하시오!”“뭐 하는 것이오?”유생은 바로 부모님을 뒤에 감쌌다.유롱은 화가 난 표정으로 그녀를 바라보았다.“뭐 하냐니? 집안 재산을 나누었으니, 유가와 이젠 연이 없는 것이다. 집안 재산도 주지 않겠다고 했는데, 어찌 유가의 물건을 훔치는 것이냐? 그 상자에는 족히 수십만 냥이 있다!”“감히 너희랑 아무 연관도 없다고 할 수 있느냐?”유생은 그들이 이렇게 빨리 찾아올 줄 몰랐고, 관리에게 고소할 줄도 몰랐다.“우리가 훔쳤다는 증거라도 있습니까?”“증거도 없이 저희를 잡다니, 법을 따르셔야죠.”유롱이 노발대발하며 말했다.“유가 사람들이 네가 돌아온 것을 봤다!”“변명하지 말거라. 할 말이 있으면 감옥에 가서 변명하거라!”물건을 잃어버리고 그들이 유일하게 의심하는 사람은 유생이다.대가를 치르더라도 그들은 그 돈을 되찾으려 했다.“내가 돌아갔다고 돈을 훔쳤다는 것입니까? 농이 심하십니다!”“관청에 따라서 갈 수 있지만, 저희 부모님과는 연관이 없습니다. 증거가 없으면 함부로 사람을 잡을 수 없습니다!”유롱이 화를 냈다.“네 아버지와 어머니도 한패다! 당연히 관아로 데려가야 한다!”“나으리, 그들은 수십만 냥을 훔쳤습니다. 결코 적은 액수가 아닙니다. 나리께서 반드시 돈을 되찾아 주시기를 간청합니다!”
조영궁.심사 결과가 나온 후 오랫동안 기다리던 낙요는 드디어 낙현책이 오는 것을 기다렸다.“여제.”낙현책은 고개를 숙이고 여제를 마주할 엄두가 나지 않았다.“심사 결과가 나온 지 오래됐는데, 어찌 이제야 나를 찾아온 것이냐? 잘 고려한 것이냐?”낙현책은 고개를 끄덕이며 무릎을 꿇고 자리에서 일어나지 못했다.“여제를 실망하게 했습니다!”이 말을 듣고 낙요는 그의 결정을 알아차렸다.“일단 일어나서 얘기하거라.”낙현책은 무릎을 꿇고 일어나지 않았다.“여제의 가르침을 저버렸습니다. 저는 대제사장 자리를 감당할 수 없습니다!”낙요는 다소 실망했지만 그래도 의외는 아니었다.“잘 생각했느냐? 이 일은 번복한 기회가 없다.”낙현책이 세게 고개를 끄덕였다.“오랫동안 심사숙고한 후 내린 결정입니다.”“제가 여제를 실망하게 했습니다.”지금까지 이렇게 노력했고 최종 심사에서 1등까지 하였는데, 여제를 실망하게 했다.낙요는 자리에서 일어나 그를 일으켜 세웠다.“실망하지 않았다.”“네 실력은 모두가 다 알고 있다. 어찌 실망했겠느냐? 네가 후회하지 않으면 된다.”“이미 결정을 내린 이상 더 이상 그렇게 많은 생각을 하지 말거라. 마음을 놓고 네 목표를 향해 가거라.”“나는 네 결정을 존중한다!”여제가 화를 내지 않자, 낙현책은 그제야 한숨 돌렸다. 그는 감동에 겨웠다.“고맙습니다.”낙요는 그가 기뻐하는 모습을 보고 입꼬리를 살짝 올렸다.“그동안 심면을 만나지 않았겠구나? 어서 네 결정을 알리러 가거라.”낙현책은 고개를 끄덕이고 궁을 나갈 준비를 했다.그동안 심면도 고민하고 있었을 것이다. 두 사람에게 있어 정말 어려운 문제였다.누군가는 무언가를 포기해야 하기 때문이다.낙현책이 궁을 나서려는데 제사장족 제자가 그를 가로막았다.“유생이 궁에서 자네를 기다리고 있소. 급한 일이 있는 것 같소.”“급한 일? 알겠소.”유생은 그동안 궁에 있지 않았다. 갑자기 궁으로 찾아온 것을 보아, 중요한 일이 있는 듯했다.먼저 그녀를 만나고 궁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