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면은 굳센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저를 키워주신 분은 할아버지입니다. 할아버지가 없었다면 전 벌써 죽었을 것입니다. 앞으로 얼마나 오래 걸리든, 할아버지의 심혈을 되찾기 위해 노력할 것입니다.”유생은 감탄하며 고개를 끄덕였다.“할 수 있을 것이다!”“네가 이런 일을 겪었다고 생각지도 못했구나. 비록 너와 다르지만, 모두 어려움이 있구나.”“우리 집안은 큰 집안이라 집안싸움이 많았다. 아버지와 어머니께서 나를 아껴주셨지만, 집안에서 늘 괴롭힘을 당해왔다. 내가 출세해야, 그들이 편히 지낼 수 있었지.”심면이 웃으며 위로했다.“할 수 있습니다!”“유생 사저, 현학서원의 해회조 선생을 알고 있습니까? 여제를 모시게 바쳐진 사람이었지만, 여제를 모시지 못했습니다. 하지만 재능으로 현학서원의 선생이 되신 분입니다.”“선생이라는 신분으로도 그의 가족을 지킬 수 있습니다. 그러니 사저도 굳이 대제사장의 자리만 얻으려 할 필요 없습니다.”“사저의 능력으로, 앞으로 무엇을 하든 반드시 출세할 수 있을 것입니다!”유생은 그녀를 향해 웃었다. 그렇게 생각하니 마음이 한결 편해졌다.“고맙구나. 이렇게 많은 이야기를 나누니, 기분이 좋아졌다.”“하지만 낙현책을 이기는 것은 늘 나의 목표 중 하나이다!”하지만 승패에 대한 유생의 집념은 더 이상 과거처럼 강하지 않았다.심면이 웃으며 답했다.“그럼 제 목표는 유생 사저를 따라잡는 것입니다!”유생이 웃으며 말했다.“말도 참 예쁘게 하는구나. 어쩐지 낙현책이 너를 좋아하더라니.”그녀의 말을 듣고 심면은 넋을 잃고 어찌할 바를 몰라 어색하게 시선을 돌렸다.“무슨 말씀입니까.”유생이 의미심장하게 웃었다.멀지 않은 곳에서 심시몽은 두 사람의 웃고 떠드는 모습을 보고 있었다. 그녀는 부럽기도 하고 질투가 나기도 했다.낙현책과 가까워진 것도 모자라, 이젠 유생에게 아부하다니. 심면은 그 덕에 앞으로 점점 순조롭게 지낼 것이다.뛰어난 심면의 곁에 있으면, 아무도 그림자에 묻힌 그녀를 보지 않을 것이다.-
낙현책은 멈칫했다. 그리고 이내 어두웠던 표정이 밝아졌다.“맞는 말입니다.”“제사장족에서 유생은 나의 가장 강한 상대입니다. 그녀가 없었다면 틀림없이 태만했을 것이고 이렇게 빠르게 실력이 늘지 않았을 것입니다.”심면이 웃으며 말했다.“예. 줄곧 졌으니, 사저께서 마음이 불편할 것입니다. 다른 사람들이 그녀를 안쓰러워하는 것도 정상입니다. 하지만 자신을 의심할 필요는 없습니다.”낙현책은 기분이 좋아졌다.“그동안 여제에게 떳떳하고 싶어 그렇게 노력했습니다. 실력이 계속 강해지면 여제께서 좋아하시는 것으로 충분했습니다.”“그래서 다른 사람의 생각을 고려한 적 없었습니다. 오늘 다들 쓴소리를 하니, 너무 모질게 군 것이 아닌가 싶었습니다.”“유생과 1등을 다투려는 것이 아니라 여제를 실망하게 하고 싶지 않았습니다.”“고맙습니다.”심면이 웃으며 답했다.“그런 말 하지 마십시오. 저야말로 고맙습니다. 며칠 후면 바로 현학서원의 심사입니다. 무술에 관해 좋은 성적을 거둘 수 있을 것입니다. 그때가 되면 꼭 보러 오십시오!”낙현책이 고개를 끄덕였다.“꼭 힘이 되게 보러 가겠습니다.”-낙현책은 심면과 무예를 연마하는 곳에서 그녀를 기다리고 있었다.하지만 심면이 오기 전, 다른 서원 제자가 자리로 왔다.심시몽이었다.“오라버니, 언니를 기다리고 있습니까? 오늘 몸이 안 좋아서 못 온다고 하니, 기다릴 필요 없습니다.”심시몽은 부드러운 미소를 지었다. 그녀의 목소리는 나긋했고 얌전한 모습이었다.낙현책은 살짝 멈칫했다.“넌... 심면의 동생인 것이냐?”“예. 저를 아십니까?”낙현책은 고개를 끄덕였다.“심면이 네 얘기를 한 적 있다.”“심면에게 무슨 일이 생긴 것이냐? 몸도 아픈데, 어의를 불렀느냐? 심한 것이냐?”심시몽은 그의 말을 듣고 못내 부러웠다.“오라버니께서 이렇게 관심을 해주시니, 언니에게 무슨 일이 있겠습니까?”“오라버니는 참으로 좋은 분이십니다.”낙현책은 조금 쑥스러운 듯 머리를 긁적였다.“그렇게 좋은 사람은 아니다.
여군도 그의 천부적인 재능을 인정하지 않았으면 그를 궐에 들여 양자로 들이지 않았을 것이다.낙현책이 미소를 거두며 진지하게 말했다.“맞습니다. 무공과 재능이 없었다면 여군께서 저를 봤을 리 없겠죠.”“다른 누구와 비교할 수 없겠지만 제가 할 수 있는 건 자기를 강하게 만드는 것입니다. 저를 입양한 게 잘못된 결정이 아니라는 것을 보여줄 생각입니다.”말을 마친 낙현책은 자리에서 일어나 자리를 떴다.낙현책의 태연한 뒷모습에 심시몽의 입꼬리가 살짝 올라갔다.여군이 낙현책을 눈여겨 본 것은 그의 천부적인 재능이었다.가슴이 울적해진 그는 심면 때문에 가슴 한구석이 심란해졌다.낙현책은 검 연습을 하러 갔다.최근 새로 만든 검술이 손에 익지 않아 조금 더 연습한 뒤, 여군에게 보여줄 생각이었다.등운검법은 쌍검을 사용하는 검술로 그가 직접 만든 수법이었고 여군도 분명 좋아할 것이다.늦은 밤, 심면은 낙현책을 만나기 위해 그곳에 왔지만 그를 만날 수 없었다.한동안 기다렸지만, 모습을 보이지 않았고 심면은 실망한 기색으로 돌아갔다.며칠 뒤 현학서원의 시험이 시작됐다.심면은 여러 시험에서 계속 1등을 했고 서원 사람들의 시기와 질투를 샀다.심면은 오늘에서야 멀지 않은 곳에서 낙현책을 발견했다.긴장했던 가슴이 점점 안정을 되찾았다.심시몽도 낙현책이 이곳에 나타날 줄 몰랐다. 그래서 살짝 놀랐다.'두 사람 화해한 것인가?'시험이 시작되었다.체술, 승마, 사술 등 세 가지 과목을 차례로 평가한다.심면은 소우청과 같은 조에 편성되었다.심면과 소우청이 대련을 시작하자 지켜보던 낙현책은 심면보다 훨씬 긴장했다.소우청은 장군의 아들답게 무공 실력이 좋았고 상대의 약점을 파악하고 매섭게 공격했다.몇 번이나 공격당할 정도로 아슬아슬한 장면이 많았다.심면을 지켜보는 낙현책은 주먹을 불끈 쥐며 식은땀을 흘렸다.다행히 심면이 아슬아슬하게 이겼다.심면의 승리로 경기가 종료되자 낙현책이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그러나 소우청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심면의
보다 못한 낙현책이 화를 내며 소리 질렀다."저자는 장님인가?"유생이 말했다.“현학서원의 무학 사부님들 모두 소우청 아버지의 사람이라 들었어. 그러니 소우청의 편을 봐주는 것도 놀라운 일은 아니지.”낙현책이 분노했다.“현학서원이 소씨 가문의 것도 아닌데!” 낙현책이 달려들었다.“모든 이들이 소우청이 패배한 것을 봤습니다. 그런 자가 승리했다고 판정하는 것은 명백한 부정행위입니다!”“현학서원의 시험이지 소씨 가문의 대련이 아니란 말입니다! 사리사욕을 위해 나쁜 짓을 눈감으면 안 되지요!” 낙현책이 갑자기 뛰쳐나오자 현장에 있던 사람들이 아연실색했다. 곽천이 호통을 쳤다. “여기가 현학서원인 것을 알고 있군요. 여기가 현학서원이라는 것을 알고 있으면 제사장족은 그만 물러가시지요!”낙현책이 곽천의 팔을 움켜쥐며 말했다.“저랑 군주님을 만나러 가시죠!”곽천이 노발대발해서 말했다.“여봐라!”시위대들이 달려들어 낙현책을 잡으려 했다.낙현책은 그들과 싸울 생각이 없었다. 이곳은 현학서원이었고 그가 나서면 낙현책만 손해이다.그러나 낙현책이 몇 번 얻어맞자 심면이 고함을 질렀다.“미쳤느냐? 감히 누구한테 손을 대!”옆에서 지켜보던 유생도 합세했다.“아무리 현학서원이라도 제사장족을 건드리면 안 됩니다! 손 놓으시죠!”유생이 달려들었지만 곽천은 상대가 여성인 것을 발견하고 바로 대응했다.참다못한 낙현책이 곧장 달려들어 한 무리의 사람들을 바닥에 엎어뜨렸고 곽천과 소우청은 코가 시퍼렇게 멍들 정도로 얻어맞았다.현학서원의 사람들도 얼굴을 찌푸리며 이 광경을 지켜보았다.-조영궁 정원으로 유단청의 다급한 걸음 소리가 들려왔다.“낙현책과 현학서원 사람들이 싸웠습니다.”낙요의 손이 미세하게 떨렸다.“그들을 데려와.”곧이어 서방으로 한 무리의 사람들이 끌려들어 와 바닥에 무릎을 꿇었다.그들의 얼굴에 마다의 상처가 있었다.“싸운 이유에 대해 말해 보시오.”낙요가 평온한 말투로 말했지만, 그녀의 목소리에는 위화감이 담겨 있었다.바닥에
소우청이 반박했다.“쓰러지지 않았는데 졌다니? 자네가 방심한 것이잖소! 졌으면 졌다고 인정을 해야지. 언제까지 1등을 할 것 같았소?”낙요는 현학서원의 다른 제자들에게 물었다. 심시몽이 답했다.“자세히 보지 못했습니다.”현장에 있던 다른 제자들도 비슷한 대답을 했다.싸움을 한 당사자들을 제외하면 다른 사람들은 이 일에 관해 명백한 태도를 보이지 않았다.곧이어 누군가 보고했다.“군주님, 소 장군께서 만나 뵙기를 청합니다.”낙요는 소진오가 생각보다 빨리 와서 놀랐다.“안으로 들여.”소진오는 안으로 들어서자마자 소우청을 발로 차서 쓰러뜨렸다.이 광경을 지켜보던 백서가 호통을 쳤다.“소 장군, 군주님 앞에서 무슨 실례인가!”소진오가 황급히 무릎을 꿇었다.“군주님, 용서하십시오! 부족한 아들놈이 군주님의 양자께 큰 죄를 저지른 것을 알고 화를 참지 못했습니다.”“소신이 아들 대신 군주님과 공자님께 사죄드립니다.”말을 마친 그는 낙현책에게 몸을 돌려 사죄했다.낙현책에게 예를 갖추는 그의 모습에 낙현책은 반박하고 싶어도 어떤 말을 해야 할지 몰라 난감했다.낙요의 얼굴에 희미한 미소가 그려졌다.소진오가 들어서자마자 먼저 잘못을 인정하고 사과한 것으로 보아, 적어도 그는 낙현책이 그녀의 양자라는 것을 잊지 않은 것 같았다.여기서 낙요가 계속 추궁한다면 결국 자기 아들을 돕는 꼴밖에 되지 않는다.이 일이 소문 나면 낙요는 결국 소씨 가문 부자가 사과했는데도 불구하고 죄를 묻는 쪼잔한 사람이 될 것이다. “소 장군, 사죄는 급하지 않소. 두 아이의 싸움으로 치부될 정도로 간단한 문제가 아니오.”“사건의 전말은 나도 알고 있소. 현학서원 심사 규칙 때문에 벌어진 일이잖소. 현학서원은 미래의 왕세자를 양성하는 곳으로 부정행위가 발생한다면 그것은 왕세자 후보를 조작하려는 심산일 터, 결코 그냥 넘길 문제가 아니오.”낙요의 말에 소진오는 등골이 서늘해 자기도 모르게 식은땀이 흘렀다.“여국의 사직과 관련된 일이니 사죄로 끝날 문제가 아니오.
사람들이 모두 물러갔다.조영궁을 나온 소우청은 한동안 정신을 차리지 못하다가 아버지에게 끌려갔다.마차에 오른 소진오가 소우청을 호되게 꾸짖었다.“간이 부었지? 감히 현학서원 시험을 조작해?”“군주님께 각인되려고 작정을 했느냐?”그제야 정신을 차린 소우청이 머뭇머뭇해서 입을 열었다. “군주님께서 정말 추궁하신다면 정말 절 죽일실 겁니까?”소진오가 불쾌한 듯 말했다.“내가 그러지 않았으면 군주님께서 쉽게 놔줬겠느냐!”“군주님께서 우리에게 엄포를 놓은 것이다. 더 나서지 말라고 경고를 한 거야! 그랬다간 우리 가족이 멸족했을 거야!”“현학서원에서 다른 학생들과 어떻게 싸우든 상관없지만, 사적으로 소씨 가문을 이용하면 안 된다! 현학서원처럼 사람들 이목을 끄는 곳에서는 쉽게 약점을 잡힐 수 있단 말이다.”“자칫 잘못하면 가문에 큰 재앙이 닥칠 수 있어!”소청우가 고개를 끄덕였다. “알겠습니다.”“이번 일은 교훈으로 삼거라. 앞으로 신중하게 행동해야 할 거야.”소우청은 말없이 고개를 끄덕였다.-낙현책은 몇 명의 제사장족과 돌아갔다.심면은 상처약을 구해 낙현책에게 발라주며 자책했다. “저 때문에 곤란해졌지요. 아무 상관도 없는 일에 끼어들게 했습니다.”낙현책이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그럴 리가요. 아무도 이 일을 그냥 넘길 수 없습니다. 다른 사람도 그리했을 겁니다.”“아.”심면이 황급히 손에 입을 뺐다.“살살 하겠습니다.”유생이 다리를 꼬고 의자에 앉아 찻잔에 차를 부으며 물었다.“낙현무, 군주님의 양자가 일을 이리 키웠는데 군주님께서 소우청 그놈에게 죄를 묻지 않은 게 이상하지 않아?”낙현책은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심면이 입을 열었다.“군주님께서 저희를 지켜 주신 겁니다.”“소 장군께서 군주님 앞에서 진실을 밝히겠다며 자기 손으로 소우청을 죽이겠다고 했습니다. 기어코 아들을 죽이게 할 순 없잖아요.”“하물며 현학서원의 다른 사람들도 우리를 돕지 않는 마당에, 소우청이 부정행위를 했다는 증거도 부족하지요. 그럼에
말을 마친 뒤 몸을 돌려 방을 나갔다.-다음날 현학서원에 누군가 나타났다.운서공주였다.“당분간 무학을 가르칠 적임자가 없어 군주님께서 저더러 여러분께 기본기를 가르쳐 줘라고 하셨소. 먼저 스스로 연습하시오.”“앞으로 현학서원에 자주 나타날 것이니 놀라지 마시오.”“그리고 감히 학우들끼리 괴롭히거나 허튼수작을 부린다면 엄하게 벌할 것이니 주의하시오.”“다 이해했소?”강여가 팔짱을 끼고 천천히 걷더니 사람들 속에 있던 소우청에게 시선이 멈췄다. 싸늘한 시선으로 그를 바라보자, 소우청은 불길한 예감이 들었다.이어진 체술 훈련에서 소우청은 호되게 당했다.강여는 사람들에게 승마를 가르쳤다. 소우청 순서가 되자 강여는 가만두지 않았다.“소우청 자세가 제일 정확하기에 앞으로 나와 시범을 보여주시게.”“모두 소우청의 자세를 잘 보시게. 움직이지 말고! 이런 기초도 제대로 못 하면서 무공을 어떻게 배운단 말이오! 오늘부터 여자는 반주향, 남자는 한주향이 될 때까지 연습하시게! 소우청은 남들보다 실력이 뛰어나기에 반주향을 추가로 연습하시오. 알겠소?”소우청이 인상을 찌푸렸다.“전...”강여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아무 문제 없을 줄 알았소. 장군의 아들이 어찌 나약하겠소?”“모두 소우청을 본보기로 삼아 제대로 연습하시게!”강여는 천천히 둘러보며 다시 말했다. “하나같이 다리를 떨지말고 소우청을 보시게!”소우청은 모든 이가 자신을 주시하고 있다는 것을 느끼고 긴장을 풀 수 없었다. 많은 이들이 보고 있는 상황에서 체면을 구길 수 없었다.결국 다른 사람보다 반주향을 더 버틸 수밖에 없었다.결국 소우청은 남들보다 항상 반주향씩 더 연습했다.벌 받는 횟수가 많아지자 소우청은 공주가 현학서원에 나타난 게 자신을 괴롭히기 위해서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마음속에 원한이 가득 찼다.가끔 심면을 괴롭히다가 강여에게 들키는 날이면, 물통을 한시진씩 들고서야 하는 벌을 받기도 했다.강여는 매일 현학서원에 나타나 소우청을 괴롭혔다.대단한 징벌은 아니
유심하게 지켜보던 낙요가 궁금한 듯 물었다.“왜 이리 화를 내는 것이냐? 누가 화나게 하였어?”강여가 부채질을 하며 화를 삭였다.“소우청 그놈 때문입니다.”“감히 제게 자신들의 무공을 가르칠 자격이 없다고 했습니다.”"현학서원에 가서 기초체술을 가르치라고 하지 않았습니까? 요즘 체술이 많이 좋아져 무술을 가르치려 했는데 소우청 그놈이 제게 가르칠 자격이 없다고 하더군요.”“제가 군주님께 정식으로 임명받은 사부도 아니고 나이도 어린 여자이기에 자격이 없답니다.”“처음엔 얌전하게 당하던 녀석이 점점 기어오릅니다.”화내는 게 심상치 않아 보이자 이번이 처음이 아닌 것 같았다.낙요가 웃음을 참지 못하고 말했다.“학생을 가르치려면 인내심이 필요하다고 말했거늘. 평정심을 유지해야지, 안 그럼 화병이나 죽는다고 했잖아.”“이런 성정으로 현학서원 학생들을 가르칠 수 없어. 그리고 난 네가 소청우를 혼쭐내려고 거기 간 줄 알았지, 이 정도로 열심히 할 줄은 몰랐는데.”강여가 호기심이 발동한 얼굴로 낙요를 바라보았다.“사부님 어떻게 하실 생각입니까? 이 자리를 계속 비워둘 수는 없습니다.”“무공을 그만둔단 말입니까? 무공이 뛰어난 사람이 없다면 황태자가 황제가 될 때까지 살아남을 수 있을지 아무도 장담할 수 없습니다.”여국은 특수한 나라이고 알려지지 않은 사람을 해치는 무공이 많기에 소리 소문 없이 죽는 건 아무 일도 아니다.무술을 익혀야만 자신을 보호할 수 있고 음해당하지 않을 것이다.낙요는 잠시 고민하더니 입을 열었다. “급한 건 아니야. 1, 2 년 덜 배운다고 문제가 되지 않아.” 잠시 생각하던 강여가 눈치를 챈 듯 말했다.“사부님, 혹시 이 자리를…”낙요가 부인하지 않고 고개를 끄덕였다.월규가 얼음으로 빚은 완자 두 그릇을 가져오자 강여가 다급히 먹기 시작했다. 차가운 얼음에 화가 단번에 풀렸다.“언제까지 기다려야 합니까? 그분께서 여국에 언제 오실지 알고…”낙요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조만간 올 것이다.”지난달, 부진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