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빛 아래 자신의 앞에 모습을 드러낸 사람을 그녀는 똑똑히 알아봤다.그는 다름 아닌 부진환이었다.그의 차가운 손끝이 그녀의 면사에 닿으려 하자 낙청연은 머리를 뒤로 물리면서 몸을 피했다.그 순간 그의 손길이 그녀의 볼을 스쳤고 그 섬세한 느낌에 부진환은 손끝이 뜨거워졌다.낙청연은 손을 들어 면사를 내리누르며 몸의 균형을 잡았고 더없이 침착하고 평온하게 부진환을 바라보며 물었다.“이게 뭐 하는 짓입니까?”부진환은 미간을 구겼고 그의 눈동자에 의아함이 스쳐 지나갔다.그의 눈앞에 있는 자는 몸놀림이 예사롭지 않았다.“사내가 무슨 면사를 쓰는 것이오? 보여주지 못할 것이라도 있는 것이오?”부진환은 발걸음을 옮기며 그녀에게 가까이 다가갔고 낙청연은 연신 뒷걸음질 쳤다.“공자는 누구시길래 이리 간섭하시는 것입니까? 제가 무엇을 입고 쓰는지도 간섭하려 하시네요.”낙청연이 싸늘한 어조로 말했다.“왜 피하는 것이오? 뭐 찔리는 점이라도 있소?”날카로운 눈빛을 한 부진환은 낙청연을 뚫어질 듯이 쳐다봤다.“저는 공자께 길을 내드리려는 것입니다.”그녀는 몸을 피하면서 그에게 길을 내줬다.그러나 부진환은 그곳을 떠날 생각이 없었다. 그는 뒷짐을 지면서 싸늘한 눈길로 그녀를 바라보았다.“저 신산은 내가 아는 사람과 많이 닮은 것 같소.”부진환은 그와 낙청연이 대체 어디가 닮았는지 콕 집어 얘기할 수는 없었지만 저 신산에게서 익숙한 느낌을 받았다.그런데 낙청연이 웃음을 터뜨렸다.“그런 말씀은 저에게 통하지 않습니다.”그녀는 경멸 섞인 어조로 말했다.부진환은 그녀의 말에서 그 점을 느끼고는 미간을 구기며 물었다.“저 공자, 현산 어디의 제자라고 들었는데 내 점도 봐줄 수 있겠소?”낙청연은 생각지도 않고 곧바로 대답했다.“공자께서는 기운이 예사롭지 않으니 좋은 팔자를 타고났을 것입니다.”저 신산은 그의 신분을 모르는데도 그의 팔자가 좋다는 걸 보아낼 수 있었다.저 신산은 생각보다 능력 있어 보였다.“다른 일 없으시면 전 이만 돌아가 보겠습니
송천초는 그제야 기세를 거두어들였지만 도저히 웃음을 참을 수가 없었다. 옥구슬이 굴러가는 듯한 맑은 소리가 썰렁한 정원에 울려 퍼졌다.“전 온종일 많은 얘기들을 주워들었지요. 저희 구영 약방은 이름을 날리지 못했지만 저 신산의 아름다운 외모는 저 멀리까지 소문이 퍼졌더군요.”낙청연은 밖의 소식에 귀를 기울여본 적이 없었다. 매일 점을 보러오는 사람들이 가득했고 비록 작은 장사였지만 다 더해보면 꽤 수익이 짭짤했다.“오늘 봉씨 저택으로 갔는데 부진환이 날 의심하더구나. 내 얼굴이 멀쩡하다면 얼굴을 가릴 필요가 없지 않으냐? 얼굴을 가릴 적당한 이유가 필요하다.”낙청연은 본론을 꺼내며 계속해 물었다.“내 얼굴에 흉터 한두 개쯤 남길 방법이 있겠느냐? 사람들이 가짜라는 걸 눈치채지 못할 정도로 진짜 같은 것 말이다.”그녀에게도 방법이 있었으나 송천초의 신분을 생각하면 그녀가 접촉하는 약재들이 훨씬 더 많았기에 더 좋은 방법이 있을지도 몰랐다.송천초는 자신감에 찬 얼굴로 웃어 보였다.“그건 제가 아주 잘하는 일이지요! 전 어릴 때 몰래 산에서 내려가 논 적이 있습니다. 돌아와서 아버지께 혼날 것이 걱정되어 가짜 흉터를 몇 개 만들었는데 아버지께서는 마음이 아프셨는지 몇 마디 혼내고는 마셨습니다. 이 방법은 제가 십 년 넘게 써온 것이고 매번 효과가 굉장했지요. 가짜 흉터를 만드는 데 쓰이는 약재는 제가 공들여 선택한 것이라 아주 감쪽같이 속일 수 있을 것입니다. 가짜 피부를 두어 개쯤 만든 뒤 그 위에 흉터를 만들고 얼굴에 붙이면 됩니다. 부진환은 절대 눈치채지 못할 것입니다.”그 말에 낙청연은 마음이 한결 놓였다.“그러면 오늘 밤 만들어 내일 나에게 주거라.”앞으로 한동안 봉희를 진료해야 했으니 부진환과 마주칠 수도 있었다. 그녀는 절대 부진환에게 자신의 얼굴을 보여주지 않을 생각이었다.낙청연은 부진환이 낙청연을 죽었다고 생각하길 바랐다.다음 날, 송천초는 두 개의 흉터가 달린 가짜 피부를 그녀에게 건네줬고 그녀는 곧바로 그것을 얼굴에 붙였
낙청연의 표정은 무거워졌다.과연, 역시 피할 수 없는 거구나!서송원은 다급히 낙운희를 잡아당기더니 말했다: “운희, 더 이상 남을 난처하게 하지 마라, 어쩌면 우리는 신분부터 현저하게 차이 나니, 애초부터 인연이 아닌 것 같구나!”낙청연은 실눈을 뜨고 서송원을 훑어보았다. 이 녀석, 연극은 참 잘하는구나!이 말은 낙운희의 가슴을 더욱 아프게 했다. 그녀는 말했다: “그렇게 말씀하지 마십시오. 설령 인연이 아니라고 하더라도, 저는 이 인연을 억지로라도 끝까지 끌고 갈 것입니다!”말을 마치더니, 두 손을 상위에 얹고, 낙청연을 뚫어져라 내려다보더니 협박 섞인 어투로 말했다: “좋은 인연이라고 적어주세요! 그렇지 않으면 당신의 노점을 때려 부숴버리고 말 것입니다!”“지금 당신의 명성은 자자하다고 들었습니다. 만일 내가 나가서 당신이 보는 점은 하나도 영험하지 않다고 하면, 당신은 이 장사를 과연 계속할 수 있을까요?”어머니는 줄곧 서송원과 함께 있는 것을 동의하지 않았다. 이 때문에 여러 번 그녀를 벌하였고, 심지어 금족까지 하였다!요즘 경도에 족집게가 나타났다. 명성도 자자하다.그녀는 꼭 그의 축사를 받아내 어머니에게 보여줘야 한다. 그녀와 서송원은 결코 하늘이 맺어준 인연이라는 것을 증명하고, 그 누구도 그녀의 결심을 바꿀 수 없다는 것을 보여줘야 한다!낙청연은 미간을 찌푸리더니, 낙운희를 보면서 차갑게 말했다: “남의 돈벌이를 끊어버리는 것은 그 사람의 부모를 죽이는 것과 같다는 것을 낭자는 모르십니까?”“만일 계속 고집부리면, 당신의 인연 끈은 점점 더 나빠질 겁니다! 낭자, 덕을 많이 쌓기 바랍니다.”낙운희는 귀찮다는 듯이, 상을 아주 세게 내리치더니 말했다: “고칠 겁니까? 안 고칠 겁니까?”낙청연의 태도도 견결했다: “저는 종래로 거짓말을 하지 않습니다!”설사 낙운희를 속이는 것도 안 된다.낙운희가 좋은 인연이라는 축사를 받아 가려는 의도를 낙청연은 속으로 뻔히 알고 있었다. 틀림없이 이것을 핑계로 어머니를 설득하려고 하는 것
듣고 있던 송천초는 한창 생각하더니, 입꼬리를 올려 살짝 웃으며 말했다: “그 서송원이라는 자는 저를 본 적이 없습니다. 제가 가서 한 번 떠볼까요?”낙청연은 있더니 말했다: “뭘 하려고? 설마 미인계?”송천초의 눈가에 한 줄기 빛이 반짝이더니, 말했다: “서송원과 허청림이 한 패거리라면, 서송원은 저의 이름을 들어봤을 겁니다.”“만일 그자들이 원하는 사담이 저에게 있다는 것을 서송원이 알게 된다면, 저에게 접근하지 않을까요?”“그때 가서 당신은 방법을 생각하여, 낙운희가 저와 서송원이 함께 있는 모습을 딱 마주치게 하면 됩니다!”“어쨌든 우리의 목적은 장사를 위한 것입니다! 만일 수시로 한 번씩 와서 점포를 부순다면, 득보다 실이 더 많을 것입니다.”이 말을 듣던, 낙청연은 두 눈을 번쩍 뜨더니 말했다: “참 좋은 방법이구나!”그녀는 지금 체형이 훌쩍해졌고, 용모에도 다소 변화가 생겼다. 낙용 고모가 이 모든 것을 알게 되는 건 두렵지 않지만, 그래도 지금 태부부에 가는 것은 좀 불편했다.낙용 고모가 직접 찾아오면 몰라도……만일 혼자 힘으로 이 일을 해결할 수만 있다면, 낙용 고모를 더 이상 신경 쓰게 할 필요 없다.“좋다. 그럼 그렇게 하자꾸나!”“내 생각엔 낙운희가 나를 다시 찾아올 것 같구나! 그때 너는 기회를 봐서 이 거리에서 서송원과 우연히 마주치는 척하면 될 것이다!”송천초는 고개를 끄덕이었다.……아니나 다를까. 그날 오후, 낙운희는 또 서송원과 함께 점보는 가게 앞으로 왔다.낙운희가 걸어오더니, 점포를 한번 훑어보고는, 차갑게 웃으며 말했다: “빨리 치우셨습니다!”낙청연은 퉁명스럽게 말했다: “낭자, 다시 한번 권고하는데, 좋은 인연을 많이 쌓기를 바랍니다! 이런 나쁜 일을 하면 당신에게 이로울 것이 하나도 없습니다!”낙운희는 콧방귀를 뀌더니 말했다: “내가 정말 이런 점을 믿는 것 같습니까? 이건 단지 당신들 같은 강호 사기꾼들이 지어낸 말일 뿐입니다!”“내가 당신을 찾아온 이유는, 단지 좋은 인연이라는 축사를
그러나 마침 이때, 힘센 손 하나가 갑자기 낙운희의 팔목을 덥석 잡았다.두 사람은 모두 깜짝 놀랐다.낙청연은 고개를 들자, 바로 부진환이 보였다.낙운희는 멍해 있더니, 바로 손을 거두었다. 불만이 가득한 눈빛으로 부진환을 보면서 말했다: “섭정왕, 이건 무슨 뜻입니까? 강호 사기꾼을 혼내는 것도 간섭합니까?”부진환의 안색은 차가웠고, 어투는 더욱 냉랭했다: “마침 내가 저 신산과 할 얘기가 있다네!”“낙 소저, 볼일이 있으면 좀 늦게 다시 찾아오는 게 어떠한가?”낙운희는 마음속으로 화가 났지만, 감히 대놓고 섭정왕의 미움을 살 수는 없었다. 그녀는 차가운 표정으로 소맷자락을 털더니, 낙청연을 보며 말했다: “두고 봅시다. 이 일은 아직 끝이 난 게 아닙니다!”그녀는 말을 마치고 분해서 돌아갔다.부진환은 고개를 돌려, 실눈을 뜨더니, 의미심장하게 낙청연을 쳐다보면서 말했다: “보아하니 자네 지금 명성이 대단한 것 같구먼. 벌써 귀찮은 일들이 찾아오다니! 혹시 나의 도움이 필요한가?”낙청연은 살짝 웃더니 말했다: “공자가 바로 섭정왕이셨군요! 높은 자리에 계신 분이시고, 또 권세가 하늘을 찌르시니, 저를 도와 이 정도 일을 해결하는 건 별로 힘든 일이 아니겠습니다.”“하지만……이 일로 섭정왕께 폐를 끼치고 싶지 않습니다.”낙청연은 그와 많은 관계가 얽혀 있고 싶지 않았다. 필경 폭로될 염려도 있으니까!부진환은 약간 의아해하더니, 눈썹을 치켜 세우며 말했다: “저 낭자는 태부부의 둘째 소저인데, 저 신산은 대처할 수 있다는 말이오?”낙청연은 단호하게 거절했다. “이건 섭정왕과 무관합니다.”그녀는 자신의 노점 자리를 잠깐 정리하고 돌아와 보니, 부진환은 아직도 가지 않았고, 오히려 점포에 들어가 앉아있었다.낙청연은 약간 당황했다. 설마 부진환은 무엇을 눈치채고, 그녀를 지켜보고 있는 건가?그녀는 문 앞에 다가가서 말했다: “왕야, 이건 무슨 뜻입니까?”부진환은 나무 의자에 앉아서 천천히 다리를 꼬았다. 이렇게 초라한 환경에서도 그는 여전
다만 그는 정말 다른 문제가 없는 것일까?낙청연은 그때 그에게 겁수가 있다고 했으며, 여인에게 미혹되었다고 했다. 헌데 저 신산의 말은 오히려 그녀와 정반대였다!비록 그는 여러 번 그녀의 말을 의심했지만, 요즘 그는 확실히 자신이 낙월영을 대하는 태도가 다르다는 것을 느꼈다.그녀가 서러워하는 모습을 볼 수 없었고, 그녀가 우는 모습도 볼 수 없었다. 처음의 두통과는 달리, 지금은 마음이 아팠다.그는 좋아하는 사람이 생기면 안 된다. 더욱이 낙월영같이 온갖 계략을 다 부리는 여인을 좋아해서는 더 안 된다!이번에, 그는 기필코 저낙에게 점을 쳐 알아내고야 말 테다!낙청연은 밖에 있는 노점 자리에 앉아, 점을 쳐주고 있었다. 하지만 어쩐지 계속 등골이 오싹했다.그녀는 부진환이 집 안에 앉아서, 그녀를 보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이는 그녀를 매우 불편하게 했다!하지만 그를 쫓아낼 방법이 없었다.지초는 부진환과 마주칠까 봐 후원에 숨어서, 감히 밖으로 나오지 못했다.-거리에서.“송 낭자!” 서송원은 총총한 걸음으로 인파를 뚫고, 마침내 송천초를 따라잡았다.송천초는 돌아서더니, 의문의 눈빛으로 그를 쳐다보았다. “당신은……”서송원은 웃으며, 그 향낭을 건네면서 말했다: “방금 부주의로 낭자와 부딪히면서, 낭자가 향낭을 떨어뜨렸습니다.”이 말을 듣자, 송천초는 놀라더니, 다급히 향낭을 건네받았다. “그런 거였군요! 고맙습니다!”“이 향낭은 저의 어머니께서 저에게 남기신 것입니다. 그래서 의미가 대단히 큽니다! 공자, 진심으로 고맙습니다!”송천초는 주위를 둘러보더니, 옆에 있는 주루(酒樓)를 보며 말했다: “제가 밥 한 끼 사드리겠습니다.”서송원은 망설이지 않고, 고개를 끄덕이더니 대답했다: “그럼 분부대로 하겠습니다!”서송원은 송천초를 따라 주루로 들어왔다. 그는 마음속으로 몹시 궁금했다.이 송천초는 허청림이 접촉했던 그 송천초가 맞는 건가?그날, 그녀도 함께 뱀 굴에 들어가지 않았는가? 당시의 상황은 단 한 사람도 살아남지 못했
”1만 냥!”서송원은 의아해했다. “1만 냥?!”이건 너무 비싸다!송천초는 고개를 끄덕이더니, 아무렇지도 않다는 듯이 술을 마시고 음식을 먹으면서 말했다: “이건 정말 제가 목숨 걸고 구해온 것입니다!”“비싸다고 생각해도 상관없습니다. 어차피 팔리지 않으면 나에게 남겨둘 생각입니다. 혹시 앞으로 유용하게 쓰일 수도 있으니까요!”서송원은 잠깐 생각하더니 말했다: “제가 시세를 잘 모릅니다. 그래서 벗들에게 살 의향이 있는지 한 번 여쭤보겠습니다.”“송 낭자, 만일 소식이 있으면 어떻게 연락하면 됩니까? 사시는 곳이 어디입니까?” 서송원은 물었다.송천초는 대답했다: “벗 집에서 잠깐 지내고 있으니, 알려드리기 좀 곤란합니다.”“만일 소식이 있다면, 우리가 처음 만났던 곳, 길가의 그 나무 밑에 빨간 리본을 묶어 주십시오. 그리고 다음 날 이 주루에서 저를 기다리면 됩니다!”서송원은 고개를 끄덕이더니 말했다: “좋습니다.”원래 그는 송천초가 사는 곳을 알아내, 밤에 몰래 사담을 훔쳐 오려고 생각했다.하지만, 송천초는 사는 곳을 말해주지 않았다. 그럼 거래하는 그날, 뺏아오면 그만이다.송천초는 서송원의 반짝이는 두 눈을 보더니, 살짝 웃으며 말했다: “만일 당신 벗께서 이 가격에 사겠다고 하면, 그날 직접 돈을 가져오시면 됩니다. 서로 시간을 낭비하지 않게 말입니다.”“저는 은자를 확인하고 사담을 드릴 겁니다! 이렇게 중요한 물건을, 저는 몸에 지니고 다니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서송원은 약간 굳어지더니, 웃으며 고개를 끄덕이었다. “좋습니다.”이 송천초의 경계심은 꽤 높은 편이었다.보아하니 정말 1만 냥 은자를 준비해야 할 것 같다……이건 비싸도 너무 비싸다. 주인이 이렇게 많은 돈을 내려고 할지도 의문이다.-날이 어두워지자, 부진환은 비로소 점포를 떠났다.송천초는 그제야 돌아왔다. 그녀는 참지 못하고 원망하기 시작했다: “섭정왕은 대체 뭐 하려는 겁니까? 온종일 점포에 눌러앉다니요!”낙청연은 물건을 정리하여 방으로 들어오면서
이른 아침, 옅은 안개는 몽롱했고, 눈에 들어온 것은 온통 새하얀 눈으로 뒤덮인 세상이었다.지붕 위와, 땅에는 온통 흰 눈이 수북이 쌓여 있었다.낙청연은 옷을 입고, 손을 비비더니 빗자루를 들고, 문밖에 쌓인 눈을 치우러 나왔다.한창 쓸고 있을 때.갑자기 눈밭에 금사운문 장화 한 켤레가 시선에 나타났다. 그 화려하고 진귀한 비단옷의 옷자락은 오신 분의 신분을 더욱 드러냈다.낙청연은 무심코 미간을 찡그리고, 고개를 들더니 오신 분을 쳐다보았다.“섭정왕!”부진환은 뒷짐을 짊어지고, 눈밭에 서 있었다. 그의 눈동자는 흰 눈에 비추어, 한층 더 맑아 보였다. 약간 차가운 목소리는 이 차디찬 천지와 완벽하게 융합되었다.“금일, 저 신산께서는 본왕의 도화겁을 해결해줄 텐가?낙청연은 그 순간 빗자루 손잡이를 꽉 잡더니, 그를 바로 쓸어버리지 못하는 것이 한스러웠다.“왕야, 몇 번 더 말해야 합니까? 당신의 도화겁은 저에게 보이지 않습니다. 저에게는 그러한 재주가 없으니, 고명한 사람을 따로 청하십시오!”그녀는 어제 온종일 이곳에 눌러 앉아있던 부진환이 뜻밖에도 오늘 이른 아침부터 또 올 줄은 전혀 생각지도 못했다.부진환은 그의 말에 전혀 놀라지 않았다. 그는 느릿느릿한 걸음으로 점포 안으로 들어가서 앉더니, 또 느긋하게 다리를 꼬았다.그리고 또 말했다: “오늘은 아직 차를 끓이지 않은 모양이요?”“숯불은?”낙청연은 이를 악물고 올라오는 분노를 참으며, 평온하고 차가운 어투로 대답했다: “차를 드시려면 왕야께서 직접 물을 끓이시고, 또 직접 불을 지피십시오.”그녀는 계속하여 쌓인 눈을 쓸었다.부진환은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스스로 움직이기 시작했다. 잠깐 후 점포 안은 온기로 충만했다.낙청연은 밖에서 쌓인 눈을 쓸고 있었다. 그녀는 왔다 갔다 대문을 지나가면서, 흐뭇하게 즐기는 부진환의 모습을 보고 마음속으로 이가 갈릴 정도로 화가 났다.정말 뻔뻔하구나!눈을 다 치우고, 그녀는 집 안으로 들어오더니, 끝내 참지 못하고 물었다: “왕야는 섭
“그럼, 동하국을 공격하려는 계획을 늦추려는 것이오? 그 여인을 상대로 우리는 이길 수 있을지 모를 일이오.”부진환이 사색에 잠긴 그때, 갑자기 옆에 누군가 걸어와 당당하게 말했다.“얼마나 대단한지 내가 한 번 만나보겠소.”걸어온 사람은 초경과 송천초였다.“방금 말한 그 사람이 정말 보통 사람의 실력을 뛰어넘었다면 나밖에 상대할 사람이 없을 것이오.”“불필요한 희생을 피하려면 나한테 지도를 주시오. 내가 만나보고 오겠소.”“그 여인을 해결한 후 다시 동하국을 공격해도 늦지 않았소.”그의 말을 듣고 부진환은 곰곰이 생각하다 지도를 건네주었다.“좋소. 가서 상황을 알아보고 상대의 실력을 파악하시오.”“어찌 됐든 동하국의 땅이니, 무슨 위험이 있을지 모르오. 꼭 조심하시오.”초경은 지도를 건네받았다.“좋소. 지금 바로 출발하겠소.”초경은 지도를 품에 넣으며 몸을 돌려 송천초를 바라보며 낮은 소리로 말했다.“곧 돌아올 것이오.”송천초가 고개를 끄덕였다.“조심하십시오.”그리고 초경은 동하국으로 떠났다.그의 속도로 반나절도 걸리지 않아 바다에 있는 그 나라를 찾았다. 비교적 큰 섬을 찾으면 되는 일이니 어려운 것 없었다.바다에서 나타난 그를 보고 동하국 병사들은 깜짝 놀라 적의 기습이라고 큰 소리로 외쳤다.다들 모여들어 해안가에 칼을 겨누었지만 가까이 온 사람이 초경 한 명인 것을 보고 외쳤다.“감히 이곳에 혼자 오다니!”“당장 생포하거라!”병사들이 그를 에워쌌지만, 초경이 소매를 휘두르자 다들 멀리 날아갔다.동하국 사람들은 깜짝 놀라 더 이상 그를 얕보지 않았다. 하지만 그들은 여전히 초경의 상대가 아니었다.압도적인 초경의 힘 앞에서 그들은 조금도 반항할 힘이 없었다.그렇게 초경은 동하국 왕궁까지 쳐들어갔다.아무도 그를 막을 수 없자, 누군가 다급히 소리쳤다.“약사를 부르거라! 어서 약사를 부르거라!”기세등등하게 쳐들어온 적을 보고 동하국은 대량의 병사를 보내 그가 궁으로 들어오지 못하게 막으려 헀다.동하국 왕은 이미
부소는 잠깐 멈칫했다.옥교는 슬픈 표정으로 눈물을 닦으며 방을 나섰다.부소는 미간을 찌푸리고 침대 위에 누워 있는 부원뢰를 보다 이불을 덮어 주고 방을 나갔다.방을 나가자마자 부소는 의원 일꾼에게 돈을 주며 술과 음식을 준비하라 했다.옥교는 이해하지 못했다.“어찌 정말...”부소는 난감한 듯 입을 열었다.“아마도 괜찮을 것이오.”“폐부를 다쳐 약으로 치료도 못 하는 상황에 어찌 기운이 가득한 말투로 말한다는 말이오?”“의원에게 물어야겠소.”옥교는 깜짝 놀라 그의 뒤를 따랐다.부소는 의원을 찾아 다시 물으려 했지만, 의원은 그의 눈빛을 피하며 핑계를 쓰고 그를 피하려 했다.그럴수록 부소는 의원을 보내지 않았다.결국 의원이 식은땀을 뻘뻘 흘리며 말했다.“아버님이 그렇게 말하라 협박했소. 내가 허락하지 않으면, 귀신을 풀어서 나를 잡아먹겠다고 했소.”“정말 어쩔 수 없이 거짓말을 했네.”“그는 내상을 입었지만 치명적이진 않아 약을 먹고 한 달 정도 조리하면 완쾌할 수 있소.”그 말을 듣고 옥교는 놀라움을 금치 못하고 눈물을 닦기도 전에 다급히 물었다.“정말입니까? 괜찮으신 겁니까?”의원이 고개를 끄덕였다.“사실이오!”“이번에는 절대 거짓말을 하지 않았네.”부소는 그 말을 듣고 미간을 찌푸리고 화가 치밀어 오른 표정을 지었다.“이 늙은이가 감히 나를 놀리다니!”부소는 화가 치밀어 올라 뒷마당으로 걸어갔다. 옥교는 그가 부원뢰를 찾아가 싸울까 봐 얼른 그를 붙잡고 설득했다.“아버님을 푹 쉬게 하시오. 몸이 괜찮은 것도 좋은 일 아니오? 괜히 놀란 일이니, 걱정하지 마시오!”부소는 여전히 화가 났다.“누가 이렇게 자신을 저주하는 것이오?”비록 말은 그렇게 내뱉었지만 적어도 아버지가 살아 계시니, 부소도 마음이 조금 놓였다.“참, 동하국의 위치를 탐사한 대오의 사상자가 심각한 터라 돌보러 가겠소. 아버지를 잘 챙겨주시오.”옥교가 고개를 끄덕였다.“좋소. 어서 가보시오. 아버님은 내가 돌보겠소.”-부소는 바로 막사로
부소는 깜짝 놀라 다급히 부원뢰를 업으려 했다.“아버지를 데리고 도성에 가서 의술이 더 뛰어난 의원을 찾겠습니다!”“분명 방법이 있을 것입니다!”부원뢰는 부소의 손을 잡아당겼다.“콜록... 내 몸은 내가 잘 알고 있다. 난 시일이 얼마 남지 않았다.”“사람은 결국 죽을 테니, 그렇게 걱정하지 말거라.”부원뢰는 힘없이 말하며 그를 위로하려 억지 미소를 지으며 부소의 손등을 두드렸다.“어떻게 이럴 수가...”부소는 이 사실을 받아들일 수 없었다.부원뢰는 길게 한숨을 쉬었다.“나도 생각지 못했다.”“네가 장가를 가고 아이를 낳는 것도 보지 못했는데, 아쉬움을 품고 가야 할 것 같구나.”말을 마치고 그는 옆에서 눈시울을 붉히고 있는 옥교를 보며 그녀를 향해 손을 흔들었다.“아가씨, 하나만 묻겠네. 부소가 마음에 드느냐?”옥교는 멈칫하다 저도 몰래 고개를 돌려 부소를 바라보았다.부원뢰가 말했다.“너에게 물은 것이니, 부소를 보지 말거라.”“내가 곧 죽는다고 해서 듣기 좋은 말로 위로하려 하지 말거라. 난 그저 사실을 듣고 싶을 뿐이다.”옥교는 조금 쑥스러웠지만 그래도 솔직하게 고개를 끄덕였다.부원뢰는 그녀의 손을 잡고 품에서 피로 물든 옥팔찌 하나를 꺼내 꼼꼼히 닦은 후 옥교에게 건네주었다.“이 팔찌는 부소 어머니의 혼수다. 이번에 이곳으로 온 것도 부소 어머니의 임무를 받고 온 것이다. 네가 참 마음에 드는구나. 앞으로 두 사람이 함께 있든 아니든 이 팔찌를 받기를 바란다.”“내 소원을 들어준다고 생각하거라. 그렇지 않으면 죽어서도 부소 어머니의 임무를 완수하지 못한 것이 한이 될 것이다.”옥교는 그 말을 듣고 놀라기도 했고 난처하기도 했다.그녀는 부소의 마음도 모르는데 어떻게 며느리의 신분을 의미하는 받을 수 있겠는가.게다가 이 옥팔찌는 너무도 귀하다.부소도 그녀가 난처한 것을 알고 말했다.“그냥 받으시오.”옥교는 그제야 팔찌를 받았다.그녀는 나중에 부소에게 돌려주기로 생각했다. 그녀는 부소가 아버지의 아쉬움을 달래
눈시울을 붉히고 눈물이 그렁그렁한 송천초의 모습을 보며 초경은 마음이 아프면서도 못내 기뻤다.그는 참지 못하고 고개를 숙여 그녀의 입술에 뽀뽀했다.그는 작은 소리로 말했다.“가치가 있다고 하면 가치가 있는 것이오!”초경은 별처럼 반짝이는 눈동자로 그녀를 부드럽게 바라보았다. 그의 확고한 눈빛에 송천초는 저도 몰래 팔을 들어 그의 목을 휘감고 더욱 적극적인 대답을 했다....송천초는 날이 밝자마자 깨어났다.그녀는 옆에 누워 있는 초경을 보고 참지 못하고 손을 뻗어 그의 얼굴을 어루만지며 그에게서 시선을 돌리려 하지 않았다.“뭘 그렇게 보는 것이오? 그렇게 좋소?”갑자기 눈을 뜬 초경이 입꼬리를 올렸다.“깨어나셨습니까?”“본디 잠이 많지 않소.”초경은 말하면서 얼굴을 쓰다듬고 있던 송천초의 손을 잡고 잡아당겼다.“왜 그러시오? 아침부터 왜 그리 걱정이 많은 것이오?”“다음 생에 당신처럼 잘해 주는 사람을 다시 만날 수 없을 것 같습니다.”송천초는 그의 손을 꼭 잡고 진지하게 그를 바라보았다.“다음 생에 꼭 일찍 저를 찾아오십시오.”“다음 생이 지나도 마찬가지입니다.”초경은 그녀의 말에 웃음을 터트리고 진지하게 고개를 끄덕였다.“좋소. 다음 생에도 앞으로도 꼭 일찍 찾아 지켜줄 것이오.”“평생 지켜줄 것이오.”그 말을 듣고 송천초가 진지하게 말했다.“그럼, 수명도 아껴야지 않겠습니까? 수명이 줄면 어찌 저를 평생 지켜줄 수 있습니까?”초경은 멈칫하다 마음이 따뜻해져 그녀를 꼭 안았다.“좋소. 자네의 말을 듣고 소중히 아끼겠소.”“하지만 동하국을 없애는 일은 이미 부진환에게 승낙했으니, 약속을 어길 순 없지 않소?”“걱정하지 마시오. 이 일은 큰 영향을 주지 않을 것이오.”“앞으로 뭐든 자네의 말을 듣고 수명을 소중히 여기며 평생 당신을 지켜줄 것이오.”송천초도 그를 꼭 껴안았다.“좋습니다.”-며칠 후, 이한도 쪽에서 고강해를 미끼로 삼아 그를 구하려는 사람을 몇 명 잡았다.심문하자, 그들은 모두 왕자를 구하러
막사로 돌아간 후 부진환은 계획을 짜기 시작했다. 그는 고강해를 미끼로 삼으려고 이한도로 데려갔다.그리고 동하국에 소식을 전해 투항을 권했다.3일도 지나지 않아 동하국 선박이 이한도 부근에 와서 고강해가 정말 이한도에 있는지 알아보려 했다.그와 동시에 송천초와 초경도 청주를 찾아왔다.부진환은 소식을 듣고 직접 맞이하러 가서 열정적으로 접대했다.세 사람은 정원에 술과 안주를 준비했다.부진환은 술을 따르고 말했다.“여제께서 두 사람이 올 것이라 편지를 보냈는데 이렇게 빨리 올 줄은 몰랐소. 왜 며칠 더 놀다 오지 않은 것이오?”송천초가 눈썹을 치켜올렸다.“이젠 여제라 부르는 것입니까? 괜히 낯설어 보이십니다.”부진환은 멈칫하다 웃으며 답했다.“보는 눈도 많은데 마음대로 여제의 이름을 부르는 것이 예의가 아니지 않소. 이미 여제라 부르는 것이 익숙하오.”“하긴 여국의 부 태사시니, 여제께 무례를 범하며 안 되시지요. 이렇게 빨리 여국으로 오실 줄 몰랐습니다. 부 태사 같은 분은 정말 흔치 않습니다.”“자, 제가 한 잔 드리지요!”송천초는 술잔을 들고 단숨에 다 마셨고 부진환도 잔을 들어 술을 마셨다.두 사람은 전쟁에 대해 이야기를 꺼내지 않았지만, 초경이 마음이 급한 듯 먼저 입을 열었다.“동하국과의 전쟁은 어떻게 되었소?”“동하국 위치는 알아낸 것이오? 내가 가서 그들을 죽일 것이오.”“절대 늦어서는 안 되오.”부진환은 살짝 당황했다.“그리 조급해하는 것이오?”초경은 천천히 음식을 먹으며 물었다.“빨리 없애는 것이 좋지 않소?”“일찍 끝내야 천초가 매일 같이 걱정을 하지 않을 것이오.”부진환이 웃으며 답했다.“동하국의 위치는 이미 사람을 보내 알아보고 있소. 아마 곧 소식이 있을 것이오.”“하지만 자네는 이제 보통 사람이 아니오. 나라 사이의 전쟁에 끼어들면 수위에 영향을 끼치지 않겠소?”사실 이 일은 초경이 나설 일이 아니다.평소 송천초를 지키기 위해 사람을 몇 명 죽이는 것은 괜찮지만, 나라 사이의 전쟁은 결코
고강해가 고개를 끄덕였다.“그렇소. 그들이 원하는 것은 열쇠요.”“하지만 다들 열쇠가 가짜라는 것을 모르고 있소.”부진환은 곰곰이 생각하다 또 좋은 계획이 떠올랐다.그가 물었다.“당신을 대신한 형제들과 고옥서 남매를 제외하고 몇 명의 성인 형제자매가 있는 것이오?”고강해는 생각하다 답했다.“아홉 명이 더 있소.”이 숫자에 부진환은 살짝 놀랐다.동하국 왕의 자식이 이렇게 많은 줄 몰랐다.“아홉 명 전부 동하국에 있는 것이오? 왜 나타나지 않는 것이오?”고강해가 답했다.“우리는 서로 싸우는 사이라 아무도 서로 굴복하고 지휘받는 것을 원하지 않소.”“그래서 따로 병사를 통솔하고 있소. 그래야 공로를 세워도 다른 사람과 나눌 필요가 없소.”“내가 잡히자, 고옥서가 오지 않았는가?”부진환은 그 말을 듣고 가볍게 웃었다.“그렇게 서로 싸우면서 뿔뿔이 흩어져 어찌 여국을 상대하려는 것이오?”고강해가 말했다.“우리에게는 약사가 있소. 그녀가 얼마나 대단한지 자네는 모르오.”“여국의 풍수사가 강하다고 하지만, 그녀의 손가락 하나에도 비길 수 없소.”그 말을 듣고 부진환이 물었다.“전쟁을 오랫동안 했는데, 그 대단하다는 약사는 왜 아직도 나타나지 않는 것이오?”“정말 궁지에 몰리지 않은 이상 약사는 동하국을 떠나지 않을 것이오.”“약사는 스무살에 동하국으로 왔고 이미 30년이라는 세월이 흘렀소. 하지만 약사는 아직도 스무살 때의 얼굴을 유지하고 있소. 어찌 비긴다는 말이오?”“약사는 마음만 먹으면 언제든지 여국을 평정할 수 있소.”비록 부진환은 이런 허풍을 믿지 않지만 그렇다고 섣불리 적을 얕볼 순 없다.“약사가 그렇게 대단하면 어찌 이렇게 많은 동하국 사람의 희생이 필요하오? 어차피 약사는 동하국 사람이 아니니, 동하국을 위해 목숨을 바치지 않을 것이오.”부진환이 단번에 중점을 꼬집어 말하자 고강해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부진환이 말을 이었다.“게다가 당신이 잡혀도 아무도 구하지 않을 것이오.”“형제자매들은 자네가 죽기를
“왜 계속 당신을 남겨두었는지 알고 있소?”부진환이 천천히 입을 열었다.고강해는 고개를 떨구고 힘없이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동하국 왕자이기 때문에 남겨 두면 반드시 쓸모가 있을 것이라 생각했소.”“하지만 동하국 사람이 당신을 죽이려 할 줄은 생각지 못했소.”고강해는 그 말을 듣고 천천히 고개를 들어 올렸다.“무슨 말이 하고 싶은 것이오?”“자네는 이젠 아무런 가치가 없소.”고강해는 자신의 처지를 비웃듯 입꼬리를 올리고 답했다.“사실 난 잡힌 순간부터 아무런 가치도 없었소.”“동하국에는 황자가 많으니, 나 하나 없다고 문제 될 것 없소.”“하지만 그들이 그렇게 나를 죽이려 할 줄은 몰랐소. 도망가는 와중에도 나를 쏘려고 했소.”“하지만 우리는 형제 사이의 정이 없었소. 그저 경쟁과 싸움뿐이었소.”부진환은 그가 많은 말을 하자, 계속 물었다.“그저 싸우는 사이라면 어찌 자네를 그렇게 미워하는 것이오? 구하지 않는 것도 망정이지, 왜 죽이려 하는 것이오?”고강해가 답했다.“그들은 나한테서 무언가를 얻으려 하오.”“만약 그것을 얻는다면 새로운 왕자가 될 수 있소.”부진환은 그에게 시선을 돌렸다. 고옥서가 고옥언을 구할 때, 그는 옆 방에서 그들의 대화를 듣고 있었고 고강해 시체에서 뭔가를 갖고 가겠다는 것을 들었다.“그게 무엇이오?”고강해는 대답하지 않고 느릿느릿 말을 이었다.“우리 동하국에는 존경받는 약사가 있소.”“하지만 과거 그녀는 동하국의 제압을 받던 일반 의원이었소. 독을 만들 줄 알기에 우리의 핍박을 받고 독을 만들었소.”“그녀는 여국인이지만 진법으로 인해 밖으로 나와 다시는 돌아가지 못했소. 그렇게 떠돌다 그녀는 동하국으로 왔고 늘 여국으로 돌아가고 싶어 했소.”“그녀의 계획은 줄곧 실패했고 그녀는 마지막으로 홀로 바다에 갔소. 그날 그녀는 파도 때문에 배가 뒤집혔지만, 마침 바다 밑에서 보물을 발견했소.”“오래된 침몰선이 해저에서 거대한 궁전이 된 듯한 모습이었고, 그녀는 그 안에서 많은 보물을 얻었고 특
고강해는 절망에 휩싸여 눈을 감고 죽음을 맞이했다.하지만 이때, 옆에서 화살이 날아가 정확히 고옥서가 쏜 화살을 떨구었다.고옥서는 그 모습을 보고 화를 내며 활을 내던지고 재빨리 마차를 이끌고 그곳을 떠났다.이내 그 마차는 사람들의 시선에서 벗어났다.병사들도 신속히 그들의 뒤를 쫓았고 성문에 걸린 고강해도 내려져 감옥으로 데려갔다.고옥서와 고옥언은 바닷가로 도망쳐 작은 배를 찾아 먼저 숨을 곳을 찾기로 했다.하지만 너무 빨리 쫓아온 병사들 때문에 두 사람은 숨을 곳 없이 훤히 모습을 드러냈다.두 사람은 힘껏 노를 저어 떠나려 했다.바다에서 힘에 부쳐 곧 쫓기려는 그때, 눈앞에 동하국의 배 한 척이 나타났다.그리고 배 위에는 동하국 깃발이 달려 있었다. 고옥서는 미리 계획한 배가 마침 인근에 왔다고 추측했다.두 사람은 지푸라기라도 본 듯이 배 위에 있는 사람에게 인사를 했고 곧 배에 올랐다.“어서 돌아가거라! 병사가 쫓아왔다!”고옥서가 다급히 명을 내렸다.하지만 배는 바다에 멈춰 꼼짝도 하지 않았다.고옥서는 눈살을 찌푸리고 배 위의 사람들을 바라보았다.“무엇들 하는 게냐? 귀가 먹은 것이냐?”비록 배 위에 있는 사람들은 모두 동하국 병사였지만 이상하게 제자리에 서서 움직이지 않았고 그녀의 말도 신경 쓰지 않았다.고옥서는 병사들이 곧 쫓아올 것 같아 조바심을 내며 그들에게 한바탕 욕설을 퍼부었다.하지만 그들은 여전히 제자리에 서서 움직이지도 않고 말도 하지 않았으며 배도 움직이지 않았다.고옥서는 어딘가 잘못됐다는 것을 느끼고 고옥언을 끌고 배에서 뛰어내리려 했다.하지만 그때, 선실에서 청주군 병사들이 뛰어나와 단번에 그들을 포위했다.배에서 뛰어 내리려 해도 이젠 뛸 수 없었다.그리고 추격하던 병사들도 가까이 도착해 그들의 배를 겹겹이 에워쌌다. 그리고 배 위에는 부소가 서 있었다!그녀는 놀란 나머지 절망스러웠다. 고옥서는 화를 내며 동하국 사람을 붙잡았다.“적들을 도와 우리에게 함정을 파놓은 것이냐?”상대는 울먹이는 말
결국 다들 시선을 부소에게로 옮겼다.부소는 멍하니 자기를 가리키며 물었다.“나한테 가라는 것이오?”“그것도 아니지 않소?”부진환이 말했다.“주락과 계진 둘 다 싸늘한 표정을 짓고 있는데, 미인계에 넘어가게 생겼소?”“자네의 연기가 비슷할 것 같소.”부소가 다급히 말했다.“다른 사람을 찾으면 되지 않소?”“다른 사람은 마음이 놓이지 않소.”부소는 한참 고민하다 잔에 담긴 차를 단숨에 다 마셨다.“가면 될 것 아니오!”“좋은 소식 기다리시오!”부소는 말을 마치고 자리에서 일어났다.부진환이 그를 불러 세웠다.“오늘 이미 심문을 받았으니, 지금 가는 것은 너무 티가 날 것이오. 급할 것 없이, 내일 다시 가시오.”-다음 날 저녁.부소는 부진환이 말한 대로 고옥서를 심문하러 갔다.부 태사가 오지 않았다는 것을 알고 고옥서는 전쟁 때문에 그가 오지 못했다고 생각했다.역시 부진환의 추측대로 고옥서의 계략 중 하나가 바로 미인계였다.부 태사에게는 통하지 않았지만, 부소는 다르다.한바탕 유혹하고 난 후, 고옥서는 기회를 잡아 부소와 단둘이 있게 되었다. 그녀는 고옥언이 갇힌 위치를 알아내고 부소가 방심한 틈을 타서 독 가루를 뿌려 그를 쓰러트렸고 감옥 문 열쇠를 훔쳐냈다.그리고 그녀는 독으로 감옥을 지키고 있던 옥졸을 쓰러트리고 고옥언이 갇힏 곳을 찾아 고옥언을 구출했다.“누나!”고옥언은 감격에 겨웠다.“어찌 온 것입니까? 동하국이 청주성을 뚫은 것입니까?”고옥서는 사방을 경계하며 말했다.“아니다. 홀로 너를 구하려 들어온 것이다.”“일단 이곳을 떠날 방법을 생각해야 한다.”두 사람은 조용히 감옥을 떠나려 했다. 하지만 감옥 끝에 있는 철문을 보고 고옥언이 발걸음을 멈추었다.“누나. 고강해가 저곳에 갇혀 있는 것 같습니다.”“데리고 가실 겁니까?”고옥서는 바로 거절했다.“안 된다. 너무 위험한 상황이라, 우리도 나갈 수 있을지 모른다.”“누나. 저는 그저 고강해가 지니고 있는 열쇠를 말한 것입니다.”그 말을 듣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