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청연은 곧바로 마차에 오르게 됐고 어멈은 마부더러 속도를 높이라 했다.낙청연이 물었다.“부인께 무슨 일이 있는 겁니까?”저번에 그들에게 약재를 건넸으니 별일 없어야 정상이었다.어멈은 옷자락을 꼭 쥔 채 긴장한 얼굴로 말했다.“또 왔습니다! 그 아이가 또 왔습니다.”그 말에 낙청연이 미간을 팍 찌푸렸다.“또 왔다니요?”인노침이 없는데 어떻게 또 찾아왔다는 말인가?“상황은 어떻습니까?”낙청연이 걱정스레 묻자 어멈은 고개를 저어 보였다.“아주 심각합니다. 그는 정원에 있고 저희 부인은 방안에 갇혀 있습니다. 이번에는 목숨을 지킬 수 있을지 모르겠습니다.”어멈은 옷자락을 꽉 쥐면서 중얼거렸다.“혹시라도 부인께 무슨 일이 생긴다면 저 또한 머리가 잘리게 될 터인데…”어멈의 무의식적인 말에 낙청연은 심장이 철렁 내려앉았다.머리가 잘리다니, 그 부인은 아마도 후궁인 듯했다.부진환과 함께 있다면 관직이 높거나 귀족일 게 분명한지만 황제의 여자일 줄은 생각지 못했다.“조급해하지 마세요. 그 아이는 부인 배속의 자리를 원합니다. 부인께서 잘못된다면 자신 또한 얻는 게 없을 것이니 부인을 다치게 하지는 않을 것입니다.”하지만 겁에 질릴 것은 분명했다.그 말에 어멈은 조금 안심했는지 고개를 끄덕였다.드디어 도착한 봉씨 저택은 들어서자마자 음산한 기운이 느껴졌고 정원 안의 바람은 바깥과 완전히 달랐다.어멈은 그녀를 데리고 급히 내원으로 향했다.긴 회랑을 지날 때 갑자기 바람이 불어왔고 어둑한 회랑에는 등불의 잔영이 흔들리고 있었다.바로 다음 순간, 날카로운 웃음소리가 가깝고도 먼 듯한 거리에서 들려왔고 어멈은 순간 겁을 먹고 몸을 떨었다.바닥에 드리워진 자신의 그림자를 보니 그곳에는 한 아이가 쪼그리고 앉아있었다.“아!”어멈은 비명을 질렀고 눈앞이 캄캄해지면서 정신을 잃었다.낙청연의 눈빛은 삽시에 날카로워졌고, 그녀는 얼른 허리를 숙여 어멈의 상태를 살폈다. 어멈이 겁을 먹고 정신을 잃은 걸 확인한 뒤 낙청연은 계속해 안으로 들어갔다
주위가 밝아지면서 방 안의 시체가 사라졌고 낙청연은 여전히 처마 밑에 서 있었다. 광선 또한 달라졌고 발치에 있던 사람의 머리도 사라졌다.“아! 저리 가거라! 저리 가라고! 난 네 어미가 아니다! 저리 가란 말이다!”방 안에서는 겁에 질린 처절한 비명이 들려왔다.낙청연은 다른 건 신경 쓸 새도 없이 곧장 방 안으로 들어갔다.방문이 열리는 순간 부인은 방 안에서 이리저리 황급히 도망치고 있었고 무척 겁에 질린 상태였다.낙청연은 그녀를 덥석 끌어안았지만 그녀는 격렬히 저항했고 살고 싶다는 의지 때문인지 힘이 어마어마했다.낙청연은 손을 들어 그녀가 정신을 잃게 만들었고 쓰러진 그녀를 침상 위에 놓았다.맥을 짚어보니 맥박이 약했고 무척 놀라서 아이가 위험한 상태였다. 이러다간 아이를 잃을 수도 있었다.낙청연은 어떻게든 아이를 지키겠다는 생각으로 곧바로 은침을 꺼내 그녀에게 침을 놓아주었다.바로 그때 밖에서 음산한 아이의 목소리가 들려왔다.“저 아이를 죽여야 해! 죽여야 해!”역시나 그 아이가 부인 배 속의 아이를 죽이려 하고 있었다.곧이어 방 안의 꽃병이 바닥으로 쓰러졌고 쨍그랑하는 소리가 들려왔다.그 소리에 침상 위에 누워있던 부인이 움찔거리며 반응을 보였는데 배가 많이 아픈 듯했다.낙청연의 눈빛이 매서워졌다. 이 정도의 힘을 가지고 있고 환영으로 사람을 홀릴 정도라면 아주 강한 원한과 살기를 가지고 있다는 걸 뜻했다.만약 저 아이가 이러한 상태로 부인의 체내로 들어간다면 부인의 몸에 아주 큰 영향을 미칠 것이고 아이를 낳기도 전에 목숨을 잃을 것이었다.이 정도의 원한을 가지고 있으니 쫓아내는 것으로 부족했다. 반드시 없애야 했다.“너에게 다른 곳으로 갈 기회를 줬음에도 불구하고 다시 여기로 왔구나. 그렇다면 날 원망하지 말거라!”낙청연은 칼을 뽑아 들어 손바닥에 상처를 냈고 자신의 피로 침상 곁에서 부문을 그리기 시작했다. 그리고서는 신속히 방 안에서 나와 방문을 닫았고 그 위로 부적을 붙였다.낙청연은 곧장 천명 나침반을 꺼내 들
여국 사람인 걸까?하지만 여국 사람이라면 상대는 오래전 천궐국에 왔어야 했다.그렇다면 여국의 사람이 이미 오래전 천궐국 세력과 결탁한 것일까? 문득 든 생각에 낙청연은 불안해졌다.만약 그것이 사실이라면 여국에는 천궐국의 세력이 섞여 들었을 것이고 그녀의 죽음도 이와 연관이 있을지도 몰랐다.낙청연은 손안의 인형을 힘주어 잡았다.그녀는 곧바로 몸을 돌려 방 안으로 들어갔고 부인을 위해 맥을 짚고 침을 놓은 뒤 처방까지 내렸다.그 뒤로 그녀는 밖으로 나가 정신을 잃고 쓰러진 어멈을 흔들어 깨웠다.“무슨, 무슨 일입니까?”그녀는 깜짝 놀라면서 정신을 차렸다. 그녀의 얼굴에는 여전히 당황과 공포가 드리워져 있었다.낙청연은 그녀에게 처방을 건네주며 말했다.“가서 약재를 구하세요. 이젠 괜찮습니다.”어멈은 그녀의 말에 깜짝 놀라면서 옆을 둘러봤고 주위가 잠잠해진 것을 두 눈으로 확인했다.“이젠 괜찮은 겁니까? 그렇다면 다행입니다. 다행이에요…”“얼른 가서 약을 구하세요.”낙청연의 당부에 어멈은 정신을 차리며 대꾸했다.“네, 지금 가보겠습니다.”어멈은 손에 처방을 든 채 급히 자리를 떴고 낙청연은 다시 방안으로 돌아왔다.부인은 이미 정신을 차린 상태였다. 문이 열리는 소리가 들리자 그녀는 몸을 부르르 떨면서 구석으로 몸을 피했다.낙청연은 그 모습에 살짝 놀라면서 낮게 말했다.“무서워하지 마세요. 접니다.”부인은 놀란 얼굴로 대꾸했다.“저 신산이오?’“그렇습니다.”부인은 그제야 침대 밖으로 나오면서 긴장한 얼굴로 주위를 둘러봤다.“진짜 괜찮은 것이 맞소? 그 아이는…”“완전히 해결됐으니 다시는 오지 않을 것입니다.”그녀의 몸에 인노침 같은 것이 있다고 해도 더는 찾을 필요가 없었다. 그 아이는 이제 다시는 찾아오지 못할 것이다.부인은 그녀의 말에 돌연 소리를 죽이며 울먹이기 시작했다.낙청연은 그녀가 여전히 두려워하고 있다는 걸 알고 있었기에 손을 들어 그녀의 어깨를 토닥였다.“걱정하지 마세요. 아이도 부인도 전부 무사합니다
그동안 억울한 일을 많이 당했음에도 누군가와 털어놓을 수 없었던 그녀는 낙청연에게 모든 걸 얘기했다.낙청연은 밤새 그녀의 곁을 지키면서 봉희의 얘기를 들어줬다.후궁에서 지내는 여인들은 그 운명이 고달팠다.평생을 갇혀 살아야 하니 말이다.큰 집안 아씨였던 그녀들은 아름다운 미래를 꿈꿀 수 있었지만 입궁하면서 모든 게 바뀌게 된다.날이 서서히 밝아왔고 밤이 주는 두려움이 사라졌다.감정도 상태도 많이 좋아진 봉희는 감격해 말했다.“고맙소. 밤새 내 푸념을 들어줘서.”“괜찮습니다. 좋지 못한 일들을 털어놓으면 기분이 한결 좋아지는 법이지요. 몸조리하는 데도 도움이 되고요.”봉희는 어멈을 불러 사례금을 주게 했다. 하지만 이번에는 단번에 만 냥이라는 큰돈을 건넸다.“부인, 이렇게 많이 주실 필요는 없습니다.”봉희는 싱긋 웃으며 대꾸했다.“내 돈이 아니오. 내 부군의 돈이지. 그분은 돈이 부족하지 않으니 그냥 받으시오.”황제가 돈이 부족할 리가 없었다.낙청연은 은표 한 상자를 넙죽 받았다.봉희가 말을 이어갔다.“나랑 친하게 지내는 부인께 저 신산을 소개해주겠소.”“감사합니다, 부인.”낙청연은 감격하며 말했고 봉희는 미소 띤 얼굴로 대답했다.“이제 여유가 생기신다면 다음번에 내 맥을 짚으러 와주실 수 있겠소?”“그럼요.”만 냥을 그냥 받을 수는 없었다.그 뒤 어멈은 낙청연을 바래다주었다.장락골목 33번 점포에는 열이 넘는 사람들이 줄지어 서 있었고 장사가 또 시작되었다.낙청연은 돈이 든 상자를 내려놓고는 옷을 갈아입고 얼굴을 가린 뒤 자리에 앉아 점을 치기 시작했다.—부진환은 오늘 아침에야 희 귀인이 큰 고비를 겪었음을 알게 되어 급히 봉씨 저택으로 향했다.희 귀인이 무사한 걸 확인하고 나서야 그는 안도의 한숨을 내쉴 수 있었다.황제는 당분간 출궁할 수 없었기에 그에게 희 귀인을 잘 돌봐달라고 부탁했었고 안전을 위해 부진환은 50명의 사람을 보내 봉씨 저택을 지키게 했다.어멈에게서 어젯밤 저 신산이 그들을 구했다는 얘기를
달빛 아래 자신의 앞에 모습을 드러낸 사람을 그녀는 똑똑히 알아봤다.그는 다름 아닌 부진환이었다.그의 차가운 손끝이 그녀의 면사에 닿으려 하자 낙청연은 머리를 뒤로 물리면서 몸을 피했다.그 순간 그의 손길이 그녀의 볼을 스쳤고 그 섬세한 느낌에 부진환은 손끝이 뜨거워졌다.낙청연은 손을 들어 면사를 내리누르며 몸의 균형을 잡았고 더없이 침착하고 평온하게 부진환을 바라보며 물었다.“이게 뭐 하는 짓입니까?”부진환은 미간을 구겼고 그의 눈동자에 의아함이 스쳐 지나갔다.그의 눈앞에 있는 자는 몸놀림이 예사롭지 않았다.“사내가 무슨 면사를 쓰는 것이오? 보여주지 못할 것이라도 있는 것이오?”부진환은 발걸음을 옮기며 그녀에게 가까이 다가갔고 낙청연은 연신 뒷걸음질 쳤다.“공자는 누구시길래 이리 간섭하시는 것입니까? 제가 무엇을 입고 쓰는지도 간섭하려 하시네요.”낙청연이 싸늘한 어조로 말했다.“왜 피하는 것이오? 뭐 찔리는 점이라도 있소?”날카로운 눈빛을 한 부진환은 낙청연을 뚫어질 듯이 쳐다봤다.“저는 공자께 길을 내드리려는 것입니다.”그녀는 몸을 피하면서 그에게 길을 내줬다.그러나 부진환은 그곳을 떠날 생각이 없었다. 그는 뒷짐을 지면서 싸늘한 눈길로 그녀를 바라보았다.“저 신산은 내가 아는 사람과 많이 닮은 것 같소.”부진환은 그와 낙청연이 대체 어디가 닮았는지 콕 집어 얘기할 수는 없었지만 저 신산에게서 익숙한 느낌을 받았다.그런데 낙청연이 웃음을 터뜨렸다.“그런 말씀은 저에게 통하지 않습니다.”그녀는 경멸 섞인 어조로 말했다.부진환은 그녀의 말에서 그 점을 느끼고는 미간을 구기며 물었다.“저 공자, 현산 어디의 제자라고 들었는데 내 점도 봐줄 수 있겠소?”낙청연은 생각지도 않고 곧바로 대답했다.“공자께서는 기운이 예사롭지 않으니 좋은 팔자를 타고났을 것입니다.”저 신산은 그의 신분을 모르는데도 그의 팔자가 좋다는 걸 보아낼 수 있었다.저 신산은 생각보다 능력 있어 보였다.“다른 일 없으시면 전 이만 돌아가 보겠습니
송천초는 그제야 기세를 거두어들였지만 도저히 웃음을 참을 수가 없었다. 옥구슬이 굴러가는 듯한 맑은 소리가 썰렁한 정원에 울려 퍼졌다.“전 온종일 많은 얘기들을 주워들었지요. 저희 구영 약방은 이름을 날리지 못했지만 저 신산의 아름다운 외모는 저 멀리까지 소문이 퍼졌더군요.”낙청연은 밖의 소식에 귀를 기울여본 적이 없었다. 매일 점을 보러오는 사람들이 가득했고 비록 작은 장사였지만 다 더해보면 꽤 수익이 짭짤했다.“오늘 봉씨 저택으로 갔는데 부진환이 날 의심하더구나. 내 얼굴이 멀쩡하다면 얼굴을 가릴 필요가 없지 않으냐? 얼굴을 가릴 적당한 이유가 필요하다.”낙청연은 본론을 꺼내며 계속해 물었다.“내 얼굴에 흉터 한두 개쯤 남길 방법이 있겠느냐? 사람들이 가짜라는 걸 눈치채지 못할 정도로 진짜 같은 것 말이다.”그녀에게도 방법이 있었으나 송천초의 신분을 생각하면 그녀가 접촉하는 약재들이 훨씬 더 많았기에 더 좋은 방법이 있을지도 몰랐다.송천초는 자신감에 찬 얼굴로 웃어 보였다.“그건 제가 아주 잘하는 일이지요! 전 어릴 때 몰래 산에서 내려가 논 적이 있습니다. 돌아와서 아버지께 혼날 것이 걱정되어 가짜 흉터를 몇 개 만들었는데 아버지께서는 마음이 아프셨는지 몇 마디 혼내고는 마셨습니다. 이 방법은 제가 십 년 넘게 써온 것이고 매번 효과가 굉장했지요. 가짜 흉터를 만드는 데 쓰이는 약재는 제가 공들여 선택한 것이라 아주 감쪽같이 속일 수 있을 것입니다. 가짜 피부를 두어 개쯤 만든 뒤 그 위에 흉터를 만들고 얼굴에 붙이면 됩니다. 부진환은 절대 눈치채지 못할 것입니다.”그 말에 낙청연은 마음이 한결 놓였다.“그러면 오늘 밤 만들어 내일 나에게 주거라.”앞으로 한동안 봉희를 진료해야 했으니 부진환과 마주칠 수도 있었다. 그녀는 절대 부진환에게 자신의 얼굴을 보여주지 않을 생각이었다.낙청연은 부진환이 낙청연을 죽었다고 생각하길 바랐다.다음 날, 송천초는 두 개의 흉터가 달린 가짜 피부를 그녀에게 건네줬고 그녀는 곧바로 그것을 얼굴에 붙였
낙청연의 표정은 무거워졌다.과연, 역시 피할 수 없는 거구나!서송원은 다급히 낙운희를 잡아당기더니 말했다: “운희, 더 이상 남을 난처하게 하지 마라, 어쩌면 우리는 신분부터 현저하게 차이 나니, 애초부터 인연이 아닌 것 같구나!”낙청연은 실눈을 뜨고 서송원을 훑어보았다. 이 녀석, 연극은 참 잘하는구나!이 말은 낙운희의 가슴을 더욱 아프게 했다. 그녀는 말했다: “그렇게 말씀하지 마십시오. 설령 인연이 아니라고 하더라도, 저는 이 인연을 억지로라도 끝까지 끌고 갈 것입니다!”말을 마치더니, 두 손을 상위에 얹고, 낙청연을 뚫어져라 내려다보더니 협박 섞인 어투로 말했다: “좋은 인연이라고 적어주세요! 그렇지 않으면 당신의 노점을 때려 부숴버리고 말 것입니다!”“지금 당신의 명성은 자자하다고 들었습니다. 만일 내가 나가서 당신이 보는 점은 하나도 영험하지 않다고 하면, 당신은 이 장사를 과연 계속할 수 있을까요?”어머니는 줄곧 서송원과 함께 있는 것을 동의하지 않았다. 이 때문에 여러 번 그녀를 벌하였고, 심지어 금족까지 하였다!요즘 경도에 족집게가 나타났다. 명성도 자자하다.그녀는 꼭 그의 축사를 받아내 어머니에게 보여줘야 한다. 그녀와 서송원은 결코 하늘이 맺어준 인연이라는 것을 증명하고, 그 누구도 그녀의 결심을 바꿀 수 없다는 것을 보여줘야 한다!낙청연은 미간을 찌푸리더니, 낙운희를 보면서 차갑게 말했다: “남의 돈벌이를 끊어버리는 것은 그 사람의 부모를 죽이는 것과 같다는 것을 낭자는 모르십니까?”“만일 계속 고집부리면, 당신의 인연 끈은 점점 더 나빠질 겁니다! 낭자, 덕을 많이 쌓기 바랍니다.”낙운희는 귀찮다는 듯이, 상을 아주 세게 내리치더니 말했다: “고칠 겁니까? 안 고칠 겁니까?”낙청연의 태도도 견결했다: “저는 종래로 거짓말을 하지 않습니다!”설사 낙운희를 속이는 것도 안 된다.낙운희가 좋은 인연이라는 축사를 받아 가려는 의도를 낙청연은 속으로 뻔히 알고 있었다. 틀림없이 이것을 핑계로 어머니를 설득하려고 하는 것
듣고 있던 송천초는 한창 생각하더니, 입꼬리를 올려 살짝 웃으며 말했다: “그 서송원이라는 자는 저를 본 적이 없습니다. 제가 가서 한 번 떠볼까요?”낙청연은 있더니 말했다: “뭘 하려고? 설마 미인계?”송천초의 눈가에 한 줄기 빛이 반짝이더니, 말했다: “서송원과 허청림이 한 패거리라면, 서송원은 저의 이름을 들어봤을 겁니다.”“만일 그자들이 원하는 사담이 저에게 있다는 것을 서송원이 알게 된다면, 저에게 접근하지 않을까요?”“그때 가서 당신은 방법을 생각하여, 낙운희가 저와 서송원이 함께 있는 모습을 딱 마주치게 하면 됩니다!”“어쨌든 우리의 목적은 장사를 위한 것입니다! 만일 수시로 한 번씩 와서 점포를 부순다면, 득보다 실이 더 많을 것입니다.”이 말을 듣던, 낙청연은 두 눈을 번쩍 뜨더니 말했다: “참 좋은 방법이구나!”그녀는 지금 체형이 훌쩍해졌고, 용모에도 다소 변화가 생겼다. 낙용 고모가 이 모든 것을 알게 되는 건 두렵지 않지만, 그래도 지금 태부부에 가는 것은 좀 불편했다.낙용 고모가 직접 찾아오면 몰라도……만일 혼자 힘으로 이 일을 해결할 수만 있다면, 낙용 고모를 더 이상 신경 쓰게 할 필요 없다.“좋다. 그럼 그렇게 하자꾸나!”“내 생각엔 낙운희가 나를 다시 찾아올 것 같구나! 그때 너는 기회를 봐서 이 거리에서 서송원과 우연히 마주치는 척하면 될 것이다!”송천초는 고개를 끄덕이었다.……아니나 다를까. 그날 오후, 낙운희는 또 서송원과 함께 점보는 가게 앞으로 왔다.낙운희가 걸어오더니, 점포를 한번 훑어보고는, 차갑게 웃으며 말했다: “빨리 치우셨습니다!”낙청연은 퉁명스럽게 말했다: “낭자, 다시 한번 권고하는데, 좋은 인연을 많이 쌓기를 바랍니다! 이런 나쁜 일을 하면 당신에게 이로울 것이 하나도 없습니다!”낙운희는 콧방귀를 뀌더니 말했다: “내가 정말 이런 점을 믿는 것 같습니까? 이건 단지 당신들 같은 강호 사기꾼들이 지어낸 말일 뿐입니다!”“내가 당신을 찾아온 이유는, 단지 좋은 인연이라는 축사를
“나는 더 이상 당신의 상대가 안 되오.”낙요는 고개를 돌려 바둑판을 보며 입꼬리를 살짝 올렸다.“당신을 이기기 위해서가 아니라, 당신과 함께 바둑을 두며 답답함을 풀기 위해서요.”부진환은 바둑알을 하나하나 거두었다.낙요는 실눈을 뜨고 하늘을 바라보며 손을 뻗었다. 햇빛이 손가락 사이로 새어 나왔다.“그러고 보니, 나의 답답함을 풀 사람은 당신뿐이오.”“심시몽은 어의원의 심사를 통과하고 정식으로 어의원에 들어가게 되었소. 그리고 강소풍의 집안에서도 그들의 혼사를 승낙하여 두 사람은 곧 혼사를 올릴 것이오.”“갑자기 심면과 낙현책도 혼사를 올려야 하지 않겠느냐는 생각이 들었소.”부진환이 웃으며 말했다.“일찍이 혼인할 나이가 되었지만, 아이들도 조급해하지 않는데 왜 그렇게 걱정하오?”낙요가 입꼬리를 살짝 올리며 여유롭게 말했다.“걱정하지 않소. 대소사를 모두 당신이 걱정하고 있지 않소? 초경의 수위가 있으니, 몇 년이 지나도록 용모가 변하지 않았소. ”“나 같으면 그렇게 걱정을 많이 했으니, 일찌감치 늙었을 것이오.”몇 년 동안 부진환은 그녀를 도와 적지 않은 조정의 일을 분담했다.그녀도 부진환의 동반에 습관이 되었다.갑자기 무언가 떠오른 낙요는 자리에서 일어나 부진환을 바라보며 손바닥에 턱을 괴고 물었다.“이 나이가 되니, 아이를 낳지 않은 것을 후회하오?”“걸을 수 없을 정도로 늙었을 때, 다른 사람의 자식들이 단란히 모여있는 것을 부러워할 것이오? ”부진환은 손에 든 물건을 내려놓고 진지하게 그녀를 보며 대답했다.“후회하지 않소.”“사람은 너무 욕심을 부려서는 안 되오.”“게다가 당신은 여제요. 당신이 늙었다고 해도 누가 감히 푸대접하겠소?”“당신이 조용히 지내는 것이 좋다고 하면 난 당신과 함께 있을 것이오. 초경의 수위로 늦게 늙는다고 하지 않았소? 앞으로 당신이 늙으면 내가 당신을 부축하고 업고 다닐 것이오.”낙요는 입꼬리를 살짝 올렸다.“참 좋소.”이듬해 가을.심시몽은 강소풍과 혼사를 올렸고 어의원 5품
강소풍은 고개를 끄덕이다 다급히 고개를 저으며 어찌할 바를 몰랐다.“아니오. 그런 뜻이 아니오. 어머니께서는 마음에 들어 하셨소.”설명할수록 강소풍은 상황이 복잡해지는 것 같았다.심시몽은 어두운 표정을 지었지만, 여전히 그를 위로했다.“자네의 뜻을 알고 있소. 설명할 필요 없소.”“시몽... 미안하오! 하지만 나는 포기하지 않을 것이오. 방법을 강구하여 어머니에게 자네의 진정한 모습을 보여줄 것이오. 분명 어머니도 자네를 받아들일 것이오. ”그 말에 심시몽은 살짝 놀라 의아한 듯 고개를 들어 그를 바라보았다.“나와 헤어지려는 것이 아니었소?”심시몽은 강소풍이 특별히 그녀를 찾아와 이 일을 설명하는 것을 보고, 그녀와 연을 끊으려는 것이라고 생각했다.“아니요. 그럴 리가 있소.”“나는 단지 이전의 약속을 지킬 수 없을 뿐이오. 이번 달 안에 혼담을 꺼낼 수 없을 텐데, 나를 기다려줄 수 있소?”“말재주가 좋지 않아 대체 어떻게 설명해야 할지 모르겠소. 어머니께서는 자네가 연약하고 힘없다고 생각하시오. 앞으로 내가 출정하면 자네가 홀로 집안을 지킬 텐데, 우리에게 좋지 않은 선택이라 생각하시오. ”이 말을 듣고 심시몽은 대충 뜻을 알아차렸다.“어머니께서는 문무를 겸비한 며느리를 원하고, 자네와 함께 전쟁터에 나가서 떨어져 있지 않아도 되기를 원하시오.”“나는 비록 무공을 할 줄 모르지만, 그래도 해낼 수 있소.”고개를 들어 올린 심시몽의 눈빛은 밝았다..강소풍은 놀라기도 했고 기쁘기도 했다.“정말이오? 여전히 나와 함께 있고 싶소? 포기하지 않을 것이오?”심시몽은 고개를 끄덕였다.“나를 위해 그렇게 많은 일을 했는데, 어찌 쉽게 포기할 수 있소? 자네가 포기하더라도 나는 포기하지 않을 것이오.”“강가는 장군 집안이라 분명 우리 언니와 같은 여인을 좋아할 것이오. 난 비록 언니와 비길 수 없지만 그래도 노력할 것이오.”“여제께서 나에게 약옥을 주었소. 만약 순 의원과 의술을 배울 수 있다면 어의원에 들어갈 기회가 있소.”“성공
이 말을 듣고 심시몽은 약간 의아해했다.“공주는 저를 탓하지 않습니까...”“그분은 공주시다. 천하를 품고 있는데, 어찌 네가 범한 작은 잘못을 추궁할 리 있냐?”“지금 너의 변화를 보면 공주도 더 이상 너를 탓하지 않을 것이다.”“하지만 차려야 할 예의는 없어서는 안 된다. 시간이 나면 공주에게 감사하다고 인사를 전하거라.”심시몽은 연신 고개를 끄덕였다.“예. 내일 가겠습니다.”“저는 먼저 약옥을 넣고 의관에 가겠습니다.”심시몽은 기쁜 마음에 빠른 걸음으로 달려갔고, 의기양양한 분위기를 풍겼다. 조금도 방금의 의기소침함이 없었다.심면도 기뻤다.모두가 만족스러운 결과를 얻은 것 같다.하지만 그와 동시에, 강소풍이 집에서 어머니와 싸우고 있었다.“안 된다고 하면 안 되는 것이다! 너를 현학서원에 보내 양성하는 것도 앞으로 네가 큰 성과를 거둘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다. 그러니 너도 마땅히 너와 어울릴 만한 부인을 얻어야 한다. 너와 전장을 누비며 적을 죽이는 그런 사람 말이다.”“힘없이 연약하게 집안에서 서방이 돌아오기를 손꼽아 기다리는 그런 평범한 아가씨는 안 된다.”“이전에 그 심시몽을 위해 집안의 빙천영지를 훔쳤고, 심지어 벌을 받고도 물건이 어디로 갔는지 말하려 하지 않았다. 난 그때부터 심시몽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그런데 지금 그 아이와 혼사를 올리려는 것이냐?”“말도 안 된다!”강부인은 단호한 태도로 조금도 말을 바꾸려 하지 않았다.강소풍은 내키지 않는 듯 반박했다.“심시몽이 평범하다니요? 어떻게 평범하다는 말입니까? 심시몽은 그저 무공이 부족할 뿐입니다. 세상 사람들이 모두 무예를 익혀야 하는 것은 아니지 않습니까?”“하물며 그녀의 언니는 이미 태자로 봉해졌습니다. 그러니 심시몽도 좋은 아가씨라는 것을 설명할 수 있지 않습니까?”강부인은 콧방귀를 뀌었다.“언니는 언니이고, 심시몽은 심시몽이다. 어찌 동일하게 논할 수 있겠냐?”“강가는 권세에 빌붙지 않고, 심시몽의 언니가 태자라는 것을 봐서 그녀를 맞이하려
“나중에 자네가 신의가 될지도 모르오.”심시몽이 웃으며 말했다.“자네의 좋은 말대로 되길 바라오.”모두 술을 마시며 음식을 먹고 있었다. 심면이 임계천에게 물었다.“자네는? 어디로 가고 싶소?”“나라에 보답할 수 있다면 어디든 좋소.”임계천이 담담하게 웃었다. 그는 특별히 가고 싶은 곳이 없었기에 그저 궁의 안배를 기다리고 있었다.다들 기분이 좋았고 투지가 넘치고 미래에 대한 동경으로 가득 차 있었다.술을 너무 늦은 시각까지 마셔서 그들은 심가에서 묵었다.오전이 되자, 각 집안의 하인들이 부랴부랴 사람을 찾아왔다. 몇 사람은 술에 취해 인사불성이 되었지만, 여전히 집으로 끌려갔다.궁에서 명을 받았기 때문이다.강소풍은 금군 기사영 통령으로 봉해져 도성과 황궁의 안위를 지키게 되었다.임계천은 형부로 전근되었다.소우청과 봉함선은 수주의 군영 부장군으로 명을 받았다.소우청의 행처는 그의 아버지 소진오가 좋은 경험을 하기를 바라며 부탁한 것이다.낙요는 봉함선이 여인이기에 그녀를 그렇게 멀고 험한 곳으로 보내고 싶지 않았다. 하지만 그녀는 주동적으로 수주에 갈 것을 청구했다.봉함선이 말했다.“여국은 역대로 여 장군이 없었습니다. 저는 첫 번째 여장군이 되고 싶습니다.”“만약 힘들고 험한 곳이 아니라면 어찌 제가 포부를 발휘할 수 있겠습니까?”낙요는 그녀의 담력과 야심을 높이 사고 그녀의 청을 승낙했다.“나는 네가 여국의 첫 번째 여장군이 되기를 기대한다.”이들 외에 현학서원의 다른 학생들도 그들로 하여금 실력을 발휘할 수 있는 새로운 행선지를 얻었다.유독 심시몽에 대해, 낙요는 따로 안배를 해주지 않았다.백서가 걱정했다.“어찌 유독 심시몽만 얘기가 없으십니까? 심시몽이 알면 마음이 편치 않을 것입니다.”낙요가 웃었다.“아니다. 이미 심면을 시켜 심시몽에게 한가지 물건을 보냈다.”백서는 살짝 놀랐다.“일찍이 계획이 있으셨군요.”이때의 심시몽은 홀로 넋을 잃고 연못가에 앉아있었다. 그녀의 마음은 마치 흩날리는 낙엽처럼 어수
유생이 드디어 알아차렸다.“그랬구나. 내가 어찌 이걸 잊은 것이냐.”“난 정말 운이 좋은 것 같구나. 이렇게 운 좋게 제사장 자리를 주울 수 있으니.”심면이 답했다.“아닙니다. 전에 제가 청주 전쟁에서 조난했을 때, 제자들을 통솔해 적과 싸우지 않았습니까? 현책보다 능력이 훨씬 뛰어났습니다.”“사저가 소제사장이 되는 것이 가장 적합합니다.”이렇게 칭찬하는 것을 듣고 유생은 쑥스러워하며 낙현책을 힐긋 쳐다보았다.“네가 이렇게 말하면 낙현책이 기뻐하지 않을 것이다.”낙현책이 웃으며 답했다.“그녀가 말한 것은 내가 하고 싶은 말이다.”“너는 나보다 대제사장이 더 잘 어울린다.”“나는 무학에서 너보다 좀 나을 뿐이다. 정말 대제사장이 되려면 너보다 잘할지 모를 일이다.”“다만 제사장 일족의 심사에는 이런 것이 없었다.”“하물며 나도 대제사장이 될 생각을 한 적이 없다. 내가 하고 싶은 것은 단지 여제가 기뻐하기를 바랄 뿐이다.”이 말을 듣고 유생은 마음이 놓였다.“불쾌하지 않았다면 다행이구나. 권력과 지위 앞에서 네가 이런 결정을 내릴 수 있다니, 정말 대단하구나!”“한 잔 권하마!”유생이 술잔을 들었다.바로 이때, 갑자기 대문이 열렸고, 사람이 도착하기도 전에 먼저 목소리가 들렸다.“사람이 아직 도착하지 않았는데, 왜 벌써 마시는 것이오?”“우리를 기다리지 않는다니, 의리가 없소!”몇 사람이 고개를 돌려 바라보니, 강소풍과 임계천이 술병을 들고 오는 것이 보였다.“오늘 밤 다들 왔구나!”“자, 심면과 유생을 위해 한 잔 하세!”모두 자리에 앉아서 잔을 들어 함께 마셨다.그렇게 한참 마시다 보니 술에 취한 강소풍이 흥분한 듯 입을 열었다.“얼마 지나지 않아 심가에 겹경사가 닥칠 것이오.”모두 멍해졌다.강소풍은 낙현책과 심면을 바라보았다.“여제가 두 사람의 일을 인정했으니, 언제 혼사를 치르는 것이오?”심면은 갑자기 얼굴을 붉어지며 황급히 강소풍에게 술을 따라주었다.“술을 마셔도 자네의 입을 막지 못한 것이오?”
“저희가 어찌 가족입니까?”“50냥의 이득을 본 걸 후회한다면서요?”이 말이 나오자 다들 얼굴이 새파랗게 질렸다.그들은 그제야 유생이 그날 밤 그들의 대화를 모두 들었다는 것을 깨달았다.어쩐지 상자를 도둑맞았더라니.유룽은 체면을 깎으며 사과했다.“유생아, 우리는 한 가족이니 티격태격하는 것도 정상이다. 그러나 다들 나쁜 생각은 없다.”“이전의 일은 모두 나의 잘못이다. 이렇게 너희들에게 사과하마!”“오늘 저녁 집으로 돌아가자. 너를 위해 잘 경축해야지 않겠느냐!”둘째아버지와 셋째 아버지도 모두 따라서 사과했다.집안 재산을 나누겠다고 얘기한 그날 그들이 각박한 만큼 지금 아주 자상했다.“유생아, 집으로 가자. 지나간 일은 잊고, 우리 가족 다시 시작하는 게 어떠냐?”“그래. 가족이 함께 지내면 얼마나 시끌벅적하냐? 따로 이곳에서 지내면 쓸쓸하지 않으냐?”“우리 집에 좋은 술도 두 병 간직하고 있는데, 유생을 축하하러 오늘 꺼내마!”유생은 표정을 바꾸지 않고 차분하고 차갑게 말했다.“다들 시간 낭비하지 마십시오.”“집안 재산을 나누고 연을 끊었는데, 어찌 번복할 사람이 있겠습니까?”“잘살든 못살든 더 이상 유가와 관계가 없습니다.”“다들 가시지요. 굳이 우리 집 앞에서 매달리려 한다면, 관아에 신고할 것입니다.”말을 마치고 유생은 방안으로 돌아와 차갑게 문을 닫았다.문밖의 사람들은 후회에 휩싸였다.게다가 둘째는 첫째를 원망하기 시작했다.“형님 탓입니다. 제사장 자리가 발표되기도 전에 넷째네를 쫓아내더니, 지금은 어떻게 하려는 것입니까?”셋째도 불평했다.“유생은 앞으로 대제사장이 될 것이오. 앞으로 유생 덕을 보긴커녕 이렇게 소란을 피웠으니, 앞으로 우리를 난처하게 할 수도 있소...”유롱은 짜증을 참지 못하고 말했다.“어찌 또 내 잘못이 되었냐?”“애초에 심사 결과가 나오자, 다들 하나하나 달려와서 유생네가 끝났다고, 그들 일가를 헛되이 잘해줬다고 하지 않았냐? 너희들이 모두 동의했기 때문에 넷째 일가를 쫓아낸 것이
자리에 있던 사람들은 매우 놀랐다.유가 사촌들은 냉기를 한 모금 들이마셨다.유생도 경악한 표정을 지었다.“왜 제가...”왜 낙현책이 아닌가?장 총관이 웃으며 말했다.“어서 명을 받으시지요. 소제사장”유생은 정신을 차리고 마음속으로 미친 듯이 기뻐하며 얼른 명을 받고 고마움을 전했다.장 총관은 자리에 있던 병사들을 힐긋 보고 유생에게 친절하게 물었다.“소제사장, 무슨 문제가 있습니까? 제가 처리할 필요가 있습니까?”유생은 웃으며 말했다.“필요 없습니다. 고맙습니다!”“어찌 사양하십니까? 제가 필요한 곳이 없다면, 이만 궁으로 돌아가 명을 전해야 합니다.”“예. 바래다 드리겠습니다.”유생은 장 총관을 골목 밖까지 배웅했다. 장 총관이 의미심장하게 일깨워주었다.“아가씨는 아직 소제사장의 권력을 모르고 있을 수도 있습니다. 도성에서 제사장의 권력은 여제와 대제사장에 버금갑니다.”“태자와 동등한 권력입니다.”“이런 사소한 일은 직접 처리할 필요도 없으니, 제게 한마디만 분부하면 됩니다.”유생은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일깨워 줘서 고맙습니다.”“오늘 여제께서 태자도 정하셨습니까? 심면입니까?”장 총관은 고개를 끄덕였다.“예. 심가에 뜻을 전하고 왔습니다.”장 총관을 떠나보내고 유생은 기쁨으로 가득 차 있었다. 그녀는 선택받을 줄 전혀 생각하지 못했다.분명히 낙현책한테 졌기 때문이다.심면도 태자로 봉해져서 참 좋았다.오늘 밤 심면을 찾아 축하하려면, 이 문제를 빨리 해결해야 한다.그녀는 빠른 걸음으로 문밖으로 돌아갔다.병사들은 즉시 공손한 태도를 바꾸어 그녀에게 예를 올렸다.“소제사장, 오늘 분명 오해일 것입니다. 저희는 먼저 떠나겠습니다.”유생이 차가운 소리로 호통을 쳤다.“멈추거라!”그들은 뻣뻣하게 자리에 서서 고개를 숙이고 땀을 뻘뻘 흘렸다.제사장의 말 한마디에 그들은 직무를 잃을 수도 있다.“수사를 더 해야 하는 거 아니오? 안 하시오?”“저희가 감히 소제사장의 집을 수색할 용기가 어디 있겠습니까? 오
낙현책은 고개를 끄덕였다.“나도 궁을 나가려던 참이다. 함께 가자.”유생은 단번에 알아차렸다.“심면을 찾으러 가는 것이냐?”“심사 결과가 나온 후, 심면을 만나지 못했구나.”“심면도 무슨 일이 생긴 것이냐?”낙현책은 생각에 잠긴 듯 말했다.“그런가 보구나.”“내가 도울 일이 있으면 언제든지 얘기하거라.”“그래.”두 사람이 함께 궁으로 나온 후 유생은 바로 집으로 돌아갔고 낙현책은 심면의 집으로 향했다.유가의 골목에 도착하자마자 시끄러운 소리가 들렸다.관아의 사람들이 유생의 집 앞을 막고 그녀의 부모님을 잡고 그들을 관아에 데리고 가려 했다.옆에는 그녀의 사촌들이 있었다.안색이 바뀐 유생은 다급히 달려갔다.“그만하시오!”“뭐 하는 것이오?”유생은 바로 부모님을 뒤에 감쌌다.유롱은 화가 난 표정으로 그녀를 바라보았다.“뭐 하냐니? 집안 재산을 나누었으니, 유가와 이젠 연이 없는 것이다. 집안 재산도 주지 않겠다고 했는데, 어찌 유가의 물건을 훔치는 것이냐? 그 상자에는 족히 수십만 냥이 있다!”“감히 너희랑 아무 연관도 없다고 할 수 있느냐?”유생은 그들이 이렇게 빨리 찾아올 줄 몰랐고, 관리에게 고소할 줄도 몰랐다.“우리가 훔쳤다는 증거라도 있습니까?”“증거도 없이 저희를 잡다니, 법을 따르셔야죠.”유롱이 노발대발하며 말했다.“유가 사람들이 네가 돌아온 것을 봤다!”“변명하지 말거라. 할 말이 있으면 감옥에 가서 변명하거라!”물건을 잃어버리고 그들이 유일하게 의심하는 사람은 유생이다.대가를 치르더라도 그들은 그 돈을 되찾으려 했다.“내가 돌아갔다고 돈을 훔쳤다는 것입니까? 농이 심하십니다!”“관청에 따라서 갈 수 있지만, 저희 부모님과는 연관이 없습니다. 증거가 없으면 함부로 사람을 잡을 수 없습니다!”유롱이 화를 냈다.“네 아버지와 어머니도 한패다! 당연히 관아로 데려가야 한다!”“나으리, 그들은 수십만 냥을 훔쳤습니다. 결코 적은 액수가 아닙니다. 나리께서 반드시 돈을 되찾아 주시기를 간청합니다!”
조영궁.심사 결과가 나온 후 오랫동안 기다리던 낙요는 드디어 낙현책이 오는 것을 기다렸다.“여제.”낙현책은 고개를 숙이고 여제를 마주할 엄두가 나지 않았다.“심사 결과가 나온 지 오래됐는데, 어찌 이제야 나를 찾아온 것이냐? 잘 고려한 것이냐?”낙현책은 고개를 끄덕이며 무릎을 꿇고 자리에서 일어나지 못했다.“여제를 실망하게 했습니다!”이 말을 듣고 낙요는 그의 결정을 알아차렸다.“일단 일어나서 얘기하거라.”낙현책은 무릎을 꿇고 일어나지 않았다.“여제의 가르침을 저버렸습니다. 저는 대제사장 자리를 감당할 수 없습니다!”낙요는 다소 실망했지만 그래도 의외는 아니었다.“잘 생각했느냐? 이 일은 번복한 기회가 없다.”낙현책이 세게 고개를 끄덕였다.“오랫동안 심사숙고한 후 내린 결정입니다.”“제가 여제를 실망하게 했습니다.”지금까지 이렇게 노력했고 최종 심사에서 1등까지 하였는데, 여제를 실망하게 했다.낙요는 자리에서 일어나 그를 일으켜 세웠다.“실망하지 않았다.”“네 실력은 모두가 다 알고 있다. 어찌 실망했겠느냐? 네가 후회하지 않으면 된다.”“이미 결정을 내린 이상 더 이상 그렇게 많은 생각을 하지 말거라. 마음을 놓고 네 목표를 향해 가거라.”“나는 네 결정을 존중한다!”여제가 화를 내지 않자, 낙현책은 그제야 한숨 돌렸다. 그는 감동에 겨웠다.“고맙습니다.”낙요는 그가 기뻐하는 모습을 보고 입꼬리를 살짝 올렸다.“그동안 심면을 만나지 않았겠구나? 어서 네 결정을 알리러 가거라.”낙현책은 고개를 끄덕이고 궁을 나갈 준비를 했다.그동안 심면도 고민하고 있었을 것이다. 두 사람에게 있어 정말 어려운 문제였다.누군가는 무언가를 포기해야 하기 때문이다.낙현책이 궁을 나서려는데 제사장족 제자가 그를 가로막았다.“유생이 궁에서 자네를 기다리고 있소. 급한 일이 있는 것 같소.”“급한 일? 알겠소.”유생은 그동안 궁에 있지 않았다. 갑자기 궁으로 찾아온 것을 보아, 중요한 일이 있는 듯했다.먼저 그녀를 만나고 궁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