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맙습니다.”엽순은 고개를 돌려 그의 부인을 보며 말했다.“목욕을 시키고 깨끗한 옷으로 갈아입히시오.”심면이 다급히 자리에서 일어났다.“아닙니다. 고맙습니다.”“먼저 방으로 돌아가겠습니다.”심면은 검술을 들고 일어나 방으로 떠났다.엽순은 한숨을 쉬며 그녀를 막지 않았다.방으로 돌아와 검술을 들고 심면은 밤새 눈물을 흘리다 지쳐 잠들었다.다음 날 일꾼이 문을 두드리러 와서야 심면은 잠에서 깨어났다.“그만 자시오. 자네의 돈으로 하룻밤만 묵을 수 있소. 어서 나가시오.”심면은 깨어나 아직도 촉촉한 눈가를 닦으며 검술을 들고 방문을 나섰다.객사를 떠난 후 그녀는 객사 맞은편에서 기다리고 있었다.얼마 지나지 않아 엽순 부부가 나와 빠르게 그녀를 향해 걸어갔다.“주인장에게 물어보고 나서야 네가 이미 나왔다는 것을 알았다. 이 돈을 갖고 있거라. 적어도 잠시 지낼 곳을 찾을 수 있을 것이다.”엽순이 돈주머니를 그녀의 손에 쥐어주었다.“정말 필요 없습니다...”하지만 거절할 새도 없이 엽순은 그녀에게 마차에 올라 떠나자고 했다.심면은 마차에 올라탔다.마을을 떠날 때 심면은 마차 창으로 그녀를 쫓는 사람들이 밖에 있는 것을 얼핏 보았다.그들은 주위를 살피고 있었다.누군가 이 마차를 쳐다보자, 심면은 저도 몰래 몸을 피했다.이내 그녀가 물었다.“묫자리가 멉니까?”엽순이 답했다.“멀지 않다. 바로 산에 있다. 마차는 산에 오르지 못하니, 이따가 조금 걸어야 한다.”마차는 마을을 떠나 외진 숲 밖에 도착했다.마차가 들어가지 못하자 세 사람은 마차에서 내려 산 속으로 걸어가 산을 올랐다.정오 무렵 세 사람은 산에 도착했다.가까워질수록 심면의 마음은 점점 더 무거워졌다.“바로 앞이다.”엽순이 길을 이끌었다. 모퉁이를 돌자 멀지 않은 곳에 무덤이 보였다.묘비에는 심의와 하경월의 묘라고 새겨져 있었다.묘비를 본 순간, 심면의 마음은 찢어질 듯 아팠다. 여러 해 동안 감감무소식이었던 부모님과 이런 식으로 다시 만날 줄 생각지도
엽순이 천천히 걸어와 그녀의 옷깃을 잡고 그녀를 끌고 갔다.“가서 밧줄을 갖고 오시오.”여자는 풀숲에 미리 숨겨둔 밧줄을 갖고 심면을 묶어놓았다.심면은 상대가 당분간 자신을 죽이려 하지 않는 것을 보고 더 이상 발버둥 치지 않았다.이 독은 내공을 쓸수록 빨리 퍼지는 것 같았다.“방금 부모님과 저세상에서 만나게 해준다고 했는데, 내가 누구고 부모님이 누구인지 아는 것입니까?”엽순이 가소롭다는 듯 웃으며 무덤을 힐긋 보았다.“이것이 바로 네 부모님이 아니더냐?”심면은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 그녀는 묫자리도 엽순이 만들어낸 가짜라고 생각하고 부모님이 살아 계실 것이라 기뻐했다.엽순은 심면의 눈빛이 착잡해진 것을 보고 웃으며 말했다.“솔직히 말하마. 내가 어제 말한 것은 모두 사실이다.”“다른 점이 있다면, 바로 네 부모님이 내 손에 죽었다는 것이다.”“그들은 내가 죽였다.”“만났을 때 나를 도와줬으니, 죽인 후 이곳에 시체를 묻어주고 비석을 세웠다.”이 말을 듣고 심면은 억장이 무너져 눈앞의 남자를 노려보았다.“어찌 도와준 사람을 죽인 것입니까?”엽순이 무심히 눈썹을 치켜올렸다.“난 좋은 사람이 아니다. 그렇지 않으면 왜 살인에 연루되어 관청의 수배를 받고 있겠느냐?”“다른 사람이 돈을 주고 네 부모님의 목숨을 노리고 있었다. 보수가 푸짐하니, 흔들리지 않을 자가 있겠느냐?”“지금도 마찬가지다. 누군가 네 목숨을 원하고 있다.”“이렇게 보니 참으로 인연이구나. 세 식구 모두 내 손에 죽을 것이다!”“이제 너를 네 부모님의 무덤 옆에 묻어주마. 온 가족이 나란히 있는 것도 모인 셈이다!”말을 마치고 엽순은 고개를 숙이고 분노로 붉어진 심면의 눈을 보며 눈살을 찌푸렸다. 그는 불만스럽게 말했다.“어찌 나를 노려보는 것이냐?”“나에게 고마워해야 한다.”“내가 아니었다면 넌 여태껏 부모님의 행방도 모를 것이다.”“가족과 만날 수 있게 해준 나한테 고마워해야 한다!”심면의 붉은 두 눈은 분노로 가득 차 피라도 흘릴 것 같았다
“물론이다. 부인의 독은 제일이라 할 수 있다!”말을 한 뒤 엽순은 한마디 더 보충했다.“그러고 보니 네 부모님의 목숨은 더욱 쌌다. 겨우 2만 냥이었다.”심면은 마음이 아팠고 화가 치밀어 올랐다.그녀의 원망에 가득 찬 눈빛을 본 엽순이 말했다.“8만 냥을 주면 복수를 도울 것이다.”심면이 흔쾌히 승낙했다.“그래. 8만 냥으로 하겠다.”“하지만 돈을 갖고 나오지 않아 청주에 가야 8만 냥을 줄 수 있다.”두 사람의 실력은 아주 강했다. 그녀를 쫓던 사람들과 한패가 아니라 따로 움직이는 듯했다.만약 이들이 그녀의 제안에 관심이 있다면 아마도 그녀를 안전하게 청주까지 호송할 수 있을 것이다.“청주? 그곳은 전쟁 중이다.”엽순이 망설였다.심면이 가소롭다는 듯 웃었다.“황실의 사람도 죽일 수 있다고 허풍을 치더니. 청주로 갈 엄두는 없는 것이냐?”“난 내가 일반 사람이 아니라 말했다. 그럴 능력이 없다면 일찌감치 나를 풀어주고 누가 시킨 일인지 솔직히 말하거라. 그럼 더 이상 추궁하지 않겠다.”엽순이 자신 있게 웃었다.“내가 못 갈 곳은 없다. 고작 청주일 뿐, 못 갈 리 없다.”그때 서월이 다가왔다.“정말 청주로 가려는 것이오? 그쪽에서 아직도 일 처리를 기다리고 있소.”“그 쓸모없는 놈들은 사람도 못 찾았는데 무슨 말을 할 수 있겠소? 돈을 벌 수 있는데 참을 수 있겠소? 고작 7, 8일만 지체할 뿐이니 괜찮소.”“데리고 가세!”심면은 조용히 듣고만 있었다. 보아하니 두 사람은 그 자객들과 한패가 아닌 것 같다.그러나 엽순은 그녀를 자객들에게 넘겨야 일을 완수할 수 있다.그녀에게는 아직 시간이 남아 있다.스스로 걸어서 산에서 내려올 수 있도록 서월은 심면에게 해독약 반 알을 먹였다.독은 잠깐 약효를 잃을 것이다.두 사람은 앞뒤로 그녀를 중간에 두고 산에서 내려갔다.산에서 내려온 세 사람은 마차에 올라 바로 청주로 출발했다.마차에서 심면이 떠보았다.“마을에 있는 자객들과 한패가 아닌 것이냐?”“자객의 심부름을
심면은 그 말을 듣고 생각에 잠긴 듯 고개를 끄덕이다 다시 궁금한 듯 물었다.“실력이 뛰어나고 한 번도 패한 적 없다면 돈을 많이 벌었을 텐데 어찌 아직도 이 일을 하는 것입니까?”“위험하지 않습니까?”서월이 답했다.“매일 일을 맡는 것이 아니다. 돈이 부족할 때만 산에서 내려와 일을 받고 있다.”심면은 살짝 놀랐다.“그렇습니까?”“공교롭게도 세 식구를 죽이라는 일을 모두 두 사람이 맡았습니다.”서월은 고개를 돌려 부드러운 미소를 지었다.“그러니 참 인연이구나.”심면은 몰래 손을 꽉 움켜쥐었다. 사람을 죽인 사람이든, 죽이라 시킨 사람이든 모두 가만두지 않을 것이다!그녀는 부모님의 원수를 갚을 것이다!그 후 심면은 계속 서월의 입에서 누가 시킨 일인지 알아내려 했다.서월은 비록 모두 솔직히 얘기하는 듯했지만, 고용주에 관한 중요한 단서는 조금도 밝히지 않았다.-제사장족 대오는 심면에게 문제가 생겼다는 소식을 접했다.그들은 청주에 거의 도착하여 객사에서 쉬고 있었다.낙현책은 이 사실을 알고 조급한 나머지 돌아가서 심면을 찾겠다고 제의했다.하지만 대오를 이끄는 사람은 바로 거절했다.“안 된다! 명에 따라 지금 가장 중요한 것은 모두의 안전을 확보하는 것이다.”“곧 청주에 도착하니, 절대 문제가 생기면 안 된다. 청주에 도착하면 청주 쪽에서 사람을 보내 심면을 찾을 것이다.”“우리는 그저 가는 도중 심면의 종적이 있는지 주의하면 된다.”“문제가 없다면 청주로 찾아올 것이고, 정말 사고가 났다면 우리의 일손으로 심면을 구할 수도 없다.”심면에게 문제가 생긴 것은 대오를 지키는 병사들에게도 중요한 일이다.그들은 현학서원과 제사장족 제자들을 청주로 안전하게 보내기 위해 더 경계해야 한다.만약 사고라도 생긴다면 그들은 그 죄를 감당할 수 없을 것이다.하지만 낙현책은 마음을 놓고 청주로 갈 수 없었다.“심면을 찾는 사람이 없다면 혼자 가겠습니다!”낙현책은 말을 마치고 객사에서 뛰쳐나가려 했다.하지만 병사가 그의 길을 가로막
“언니, 너무 춥습니다. 일꾼에게 이불을 더 달라고 하고 싶습니다.”서월이 귀찮은 듯 답했다.“그래.”심면은 자리에서 일어나 방문을 열고 밖을 향해 소리쳤다.“여봐라!”“여봐라!”그녀는 소매 밑에 종이를 쥐고 일꾼에게 이 종이를 청주의 부 태사에게 전해달라고 부탁하고 싶었다.이것은 도움을 요청할 수 있는 많지 않은 기회이다.한참을 소리쳤지만, 일꾼은 오지 않았다.심면은 일꾼이 잠들었다고 생각하고 포기하려던 참이었다. 바로 그때 갑자기 옆방에서 누군가 방문을 열었다.안에서 나온 사람을 보고 그녀의 안색이 바뀌었다.낙현책이다!낙현책도 그녀를 보고 기뻐하며 빠른 걸음으로 다가왔다.하지만 심면은 다급히 눈짓을 보내 방에 다른 사람이 있으니, 경거망동하지 말라 뜻을 전했다.낙현책도 바로 그녀의 뜻을 알아차리고 공손히 물었다.“아가씨, 무슨 일입니까?”“방이 너무 추우니, 이불을 더 가져다주시오.”심면을 말하며 그 쪽지를 낙현책의 손에 슬그머니 쥐여 주었다.“예. 잠시 기다리십시오.”낙현책은 쪽지를 받고 돌아섰다.그는 자기 방에서 솜이불을 꺼내 심면에게 주었다.“고맙소.”심면은 방문을 닫았다.이불을 깔고 심면은 자리에 누워 눈을 감았지만 잠을 이루지 못했다.낙현책이 이곳에 있다니.도망갈 기회가 생겼다.낙현책도 방으로 돌아와 잠을 이루지 못했다. 그는 줄곧 심면이 묵고 있는 방을 주시하고 있었다.그는 심면이 건네준 쪽지를 보고 그녀의 처지를 알게 되었다.보아하니 두 명의 고수를 먼저 해결해야 한다.독에 강한 자가 있으니, 약을 쓰는 것은 안 될 것이다.그렇다면...낙현책은 방에서 준비를 하기 시작했다.그동안 그는 제사장족에서 많은 것을 배웠다.강여가 전에 그에게 호신용으로 악귀를 준 적 있다. 오늘 드디어 쓸모가 있을 것이다.객사에 손님도 많지 않아 손을 쓰기에 좋은 기회이다.진법을 배치하고 낙현책은 객사 주위를 살펴본 뒤 말 두 마리를 미리 마련해 두었다. 오늘 밤 심면을 구해내야 한다.밤이 깊어지자, 낙현
심면은 고개를 끄덕이고 조금 마음을 놓았다.하지만 이내 문밖에서 검은 머리카락을 휘날리는 여자의 그림자가 비친 것을 보았다.“아!”심면은 깜짝 놀라 바로 기절했다.서월도 고개를 돌려 보고 깜짝 놀랐다. 하지만 방문을 열자, 그 그림자는 빠르게 휙 지나가 종적을 감추었다.서월은 재빨리 쫓아가 주위를 두리번거렸다.도대체 누가 농간을 부리는 것일까?객사 전체에 여자의 흐느끼는 소리가 울려 퍼져 듣는 이로 하여금 등골이 오싹하게 했다.그때, 심면은 창문 밖에서 고양이 울음소리를 듣고 재빨리 일어나 창문 옆으로 향했다.아래층 마당에서 낙현책이 그녀에게 손짓하고 있었다.심면은 기뻐하며 바로 창문을 넘어 아래로 뛰어내렸다.낙현책은 바로 그녀를 안전히 받았다.그는 심면과 함께 재빨리 말에 올라탔다.“가자!”그렇게 두 사람은 말을 타고 객사를 빠져나와 마을을 떠났다.저녁 바람이 세게 불어와 심면은 낙현책의 허리를 꼭 안고 있었다.“어떻게 이곳으로 온 것입니까?”“사고가 났다는 것을 알고 찾으러 왔습니다. 이렇게 객사에서 만날 줄 몰랐습니다.”“저 두 사람은 대체 누구입니까? 어찌 당신을 잡는 것입니까?”심면이 답했다.“그들은 기산쌍살입니다. 누군가의 명을 받고 저를 죽이려 했습니다.”“둘 다 호락호락한 상대가 아니라, 바로 발견할 것입니다.”낙현책이 답했다.“괜찮습니다. 빨리 가면 반나절이면 대오를 따라잡을 수 있습니다.”“그때가 되면 대오에 사람이 많아 함부로 하지 못할 것입니다!”“걱정하지 마십시오. 괜찮을 것입니다!”낙현책이 말을 타며 심면을 위로했다.귓가에 바람 소리가 몰아쳤지만, 낙현책의 목소리는 바람의 영향을 받지 않고 확고하게 심면의 귓가에 전해졌다. 그녀는 아주 강한 안정감을 느꼈다.심면이 고개를 끄덕였다.“예.”두 사람이 마을을 떠난 순간, 서월이 방으로 돌아와 심면이 사라진 것을 발견했다.“큰일이구나!”서월의 안색이 변했다.그녀는 그제야 심면이 한 짓이라는 것을 알아차리고 재빨리 객사를 나섰다. 그리
두 사람은 으슥한 숲속으로 자리를 옮긴 뒤 큰 바위 뒤로 돌아 숨어 있었다.그제야 낙현책이 관심 어리게 물었다.“괜찮습니까? 다치진 않았습니까?”심면이 고개를 저었다.“괜찮습니다. 하지만...”낙현책의 팔과 얼굴에 피가 잔뜩 묻어있었다.낙현책은 고개를 숙이고 팔을 힐긋 보더니 은은한 미소를 지었다.“경미한 찰과상일 뿐이니 괜찮습니다.”이내 낙현책은 허리춤에서 검 두 자루를 꺼내 심면에게 한 자루를 건네주었다.“자.”심면은 그 검을 받고 조금 놀랐다.“식심검입니까?”낙현책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는 청주로 가는 것이 위험하다는 것을 알고 있다. 심면도 동행하는 것을 알게 된 후 그는 특별히 이 두 검을 챙겨왔다.이 식심검은 애초부터 심면에게 주려던 검이었다.바로 그때, 숲 앞쪽에 그림자 하나가 나타났다.자세히 살펴보고 심면은 깜짝 놀라고 말았다.“엽순입니다. 어찌 이렇게 빨리 쫓아왔다는 말입니까?”낙현책이 답했다.“통천탑에서 기산에 관한 기록을 본 적 있습니다. 기산은 독으로 뒤덮인 산이라 일반 백성들은 들어올 수 없습니다.”“백독불침인 사람이거나 경공이 뛰어난 자만이 빠르게 산을 드나들 수 있기에 독안개에 중독되지 않을 것입니다.”“보아하니 기산쌍살 중 한 명은 독에 강하고 한 명은 경공에 강하나 봅니다.”그 말을 듣고 심면은 잔뜩 긴장한 채 앞을 바라보았다.“그럼 저희는 어찌합니까? 말도 잃은 터라 저자를 따돌리기도 어려울 것입니다.”낙현책이 주위를 살펴보았다.“살펴보니 홀로 온 듯합니다.”“독에 강한 자는 아직 따라오지 못한 듯합니다.”“날이 밝기 전 힘을 합쳐 상대하면 저자를 처리할 수 있을 것입니다.”이 부근은 황량한 들판이어서 엽순을 따돌리기 어려웠다. 계속 쫓기기보다는 전력을 다해 싸우는 것이 나을 것이다.심면은 손으로 검을 꽉 쥐고 확고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그렇게 하지요.”“하지만 서월의 독 때문에 내공이 아직 회복되지 않아 짐이 될 수도 있습니다.”심면은 해독공법을 배웠기에 시간이 지
낙현책의 몸에서 검은 안개가 솟아 나왔다. 이내 숲속에서 갑자기 광풍이 몰아쳤고 먼지가 날려 눈에 들어올 듯했다.엽순과 서월은 팔을 올려 앞을 막았다.서월은 잔뜩 긴장한 채 주위를 경계하기 시작했다.“제사장족의 사람이오.”엽순은 몰래 주먹을 움켜쥐었다. 서월이 제때 오지 않았다면 낙현책을 이기지 못했을 수도 있다.제사장족에 언제 또 이렇게 대단한 인물이 생긴 것일까?“조심하시오.”“심면만 잡으면 되오. 상황이 심상치 않으면 바로 물러나시오!”엽순이 낮은 소리로 당부했다.서월은 고개를 끄덕이고 멀지 않은 곳에 서있는 심면에게 시선을 돌렸다.엽순이 낙현책에게 공격하자, 서월도 바로 심면을 향해 갔다.두 사람은 낙현책과 시간을 끌지 않고 심면을 잡아가려고 했다.서월이 독침을 뿌리자, 심면은 그대로 쓰러졌다.서월은 싸늘하게 웃으며 빠른 걸음으로 앞으로 걸어가 단번에 심면의 옷깃을 쥐고 그녀를 끌고 가려 했다.그 순간, 심면이 갑자기 고개를 돌려 가루약 한 움큼을 서월의 눈에 뿌렸다.“아!”서월은 아픈 눈을 감싸고 뒷걸음질 쳤다.그녀는 눈을 뜰 수 없었다.심면은 이 기회를 틈타 서월의 독침을 서월의 팔에 찔러 넣었다. 서월은 뒷걸음질 치며 예민한 청각에 의지한 채 심면과 맞붙었다.하지만 앞이 보이지 않으니 결국 열세에 처하고 말았다.심면은 식심검을 들고 거센 공격을 퍼부었고 서월과 두 수 겨룬 후 바로 이겼다.그녀는 검을 휘둘러 서월을 제압했다.엽순과 낙현책도 여러 차례 맞붙었기에 모두 상처를 입었다. 하지만 아무도 우세를 차지하지 못한 듯 했다.이때 심면이 입을 열어 소리쳤다.“엽순! 더 이상 멈추지 않으면 서월을 죽이겠다!”심면은 검을 들고 서월의 목을 바짝 겨누고 있었다.그녀는 조금도 긴장을 늦출 수 없었다.엽순은 손을 멈추고 입가의 피를 닦았다. 그는 서월이 심면에게 잡힌 것이 놀라울 따름이었다.“서월. 적을 과소평가했나 보오.”그가 말을 마치자마자 서월은 갑자기 소매에서 비수를 꺼내어 뒤로 공격했고 심면의 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