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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84화

달빛 아래 자신의 앞에 모습을 드러낸 사람을 그녀는 똑똑히 알아봤다.

그는 다름 아닌 부진환이었다.

그의 차가운 손끝이 그녀의 면사에 닿으려 하자 낙청연은 머리를 뒤로 물리면서 몸을 피했다.

그 순간 그의 손길이 그녀의 볼을 스쳤고 그 섬세한 느낌에 부진환은 손끝이 뜨거워졌다.

낙청연은 손을 들어 면사를 내리누르며 몸의 균형을 잡았고 더없이 침착하고 평온하게 부진환을 바라보며 물었다.

“이게 뭐 하는 짓입니까?”

부진환은 미간을 구겼고 그의 눈동자에 의아함이 스쳐 지나갔다.

그의 눈앞에 있는 자는 몸놀림이 예사롭지 않았다.

“사내가 무슨 면사를 쓰는 것이오? 보여주지 못할 것이라도 있는 것이오?”

부진환은 발걸음을 옮기며 그녀에게 가까이 다가갔고 낙청연은 연신 뒷걸음질 쳤다.

“공자는 누구시길래 이리 간섭하시는 것입니까? 제가 무엇을 입고 쓰는지도 간섭하려 하시네요.”

낙청연이 싸늘한 어조로 말했다.

“왜 피하는 것이오? 뭐 찔리는 점이라도 있소?”

날카로운 눈빛을 한 부진환은 낙청연을 뚫어질 듯이 쳐다봤다.

“저는 공자께 길을 내드리려는 것입니다.”

그녀는 몸을 피하면서 그에게 길을 내줬다.

그러나 부진환은 그곳을 떠날 생각이 없었다. 그는 뒷짐을 지면서 싸늘한 눈길로 그녀를 바라보았다.

“저 신산은 내가 아는 사람과 많이 닮은 것 같소.”

부진환은 그와 낙청연이 대체 어디가 닮았는지 콕 집어 얘기할 수는 없었지만 저 신산에게서 익숙한 느낌을 받았다.

그런데 낙청연이 웃음을 터뜨렸다.

“그런 말씀은 저에게 통하지 않습니다.”

그녀는 경멸 섞인 어조로 말했다.

부진환은 그녀의 말에서 그 점을 느끼고는 미간을 구기며 물었다.

“저 공자, 현산 어디의 제자라고 들었는데 내 점도 봐줄 수 있겠소?”

낙청연은 생각지도 않고 곧바로 대답했다.

“공자께서는 기운이 예사롭지 않으니 좋은 팔자를 타고났을 것입니다.”

저 신산은 그의 신분을 모르는데도 그의 팔자가 좋다는 걸 보아낼 수 있었다.

저 신산은 생각보다 능력 있어 보였다.

“다른 일 없으시면 전 이만 돌아가 보겠습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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