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의에게 약재가 있으니 신의의 약재를 쓰는 게 좋겠군. 돈은 상관없소. 얼마나 들던 다 줄 수 있으니.”부경한이 뒷짐을 지고 걸어왔고 부진환도 그의 뒤를 따랐다.고개를 돌리는 순간 부진환과 눈이 마주친 낙청연은 곧바로 시선을 피했으나 부진환의 시선은 낙청연에게서 떨어질 줄 몰랐다. 어쩐지 상대의 몸짓과 목소리가 익숙하게 느껴졌지만 몸매를 보면 전혀 아니었다.“저 신산은 왜 얼굴을 가린 것이오?”떠보는 듯한 부진환의 싸늘한 목소리가 느긋하게 울려 퍼졌다.낙청연은 침착하게 대응했다.“제가 고뿔에 걸렸습니다. 부인께서는 몸이 허약하시니 혹시라도 저한테서 옮으실까 염려되어 면사를 쓴 것입니다.”생소하게 느껴지는 부진환의 시선에 낙청연은 그가 자신을 알아보지 못했으리라 생각했다.한 달 동안 구란선삼으로 몸조리를 한 덕에 체내의 독소가 천천히 빠지며 돼지처럼 살쪘던 몸이 이제는 그저 통통한 편이 되었다.게다가 이러한 몸매는 사내들에게서 흔히 볼 수 있는 것이라 그녀는 부진환이 자신과 낙청연을 연관시키지 못할 것으로 생각했다.“저희는 약재값 외에 따로 진찰비와 사례금을 받을 것입니다.”낙청연은 곧바로 본론을 얘기했다. 여기까지 왔는데 빈손으로 돌아갈 수는 없지 않은가?평범한 사람이었다면 얼마를 주든 상관없었겠지만 부진환이 이곳에 있다면 한 푼도 덜 받아서는 안 됐다.부경한은 덤덤히 웃으며 말했다.“말해보시오. 얼마면 되오?”낙청연이 대답했다.“진찰비와 사례금까지 더하면 오천 냥입니다. 약재값 역시 오천 냥이고요.”그 말에 부진환이 미간을 구겼다.“그렇게 비싸단 말이오?”낙청연은 그의 말에 웃었다.“비쌉니까? 저희의 약재는 결코 평범한 약재가 아닙니다. 이 정도 가격이면 전혀 비싸지 않습니다.”부경한은 부진환을 밀면서 얘기했다.“이 정도 돈은 제가 낼 수 있으니 값을 깎을 필요는 없습니다.”말을 마치고 그는 낙청연을 보며 말했다.“돈을 받으면 저 신산은 일을 깔끔히 해결해야 할 것이오.”낙청연은 덤덤히 대꾸했다.“앞으로 무슨
이것을 부씨 가문의 천하라고 할 수 있을까? 이것은 분명 엄씨 가문의 천하였다.부진환은 더없이 진지한 얼굴로 그를 바라보며 말했다.“그들에게 휘둘러지는 게 싫다면 이 아이를 어떻게든 지켜야 합니다. 만약 사내아이라면 황제의 장자가 되겠지요. 그래야 장차 희 귀인(曦貴人)이 황후의 자리를 다툴 기회를 얻게 될 것입니다. 만약 엄씨 가문의 딸이 황후가 된다면 엄씨 가문의 통제 아래 평생을 살게 될 겁니다.”부진환의 말에 부경한은 위기를 느꼈고, 또 이러한 압박감에 숨이 잘 쉬어지지 않는 기분이 들었다.그는 부진환의 옷자락을 잡으며 얘기했다.“형님, 지금 제가 기댈 수 있는 건 형님뿐입니다. 저에게는 좋은 방법이 없으니 형님께서 방법을 생각해주세요.”부진환은 엄숙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자시가 지났기에 성문은 닫혀 있는 상태였다.어멈은 그들을 성안의 객잔으로 데려가 하룻밤 묵게 했다. 그녀는 대신 돈을 지불하고 나서는 그들을 위해 먹을 것과 마실 것까지 시켜줬고 내일 정오쯤에 그들을 데리러 진으로 가겠다고 얘기해두었다.어멈은 그들을 위해 세 개의 방을 잡아줬으나 세 사람은 같은 방에서 묵었다.부엌으로 가서 뜨거운 물을 가져온 지초 덕분에 세 사람은 방안에서 족욕을 할 수 있었고 온몸이 따뜻해지는 기분이 들었다.“천초야, 네가 쓴 약재들이면 충분하니 너무 비싼 것은 쓰지 말거라.”낙청연의 당부에 송천초는 웃으며 대꾸했다.“괜찮습니다. 저도 다 생각이 있습니다. 하지만 오천 냥이라는 큰 액수를 요구할 줄은 상상도 못 했습니다. 진찰비와 사례금까지 더하면 만 냥은 족히 될 텐데요.”낙청연이 말했다.“섭정왕과 함께 있었으니 황실 사람이 아니겠느냐? 그런데 돈이 부족할 것 같더냐? 그리고 값을 제멋대로 부른 것도 아니다. 앞으로 수도에서 계속 장사를 해야 할 텐데 가격을 너무 높게 불렀다가 소문이라도 나는 날엔 날 찾으려는 사람이 없겠지.”그녀의 말에 송천초와 지초는 깜짝 놀랐다.“왕비 마마께서는 수도로 돌아올 생각이십니까?”지초가 흥
그 순간 낙청연은 심장이 철렁 내려앉았다.하지만 그녀는 몸을 돌리지는 않았고 자연스럽게 계속해 걸어갔다.그러자 뒤에 있던 부진환이 다시 한번 입을 열어 그녀를 불렀다.“저 신산.”낙청연은 그제야 발걸음을 멈추고 고개를 돌렸다.“저 신산은 변하진의 사람이오? 그렇다면 낙청연을 알고 있소?”부진환은 떠보듯 물었다.저 신산은 전에 만난 적이 없던 사람이었다. 황제가 희 귀인의 얘기를 꺼냈을 때 그가 맨 처음 떠올린 사람이 바로 낙청연이었다.그러나 그가 낙청연의 얘기를 꺼내기도 전에 황제는 이미 저 신산에 대해 알아보고 있었다.“모릅니다.”낙청연이 예의 바르게 대답했다.“또 다른 용무가 있으십니까?”부진환은 그녀를 물끄러미 바라보다가 대꾸했다.“없소.”낙청연은 고개를 살짝 끄덕이고는 몸을 돌려 송천초와 함께 자리를 떴다. 그녀의 떠나가는 뒷모습을 바라보는데 어쩐지 낙청연과 전혀 닮지 않은 듯했다.낙청연과는 아무런 상관없는 사람일지도 몰랐다.낙청연을 떠올린 부진환은 걸음을 옮겨 섭정왕부로 돌아갔다.“소유.”소유가 급히 다가왔다.“왕야.”“별원 쪽에 별다른 움직임이 없었느냐?”부진환이 차가운 목소리로 묻자 소유는 잠시 멈칫하다가 대답했다.“사람을 보내 주기적으로 확인해 봤는데 별다른 움직임은 보이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왕야께서는 왕비 마마 스스로 자생, 자멸하게 놔두라고 하지 않으셨습니까?”부진환은 싸늘한 눈빛을 하더니 걸음을 옮기며 말했다.“난 별 뜻 없이 물은 것이다.”소유는 고개를 끄덕이더니 말을 이어갔다.“사람을 더 자주 보내도록 하겠습니다.”부진환은 차갑게 말했다.“낙청연에게 시간을 허비할 필요는 없다. 혼자 힘으로 버티기 어려우면 날 찾아오겠지.”그는 낙청연이 이 기나긴 겨울을 얼마나 버틸 수 있을지 지켜볼 셈이었다.“알겠습니다.”소유는 왕야가 왕비의 일에 있어서는 굉장히 모순적이라 생각했다.왕야는 비록 왕비의 일에 시간을 허비할 필요가 없다고 했지만 사람을 보내 별원을 살피게 했다.왕비의 병은 아마도
별원에 사람이 없는 걸 확인한 등 어멈은 괜히 초조해졌다. 왕비는 어디 있는 걸까?면사를 쓰고 사내 차림을 한 사람이 뒤늦게 도착해 등 어멈에게 다가갔고 등 어멈은 그를 경계했다.“당신은 누구시오? 감히 섭정왕부의 별원에 제멋대로 들어오다니?”낙청연은 면사를 치우면서 말했다.“등 어멈, 나다.”그 말에 등 어멈은 잠시 의아해하더니 진지한 얼굴로 상대를 자세히 살펴봤고 믿기지 않는 듯이 말했다.“왕비 마마… 십니까?”낙청연은 고개를 끄덕였다.등 어멈은 놀란 얼굴로 그녀를 뚫어져라 쳐다봤다.“못 본 지가 한 달이 조금 넘은 것 같은데 살이 이렇게나 많이 빠진 것입니까? 몸은 괜찮으십니까? 아주 큰 상처를 입으신 건 아닙니까?”걱정 가득한 등 어멈의 표정에 낙청연은 웃으며 대꾸했다.“아니다. 나는 아주 건강하단다. 살이 빠지면 좋은 것이지, 걱정하지 말거라. 등 어멈이 별원에 오다니, 왕야가 가보라고 시킨 것이더냐?”등 어멈이 대답했다.“소유가 가보라고 하더군요. 저더러 별원에 별다른 일은 없는지 알아보라고 했습니다. 아마 제가 몰래 왕비 마마께 물건을 가져다주길 바란 것일지도 모르지요.”낙청연은 싸늘한 얼굴로 웃었다.“왕야께서는 나더러 자생, 자멸하라고 하셨지. 그런데 소유가 감히 너에게 물건을 가져다주라고 할 리 있겠느냐?”“왕비 마마, 저도 자세한 것은 모릅니다만 왕야께서는 분명 홧김에 그리 얘기한 것일 겁니다. 그러니 그 말을 곧이곧대로 믿지 마세요.”등 어멈은 그 말과 함께 손에 든 바구니를 열어 보였다.“제가 약재를 가져왔습니다. 왕비 마마께 도움이 될는지는 모르겠습니다. 그리고 은냥도 가져왔으니 먼저 쓰세요.”낙청연은 미소 띤 얼굴로 은냥을 도로 넣었다.“난 돈이 모자라지 않으니 네가 쓰거라. 소유가 널 보냈다면 더는 그 호위들을 신경 쓰지 않아도 되겠구나. 돌아가서 소유에게 말하거라. 내 병세가 더욱 심각해졌고 이제 곧 얼어 죽거나 굶어 죽을지도 모른다고 말이다. 왕야께는 얘기하지 않아도 되지만 낙월영에게는 반드시
장미는 흥분한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진짜입니다. 등 어멈은 지금도 서방 밖에 무릎을 꿇고 앉아 왕야께 사정하고 있습니다. 왕야께서 저택에 계시지 않다는 걸 모르는 것 같습니다.”그 말에 낙월영은 곧바로 방을 나섰다.“절대 왕야께서 이 일을 알게 하면 안 된다. 낙청연은 별원에서 죽어야 한다. 죽더라도 시체를 거두어주는 사람이 있어서는 안 되지!”낙월영은 득의양양했다.이번에는 그 누구도 낙청연을 구할 수 없을 것이다.부진환의 서방 앞에 도착한 낙월영은 아직도 사정하고 있는 등 어멈을 보았다.그녀는 차갑게 웃으면서 말했다.“등 관사, 우리 언니가 대체 네게 무슨 약을 먹였길래 이리 사정하는 것이냐? 안타깝게도 왕야께서는 언니가 죽든 말든 관여치 않겠다고 하셨지. 네가 사정해도 소용없는 일이다. 혹여 왕야를 화나게 한다면 네 관사의 자리까지 위험해질 수 있다.”낙월영은 코웃음을 치면서 그녀를 위협했고 등 어멈은 두려운 기색을 띠더니 곧바로 몸을 일으켜 다급히 자리를 떴다.낙월영은 등 어멈의 멀어지는 뒷모습을 보면서 냉소를 흘렸다.“역시, 사람은 이기적이구나. 자신의 이익과 관련된다면 누가 죽든 말든 신경이나 쓰겠느냐? 낙청연, 이번에는 널 도와줄 사람이 없을 것이다!”낙월영은 거만하게 웃어 보였다.등 어멈이 떠나고 난 뒤 낙월영은 장미에게 돈을 쥐여주며 말했다.“아랫것들에게 나눠주거라. 어떻게 해서든 그들이 입을 다물게 해야 할 것이야. 절대 그 누구도 낙청연의 일을 입에 올려서는 아니 된다.”낙청연의 처지를 왕야가 알아서는 안 된다.대문을 건너는데 손님이 왔는지 밖에서 소리가 들려왔고 가보니 진 태위가 와있었다.“난 왕야를 찾아온 것이 아니라 왕비 마마를 찾아온 것이다. 강에 빠졌던 게 언젠데 왜 아직도 왕비 마마를 뵐 수 없는 것이냐? 내 급히 볼일이 있다.”진 태위는 거절당하자 불쾌한 어조로 말했다.그는 왕비에게 감사 인사를 제대로 전한 적이 없었다. 저번에 사람을 보내 왕비를 저택까지 모시지 않았기에 왕비가 사람들에게 납
부진환은 미간을 주무르며 누그러진 말투로 말했다.“얼굴은 다 나았느냐? 괜찮아졌으면 인제 그만…”그 말에 낙월영은 털썩 무릎을 꿇더니 서럽게 울어댔다.“왕야께서는 절 내쫓으시려는 겁니까? 제가 잘못했습니다. 제가 감정이 격해져 진 태위의 기분을 상하게 했습니다. 하지만 절대 고의는 아니었습니다. 왕야, 절 용서해주세요.”낙월영의 불쌍한 모습과 훌쩍이며 우는 얼굴에 부진환은 순간 머리가 아팠다.그는 마음이 약해져 낙월영을 부축해 일으켜 세웠다.“난 네가 명분 없이 섭정왕부에 있는 게 걱정되어 그러는 것이다.”그 말에 낙월영은 조금 의아했지만 몰래 기뻐했다.“감사합니다, 왕야. 내일 제가 직접 저택으로 찾아가 진 태위께 사죄드리겠습니다.”부진환은 잠시 고민하더니 미간을 구기며 말했다.“아니다. 진 태위는 원래 말투가 그러니 가봤자 화만 더 돋울지도 모른다.”“알겠습니다.”낙월영은 고개를 숙이며 몰래 웃었다.역시 낙청연이 없으니 왕야는 자신을 더욱 아꼈다.그러나 부진환은 여전히 미간을 찌푸리고 있었다. 왜 낙월영이 울기만 하면 마음이 약해지는 것일까? 그는 절대 그런 사람이 아닌데 말이다.진짜 낙월영의 연기에 마음이 움직인 것일까?—장락골목 33번에 구영 약방(九瓔藥鋪)이 생겼다.구영 약방의 이름은 낙영의 영에서 따온 것이었다.송천초는 간판을 보면서 몹시 동의하듯 고개를 끄덕였다.“호월구영(皓月九瓔)은 보기 드문 약재지요. 저희 약방에 오면 온갖 희귀한 약재들을 다 볼 수 있으니 아주 잘 어울리는 이름입니다!”지초는 옆에서 그 얘기를 듣고 있었다. 그녀는 송천초와 왕비와 함께 다니면서 많은 약재를 알게 되었고 그중에는 이름도 들어본 적 없는 것들이 수두룩했다.송천초에게 이렇게 많은 보물이 있을 줄이야.낙청연은 고개를 돌려 송천초를 보았다.“네 약재는 곧 다 팔릴 것이다. 그러니 다른 보기 드문 약재들을 구해야 한다.”그 말에 송천초는 자신감 넘치는 어조로 대꾸했다.“그 점은 걱정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저희 집에는 다른
낙청연은 곧바로 마차에 오르게 됐고 어멈은 마부더러 속도를 높이라 했다.낙청연이 물었다.“부인께 무슨 일이 있는 겁니까?”저번에 그들에게 약재를 건넸으니 별일 없어야 정상이었다.어멈은 옷자락을 꼭 쥔 채 긴장한 얼굴로 말했다.“또 왔습니다! 그 아이가 또 왔습니다.”그 말에 낙청연이 미간을 팍 찌푸렸다.“또 왔다니요?”인노침이 없는데 어떻게 또 찾아왔다는 말인가?“상황은 어떻습니까?”낙청연이 걱정스레 묻자 어멈은 고개를 저어 보였다.“아주 심각합니다. 그는 정원에 있고 저희 부인은 방안에 갇혀 있습니다. 이번에는 목숨을 지킬 수 있을지 모르겠습니다.”어멈은 옷자락을 꽉 쥐면서 중얼거렸다.“혹시라도 부인께 무슨 일이 생긴다면 저 또한 머리가 잘리게 될 터인데…”어멈의 무의식적인 말에 낙청연은 심장이 철렁 내려앉았다.머리가 잘리다니, 그 부인은 아마도 후궁인 듯했다.부진환과 함께 있다면 관직이 높거나 귀족일 게 분명한지만 황제의 여자일 줄은 생각지 못했다.“조급해하지 마세요. 그 아이는 부인 배속의 자리를 원합니다. 부인께서 잘못된다면 자신 또한 얻는 게 없을 것이니 부인을 다치게 하지는 않을 것입니다.”하지만 겁에 질릴 것은 분명했다.그 말에 어멈은 조금 안심했는지 고개를 끄덕였다.드디어 도착한 봉씨 저택은 들어서자마자 음산한 기운이 느껴졌고 정원 안의 바람은 바깥과 완전히 달랐다.어멈은 그녀를 데리고 급히 내원으로 향했다.긴 회랑을 지날 때 갑자기 바람이 불어왔고 어둑한 회랑에는 등불의 잔영이 흔들리고 있었다.바로 다음 순간, 날카로운 웃음소리가 가깝고도 먼 듯한 거리에서 들려왔고 어멈은 순간 겁을 먹고 몸을 떨었다.바닥에 드리워진 자신의 그림자를 보니 그곳에는 한 아이가 쪼그리고 앉아있었다.“아!”어멈은 비명을 질렀고 눈앞이 캄캄해지면서 정신을 잃었다.낙청연의 눈빛은 삽시에 날카로워졌고, 그녀는 얼른 허리를 숙여 어멈의 상태를 살폈다. 어멈이 겁을 먹고 정신을 잃은 걸 확인한 뒤 낙청연은 계속해 안으로 들어갔다
주위가 밝아지면서 방 안의 시체가 사라졌고 낙청연은 여전히 처마 밑에 서 있었다. 광선 또한 달라졌고 발치에 있던 사람의 머리도 사라졌다.“아! 저리 가거라! 저리 가라고! 난 네 어미가 아니다! 저리 가란 말이다!”방 안에서는 겁에 질린 처절한 비명이 들려왔다.낙청연은 다른 건 신경 쓸 새도 없이 곧장 방 안으로 들어갔다.방문이 열리는 순간 부인은 방 안에서 이리저리 황급히 도망치고 있었고 무척 겁에 질린 상태였다.낙청연은 그녀를 덥석 끌어안았지만 그녀는 격렬히 저항했고 살고 싶다는 의지 때문인지 힘이 어마어마했다.낙청연은 손을 들어 그녀가 정신을 잃게 만들었고 쓰러진 그녀를 침상 위에 놓았다.맥을 짚어보니 맥박이 약했고 무척 놀라서 아이가 위험한 상태였다. 이러다간 아이를 잃을 수도 있었다.낙청연은 어떻게든 아이를 지키겠다는 생각으로 곧바로 은침을 꺼내 그녀에게 침을 놓아주었다.바로 그때 밖에서 음산한 아이의 목소리가 들려왔다.“저 아이를 죽여야 해! 죽여야 해!”역시나 그 아이가 부인 배 속의 아이를 죽이려 하고 있었다.곧이어 방 안의 꽃병이 바닥으로 쓰러졌고 쨍그랑하는 소리가 들려왔다.그 소리에 침상 위에 누워있던 부인이 움찔거리며 반응을 보였는데 배가 많이 아픈 듯했다.낙청연의 눈빛이 매서워졌다. 이 정도의 힘을 가지고 있고 환영으로 사람을 홀릴 정도라면 아주 강한 원한과 살기를 가지고 있다는 걸 뜻했다.만약 저 아이가 이러한 상태로 부인의 체내로 들어간다면 부인의 몸에 아주 큰 영향을 미칠 것이고 아이를 낳기도 전에 목숨을 잃을 것이었다.이 정도의 원한을 가지고 있으니 쫓아내는 것으로 부족했다. 반드시 없애야 했다.“너에게 다른 곳으로 갈 기회를 줬음에도 불구하고 다시 여기로 왔구나. 그렇다면 날 원망하지 말거라!”낙청연은 칼을 뽑아 들어 손바닥에 상처를 냈고 자신의 피로 침상 곁에서 부문을 그리기 시작했다. 그리고서는 신속히 방 안에서 나와 방문을 닫았고 그 위로 부적을 붙였다.낙청연은 곧장 천명 나침반을 꺼내 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