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층.한 무리의 싸움꾼들이 에워싸더니, 낙청연을 눌러 잡으려고 했다.낙청연은 빠른 눈치와 예리한 몸놀림으로 적의 공격을 피했다. 그녀는 신속하게 피하는 동시에, 상대방의 약점을 맹렬하게 공격했다.그녀는 방문에서부터 끝까지 싸워서 나갔다.그러나 뒤에서 남자들이 끊임없이 튀어나왔다. 초향각의 싸움꾼들은 모두 무술을 익힌 사람들이어서, 힘이 무척 강했다.낙청연은 민첩한 몸놀림으로 공격을 피하면서, 억지로 맞서지 않았다. 그녀는 줄곧 밖을 향해 돌진했다.린부설은 조마조마한 마음으로 그녀를 응원했다: “소 신산, 아슬아슬하네!”“뒤를 조심해!”“빨리, 빨리, 거의 뚫고 나갈 것 같네!”낙청연의 안색은 몹시 어두웠다. 그녀는 긴장을 늦추지 않고 대응하며, 줄곧 밖으로 뚫고 나갔다.사람은 정말 너무 많았다. 양쪽에서 협공하자, 낙청연은 어쩔 수 없이 노선을 바꾸어, 어떤 방에 뛰어 들어갔다.“아!” 방안의 낭자는 마침 행우였다. 그녀는 겁에 질려 얼굴이 창백해졌다.낙청연은 아예 그녀의 손목을 잡더니 말했다: “행우 낭자, 나와 함께 가자!”행우는 깜짝 놀라더니, 잠깐 망설이었다.그러나 그녀가 미처 대답도 하기 전에 밖에 있던 싸움꾼들이 쳐들어왔다. 낙청연은 그녀를 끌고 함께 달릴 수밖에 없었다.바로 창문을 열더니, 그녀의 어깨를 잡고 바로 한발로 밟고 올라가, 창문 밖으로 날아갔다.행우는 놀라서 비명을 지르며, 그녀의 허리를 꽉 껴안았다.원래 떠들썩한 초향각 안에는 싸우는 소리에 주의를 기울이는 사람은 많지 않았다.하지만 이 비명과 하늘에서 내려오는 모습은 순간 모든 사람의 시선을 끌었다.“부설 낭자다!”“부설 낭자가 드디어 춤을 추는 것입니까?”부경한과 부진환 두 사람은 이곳에 들어오자마자, 바로 이 장면을 목격하였다. 눈보다 더 흰 옷을 입은 여인이 하늘에서 사뿐히 내려왔다.그녀는 온몸에 선기가 가득했다.“우와, 이 부설 낭자는 과연 명불허전이구나! 셋째 형, 이곳에 오길 잘하지 않았소!”부경한은 아주 재미있게 구경했다.부진
이 말을 들은 부경한은 깜짝 놀라 물었다: “셋째 형, 어디 가는 것이오?”낙청연은 행우를 데리고 초향각을 빠져나왔다. 뒤에서 발소리가 들려오자 당황한 그녀는 뒤를 돌아보았다.그리고는 가슴이 덜컥 내려앉고 말았다.부진환은 왜 따라온 것인가?세상에!부진환에게 정체를 들키면 끝장이다!낙청연은 행우를 데리고 같이 달렸다. 앞에 멈춰있는 마차가 보이자 바로 올라탔고, 낙청연은 앞에 있는 말에 탔다.그러나 부진환은 날렵한 경공으로 따라와 낙청연 옆에 앉았다.그리고는 입을 열었다: “안으로 가시오.”낙청연은 바짝 긴장했다. 부진환은 대체 뭘 하려는 걸까?그러나 뒤따라오는 병사들의 발걸음 소리가 들려오자 낙청연은 어쩔 수 없이 마차 안으로 몸을 피했다.마차 안에 있는 행우는 너무 무서워 금방이라도 울음을 터뜨릴 것 같았다. 행우는 낙청연의 손을 꽉 잡으며 말했다: “저를 데리고 오는 게 아니었습니다. 제가 도망쳐봤자 어디로 도망치겠습니까?”“걱정 말거라, 내가 잘 처리해줄 테니.”초향각 앞, 부경한은 부진환이 마차를 끌고 부설 낭자와 함께 도망친 것을 보자 서운한 기색을 드러냈다.“혼자 미인을 구해 영웅 행세를 하겠다는 것이냐? 흥미가 없다더니 아주 그냥 차고 넘치는구먼!”“참, 사내들이란!”부경한은 콧방귀를 뀌고 초향각 안으로 들어갔다.이제는 관여하는 사람이 없으니 실컷 즐길 수 있으리라 생각하며 말이다.부진환은 말을 타고 뱅뱅 돌았다. 그렇게 얼마 지나지 않아 병사들은 모두 뒤처지고 말았다.그렇게 어느 조용한 골목에 와서야 부진환은 말에서 내렸다.그리고는 문발을 들어 올려 마차 안의 사람을 바라보았다.“낭자, 우리 어디서 만났던 적이 있는 것 같소.”낙청연은 조마조마한 마음을 부여잡고 얇은 목소리로 차갑게 답했다: “공자, 똑같은 말을 몇 명한테 하시는 건지요?”“이런 말은 여인한테 먹히지 않습니다.”부진환은 미간을 찌푸린 채 눈앞의 여인을 바라보았다. 누구를 닮았는지는 모르겠지만, 낯이 익은 건 확실했다!“공자, 도와주셔서
린부설은 아직도 충격에 휩싸인 채 낙청연의 질문에 답했다: “제 옆에 있던 계집종, 려향(荔香)입니다.”“아직 살아있었다니, 죽지 않았다니!”“그날 나랑 같은 행렬에 있었는데 살아있을 리가…”이 말을 들은 낙청연은 깜짝 놀라 물었다: “그러니까 사고가 있던 날, 같이 갔던 사람이란 말입니까?”“그래.”낙청연은 미간을 찌푸리며 말했다: “같은 대오지만 간신히 살아남았을 수도 있지 않습니까?”“잘 모르겠지만 그렇게 간단한 일이 아닌 것 같았다. 사고가 터지고 나 쭉 절벽 아래에 갇혀있었다. 한참을 찾아서야 발견했지만, 그때 벽해각은 이미 저택으로 되었고.”“그리고 여기에는 이 원외라는 사람이 살고 있었다.”“다들 벽해각 사람들은 한 명도 남지 않았다고 했고.”“근데 려향은 왜 살아있는 걸까?”린부설은 아무리 생각해도 이해가 가지 않았다. 이 사건은, 절대로 간단하지 않다!낙청연은 잠시 생각을 하더니 입을 열었다: “저쪽 길에 있는 범 삼촌(範大叔)을 기억하십니까? 그때 추종자 중 한 명이었으니 사고가 나고 소식을 알아봤을 겁니다. 그러니 아는 것도 많겠지요.”“가서 여쭤봅시다.”린부설이 답했다: “그래.”그렇게 낙청연은 행우를 객잔에 두고 곧바로 떠났다.낙청연은 린부설을 데리고 상장 가게에 들어갔다. 범 삼촌은 서늘한 바람이 가게의 등롱과 종이 인형을 흔들자 이상함을 느꼈다.그러나 저 신산임을 확인하자 범 삼촌은 바로 경계를 풀었다.“저 공자, 오셨습니까.”낙청연은 고개를 끄덕이며 은자 몇 푼을 꺼냈다: “저택 배치에 아주 신경을 쓰셨더군요. 수고많으셨습니다.”범 삼촌은 예를 차리며 거절했다: “주신 돈으로도 충분합니다.”“요 며칠 밤이 돼도 저택은 조용하더군요. 몇 번이나 가봤지만 춤추고 노래하는 소리가 들리지 않았습니다.”이 말을 하며 범 삼촌의 눈빛에는 서운한 기색이 스쳐 지나갔다.소리가 없으니 안전한 것이지만, 노랫소리를 다시는 들을 수 없으리라 생각하니 서운한 기분이 들었던 것이다.낙청연도 알고 있었다. 범 삼촌이
낙청연은 깜짝 놀랐다.적지도 많지도 않은 52구의 시체…하지만 려향은 아직 살아있다!그러니 려향은 자신이 살아있다는 소식을 숨긴 것이다. 려향은 죽지 않았다!몇 년이나 지난 지금, 마침내 살길이 보였다.그럼 그때 그 사고도, 간단한 일이 아닌 것이다!“저 공자, 근데 갑자기 왜 이런 걸 묻는 겁니까?” 범 삼촌은 이상한 낌새를 느꼈다.“혹시 그때 린부설의 죽음이…”범 삼촌도 의심하기 시작했다.낙청연은 범 삼촌까지 끌어들이고 싶지 않아 곧바로 답했다:“저를 찾아온 사람 중 한 명이 린부설을 알고 있더군요. 옆에 있던 계집종 려향까지 말입니다.”“그래서 알아본 겁니다.”범 삼촌은 고개를 끄덕이며 답했다: “그렇군요…”“늦었습니다, 전 이만 가보겠습니다.” 낙청연은 곧바로 떠났다.객잔으로 돌아가는 길에, 낙청연은 낮은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려향이라는 자, 분명 문제가 있습니다.”“죽지 않았는데 다들 죽었다고 하니… 찔리는 게 없으면 왜 숨겼겠습니까?”린부설은 증오에 찬 말투로 답했다: “옳다!”“부설이라는 이름으로 초향각에서 춤을 췄는데, 정녕 닮았다고 생각하면 제자가 맞는지 확인부터 했을 것이다. 하지만 아무 말도 없이 사람이 보내 죽이려고 한 건…”“뭔가 찔리는 게 있다는 뜻이다!”“신산, 괜히 복잡한 일에 끌어들이는 게 아닌지 걱정이 되네.”린부설은 무거운 어투로 답했다.낙청연은 미간을 찌푸린 채 물었다: “당신의 죽음도, 누군가의 계획일 거라는 의심이 들지 않습니까?”“제가 엮이는 게 걱정이 된다니, 진실을 찾아내 복수하고 싶지 않으십니까?”린부설도 어찌 복수하고 싶지 않겠는가.“금방 죽었을 때는 증오에 가득 차 누군가의 계획이 아닌지도 의심했었다.”“근데 이 모습으로 어떻게 조사를 하겠느냐?"“그저 신산인데다 낙영과 아무런 상관이 없다면 당연히 나도 도와달라 하고 싶구나.”“하지만 낙영의 딸 아니더냐. 이런 일에 엮이게 하고 싶지 않다.”낙영은 죽었고, 린부설도 죽었다. 낙청연 혼자 남은 세상인데, 이마
”행우, 너는 금고에 대해 얼마나 알고 있느냐? 부녀자가 어찌 이렇게 큰 청루를 열 수 있다는 말이냐? 혹시 배후에 다른 사람과 관련이 있는 게 아니냐?”낙청연은 온갖 방법을 동원하여 소식을 알아보려고 했다.행우는 생각하더니,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저도 별로 아는 게 없습니다. 그저 금고도 설신무를 출 줄 안다는 것밖에 모릅니다. 하지만 그녀는 종래로 사람들 앞에서 춘 적이 없습니다. 그것도 여도가 사람들에게 자랑해서 알게 되었습니다.”“하지만 초향각 배후에 확실히 실력있는 사람들이 있다고 들었습니다.”“자세한 건 저도 잘 모릅니다.”낙청연은 듣더니, 고개를 끄덕이었다.린부설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설신무는 내가 가르쳤다. 하지만 그녀는 반밖에 배우지 못했다.”어쩐지……부설의 이름과 그리고 초향각에서 완벽하게 설신무를 췄기 때문에, 금고가 그녀를 죽일 마음을 갖게 된 것 같다.“보아하니 초향각은 돌아갈 수 없을 것 같구나! 계속 돈을 벌려면 장소를 바꿔야 할 것 같다!”낙청연은 말하더니, 또 행우에게 물었다: “경도에서 어떤 청루가 명성이 비교적 높은지 알고 있느냐?”행우는 난감해서 말했다: “명성이 높은 곳은 있지만, 이런 일이 또 다시 일어나지 않는다고는 말할 수는 없습니다.”“저는 금고에 대해 별로 잘 알지 못하지만 듣기론 수단이 악랄하다고 합니다. 아마 장소를 바꿔도 그녀는 방법을 강구해 피해를 줄 것입니다.”낙청연은 듣고 나서, 매우 찬성한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이더니 말했다: “도리가 있구나!”“다른 사람 가게에 가면, 결국 또 그 사람들 마음대로 하는 것이다.”“만일 자신의 구역이라면……”낙청연의 말을 여기까지 듣던 린부설의 흥분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스스로 청루를 차리고, 주인이 되고 싶은 것이냐?”마침 낙청연도 그럴 생각이었다!그리하여 행우에게 이 방면에 대해 물었다.행우는 생각하더니 말했다: “제가 림춘루(臨春樓)라는 곳을 알고 있긴 합니다! 요 몇 년 동안 초향각 때문에 망했습니다. 그 집 낭자들은 거의
행우는 고개를 끄덕였다.“네.”“물론 그뿐만은 아니죠. 그녀는 여도가 제멋대로 날뛰어도 눈감아줬습니다. 만약 다른 이들이 잘못을 저질렀다면 사람 취급도 받지 못했을 겁니다.”행우는 고개를 숙이고 이를 악물었다. 그녀의 눈동자에는 분노가 가득 차 있었다.“그래서 그렇게 단호히 날 따라 떠난 것이구나.”낙청연은 복잡한 눈빛으로 말했다.“우리는 림춘루로 갈 것이다. 그곳에 가면 많은 금고들의 이목이 쏠릴 것이다. 두렵지 않으냐?”행우는 고개를 저었다.“두렵지 않습니다. 저와 초향각 사이에는 계약이 없습니다.”그에 낙청연은 림춘루가 초향각에 보낸 염탐꾼이 행우라고 확신했다. 하지만 그것은 그녀의 계획에 영향을 주지 않았다.식사를 마친 뒤 낙청연은 행우와 함께 림춘루로 향했다.떠들썩한 거리에는 손님들이 많았고 림춘루는 텅 비어있는 정도는 아니었다. 하지만 초향각의 열기와 비교했을 때는 차이가 컸다.“그러면 나와 함께 진 어멈(陳媽媽)을 만나러 가자꾸나.”행우는 열정적으로 그녀를 데리고 위층으로 올라갔다. 마치 자기 집인 것처럼 익숙해 보였다.방문 앞에 서니 원망에 찬 울음소리가 안에서 들려왔다.“전부 가거라. 전부 가라니까. 어차피 장사도 안 되는데 너희들이 떠나는 것도 당연하지. 림춘루가 완전히 망하기 전에 일할 곳을 따로 찾는다면 찾을 수 있을 것이다. 여기가 망하고 나서 찾는다면 너무 늦지.”방 안에서 진 어멈이 초췌한 얼굴로 울고 있었고 여인들이 바닥에 주저앉아 훌쩍이며 눈물을 닦고 있었다.“진 어멈, 우리도 떠나고 싶지 않습니다. 하지만 몇 달 내내 돈을 벌지 못했으니 떠날 수밖에 없습니다.”방 안은 울음소리와 서글픔으로 가득 차 있었고 듣고 있기만 해도 마음이 아팠다.행우는 낙청연을 데리고 문을 열고 들어갔고 낙청연은 덤덤하지만 결연한 어조로 말했다.“당신들 전부 떠나지 않아도 되오.”그 말에 방 안의 사람들은 깜짝 놀라면서 고개를 돌렸다.“행우야, 이분은 네가 모셔온 분이시냐?”진 어멈은 의아한 얼굴로 물었고 행우는
그 말에 진 어멈은 얼이 빠졌다.곧이어 그녀는 코웃음을 치며 말했다.“오천 냥으로 저희 림춘루를 사겠다고요? 우리 림춘루가 장사가 안되는 건 맞지만 이곳은 제가 십 년 넘게 경영한 곳입니다! 제가 고작 오천 냥에 이곳을 팔 것 같습니까? 꿈도 꾸지 마세요! 얼른 돌아가시지요! 행우야, 얼른 이분을 모시고 돌아가거라!”진 어멈은 망설이지 않고 곧바로 축객령을 내렸다.낙청연이 그녀를 설득했다.“청루를 사서 사람들을 전부 내쫓을 생각은 없소. 당신들은 여전히 여기 남아 장사를 해도 되오. 그리고 나는 당신들의 장사가 예전처럼 잘 되게 도와줄 수 있지.”그 말에 진 어멈은 당황했다. 그녀는 고개를 돌려 낙청연을 보며 말했다.“당신이 말입니까? 당신이 무슨 수로 저희 림춘루를 예전처럼 장사가 번창하게 만든다는 말입니까?”낙청연이 대답하기도 전에 행우가 진 어멈을 만류하며 말했다.“이분은 부설 낭자입니다!”그 말에 진 어멈은 매우 놀랐다.“부설? 초향각에서 춤을 추는 그 부설 말이냐?”낙청연은 아무 생각 없이 고개를 끄덕였고 진 어멈은 순간 눈을 반짝였다. 그녀는 낙청연의 주위를 맴돌며 아래위로 훑어봤다.“이분이 부설 낭자란 말이냐? 정말 저희 림춘루로 오실 생각입니까?”낙청연은 느긋하게 앉으며 말했다.“난 오천 냥으로 이 림춘루를 사고 싶소. 그리고 여기 있는 모든 자들은 이곳에 남아도 되오. 하지만 앞으로 림춘루의 주인은 내가 될 것이오. 작은 일들 당신들이 알아서 해도 되지만 큰일에 있어서는 결정권이 나한테 있소. 그리고 림춘루의 이름은 앞으로 부설루(拂雪樓)로 바꿀 것이오. 이 또한 손님들을 끌어들일 방법의 하나이지. 동의한다면 내일 아침 바로 계약을 맺지. 동의하지 않는다고 상관없소. 청루라면 어느 곳에 가든 살 수 있으니 말이오.”그녀는 단지 좀 더 깨끗하고 안전한 곳에서 춤을 추고 싶은 것뿐이었고 뒤통수를 맞지 않으려면 그녀가 주인이 되어야 성가신 일이 없었기에 반드시 돈을 써서 사야 했다.그리고 림춘루는 그 조건에 마침 부합되
낙청연은 아예 마당에서 나온 것처럼 고개를 들어 밤하늘을 바라보며 천천히 밖으로 걸어 나갔다.그러자 뒤에서 다소 낮은 목소리가 들려왔다.“난 네가 거북이처럼 평생 처소에 숨어서 지낼 줄 알았는데.”낙청연은 고개를 돌렸고 부진환이 서서히 다가오는 모습을 보았다.그의 수려한 얼굴 위로 서글픈 감정이 어려있었다. 아주 보기 드물게 진실한 감정을 드러낸 것이다.낙청연은 그의 말에 대꾸하지 않았고 부진환은 천천히 그녀의 곁으로 다가가 고개를 들어 달을 쳐다보며 서서히 입을 열었다.“겨울을 나더니 살이 빠졌더구나. 요즘 몸은 어떠냐? 필요하다면 송 낭자를 모셔서 오마.”그 말에 낙청연은 움찔 놀랐다.살이 빠진 걸 알아보다니, 놀라움도 잠시 낙청연을 찾아온 건 서늘한 한기였다.“왕야께서 송 낭자를 모시려는 건 낙해평의 병을 치료하기 위해서겠지요. 굳이 저를 걱정하는 척은 하지 않으셔도 됩니다.”냉담한 어조는 너무도 차가웠고 그 어떤 온기도 느껴지지 않았다.부진환은 그녀의 말에 순간 욱했다.“낙청연, 낙해평은 네 친아버지다. 그런데 그가 죽길 바라느냐? 너에게 승상인 아버지가 없었더라면 네가 왕부에 대신 시집왔을 때 넌 죽었을 것이다!”부진환은 화가 났다.그는 저번에 낙청연을 때린 일을 줄곧 마음에 두고 있었고 한참을 고민한 끝에 사과해야겠다고 생각했다. 요즘 들어 살이 빠진 것 같은 그녀의 모습에 상처가 완전히 아물지 않은 건 아닐까 걱정됐다.하지만 낙청연은 그가 다른 목적이 있어 그녀를 이용하려는 줄로 알고 있었고 송천초를 이용해 낙해평을 구하려 한다고 생각했다.낙청연은 고개를 돌려 매서운 눈빛으로 그를 바라보았다.“그러면 왕야께 감사드려야겠습니다. 낙해평의 체면을 고려해 절 살려두셨으니 말입니다. 그런데 왕야께서는 제가 살아있다고 생각하십니까?”낙청연은 그를 차갑게 쏘아보더니 그대로 걸음을 옮겨 떠났다.부진환은 떨리는 동공으로 그녀를 빤히 쳐다보았다. 그는 그녀가 떠나는 모습을 물끄러미 바라보았고 심지어 바닥에 있는 그림자까지 보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