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는 갑자기 낙청연의 점술(算卦術)도 이 정도로 신통한지 궁금했다.만일 낙청연에게 이 같은 재주가 있다면, 그녀는 장래에 기필코 큰 인물이 될 것이다.왜 굳이 엄 가의 충견 노릇을 한단 말인가?여기까지 생각하니, 부진환의 마음은 약간 음울해졌다.그는 그윽한 눈빛으로 저낙의 뒷모습을 보면서 마음속으로 감탄했다. 만일 그녀도 저낙 같이 청렴한 산명 선생이 되었다면, 어찌 오늘 이 지경이 되었겠는가!정오 무렵.햇빛은 따사로웠다. 외출한 사람들은 점점 많아졌다.이때, 한 무리의 백성이 찾아왔다.“신산은 무슨! 전부 사기입니다! 하나도 용하지 않습니다! 여러분, 그에게 속지 마세요!”“사기꾼! 사기꾼!”그 백성들은 고함지르며 욕하며 다짜고짜 채소 잎을 던지기 시작했다.낙청연은 낙운희가 보낸 사람들이라는 것을 분명히 알고 있었다. 그들은 모두 보통 백성들이었다. 그저 멀리서 채소 잎을 던지면서 욕만 하고 있었다. 그 누구도 다가와서 손을 대지 않았기 때문에 낙청연은 반격할 기회를 찾지 못했다.썩은 채소 잎과 깨진 계란은 뒤죽박죽이 되어, 문 앞은 순식간에 아수라장이 되었다.그 순간 부진환은 엉덩이를 들썩이더니, 다시 태연하게 앉아버렸다.낙청연은 집 안으로 피해서 들어왔다. 그녀는 여전히 태산처럼 견고하게 앉아있는 이 남자를 보더니, 불만이 가득한 어투로 말했다: “밖에서 백성들이 말썽을 피우고 있는데, 섭정왕으로서 보고만 있을 것입니까?”부진환은 쌀쌀한 어투로 말했다: “본왕더러 뭘 어떻게 하라는 것이요?”낙청연은 불만이 가득했다. “당신은 관이고, 저는 민입니다. 왕야로서 좀 관리해야 하는 거 아닙니까?”부진환은 아랑곳하지 않고 차를 따르며 말했다: “이건 본왕의 관할이 아니니, 관청에 신고하시오.”관청에 신고하라고?이런 일은 관청에 신고한들 아무 소용이 없다.필경 그 백성들은 채소 잎만 던지고 바로 도망갔으니까!게다가 이 배후의 주모자는 낙운희이다. 태부부의 천금 소저, 누가 감히 밉보일 것인가?부진환은 또 느릿느릿 말했다: “
그녀는 말했다: “저는 준비를 마쳤습니다. 오늘은 꼭 서송원이 정체를 드러내도록 하겠으니, 당신은 꼭 낙운희를 데리고 와야 합니다!”낙청연은 고개를 끄덕이더니 말했다: “염려 말거라!”송천초는 텅 빈 비단 함을 가지고 뒷문으로 나가, 서송원을 만나러 갔다.낙청연도 문을 열고 장사를 시작했다.예외 없이, 부진환은 또 왔다.하지만 낙청연은 이미 그를 투명 인간으로 취급하고, 상대하지 않았다.얼마 지나지 않아, 거리에 또 한 무리의 백성들이 나타났다.낙청연은 즉시 일어나더니, 그들을 향해 걸어갔다.과연, 사람들 뒤로부터 멀지 않은 곳에 낙운희가 있었다. 낙청연은 곧바로 그녀를 향해 걸어갔다. “우리 얘기 좀 합시다.”낙운희는 팔짱을 끼고, 어깨를 으쓱거리며 웃더니, 앞으로 다가왔다.“당신은 결국 승낙하시는 겁니까? 상황파악을 잘하는 자가 현명하다고 했습니다.”낙청연은 점포를 향해 가고 있는 백성들을 보더니, 냉랭하게 말했다: “이제 멈출 수 있습니까?”낙운희는 즉시 사람들에게 멈추라고 말했다. 그리고 낙청연이 보는 앞에서 돈주머니를 꺼내서 그들에게 주며 말했다: “가져가서 나누세요. 오늘은 부수지 않아도 됩니다!”“고맙습니다, 고맙습니다!” 사람들은 돈을 가지고 재빨리 사라졌다.낙운희의 이 행동은, 낙청연이 보는 앞에서도 전혀 거리낌이 없었다. 그녀들은 모두 속으로 잘 알고 있었다.“저 신사, 진작 이랬다면 아무 일도 없었을 거잖습니까? 기어코 저에게 며칠이나 시달리고서야 말을 듣다니요!” 낙운희는 득의양양해서 말했으며, 어투는 오만 방자했다.낙청연은 차갑게 말했다: “당신이 나에게 써 달라고 했던 좋은 인연은, 아직도 좀 더 고려해야 합니다. 일단 당신의 운명을 한번 점쳐 보겠습니다. 이번에 낀 도화겁이 큰지 아니면 작은지 말입니다.”“그리고, 이 며칠 동안의 소란 때문에, 저의 명성은 이미 훼손되었습니다. 만일 당신에게 좋은 인연이라고 점쳐준다면, 당신은 저의 손실을 배상해야 합니다.”이 말을 듣더니, 비록 낙운희는 그다지 마음에
“살려주세요! 살려주세요!”“다가오지 마세요!”“저를 놔주세요!~”옆방에서 여인의 놀란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몹시 당황해서 피하다 상에 부딪히는 소리도 들렸다.낙청연은 안색이 바뀌더니, 바로 일어나 방에서 뛰쳐나갔다.낙운희도 바로 뒤따라갔다.낙청연은 단숨에 한 발로 옆방의 방문을 걷어차고, 뛰어 들어갔다. 침상에 깔린 송천초의 모습을 본 그녀의 안색은 순간 어두워졌다.“음란한 놈!” 낙청연은 큰소리로 질책했다. 그리고 즉시 앞으로 다가가서 단번에 서송원의 어깨를 누르더니, 그를 밀쳐냈다.낙운희는 뒤쫓아와서, 마침 이 모습을 보았다.그녀는 놀란 나머지 멍해 있더니 말했다: “원 오라버니?”서송원도 흠칫 놀라더니 어쩔 줄 몰라했다. 왜 하필 이곳에서 낙운희를 만났을까?낙청연은 다급히 송천초를 침상에서 부축하더니 물었다: “낭자, 괜찮으십니까?”송천초의 두 눈은 벌겋게 되었으며, 헤쳐진 옷깃을 잡고 화가 나서 서송원을 가리키면서 말했다. “내가 사람을 잘못 봤습니다! 나쁜 놈!”서송원은 미간을 찌푸리더니,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그저 사담을 뺏아오지 못한 것이 유감스러울 뿐이었다.낙운희는 어리둥절해서 이 광경을 보고 있었다. 송천초의 헝클어진 머리카락과 꽉 움켜쥔 옷깃만 보아도, 방금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알 수 있었다.순간 화가 치밀어 오른, 낙운희는 호되게 서송원의 뺨따귀를 때렸다. “나쁜 놈!”서송원은 놀라서 멍해있더니, 다급히 그녀를 쫓아갔다: “운희, 내 말 좀 들어보거라, 네가 본 그대로가 아니야!”낙운희는 분노하여 그의 손을 내팽개치더니 말했다: “내가 직접 봤는데도, 변명합니까?”서송원은 뒤쫓아가려고 하였지만, 낙청연이 재빨리 달려들어, 서송원의 어깨를 꽉 잡고는 말했다: “대낮에, 감히 이런 나쁜 짓을 하려고 하다니! 방탕한 자식, 어디 도망가? 나와 관청으로 가자!”서송원의 두 눈의 순간 차가워지더니, 손을 들어 그녀의 얼굴을 공격했다.낙청연은 날렵하게 옆으로 피했다. 피하는 순간 서송원은 갑자기 손을 거두더니
송천초는 고개를 끄덕이더니 말했다: “예! 당연히 알고 있습니다. 염려 마십시오!”두 사람은 골목길로 갔다. 갑자기 전방의 담벼락에 기대어 있는 사람의 으스스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두 사람이 함께 낙운희에게 덫을 놓았네! 이것이 바로 저 신산이 말한 제3의 선택이요?” 부진환은 실눈을 뜨고 말했다.오늘 주루에서 일어난 모든 일에 대해서 그는 상세하게 알고 있었다.그는 확실히 매우 의아했다. 이 저낙은 두 사람을 완전히 갈라놓는 방법으로 매일 채소 잎에 시달리는 번거로움을 해결했다.낙청연과 송천초 두 사람은 동시에 멈춰 서더니, 깜짝 놀랐다.송천초는 슬그머니 낙청연의 소매를 움켜쥐더니, 나지막한 목소리로 물었다: “어떻게 합니까?”낙청연은 그녀의 손을 툭툭 치는 것으로 괜찮다는 뜻을 표하더니, 말했다: “먼저 돌아가거라.”두 사람의 친밀한 행동을 본 부진환은 실눈을 뜨더니, 두 사람의 관계를 추측했다.송천초는 빠르게 떠났다.낙청연은 천천히 부진환 앞으로 다가가더니 말했다: “섭정왕은 저의 길을 막으려고 이곳에 일부터 오신 겁니까?”부진환은 팔짱을 끼고, 약간 탐구의 눈빛으로 그를 주시했다.“저 신산의 그렇게 말씀하시니, 그렇다 치고!”“그럼 저 신산은 나의 도화겁을 해결해 줄지 생각은 해봤소?”낙청연은 냉랭한 어투로 말했다: “같은 말을 두 번 하지 않습니다.”부진환은 눈썹을 치켜 세우더니, 차가운 눈빛으로 약간 협박이 섞인 어투로 말했다: “그럼 본왕이 이 일의 진상을 낙운희에게 알려줄까 두렵지는 않소?”낙청연은 놀라서 흠칫하더니 그를 올려다보았다.“지금 저를 협박하시는 겁니까?”“당당 섭정왕께서 이런 비열한 수단으로 저를 협박합니까?”그러나 부진환은 전혀 화를 내지 않았다. 입가에 의미심장한 웃음기를 띠더니 말했다: “나는 그저 저 신산께서 고려해 보길 바랄 뿐이오.”“만일 본왕의 도화겁을 해결해 준다면, 반드시 후하게 보답할 것이오.”낙청연은 전혀 망설임 없이 대답했다: “왕야의 도화겁을 보아내지 못한 저를 용서해주십시
얼굴에 있는 흉터를 보았다.그는 갑자기 눈살을 찌푸렸다. 이게 바로 저낙이 면사를 쓰고 있는 이유인가?낙청연은 급히 면사를 눌러, 얼굴을 가리더니, 분노하여 그를 노려보았다.이때, 바구니를 끼고 지나가던 아주머니가 두 사람의 자세를 보더니, 혐오스럽다는 듯이 말했다: “남자 둘이서, 부끄럽지도 않나 보네!”낙청연의 주먹은 부진환의 가슴을 명중했다. 부진환은 어쩔 수 없이 그녀를 감쌌던 손을 놓게 되었다.그 순간 부진환은 깜짝 놀랐다. 저낙은 곧 땅에 넘어질 위기에 처했다.하지만 낙청연은 그 순간, 손바닥으로 지면을 짚고, 몸을 뒤집더니, 우아하게 착지했다.그녀는 흉터가 있는 뺨을 감싸고, 부진환을 노기 등등해서 쳐다보았다. “무슨 뜻입니까? 다른 사람의 생긴 모양이 그리 궁금합니까? 남에게 상처를 주든 말든 상관없단 말입니까?”그 차가운 질문에 부진환의 눈빛은 한층 어두워졌다. “본왕은……”그는 이 저낙이 낙청연을 너무 닮았다고 생각했다. 게다가 경도에 갑자기 이런 산명 선생이 나타났으니, 그는 다소 의심했을 뿐이다.얼굴의 흉터 때문에 줄곧 면사를 쓰고 다녔다는 생각은 전혀 못 했을 뿐이다.하지만 낙청연은 그가 해명하기도 전에 돌아서 가버렸다.그녀는 골목에서 나갔다.부진환은 실눈을 뜨고 그녀의 떠나가는 뒷모습을 훑어보았다.낙청연은 뒤를 돌아보지도 않은 채 가버렸다. 하지만 심장은 콩닥콩닥 미친 듯이 뛰었고, 약간 떨리기도 했다.점포로 돌아와서, 그녀는 다시 문을 열고 장사했다.하지만 부진환은 따라오지 않았다.점포는 마침내 반나절 조용했다.-다음 날 새벽.낙청연은 평소대로 빗자루를 들고 땅에 쌓인 눈을 쓸었다.하지만 오늘은 눈밭에 그 사람의 그림자가 나타나지 않았다.그녀는 쓸다가 참지 못하고 한 번씩 뒤돌아보았다.하지만 거리에는 아무도 없었다.그녀는 다시 고개를 돌려 눈을 치우며, 미간을 찌푸렸다. 그는 자신이 왜 뒤돌아보는지 곤혹스러웠다.오늘 날씨는 별로 좋지 않았다. 어둠침침한 것이 곧 큰 눈이 한바탕 내릴 것 같
이 말을 들은 류 매파는 또 쉴 새 없이 입을 놀리기 시작했다.낙청연은 머리가 아파 아예 딱 잘라 말했다: “연모하는 사람이 있습니다.”류 매파는 순간 말문이 턱 막혔다.“정녕 연모하는 사람이 있단 말씀입니까? 공자, 그럼 제가 공자를 도와 혼담을 꺼내는 건 어떤가요?” 류 매파는 포기를 몰랐다.“아닙니다, 저희는 이미 마음을 확인했으니 혼담을 꺼낼 필요는 없습니다. 때를 기다리면 되지요.”낙청연의 말에 류 매파는 순간 기운이 싹 빠졌다. 이렇게나 많은 사람이 저 신산을 좋아하는데, 아무한테나 소개시켜서 혹시라도 성사되면 정말 큰돈을 벌 수 있었기 때문이다.그래서 이렇게 일찍 찾아온 건데, 헛수고가 될 줄이야!“벌써 연모하는 소저가 생겼다니…” 류 매파는 소매를 걷고 바로 떠났다.가는 길 내내 중얼거리던 류 매파는 골목에서 어떤 계란 바구니를 든 아줌마를 만났다: “저 신산님 말이요, 이 거리에 있는 게 맞지요?”“그렇소, 앞으로 쭉 가면 보일 거요.” 류 매파는 손을 들어 방향을 가리키고 또 다시 중얼거리기 시작했다:“점을 치는 사람은 역시 대단하다니까, 자기 인연도 점찍어 놓고 말이야.”이 말을 들은 아줌마는 슬쩍 웃으며 말했다: “저 신산은 우리 마을에서 점을 쳐줬었지요. 확실히 아주 용한 분이지만 그 송 낭자와는 하늘이 맺어준 천생연분이지, 저 신산이 어찌 그런 것까지 다 알겠소?”류 매파는 깜짝 놀라더니 입을 열었다: “어머, 알고 계셨군요? 그럼 사실이겠구먼!”아줌마는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사실이고 말고, 우리 마을 사람들은 다 알고 있소.”골목에 접어든 서송원은 이 말을 듣더니 멈칫했다.송 낭자?저 신산과 천생연분이라고?송 낭자가 설마 송천초?서송원은 떠나려던 아줌마를 붙잡고 물었다: “저 신산이 아줌마네 마을에 있었습니까? 혹시 어느 마을입니까?”아줌마가 대답했다: “변하진이요.”서송원은 깜짝 놀랐다.변하진은 섭정왕부 별원과 가장 가까운 마을이다.송천초는 전에 섭정왕부의 별원에서 지냈었다.그러니 저
낙청연의 예상이 맞았다.다음 날 아침, 낙운희는 또 남자들을 한 무리나 데리고 찾아왔다.낙운희는 오자마자 낙청연 앞에 있는 상을 엎고 눈을 부라렸다: “감히 날 속여?!”“네 이놈!”“날 속인 대가는 치러야지 않겠냐?”낙운희는 화가 잔뜩 난 채 크게 호통쳤다: “부숴라! 다 부숴버려라!”그렇게 남자들은 약포로 쳐들어와 미친 듯이 엎고 부쉈다.낙청연은 얼굴색이 확 바뀌더니 약포로 달려들어 와 약재를 지켰다.송천초가 귀한 약재들을 모두 여기에 놓은 건 아니지만 가게의 체면을 세우기 위해 조금은 놓아두었기 때문이다.귀한 약재들은 반드시 지켜야 한다!낙청연은 약궤 앞에 막아서 오는 사람마다 발로 걷어찼다.비록 살이 빠지고 무공을 쓸 수 있게 됐지만 전보다는 훨씬 약해져 많은 사람을 상대하기엔 좀 버거웠다.낙운희는 팔짱을 끼고 문 앞에 서서 차가운 어투로 말했다: “저낙, 마지막으로 기회를 주겠다! 부탁한 일을 처리하고 사담만 주면 다시는 찾아오지 않겠다!”“대신 거절하면, 내가 네 놈 신세를 망쳐놓을 것이다!”어제 저낙의 함정에 빠진 것만 생각하면 낙운희는 화가 났다.낙청연은 서늘한 눈빛으로 약궤에 달려든 남자를 낙운희 쪽으로 걷어찼다.낙운희는 다급하게 뒤로 물러서 날카로운 눈빛으로 낙청연을 바라봤다.낙청연도 똑같이 날카로운 눈빛으로 낙운희를 바라봤다. 꼬리를 내릴 생각이 전혀 없는 것 같았다.저낙의 몸놀림을 보던 낙운희는 호통쳤다: “그만! 됐다!”약포는 이미 난장판이 되었다.낙운희는 돈주머니를 바닥에 던지고 입을 열었다: “가자!”그리고 낙청연을 무섭게 노려봤다.낙운희가 멀리 간 후에야 지초는 뒤에서 나왔다.“소저! 이걸 어찌하면…”낙청연은 다급하게 지초를 후원으로 밀었다.“나오지 마라, 난 괜찮다.”그리고 혼자 정리하기 시작했다.바닥에 짓밟힌 약재들을 보니 낙청연은 마음이 아팠다. 허리를 숙여 인삼 한 뿌리를 주어보니 이미 시들시들했다.괘씸한 낙운희!장락길에 온 후로부터 송천초는 모습을 자주 드러내지 않았다.
저낙이라는 자는 정녕 죽고 싶은 것인가? 어찌 감히 섭정왕을 이렇게 대한단 말인가?!부진환을 고개를 숙이고 더럽혀진 옷을 보며 눈빛이 점점 무거워졌다. 그리고 차가운 눈빛으로 가게를 쳐다보고는 화를 꾹 참고 떠났다.정말이지 이해할 수가 없었다!정말이지 어이가 없었다!부진환은 화가 잔뜩 난 채로 부에 돌아왔다.마침 전원을 지나던 소유가 왕야의 우울한 얼굴을 보더니 다급하게 물었다: “왕야, 왜 이러십니까? 옷은 왜 더러워졌습니까?”부진환은 대답하지 않았다.이때, 낙월영이 웃으며 다가왔다: “왕야, 요즘 많이 바쁘신 것 같아 제가 요깃거리를 좀 만들었습니다. 제 방에 잠깐 들렀다 가시지요."부진환은 고개를 돌려 낙월영을 바라봤다. 하마터면 승낙할 뻔했다.그러나 부진환은 주먹을 꽉 쥐고 빠른 걸음으로 떠났다.낙월영을 깜짝 놀라 앞으로 다가갔다: “왕야!”소유는 즉시 낙월영을 막아섰다: “둘째 소저, 왕야 기분이 안 좋으신 것 같으니 제가 이따가 사람을 보내 요깃거리를 가져오겠습니다! 둘째 소저는 가만히 계십시오.”낙월영은 실망하며 몸을 돌렸다.“알겠습니다.”그리고 소유는 떠났다.낙월영은 갑자기 걸음을 멈추더니 의미심장한 눈빛으로 장미에게 분부했다: “요 며칠 왕야께서 뭐 하러 다니셨는지 똑똑히 알아 와라!”낙월영은 방으로 돌아와 기다렸다. 반 시진 후, 장미가 돌아왔다.그리고 보고했다: “제가 알아보니 요즘 왕야께서는 장락길에 자주 들르셨답니다. 오늘도 장락길에 갔다가 무슨 일이 있었는지 화가 잔뜩 나셨습니다.”낙월영은 깜짝 놀랐다: “화가 났다고? 누가 감히 왕야를…”“장락길에 무슨 높으신 분이라도 있느냐? 왕야는 누굴 만나러 가신 거냐?”낙월영은 생각에 잠겼다.그러자 장미가 대답했다: “높으신 분은 없는 것 같습니다만, 요즘 꽤 이름있는 신산이 장락길에 가게를 열었답니다.”“신산?” 낙월영은 이마를 찌푸렸다. “왕야께서 그런 걸 믿는다고?”장미는 생각에 잠겨있다가 다시 입을 열었다: “그거야 모르는 일 아니겠습니까? 왕비
“나는 더 이상 당신의 상대가 안 되오.”낙요는 고개를 돌려 바둑판을 보며 입꼬리를 살짝 올렸다.“당신을 이기기 위해서가 아니라, 당신과 함께 바둑을 두며 답답함을 풀기 위해서요.”부진환은 바둑알을 하나하나 거두었다.낙요는 실눈을 뜨고 하늘을 바라보며 손을 뻗었다. 햇빛이 손가락 사이로 새어 나왔다.“그러고 보니, 나의 답답함을 풀 사람은 당신뿐이오.”“심시몽은 어의원의 심사를 통과하고 정식으로 어의원에 들어가게 되었소. 그리고 강소풍의 집안에서도 그들의 혼사를 승낙하여 두 사람은 곧 혼사를 올릴 것이오.”“갑자기 심면과 낙현책도 혼사를 올려야 하지 않겠느냐는 생각이 들었소.”부진환이 웃으며 말했다.“일찍이 혼인할 나이가 되었지만, 아이들도 조급해하지 않는데 왜 그렇게 걱정하오?”낙요가 입꼬리를 살짝 올리며 여유롭게 말했다.“걱정하지 않소. 대소사를 모두 당신이 걱정하고 있지 않소? 초경의 수위가 있으니, 몇 년이 지나도록 용모가 변하지 않았소. ”“나 같으면 그렇게 걱정을 많이 했으니, 일찌감치 늙었을 것이오.”몇 년 동안 부진환은 그녀를 도와 적지 않은 조정의 일을 분담했다.그녀도 부진환의 동반에 습관이 되었다.갑자기 무언가 떠오른 낙요는 자리에서 일어나 부진환을 바라보며 손바닥에 턱을 괴고 물었다.“이 나이가 되니, 아이를 낳지 않은 것을 후회하오?”“걸을 수 없을 정도로 늙었을 때, 다른 사람의 자식들이 단란히 모여있는 것을 부러워할 것이오? ”부진환은 손에 든 물건을 내려놓고 진지하게 그녀를 보며 대답했다.“후회하지 않소.”“사람은 너무 욕심을 부려서는 안 되오.”“게다가 당신은 여제요. 당신이 늙었다고 해도 누가 감히 푸대접하겠소?”“당신이 조용히 지내는 것이 좋다고 하면 난 당신과 함께 있을 것이오. 초경의 수위로 늦게 늙는다고 하지 않았소? 앞으로 당신이 늙으면 내가 당신을 부축하고 업고 다닐 것이오.”낙요는 입꼬리를 살짝 올렸다.“참 좋소.”이듬해 가을.심시몽은 강소풍과 혼사를 올렸고 어의원 5품
강소풍은 고개를 끄덕이다 다급히 고개를 저으며 어찌할 바를 몰랐다.“아니오. 그런 뜻이 아니오. 어머니께서는 마음에 들어 하셨소.”설명할수록 강소풍은 상황이 복잡해지는 것 같았다.심시몽은 어두운 표정을 지었지만, 여전히 그를 위로했다.“자네의 뜻을 알고 있소. 설명할 필요 없소.”“시몽... 미안하오! 하지만 나는 포기하지 않을 것이오. 방법을 강구하여 어머니에게 자네의 진정한 모습을 보여줄 것이오. 분명 어머니도 자네를 받아들일 것이오. ”그 말에 심시몽은 살짝 놀라 의아한 듯 고개를 들어 그를 바라보았다.“나와 헤어지려는 것이 아니었소?”심시몽은 강소풍이 특별히 그녀를 찾아와 이 일을 설명하는 것을 보고, 그녀와 연을 끊으려는 것이라고 생각했다.“아니요. 그럴 리가 있소.”“나는 단지 이전의 약속을 지킬 수 없을 뿐이오. 이번 달 안에 혼담을 꺼낼 수 없을 텐데, 나를 기다려줄 수 있소?”“말재주가 좋지 않아 대체 어떻게 설명해야 할지 모르겠소. 어머니께서는 자네가 연약하고 힘없다고 생각하시오. 앞으로 내가 출정하면 자네가 홀로 집안을 지킬 텐데, 우리에게 좋지 않은 선택이라 생각하시오. ”이 말을 듣고 심시몽은 대충 뜻을 알아차렸다.“어머니께서는 문무를 겸비한 며느리를 원하고, 자네와 함께 전쟁터에 나가서 떨어져 있지 않아도 되기를 원하시오.”“나는 비록 무공을 할 줄 모르지만, 그래도 해낼 수 있소.”고개를 들어 올린 심시몽의 눈빛은 밝았다..강소풍은 놀라기도 했고 기쁘기도 했다.“정말이오? 여전히 나와 함께 있고 싶소? 포기하지 않을 것이오?”심시몽은 고개를 끄덕였다.“나를 위해 그렇게 많은 일을 했는데, 어찌 쉽게 포기할 수 있소? 자네가 포기하더라도 나는 포기하지 않을 것이오.”“강가는 장군 집안이라 분명 우리 언니와 같은 여인을 좋아할 것이오. 난 비록 언니와 비길 수 없지만 그래도 노력할 것이오.”“여제께서 나에게 약옥을 주었소. 만약 순 의원과 의술을 배울 수 있다면 어의원에 들어갈 기회가 있소.”“성공
이 말을 듣고 심시몽은 약간 의아해했다.“공주는 저를 탓하지 않습니까...”“그분은 공주시다. 천하를 품고 있는데, 어찌 네가 범한 작은 잘못을 추궁할 리 있냐?”“지금 너의 변화를 보면 공주도 더 이상 너를 탓하지 않을 것이다.”“하지만 차려야 할 예의는 없어서는 안 된다. 시간이 나면 공주에게 감사하다고 인사를 전하거라.”심시몽은 연신 고개를 끄덕였다.“예. 내일 가겠습니다.”“저는 먼저 약옥을 넣고 의관에 가겠습니다.”심시몽은 기쁜 마음에 빠른 걸음으로 달려갔고, 의기양양한 분위기를 풍겼다. 조금도 방금의 의기소침함이 없었다.심면도 기뻤다.모두가 만족스러운 결과를 얻은 것 같다.하지만 그와 동시에, 강소풍이 집에서 어머니와 싸우고 있었다.“안 된다고 하면 안 되는 것이다! 너를 현학서원에 보내 양성하는 것도 앞으로 네가 큰 성과를 거둘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다. 그러니 너도 마땅히 너와 어울릴 만한 부인을 얻어야 한다. 너와 전장을 누비며 적을 죽이는 그런 사람 말이다.”“힘없이 연약하게 집안에서 서방이 돌아오기를 손꼽아 기다리는 그런 평범한 아가씨는 안 된다.”“이전에 그 심시몽을 위해 집안의 빙천영지를 훔쳤고, 심지어 벌을 받고도 물건이 어디로 갔는지 말하려 하지 않았다. 난 그때부터 심시몽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그런데 지금 그 아이와 혼사를 올리려는 것이냐?”“말도 안 된다!”강부인은 단호한 태도로 조금도 말을 바꾸려 하지 않았다.강소풍은 내키지 않는 듯 반박했다.“심시몽이 평범하다니요? 어떻게 평범하다는 말입니까? 심시몽은 그저 무공이 부족할 뿐입니다. 세상 사람들이 모두 무예를 익혀야 하는 것은 아니지 않습니까?”“하물며 그녀의 언니는 이미 태자로 봉해졌습니다. 그러니 심시몽도 좋은 아가씨라는 것을 설명할 수 있지 않습니까?”강부인은 콧방귀를 뀌었다.“언니는 언니이고, 심시몽은 심시몽이다. 어찌 동일하게 논할 수 있겠냐?”“강가는 권세에 빌붙지 않고, 심시몽의 언니가 태자라는 것을 봐서 그녀를 맞이하려
“나중에 자네가 신의가 될지도 모르오.”심시몽이 웃으며 말했다.“자네의 좋은 말대로 되길 바라오.”모두 술을 마시며 음식을 먹고 있었다. 심면이 임계천에게 물었다.“자네는? 어디로 가고 싶소?”“나라에 보답할 수 있다면 어디든 좋소.”임계천이 담담하게 웃었다. 그는 특별히 가고 싶은 곳이 없었기에 그저 궁의 안배를 기다리고 있었다.다들 기분이 좋았고 투지가 넘치고 미래에 대한 동경으로 가득 차 있었다.술을 너무 늦은 시각까지 마셔서 그들은 심가에서 묵었다.오전이 되자, 각 집안의 하인들이 부랴부랴 사람을 찾아왔다. 몇 사람은 술에 취해 인사불성이 되었지만, 여전히 집으로 끌려갔다.궁에서 명을 받았기 때문이다.강소풍은 금군 기사영 통령으로 봉해져 도성과 황궁의 안위를 지키게 되었다.임계천은 형부로 전근되었다.소우청과 봉함선은 수주의 군영 부장군으로 명을 받았다.소우청의 행처는 그의 아버지 소진오가 좋은 경험을 하기를 바라며 부탁한 것이다.낙요는 봉함선이 여인이기에 그녀를 그렇게 멀고 험한 곳으로 보내고 싶지 않았다. 하지만 그녀는 주동적으로 수주에 갈 것을 청구했다.봉함선이 말했다.“여국은 역대로 여 장군이 없었습니다. 저는 첫 번째 여장군이 되고 싶습니다.”“만약 힘들고 험한 곳이 아니라면 어찌 제가 포부를 발휘할 수 있겠습니까?”낙요는 그녀의 담력과 야심을 높이 사고 그녀의 청을 승낙했다.“나는 네가 여국의 첫 번째 여장군이 되기를 기대한다.”이들 외에 현학서원의 다른 학생들도 그들로 하여금 실력을 발휘할 수 있는 새로운 행선지를 얻었다.유독 심시몽에 대해, 낙요는 따로 안배를 해주지 않았다.백서가 걱정했다.“어찌 유독 심시몽만 얘기가 없으십니까? 심시몽이 알면 마음이 편치 않을 것입니다.”낙요가 웃었다.“아니다. 이미 심면을 시켜 심시몽에게 한가지 물건을 보냈다.”백서는 살짝 놀랐다.“일찍이 계획이 있으셨군요.”이때의 심시몽은 홀로 넋을 잃고 연못가에 앉아있었다. 그녀의 마음은 마치 흩날리는 낙엽처럼 어수
유생이 드디어 알아차렸다.“그랬구나. 내가 어찌 이걸 잊은 것이냐.”“난 정말 운이 좋은 것 같구나. 이렇게 운 좋게 제사장 자리를 주울 수 있으니.”심면이 답했다.“아닙니다. 전에 제가 청주 전쟁에서 조난했을 때, 제자들을 통솔해 적과 싸우지 않았습니까? 현책보다 능력이 훨씬 뛰어났습니다.”“사저가 소제사장이 되는 것이 가장 적합합니다.”이렇게 칭찬하는 것을 듣고 유생은 쑥스러워하며 낙현책을 힐긋 쳐다보았다.“네가 이렇게 말하면 낙현책이 기뻐하지 않을 것이다.”낙현책이 웃으며 답했다.“그녀가 말한 것은 내가 하고 싶은 말이다.”“너는 나보다 대제사장이 더 잘 어울린다.”“나는 무학에서 너보다 좀 나을 뿐이다. 정말 대제사장이 되려면 너보다 잘할지 모를 일이다.”“다만 제사장 일족의 심사에는 이런 것이 없었다.”“하물며 나도 대제사장이 될 생각을 한 적이 없다. 내가 하고 싶은 것은 단지 여제가 기뻐하기를 바랄 뿐이다.”이 말을 듣고 유생은 마음이 놓였다.“불쾌하지 않았다면 다행이구나. 권력과 지위 앞에서 네가 이런 결정을 내릴 수 있다니, 정말 대단하구나!”“한 잔 권하마!”유생이 술잔을 들었다.바로 이때, 갑자기 대문이 열렸고, 사람이 도착하기도 전에 먼저 목소리가 들렸다.“사람이 아직 도착하지 않았는데, 왜 벌써 마시는 것이오?”“우리를 기다리지 않는다니, 의리가 없소!”몇 사람이 고개를 돌려 바라보니, 강소풍과 임계천이 술병을 들고 오는 것이 보였다.“오늘 밤 다들 왔구나!”“자, 심면과 유생을 위해 한 잔 하세!”모두 자리에 앉아서 잔을 들어 함께 마셨다.그렇게 한참 마시다 보니 술에 취한 강소풍이 흥분한 듯 입을 열었다.“얼마 지나지 않아 심가에 겹경사가 닥칠 것이오.”모두 멍해졌다.강소풍은 낙현책과 심면을 바라보았다.“여제가 두 사람의 일을 인정했으니, 언제 혼사를 치르는 것이오?”심면은 갑자기 얼굴을 붉어지며 황급히 강소풍에게 술을 따라주었다.“술을 마셔도 자네의 입을 막지 못한 것이오?”
“저희가 어찌 가족입니까?”“50냥의 이득을 본 걸 후회한다면서요?”이 말이 나오자 다들 얼굴이 새파랗게 질렸다.그들은 그제야 유생이 그날 밤 그들의 대화를 모두 들었다는 것을 깨달았다.어쩐지 상자를 도둑맞았더라니.유룽은 체면을 깎으며 사과했다.“유생아, 우리는 한 가족이니 티격태격하는 것도 정상이다. 그러나 다들 나쁜 생각은 없다.”“이전의 일은 모두 나의 잘못이다. 이렇게 너희들에게 사과하마!”“오늘 저녁 집으로 돌아가자. 너를 위해 잘 경축해야지 않겠느냐!”둘째아버지와 셋째 아버지도 모두 따라서 사과했다.집안 재산을 나누겠다고 얘기한 그날 그들이 각박한 만큼 지금 아주 자상했다.“유생아, 집으로 가자. 지나간 일은 잊고, 우리 가족 다시 시작하는 게 어떠냐?”“그래. 가족이 함께 지내면 얼마나 시끌벅적하냐? 따로 이곳에서 지내면 쓸쓸하지 않으냐?”“우리 집에 좋은 술도 두 병 간직하고 있는데, 유생을 축하하러 오늘 꺼내마!”유생은 표정을 바꾸지 않고 차분하고 차갑게 말했다.“다들 시간 낭비하지 마십시오.”“집안 재산을 나누고 연을 끊었는데, 어찌 번복할 사람이 있겠습니까?”“잘살든 못살든 더 이상 유가와 관계가 없습니다.”“다들 가시지요. 굳이 우리 집 앞에서 매달리려 한다면, 관아에 신고할 것입니다.”말을 마치고 유생은 방안으로 돌아와 차갑게 문을 닫았다.문밖의 사람들은 후회에 휩싸였다.게다가 둘째는 첫째를 원망하기 시작했다.“형님 탓입니다. 제사장 자리가 발표되기도 전에 넷째네를 쫓아내더니, 지금은 어떻게 하려는 것입니까?”셋째도 불평했다.“유생은 앞으로 대제사장이 될 것이오. 앞으로 유생 덕을 보긴커녕 이렇게 소란을 피웠으니, 앞으로 우리를 난처하게 할 수도 있소...”유롱은 짜증을 참지 못하고 말했다.“어찌 또 내 잘못이 되었냐?”“애초에 심사 결과가 나오자, 다들 하나하나 달려와서 유생네가 끝났다고, 그들 일가를 헛되이 잘해줬다고 하지 않았냐? 너희들이 모두 동의했기 때문에 넷째 일가를 쫓아낸 것이
자리에 있던 사람들은 매우 놀랐다.유가 사촌들은 냉기를 한 모금 들이마셨다.유생도 경악한 표정을 지었다.“왜 제가...”왜 낙현책이 아닌가?장 총관이 웃으며 말했다.“어서 명을 받으시지요. 소제사장”유생은 정신을 차리고 마음속으로 미친 듯이 기뻐하며 얼른 명을 받고 고마움을 전했다.장 총관은 자리에 있던 병사들을 힐긋 보고 유생에게 친절하게 물었다.“소제사장, 무슨 문제가 있습니까? 제가 처리할 필요가 있습니까?”유생은 웃으며 말했다.“필요 없습니다. 고맙습니다!”“어찌 사양하십니까? 제가 필요한 곳이 없다면, 이만 궁으로 돌아가 명을 전해야 합니다.”“예. 바래다 드리겠습니다.”유생은 장 총관을 골목 밖까지 배웅했다. 장 총관이 의미심장하게 일깨워주었다.“아가씨는 아직 소제사장의 권력을 모르고 있을 수도 있습니다. 도성에서 제사장의 권력은 여제와 대제사장에 버금갑니다.”“태자와 동등한 권력입니다.”“이런 사소한 일은 직접 처리할 필요도 없으니, 제게 한마디만 분부하면 됩니다.”유생은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일깨워 줘서 고맙습니다.”“오늘 여제께서 태자도 정하셨습니까? 심면입니까?”장 총관은 고개를 끄덕였다.“예. 심가에 뜻을 전하고 왔습니다.”장 총관을 떠나보내고 유생은 기쁨으로 가득 차 있었다. 그녀는 선택받을 줄 전혀 생각하지 못했다.분명히 낙현책한테 졌기 때문이다.심면도 태자로 봉해져서 참 좋았다.오늘 밤 심면을 찾아 축하하려면, 이 문제를 빨리 해결해야 한다.그녀는 빠른 걸음으로 문밖으로 돌아갔다.병사들은 즉시 공손한 태도를 바꾸어 그녀에게 예를 올렸다.“소제사장, 오늘 분명 오해일 것입니다. 저희는 먼저 떠나겠습니다.”유생이 차가운 소리로 호통을 쳤다.“멈추거라!”그들은 뻣뻣하게 자리에 서서 고개를 숙이고 땀을 뻘뻘 흘렸다.제사장의 말 한마디에 그들은 직무를 잃을 수도 있다.“수사를 더 해야 하는 거 아니오? 안 하시오?”“저희가 감히 소제사장의 집을 수색할 용기가 어디 있겠습니까? 오
낙현책은 고개를 끄덕였다.“나도 궁을 나가려던 참이다. 함께 가자.”유생은 단번에 알아차렸다.“심면을 찾으러 가는 것이냐?”“심사 결과가 나온 후, 심면을 만나지 못했구나.”“심면도 무슨 일이 생긴 것이냐?”낙현책은 생각에 잠긴 듯 말했다.“그런가 보구나.”“내가 도울 일이 있으면 언제든지 얘기하거라.”“그래.”두 사람이 함께 궁으로 나온 후 유생은 바로 집으로 돌아갔고 낙현책은 심면의 집으로 향했다.유가의 골목에 도착하자마자 시끄러운 소리가 들렸다.관아의 사람들이 유생의 집 앞을 막고 그녀의 부모님을 잡고 그들을 관아에 데리고 가려 했다.옆에는 그녀의 사촌들이 있었다.안색이 바뀐 유생은 다급히 달려갔다.“그만하시오!”“뭐 하는 것이오?”유생은 바로 부모님을 뒤에 감쌌다.유롱은 화가 난 표정으로 그녀를 바라보았다.“뭐 하냐니? 집안 재산을 나누었으니, 유가와 이젠 연이 없는 것이다. 집안 재산도 주지 않겠다고 했는데, 어찌 유가의 물건을 훔치는 것이냐? 그 상자에는 족히 수십만 냥이 있다!”“감히 너희랑 아무 연관도 없다고 할 수 있느냐?”유생은 그들이 이렇게 빨리 찾아올 줄 몰랐고, 관리에게 고소할 줄도 몰랐다.“우리가 훔쳤다는 증거라도 있습니까?”“증거도 없이 저희를 잡다니, 법을 따르셔야죠.”유롱이 노발대발하며 말했다.“유가 사람들이 네가 돌아온 것을 봤다!”“변명하지 말거라. 할 말이 있으면 감옥에 가서 변명하거라!”물건을 잃어버리고 그들이 유일하게 의심하는 사람은 유생이다.대가를 치르더라도 그들은 그 돈을 되찾으려 했다.“내가 돌아갔다고 돈을 훔쳤다는 것입니까? 농이 심하십니다!”“관청에 따라서 갈 수 있지만, 저희 부모님과는 연관이 없습니다. 증거가 없으면 함부로 사람을 잡을 수 없습니다!”유롱이 화를 냈다.“네 아버지와 어머니도 한패다! 당연히 관아로 데려가야 한다!”“나으리, 그들은 수십만 냥을 훔쳤습니다. 결코 적은 액수가 아닙니다. 나리께서 반드시 돈을 되찾아 주시기를 간청합니다!”
조영궁.심사 결과가 나온 후 오랫동안 기다리던 낙요는 드디어 낙현책이 오는 것을 기다렸다.“여제.”낙현책은 고개를 숙이고 여제를 마주할 엄두가 나지 않았다.“심사 결과가 나온 지 오래됐는데, 어찌 이제야 나를 찾아온 것이냐? 잘 고려한 것이냐?”낙현책은 고개를 끄덕이며 무릎을 꿇고 자리에서 일어나지 못했다.“여제를 실망하게 했습니다!”이 말을 듣고 낙요는 그의 결정을 알아차렸다.“일단 일어나서 얘기하거라.”낙현책은 무릎을 꿇고 일어나지 않았다.“여제의 가르침을 저버렸습니다. 저는 대제사장 자리를 감당할 수 없습니다!”낙요는 다소 실망했지만 그래도 의외는 아니었다.“잘 생각했느냐? 이 일은 번복한 기회가 없다.”낙현책이 세게 고개를 끄덕였다.“오랫동안 심사숙고한 후 내린 결정입니다.”“제가 여제를 실망하게 했습니다.”지금까지 이렇게 노력했고 최종 심사에서 1등까지 하였는데, 여제를 실망하게 했다.낙요는 자리에서 일어나 그를 일으켜 세웠다.“실망하지 않았다.”“네 실력은 모두가 다 알고 있다. 어찌 실망했겠느냐? 네가 후회하지 않으면 된다.”“이미 결정을 내린 이상 더 이상 그렇게 많은 생각을 하지 말거라. 마음을 놓고 네 목표를 향해 가거라.”“나는 네 결정을 존중한다!”여제가 화를 내지 않자, 낙현책은 그제야 한숨 돌렸다. 그는 감동에 겨웠다.“고맙습니다.”낙요는 그가 기뻐하는 모습을 보고 입꼬리를 살짝 올렸다.“그동안 심면을 만나지 않았겠구나? 어서 네 결정을 알리러 가거라.”낙현책은 고개를 끄덕이고 궁을 나갈 준비를 했다.그동안 심면도 고민하고 있었을 것이다. 두 사람에게 있어 정말 어려운 문제였다.누군가는 무언가를 포기해야 하기 때문이다.낙현책이 궁을 나서려는데 제사장족 제자가 그를 가로막았다.“유생이 궁에서 자네를 기다리고 있소. 급한 일이 있는 것 같소.”“급한 일? 알겠소.”유생은 그동안 궁에 있지 않았다. 갑자기 궁으로 찾아온 것을 보아, 중요한 일이 있는 듯했다.먼저 그녀를 만나고 궁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