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미는 흥분한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진짜입니다. 등 어멈은 지금도 서방 밖에 무릎을 꿇고 앉아 왕야께 사정하고 있습니다. 왕야께서 저택에 계시지 않다는 걸 모르는 것 같습니다.”그 말에 낙월영은 곧바로 방을 나섰다.“절대 왕야께서 이 일을 알게 하면 안 된다. 낙청연은 별원에서 죽어야 한다. 죽더라도 시체를 거두어주는 사람이 있어서는 안 되지!”낙월영은 득의양양했다.이번에는 그 누구도 낙청연을 구할 수 없을 것이다.부진환의 서방 앞에 도착한 낙월영은 아직도 사정하고 있는 등 어멈을 보았다.그녀는 차갑게 웃으면서 말했다.“등 관사, 우리 언니가 대체 네게 무슨 약을 먹였길래 이리 사정하는 것이냐? 안타깝게도 왕야께서는 언니가 죽든 말든 관여치 않겠다고 하셨지. 네가 사정해도 소용없는 일이다. 혹여 왕야를 화나게 한다면 네 관사의 자리까지 위험해질 수 있다.”낙월영은 코웃음을 치면서 그녀를 위협했고 등 어멈은 두려운 기색을 띠더니 곧바로 몸을 일으켜 다급히 자리를 떴다.낙월영은 등 어멈의 멀어지는 뒷모습을 보면서 냉소를 흘렸다.“역시, 사람은 이기적이구나. 자신의 이익과 관련된다면 누가 죽든 말든 신경이나 쓰겠느냐? 낙청연, 이번에는 널 도와줄 사람이 없을 것이다!”낙월영은 거만하게 웃어 보였다.등 어멈이 떠나고 난 뒤 낙월영은 장미에게 돈을 쥐여주며 말했다.“아랫것들에게 나눠주거라. 어떻게 해서든 그들이 입을 다물게 해야 할 것이야. 절대 그 누구도 낙청연의 일을 입에 올려서는 아니 된다.”낙청연의 처지를 왕야가 알아서는 안 된다.대문을 건너는데 손님이 왔는지 밖에서 소리가 들려왔고 가보니 진 태위가 와있었다.“난 왕야를 찾아온 것이 아니라 왕비 마마를 찾아온 것이다. 강에 빠졌던 게 언젠데 왜 아직도 왕비 마마를 뵐 수 없는 것이냐? 내 급히 볼일이 있다.”진 태위는 거절당하자 불쾌한 어조로 말했다.그는 왕비에게 감사 인사를 제대로 전한 적이 없었다. 저번에 사람을 보내 왕비를 저택까지 모시지 않았기에 왕비가 사람들에게 납
부진환은 미간을 주무르며 누그러진 말투로 말했다.“얼굴은 다 나았느냐? 괜찮아졌으면 인제 그만…”그 말에 낙월영은 털썩 무릎을 꿇더니 서럽게 울어댔다.“왕야께서는 절 내쫓으시려는 겁니까? 제가 잘못했습니다. 제가 감정이 격해져 진 태위의 기분을 상하게 했습니다. 하지만 절대 고의는 아니었습니다. 왕야, 절 용서해주세요.”낙월영의 불쌍한 모습과 훌쩍이며 우는 얼굴에 부진환은 순간 머리가 아팠다.그는 마음이 약해져 낙월영을 부축해 일으켜 세웠다.“난 네가 명분 없이 섭정왕부에 있는 게 걱정되어 그러는 것이다.”그 말에 낙월영은 조금 의아했지만 몰래 기뻐했다.“감사합니다, 왕야. 내일 제가 직접 저택으로 찾아가 진 태위께 사죄드리겠습니다.”부진환은 잠시 고민하더니 미간을 구기며 말했다.“아니다. 진 태위는 원래 말투가 그러니 가봤자 화만 더 돋울지도 모른다.”“알겠습니다.”낙월영은 고개를 숙이며 몰래 웃었다.역시 낙청연이 없으니 왕야는 자신을 더욱 아꼈다.그러나 부진환은 여전히 미간을 찌푸리고 있었다. 왜 낙월영이 울기만 하면 마음이 약해지는 것일까? 그는 절대 그런 사람이 아닌데 말이다.진짜 낙월영의 연기에 마음이 움직인 것일까?—장락골목 33번에 구영 약방(九瓔藥鋪)이 생겼다.구영 약방의 이름은 낙영의 영에서 따온 것이었다.송천초는 간판을 보면서 몹시 동의하듯 고개를 끄덕였다.“호월구영(皓月九瓔)은 보기 드문 약재지요. 저희 약방에 오면 온갖 희귀한 약재들을 다 볼 수 있으니 아주 잘 어울리는 이름입니다!”지초는 옆에서 그 얘기를 듣고 있었다. 그녀는 송천초와 왕비와 함께 다니면서 많은 약재를 알게 되었고 그중에는 이름도 들어본 적 없는 것들이 수두룩했다.송천초에게 이렇게 많은 보물이 있을 줄이야.낙청연은 고개를 돌려 송천초를 보았다.“네 약재는 곧 다 팔릴 것이다. 그러니 다른 보기 드문 약재들을 구해야 한다.”그 말에 송천초는 자신감 넘치는 어조로 대꾸했다.“그 점은 걱정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저희 집에는 다른
낙청연은 곧바로 마차에 오르게 됐고 어멈은 마부더러 속도를 높이라 했다.낙청연이 물었다.“부인께 무슨 일이 있는 겁니까?”저번에 그들에게 약재를 건넸으니 별일 없어야 정상이었다.어멈은 옷자락을 꼭 쥔 채 긴장한 얼굴로 말했다.“또 왔습니다! 그 아이가 또 왔습니다.”그 말에 낙청연이 미간을 팍 찌푸렸다.“또 왔다니요?”인노침이 없는데 어떻게 또 찾아왔다는 말인가?“상황은 어떻습니까?”낙청연이 걱정스레 묻자 어멈은 고개를 저어 보였다.“아주 심각합니다. 그는 정원에 있고 저희 부인은 방안에 갇혀 있습니다. 이번에는 목숨을 지킬 수 있을지 모르겠습니다.”어멈은 옷자락을 꽉 쥐면서 중얼거렸다.“혹시라도 부인께 무슨 일이 생긴다면 저 또한 머리가 잘리게 될 터인데…”어멈의 무의식적인 말에 낙청연은 심장이 철렁 내려앉았다.머리가 잘리다니, 그 부인은 아마도 후궁인 듯했다.부진환과 함께 있다면 관직이 높거나 귀족일 게 분명한지만 황제의 여자일 줄은 생각지 못했다.“조급해하지 마세요. 그 아이는 부인 배속의 자리를 원합니다. 부인께서 잘못된다면 자신 또한 얻는 게 없을 것이니 부인을 다치게 하지는 않을 것입니다.”하지만 겁에 질릴 것은 분명했다.그 말에 어멈은 조금 안심했는지 고개를 끄덕였다.드디어 도착한 봉씨 저택은 들어서자마자 음산한 기운이 느껴졌고 정원 안의 바람은 바깥과 완전히 달랐다.어멈은 그녀를 데리고 급히 내원으로 향했다.긴 회랑을 지날 때 갑자기 바람이 불어왔고 어둑한 회랑에는 등불의 잔영이 흔들리고 있었다.바로 다음 순간, 날카로운 웃음소리가 가깝고도 먼 듯한 거리에서 들려왔고 어멈은 순간 겁을 먹고 몸을 떨었다.바닥에 드리워진 자신의 그림자를 보니 그곳에는 한 아이가 쪼그리고 앉아있었다.“아!”어멈은 비명을 질렀고 눈앞이 캄캄해지면서 정신을 잃었다.낙청연의 눈빛은 삽시에 날카로워졌고, 그녀는 얼른 허리를 숙여 어멈의 상태를 살폈다. 어멈이 겁을 먹고 정신을 잃은 걸 확인한 뒤 낙청연은 계속해 안으로 들어갔다
주위가 밝아지면서 방 안의 시체가 사라졌고 낙청연은 여전히 처마 밑에 서 있었다. 광선 또한 달라졌고 발치에 있던 사람의 머리도 사라졌다.“아! 저리 가거라! 저리 가라고! 난 네 어미가 아니다! 저리 가란 말이다!”방 안에서는 겁에 질린 처절한 비명이 들려왔다.낙청연은 다른 건 신경 쓸 새도 없이 곧장 방 안으로 들어갔다.방문이 열리는 순간 부인은 방 안에서 이리저리 황급히 도망치고 있었고 무척 겁에 질린 상태였다.낙청연은 그녀를 덥석 끌어안았지만 그녀는 격렬히 저항했고 살고 싶다는 의지 때문인지 힘이 어마어마했다.낙청연은 손을 들어 그녀가 정신을 잃게 만들었고 쓰러진 그녀를 침상 위에 놓았다.맥을 짚어보니 맥박이 약했고 무척 놀라서 아이가 위험한 상태였다. 이러다간 아이를 잃을 수도 있었다.낙청연은 어떻게든 아이를 지키겠다는 생각으로 곧바로 은침을 꺼내 그녀에게 침을 놓아주었다.바로 그때 밖에서 음산한 아이의 목소리가 들려왔다.“저 아이를 죽여야 해! 죽여야 해!”역시나 그 아이가 부인 배 속의 아이를 죽이려 하고 있었다.곧이어 방 안의 꽃병이 바닥으로 쓰러졌고 쨍그랑하는 소리가 들려왔다.그 소리에 침상 위에 누워있던 부인이 움찔거리며 반응을 보였는데 배가 많이 아픈 듯했다.낙청연의 눈빛이 매서워졌다. 이 정도의 힘을 가지고 있고 환영으로 사람을 홀릴 정도라면 아주 강한 원한과 살기를 가지고 있다는 걸 뜻했다.만약 저 아이가 이러한 상태로 부인의 체내로 들어간다면 부인의 몸에 아주 큰 영향을 미칠 것이고 아이를 낳기도 전에 목숨을 잃을 것이었다.이 정도의 원한을 가지고 있으니 쫓아내는 것으로 부족했다. 반드시 없애야 했다.“너에게 다른 곳으로 갈 기회를 줬음에도 불구하고 다시 여기로 왔구나. 그렇다면 날 원망하지 말거라!”낙청연은 칼을 뽑아 들어 손바닥에 상처를 냈고 자신의 피로 침상 곁에서 부문을 그리기 시작했다. 그리고서는 신속히 방 안에서 나와 방문을 닫았고 그 위로 부적을 붙였다.낙청연은 곧장 천명 나침반을 꺼내 들
여국 사람인 걸까?하지만 여국 사람이라면 상대는 오래전 천궐국에 왔어야 했다.그렇다면 여국의 사람이 이미 오래전 천궐국 세력과 결탁한 것일까? 문득 든 생각에 낙청연은 불안해졌다.만약 그것이 사실이라면 여국에는 천궐국의 세력이 섞여 들었을 것이고 그녀의 죽음도 이와 연관이 있을지도 몰랐다.낙청연은 손안의 인형을 힘주어 잡았다.그녀는 곧바로 몸을 돌려 방 안으로 들어갔고 부인을 위해 맥을 짚고 침을 놓은 뒤 처방까지 내렸다.그 뒤로 그녀는 밖으로 나가 정신을 잃고 쓰러진 어멈을 흔들어 깨웠다.“무슨, 무슨 일입니까?”그녀는 깜짝 놀라면서 정신을 차렸다. 그녀의 얼굴에는 여전히 당황과 공포가 드리워져 있었다.낙청연은 그녀에게 처방을 건네주며 말했다.“가서 약재를 구하세요. 이젠 괜찮습니다.”어멈은 그녀의 말에 깜짝 놀라면서 옆을 둘러봤고 주위가 잠잠해진 것을 두 눈으로 확인했다.“이젠 괜찮은 겁니까? 그렇다면 다행입니다. 다행이에요…”“얼른 가서 약을 구하세요.”낙청연의 당부에 어멈은 정신을 차리며 대꾸했다.“네, 지금 가보겠습니다.”어멈은 손에 처방을 든 채 급히 자리를 떴고 낙청연은 다시 방안으로 돌아왔다.부인은 이미 정신을 차린 상태였다. 문이 열리는 소리가 들리자 그녀는 몸을 부르르 떨면서 구석으로 몸을 피했다.낙청연은 그 모습에 살짝 놀라면서 낮게 말했다.“무서워하지 마세요. 접니다.”부인은 놀란 얼굴로 대꾸했다.“저 신산이오?’“그렇습니다.”부인은 그제야 침대 밖으로 나오면서 긴장한 얼굴로 주위를 둘러봤다.“진짜 괜찮은 것이 맞소? 그 아이는…”“완전히 해결됐으니 다시는 오지 않을 것입니다.”그녀의 몸에 인노침 같은 것이 있다고 해도 더는 찾을 필요가 없었다. 그 아이는 이제 다시는 찾아오지 못할 것이다.부인은 그녀의 말에 돌연 소리를 죽이며 울먹이기 시작했다.낙청연은 그녀가 여전히 두려워하고 있다는 걸 알고 있었기에 손을 들어 그녀의 어깨를 토닥였다.“걱정하지 마세요. 아이도 부인도 전부 무사합니다
그동안 억울한 일을 많이 당했음에도 누군가와 털어놓을 수 없었던 그녀는 낙청연에게 모든 걸 얘기했다.낙청연은 밤새 그녀의 곁을 지키면서 봉희의 얘기를 들어줬다.후궁에서 지내는 여인들은 그 운명이 고달팠다.평생을 갇혀 살아야 하니 말이다.큰 집안 아씨였던 그녀들은 아름다운 미래를 꿈꿀 수 있었지만 입궁하면서 모든 게 바뀌게 된다.날이 서서히 밝아왔고 밤이 주는 두려움이 사라졌다.감정도 상태도 많이 좋아진 봉희는 감격해 말했다.“고맙소. 밤새 내 푸념을 들어줘서.”“괜찮습니다. 좋지 못한 일들을 털어놓으면 기분이 한결 좋아지는 법이지요. 몸조리하는 데도 도움이 되고요.”봉희는 어멈을 불러 사례금을 주게 했다. 하지만 이번에는 단번에 만 냥이라는 큰돈을 건넸다.“부인, 이렇게 많이 주실 필요는 없습니다.”봉희는 싱긋 웃으며 대꾸했다.“내 돈이 아니오. 내 부군의 돈이지. 그분은 돈이 부족하지 않으니 그냥 받으시오.”황제가 돈이 부족할 리가 없었다.낙청연은 은표 한 상자를 넙죽 받았다.봉희가 말을 이어갔다.“나랑 친하게 지내는 부인께 저 신산을 소개해주겠소.”“감사합니다, 부인.”낙청연은 감격하며 말했고 봉희는 미소 띤 얼굴로 대답했다.“이제 여유가 생기신다면 다음번에 내 맥을 짚으러 와주실 수 있겠소?”“그럼요.”만 냥을 그냥 받을 수는 없었다.그 뒤 어멈은 낙청연을 바래다주었다.장락골목 33번 점포에는 열이 넘는 사람들이 줄지어 서 있었고 장사가 또 시작되었다.낙청연은 돈이 든 상자를 내려놓고는 옷을 갈아입고 얼굴을 가린 뒤 자리에 앉아 점을 치기 시작했다.—부진환은 오늘 아침에야 희 귀인이 큰 고비를 겪었음을 알게 되어 급히 봉씨 저택으로 향했다.희 귀인이 무사한 걸 확인하고 나서야 그는 안도의 한숨을 내쉴 수 있었다.황제는 당분간 출궁할 수 없었기에 그에게 희 귀인을 잘 돌봐달라고 부탁했었고 안전을 위해 부진환은 50명의 사람을 보내 봉씨 저택을 지키게 했다.어멈에게서 어젯밤 저 신산이 그들을 구했다는 얘기를
달빛 아래 자신의 앞에 모습을 드러낸 사람을 그녀는 똑똑히 알아봤다.그는 다름 아닌 부진환이었다.그의 차가운 손끝이 그녀의 면사에 닿으려 하자 낙청연은 머리를 뒤로 물리면서 몸을 피했다.그 순간 그의 손길이 그녀의 볼을 스쳤고 그 섬세한 느낌에 부진환은 손끝이 뜨거워졌다.낙청연은 손을 들어 면사를 내리누르며 몸의 균형을 잡았고 더없이 침착하고 평온하게 부진환을 바라보며 물었다.“이게 뭐 하는 짓입니까?”부진환은 미간을 구겼고 그의 눈동자에 의아함이 스쳐 지나갔다.그의 눈앞에 있는 자는 몸놀림이 예사롭지 않았다.“사내가 무슨 면사를 쓰는 것이오? 보여주지 못할 것이라도 있는 것이오?”부진환은 발걸음을 옮기며 그녀에게 가까이 다가갔고 낙청연은 연신 뒷걸음질 쳤다.“공자는 누구시길래 이리 간섭하시는 것입니까? 제가 무엇을 입고 쓰는지도 간섭하려 하시네요.”낙청연이 싸늘한 어조로 말했다.“왜 피하는 것이오? 뭐 찔리는 점이라도 있소?”날카로운 눈빛을 한 부진환은 낙청연을 뚫어질 듯이 쳐다봤다.“저는 공자께 길을 내드리려는 것입니다.”그녀는 몸을 피하면서 그에게 길을 내줬다.그러나 부진환은 그곳을 떠날 생각이 없었다. 그는 뒷짐을 지면서 싸늘한 눈길로 그녀를 바라보았다.“저 신산은 내가 아는 사람과 많이 닮은 것 같소.”부진환은 그와 낙청연이 대체 어디가 닮았는지 콕 집어 얘기할 수는 없었지만 저 신산에게서 익숙한 느낌을 받았다.그런데 낙청연이 웃음을 터뜨렸다.“그런 말씀은 저에게 통하지 않습니다.”그녀는 경멸 섞인 어조로 말했다.부진환은 그녀의 말에서 그 점을 느끼고는 미간을 구기며 물었다.“저 공자, 현산 어디의 제자라고 들었는데 내 점도 봐줄 수 있겠소?”낙청연은 생각지도 않고 곧바로 대답했다.“공자께서는 기운이 예사롭지 않으니 좋은 팔자를 타고났을 것입니다.”저 신산은 그의 신분을 모르는데도 그의 팔자가 좋다는 걸 보아낼 수 있었다.저 신산은 생각보다 능력 있어 보였다.“다른 일 없으시면 전 이만 돌아가 보겠습니
송천초는 그제야 기세를 거두어들였지만 도저히 웃음을 참을 수가 없었다. 옥구슬이 굴러가는 듯한 맑은 소리가 썰렁한 정원에 울려 퍼졌다.“전 온종일 많은 얘기들을 주워들었지요. 저희 구영 약방은 이름을 날리지 못했지만 저 신산의 아름다운 외모는 저 멀리까지 소문이 퍼졌더군요.”낙청연은 밖의 소식에 귀를 기울여본 적이 없었다. 매일 점을 보러오는 사람들이 가득했고 비록 작은 장사였지만 다 더해보면 꽤 수익이 짭짤했다.“오늘 봉씨 저택으로 갔는데 부진환이 날 의심하더구나. 내 얼굴이 멀쩡하다면 얼굴을 가릴 필요가 없지 않으냐? 얼굴을 가릴 적당한 이유가 필요하다.”낙청연은 본론을 꺼내며 계속해 물었다.“내 얼굴에 흉터 한두 개쯤 남길 방법이 있겠느냐? 사람들이 가짜라는 걸 눈치채지 못할 정도로 진짜 같은 것 말이다.”그녀에게도 방법이 있었으나 송천초의 신분을 생각하면 그녀가 접촉하는 약재들이 훨씬 더 많았기에 더 좋은 방법이 있을지도 몰랐다.송천초는 자신감에 찬 얼굴로 웃어 보였다.“그건 제가 아주 잘하는 일이지요! 전 어릴 때 몰래 산에서 내려가 논 적이 있습니다. 돌아와서 아버지께 혼날 것이 걱정되어 가짜 흉터를 몇 개 만들었는데 아버지께서는 마음이 아프셨는지 몇 마디 혼내고는 마셨습니다. 이 방법은 제가 십 년 넘게 써온 것이고 매번 효과가 굉장했지요. 가짜 흉터를 만드는 데 쓰이는 약재는 제가 공들여 선택한 것이라 아주 감쪽같이 속일 수 있을 것입니다. 가짜 피부를 두어 개쯤 만든 뒤 그 위에 흉터를 만들고 얼굴에 붙이면 됩니다. 부진환은 절대 눈치채지 못할 것입니다.”그 말에 낙청연은 마음이 한결 놓였다.“그러면 오늘 밤 만들어 내일 나에게 주거라.”앞으로 한동안 봉희를 진료해야 했으니 부진환과 마주칠 수도 있었다. 그녀는 절대 부진환에게 자신의 얼굴을 보여주지 않을 생각이었다.낙청연은 부진환이 낙청연을 죽었다고 생각하길 바랐다.다음 날, 송천초는 두 개의 흉터가 달린 가짜 피부를 그녀에게 건네줬고 그녀는 곧바로 그것을 얼굴에 붙였
“그럼, 동하국을 공격하려는 계획을 늦추려는 것이오? 그 여인을 상대로 우리는 이길 수 있을지 모를 일이오.”부진환이 사색에 잠긴 그때, 갑자기 옆에 누군가 걸어와 당당하게 말했다.“얼마나 대단한지 내가 한 번 만나보겠소.”걸어온 사람은 초경과 송천초였다.“방금 말한 그 사람이 정말 보통 사람의 실력을 뛰어넘었다면 나밖에 상대할 사람이 없을 것이오.”“불필요한 희생을 피하려면 나한테 지도를 주시오. 내가 만나보고 오겠소.”“그 여인을 해결한 후 다시 동하국을 공격해도 늦지 않았소.”그의 말을 듣고 부진환은 곰곰이 생각하다 지도를 건네주었다.“좋소. 가서 상황을 알아보고 상대의 실력을 파악하시오.”“어찌 됐든 동하국의 땅이니, 무슨 위험이 있을지 모르오. 꼭 조심하시오.”초경은 지도를 건네받았다.“좋소. 지금 바로 출발하겠소.”초경은 지도를 품에 넣으며 몸을 돌려 송천초를 바라보며 낮은 소리로 말했다.“곧 돌아올 것이오.”송천초가 고개를 끄덕였다.“조심하십시오.”그리고 초경은 동하국으로 떠났다.그의 속도로 반나절도 걸리지 않아 바다에 있는 그 나라를 찾았다. 비교적 큰 섬을 찾으면 되는 일이니 어려운 것 없었다.바다에서 나타난 그를 보고 동하국 병사들은 깜짝 놀라 적의 기습이라고 큰 소리로 외쳤다.다들 모여들어 해안가에 칼을 겨누었지만 가까이 온 사람이 초경 한 명인 것을 보고 외쳤다.“감히 이곳에 혼자 오다니!”“당장 생포하거라!”병사들이 그를 에워쌌지만, 초경이 소매를 휘두르자 다들 멀리 날아갔다.동하국 사람들은 깜짝 놀라 더 이상 그를 얕보지 않았다. 하지만 그들은 여전히 초경의 상대가 아니었다.압도적인 초경의 힘 앞에서 그들은 조금도 반항할 힘이 없었다.그렇게 초경은 동하국 왕궁까지 쳐들어갔다.아무도 그를 막을 수 없자, 누군가 다급히 소리쳤다.“약사를 부르거라! 어서 약사를 부르거라!”기세등등하게 쳐들어온 적을 보고 동하국은 대량의 병사를 보내 그가 궁으로 들어오지 못하게 막으려 헀다.동하국 왕은 이미
부소는 잠깐 멈칫했다.옥교는 슬픈 표정으로 눈물을 닦으며 방을 나섰다.부소는 미간을 찌푸리고 침대 위에 누워 있는 부원뢰를 보다 이불을 덮어 주고 방을 나갔다.방을 나가자마자 부소는 의원 일꾼에게 돈을 주며 술과 음식을 준비하라 했다.옥교는 이해하지 못했다.“어찌 정말...”부소는 난감한 듯 입을 열었다.“아마도 괜찮을 것이오.”“폐부를 다쳐 약으로 치료도 못 하는 상황에 어찌 기운이 가득한 말투로 말한다는 말이오?”“의원에게 물어야겠소.”옥교는 깜짝 놀라 그의 뒤를 따랐다.부소는 의원을 찾아 다시 물으려 했지만, 의원은 그의 눈빛을 피하며 핑계를 쓰고 그를 피하려 했다.그럴수록 부소는 의원을 보내지 않았다.결국 의원이 식은땀을 뻘뻘 흘리며 말했다.“아버님이 그렇게 말하라 협박했소. 내가 허락하지 않으면, 귀신을 풀어서 나를 잡아먹겠다고 했소.”“정말 어쩔 수 없이 거짓말을 했네.”“그는 내상을 입었지만 치명적이진 않아 약을 먹고 한 달 정도 조리하면 완쾌할 수 있소.”그 말을 듣고 옥교는 놀라움을 금치 못하고 눈물을 닦기도 전에 다급히 물었다.“정말입니까? 괜찮으신 겁니까?”의원이 고개를 끄덕였다.“사실이오!”“이번에는 절대 거짓말을 하지 않았네.”부소는 그 말을 듣고 미간을 찌푸리고 화가 치밀어 오른 표정을 지었다.“이 늙은이가 감히 나를 놀리다니!”부소는 화가 치밀어 올라 뒷마당으로 걸어갔다. 옥교는 그가 부원뢰를 찾아가 싸울까 봐 얼른 그를 붙잡고 설득했다.“아버님을 푹 쉬게 하시오. 몸이 괜찮은 것도 좋은 일 아니오? 괜히 놀란 일이니, 걱정하지 마시오!”부소는 여전히 화가 났다.“누가 이렇게 자신을 저주하는 것이오?”비록 말은 그렇게 내뱉었지만 적어도 아버지가 살아 계시니, 부소도 마음이 조금 놓였다.“참, 동하국의 위치를 탐사한 대오의 사상자가 심각한 터라 돌보러 가겠소. 아버지를 잘 챙겨주시오.”옥교가 고개를 끄덕였다.“좋소. 어서 가보시오. 아버님은 내가 돌보겠소.”-부소는 바로 막사로
부소는 깜짝 놀라 다급히 부원뢰를 업으려 했다.“아버지를 데리고 도성에 가서 의술이 더 뛰어난 의원을 찾겠습니다!”“분명 방법이 있을 것입니다!”부원뢰는 부소의 손을 잡아당겼다.“콜록... 내 몸은 내가 잘 알고 있다. 난 시일이 얼마 남지 않았다.”“사람은 결국 죽을 테니, 그렇게 걱정하지 말거라.”부원뢰는 힘없이 말하며 그를 위로하려 억지 미소를 지으며 부소의 손등을 두드렸다.“어떻게 이럴 수가...”부소는 이 사실을 받아들일 수 없었다.부원뢰는 길게 한숨을 쉬었다.“나도 생각지 못했다.”“네가 장가를 가고 아이를 낳는 것도 보지 못했는데, 아쉬움을 품고 가야 할 것 같구나.”말을 마치고 그는 옆에서 눈시울을 붉히고 있는 옥교를 보며 그녀를 향해 손을 흔들었다.“아가씨, 하나만 묻겠네. 부소가 마음에 드느냐?”옥교는 멈칫하다 저도 몰래 고개를 돌려 부소를 바라보았다.부원뢰가 말했다.“너에게 물은 것이니, 부소를 보지 말거라.”“내가 곧 죽는다고 해서 듣기 좋은 말로 위로하려 하지 말거라. 난 그저 사실을 듣고 싶을 뿐이다.”옥교는 조금 쑥스러웠지만 그래도 솔직하게 고개를 끄덕였다.부원뢰는 그녀의 손을 잡고 품에서 피로 물든 옥팔찌 하나를 꺼내 꼼꼼히 닦은 후 옥교에게 건네주었다.“이 팔찌는 부소 어머니의 혼수다. 이번에 이곳으로 온 것도 부소 어머니의 임무를 받고 온 것이다. 네가 참 마음에 드는구나. 앞으로 두 사람이 함께 있든 아니든 이 팔찌를 받기를 바란다.”“내 소원을 들어준다고 생각하거라. 그렇지 않으면 죽어서도 부소 어머니의 임무를 완수하지 못한 것이 한이 될 것이다.”옥교는 그 말을 듣고 놀라기도 했고 난처하기도 했다.그녀는 부소의 마음도 모르는데 어떻게 며느리의 신분을 의미하는 받을 수 있겠는가.게다가 이 옥팔찌는 너무도 귀하다.부소도 그녀가 난처한 것을 알고 말했다.“그냥 받으시오.”옥교는 그제야 팔찌를 받았다.그녀는 나중에 부소에게 돌려주기로 생각했다. 그녀는 부소가 아버지의 아쉬움을 달래
눈시울을 붉히고 눈물이 그렁그렁한 송천초의 모습을 보며 초경은 마음이 아프면서도 못내 기뻤다.그는 참지 못하고 고개를 숙여 그녀의 입술에 뽀뽀했다.그는 작은 소리로 말했다.“가치가 있다고 하면 가치가 있는 것이오!”초경은 별처럼 반짝이는 눈동자로 그녀를 부드럽게 바라보았다. 그의 확고한 눈빛에 송천초는 저도 몰래 팔을 들어 그의 목을 휘감고 더욱 적극적인 대답을 했다....송천초는 날이 밝자마자 깨어났다.그녀는 옆에 누워 있는 초경을 보고 참지 못하고 손을 뻗어 그의 얼굴을 어루만지며 그에게서 시선을 돌리려 하지 않았다.“뭘 그렇게 보는 것이오? 그렇게 좋소?”갑자기 눈을 뜬 초경이 입꼬리를 올렸다.“깨어나셨습니까?”“본디 잠이 많지 않소.”초경은 말하면서 얼굴을 쓰다듬고 있던 송천초의 손을 잡고 잡아당겼다.“왜 그러시오? 아침부터 왜 그리 걱정이 많은 것이오?”“다음 생에 당신처럼 잘해 주는 사람을 다시 만날 수 없을 것 같습니다.”송천초는 그의 손을 꼭 잡고 진지하게 그를 바라보았다.“다음 생에 꼭 일찍 저를 찾아오십시오.”“다음 생이 지나도 마찬가지입니다.”초경은 그녀의 말에 웃음을 터트리고 진지하게 고개를 끄덕였다.“좋소. 다음 생에도 앞으로도 꼭 일찍 찾아 지켜줄 것이오.”“평생 지켜줄 것이오.”그 말을 듣고 송천초가 진지하게 말했다.“그럼, 수명도 아껴야지 않겠습니까? 수명이 줄면 어찌 저를 평생 지켜줄 수 있습니까?”초경은 멈칫하다 마음이 따뜻해져 그녀를 꼭 안았다.“좋소. 자네의 말을 듣고 소중히 아끼겠소.”“하지만 동하국을 없애는 일은 이미 부진환에게 승낙했으니, 약속을 어길 순 없지 않소?”“걱정하지 마시오. 이 일은 큰 영향을 주지 않을 것이오.”“앞으로 뭐든 자네의 말을 듣고 수명을 소중히 여기며 평생 당신을 지켜줄 것이오.”송천초도 그를 꼭 껴안았다.“좋습니다.”-며칠 후, 이한도 쪽에서 고강해를 미끼로 삼아 그를 구하려는 사람을 몇 명 잡았다.심문하자, 그들은 모두 왕자를 구하러
막사로 돌아간 후 부진환은 계획을 짜기 시작했다. 그는 고강해를 미끼로 삼으려고 이한도로 데려갔다.그리고 동하국에 소식을 전해 투항을 권했다.3일도 지나지 않아 동하국 선박이 이한도 부근에 와서 고강해가 정말 이한도에 있는지 알아보려 했다.그와 동시에 송천초와 초경도 청주를 찾아왔다.부진환은 소식을 듣고 직접 맞이하러 가서 열정적으로 접대했다.세 사람은 정원에 술과 안주를 준비했다.부진환은 술을 따르고 말했다.“여제께서 두 사람이 올 것이라 편지를 보냈는데 이렇게 빨리 올 줄은 몰랐소. 왜 며칠 더 놀다 오지 않은 것이오?”송천초가 눈썹을 치켜올렸다.“이젠 여제라 부르는 것입니까? 괜히 낯설어 보이십니다.”부진환은 멈칫하다 웃으며 답했다.“보는 눈도 많은데 마음대로 여제의 이름을 부르는 것이 예의가 아니지 않소. 이미 여제라 부르는 것이 익숙하오.”“하긴 여국의 부 태사시니, 여제께 무례를 범하며 안 되시지요. 이렇게 빨리 여국으로 오실 줄 몰랐습니다. 부 태사 같은 분은 정말 흔치 않습니다.”“자, 제가 한 잔 드리지요!”송천초는 술잔을 들고 단숨에 다 마셨고 부진환도 잔을 들어 술을 마셨다.두 사람은 전쟁에 대해 이야기를 꺼내지 않았지만, 초경이 마음이 급한 듯 먼저 입을 열었다.“동하국과의 전쟁은 어떻게 되었소?”“동하국 위치는 알아낸 것이오? 내가 가서 그들을 죽일 것이오.”“절대 늦어서는 안 되오.”부진환은 살짝 당황했다.“그리 조급해하는 것이오?”초경은 천천히 음식을 먹으며 물었다.“빨리 없애는 것이 좋지 않소?”“일찍 끝내야 천초가 매일 같이 걱정을 하지 않을 것이오.”부진환이 웃으며 답했다.“동하국의 위치는 이미 사람을 보내 알아보고 있소. 아마 곧 소식이 있을 것이오.”“하지만 자네는 이제 보통 사람이 아니오. 나라 사이의 전쟁에 끼어들면 수위에 영향을 끼치지 않겠소?”사실 이 일은 초경이 나설 일이 아니다.평소 송천초를 지키기 위해 사람을 몇 명 죽이는 것은 괜찮지만, 나라 사이의 전쟁은 결코
고강해가 고개를 끄덕였다.“그렇소. 그들이 원하는 것은 열쇠요.”“하지만 다들 열쇠가 가짜라는 것을 모르고 있소.”부진환은 곰곰이 생각하다 또 좋은 계획이 떠올랐다.그가 물었다.“당신을 대신한 형제들과 고옥서 남매를 제외하고 몇 명의 성인 형제자매가 있는 것이오?”고강해는 생각하다 답했다.“아홉 명이 더 있소.”이 숫자에 부진환은 살짝 놀랐다.동하국 왕의 자식이 이렇게 많은 줄 몰랐다.“아홉 명 전부 동하국에 있는 것이오? 왜 나타나지 않는 것이오?”고강해가 답했다.“우리는 서로 싸우는 사이라 아무도 서로 굴복하고 지휘받는 것을 원하지 않소.”“그래서 따로 병사를 통솔하고 있소. 그래야 공로를 세워도 다른 사람과 나눌 필요가 없소.”“내가 잡히자, 고옥서가 오지 않았는가?”부진환은 그 말을 듣고 가볍게 웃었다.“그렇게 서로 싸우면서 뿔뿔이 흩어져 어찌 여국을 상대하려는 것이오?”고강해가 말했다.“우리에게는 약사가 있소. 그녀가 얼마나 대단한지 자네는 모르오.”“여국의 풍수사가 강하다고 하지만, 그녀의 손가락 하나에도 비길 수 없소.”그 말을 듣고 부진환이 물었다.“전쟁을 오랫동안 했는데, 그 대단하다는 약사는 왜 아직도 나타나지 않는 것이오?”“정말 궁지에 몰리지 않은 이상 약사는 동하국을 떠나지 않을 것이오.”“약사는 스무살에 동하국으로 왔고 이미 30년이라는 세월이 흘렀소. 하지만 약사는 아직도 스무살 때의 얼굴을 유지하고 있소. 어찌 비긴다는 말이오?”“약사는 마음만 먹으면 언제든지 여국을 평정할 수 있소.”비록 부진환은 이런 허풍을 믿지 않지만 그렇다고 섣불리 적을 얕볼 순 없다.“약사가 그렇게 대단하면 어찌 이렇게 많은 동하국 사람의 희생이 필요하오? 어차피 약사는 동하국 사람이 아니니, 동하국을 위해 목숨을 바치지 않을 것이오.”부진환이 단번에 중점을 꼬집어 말하자 고강해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부진환이 말을 이었다.“게다가 당신이 잡혀도 아무도 구하지 않을 것이오.”“형제자매들은 자네가 죽기를
“왜 계속 당신을 남겨두었는지 알고 있소?”부진환이 천천히 입을 열었다.고강해는 고개를 떨구고 힘없이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동하국 왕자이기 때문에 남겨 두면 반드시 쓸모가 있을 것이라 생각했소.”“하지만 동하국 사람이 당신을 죽이려 할 줄은 생각지 못했소.”고강해는 그 말을 듣고 천천히 고개를 들어 올렸다.“무슨 말이 하고 싶은 것이오?”“자네는 이젠 아무런 가치가 없소.”고강해는 자신의 처지를 비웃듯 입꼬리를 올리고 답했다.“사실 난 잡힌 순간부터 아무런 가치도 없었소.”“동하국에는 황자가 많으니, 나 하나 없다고 문제 될 것 없소.”“하지만 그들이 그렇게 나를 죽이려 할 줄은 몰랐소. 도망가는 와중에도 나를 쏘려고 했소.”“하지만 우리는 형제 사이의 정이 없었소. 그저 경쟁과 싸움뿐이었소.”부진환은 그가 많은 말을 하자, 계속 물었다.“그저 싸우는 사이라면 어찌 자네를 그렇게 미워하는 것이오? 구하지 않는 것도 망정이지, 왜 죽이려 하는 것이오?”고강해가 답했다.“그들은 나한테서 무언가를 얻으려 하오.”“만약 그것을 얻는다면 새로운 왕자가 될 수 있소.”부진환은 그에게 시선을 돌렸다. 고옥서가 고옥언을 구할 때, 그는 옆 방에서 그들의 대화를 듣고 있었고 고강해 시체에서 뭔가를 갖고 가겠다는 것을 들었다.“그게 무엇이오?”고강해는 대답하지 않고 느릿느릿 말을 이었다.“우리 동하국에는 존경받는 약사가 있소.”“하지만 과거 그녀는 동하국의 제압을 받던 일반 의원이었소. 독을 만들 줄 알기에 우리의 핍박을 받고 독을 만들었소.”“그녀는 여국인이지만 진법으로 인해 밖으로 나와 다시는 돌아가지 못했소. 그렇게 떠돌다 그녀는 동하국으로 왔고 늘 여국으로 돌아가고 싶어 했소.”“그녀의 계획은 줄곧 실패했고 그녀는 마지막으로 홀로 바다에 갔소. 그날 그녀는 파도 때문에 배가 뒤집혔지만, 마침 바다 밑에서 보물을 발견했소.”“오래된 침몰선이 해저에서 거대한 궁전이 된 듯한 모습이었고, 그녀는 그 안에서 많은 보물을 얻었고 특
고강해는 절망에 휩싸여 눈을 감고 죽음을 맞이했다.하지만 이때, 옆에서 화살이 날아가 정확히 고옥서가 쏜 화살을 떨구었다.고옥서는 그 모습을 보고 화를 내며 활을 내던지고 재빨리 마차를 이끌고 그곳을 떠났다.이내 그 마차는 사람들의 시선에서 벗어났다.병사들도 신속히 그들의 뒤를 쫓았고 성문에 걸린 고강해도 내려져 감옥으로 데려갔다.고옥서와 고옥언은 바닷가로 도망쳐 작은 배를 찾아 먼저 숨을 곳을 찾기로 했다.하지만 너무 빨리 쫓아온 병사들 때문에 두 사람은 숨을 곳 없이 훤히 모습을 드러냈다.두 사람은 힘껏 노를 저어 떠나려 했다.바다에서 힘에 부쳐 곧 쫓기려는 그때, 눈앞에 동하국의 배 한 척이 나타났다.그리고 배 위에는 동하국 깃발이 달려 있었다. 고옥서는 미리 계획한 배가 마침 인근에 왔다고 추측했다.두 사람은 지푸라기라도 본 듯이 배 위에 있는 사람에게 인사를 했고 곧 배에 올랐다.“어서 돌아가거라! 병사가 쫓아왔다!”고옥서가 다급히 명을 내렸다.하지만 배는 바다에 멈춰 꼼짝도 하지 않았다.고옥서는 눈살을 찌푸리고 배 위의 사람들을 바라보았다.“무엇들 하는 게냐? 귀가 먹은 것이냐?”비록 배 위에 있는 사람들은 모두 동하국 병사였지만 이상하게 제자리에 서서 움직이지 않았고 그녀의 말도 신경 쓰지 않았다.고옥서는 병사들이 곧 쫓아올 것 같아 조바심을 내며 그들에게 한바탕 욕설을 퍼부었다.하지만 그들은 여전히 제자리에 서서 움직이지도 않고 말도 하지 않았으며 배도 움직이지 않았다.고옥서는 어딘가 잘못됐다는 것을 느끼고 고옥언을 끌고 배에서 뛰어내리려 했다.하지만 그때, 선실에서 청주군 병사들이 뛰어나와 단번에 그들을 포위했다.배에서 뛰어 내리려 해도 이젠 뛸 수 없었다.그리고 추격하던 병사들도 가까이 도착해 그들의 배를 겹겹이 에워쌌다. 그리고 배 위에는 부소가 서 있었다!그녀는 놀란 나머지 절망스러웠다. 고옥서는 화를 내며 동하국 사람을 붙잡았다.“적들을 도와 우리에게 함정을 파놓은 것이냐?”상대는 울먹이는 말
결국 다들 시선을 부소에게로 옮겼다.부소는 멍하니 자기를 가리키며 물었다.“나한테 가라는 것이오?”“그것도 아니지 않소?”부진환이 말했다.“주락과 계진 둘 다 싸늘한 표정을 짓고 있는데, 미인계에 넘어가게 생겼소?”“자네의 연기가 비슷할 것 같소.”부소가 다급히 말했다.“다른 사람을 찾으면 되지 않소?”“다른 사람은 마음이 놓이지 않소.”부소는 한참 고민하다 잔에 담긴 차를 단숨에 다 마셨다.“가면 될 것 아니오!”“좋은 소식 기다리시오!”부소는 말을 마치고 자리에서 일어났다.부진환이 그를 불러 세웠다.“오늘 이미 심문을 받았으니, 지금 가는 것은 너무 티가 날 것이오. 급할 것 없이, 내일 다시 가시오.”-다음 날 저녁.부소는 부진환이 말한 대로 고옥서를 심문하러 갔다.부 태사가 오지 않았다는 것을 알고 고옥서는 전쟁 때문에 그가 오지 못했다고 생각했다.역시 부진환의 추측대로 고옥서의 계략 중 하나가 바로 미인계였다.부 태사에게는 통하지 않았지만, 부소는 다르다.한바탕 유혹하고 난 후, 고옥서는 기회를 잡아 부소와 단둘이 있게 되었다. 그녀는 고옥언이 갇힌 위치를 알아내고 부소가 방심한 틈을 타서 독 가루를 뿌려 그를 쓰러트렸고 감옥 문 열쇠를 훔쳐냈다.그리고 그녀는 독으로 감옥을 지키고 있던 옥졸을 쓰러트리고 고옥언이 갇힏 곳을 찾아 고옥언을 구출했다.“누나!”고옥언은 감격에 겨웠다.“어찌 온 것입니까? 동하국이 청주성을 뚫은 것입니까?”고옥서는 사방을 경계하며 말했다.“아니다. 홀로 너를 구하려 들어온 것이다.”“일단 이곳을 떠날 방법을 생각해야 한다.”두 사람은 조용히 감옥을 떠나려 했다. 하지만 감옥 끝에 있는 철문을 보고 고옥언이 발걸음을 멈추었다.“누나. 고강해가 저곳에 갇혀 있는 것 같습니다.”“데리고 가실 겁니까?”고옥서는 바로 거절했다.“안 된다. 너무 위험한 상황이라, 우리도 나갈 수 있을지 모른다.”“누나. 저는 그저 고강해가 지니고 있는 열쇠를 말한 것입니다.”그 말을 듣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