린부설의 목소리가 들려왔다.낙청연은 눈썹을 치켜세우더니 말했다: “준수하다고요? 부진환이 더 잘 생겼습니다.”“섭정왕의 그 용모와 기백은 확실히 범상치 않지만, 너무 차가워서 다가가기 어렵다!”낙청연은 듣더니 의아했다: “그럼 당신 뜻은, 이 공자는 접근하기 쉽다는 뜻입니까? 그런데 한 번 보십시오. 저 사람은 들어온 뒤로 그 어떤 낭자도 가까이 오지 못하게 합니다.”린부설의 쟁쟁한 웃음소리가 들려왔다: “남자는 겉모습만 보면 안 되는 법이야. 눈빛을 봐야 하거든. 섭정왕은 설사 온 누각이 절색미인이라 해도, 그의 눈에는 아무것도 들어오지 않을 것이다.”“마치 득도한 고승처럼, 눈에는 속세도 없고, 여인도 없는 것이지.”“그러나 이 공자는, 겉으로는 사람을 멀리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낭자들을 몸에 머물러있는 그 눈빛은 사람을 속이지 못하는 거거든! 설사 출가했더라도, 육근이 완전이 끊이지 않은 속세에 미련이 남은 가짜 스님일 것이다.”낙청연은 저도 모르게 살짝 웃더니 말했다: “영웅들의 견해는 대체로 같다고 했습니다!”“이따가 온 힘을 다해 이 공자의 주의를 끌어야 합니다.”린부설은 듣더니 깜짝 놀라 말했다: “나 말이냐? 나의 미모를 희생하여 너의 목적을 달성하도록 도와 달라는 것이냐? 나에게 이득이 없는 일은 안 한다!”낙청연은 불만스럽다는 듯이 말했다: “뭐 잘못 알고 있는 거 아닙니까? 미모를 희생하는 건 저입니다!”“당신은 몸뚱이도 없는데, 어디서 난 얼굴입니까?”린부설은 그제야 문득 정신을 차렸다: “좋다. 어차피 너의 미모를 희생하는 것이니, 내 마음대로 할 거야.”“참, 그래도 좀 자제하는 게 좋겠습니다! 육체적인 접촉이 있어서는 절대 안 됩니다!” 낙청연은 린부설이 지나친 행동을 할까 봐 걱정됐다.그녀는 부조의 주의를 끌어야 했지만, 린부설처럼 사람을 홀리는 재주가 없었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린부설더러 직접 나서라고 할 수밖에 없었다.밤이 되었다.부설루는 만원이었다.떠들썩했던 분위기는 갑자기 어둠과 함께 고요해
그런데, 어떤 그림자가 한 걸음 먼저 날아올라 갔다.정말 맨손으로 그 화살을 잡는 것이었다.낙청연은 화살을 잡은 사람이 부조인 것을 보더니,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병부 상서의 아들은, 궁술에 가장 뛰어났고, 더욱이 어릴 적부터 맨손으로 화살을 막는 연습을 하였기에, 단 한 번도 놓친 적이 없다.이것은, 바로 부조를 위해 준비한 것이다.사방에서 충격에 휩싸여 떠들썩한 소리가 들려왔다.“이 화살의 위력은 만만치 않은데, 이 공자의 담력과 식견은 참 대단하군요!”“무예도 뛰어납니다!”주위 사람들의 아우성을 들으며, 부조는 더욱 우쭐거렸다. 눈썹을 치켜세우더니, 한 손으로 그 화살을 들고 낙청연 곁으로 걸어갔다.“부설 낭자.” 부조는 그윽하게 웃더니, 앞으로 다가가 화살을 건넸다.낙청연은 그윽한 눈빛으로 그를 한번 쳐다보더니, 천천히 그가 건넨 그 화살을 받았다.“낭자, 내가 잡은 게 맞습니까?” 부조는 물었다.그러나 낙청연은 그저 살짝 웃더니, 몸을 돌려 기나긴 비단을 잡더니, 훌쩍 뛰어올라, 2층 복도로 날아올라 갔다.마치 선녀처럼 아름다운 자태에 부조는 홀딱 반해 눈길을 옮길 수 없었다.한참 동안 우두커니 서서 물끄러미 바라만 보았다.이때 진 어멈이 웃으며 다가오더니 말했다: “공자, 축하합니다. 부설 낭자는 운상전(雲上殿)에서 기다리고 있습니다.”부조는 그제야 정신을 차리고, 웃더니 소매를 펄럭이며 2층으로 올라갔다.이때, 부진환은 이미 주먹을 꽉 쥐고 있었으며, 마음속의 분노가 치밀어 올랐다.방금 그 두 사람의 그 눈빛은 뭐냐?낙청연이 감히 그의 면전에 대고 남자를 홀려?염치를 모르는구나!부진환은 피가 이미 머리끝까지 솟구쳐, 이성을 잃을 지경이었다.“셋째 형, 뭘 망설였습니까? 분명 무예가 그 사람보다 뛰어나지 않습니까? 이렇게 좋은 기회를 부조에게 주다니!”부경리는 저도 모르게 원망을 퍼붓더니, 답답한 마음에 술 한 잔을 들이켰다.부진환은 하마터면 2층으로 쳐들어갈 뻔했지만, 갑자기 잠깐 망설이었다.눈빛은 돌연
“금일 부설 낭자의 춤에 저는 완전히 매혹되고 말았습니다.”“7황자께서 만 개의 금 장신구를 선물했다고 하던데… 천 냥의 금으로는 낭자의 주의를 끌 수 있을지 모르겠습니다.”낙청연은 입꼬리를 살짝 올리며 답했다: “당연하지요.”“하지만 공자, 천 냥의 금으로… 저한테 바라는 게 무엇인지요?”물고기가 미끼를 덥석 물어버렸다.부조는 급히 목적을 말하지 않았다. 이런 유별난 여자를 상대하려면 반드시 천천히 한 걸음씩 해야 한다는 걸 알고 있기 때문이다.“낭자, 제 부에 와서 춤을 춰주시지 않겠습니까?”낙청연은 멈칫했다.부조는 낙청연이 멈칫하자 급히 웃으며 말했다: “아니면 운상전에서 10일 동안 독무를 춰주시는 건 어떻습니까?”낙청연은 가볍게 웃으며 답했다: “좋습니다.”이 말을 들은 부조는 의아한 표정으로 눈썹을 치켜들며 물었다: “낭자, 혹시 돈을 좋아하십니까?”“돈이 싫은 사람이 어디 있겠습니까? 부설도 그저 이런 여자일 뿐입니다. 혹시 공자, 실망하셨습니까?”이 말을 들은 부조는 오히려 웃으며 말했다: “아니요! 좋습니다!”“세상 사람 모두 그런 게 아니겠습니까. 부설 낭자의 솔직함이 좋습니다.”부조는 실눈을 뜨더니 손을 들어 낙청연의 뺨을 어루만지려 했다.낙청연이 반응을 하기도 전에 방문이 누군가에 의해 쿵 하고 열렸다.강렬한 살기와 함께 말이다.부조는 재빨리 낙청연을 밀치며 말했다: “부설 낭자, 조심하십시오!”그리고는 뒤로 물러서 아슬아슬하게 날카로운 살기를 피했다.순간 비수가 벽에 꽂혔다.부조는 비수를 보더니 서늘한 눈빛으로 말했다: “누구냐! 감히 이런 짓을 벌이다니?!”낙청연도 고개를 들어보았다. 부진환과 부경리였다.“하하, 섭정왕과 7황자시군요.” 부조는 신원을 확인하고 온화한 미소를 지었다.부진환은 천천히 앞으로 다가가 앉아 날카로운 눈빛으로 낙청연을 바라봤다.부경리도 앞으로 다가가 말했다: “부설 낭자, 전에 독무를 춰주시겠다는 약속 기억하십니까?”“아직 유효하지요?”낙청연은 이 두 사람이 왜 갑
낙청연은 심장이 조여오고 분노가 치밀어 올랐다.그렇게 낙청연은 고개를 돌려 서늘한 눈빛으로 부진환을 흘겨보며 말했다: “나가주십시오!”진 어멈은 밖에서 소리를 듣고 문 앞으로 다가와 물었다: “낭자, 왜 그러십니까?”“방에 침입자가 있소, 어서 내쫓아 주시오!” 낙청연은 분노를 억누르며 큰 목소리로 외쳤다.진 어멈은 이 말을 듣자마자 방으로 쳐들어와 사람을 끌어내려 했지만, 상대가 섭정왕인 걸 확인하고는 깜짝 놀랐다.그렇게 진 어멈은 나긋한 말투로 타일렀다: “왕야, 여긴 부설 낭자의 방입니다. 손님은 들어오지 못하니 밖에서 기다리시는 게 어떻습니까?”부진환은 치밀어 오르는 분노를 억누르며 소매를 거두고 떠났다.부진환이 가자마자 낙청연은 급히 탁자를 잡았다.목에서 비릿한 냄새가 올라왔다.하지만 낙청연은 두 눈이 시뻘게지면서까지 참았다.린부설은 마음이 아파 입을 열었다: “가여운 아가, 또 오해 생겼구나.”“설명을 해 주는 게 어떠냐?”낙청연은 싸늘한 어투로 말했다: “설명할 게 뭐가 있습니까! 저를 류가에 보낼 때는 설명이라는 걸 했습니까?”린부설은 급히 말했다: “그럼 지금 이렇게 서럽고 화나는 건 무엇 때문이냐?”낙청연은 싸늘한 어투로 답했다: “부진환 때문이 아닙니다!”린부설은 고개를 절레절레 저으며 말했다: “말은 그렇게 하지만 마음은 그렇지 못하구나.”부진환도 화가 잔뜩 난 채로 부설루를 떠났다.부경리가 쫓아왔을 때 부진환은 이미 보이지 않았다.부설루에서 나오고 부진환은 왕부로 돌아가지 않았다. 저도 모르게 장락길의 저낙이 생각난 것이다.오랫동안 보지 못했던 터라 발길은 장락길로 향했다.하지만 낙청연이 아직 돌아오지 않았던 터라 송천초는 부진환을 보고 깜짝 놀라 어쩔 바를 몰랐다.“저낙은 어디있소?” 부진환은 송천초 뒤를 힐끔힐끔 쳐다보았다.보통은 저낙이 문을 여는 데 말이다.송천초는 급히 설명했다: “굿하러 갔습니다.”“굿? 아직도 안 왔단 말이냐?” 부진환은 미간을 찌푸렸다.비록 저 신산이 유명해지고 산
“그럼 여향을 찾아가 물어봐도 되겠구나!”낙청연은 서늘한 눈빛으로 천천히 입을 열었다: “조급해하지 마십시오. 급하면 제 발로 찾아올 겁니다.”아니나 다를까 다음날, 누군가가 몰래 서신을 보내왔다.누군지는 모르겠으나 위에는 부설 낭자라고 적혀있었다.낙청연은 서신을 열었다.위에는 이런 글이 적혀있었다: “벽해각에 무슨 일이 있었는지 알고 싶다면 오늘 밤 술시 삼각에 취향거로 오시오.”낙청연은 눈썹을 치켜들었다. 드디어 올 것이 왔구나.낙청연은 린부설을 데리고 가지 않았다. 혹시나 감정을 통제하지 못하고 계획을 망칠까 봐 말이다.그렇게 낙청연은 혼자 취향거로 향했다.심부름꾼은 낙청연을 방으로 안내했다. 금고는 이미 앉아서 낙청연을 기다리고 있었다.“이제 왔느냐?” 금고는 말을 하며 술을 따르고 홀로 한 잔 마셨다.낙청연은 앞으로 다가와 앉아 차가운 어투로 말했다: “말 돌리지 말고 솔직하게 얘기하십시오.”금고는 낙청연 앞의 술을 보며 말했다: “한잔하지 않겠느냐?”“난 오늘 싸우러 온 것도, 다투러 온 것도 아니다.”낙청연은 눈앞의 술을 보며 차가운 어투로 답했다: “저도 술을 마시러 온 게 아닙니다.”“말해 보십시오. 벽해각의 모든 일을 알려주는 조건은 무엇입니까?”금고가 이 얘기를 꺼낸 걸 보면 다른 조건이 있는 게 분명했다.금고는 또 한 잔 따르고 웃으며 답했다: “부설 낭자, 역시 똑똑하구나.”“조건은 간단하지. 내 사람들을 돌려주면 모든 비밀을 알려주겠다! 그리고 앞으로 초향각과 부설루는 서로를 범하지 않는 걸로 하자구나.”낙청연은 의아한 표정으로 금고를 보며 물었다: “이것뿐입니까?”“보아하니 벽해각 사람들의 죽음은 당신과 아무런 관계가 없는 게 맞군요. 아니면 어찌 서로를 범하지 않는 걸로 하자는 말까지 나오겠습니까?”금고는 주먹을 꽉 쥐고 날카로운 눈빛으로 낙청연을 째려보았다. 마치 가면 아래 진짜 모습을 드러내려는 것처럼 말이다.금고는 미간을 찌푸리며 물었다: “벽해각을 위해 복수라도 하려는 게냐? 정녕 린부
금고는 득의양양하게 웃으며 낙청연의 목덜미를 잡고 탁자에 꽉 눌렀다.“네가 정녕 뭐라도 되는 줄 아느냐? 7황자와 섭정왕이 구해줘서 그렇지, 아니면 살아남을 수 있을 것 같느냐?!”낙청연은 힘 빠진 채 발버둥을 쳤지만 아무런 소용이 없었다. 금고에게 이 정도 힘은 아무것도 아니었기 때문이다.“7황자와 섭정왕이 지켜주는 걸 알면서 제게 약을 탄 것입니까?” 낙청연은 이를 악물고 발버둥 쳤다.금고는 서늘한 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내일 아침이 되면 이 세상에 부설이라는 자는 없을 것이다.”“네가 부설의 무엇이 됐든, 내가 린부설을 쥐 죽은 듯이 죽일 수 있으면 너도 조용히 사라지게 해줄 수 있다!”“그때가 되면 부설루에 보낸 첩자도 땅문서를 찾아낼 것이니, 부설루도 이제 내 것이 되는 게다!”“이렇게 좋은 노릇을 해줘서 정말 고맙구나!”말을 마치고 금고는 비수를 꺼내 들었다.낙청연은 서늘한 눈빛으로 이를 악물고 금고의 발을 힘껏 밟았다.이 틈을 타 낙청연은 금고를 밀치고 비틀거리며 방문을 뛰쳐나왔다.금고는 어두운 안색으로 말했다: “아직도 도망칠 수 있을 것 같으냐!”“여봐라!” 금고가 소리쳤다.그러자 계단에서 수많은 발소리가 들려왔다.금방 계단 옆으로 간 낙청연은 깜짝 놀라고 만다. 취향거도 금고의 것이었다.낙청연은 황급히 방으로 뛰어가 문을 잠갔다.금고는 천천히 방문 밖으로 걸어왔다.“약에 취하고도 지금까지 버티다니, 대단하긴 하구나.”“근데 이제 힘 빠질 때도 되지 않았느냐? 말만 들으면 편히 보내줄 수도 있다.”서늘한 어투에는 살기가 담겨 있었다.낙청연은 창문을 열어보았다. 밖은 후문이 있는 작은 정원이었다.이곳은 2층이나 벽에 옷을 너는 줄이 많이 걸려있었다.문밖의 사람들은 문을 부수기 시작했다.낙청연은 줄을 붙잡고 밑으로 뛰어내렸다.떨어지는 순간, 다행히도 옷들이 있어 낙청연은 다치지 않았다. 힘겹게 바닥에서 몸을 일으키고 낙청연은 비틀거리며 후문으로 달려갔다.어두운 밤, 조용한 뒷골목은 아주 조용했다. 싸늘
낙청연은 등불을 밝히려 했으나 손이 덜덜 떨리면서 힘이 들어가지 않았다.부조가 그런 그녀를 도와줬다.“제가 하겠습니다.”“감사합니다, 부 공자.”낙청연이 감격하며 말했다.그녀는 곧 방의 구석 쪽으로 향하더니 서랍을 열어 급히 상자를 꺼내고는 열쇠로 그것을 열었다.부조는 그 모습을 힐끔거리다가 눈을 가느스름하게 떴다.낙청연은 상자를 열었고 안에 물건이 들어있는 걸 확인하고는 무겁게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그녀가 고개를 돌렸을 때 부조는 그녀를 보고 있었다.부조는 잠시 당황하더니 얼른 몸을 뒤로 돌리며 말했다.“미안합니다. 보여줄 수 없는 것이라면 먼저 나가 있겠습니다.”말을 마친 뒤 걸음을 옮기려는데 낙청연이 그를 불러세웠다.“부 공자.”부조가 멈췄다.“보여줄 수 없는 건 없습니다. 오늘 구해주셔서 고맙습니다. 그리고 부 공자께 또 부탁드릴 일이 있습니다.”“무엇입니까?”부조가 묻자 낙청연이 대답했다.“오늘 밤 부 공자께서 이 방에서 저를 지켜주셨으면 합니다.”그 말에 부조는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그는 원래 부설을 구한 뒤 그녀의 땅문서가 어디 있는지 알아볼 셈이었다.그런데 부설이 그에게 오늘 밤 남아있어달라고 할 정도로 그를 믿는 줄은 상상도 못 했다.“이건 저희 부설루에 아주 중요한 물건입니다. 지금 부설루 안에 도둑이 있는 것 같은데 누군지도 모르겠고 아무도 믿지 못하겠습니다. 만약 오늘 그 도둑이 온다면 저는 무력하게 당할 것입니다. 그러니 저를 도와주시겠습니까, 부 공자?”그 말에 부조의 눈이 잠시 반짝였다. 그러나 그는 이내 성실하게 대답했다.“알겠습니다. 오늘 밤 밤새워 지키고 있을 터이니 낭자는 이만 돌아가서 쉬십시오.”부조는 점잖게 부설에게서 등을 돌리며 의자 위에 앉았고 그런 행위에 마음이 놓이지 않을 리가 없었다.낙청연은 물건을 다시 제자리에 놓고서는 몸을 일으켜 침상 앞으로 갔고 발을 내렸다.잠시 뒤, 침상에서 코 고는 소리가 작게 들렸다.부조는 입꼬리를 끌어 올렸다. 이 취향(醉香)은 아무리
낙청연은 그녀의 말에 정신이 번쩍 들었다.“사라졌다니?”“사라졌습니다!”진 어멈은 굉장히 조급해 보였다.“왜 사라졌다는 말이오? 설마 어젯밤 도둑이 든 것이오?”낙청연이 물었고 진 어멈은 고개를 끄덕였다.“도둑은 도망쳤고 잡지 못했습니다. 그런데 이제야 깨어나다니, 그래도 무사하셔서 다행입니다!”말이 끝나기 무섭게 운당(雲棠)이 초조한 얼굴로 급히 걸어왔다.“큰일 났습니다! 초향각의 금고가 왔습니다.”“왔으면 왔지, 뭘 그리 당황해하는 것이냐?”낙청연은 느긋하게 신발을 신었다.“낭자, 낭자께서 나가보시지요.”운당은 심각한 얼굴로 말했다.-부설루 안의 손님들은 전부 내쫓겼고 금고는 여도와 초향각의 여인들을 데리고 왔다. 그중에는 최근 부설루로 일자리를 옮긴 자들도 있었다.“초향각처럼 큰 청루가 이렇게 무례할 줄은 몰랐군요. 얼른 돌아가시지요. 그렇지 않으면 가만있지 않을 것입니다.”행우가 호통을 쳤다.여도는 앞으로 두 걸음 나서더니 손을 들어 행우의 뺨을 내리쳤다.짝-엄청난 소리와 함께 행우는 뺨을 맞고 바닥에 쓰러졌다. 고개를 든 그녀의 입가에는 피가 흐르고 있었다.“주인을 배신한 노비 주제에 감히 금고 앞에서 큰소리를 쳐? 네까짓 게 뭔데!”여도는 기세등등해 콧방귀를 끼었다.행우는 화가 난 얼굴로 그녀를 노려보더니 손을 들어 여도의 뺨을 내리치려 했다.그런데 예상밖으로 여도가 행우의 머리카락을 덥석 잡더니 행우의 머리를 탁자 위에 누르면서 뺨을 두 번 때렸다.“천한 것! 우리를 배신해서 부설루로 오면 내가 널 혼쭐내지 못할 것 같았느냐? 부설루는 이제 우리 금고의 것이다. 그러니 너는 여전히 내 노비이다! 무릎 꿇고 머리를 두 번 조아리면 용서해주마! 그렇지 않으면 네 옷을 쫄딱 벗겨 내쫓은 뒤 거지에게 널 보낼 것이다.”행우의 얼굴에 붉은 흔적이 잔뜩 생겼고 피가 흘러 무척이나 비참해 보였다.주위 사람들은 그 모습을 차마 눈 뜨고 볼 수 없었으나 감히 앞으로 나서서 여도를 말리는 사람은 없었다.초향각의 주인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