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소는 할 말을 잃고 그저 열심히 그녀에게 약을 발라 주었다.“부 태사가 맡긴 임무를 어찌 그렇게 빨리 들킨 것이오?”옥교는 곰곰이 생각하다 답했다.“의원의 일꾼이 내가 약재를 가지고 나가는 것을 보았소.”“그 사람을 의심하는 것이오?”“의심이 아니라 확신이오! 의원은 아주 바빠서 평소에 내가 약재를 찾는 것을 신경 쓰는 사람이 없었소. 하지만 오늘 그 사람은 나를 신경 썼네.”“그래서 약재를 싸고 신경을 썼고 역시 오는 길에 도적을 만났소.”“하지만 그 사람들도 동하국 첩자는 아닐 것이오. 사람이 아주 많았는데, 동하국에서 어찌 모두 매수한다는 말이오?”옥교가 궁금한 듯 물었다.부소가 낮은 소리로 말했다.“그들이 첩자인지는 내가 알아낼 것이오.”“또 누가 찾아올지 모르니 이따가 의원에 사람을 보내겠소.”옥교는 고개를 끄덕였다.“고맙소.”옥교에게 약을 발라준 후 옥교는 바로 떠났고 부소도 이 일을 조사하러 갔다.청주성 내 동하국과 관련된 모든 세력은 뿌리를 뽑아야 한다.그렇지 않으면 청주는 영원히 평온한 날이 없을 것이다.-황궁.낙요는 부진환의 소식을 받고 청주성의 상황을 파악했고 부진환의 다음 계획도 알게 되었다.그래서 낙요는 우유를 불러와 우유에게 편지를 보여 주었다.우유는 살짝 놀랐다.“부 태사가 동하국을 공격하려는 것이냐? 아직 동하국의 상황을 파악하지도 못했는데 너무 위험하지 않으냐?”낙요는 생각에 잠겼다.“부진환이 말한 바와 같이 동하국이 감히 바다에 독을 쓰고 국토마저 포기할 수 있다는 것은 그들이 이 싸움에서 기필코 이기려는 마음을 먹었다는 것이다.”“대부분 병력도 동하국에 없을 것이다. 이 기회를 틈타 기습하는 것이 전쟁을 빨리 끝낼 수 있는 기회일지도 모른다.”“나는 그의 판단을 믿는다.”그녀의 말을 듣고 우유가 고개를 끄덕였다.“알겠네. 내가 동하국 위치를 계산하기만 하면 되겠네.”낙요가 웃으며 말했다.“고생이 많구나.”우유가 웃음을 터트렸다.“내가 해야 할 일인데 어찌 고생이란 말이
우유는 살짝 놀랐다.“청주를 말하는 것이냐?”낙요는 고개를 끄덕였다.“너의 생각은 어떠하냐?”우유는 기뻐 보였다.“너무 좋구나. 청주는 비록 위험하지만, 병력이 집중되어 있어 안전한 편이니 경험을 하기엔 좋은 곳이다.”“도움이 될 수도 있다.”“바로 돌아가서 안배하마.”차를 마시고 우유는 일어나 돌아갔다.제사장족은 이날 바로 청주로 가서 수련할 제자를 고르기 시작했고 이 소식은 궁 안에 전해졌다.오후가 되자 심면은 강소풍과 임계천을 데리고 조영궁으로 향했다.백서는 여제가 바쁘다고 설명했고 강소풍이 답했다.“그냥 함께 돌아가시오.”하지만 심면은 기어코 조영궁 밖에서 기다렸다.“이곳에서 여제께서 일을 다 보실 때까지 기다릴 것이오.”강소풍은 깜짝 놀라 그녀를 힐긋 보았다.“무엇을 하는 것이오? 여제께서는 우리를 만나고 싶지 않은 것이 분명하오. 그만 귀찮게 하시오.”하지만 심면의 태도는 확고했다.“먼저 가시오. 난 홀로 기다릴 테니.”“혼자 기다리시오.”강소풍은 임계천을 데리고 떠나려 했다.하지만 임계천이 참다못해 입을 열었다.“어찌 그리 급해하는 것이오.”강소풍은 불만스럽게 답했다.“심면의 태도가 너무 건방지다 생각하지 않소? 여제에게 간청해 가능한 일이라 생각하는 것이오?”“여제께서 바쁘다고 하시는 것도 심면의 뜻을 알고 일부러 만나지 않으려 하는 것이오. 동의하지 않는다는 것을 그리 똑똑한 사람이 모른다는 말이오?”임계천은 눈썹을 치켜올렸다.“나도 여제의 뜻을 알아차렸소. 하지만 심면이 여제를 설득할 수 있을지 없을지 자네가 어떻게 아는 것이오?”강소풍은 아주 재밌는 농담을 들은 것 같았다.“심면이 여제를 설득하다니. 불가능하다고 생각하오.”“심면이 정말 여제를 설득하여 우리와 함께 청주에 갈 수 있다면 앞으로 심면의 충실한 부하 노릇을 하라고 해도 하겠네!”그의 말을 듣고 임계천은 웃음을 금치 못했다.“쉽게 장담하지 말게.”백서는 조영궁 밖에서 꼬박 두 시간을 기다렸다.낙요는 일을 마치고 창문 옆
“궁에서 아무리 많은 것을 배워도 밖에서 견식과 심성을 단련하는 것이 낫습니다. 전쟁터는 비록 위험하지만 부 태사도 계시니, 전장에서 전략을 세우는 재간도 조금이나마 배우면 큰 이득이 될 것입니다.”“여제께서 현학 서원의 자제들을 걱정하시는 것을 알고 있습니다. 자발적으로 가는 것도 좋다고 생각합니다. 가고 싶은 자들은 가고, 가고 싶지 않은 자들은 강요하지 않는 것입니다.”“물론 가족들의 동의도 필요합니다.”“이렇게 되면 누군가 정말 문제가 생기더라도 스스로 결과를 책임질 것이고 여제의 앞에서 소란을 피우지 않을 것입니다.”“현학 서원도 미래의 황제를 양성하는 것이니, 나라를 지키는 전쟁터로 가서 나라에 대한 애정을 키우는 것도 좋다고 생각합니다. 전쟁터가 위험할수록 그 자리의 책임과 중임을 더욱 잘 깨달을 것입니다.”“이것은 얻기 힘든 기회입니다!”“가고 싶습니다!”“허락해 주십시오! 간청하옵니다!”심면은 무릎을 꿇고 단호한 태도를 보였다.낙요는 이 말을 들은 후 조금 의아했다. 그리고 이내 엄숙한 표정을 지었다.“이것을 기회라고 생각하는 것은 아직 전쟁터의 위험을 이해하지 못했기 때문이다.”“생사가 걸린 일이지, 경험의 기회가 아니다.”“이 싸움은 이길 것이다. 하지만 이기는 과정에서 수많은 사람이 목숨을 잃을 수 있다!”“네가 그중 하나일까 봐 두렵지 않으냐?”심면은 여전히 확고한 눈빛으로 단번에 답했다.“나라를 지키기 위해 죽는다면 죽어도 여한이 없습니다!”전쟁터에 가겠다고 굳게 결심한 것을 보고 낙요는 곰곰이 생각하다 결국 승낙했다.“그래. 기어코 가려는 이상 말리지 않겠다.”“하지만 네가 말한 바와 같이 집안 어른의 동의를 구해야 한다.”“현학 서원 전체가 자발적으로 참가할 수 있다고 백서에게 명을 내릴 것이다.”이 말을 듣고 심면은 매우 기뻐했다.“성은이 망극하옵니다!”“됐다. 별일 없으면 돌아가서 준비하거라. 내일 제사장족 제자들과 함께 떠나거라.”“예!”심면은 감격에 겨워 조영궁을 뛰쳐나갔다.현학
강소풍은 안색을 확 바꾸고 다급히 말했다.“아이고, 어찌 말한 것이오?”임계천이 태연하게 웃으며 말했다.“장담하지 말라고 하지 않았소?”심면은 의미심장하게 말했다.“그런 것이었소?”“강소풍, 자네도 사나이로서 약속을 지켜야지 않겠소? 장차 대장군이 될 사람인데 책임감이 있어야 하오.”강소풍의 안색은 어두웠고 난감해 보였다.심시몽은 강소풍의 옷소매를 잡아당기며 충동적으로 승낙하지 말라고 뜻을 전했다.하지만 강소풍은 더 생각할 겨를도 없이 바로 허락했다.“난 말한 대로 하는 사람이오!”심면이 흐뭇하게 웃었다.“좋소. 오늘부터 자네는 나의 부하네.”“자네에게 위험한 일을 시키지 않을 것이오. 나를 도와 차를 따르고 심부름하는 것 정도는 괜찮지 않소?”강소풍은 비록 내키지 않았지만, 자신이 내뱉은 말이니 억지로 승낙할 수밖에 없었다.“물론이요.”“먼저 따뜻한 차 한 잔 갖고 오시오.”심면은 마음껏 심부름시켰다.강소풍은 바로 차를 끓이러 갔다.심시몽은 이에 대해 매우 불만스러워하며 불쾌한 표정으로 머뭇거리다 입을 열었다.“언니, 모두 동기니 그럴 필요까지 있습니까?”큰일도 아닌데 심시몽이 억울하고 불쌍한 모습을 보이자, 오히려 심면이 강소풍을 난처하게 하는 것 같았다.심면은 콧방귀를 뀌었다.“강소풍이 차를 따르는 것이 안타까우면 네가 도우면 되지 않느냐?”“내가 괴롭힌 것처럼 억울하게 굴 필요 없다.”말을 마치고 심면은 차갑게 돌아서 떠나갔다.그녀는 짐을 싸고 내일 청주로 출발하기를 기다렸다.얼마 지나지 않아 백서도 현학 서원에 와서 이 일을 설명했다.그래서 서원은 미리 모두를 궁에서 내보내고 집으로 돌아가 가족들과 이 일을 의논할 수 있게 했다.집안 어른의 허락을 받아야 대오를 따라 청주로 갈 수 있다.이 소식을 듣고 낙현책이 현학 서원으로 왔다.“여제께서 서원 제자를 청주로 보내는 것을 승낙했다고 들었습니다!”낙현책은 마음속의 기쁨을 감추지 못하고 기분 좋은 표정을 지었다.심면도 활짝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심면은 할아버지의 호흡을 확인하고, 살아 계신 것을 확인한 후에야 놀란 가슴을 조금 쓸어내릴 수 있었다.그녀는 얼른 할아버지의 맥을 짚고 약사발을 확인했다.할아버지께서 몸이 안 좋으신 것이 아니라, 많은 양의 안신탕을 드시고 잠들어 계신 것이었다.할아버지께서 아프지 않은 것은 좋은 일이지만 안신탕으로 인해 심면의 마음은 무거워졌고 저도 몰래 무서웠다.만약 그들이 할아버지께 안신탕이 아닌 다른 약을 먹였더라면 어떻게 됐을까?할아버지는 쥐도 새도 모르게 돌아가셨을 것이다.그렇게 애를 써서 현학서원에 들어가, 필사적으로 노력한 이유는 할아버지를 보호하고 할아버지가 잃어버린 보물을 되찾기 위해서였다.그러나 그녀는 집에 없는 동안 할아버지께서 위험한 상황에 처할 수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그 여자가 일부러 할아버지께 안신탕을 먹인 것은 그녀를 경고하기 위해서였다.할아버지께 이불을 덮어 드리고 심면은 자리에서 일어나 방을 떠났다.그녀는 이내 본청으로 향했다.심부인과 심시몽은 의자에 앉아 있었다. 큰 밥상에 음식이 가득했지만 두 사람만 자리에 앉아 있으니, 괜히 썰렁해 보였다.심부인은 심면이 오는 것을 보고 얼른 자리에서 일어나 웃는 얼굴로 맞이했다.“아면아, 나와 시몽은 줄곧 너를 기다리고 있었단다. 음식이 식기 전에 어서 와서 먹으렴”“날도 추우니, 특별히 술을 데웠다. 함께 한잔하고 몸을 녹이자.”심부인은 심면을 끌고 자리에 앉아 열정적으로 그녀에게 술을 따라 주었다.옆에 있는 심시몽은 질투에 가득 찬 눈빛으로 그 모습을 조용히 바라보았다.심면이 오지 않자, 그녀는 젓가락조차 들 수 없었다.모든 일은 심면이 우선이다.하지만 그녀야말로 어머니의 친딸이다!“아면아, 네가 좋아하는 음식이다. 궁에서 쉽게 먹을 수 없을 텐데 어서 많이 먹거라.”심부인은 열정적으로 심면에게 음식을 집어주었다.심면은 거들떠보지도 않고 싸늘하게 물었다.“대체 무엇을 하려는 것입니까? 솔직히 말하세요.”“할아버지께 나쁜 일이라도 생기면 절대 가만두지 않을
심부인이 말을 이었다.“할아버지께서 며칠 동안 제대로 잠을 이루지 못하셨어. 아마도 네가 전쟁터에 나가 큰 위험에 빠지는 꿈을 꾸셨던 것 같아. 만약 깨어나셔서 네가 전쟁터에 갔다고 아신다면 무척 불안해하실 거야.”“우리 집안은 큰 가문과 달리 사람이 적다. 너에게 무슨 일이라도 생긴다면 우리 집안은 큰일이 날 것이야.”“전쟁터가 뭐가 좋단 말이냐? 가지 말거라.”심부인은 할아버지 얘기를 꺼내며 심면을 설득했다.심면은 분노에 차올라 손바닥을 꽉 움켜쥐었다.하지만 그녀는 참을 수밖에 없었다.그녀는 위험을 무릅쓰고 할아버지를 홀로 집에 남겨둘 수 없었다.그녀도 심부인이 청주에 가는 것을 막으려고 할아버지로 협박할 줄 생각지 못했다.그녀는 도저히 이해할 수 없었다. 위험한 전쟁터에서 그녀가 죽기라도 하면 심부인에게는 더 좋은 일이 아닌가? 대체 왜 그녀를 막는 것인지 알 수 없었다. 심면은 심부인이 진심으로 그녀를 위해 생각한다고 믿지 않았다.“예. 가지 않겠습니다.”심면은 이를 악물고 이 말을 내뱉었다. 심부인은 순간 싱글벙글 웃으며 얼른 심면에게 닭다리를 주었다.“효도할 줄 아는 참한 아이구나.”“자, 먹거라.”심면은 눈앞에 반찬이 가득 담긴 밥그릇을 바라보았다. 분명 배가 고팠지만 무언가 마음속에 걸린 것처럼 내키지 않았다.“배가 고프지 않아 먼저 돌아가겠습니다.”심면은 바로 자리에서 일어났다.심부인은 안색이 살짝 변했지만 이내 평소와 다름없는 모습으로 돌아와 식사를 계속했다.심시몽은 심면의 그릇에 가득 찬 반찬을 보고 자기의 그릇을 힐긋 보았다.그녀의 어머니는 홀로 밥을 먹으며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심시몽은 마음속에 돌덩이가 걸려 있는 것 같았다. 그녀는 어머니와 얘기를 나누고 싶었지만, 무슨 말부터 시작해야 할지 몰랐다.순간 맞은편에서 소리가 들려왔다.“시몽아.”심시몽은 기뻐하는 마음으로 고개를 들었다.“어머니...”“왜 밥을 먹지 않고 꾸물거리는 것이냐? 먹고 싶지 않다면 방으로 돌아가 책을 읽고 글을 익히거
그 후 강소풍과 임계천도 도착했다.하지만 심면의 모습은 좀처럼 보이지 않았다.유생은 낙현책 옆에 다가와 함께 성문을 바라보았다.“이렇게 늦었는데도 안 온 것이냐? 무슨 일이 있어서 못 오는 것 아니냐?”말이 끝나자마자 대오 쪽에서 출발하려는 소리가 들려왔다.모두 마차에 올라 출발할 준비를 했다.낙현책은 제자리에 서서 조급하게 성문을 바라보았다.“낙현책, 유생. 마차에 올라 떠날 준비를 안 하고 뭐 하고 있는 것이냐?”대오를 이끄는 사람이 다가와 소리쳤다.낙현책이 다급히 말했다.“아직 오지 않은 사람이 있습니다! 조금만 더 기다려주십시오!”상대는 명부를 꺼내 보았다.“누가 도착하지 않은 것이냐? 명부에 있는 사람들은 모두 도착하였다.”낙현책은 깜짝 놀라 그에게 다가가 명부를 보였다.“심면이 있습니다. 심면이 아직 오지 않았습니다!”낙현책의 말을 듣고 상대는 명부를 훑어보고 답했다.“심면의 이름이 없다. 심면은 참가하지 않았다.”“그럴 리 없습니다! 현학서원 학생들이 청주에 갈 수 있는 것도 심면이 여제께 부탁하러 간 것입니다. 분명 가려는 사람인데 빠뜨린 게 아닙니까?”대오를 이끄는 사람이 고개를 저었다.“빠뜨릴 리 없다.”“오늘 조영궁에서 보낸 명부이다. 게다가 여제께서도 확인했으니, 분명 틀리지 않았다!”“심면은 줄곧 궁으로 들어가지 않았고 집안 어른의 동의 서신도 보내지 않았다. 심면은 참가하지 않았다.”“그만하고 떠나자꾸나. 시간을 지체하지 말거라.”상대는 책자를 거두고 몸을 돌려 떠나려 했다.낙현책은 큰 충격에 휩싸였다.“그럴 리 없습니다. 제일 청주에 가고 싶었던 사람인데 안 갈 리가 없습니다.”“분명 무슨 일이 생긴 것입니다! 심가에 가봐야겠습니다!”낙현책은 말을 마치고 바로 성안으로 달려가려 했다. 하지만 유생이 그를 가로막았다.“미친 것이냐?”“우리는 엄한 관리를 따라야 한다. 제멋대로 대오를 이탈하면 제명될 것이다! 심면의 성격에 무슨 일이 생길 수 있겠느냐? 아마도 올 수 없는 사정이 있을
우유는 곰곰이 생각하다 고개를 저었다.“꼭 그렇지는 않다. 두 사람을 주의해야 하느냐?”낙요는 생각에 잠겼다. 두 사람은 모두 젊은 세대에서 뛰어난 사람들이고 여국의 미래다.“너무 눈에 띄지는 않게 주의하거라.”“그래.”얼마 지나지 않아 목 승상이 심면을 데리고 왔다.낙요가 왜 청주에 가지 않았는지 묻자, 심면은 한참 망설이다 답했다.“제 문제입니다. 가고 싶지 않아졌으니, 제 죄를 용서해 주십시오.”낙요는 그녀의 반응을 보고 진심이 아니라는 것을 알아차렸다.목 승상도 입을 열었다.“제가 방금 물었을 때도 이렇게 답했습니다.”낙요가 말을 이었다.“심면아, 너답지 않구나.”“무슨 어려운 일이 생겼다면 언제든지 말하거라.”“네가 사정하러 왔기에 현학서원 학생들에게 청주로 가는 것을 승낙하였다. 네가 가지 않는 것은 너무 이상하지 않으냐?”“기어코 거짓을 고하면, 군주를 무시하는 것과도 같다.”이 말을 듣고 심면은 바로 무릎을 꿇었다.“용서해 주십시오! 사실 할아버지께서 아프셔서 마음이 놓이지 않았습니다. 할아버지를 홀로 남겨둔 채 청주에 갈 엄두가 나지 않았습니다.”그녀의 답을 듣고 낙요는 바로 알아차렸다.“효성이 지극한 아이구나. 돌아가서 준비하고 내일 청주로 떠나거라.”심면이 깜짝 놀라 고개를 들고 눈을 크게 떴다.“여제...”낙요는 목 승상을 보며 말했다.“목 승상, 다시 심가로 가서 심가 어르신을 태의원으로 모시게.”“심면. 네 할아버지는 태의원에서 지낼 테니 걱정 없이 청주로 갈 수 있을 것이다.”그 말을 듣고 심면은 아주 기뻤다. 그녀는 흥분한 표정을 숨길 수 없었다.“감사하옵니다!”“돌아가서 준비하거라.”목 승상은 심면과 함께 심가로 돌아가 심면의 할아버지를 찾아뵈었다.심부인은 열정적으로 따라다니며 정성껏 대접했다. 그러나 그녀는 목 승상이 왜 하루에 두 번씩이나 오는지 이해할 수 없었고, 왠지 불길한 느낌이 들었다.목 승상은 쓰러진 어르신을 본 후 말했다.“심가 어르신의 몸이 좋지 않으니, 그를
“나는 더 이상 당신의 상대가 안 되오.”낙요는 고개를 돌려 바둑판을 보며 입꼬리를 살짝 올렸다.“당신을 이기기 위해서가 아니라, 당신과 함께 바둑을 두며 답답함을 풀기 위해서요.”부진환은 바둑알을 하나하나 거두었다.낙요는 실눈을 뜨고 하늘을 바라보며 손을 뻗었다. 햇빛이 손가락 사이로 새어 나왔다.“그러고 보니, 나의 답답함을 풀 사람은 당신뿐이오.”“심시몽은 어의원의 심사를 통과하고 정식으로 어의원에 들어가게 되었소. 그리고 강소풍의 집안에서도 그들의 혼사를 승낙하여 두 사람은 곧 혼사를 올릴 것이오.”“갑자기 심면과 낙현책도 혼사를 올려야 하지 않겠느냐는 생각이 들었소.”부진환이 웃으며 말했다.“일찍이 혼인할 나이가 되었지만, 아이들도 조급해하지 않는데 왜 그렇게 걱정하오?”낙요가 입꼬리를 살짝 올리며 여유롭게 말했다.“걱정하지 않소. 대소사를 모두 당신이 걱정하고 있지 않소? 초경의 수위가 있으니, 몇 년이 지나도록 용모가 변하지 않았소. ”“나 같으면 그렇게 걱정을 많이 했으니, 일찌감치 늙었을 것이오.”몇 년 동안 부진환은 그녀를 도와 적지 않은 조정의 일을 분담했다.그녀도 부진환의 동반에 습관이 되었다.갑자기 무언가 떠오른 낙요는 자리에서 일어나 부진환을 바라보며 손바닥에 턱을 괴고 물었다.“이 나이가 되니, 아이를 낳지 않은 것을 후회하오?”“걸을 수 없을 정도로 늙었을 때, 다른 사람의 자식들이 단란히 모여있는 것을 부러워할 것이오? ”부진환은 손에 든 물건을 내려놓고 진지하게 그녀를 보며 대답했다.“후회하지 않소.”“사람은 너무 욕심을 부려서는 안 되오.”“게다가 당신은 여제요. 당신이 늙었다고 해도 누가 감히 푸대접하겠소?”“당신이 조용히 지내는 것이 좋다고 하면 난 당신과 함께 있을 것이오. 초경의 수위로 늦게 늙는다고 하지 않았소? 앞으로 당신이 늙으면 내가 당신을 부축하고 업고 다닐 것이오.”낙요는 입꼬리를 살짝 올렸다.“참 좋소.”이듬해 가을.심시몽은 강소풍과 혼사를 올렸고 어의원 5품
강소풍은 고개를 끄덕이다 다급히 고개를 저으며 어찌할 바를 몰랐다.“아니오. 그런 뜻이 아니오. 어머니께서는 마음에 들어 하셨소.”설명할수록 강소풍은 상황이 복잡해지는 것 같았다.심시몽은 어두운 표정을 지었지만, 여전히 그를 위로했다.“자네의 뜻을 알고 있소. 설명할 필요 없소.”“시몽... 미안하오! 하지만 나는 포기하지 않을 것이오. 방법을 강구하여 어머니에게 자네의 진정한 모습을 보여줄 것이오. 분명 어머니도 자네를 받아들일 것이오. ”그 말에 심시몽은 살짝 놀라 의아한 듯 고개를 들어 그를 바라보았다.“나와 헤어지려는 것이 아니었소?”심시몽은 강소풍이 특별히 그녀를 찾아와 이 일을 설명하는 것을 보고, 그녀와 연을 끊으려는 것이라고 생각했다.“아니요. 그럴 리가 있소.”“나는 단지 이전의 약속을 지킬 수 없을 뿐이오. 이번 달 안에 혼담을 꺼낼 수 없을 텐데, 나를 기다려줄 수 있소?”“말재주가 좋지 않아 대체 어떻게 설명해야 할지 모르겠소. 어머니께서는 자네가 연약하고 힘없다고 생각하시오. 앞으로 내가 출정하면 자네가 홀로 집안을 지킬 텐데, 우리에게 좋지 않은 선택이라 생각하시오. ”이 말을 듣고 심시몽은 대충 뜻을 알아차렸다.“어머니께서는 문무를 겸비한 며느리를 원하고, 자네와 함께 전쟁터에 나가서 떨어져 있지 않아도 되기를 원하시오.”“나는 비록 무공을 할 줄 모르지만, 그래도 해낼 수 있소.”고개를 들어 올린 심시몽의 눈빛은 밝았다..강소풍은 놀라기도 했고 기쁘기도 했다.“정말이오? 여전히 나와 함께 있고 싶소? 포기하지 않을 것이오?”심시몽은 고개를 끄덕였다.“나를 위해 그렇게 많은 일을 했는데, 어찌 쉽게 포기할 수 있소? 자네가 포기하더라도 나는 포기하지 않을 것이오.”“강가는 장군 집안이라 분명 우리 언니와 같은 여인을 좋아할 것이오. 난 비록 언니와 비길 수 없지만 그래도 노력할 것이오.”“여제께서 나에게 약옥을 주었소. 만약 순 의원과 의술을 배울 수 있다면 어의원에 들어갈 기회가 있소.”“성공
이 말을 듣고 심시몽은 약간 의아해했다.“공주는 저를 탓하지 않습니까...”“그분은 공주시다. 천하를 품고 있는데, 어찌 네가 범한 작은 잘못을 추궁할 리 있냐?”“지금 너의 변화를 보면 공주도 더 이상 너를 탓하지 않을 것이다.”“하지만 차려야 할 예의는 없어서는 안 된다. 시간이 나면 공주에게 감사하다고 인사를 전하거라.”심시몽은 연신 고개를 끄덕였다.“예. 내일 가겠습니다.”“저는 먼저 약옥을 넣고 의관에 가겠습니다.”심시몽은 기쁜 마음에 빠른 걸음으로 달려갔고, 의기양양한 분위기를 풍겼다. 조금도 방금의 의기소침함이 없었다.심면도 기뻤다.모두가 만족스러운 결과를 얻은 것 같다.하지만 그와 동시에, 강소풍이 집에서 어머니와 싸우고 있었다.“안 된다고 하면 안 되는 것이다! 너를 현학서원에 보내 양성하는 것도 앞으로 네가 큰 성과를 거둘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다. 그러니 너도 마땅히 너와 어울릴 만한 부인을 얻어야 한다. 너와 전장을 누비며 적을 죽이는 그런 사람 말이다.”“힘없이 연약하게 집안에서 서방이 돌아오기를 손꼽아 기다리는 그런 평범한 아가씨는 안 된다.”“이전에 그 심시몽을 위해 집안의 빙천영지를 훔쳤고, 심지어 벌을 받고도 물건이 어디로 갔는지 말하려 하지 않았다. 난 그때부터 심시몽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그런데 지금 그 아이와 혼사를 올리려는 것이냐?”“말도 안 된다!”강부인은 단호한 태도로 조금도 말을 바꾸려 하지 않았다.강소풍은 내키지 않는 듯 반박했다.“심시몽이 평범하다니요? 어떻게 평범하다는 말입니까? 심시몽은 그저 무공이 부족할 뿐입니다. 세상 사람들이 모두 무예를 익혀야 하는 것은 아니지 않습니까?”“하물며 그녀의 언니는 이미 태자로 봉해졌습니다. 그러니 심시몽도 좋은 아가씨라는 것을 설명할 수 있지 않습니까?”강부인은 콧방귀를 뀌었다.“언니는 언니이고, 심시몽은 심시몽이다. 어찌 동일하게 논할 수 있겠냐?”“강가는 권세에 빌붙지 않고, 심시몽의 언니가 태자라는 것을 봐서 그녀를 맞이하려
“나중에 자네가 신의가 될지도 모르오.”심시몽이 웃으며 말했다.“자네의 좋은 말대로 되길 바라오.”모두 술을 마시며 음식을 먹고 있었다. 심면이 임계천에게 물었다.“자네는? 어디로 가고 싶소?”“나라에 보답할 수 있다면 어디든 좋소.”임계천이 담담하게 웃었다. 그는 특별히 가고 싶은 곳이 없었기에 그저 궁의 안배를 기다리고 있었다.다들 기분이 좋았고 투지가 넘치고 미래에 대한 동경으로 가득 차 있었다.술을 너무 늦은 시각까지 마셔서 그들은 심가에서 묵었다.오전이 되자, 각 집안의 하인들이 부랴부랴 사람을 찾아왔다. 몇 사람은 술에 취해 인사불성이 되었지만, 여전히 집으로 끌려갔다.궁에서 명을 받았기 때문이다.강소풍은 금군 기사영 통령으로 봉해져 도성과 황궁의 안위를 지키게 되었다.임계천은 형부로 전근되었다.소우청과 봉함선은 수주의 군영 부장군으로 명을 받았다.소우청의 행처는 그의 아버지 소진오가 좋은 경험을 하기를 바라며 부탁한 것이다.낙요는 봉함선이 여인이기에 그녀를 그렇게 멀고 험한 곳으로 보내고 싶지 않았다. 하지만 그녀는 주동적으로 수주에 갈 것을 청구했다.봉함선이 말했다.“여국은 역대로 여 장군이 없었습니다. 저는 첫 번째 여장군이 되고 싶습니다.”“만약 힘들고 험한 곳이 아니라면 어찌 제가 포부를 발휘할 수 있겠습니까?”낙요는 그녀의 담력과 야심을 높이 사고 그녀의 청을 승낙했다.“나는 네가 여국의 첫 번째 여장군이 되기를 기대한다.”이들 외에 현학서원의 다른 학생들도 그들로 하여금 실력을 발휘할 수 있는 새로운 행선지를 얻었다.유독 심시몽에 대해, 낙요는 따로 안배를 해주지 않았다.백서가 걱정했다.“어찌 유독 심시몽만 얘기가 없으십니까? 심시몽이 알면 마음이 편치 않을 것입니다.”낙요가 웃었다.“아니다. 이미 심면을 시켜 심시몽에게 한가지 물건을 보냈다.”백서는 살짝 놀랐다.“일찍이 계획이 있으셨군요.”이때의 심시몽은 홀로 넋을 잃고 연못가에 앉아있었다. 그녀의 마음은 마치 흩날리는 낙엽처럼 어수
유생이 드디어 알아차렸다.“그랬구나. 내가 어찌 이걸 잊은 것이냐.”“난 정말 운이 좋은 것 같구나. 이렇게 운 좋게 제사장 자리를 주울 수 있으니.”심면이 답했다.“아닙니다. 전에 제가 청주 전쟁에서 조난했을 때, 제자들을 통솔해 적과 싸우지 않았습니까? 현책보다 능력이 훨씬 뛰어났습니다.”“사저가 소제사장이 되는 것이 가장 적합합니다.”이렇게 칭찬하는 것을 듣고 유생은 쑥스러워하며 낙현책을 힐긋 쳐다보았다.“네가 이렇게 말하면 낙현책이 기뻐하지 않을 것이다.”낙현책이 웃으며 답했다.“그녀가 말한 것은 내가 하고 싶은 말이다.”“너는 나보다 대제사장이 더 잘 어울린다.”“나는 무학에서 너보다 좀 나을 뿐이다. 정말 대제사장이 되려면 너보다 잘할지 모를 일이다.”“다만 제사장 일족의 심사에는 이런 것이 없었다.”“하물며 나도 대제사장이 될 생각을 한 적이 없다. 내가 하고 싶은 것은 단지 여제가 기뻐하기를 바랄 뿐이다.”이 말을 듣고 유생은 마음이 놓였다.“불쾌하지 않았다면 다행이구나. 권력과 지위 앞에서 네가 이런 결정을 내릴 수 있다니, 정말 대단하구나!”“한 잔 권하마!”유생이 술잔을 들었다.바로 이때, 갑자기 대문이 열렸고, 사람이 도착하기도 전에 먼저 목소리가 들렸다.“사람이 아직 도착하지 않았는데, 왜 벌써 마시는 것이오?”“우리를 기다리지 않는다니, 의리가 없소!”몇 사람이 고개를 돌려 바라보니, 강소풍과 임계천이 술병을 들고 오는 것이 보였다.“오늘 밤 다들 왔구나!”“자, 심면과 유생을 위해 한 잔 하세!”모두 자리에 앉아서 잔을 들어 함께 마셨다.그렇게 한참 마시다 보니 술에 취한 강소풍이 흥분한 듯 입을 열었다.“얼마 지나지 않아 심가에 겹경사가 닥칠 것이오.”모두 멍해졌다.강소풍은 낙현책과 심면을 바라보았다.“여제가 두 사람의 일을 인정했으니, 언제 혼사를 치르는 것이오?”심면은 갑자기 얼굴을 붉어지며 황급히 강소풍에게 술을 따라주었다.“술을 마셔도 자네의 입을 막지 못한 것이오?”
“저희가 어찌 가족입니까?”“50냥의 이득을 본 걸 후회한다면서요?”이 말이 나오자 다들 얼굴이 새파랗게 질렸다.그들은 그제야 유생이 그날 밤 그들의 대화를 모두 들었다는 것을 깨달았다.어쩐지 상자를 도둑맞았더라니.유룽은 체면을 깎으며 사과했다.“유생아, 우리는 한 가족이니 티격태격하는 것도 정상이다. 그러나 다들 나쁜 생각은 없다.”“이전의 일은 모두 나의 잘못이다. 이렇게 너희들에게 사과하마!”“오늘 저녁 집으로 돌아가자. 너를 위해 잘 경축해야지 않겠느냐!”둘째아버지와 셋째 아버지도 모두 따라서 사과했다.집안 재산을 나누겠다고 얘기한 그날 그들이 각박한 만큼 지금 아주 자상했다.“유생아, 집으로 가자. 지나간 일은 잊고, 우리 가족 다시 시작하는 게 어떠냐?”“그래. 가족이 함께 지내면 얼마나 시끌벅적하냐? 따로 이곳에서 지내면 쓸쓸하지 않으냐?”“우리 집에 좋은 술도 두 병 간직하고 있는데, 유생을 축하하러 오늘 꺼내마!”유생은 표정을 바꾸지 않고 차분하고 차갑게 말했다.“다들 시간 낭비하지 마십시오.”“집안 재산을 나누고 연을 끊었는데, 어찌 번복할 사람이 있겠습니까?”“잘살든 못살든 더 이상 유가와 관계가 없습니다.”“다들 가시지요. 굳이 우리 집 앞에서 매달리려 한다면, 관아에 신고할 것입니다.”말을 마치고 유생은 방안으로 돌아와 차갑게 문을 닫았다.문밖의 사람들은 후회에 휩싸였다.게다가 둘째는 첫째를 원망하기 시작했다.“형님 탓입니다. 제사장 자리가 발표되기도 전에 넷째네를 쫓아내더니, 지금은 어떻게 하려는 것입니까?”셋째도 불평했다.“유생은 앞으로 대제사장이 될 것이오. 앞으로 유생 덕을 보긴커녕 이렇게 소란을 피웠으니, 앞으로 우리를 난처하게 할 수도 있소...”유롱은 짜증을 참지 못하고 말했다.“어찌 또 내 잘못이 되었냐?”“애초에 심사 결과가 나오자, 다들 하나하나 달려와서 유생네가 끝났다고, 그들 일가를 헛되이 잘해줬다고 하지 않았냐? 너희들이 모두 동의했기 때문에 넷째 일가를 쫓아낸 것이
자리에 있던 사람들은 매우 놀랐다.유가 사촌들은 냉기를 한 모금 들이마셨다.유생도 경악한 표정을 지었다.“왜 제가...”왜 낙현책이 아닌가?장 총관이 웃으며 말했다.“어서 명을 받으시지요. 소제사장”유생은 정신을 차리고 마음속으로 미친 듯이 기뻐하며 얼른 명을 받고 고마움을 전했다.장 총관은 자리에 있던 병사들을 힐긋 보고 유생에게 친절하게 물었다.“소제사장, 무슨 문제가 있습니까? 제가 처리할 필요가 있습니까?”유생은 웃으며 말했다.“필요 없습니다. 고맙습니다!”“어찌 사양하십니까? 제가 필요한 곳이 없다면, 이만 궁으로 돌아가 명을 전해야 합니다.”“예. 바래다 드리겠습니다.”유생은 장 총관을 골목 밖까지 배웅했다. 장 총관이 의미심장하게 일깨워주었다.“아가씨는 아직 소제사장의 권력을 모르고 있을 수도 있습니다. 도성에서 제사장의 권력은 여제와 대제사장에 버금갑니다.”“태자와 동등한 권력입니다.”“이런 사소한 일은 직접 처리할 필요도 없으니, 제게 한마디만 분부하면 됩니다.”유생은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일깨워 줘서 고맙습니다.”“오늘 여제께서 태자도 정하셨습니까? 심면입니까?”장 총관은 고개를 끄덕였다.“예. 심가에 뜻을 전하고 왔습니다.”장 총관을 떠나보내고 유생은 기쁨으로 가득 차 있었다. 그녀는 선택받을 줄 전혀 생각하지 못했다.분명히 낙현책한테 졌기 때문이다.심면도 태자로 봉해져서 참 좋았다.오늘 밤 심면을 찾아 축하하려면, 이 문제를 빨리 해결해야 한다.그녀는 빠른 걸음으로 문밖으로 돌아갔다.병사들은 즉시 공손한 태도를 바꾸어 그녀에게 예를 올렸다.“소제사장, 오늘 분명 오해일 것입니다. 저희는 먼저 떠나겠습니다.”유생이 차가운 소리로 호통을 쳤다.“멈추거라!”그들은 뻣뻣하게 자리에 서서 고개를 숙이고 땀을 뻘뻘 흘렸다.제사장의 말 한마디에 그들은 직무를 잃을 수도 있다.“수사를 더 해야 하는 거 아니오? 안 하시오?”“저희가 감히 소제사장의 집을 수색할 용기가 어디 있겠습니까? 오
낙현책은 고개를 끄덕였다.“나도 궁을 나가려던 참이다. 함께 가자.”유생은 단번에 알아차렸다.“심면을 찾으러 가는 것이냐?”“심사 결과가 나온 후, 심면을 만나지 못했구나.”“심면도 무슨 일이 생긴 것이냐?”낙현책은 생각에 잠긴 듯 말했다.“그런가 보구나.”“내가 도울 일이 있으면 언제든지 얘기하거라.”“그래.”두 사람이 함께 궁으로 나온 후 유생은 바로 집으로 돌아갔고 낙현책은 심면의 집으로 향했다.유가의 골목에 도착하자마자 시끄러운 소리가 들렸다.관아의 사람들이 유생의 집 앞을 막고 그녀의 부모님을 잡고 그들을 관아에 데리고 가려 했다.옆에는 그녀의 사촌들이 있었다.안색이 바뀐 유생은 다급히 달려갔다.“그만하시오!”“뭐 하는 것이오?”유생은 바로 부모님을 뒤에 감쌌다.유롱은 화가 난 표정으로 그녀를 바라보았다.“뭐 하냐니? 집안 재산을 나누었으니, 유가와 이젠 연이 없는 것이다. 집안 재산도 주지 않겠다고 했는데, 어찌 유가의 물건을 훔치는 것이냐? 그 상자에는 족히 수십만 냥이 있다!”“감히 너희랑 아무 연관도 없다고 할 수 있느냐?”유생은 그들이 이렇게 빨리 찾아올 줄 몰랐고, 관리에게 고소할 줄도 몰랐다.“우리가 훔쳤다는 증거라도 있습니까?”“증거도 없이 저희를 잡다니, 법을 따르셔야죠.”유롱이 노발대발하며 말했다.“유가 사람들이 네가 돌아온 것을 봤다!”“변명하지 말거라. 할 말이 있으면 감옥에 가서 변명하거라!”물건을 잃어버리고 그들이 유일하게 의심하는 사람은 유생이다.대가를 치르더라도 그들은 그 돈을 되찾으려 했다.“내가 돌아갔다고 돈을 훔쳤다는 것입니까? 농이 심하십니다!”“관청에 따라서 갈 수 있지만, 저희 부모님과는 연관이 없습니다. 증거가 없으면 함부로 사람을 잡을 수 없습니다!”유롱이 화를 냈다.“네 아버지와 어머니도 한패다! 당연히 관아로 데려가야 한다!”“나으리, 그들은 수십만 냥을 훔쳤습니다. 결코 적은 액수가 아닙니다. 나리께서 반드시 돈을 되찾아 주시기를 간청합니다!”
조영궁.심사 결과가 나온 후 오랫동안 기다리던 낙요는 드디어 낙현책이 오는 것을 기다렸다.“여제.”낙현책은 고개를 숙이고 여제를 마주할 엄두가 나지 않았다.“심사 결과가 나온 지 오래됐는데, 어찌 이제야 나를 찾아온 것이냐? 잘 고려한 것이냐?”낙현책은 고개를 끄덕이며 무릎을 꿇고 자리에서 일어나지 못했다.“여제를 실망하게 했습니다!”이 말을 듣고 낙요는 그의 결정을 알아차렸다.“일단 일어나서 얘기하거라.”낙현책은 무릎을 꿇고 일어나지 않았다.“여제의 가르침을 저버렸습니다. 저는 대제사장 자리를 감당할 수 없습니다!”낙요는 다소 실망했지만 그래도 의외는 아니었다.“잘 생각했느냐? 이 일은 번복한 기회가 없다.”낙현책이 세게 고개를 끄덕였다.“오랫동안 심사숙고한 후 내린 결정입니다.”“제가 여제를 실망하게 했습니다.”지금까지 이렇게 노력했고 최종 심사에서 1등까지 하였는데, 여제를 실망하게 했다.낙요는 자리에서 일어나 그를 일으켜 세웠다.“실망하지 않았다.”“네 실력은 모두가 다 알고 있다. 어찌 실망했겠느냐? 네가 후회하지 않으면 된다.”“이미 결정을 내린 이상 더 이상 그렇게 많은 생각을 하지 말거라. 마음을 놓고 네 목표를 향해 가거라.”“나는 네 결정을 존중한다!”여제가 화를 내지 않자, 낙현책은 그제야 한숨 돌렸다. 그는 감동에 겨웠다.“고맙습니다.”낙요는 그가 기뻐하는 모습을 보고 입꼬리를 살짝 올렸다.“그동안 심면을 만나지 않았겠구나? 어서 네 결정을 알리러 가거라.”낙현책은 고개를 끄덕이고 궁을 나갈 준비를 했다.그동안 심면도 고민하고 있었을 것이다. 두 사람에게 있어 정말 어려운 문제였다.누군가는 무언가를 포기해야 하기 때문이다.낙현책이 궁을 나서려는데 제사장족 제자가 그를 가로막았다.“유생이 궁에서 자네를 기다리고 있소. 급한 일이 있는 것 같소.”“급한 일? 알겠소.”유생은 그동안 궁에 있지 않았다. 갑자기 궁으로 찾아온 것을 보아, 중요한 일이 있는 듯했다.먼저 그녀를 만나고 궁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