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나 밖에는 바람이 불지 않았다.다들 안색이 변했고 경계하며 방 밖을 바라보았다.적막 속에서 낙현책은 숨을 죽인 채 집중하여 듣고 있었다. 그는 갑자기 눈살을 찌푸리고 굳은 표정을 지었다.“누군가 포위하고 있습니다.”“적어도 백 명은 됩니다.”발소리는 없었지만, 나뭇가지와 나뭇잎을 스쳐 지나는 경공의 소리는 분명했다.서월은 걱정스러운 기색을 보였다.“아마도 파살문일 것이다.”“줄곧 우리를 노리고 있었다. 우리가 졌다는 것을 알고 어부지리를 누리려는 것이다.”그 말을 듣고 낙현책은 식골검을 들고 바로 적을 맞이하려 했다.심면이 다급히 그를 붙잡았다.“가지 마십시오!”엽순과의 싸움으로 낙현책은 이미 기진맥진했다. 다시 밖에 있는 사람들을 상대하면 분명 질 것이다.밖에서 사람들이 포위하는 소리를 들었지만 바로 공격하지 않은 것을 보고 심면은 재빨리 머리를 굴렸다.그녀는 이내 서월을 바라보았다.“엽순의 목숨을 지키고 싶으면 낙현책을 청주까지 호송하거라.”서월은 깜짝 놀랐다. 그녀는 심면의 뜻을 바로 알아차리지 못했다.낙현책도 이해를 못 한 듯 심면의 손을 덥석 잡았다.“무슨 뜻입니까? 홀로 어쩌려는 것입니까?”심면은 오히려 그의 손을 잡았다.“목숨을 걸고 나를 구해줘서 고맙습니다.”“하지만 적은 너무 많고 우린 상처까지 입었습니다. 더 이상 당신의 짐이 될 수 없습니다.”“정말 파살문이라면 그렇게 빨리 나를 죽이지 않을 것입니다. 꼭 방법을 생각하여 시간을 끌 테니 청주로 돌아가 도움을 청하십시오.”“그리고 다시 구해주십시오.”하지만 낙현책은 여전히 단호하게 말했다.“그들과 함께 가려는 것이면 나도 함께 갈 것이오!”말을 마치고 낙현책은 고개를 돌려 서월을 바라보았다.“엽순은 보통 사람일 뿐이다. 그는 몸속의 악귀를 통제할 수 없다. 정신을 차리면 계속 발작을 일으킬 것이다.”“엽순을 살리고 싶으면 청주로 가서 부 태사를 찾거라.”“만약 내가 죽더라도 부 태사는 엽순을 구할 방법을 생각해 낼 것이다.”심면이 다급
심면의 말을 듣고 흉터가 있는 남자는 안색이 바뀌었고 못내 속으로 고민이 많아졌다.여제의 의자가 된 것으로 보아 실력은 절대 의심할 여지가 없을 것이다. 실력은 둘째치고 신분만 보아도 미움을 살 수 있을지 그들이 고민하게 했다.흉터가 있는 남자가 냉소를 지었다.“지금 겁을 주는 것이냐?”“네가 그렇게 말하면 믿을 것이라 생각하느냐?”심면은 옅은 미소를 지었다.“믿거나 말거나 네 선택이다. 못 믿으면 어디 시도라도 해보거라.”심면의 당당한 모습에 흉터가 있는 남자는 쉽게 손을 쓸 수 없었다.백여 명의 사람들이 그들을 포위하고 있는데, 두 사람은 조금도 당황하지 않고 여유로운 모습이었다. 보아하니 믿는 구석이 있는 것이 틀림없었다.“다들 이곳에서 죽으면, 명성을 얻긴커녕 더 이상 파살문을 찾는 사람도 없을 것이다.”그 말을 듣고 흉터가 있는 남자는 미간을 더욱 찌푸렸다.심면은 계속 말을 이었다.“나와 나의 부모님을 죽이려는 사람이 누구인지 알려준다면 당신들의 장사를 위하여 죽을 것이다.”상대의 눈빛이 반짝였다.그는 의아하게 심면을 보며 의심스러운 말투로 물었다.“정녕 죽으려는 것이냐?”심면의 눈빛은 차갑고 살기를 띠고 있었다.“부모님이 그자의 명을 받은 자객의 손에 죽었다는 것을 방금 알게 되었다.”“나는 죽을 수 있다. 하지만 죽기 전 반드시 고용주가 누구인지, 내 원수가 누구인지 알아야 한다.”“원수가 누구인지 알려주면 내 목숨을 너희에게 줄 것이다.”말을 마치고 심면은 고개를 돌려 낙현책을 바라보았다.“내가 죽으면 이 소년이 나를 대신하여 부모님의 원수를 갚을 것이다.”그녀의 단호한 눈빛을 보고 낙현책은 괜히 마음을 졸였다.그는 심면이 정말 그럴 셈일까 봐 걱정되었다.상대는 그녀의 말을 듣고 반신반의했다. 심면 부모님의 목숨을 앗으려는 것도 같은 사람이었다. 하지만 그들을 죽인 것은 기산쌍살이다.고용주의 신분을 알리는 것도 그가 결정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상대가 망설이자, 낙현책은 날카로운 눈빛으로 손끝에 부적
두 사람은 아주 태연자약했다.상대도 그 모습에 두려움을 느껴 손을 쓰지 않았고 일단 파살문으로 데리고 가는 것이 타당하다고 생각했다.숲에는 많은 말이 묶여 있었다. 하지만 흉터가 있는 남자는 두 사람이 도망갈까 봐 특별히 사람을 시켜 마차 한 대를 마련했다.심면과 낙현책은 함께 마차에 올랐다.파살문 사람은 말에 올라 마차를 앞뒤로 에워싸고 파살문으로 향했다.마차에 오르자, 심면은 힘에 부쳐 낙현책의 어깨에 쓰러졌다.낙현책은 다급히 그녀를 부축하고 걱정스럽게 이마에 맺힌 식은땀을 닦아주었다.“괜찮소?”심면은 고개를 끄덕였다.“괜찮습니다. 조금 자고 싶습니다.”“자시오. 내가 지키고 있겠소.”방금 애써 버티면서 파살문을 상대하다 보니 그녀는 더 이상 버틸 수 없었다. 상처의 통증으로 그녀의 안색은 창백했다.파살문이 물러선 후 서월은 굳은 표정으로 천천히 방 밖으로 나가 주위를 둘러보았다.그리고 몸을 돌려 침대 옆으로 다가와 말했다.“우리도 가야 하오!”엽순의 몸에는 때때로 검은 안개가 뿜어져 나와 그녀의 마음을 불안하게 했다.지금 상황에 될수록 빨리 청주로 가서 부 태사를 찾아 심면을 구해야 엽순을 구할 수 있다.어느새 날이 밝았다.심면은 낙현책의 품에 안겨 한참 잠들어 있었다. 그렇게 자고 깨어난 후 몸 상태도 많이 나아졌다.흉터가 있는 남자는 음식과 물을 갖고 와 입을 열었다.“길을 재촉해야 하니 객사에 묵지 않겠다. 가능한 한 신선한 음식을 구할 테니 일단 때우거라.”파살문으로 돌아가는 도중 많은 마을을 거쳐야 하므로 상대는 심면과 낙현책이 길에서 소란을 일으켜 일을 망칠까 봐 걱정했다. 그러므로 두 사람을 대하는 상대의 태도는 좋은 편이었다.며칠 동안 앞으로 나아가 드디어 파살문에 도착하였다.파살문에 도착한 심면은 깜짝 놀랐다. 파살문은 심면이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규모가 크고 부하들도 많았다.돈이 아닌 명성을 추구하는 자객 문파가 어떻게 이렇게 큰 규모로 발전했는지 의아할 따름이었다.이렇게 큰 문파는 많은 돈이
심면은 비록 의심스러웠지만 너무 깊이 생각할 겨를이 없었다.그녀는 바로 검을 뽑아 적을 상대했다.낙현책이 손끝에 부적을 쥐자, 순간 광풍이 불어왔고 주위가 온통 먼지와 나뭇잎으로 뒤덮였다. 다들 손을 들어 올려 먼지를 막으려 했다.낙현책은 이 기회를 틈타 검을 뽑아 적을 휩쓸었다. 며칠 동안 마차에서 지내며 그에게 휴식할 시간을 주었다. 지금 그는 이미 대부분 실력을 회복했다.흉터가 있는 남자가 그 상황을 보고 저도 몰래 설득을 시작했다.“두목, 기산쌍살도 저들에게 졌습니다. 소년의 신분이 진짜인 듯하니 이렇게 싸우다가 양쪽 모두 다치는 꼴 아닙니까?”“심면이 원하는 것을 알려주고 죽이면 부하들의 죽음도 막을 수 있습니다.”하지만 우두머리의 태도는 단호했고 싸늘한 눈빛으로 답했다.“만약 고용주의 신분을 알려주면 저 소년은 반드시 원한을 품고 복수를 할 것이다. 그렇게 되면 파살문이 더 이상 이득을 얻을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이냐?”“둘 중 누구를 놓아주든 큰 골칫거리가 될 것이다.”“차라리 깨끗이 처리하면 아무도 이 일을 모를 것이다!”흉터가 있는 남자는 말문을 잃고 명을 따를 수밖에 없었다.두 사람은 이미 겹겹이 포위되었다. 심면은 최선을 다해 적을 공격하고 있었지만, 상처가 있으니 결국 상대가 되지 않았다.낙현책은 적을 상대하며 심면을 지키고 있었다.싸우는 도중 심면은 복부의 상처가 찢어져 통증으로 몸을 제대로 가누지 못했다. 낙현책은 한 손으로 그녀의 어깨를 감싸고 검을 휘둘렀다. 검이 닿는 곳마다 온통 피바다였다.“홀로 도망갈 방법을 생각하십시오. 절대 당신을 연루시킬 수 없습니다.”심면은 낙현책을 이곳으로 오게 한 일을 후회했다.“안 되오. 가려거든 함께 가야 하오!”“조금만 버티시오. 함께 이곳에서 떠날 것이오!”낙현책의 눈빛에는 살기가 가득했고 이마에는 핏줄이 불끈 솟아올랐다. 그는 전력을 다해, 이곳을 떠나려 공격을 퍼부었다.어두운 밤 파살문은 피바다가 되었고 살기를 내뿜고 있었다.두 사람은 겹겹이 포위당했지
“현책!”심면은 애타게 울부짖었지만, 낙현책이 점점 멀어지는 것을 지켜볼 수밖에 없었다.그러다 결국 인파에 묻혔다.낙현책은 심면이 날아가는 것을 보고 분명 살아남을 기회가 있을 것이라 생각하고 식골검을 들어 올려 계속 적을 상대했다. 그가 시간을 조금이라도 더 끌면 심면이 살아남을 기회도 많아질 것이다.하지만 낙현책은 자신을 과대평가했다. 검에 어깨를 찔리자 낙현책은 힘을 잃었다.그가 쓰러지려는 순간 갑자기 강한 바람이 불어와 주위에 있던 사람들을 뒤로 물러서게 했다.심지어 누군가 날아가기까지 했다.낙현책은 바닥에 무릎을 꿇고 의문스럽게 고개를 들었다.하늘에는 귀신들이 가득했고 음기와 한기가 파살문을 뒤덮었다.낙현책은 두 눈을 의심했다. 이건...이내 앞에서 살기를 띠고 있는 목소리가 들려왔다.“감히 제사장족 사람을 건드리다니 죽고 싶은가 보구나!”달빛 아래에서 유생이 검을 들고 날아왔다.그녀의 뒤에는 제사장족 제자들이 있었다.유생은 피로 물든 낙현책의 모습을 보고 살기를 내뿜으며 매섭게 명을 내렸다.“죽이거라!”낙현책의 입가에는 안도의 웃음이 드러났다. 보아하니 심면도 안전할 것이다.그는 더 이상 버티지 못하고 쓰러졌다.심면의 얼굴은 창백했고 핏기가 사라졌다. 그녀는 흐릿한 시선으로 비틀거리며 낙현책을 향해 달려갔다.그녀는 행여나 혼전 중 그가 다치거나 죽을까 봐 꼭 껴안았다.하지만 그녀도 점점 의식을 잃기 시작했다.귓가에는 싸우는 소리가 울려 퍼졌다.제사장족 제자들뿐만 아니라 현학서원 사람들도 왔다.그러나 여전히 파살문 인원수보다 한참 부족했다.다들 최선을 다해 싸우고 있었다.파살문 우두머리는 쓰러진 심면과 낙현책을 보고 조용히 두 사람 곁으로 달려갔다.그는 두 사람의 검을 빼앗고 세게 심면과 낙현책을 향해 칼을 찔렀다.가장 가까운 곳에 있던 강소풍이 그 모습을 보고 몸을 날려 돌진하여 장창으로 상대의 검을 뿌리쳤다.정신을 차린 후 파살문 우두머리는 다시 검을 뽑아 들고 강소풍과 싸우기 시작했다.“어디서
그들이 안전한 곳에 도착하자 뒤에서 찢을 듯한 굉음이 들려왔다.다들 고개를 돌렸다. 파살문 상공에서 번개가 치고 천둥이 치고 있는 것이 보였다. 천둥과 번개는 끊임없이 바닥을 쪼개고 있었고 땅에는 불길이 솟아났다.곳곳에서 울부짖는 소리가 울려 퍼졌다.비록 다들 제사장족에 대해 알고 있었지만, 이런 모습을 직접 보고 나니 여전히 충격적이었다.“제사장족이 이렇게 강하다니...”누군가 감탄을 금치 못했다.밤새 번개가 치더니 날이 거의 밝을 때가 되어서야 멈추었다.파살문은 거의 하룻밤 만에 멸문되었다.큰 문제를 일으키지 않기 위해 제사장족은 일찌감치 파살문을 떠났다.그들 일행을 제외하고 파살문이 어떻게 멸문된 것인지 아무도 모른다.그러나 만일의 사태에 대비하여 유생은 파살문 사람을 한 명 잡아두었다.심면이 죽을 뻔한 일은 그녀를 겨냥한 것인지 현학서원 전체를 겨냥한 것인지 알 수 없었다. 그렇기 때문에 배후에 있는 자를 알아내는 것이 더욱 중요하다.다들 인근 마을의 객사에서 묵었다.청주에서 이미 사람을 보냈기에 그들은 제자리에서 기다리기만 하면 된다.심면과 낙현책은 중상을 입고 기진맥진하여 이틀간 의관에서 지내다 겨우 목숨을 건졌다.심면은 깨어나자마자 다급히 낙현책을 찾으러 방으로 달려갔다. 하지만 낙현책이 깨어나지 않을 것을 보고 애가 타서 의원에게 물었다.의원이 설명했다.“급소를 다치지 않았습니다. 다만 힘을 소진하여 며칠 쓰러져 잘 수도 있습니다. 생명에는 지장이 없습니다.”그 말을 듣고서야 심면은 마음을 놓았다.그녀는 침대 옆을 지키며 낙현책의 손을 꼭 잡았다. 머릿속에는 낙현책이 그녀를 밀어내는 그 모습이 끊임없이 떠올라 그녀의 마음을 아프게 했다.그녀는 낙현책의 손을 안고 눈물을 흘리고 있었다.그러다 뒤에서 발소리가 들려왔고 유생의 목소리도 들려왔다.“낙현책은 괜찮으니, 걱정하지 말거라.”“누군가가 너를 급히 만나려 한다.”심면이 물었다.“누구입니까?”“파살문 사람이다. 얼굴에 흉터가 있는 남자였다. 너와 아는
유생은 심면을 데리고 흉터가 있는 남자를 만나러 갔다.그는 방에 꽁꽁 묶여 있었고 제사장족 제자 몇 명이 딱 붙어 감시하고 있었다.유생이 안으로 들어와 다른 제자들을 밖으로 내보냈다.심면을 보자 상대는 마치 지푸라기라도 잡은 것처럼 애써 절박하게 자리를 옮겼다.“아가씨. 알고 싶은 것을 전부 알려줄 테니 제발 목숨만 살려주십시오.”흉터가 있는 남자는 파살문의 멸문을 직접 목격했다. 우두머리는 도망쳤고 그도 하마터면 죽을 뻔했다.그는 살고 싶다면 심면에게 희망을 걸 수밖에 없다는 것을 알고 있다.심면이 차갑게 입을 열었다.“만약 유용한 단서를 제공한다면 목숨은 살려줄 수 있다!”그는 연달아 고개를 끄덕이며 얼른 입을 열었다.“알고 있는 것을 모두 알려주겠습니다!”“우리에게 돈을 주며 아가씨의 부모님을 죽이려는 사람은 여자였습니다. 우두머리와 얘기를 나눌 때 베일을 쓰고 있어 얼굴을 보지 못했지만, 두목이 서 씨 아가씨라 부르는 것을 들었습니다.”“그 여인은 명확한 단서를 많이 주었습니다. 예를 들면 아가씨 부모님의 이름과 관계, 사족이 몇 명인지도 알고 있었습니다. 게다가 아가씨 부모님이 자주 가는 곳도 알고 있었습니다.”“독을 쉽게 쓸 수 있게 아가씨 부모님이 즐겨 먹는 음식도 알려주었습니다.”“두목의 말을 들어보니, 그 여인은 아마도 아가씨의 가족이나 가까운 사람일 것입니다.”이 말을 듣고 심면은 저도 몰래 옷소매를 꽉 움켜쥐었다.서 씨?설마 지금의 심부인?둘째 삼촌이 죽은 후에도 그녀는 집안의 돈을 다칠 권리가 없었다. 그러다 심면의 부모님이 반년이 지나도록 소식이 없자 그제야 그 여자는 집안을 도맡을 수 있었다.파살문을 찾았을 때 그녀는 그렇게 많은 돈이 없었을 것이다.심면이 계속 추궁했다.“그럼 돈을 얼마나 준 것이냐?”상대가 답했다.“돈을 주지 않았습니다.”“돈을 주지 않았다니? 감히 나를 속인다면 지금 바로 너를 죽일 것이다!”심면의 말투는 날카로웠다.기산쌍살은 분명 그들이 2만 냥을 받았다고 했다.그
“그래서 우두머리는 결국 이 장사를 하기로 했습니다.”“하지만 다시 실패하고 말았지요. 일의 진행을 위하여 그는 다시 기산쌍살을 찾아 아가씨가 청주에 도착하기 전 죽이라 했습니다.”그제야 심면은 이유를 알게 되었다.그녀는 주먹을 꽉 쥔 채 당장 돌아가 그 여자를 죽이고 싶었다!몇 년 동안 연약한 척을 하더니 부모님을 죽인 원수일 줄은 생각지도 못했다!부모님이 돌아가셨기에 서은서는 집안을 도맡고 심부인이 되었다.그렇지 않으면 그녀의 출신으로 영원히 집안 안방마님의 자리와 명분을 얻을 수 없다.그러고 보니 둘째 삼촌의 죽음도 그녀와 연관이 있을 것이다.“아가씨. 제가 아는 것은 이것이 전부입니다. 약속한 일은 꼭 들어주셔야 합니다.”그가 캐물었다.심면이 정신을 차리고 답했다.“자네가 말한 것은 아직 조사를 해봐야 하니, 바로 풀어줄 수 없다. 하지만 걱정하지 말거라. 얌전히 있으면 죽지 않을 것이라 약속하마.”“예! 아가씨 명을 따르겠습니다!”이내 유생은 심면을 끌고 방을 나왔다. 그녀는 미간을 찌푸리고 물었다.“그의 말을 믿느냐?”심면은 고개를 끄덕였다.“기산쌍살의 말과 다를 바가 없는 것으로 보아 거짓을 말한 것 같진 않습니다.”유생은 미간을 찌푸렸다.“거짓말을 하지 않았을 수도 있다.”“다만 강호 세력은 쉽게 조정을 건드리지 못한다.”“네 부모님은 일반인이라 그들을 죽여도 파살문은 걱정할 필요가 없었겠지만 너는 다르다. 너는 현학서원의 학생이고 여제께서 소중히 여기는 사람이다. 너의 신분을 조사한 적 있다면 강호에서 너를 섣불리 건드릴 사람은 없을 것이다.”“기산쌍살에 대해 난 잘 모른다. 하지만 파살문은 강호 문파다. 만약 문제가 생긴다면 문파를 찾는 것은 아주 쉬운 일이다.”“정녕 화를 입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는다는 말이냐?”심면은 곰곰이 생각하다 고개를 끄덕였다.“일리가 있습니다.”“그날 저도 낙현책의 신분을 밝혔습니다. 여제의 의자이고 대제사장의 제자라 밝히면 상대를 제압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습니다. 하
“그는 감금되었다. 우리는 그를 구할 수 없다. 그를 구할 유일한 방법은 바로 너의 몸과 나의 힘을 합치는 것이다. 그래야 우리는 기회가 있다.”그 말을 듣고 송천초는 눈살을 찌푸렸다.“그게 무슨 뜻입니까?”묵계가 한 걸음 앞으로 다가갔다.“나와 하나가 될 수 있느냐? 그를 구할 수도 있고 그와 같은 수명을 가질 수도 있다.”“두 사람은 영원히 함께 있을 수 있다.”“하지만 대가로 아픔을 겪을 수도 있다.”“할 수 있느냐?”송천초는 미간을 찌푸리고 사색에 잠겨 대답하지 않았다.묵계가 말을 이었다.“이곳은 동하국이다. 그들이 설치한 함정에 나는 들어갈 수 없고 평범한 사람만 들어갈 수 있다. 하지만 네가 들어가도 그를 구할 수 있겠느냐?”“우리가 힘을 합치면 할 수 있다! 잠시 힘을 합쳐 그를 구하고 다시 방법을 생각해 떨어지는 것이 어떠냐?”묵계가 한참 말을 한 뒤에야 송천초는 그녀의 말을 허락했다.“좋습니다. 허락하겠습니다.”그 말을 듣고 묵계는 기쁠 따름이었다. 송천초가 이렇게 쉽게 넘어올 줄은 몰랐다.만약 이 몸을 빼앗는다면 초경에게 청신요를 쓰지 않아도 된다.“좋다. 바로 자리를 옮겨서 시작하자.”송천초는 고개를 끄덕이고 묵계를 따라 복숭아나무가 무성한 곳으로 갔다.사방을 둘러보니 온통 복숭아나무였고 다른 것은 없었다.송천초는 묵계의 말에 따라 다리를 꼬고 앉았다.묵계는 그녀의 맞은편에 앉아 그녀와 손바닥을 마주하고 있었다.“시작할 것이다. 조금 불편할 테니 참거라.”묵계는 말을 마치자마자 시작했다.송천초는 괴로워하며 눈살을 찌푸렸고 온몸의 기운이 복잡해지는 것을 느꼈다. 옆에 있던 복숭아 꽃잎이 우수수 떨어지기 시작했다.밀실에서 독을 없애려 애쓰고 있던 초경은 순간 송천초의 존재를 느꼈다.그는 번뜩 눈을 뜨고 송천초가 주위에 있는 것을 알아차렸다!게다가 그녀는 지금 위험하다!초경은 마음이 초조했다. 그는 송천초에게 무슨 일이 생길까 봐 독을 없애기도 전에 다급히 밀실 문을 부수고 뛰쳐나갔다.묵계의 혼이
송천초는 깜짝 놀랐다.그 여자는 분명 온몸이 흠뻑 젖었지만, 송천초를 향해 걸어오는 도중 옷과 머리카락이 말랐다.송천초는 위험을 감지하고 바로 사람을 부르려 했다.그녀가 있던 곳에 마침 암초가 있어 그 여자의 모습을 막았다. 옆에 바로 청주군의 막사가 있었는데 이렇게 대담하게 이곳으로 오다니!송천초가 사람을 부르려는 그때, 여자가 입을 열고 그녀를 저지했다.“나는 적의가 없다. 그저 너를 찾으러 왔다.”“저요?”송천초는 의아한 듯 그녀를 바라보았다.그녀는 평범한 사람이 아니었다.“송천초라 하느냐?”묵계는 그녀를 살펴보았다. 그녀가 본 기억 속의 그 여자와 똑같이 생겼다.“어떻게 아는 것입니까?”묵계가 웃으며 말했다.“나는 묵계라고 한다. 초경이 위험에 처해 있어 너의 도움이 필요하다.”송천초는 그 말을 듣고 마음을 졸이며 저도 몰래 앞으로 한 걸음 걸어갔다.“무슨 일입니까?”“당신은 대체 무슨 사람입니까? 어찌 당신을 믿을 수 있습니까?”묵계 뒤에서 뱀 꼬리가 나타났다. 송천초는 깜짝 놀랐다.“나는 그와 동족이다. 그가 너를 찾아오라 한 것이다.”“만약 그를 구하고 싶다면 오늘 밤 홀로 이곳에 오거라. 아무에게도 말하지 마라. 너를 데리고 그를 만나러 가겠다.”그 말을 듣고 송천초가 물었다.“어디로 가는 것입니까? 동하국입니까?”“그곳 말고 더 있느냐?”“오직 너만이 그를 구할 수 있다. 이 일을 다른 사람에게 알리지 말거라. 초경의 목숨을 구하고 싶다면 내가 시킨 대로 하거라.”말을 마치고 묵계는 경계하며 막사를 힐긋 보고 몸을 돌려 바다로 사라졌다.송천초가 추궁하기도 전에 묵계는 온데간데없이 사라졌다.그녀가 무슨 사람인지 말한 것이 진짜인지 가짜인지도 알 수 없었다.하지만 종일 불안했던 것을 생각하면, 초경에게 정말 문제가 생겼을 수도 있다.갑자기 뒤에서 발소리가 들려왔다. 병사가 상황을 보러 왔다.“방금 이쪽에서 인기척이 있길래 보러 왔습니다. 무슨 일 없는 것입니까?”송천초는 망설이다 고개를 저었다.
이상하게 들리는 그 노랫소리는 그의 의식을 흐릿하게 했다. 그는 애써 소리를 막으려고 했지만, 자꾸 귀를 파고들었다.초경은 한참 몸부림치다가 결국 사람의 모습으로 돌아와 머리를 움켜쥐고 고통스럽게 바닥에 쓰러졌다.묵계는 그 모습을 보고, 그제야 그에게 다가갔다.“너를 상대하기가 참 어렵구나. 하지만 나를 너무 얕본 것 같구나. 인어족의 청신요는 죽어가던 사람도 깨울 수 있고 사람의 마음을 현혹해 행동을 조종할 수도 있다. 쉬이 사용하지 않던 방법인데 이렇게 너에게 쓰게 됐구나.”묵계는 가볍게 웃으며 천천히 웅크리고 앉아 손을 뻗어 초경의 얼굴을 스쳤다.“청신요로 너의 기억을 바꾸면 오늘부터 나의 명을 따르며 나와 함께 있을 것이다.”“거부하지 말거라. 자칫 잘못하면 정신을 잃을 수도 있다.”묵계는 웃으며 말을 마치고 손을 초경의 머리 위에 얹은 후 청신요를 부르기 시작했다. 맑은 소리가 주문처럼 초경의 귓가에 맴돌면서 바늘처럼 그의 머리를 파고들었다.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묵계는 하얗게 질린 얼굴로 이마에 식은땀을 흘리며 애먹였다.그녀는 의지력이 이렇게 강한 사람을 본 적 없었다.묵계는 싸늘한 표정으로 이를 악물고 버텼다.“대체 무엇 때문에 이렇게 버티고 있는지 봐야겠구나!”그녀의 손끝이 초경의 미간에 가볍게 닿자, 그녀는 실패의 원인을 찾았다.그의 기억 속에는 온통 다른 여자뿐이다.그것도 평범한 여자였다.청신요의 통제를 받지 않고 기억을 지우지도 못할 정도로 그녀를 사랑하고 있다니.묵계는 내키지 않았다. 그 여자가 자신과 함께 있고 싶지 않은 원인이었다. 평범한 사람은 고작 수십 년의 수명만 갖고 있어 결국 늙어 죽기에 그들과는 다르다.감정이라는 것을 그녀는 도저히 이해할 수 없었다.그녀의 육체가 다치지 않았다면 청신요를 쓰는 것도 애먹을 리 없었을 것이다.보아하니 이 방법으로는 그를 통제할 수 없을 것이다.그럼...묵계의 눈에 빛이 반짝였다.묵계는 초경을 업고 돌아가 밀실에 가두었다.묵계는 그녀가 자리를 비웠을
묵계는 이 남자를 죽이기 아까웠다. 그도 자신과 마찬가지로 기나긴 수명을 갖고 있어 함께 수련할 수 있었다.이런 사람을 또 찾기 어려울 것이다.초경은 그 말을 듣고 조금 의아했다.“그럼, 너는 진정한 약사가 아니냐?”묵계가 콧방귀를 뀌었다.“물론이다. 그 여자는 이미 죽었다. 나의 몸을 망가트렸으니, 그녀가 바다로 들어간 기회를 틈타 그녀를 죽이고 몸을 차지했다. 하지만 이 뱀의 기운은 무슨 수를 써도 사라지지 않았다.”“그동안 약사의 신분으로 동하국에서 지내며 바다에서 보물을 발견하여 일반인과 다른 힘을 얻었다고 그들을 속이고 바다에 들어가 보물을 찾게 했다.”“이로써 그들의 내전을 일으켜 영원히 평화로이 지내지 못하게 하는 것으로 나의 한을 풀었다!”초경은 그제야 이유를 깨달았다.“여국 바다에 있는 진도 네가 깬 것 같구나.”초경은 부진환에게서 여국과 동하국의 전쟁에 관해 많은 얘기를 전해 들었다.다들 대진이 깨지지 말았어야 했다고 말했다. 그렇지 않으면 동하국 사람은 여국 땅으로 침입할 수 없다.하지만 보통 사람이 할 수 없는 일을 눈앞에 있는 이 괴물은 할 수 있었다.역시나 묵계가 차갑게 웃으며 말했다.“물론 나다.”“내가 아니었다면 동하국 사람은 평생 여국 땅을 볼 수 없었을 것이다.”초경이 깊은 눈빛으로 그녀를 바라보았다.“복수를 하고 싶지만, 동하국 사람을 모두 죽이지 않았다. 살생을 저질러 화를 입고 싶지 않은 것이구나.”“그래서 대진을 파괴하고, 동하국 내전을 일으키고 그들을 선동하여 여국을 공격한 것이냐? 그들이 전쟁으로 죽게 만들려는 것이냐?”“아주 완벽한 계획이구나. 하지만 전쟁을 일으켰으니, 결국 운명의 벌을 피할 수 없을 것이다.”묵계가 만족스럽게 웃기 시작했다.“나의 계획을 알아차리다니 정말 똑똑하구나.”“그들이 싸우려는 마음이 없었다면 대진이 사라졌다 해도 여국을 공격하지 않았을 것이다. 스스로 선택한 길이니, 나와 상관없다.”“내가 화를 입는다 해도 그다지 많지 않을 것이다.”말을 마치고
그는 이내 약사를 찾으러 갔다.그러나 도림을 벗어나기도 전에 초경은 앞에 길이 없는 것을 보고 발걸음을 멈추었다.그는 자리에 멈춰 서서 사방을 관찰하다 이곳이 미로라는 깨달았다. 그는 손바닥을 들었지만, 아무런 힘도 느껴지지 않았다.자세히 맡아보니, 바람 속에 복숭아 꽃향기와 옅은 약재의 향기가 섞여 있었다.독이 있다!뒤에서 여유로운 발소리와 묵계의 웃음 섞인 소리가 들려왔다.“왜 앞으로 가지 않습니까?”초경은 눈살을 찌푸리고 고개를 돌렸다. 지금의 묵계는 무서운 표정이 조금도 없었고 오히려 득의양양한 표정을 띠고 있었다.초경은 가슴이 떨려왔고 미간을 세게 찌푸렸다.“네가 바로 약사냐?”묵계가 입꼬리를 올리며 가볍게 웃었다.“먼 곳에서 나를 찾아왔는데, 약사라는 이름만 알고 계십니까? 제 이름도 모르는 것입니까?”“다들 저를 자릉약사라 부릅니다.”“이곳에 온 순간부터 알아차렸습니다. 비록 신분을 모르지만, 홀로 이곳에 온다는 건 분명 만만치 않은 상대겠지요. 그래서 도림에 손을 조금 썼습니다.”“도림에 들어선 후부터 이미 중독되었습니다. 이곳에 오래 있을수록 독은 더욱 세질 것입니다.”“그리고 이 독은 사족을 겨냥한 독입니다.”묵계는 의미심장하게 웃으며 초경을 바라보았다.초경은 슬쩍 내공을 써봤지만, 사지가 무기력했다. 무언가가 갑자기 그의 경맥을 막은 것처럼 내공이 안정을 잃고 통제하기 어려웠다.그는 손을 움켜쥐고 불편함을 참으며 내색하지 않았다.“사족? 나를 무서워하지 않은 것이냐? 넌 대체 누구냐?”초경은 의아했다. 분명 처음 만났을 때부터 그녀는 이상할 것 없이 평범한 사람 같았다.묵계가 가볍게 웃자, 뒤에 환영이 나타났고 그녀의 꼬리가 보였다.하지만 재빨리 사라져 버려서 초경은 뱀 꼬리인지 아닌지를 똑똑히 보지 못했다.“공자, 우린 같습니다. 저를 죽이지 않는다면 우리는 아주 사이좋게 지낼 수도 있습니다.”묵계는 흥미진진하게 초경을 훑어보았고 눈빛에는 탐욕의 빛이 담겨 있었다. 그녀는 초경의 강한 수위를 탐내
정확한 위치를 얻고 초경은 바로 몸을 돌려 떠났다.동하국 사람들은 무서울 것 없으니, 먼저 약사를 해결해야 한다!바람이 불어오자마자 초경의 모습은 온데간데없이 사라졌다.그는 바로 도림으로 도착했다.그가 도림에 나타나자, 불어온 바람이 꽃잎을 떨어뜨렸다.초경은 걸음을 옮겨 앞에 있는 정원을 향해 걸어갔다.그는 왠지 모르게 이곳에서 익숙한 기운을 느꼈다.뱀의 기운이다.초경은 눈살을 찌푸리고 정원을 살펴본 후 손을 들어 장풍으로 정원 문을 부쉈다.하지만 안에는 아무도 없었다.초경은 걸음을 옮기며 정원을 관찰하다 방에 아무도 없는 것을 보고 떠나려 했다.그 순간, 그의 시선은 벽에 걸려 있는 그림으로 향했다.뱀의 기운이다!그는 앞으로 걸어가 그림을 젖혔고 역시나 문 하나가 나타났다.그는 문을 열고 경계하며 안으로 들어갔다.구불구불한 형태의 아래로 향해 있는 계단으로 이루어진 암도였다.아래로 걸어가니 밀실이 보였다.그곳에는 뱀의 기운이 가득했다.구석진 곳에 바구니가 가득 쌓여 있는 것으로 보아 약사가 뱀을 잡아 약을 만들고 있는 것 같았다.그는 장풍으로 밀실 문을 열고 안에 사람이 있다는 것을 느끼고 바로 상대를 죽이려 했다.하지만 상대에게 가까이 가자, 밧줄에 묶인 채 두려움에 가득 찬 눈으로 그를 보고 있는 여인을 발견했다.초경은 눈살을 찌푸리고 제때 공격을 멈추었다.그가 내뿜은 살기가 여자의 헝클어진 머리카락을 움직였다.그녀는 깜짝 놀라 가슴을 쓸어내리며 정신을 차리지 못했다.초경이 그녀를 한 번 훑어보았다.“너는 누구냐? 약사는 어디 있느냐?”그녀는 일반 백성 차림에 묶여 있었다. 그녀의 옷은 더러웠고 머리카락도 헝클어져 있어 이곳에 갇힌 듯했다.“전... 묵계라 합니다.”여자는 무서워하는 듯 말을 더듬었다.“너한테 관심 없다. 약사는 어디에 있느냐?”“어디에 있는지 모릅니다. 약사는 보통 이 시진에 바다에 있습니다.”묵계가 얌전히 답했다.답을 들은 초경은 몸을 돌려 자리를 떠나려 했다.묵계는 깜짝 놀랐
“그럼, 동하국을 공격하려는 계획을 늦추려는 것이오? 그 여인을 상대로 우리는 이길 수 있을지 모를 일이오.”부진환이 사색에 잠긴 그때, 갑자기 옆에 누군가 걸어와 당당하게 말했다.“얼마나 대단한지 내가 한 번 만나보겠소.”걸어온 사람은 초경과 송천초였다.“방금 말한 그 사람이 정말 보통 사람의 실력을 뛰어넘었다면 나밖에 상대할 사람이 없을 것이오.”“불필요한 희생을 피하려면 나한테 지도를 주시오. 내가 만나보고 오겠소.”“그 여인을 해결한 후 다시 동하국을 공격해도 늦지 않았소.”그의 말을 듣고 부진환은 곰곰이 생각하다 지도를 건네주었다.“좋소. 가서 상황을 알아보고 상대의 실력을 파악하시오.”“어찌 됐든 동하국의 땅이니, 무슨 위험이 있을지 모르오. 꼭 조심하시오.”초경은 지도를 건네받았다.“좋소. 지금 바로 출발하겠소.”초경은 지도를 품에 넣으며 몸을 돌려 송천초를 바라보며 낮은 소리로 말했다.“곧 돌아올 것이오.”송천초가 고개를 끄덕였다.“조심하십시오.”그리고 초경은 동하국으로 떠났다.그의 속도로 반나절도 걸리지 않아 바다에 있는 그 나라를 찾았다. 비교적 큰 섬을 찾으면 되는 일이니 어려운 것 없었다.바다에서 나타난 그를 보고 동하국 병사들은 깜짝 놀라 적의 기습이라고 큰 소리로 외쳤다.다들 모여들어 해안가에 칼을 겨누었지만 가까이 온 사람이 초경 한 명인 것을 보고 외쳤다.“감히 이곳에 혼자 오다니!”“당장 생포하거라!”병사들이 그를 에워쌌지만, 초경이 소매를 휘두르자 다들 멀리 날아갔다.동하국 사람들은 깜짝 놀라 더 이상 그를 얕보지 않았다. 하지만 그들은 여전히 초경의 상대가 아니었다.압도적인 초경의 힘 앞에서 그들은 조금도 반항할 힘이 없었다.그렇게 초경은 동하국 왕궁까지 쳐들어갔다.아무도 그를 막을 수 없자, 누군가 다급히 소리쳤다.“약사를 부르거라! 어서 약사를 부르거라!”기세등등하게 쳐들어온 적을 보고 동하국은 대량의 병사를 보내 그가 궁으로 들어오지 못하게 막으려 헀다.동하국 왕은 이미
부소는 잠깐 멈칫했다.옥교는 슬픈 표정으로 눈물을 닦으며 방을 나섰다.부소는 미간을 찌푸리고 침대 위에 누워 있는 부원뢰를 보다 이불을 덮어 주고 방을 나갔다.방을 나가자마자 부소는 의원 일꾼에게 돈을 주며 술과 음식을 준비하라 했다.옥교는 이해하지 못했다.“어찌 정말...”부소는 난감한 듯 입을 열었다.“아마도 괜찮을 것이오.”“폐부를 다쳐 약으로 치료도 못 하는 상황에 어찌 기운이 가득한 말투로 말한다는 말이오?”“의원에게 물어야겠소.”옥교는 깜짝 놀라 그의 뒤를 따랐다.부소는 의원을 찾아 다시 물으려 했지만, 의원은 그의 눈빛을 피하며 핑계를 쓰고 그를 피하려 했다.그럴수록 부소는 의원을 보내지 않았다.결국 의원이 식은땀을 뻘뻘 흘리며 말했다.“아버님이 그렇게 말하라 협박했소. 내가 허락하지 않으면, 귀신을 풀어서 나를 잡아먹겠다고 했소.”“정말 어쩔 수 없이 거짓말을 했네.”“그는 내상을 입었지만 치명적이진 않아 약을 먹고 한 달 정도 조리하면 완쾌할 수 있소.”그 말을 듣고 옥교는 놀라움을 금치 못하고 눈물을 닦기도 전에 다급히 물었다.“정말입니까? 괜찮으신 겁니까?”의원이 고개를 끄덕였다.“사실이오!”“이번에는 절대 거짓말을 하지 않았네.”부소는 그 말을 듣고 미간을 찌푸리고 화가 치밀어 오른 표정을 지었다.“이 늙은이가 감히 나를 놀리다니!”부소는 화가 치밀어 올라 뒷마당으로 걸어갔다. 옥교는 그가 부원뢰를 찾아가 싸울까 봐 얼른 그를 붙잡고 설득했다.“아버님을 푹 쉬게 하시오. 몸이 괜찮은 것도 좋은 일 아니오? 괜히 놀란 일이니, 걱정하지 마시오!”부소는 여전히 화가 났다.“누가 이렇게 자신을 저주하는 것이오?”비록 말은 그렇게 내뱉었지만 적어도 아버지가 살아 계시니, 부소도 마음이 조금 놓였다.“참, 동하국의 위치를 탐사한 대오의 사상자가 심각한 터라 돌보러 가겠소. 아버지를 잘 챙겨주시오.”옥교가 고개를 끄덕였다.“좋소. 어서 가보시오. 아버님은 내가 돌보겠소.”-부소는 바로 막사로
부소는 깜짝 놀라 다급히 부원뢰를 업으려 했다.“아버지를 데리고 도성에 가서 의술이 더 뛰어난 의원을 찾겠습니다!”“분명 방법이 있을 것입니다!”부원뢰는 부소의 손을 잡아당겼다.“콜록... 내 몸은 내가 잘 알고 있다. 난 시일이 얼마 남지 않았다.”“사람은 결국 죽을 테니, 그렇게 걱정하지 말거라.”부원뢰는 힘없이 말하며 그를 위로하려 억지 미소를 지으며 부소의 손등을 두드렸다.“어떻게 이럴 수가...”부소는 이 사실을 받아들일 수 없었다.부원뢰는 길게 한숨을 쉬었다.“나도 생각지 못했다.”“네가 장가를 가고 아이를 낳는 것도 보지 못했는데, 아쉬움을 품고 가야 할 것 같구나.”말을 마치고 그는 옆에서 눈시울을 붉히고 있는 옥교를 보며 그녀를 향해 손을 흔들었다.“아가씨, 하나만 묻겠네. 부소가 마음에 드느냐?”옥교는 멈칫하다 저도 몰래 고개를 돌려 부소를 바라보았다.부원뢰가 말했다.“너에게 물은 것이니, 부소를 보지 말거라.”“내가 곧 죽는다고 해서 듣기 좋은 말로 위로하려 하지 말거라. 난 그저 사실을 듣고 싶을 뿐이다.”옥교는 조금 쑥스러웠지만 그래도 솔직하게 고개를 끄덕였다.부원뢰는 그녀의 손을 잡고 품에서 피로 물든 옥팔찌 하나를 꺼내 꼼꼼히 닦은 후 옥교에게 건네주었다.“이 팔찌는 부소 어머니의 혼수다. 이번에 이곳으로 온 것도 부소 어머니의 임무를 받고 온 것이다. 네가 참 마음에 드는구나. 앞으로 두 사람이 함께 있든 아니든 이 팔찌를 받기를 바란다.”“내 소원을 들어준다고 생각하거라. 그렇지 않으면 죽어서도 부소 어머니의 임무를 완수하지 못한 것이 한이 될 것이다.”옥교는 그 말을 듣고 놀라기도 했고 난처하기도 했다.그녀는 부소의 마음도 모르는데 어떻게 며느리의 신분을 의미하는 받을 수 있겠는가.게다가 이 옥팔찌는 너무도 귀하다.부소도 그녀가 난처한 것을 알고 말했다.“그냥 받으시오.”옥교는 그제야 팔찌를 받았다.그녀는 나중에 부소에게 돌려주기로 생각했다. 그녀는 부소가 아버지의 아쉬움을 달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