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현책의 몸에서 검은 안개가 솟아 나왔다. 이내 숲속에서 갑자기 광풍이 몰아쳤고 먼지가 날려 눈에 들어올 듯했다.엽순과 서월은 팔을 올려 앞을 막았다.서월은 잔뜩 긴장한 채 주위를 경계하기 시작했다.“제사장족의 사람이오.”엽순은 몰래 주먹을 움켜쥐었다. 서월이 제때 오지 않았다면 낙현책을 이기지 못했을 수도 있다.제사장족에 언제 또 이렇게 대단한 인물이 생긴 것일까?“조심하시오.”“심면만 잡으면 되오. 상황이 심상치 않으면 바로 물러나시오!”엽순이 낮은 소리로 당부했다.서월은 고개를 끄덕이고 멀지 않은 곳에 서있는 심면에게 시선을 돌렸다.엽순이 낙현책에게 공격하자, 서월도 바로 심면을 향해 갔다.두 사람은 낙현책과 시간을 끌지 않고 심면을 잡아가려고 했다.서월이 독침을 뿌리자, 심면은 그대로 쓰러졌다.서월은 싸늘하게 웃으며 빠른 걸음으로 앞으로 걸어가 단번에 심면의 옷깃을 쥐고 그녀를 끌고 가려 했다.그 순간, 심면이 갑자기 고개를 돌려 가루약 한 움큼을 서월의 눈에 뿌렸다.“아!”서월은 아픈 눈을 감싸고 뒷걸음질 쳤다.그녀는 눈을 뜰 수 없었다.심면은 이 기회를 틈타 서월의 독침을 서월의 팔에 찔러 넣었다. 서월은 뒷걸음질 치며 예민한 청각에 의지한 채 심면과 맞붙었다.하지만 앞이 보이지 않으니 결국 열세에 처하고 말았다.심면은 식심검을 들고 거센 공격을 퍼부었고 서월과 두 수 겨룬 후 바로 이겼다.그녀는 검을 휘둘러 서월을 제압했다.엽순과 낙현책도 여러 차례 맞붙었기에 모두 상처를 입었다. 하지만 아무도 우세를 차지하지 못한 듯 했다.이때 심면이 입을 열어 소리쳤다.“엽순! 더 이상 멈추지 않으면 서월을 죽이겠다!”심면은 검을 들고 서월의 목을 바짝 겨누고 있었다.그녀는 조금도 긴장을 늦출 수 없었다.엽순은 손을 멈추고 입가의 피를 닦았다. 그는 서월이 심면에게 잡힌 것이 놀라울 따름이었다.“서월. 적을 과소평가했나 보오.”그가 말을 마치자마자 서월은 갑자기 소매에서 비수를 꺼내어 뒤로 공격했고 심면의 배
마침 해가 떠올라 나뭇잎 사이로 햇살이 그의 몸에 쏟아졌다.그의 몸을 뒤덮은 검은 안개는 그제야 점점 사라졌다.낙현책은 정신을 차리고 엽순의 목을 내려쳐 기절시켰다.그리고 빠르게 심면의 곁으로 달려가 그녀를 부축했다. 그는 초조한 표정으로 물었다.“어떻습니까? 많이 다친 것입니까? 안색이 창백합니다!”“어서 주위에 있는 의원으로 갑시다!”말을 마치고 낙현책은 옷자락을 베어 심면의 배를 감아 지혈하고 그녀를 업고 의관으로 향하려 했다.하지만 심면은 그를 잡아당기고 허약한 목소리로 말했다.“부근에 의관이 없습니다.”“급소를 다치지 않았으니, 걱정하지 마십시오.”그러나 창백한 심면의 얼굴을 보니, 낙현책은 걱정하지 않을 수 없었다.심면은 쪼그리고 앉아 서월을 바라보았다. 눈이 아직 벌겋게 부어 있어 눈을 뜰 수 없었지만, 여전히 힘껏 엽순을 향해 기어가고 있었다.바닥은 온통 피범벅이었다.“엽순의 목숨을 구하고 싶다면 나의 부모님을 죽이라 명한 자가 누구인지 말하거라!”낙현책은 그 말을 듣고 살짝 멈칫했다.서월은 엽순의 목소리가 들리지 않아 걱정스러웠다. 하지만 심면이 낙현책에게 그만두라 얘기를 했으니, 아직 살아 있을 것이다.심면은 그들에게서 고용주의 단서를 얻으려고 했다.“알려줄 수 있지만 나와 엽순을 살려줘야 한다.”심면이 응했다.“좋다!”그 후 서월은 품에서 약병 하나를 꺼내 바닥에 던졌다.“피를 멈추는 약이다.”심면이 살아있어야 낙현책이 엽순을 죽이지 않을 것이다.서월에게 있어 심면의 목숨을 지키는 것이 우선이었다.낙현책은 약병을 주워 냄새를 맡고 독이 아닌 것을 확인한 후에야 심면을 부축해 옆에 앉혔다. 그는 그녀의 복부에 약을 발라주었다.비록 남녀가 유별하지만, 죽음 앞에서 그렇게 많은 것을 돌볼 새도 없었다.피를 멈춘 후 낙현책은 주위를 둘러보았다. 오던 길을 생각해 보니 멀지 않은 곳에 초가집이 있는 것 같았다.그는 먼저 심면을 안고 초가집으로 향했다.초가집은 이미 사용하지 않은 지 오래된 듯 먼지가
다시 약을 바르고 싸맨 후 심면은 바로 쓰러져 잠들었다.낙현책도 눈을 뜨기 어려울 정도로 힘들었지만 억지로 참을 수밖에 없었다. 그는 서월이 무슨 수작을 부릴까 봐 계속 지켜보고 있었다.다행히 개울에서 작은 물고기 몇 마리를 잡아 낙현책은 어탕을 끓여 한 그릇씩 나눠 먹고 체력을 조금 회복했다.그러다 어느덧 저녁이 가까워졌다.심면은 어탕을 먹은 후 정신이 많이 맑아졌다.“무엇을 하는 것입니까?”밖에서 불을 피우고 있던 낙현책은 소리를 듣고 얼른 방으로 뛰어 들어갔다.“왜 그럽니까? 상처가 아픈 것입니까?”“심각하면 어서 근처 마을 의관으로 데려다주겠습니다.”심면은 고개를 저었다. 그녀는 낙현책이 아직도 초라한 모습에 몸에는 피까지 묻어있는 것을 보고 물었다.“어찌 약을 쓰지 않습니까?”“약이 부족한 것입니까?”낙현책이 웃으며 답했다.“살가죽이 두꺼워 이 정도 상처에 약을 쓸 필요 없습니다.”“정말 괜찮습니까?”심면은 창백한 얼굴로 미소를 지으며 답했다.“괜찮습니다.”“서월은 어디 있습니까?”“옆방에 있습니다. 모셔다드리지요.”낙현책은 얼른 그녀를 부축해 옆방으로 왔다.서월의 눈은 씻은 후 아주 좋아졌다. 비록 조금 붉긴 했지만, 정상적으로 물건을 볼 수 있었다.오른손 손목은 싸매고 있었지만, 여전히 피가 새어 나오고 있었다.그녀의 안색은 심면보다 별로 좋지 않았다.그러나 서월은 여전히 침대 옆에 앉아 쓰러져 있는 엽순만 빤히 바라보고 있었다.“정말 부부일 줄은 몰랐구나.”심면이 앞으로 걸어와 자리에 앉았다.서월은 고개를 들지 않고 싸늘하게 입을 열었다.“무엇을 묻고 싶어 하는지 알고 있다.”“고용주는 도성 사람이다. 그리고 네가 알고 있는 자다.”“더 알고 싶다면 옆에 있는 사람에게 그 이상한 물건으로 악귀를 없애게 하거라.”서월은 말하며 낙현책을 힐긋 보았다.낙현책이 엽순의 목숨을 손에 쥐고 있으니, 서월은 섣불리 모든 것을 털어놓을 수 없었다.패가 없이 상대와 조건을 논할 순 없다.심면은 이해하지
그러나 밖에는 바람이 불지 않았다.다들 안색이 변했고 경계하며 방 밖을 바라보았다.적막 속에서 낙현책은 숨을 죽인 채 집중하여 듣고 있었다. 그는 갑자기 눈살을 찌푸리고 굳은 표정을 지었다.“누군가 포위하고 있습니다.”“적어도 백 명은 됩니다.”발소리는 없었지만, 나뭇가지와 나뭇잎을 스쳐 지나는 경공의 소리는 분명했다.서월은 걱정스러운 기색을 보였다.“아마도 파살문일 것이다.”“줄곧 우리를 노리고 있었다. 우리가 졌다는 것을 알고 어부지리를 누리려는 것이다.”그 말을 듣고 낙현책은 식골검을 들고 바로 적을 맞이하려 했다.심면이 다급히 그를 붙잡았다.“가지 마십시오!”엽순과의 싸움으로 낙현책은 이미 기진맥진했다. 다시 밖에 있는 사람들을 상대하면 분명 질 것이다.밖에서 사람들이 포위하는 소리를 들었지만 바로 공격하지 않은 것을 보고 심면은 재빨리 머리를 굴렸다.그녀는 이내 서월을 바라보았다.“엽순의 목숨을 지키고 싶으면 낙현책을 청주까지 호송하거라.”서월은 깜짝 놀랐다. 그녀는 심면의 뜻을 바로 알아차리지 못했다.낙현책도 이해를 못 한 듯 심면의 손을 덥석 잡았다.“무슨 뜻입니까? 홀로 어쩌려는 것입니까?”심면은 오히려 그의 손을 잡았다.“목숨을 걸고 나를 구해줘서 고맙습니다.”“하지만 적은 너무 많고 우린 상처까지 입었습니다. 더 이상 당신의 짐이 될 수 없습니다.”“정말 파살문이라면 그렇게 빨리 나를 죽이지 않을 것입니다. 꼭 방법을 생각하여 시간을 끌 테니 청주로 돌아가 도움을 청하십시오.”“그리고 다시 구해주십시오.”하지만 낙현책은 여전히 단호하게 말했다.“그들과 함께 가려는 것이면 나도 함께 갈 것이오!”말을 마치고 낙현책은 고개를 돌려 서월을 바라보았다.“엽순은 보통 사람일 뿐이다. 그는 몸속의 악귀를 통제할 수 없다. 정신을 차리면 계속 발작을 일으킬 것이다.”“엽순을 살리고 싶으면 청주로 가서 부 태사를 찾거라.”“만약 내가 죽더라도 부 태사는 엽순을 구할 방법을 생각해 낼 것이다.”심면이 다급
심면의 말을 듣고 흉터가 있는 남자는 안색이 바뀌었고 못내 속으로 고민이 많아졌다.여제의 의자가 된 것으로 보아 실력은 절대 의심할 여지가 없을 것이다. 실력은 둘째치고 신분만 보아도 미움을 살 수 있을지 그들이 고민하게 했다.흉터가 있는 남자가 냉소를 지었다.“지금 겁을 주는 것이냐?”“네가 그렇게 말하면 믿을 것이라 생각하느냐?”심면은 옅은 미소를 지었다.“믿거나 말거나 네 선택이다. 못 믿으면 어디 시도라도 해보거라.”심면의 당당한 모습에 흉터가 있는 남자는 쉽게 손을 쓸 수 없었다.백여 명의 사람들이 그들을 포위하고 있는데, 두 사람은 조금도 당황하지 않고 여유로운 모습이었다. 보아하니 믿는 구석이 있는 것이 틀림없었다.“다들 이곳에서 죽으면, 명성을 얻긴커녕 더 이상 파살문을 찾는 사람도 없을 것이다.”그 말을 듣고 흉터가 있는 남자는 미간을 더욱 찌푸렸다.심면은 계속 말을 이었다.“나와 나의 부모님을 죽이려는 사람이 누구인지 알려준다면 당신들의 장사를 위하여 죽을 것이다.”상대의 눈빛이 반짝였다.그는 의아하게 심면을 보며 의심스러운 말투로 물었다.“정녕 죽으려는 것이냐?”심면의 눈빛은 차갑고 살기를 띠고 있었다.“부모님이 그자의 명을 받은 자객의 손에 죽었다는 것을 방금 알게 되었다.”“나는 죽을 수 있다. 하지만 죽기 전 반드시 고용주가 누구인지, 내 원수가 누구인지 알아야 한다.”“원수가 누구인지 알려주면 내 목숨을 너희에게 줄 것이다.”말을 마치고 심면은 고개를 돌려 낙현책을 바라보았다.“내가 죽으면 이 소년이 나를 대신하여 부모님의 원수를 갚을 것이다.”그녀의 단호한 눈빛을 보고 낙현책은 괜히 마음을 졸였다.그는 심면이 정말 그럴 셈일까 봐 걱정되었다.상대는 그녀의 말을 듣고 반신반의했다. 심면 부모님의 목숨을 앗으려는 것도 같은 사람이었다. 하지만 그들을 죽인 것은 기산쌍살이다.고용주의 신분을 알리는 것도 그가 결정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상대가 망설이자, 낙현책은 날카로운 눈빛으로 손끝에 부적
두 사람은 아주 태연자약했다.상대도 그 모습에 두려움을 느껴 손을 쓰지 않았고 일단 파살문으로 데리고 가는 것이 타당하다고 생각했다.숲에는 많은 말이 묶여 있었다. 하지만 흉터가 있는 남자는 두 사람이 도망갈까 봐 특별히 사람을 시켜 마차 한 대를 마련했다.심면과 낙현책은 함께 마차에 올랐다.파살문 사람은 말에 올라 마차를 앞뒤로 에워싸고 파살문으로 향했다.마차에 오르자, 심면은 힘에 부쳐 낙현책의 어깨에 쓰러졌다.낙현책은 다급히 그녀를 부축하고 걱정스럽게 이마에 맺힌 식은땀을 닦아주었다.“괜찮소?”심면은 고개를 끄덕였다.“괜찮습니다. 조금 자고 싶습니다.”“자시오. 내가 지키고 있겠소.”방금 애써 버티면서 파살문을 상대하다 보니 그녀는 더 이상 버틸 수 없었다. 상처의 통증으로 그녀의 안색은 창백했다.파살문이 물러선 후 서월은 굳은 표정으로 천천히 방 밖으로 나가 주위를 둘러보았다.그리고 몸을 돌려 침대 옆으로 다가와 말했다.“우리도 가야 하오!”엽순의 몸에는 때때로 검은 안개가 뿜어져 나와 그녀의 마음을 불안하게 했다.지금 상황에 될수록 빨리 청주로 가서 부 태사를 찾아 심면을 구해야 엽순을 구할 수 있다.어느새 날이 밝았다.심면은 낙현책의 품에 안겨 한참 잠들어 있었다. 그렇게 자고 깨어난 후 몸 상태도 많이 나아졌다.흉터가 있는 남자는 음식과 물을 갖고 와 입을 열었다.“길을 재촉해야 하니 객사에 묵지 않겠다. 가능한 한 신선한 음식을 구할 테니 일단 때우거라.”파살문으로 돌아가는 도중 많은 마을을 거쳐야 하므로 상대는 심면과 낙현책이 길에서 소란을 일으켜 일을 망칠까 봐 걱정했다. 그러므로 두 사람을 대하는 상대의 태도는 좋은 편이었다.며칠 동안 앞으로 나아가 드디어 파살문에 도착하였다.파살문에 도착한 심면은 깜짝 놀랐다. 파살문은 심면이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규모가 크고 부하들도 많았다.돈이 아닌 명성을 추구하는 자객 문파가 어떻게 이렇게 큰 규모로 발전했는지 의아할 따름이었다.이렇게 큰 문파는 많은 돈이
심면은 비록 의심스러웠지만 너무 깊이 생각할 겨를이 없었다.그녀는 바로 검을 뽑아 적을 상대했다.낙현책이 손끝에 부적을 쥐자, 순간 광풍이 불어왔고 주위가 온통 먼지와 나뭇잎으로 뒤덮였다. 다들 손을 들어 올려 먼지를 막으려 했다.낙현책은 이 기회를 틈타 검을 뽑아 적을 휩쓸었다. 며칠 동안 마차에서 지내며 그에게 휴식할 시간을 주었다. 지금 그는 이미 대부분 실력을 회복했다.흉터가 있는 남자가 그 상황을 보고 저도 몰래 설득을 시작했다.“두목, 기산쌍살도 저들에게 졌습니다. 소년의 신분이 진짜인 듯하니 이렇게 싸우다가 양쪽 모두 다치는 꼴 아닙니까?”“심면이 원하는 것을 알려주고 죽이면 부하들의 죽음도 막을 수 있습니다.”하지만 우두머리의 태도는 단호했고 싸늘한 눈빛으로 답했다.“만약 고용주의 신분을 알려주면 저 소년은 반드시 원한을 품고 복수를 할 것이다. 그렇게 되면 파살문이 더 이상 이득을 얻을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이냐?”“둘 중 누구를 놓아주든 큰 골칫거리가 될 것이다.”“차라리 깨끗이 처리하면 아무도 이 일을 모를 것이다!”흉터가 있는 남자는 말문을 잃고 명을 따를 수밖에 없었다.두 사람은 이미 겹겹이 포위되었다. 심면은 최선을 다해 적을 공격하고 있었지만, 상처가 있으니 결국 상대가 되지 않았다.낙현책은 적을 상대하며 심면을 지키고 있었다.싸우는 도중 심면은 복부의 상처가 찢어져 통증으로 몸을 제대로 가누지 못했다. 낙현책은 한 손으로 그녀의 어깨를 감싸고 검을 휘둘렀다. 검이 닿는 곳마다 온통 피바다였다.“홀로 도망갈 방법을 생각하십시오. 절대 당신을 연루시킬 수 없습니다.”심면은 낙현책을 이곳으로 오게 한 일을 후회했다.“안 되오. 가려거든 함께 가야 하오!”“조금만 버티시오. 함께 이곳에서 떠날 것이오!”낙현책의 눈빛에는 살기가 가득했고 이마에는 핏줄이 불끈 솟아올랐다. 그는 전력을 다해, 이곳을 떠나려 공격을 퍼부었다.어두운 밤 파살문은 피바다가 되었고 살기를 내뿜고 있었다.두 사람은 겹겹이 포위당했지
“현책!”심면은 애타게 울부짖었지만, 낙현책이 점점 멀어지는 것을 지켜볼 수밖에 없었다.그러다 결국 인파에 묻혔다.낙현책은 심면이 날아가는 것을 보고 분명 살아남을 기회가 있을 것이라 생각하고 식골검을 들어 올려 계속 적을 상대했다. 그가 시간을 조금이라도 더 끌면 심면이 살아남을 기회도 많아질 것이다.하지만 낙현책은 자신을 과대평가했다. 검에 어깨를 찔리자 낙현책은 힘을 잃었다.그가 쓰러지려는 순간 갑자기 강한 바람이 불어와 주위에 있던 사람들을 뒤로 물러서게 했다.심지어 누군가 날아가기까지 했다.낙현책은 바닥에 무릎을 꿇고 의문스럽게 고개를 들었다.하늘에는 귀신들이 가득했고 음기와 한기가 파살문을 뒤덮었다.낙현책은 두 눈을 의심했다. 이건...이내 앞에서 살기를 띠고 있는 목소리가 들려왔다.“감히 제사장족 사람을 건드리다니 죽고 싶은가 보구나!”달빛 아래에서 유생이 검을 들고 날아왔다.그녀의 뒤에는 제사장족 제자들이 있었다.유생은 피로 물든 낙현책의 모습을 보고 살기를 내뿜으며 매섭게 명을 내렸다.“죽이거라!”낙현책의 입가에는 안도의 웃음이 드러났다. 보아하니 심면도 안전할 것이다.그는 더 이상 버티지 못하고 쓰러졌다.심면의 얼굴은 창백했고 핏기가 사라졌다. 그녀는 흐릿한 시선으로 비틀거리며 낙현책을 향해 달려갔다.그녀는 행여나 혼전 중 그가 다치거나 죽을까 봐 꼭 껴안았다.하지만 그녀도 점점 의식을 잃기 시작했다.귓가에는 싸우는 소리가 울려 퍼졌다.제사장족 제자들뿐만 아니라 현학서원 사람들도 왔다.그러나 여전히 파살문 인원수보다 한참 부족했다.다들 최선을 다해 싸우고 있었다.파살문 우두머리는 쓰러진 심면과 낙현책을 보고 조용히 두 사람 곁으로 달려갔다.그는 두 사람의 검을 빼앗고 세게 심면과 낙현책을 향해 칼을 찔렀다.가장 가까운 곳에 있던 강소풍이 그 모습을 보고 몸을 날려 돌진하여 장창으로 상대의 검을 뿌리쳤다.정신을 차린 후 파살문 우두머리는 다시 검을 뽑아 들고 강소풍과 싸우기 시작했다.“어디서
“나는 더 이상 당신의 상대가 안 되오.”낙요는 고개를 돌려 바둑판을 보며 입꼬리를 살짝 올렸다.“당신을 이기기 위해서가 아니라, 당신과 함께 바둑을 두며 답답함을 풀기 위해서요.”부진환은 바둑알을 하나하나 거두었다.낙요는 실눈을 뜨고 하늘을 바라보며 손을 뻗었다. 햇빛이 손가락 사이로 새어 나왔다.“그러고 보니, 나의 답답함을 풀 사람은 당신뿐이오.”“심시몽은 어의원의 심사를 통과하고 정식으로 어의원에 들어가게 되었소. 그리고 강소풍의 집안에서도 그들의 혼사를 승낙하여 두 사람은 곧 혼사를 올릴 것이오.”“갑자기 심면과 낙현책도 혼사를 올려야 하지 않겠느냐는 생각이 들었소.”부진환이 웃으며 말했다.“일찍이 혼인할 나이가 되었지만, 아이들도 조급해하지 않는데 왜 그렇게 걱정하오?”낙요가 입꼬리를 살짝 올리며 여유롭게 말했다.“걱정하지 않소. 대소사를 모두 당신이 걱정하고 있지 않소? 초경의 수위가 있으니, 몇 년이 지나도록 용모가 변하지 않았소. ”“나 같으면 그렇게 걱정을 많이 했으니, 일찌감치 늙었을 것이오.”몇 년 동안 부진환은 그녀를 도와 적지 않은 조정의 일을 분담했다.그녀도 부진환의 동반에 습관이 되었다.갑자기 무언가 떠오른 낙요는 자리에서 일어나 부진환을 바라보며 손바닥에 턱을 괴고 물었다.“이 나이가 되니, 아이를 낳지 않은 것을 후회하오?”“걸을 수 없을 정도로 늙었을 때, 다른 사람의 자식들이 단란히 모여있는 것을 부러워할 것이오? ”부진환은 손에 든 물건을 내려놓고 진지하게 그녀를 보며 대답했다.“후회하지 않소.”“사람은 너무 욕심을 부려서는 안 되오.”“게다가 당신은 여제요. 당신이 늙었다고 해도 누가 감히 푸대접하겠소?”“당신이 조용히 지내는 것이 좋다고 하면 난 당신과 함께 있을 것이오. 초경의 수위로 늦게 늙는다고 하지 않았소? 앞으로 당신이 늙으면 내가 당신을 부축하고 업고 다닐 것이오.”낙요는 입꼬리를 살짝 올렸다.“참 좋소.”이듬해 가을.심시몽은 강소풍과 혼사를 올렸고 어의원 5품
강소풍은 고개를 끄덕이다 다급히 고개를 저으며 어찌할 바를 몰랐다.“아니오. 그런 뜻이 아니오. 어머니께서는 마음에 들어 하셨소.”설명할수록 강소풍은 상황이 복잡해지는 것 같았다.심시몽은 어두운 표정을 지었지만, 여전히 그를 위로했다.“자네의 뜻을 알고 있소. 설명할 필요 없소.”“시몽... 미안하오! 하지만 나는 포기하지 않을 것이오. 방법을 강구하여 어머니에게 자네의 진정한 모습을 보여줄 것이오. 분명 어머니도 자네를 받아들일 것이오. ”그 말에 심시몽은 살짝 놀라 의아한 듯 고개를 들어 그를 바라보았다.“나와 헤어지려는 것이 아니었소?”심시몽은 강소풍이 특별히 그녀를 찾아와 이 일을 설명하는 것을 보고, 그녀와 연을 끊으려는 것이라고 생각했다.“아니요. 그럴 리가 있소.”“나는 단지 이전의 약속을 지킬 수 없을 뿐이오. 이번 달 안에 혼담을 꺼낼 수 없을 텐데, 나를 기다려줄 수 있소?”“말재주가 좋지 않아 대체 어떻게 설명해야 할지 모르겠소. 어머니께서는 자네가 연약하고 힘없다고 생각하시오. 앞으로 내가 출정하면 자네가 홀로 집안을 지킬 텐데, 우리에게 좋지 않은 선택이라 생각하시오. ”이 말을 듣고 심시몽은 대충 뜻을 알아차렸다.“어머니께서는 문무를 겸비한 며느리를 원하고, 자네와 함께 전쟁터에 나가서 떨어져 있지 않아도 되기를 원하시오.”“나는 비록 무공을 할 줄 모르지만, 그래도 해낼 수 있소.”고개를 들어 올린 심시몽의 눈빛은 밝았다..강소풍은 놀라기도 했고 기쁘기도 했다.“정말이오? 여전히 나와 함께 있고 싶소? 포기하지 않을 것이오?”심시몽은 고개를 끄덕였다.“나를 위해 그렇게 많은 일을 했는데, 어찌 쉽게 포기할 수 있소? 자네가 포기하더라도 나는 포기하지 않을 것이오.”“강가는 장군 집안이라 분명 우리 언니와 같은 여인을 좋아할 것이오. 난 비록 언니와 비길 수 없지만 그래도 노력할 것이오.”“여제께서 나에게 약옥을 주었소. 만약 순 의원과 의술을 배울 수 있다면 어의원에 들어갈 기회가 있소.”“성공
이 말을 듣고 심시몽은 약간 의아해했다.“공주는 저를 탓하지 않습니까...”“그분은 공주시다. 천하를 품고 있는데, 어찌 네가 범한 작은 잘못을 추궁할 리 있냐?”“지금 너의 변화를 보면 공주도 더 이상 너를 탓하지 않을 것이다.”“하지만 차려야 할 예의는 없어서는 안 된다. 시간이 나면 공주에게 감사하다고 인사를 전하거라.”심시몽은 연신 고개를 끄덕였다.“예. 내일 가겠습니다.”“저는 먼저 약옥을 넣고 의관에 가겠습니다.”심시몽은 기쁜 마음에 빠른 걸음으로 달려갔고, 의기양양한 분위기를 풍겼다. 조금도 방금의 의기소침함이 없었다.심면도 기뻤다.모두가 만족스러운 결과를 얻은 것 같다.하지만 그와 동시에, 강소풍이 집에서 어머니와 싸우고 있었다.“안 된다고 하면 안 되는 것이다! 너를 현학서원에 보내 양성하는 것도 앞으로 네가 큰 성과를 거둘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다. 그러니 너도 마땅히 너와 어울릴 만한 부인을 얻어야 한다. 너와 전장을 누비며 적을 죽이는 그런 사람 말이다.”“힘없이 연약하게 집안에서 서방이 돌아오기를 손꼽아 기다리는 그런 평범한 아가씨는 안 된다.”“이전에 그 심시몽을 위해 집안의 빙천영지를 훔쳤고, 심지어 벌을 받고도 물건이 어디로 갔는지 말하려 하지 않았다. 난 그때부터 심시몽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그런데 지금 그 아이와 혼사를 올리려는 것이냐?”“말도 안 된다!”강부인은 단호한 태도로 조금도 말을 바꾸려 하지 않았다.강소풍은 내키지 않는 듯 반박했다.“심시몽이 평범하다니요? 어떻게 평범하다는 말입니까? 심시몽은 그저 무공이 부족할 뿐입니다. 세상 사람들이 모두 무예를 익혀야 하는 것은 아니지 않습니까?”“하물며 그녀의 언니는 이미 태자로 봉해졌습니다. 그러니 심시몽도 좋은 아가씨라는 것을 설명할 수 있지 않습니까?”강부인은 콧방귀를 뀌었다.“언니는 언니이고, 심시몽은 심시몽이다. 어찌 동일하게 논할 수 있겠냐?”“강가는 권세에 빌붙지 않고, 심시몽의 언니가 태자라는 것을 봐서 그녀를 맞이하려
“나중에 자네가 신의가 될지도 모르오.”심시몽이 웃으며 말했다.“자네의 좋은 말대로 되길 바라오.”모두 술을 마시며 음식을 먹고 있었다. 심면이 임계천에게 물었다.“자네는? 어디로 가고 싶소?”“나라에 보답할 수 있다면 어디든 좋소.”임계천이 담담하게 웃었다. 그는 특별히 가고 싶은 곳이 없었기에 그저 궁의 안배를 기다리고 있었다.다들 기분이 좋았고 투지가 넘치고 미래에 대한 동경으로 가득 차 있었다.술을 너무 늦은 시각까지 마셔서 그들은 심가에서 묵었다.오전이 되자, 각 집안의 하인들이 부랴부랴 사람을 찾아왔다. 몇 사람은 술에 취해 인사불성이 되었지만, 여전히 집으로 끌려갔다.궁에서 명을 받았기 때문이다.강소풍은 금군 기사영 통령으로 봉해져 도성과 황궁의 안위를 지키게 되었다.임계천은 형부로 전근되었다.소우청과 봉함선은 수주의 군영 부장군으로 명을 받았다.소우청의 행처는 그의 아버지 소진오가 좋은 경험을 하기를 바라며 부탁한 것이다.낙요는 봉함선이 여인이기에 그녀를 그렇게 멀고 험한 곳으로 보내고 싶지 않았다. 하지만 그녀는 주동적으로 수주에 갈 것을 청구했다.봉함선이 말했다.“여국은 역대로 여 장군이 없었습니다. 저는 첫 번째 여장군이 되고 싶습니다.”“만약 힘들고 험한 곳이 아니라면 어찌 제가 포부를 발휘할 수 있겠습니까?”낙요는 그녀의 담력과 야심을 높이 사고 그녀의 청을 승낙했다.“나는 네가 여국의 첫 번째 여장군이 되기를 기대한다.”이들 외에 현학서원의 다른 학생들도 그들로 하여금 실력을 발휘할 수 있는 새로운 행선지를 얻었다.유독 심시몽에 대해, 낙요는 따로 안배를 해주지 않았다.백서가 걱정했다.“어찌 유독 심시몽만 얘기가 없으십니까? 심시몽이 알면 마음이 편치 않을 것입니다.”낙요가 웃었다.“아니다. 이미 심면을 시켜 심시몽에게 한가지 물건을 보냈다.”백서는 살짝 놀랐다.“일찍이 계획이 있으셨군요.”이때의 심시몽은 홀로 넋을 잃고 연못가에 앉아있었다. 그녀의 마음은 마치 흩날리는 낙엽처럼 어수
유생이 드디어 알아차렸다.“그랬구나. 내가 어찌 이걸 잊은 것이냐.”“난 정말 운이 좋은 것 같구나. 이렇게 운 좋게 제사장 자리를 주울 수 있으니.”심면이 답했다.“아닙니다. 전에 제가 청주 전쟁에서 조난했을 때, 제자들을 통솔해 적과 싸우지 않았습니까? 현책보다 능력이 훨씬 뛰어났습니다.”“사저가 소제사장이 되는 것이 가장 적합합니다.”이렇게 칭찬하는 것을 듣고 유생은 쑥스러워하며 낙현책을 힐긋 쳐다보았다.“네가 이렇게 말하면 낙현책이 기뻐하지 않을 것이다.”낙현책이 웃으며 답했다.“그녀가 말한 것은 내가 하고 싶은 말이다.”“너는 나보다 대제사장이 더 잘 어울린다.”“나는 무학에서 너보다 좀 나을 뿐이다. 정말 대제사장이 되려면 너보다 잘할지 모를 일이다.”“다만 제사장 일족의 심사에는 이런 것이 없었다.”“하물며 나도 대제사장이 될 생각을 한 적이 없다. 내가 하고 싶은 것은 단지 여제가 기뻐하기를 바랄 뿐이다.”이 말을 듣고 유생은 마음이 놓였다.“불쾌하지 않았다면 다행이구나. 권력과 지위 앞에서 네가 이런 결정을 내릴 수 있다니, 정말 대단하구나!”“한 잔 권하마!”유생이 술잔을 들었다.바로 이때, 갑자기 대문이 열렸고, 사람이 도착하기도 전에 먼저 목소리가 들렸다.“사람이 아직 도착하지 않았는데, 왜 벌써 마시는 것이오?”“우리를 기다리지 않는다니, 의리가 없소!”몇 사람이 고개를 돌려 바라보니, 강소풍과 임계천이 술병을 들고 오는 것이 보였다.“오늘 밤 다들 왔구나!”“자, 심면과 유생을 위해 한 잔 하세!”모두 자리에 앉아서 잔을 들어 함께 마셨다.그렇게 한참 마시다 보니 술에 취한 강소풍이 흥분한 듯 입을 열었다.“얼마 지나지 않아 심가에 겹경사가 닥칠 것이오.”모두 멍해졌다.강소풍은 낙현책과 심면을 바라보았다.“여제가 두 사람의 일을 인정했으니, 언제 혼사를 치르는 것이오?”심면은 갑자기 얼굴을 붉어지며 황급히 강소풍에게 술을 따라주었다.“술을 마셔도 자네의 입을 막지 못한 것이오?”
“저희가 어찌 가족입니까?”“50냥의 이득을 본 걸 후회한다면서요?”이 말이 나오자 다들 얼굴이 새파랗게 질렸다.그들은 그제야 유생이 그날 밤 그들의 대화를 모두 들었다는 것을 깨달았다.어쩐지 상자를 도둑맞았더라니.유룽은 체면을 깎으며 사과했다.“유생아, 우리는 한 가족이니 티격태격하는 것도 정상이다. 그러나 다들 나쁜 생각은 없다.”“이전의 일은 모두 나의 잘못이다. 이렇게 너희들에게 사과하마!”“오늘 저녁 집으로 돌아가자. 너를 위해 잘 경축해야지 않겠느냐!”둘째아버지와 셋째 아버지도 모두 따라서 사과했다.집안 재산을 나누겠다고 얘기한 그날 그들이 각박한 만큼 지금 아주 자상했다.“유생아, 집으로 가자. 지나간 일은 잊고, 우리 가족 다시 시작하는 게 어떠냐?”“그래. 가족이 함께 지내면 얼마나 시끌벅적하냐? 따로 이곳에서 지내면 쓸쓸하지 않으냐?”“우리 집에 좋은 술도 두 병 간직하고 있는데, 유생을 축하하러 오늘 꺼내마!”유생은 표정을 바꾸지 않고 차분하고 차갑게 말했다.“다들 시간 낭비하지 마십시오.”“집안 재산을 나누고 연을 끊었는데, 어찌 번복할 사람이 있겠습니까?”“잘살든 못살든 더 이상 유가와 관계가 없습니다.”“다들 가시지요. 굳이 우리 집 앞에서 매달리려 한다면, 관아에 신고할 것입니다.”말을 마치고 유생은 방안으로 돌아와 차갑게 문을 닫았다.문밖의 사람들은 후회에 휩싸였다.게다가 둘째는 첫째를 원망하기 시작했다.“형님 탓입니다. 제사장 자리가 발표되기도 전에 넷째네를 쫓아내더니, 지금은 어떻게 하려는 것입니까?”셋째도 불평했다.“유생은 앞으로 대제사장이 될 것이오. 앞으로 유생 덕을 보긴커녕 이렇게 소란을 피웠으니, 앞으로 우리를 난처하게 할 수도 있소...”유롱은 짜증을 참지 못하고 말했다.“어찌 또 내 잘못이 되었냐?”“애초에 심사 결과가 나오자, 다들 하나하나 달려와서 유생네가 끝났다고, 그들 일가를 헛되이 잘해줬다고 하지 않았냐? 너희들이 모두 동의했기 때문에 넷째 일가를 쫓아낸 것이
자리에 있던 사람들은 매우 놀랐다.유가 사촌들은 냉기를 한 모금 들이마셨다.유생도 경악한 표정을 지었다.“왜 제가...”왜 낙현책이 아닌가?장 총관이 웃으며 말했다.“어서 명을 받으시지요. 소제사장”유생은 정신을 차리고 마음속으로 미친 듯이 기뻐하며 얼른 명을 받고 고마움을 전했다.장 총관은 자리에 있던 병사들을 힐긋 보고 유생에게 친절하게 물었다.“소제사장, 무슨 문제가 있습니까? 제가 처리할 필요가 있습니까?”유생은 웃으며 말했다.“필요 없습니다. 고맙습니다!”“어찌 사양하십니까? 제가 필요한 곳이 없다면, 이만 궁으로 돌아가 명을 전해야 합니다.”“예. 바래다 드리겠습니다.”유생은 장 총관을 골목 밖까지 배웅했다. 장 총관이 의미심장하게 일깨워주었다.“아가씨는 아직 소제사장의 권력을 모르고 있을 수도 있습니다. 도성에서 제사장의 권력은 여제와 대제사장에 버금갑니다.”“태자와 동등한 권력입니다.”“이런 사소한 일은 직접 처리할 필요도 없으니, 제게 한마디만 분부하면 됩니다.”유생은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일깨워 줘서 고맙습니다.”“오늘 여제께서 태자도 정하셨습니까? 심면입니까?”장 총관은 고개를 끄덕였다.“예. 심가에 뜻을 전하고 왔습니다.”장 총관을 떠나보내고 유생은 기쁨으로 가득 차 있었다. 그녀는 선택받을 줄 전혀 생각하지 못했다.분명히 낙현책한테 졌기 때문이다.심면도 태자로 봉해져서 참 좋았다.오늘 밤 심면을 찾아 축하하려면, 이 문제를 빨리 해결해야 한다.그녀는 빠른 걸음으로 문밖으로 돌아갔다.병사들은 즉시 공손한 태도를 바꾸어 그녀에게 예를 올렸다.“소제사장, 오늘 분명 오해일 것입니다. 저희는 먼저 떠나겠습니다.”유생이 차가운 소리로 호통을 쳤다.“멈추거라!”그들은 뻣뻣하게 자리에 서서 고개를 숙이고 땀을 뻘뻘 흘렸다.제사장의 말 한마디에 그들은 직무를 잃을 수도 있다.“수사를 더 해야 하는 거 아니오? 안 하시오?”“저희가 감히 소제사장의 집을 수색할 용기가 어디 있겠습니까? 오
낙현책은 고개를 끄덕였다.“나도 궁을 나가려던 참이다. 함께 가자.”유생은 단번에 알아차렸다.“심면을 찾으러 가는 것이냐?”“심사 결과가 나온 후, 심면을 만나지 못했구나.”“심면도 무슨 일이 생긴 것이냐?”낙현책은 생각에 잠긴 듯 말했다.“그런가 보구나.”“내가 도울 일이 있으면 언제든지 얘기하거라.”“그래.”두 사람이 함께 궁으로 나온 후 유생은 바로 집으로 돌아갔고 낙현책은 심면의 집으로 향했다.유가의 골목에 도착하자마자 시끄러운 소리가 들렸다.관아의 사람들이 유생의 집 앞을 막고 그녀의 부모님을 잡고 그들을 관아에 데리고 가려 했다.옆에는 그녀의 사촌들이 있었다.안색이 바뀐 유생은 다급히 달려갔다.“그만하시오!”“뭐 하는 것이오?”유생은 바로 부모님을 뒤에 감쌌다.유롱은 화가 난 표정으로 그녀를 바라보았다.“뭐 하냐니? 집안 재산을 나누었으니, 유가와 이젠 연이 없는 것이다. 집안 재산도 주지 않겠다고 했는데, 어찌 유가의 물건을 훔치는 것이냐? 그 상자에는 족히 수십만 냥이 있다!”“감히 너희랑 아무 연관도 없다고 할 수 있느냐?”유생은 그들이 이렇게 빨리 찾아올 줄 몰랐고, 관리에게 고소할 줄도 몰랐다.“우리가 훔쳤다는 증거라도 있습니까?”“증거도 없이 저희를 잡다니, 법을 따르셔야죠.”유롱이 노발대발하며 말했다.“유가 사람들이 네가 돌아온 것을 봤다!”“변명하지 말거라. 할 말이 있으면 감옥에 가서 변명하거라!”물건을 잃어버리고 그들이 유일하게 의심하는 사람은 유생이다.대가를 치르더라도 그들은 그 돈을 되찾으려 했다.“내가 돌아갔다고 돈을 훔쳤다는 것입니까? 농이 심하십니다!”“관청에 따라서 갈 수 있지만, 저희 부모님과는 연관이 없습니다. 증거가 없으면 함부로 사람을 잡을 수 없습니다!”유롱이 화를 냈다.“네 아버지와 어머니도 한패다! 당연히 관아로 데려가야 한다!”“나으리, 그들은 수십만 냥을 훔쳤습니다. 결코 적은 액수가 아닙니다. 나리께서 반드시 돈을 되찾아 주시기를 간청합니다!”
조영궁.심사 결과가 나온 후 오랫동안 기다리던 낙요는 드디어 낙현책이 오는 것을 기다렸다.“여제.”낙현책은 고개를 숙이고 여제를 마주할 엄두가 나지 않았다.“심사 결과가 나온 지 오래됐는데, 어찌 이제야 나를 찾아온 것이냐? 잘 고려한 것이냐?”낙현책은 고개를 끄덕이며 무릎을 꿇고 자리에서 일어나지 못했다.“여제를 실망하게 했습니다!”이 말을 듣고 낙요는 그의 결정을 알아차렸다.“일단 일어나서 얘기하거라.”낙현책은 무릎을 꿇고 일어나지 않았다.“여제의 가르침을 저버렸습니다. 저는 대제사장 자리를 감당할 수 없습니다!”낙요는 다소 실망했지만 그래도 의외는 아니었다.“잘 생각했느냐? 이 일은 번복한 기회가 없다.”낙현책이 세게 고개를 끄덕였다.“오랫동안 심사숙고한 후 내린 결정입니다.”“제가 여제를 실망하게 했습니다.”지금까지 이렇게 노력했고 최종 심사에서 1등까지 하였는데, 여제를 실망하게 했다.낙요는 자리에서 일어나 그를 일으켜 세웠다.“실망하지 않았다.”“네 실력은 모두가 다 알고 있다. 어찌 실망했겠느냐? 네가 후회하지 않으면 된다.”“이미 결정을 내린 이상 더 이상 그렇게 많은 생각을 하지 말거라. 마음을 놓고 네 목표를 향해 가거라.”“나는 네 결정을 존중한다!”여제가 화를 내지 않자, 낙현책은 그제야 한숨 돌렸다. 그는 감동에 겨웠다.“고맙습니다.”낙요는 그가 기뻐하는 모습을 보고 입꼬리를 살짝 올렸다.“그동안 심면을 만나지 않았겠구나? 어서 네 결정을 알리러 가거라.”낙현책은 고개를 끄덕이고 궁을 나갈 준비를 했다.그동안 심면도 고민하고 있었을 것이다. 두 사람에게 있어 정말 어려운 문제였다.누군가는 무언가를 포기해야 하기 때문이다.낙현책이 궁을 나서려는데 제사장족 제자가 그를 가로막았다.“유생이 궁에서 자네를 기다리고 있소. 급한 일이 있는 것 같소.”“급한 일? 알겠소.”유생은 그동안 궁에 있지 않았다. 갑자기 궁으로 찾아온 것을 보아, 중요한 일이 있는 듯했다.먼저 그녀를 만나고 궁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