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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83화

그동안 억울한 일을 많이 당했음에도 누군가와 털어놓을 수 없었던 그녀는 낙청연에게 모든 걸 얘기했다.

낙청연은 밤새 그녀의 곁을 지키면서 봉희의 얘기를 들어줬다.

후궁에서 지내는 여인들은 그 운명이 고달팠다.

평생을 갇혀 살아야 하니 말이다.

큰 집안 아씨였던 그녀들은 아름다운 미래를 꿈꿀 수 있었지만 입궁하면서 모든 게 바뀌게 된다.

날이 서서히 밝아왔고 밤이 주는 두려움이 사라졌다.

감정도 상태도 많이 좋아진 봉희는 감격해 말했다.

“고맙소. 밤새 내 푸념을 들어줘서.”

“괜찮습니다. 좋지 못한 일들을 털어놓으면 기분이 한결 좋아지는 법이지요. 몸조리하는 데도 도움이 되고요.”

봉희는 어멈을 불러 사례금을 주게 했다. 하지만 이번에는 단번에 만 냥이라는 큰돈을 건넸다.

“부인, 이렇게 많이 주실 필요는 없습니다.”

봉희는 싱긋 웃으며 대꾸했다.

“내 돈이 아니오. 내 부군의 돈이지. 그분은 돈이 부족하지 않으니 그냥 받으시오.”

황제가 돈이 부족할 리가 없었다.

낙청연은 은표 한 상자를 넙죽 받았다.

봉희가 말을 이어갔다.

“나랑 친하게 지내는 부인께 저 신산을 소개해주겠소.”

“감사합니다, 부인.”

낙청연은 감격하며 말했고 봉희는 미소 띤 얼굴로 대답했다.

“이제 여유가 생기신다면 다음번에 내 맥을 짚으러 와주실 수 있겠소?”

“그럼요.”

만 냥을 그냥 받을 수는 없었다.

그 뒤 어멈은 낙청연을 바래다주었다.

장락골목 33번 점포에는 열이 넘는 사람들이 줄지어 서 있었고 장사가 또 시작되었다.

낙청연은 돈이 든 상자를 내려놓고는 옷을 갈아입고 얼굴을 가린 뒤 자리에 앉아 점을 치기 시작했다.

부진환은 오늘 아침에야 희 귀인이 큰 고비를 겪었음을 알게 되어 급히 봉씨 저택으로 향했다.

희 귀인이 무사한 걸 확인하고 나서야 그는 안도의 한숨을 내쉴 수 있었다.

황제는 당분간 출궁할 수 없었기에 그에게 희 귀인을 잘 돌봐달라고 부탁했었고 안전을 위해 부진환은 50명의 사람을 보내 봉씨 저택을 지키게 했다.

어멈에게서 어젯밤 저 신산이 그들을 구했다는 얘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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