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도로 불평등했다.밭이 많은 사람은 먹을 식량을 좀 남겨놓고 대부분을 팔면 세금을 낼 수 있었다.하지만 식구가 적은 집에서는 식량도 많지 않고 수확도 많지 않아서 식량을 전부 팔아도 세금 내기에 부족했다.며칠 뒤 두 사람은 운주에 도착했다.도착했을 때 마침 밤이었기 때문에 그들은 일단 객잔으로 들어갔다.하룻밤 쉬고 내일 돌아볼 생각이었다.하지만 낙요가 방금 눕자마자 옆방에서 걸상이 넘어지는 소리가 들렸다.그리고 아무런 움직임 소리가 들리지 않았다.낙요는 이리저리 뒤척여도 잠이 오지 않았다.그래서 일어나 방에서 나가 옆방 문을 두드렸다.하지만 대답하는 사람이 없었다.막 떠나려는데 뭔가 타는 냄새를 맡았다.고개를 숙여 보니 문틈 사이로 연기가 뭉게뭉게 피어올랐다.깜짝 놀란 낙요는 즉시 발로 방문을 걷어찼다.들보에 목을 맨 남자가 눈에 들어왔다.그녀는 훌쩍 날아가 그 사람을 구했다.그리고 옆의 촛불도 쓰러지면서 식탁보에 불이 불었다.다행히 불길이 세지 않았기 때문에 찻주전자를 열어 찻물로 불길을 껐다.화염이 꺼지면서 발생한 연기에 남자는 깨어났다.“콜록콜록… “그는 몸을 일으켜 앉았다. “저를 왜 구하셨습니까? 죽게 놔주시지요.”남자는 바닥에 앉아 억장이 무너져 울음을 터뜨렸다.낙요는 이해할 수 없다는 듯 물었다. “왜 자결하십니까? 게다가 객잔에서 말입니다. 만약 불이 났다면 객잔 전체가 피해를 봅니다.”남자는 울며 말했다. “저는 바로 이 집 객잔에서 이 방에서 남에게 사기당했습니다. 저는 죽어도 이 방에서 죽겠습니다!”“저는 전 재산을 탕진하고 지금은 빚까지 지고 있습니다. 차라리 죽는 게 낫습니다.”여기까지 들은 낙요는 궁금했다.그래서 탁자 옆에 앉았다. “어떻게 사기당했습니까? 들어나 봅시다.”남자는 탄식하더니 결국 바닥에서 일어나 탁자 옆으로 와서 앉았다.그리고 또 술 한 주전자를 주문했다.술을 마시며 낙요에게 울며 하소연했다.“이 세상을 어떻게 살겠습니까?”“조상 덕에 집안에 밭이 좀 있었습니다.
낙요는 듣더니 미간을 찡그렸다. “관야에서는 그들이 제멋대로 날뛰도록 가만히 놔둔단 말입니까?”남자는 냉담하게 피식 웃고는 말했다.“관리라는 사람들이 현지 부상들과 다 한통속입니다. 정경유착을 통해 돈을 대거로 긁어모으고 있지요.”“그리고 그 제구실을 못하는 황제는 무슨 신정이랍시고 추진하는 겁니까? 상인들에게 세금을 올리니, 그 속이 시커먼 것들이 자기들의 이익을 지키기 위해 백성들을 필사적으로 착취하고 있잖습니까!”“정당한 방법으로는 안되니 암암리에 못된 궁리를 하고 있는 것이지요!”“괘씸하기 그지없는 것들!”남자는 술이 과했는지 마구 욕설을 내뱉었다.그의 말을 듣은 낙요는 미간이 더욱 이그러졌다. 그녀도 진익이 무슨 마음으로 그런결정을 내렸는지 모른다. 진정 나라와 백성을 위한 정책이라고 해도 이토록 성급하지 말았어야 했다.하물며 신정은 좋은 점 하나 안 보이고 폐단만 잔뜩 해서는 무수한 어둠만 만들고 있다.진익은 이런 모습들이 보이는지 모르겠다.이것이 바로 침서가 그녀에게 직접 보여주고 싶었던 것들이다.침서는 분명히 알면서도 알려주지 않고 그녀를 직접 가서 보게 했다.그녀도 자신이 여국을 떠난 지 얼마 되지 않는 사이에 이렇게 큰일이 생길 줄은 몰랐다.“죽으려고 하지 마십시오. 다 잘 될 겁니다.”“제가 보장하지요. 보름이 되기 전에 결과가 있을 겁니다.”말을 마친 낙요는 그의 어깨를 다독이고는 일어서서 방을 나갔다.한창 눈물 콧물 쥐어짜던 남자는 이 말을 듣고 멈칫했다.몸을 돌려 막 되물으려 할 때, 낙요의 그림자는 이미 그의 시선에서 사라진 뒤였다.이 아가씨는 누구일까? 그녀에게 그렇게 큰 힘이 있단 말인가? 그 말을 믿어도 될까?“보름...... 그럼 보름 더 버텨보지.”날이 밝고 아침식사를 하고 난 뒤, 낙요는 말했다.“여기까지 오는 동안 많이 봤으니 바로 도성으로 돌아갑시다.”침서는 놀란 기색없이 대답했다. “좋소.”그리하여 둘은 바로 말을 타고 도성으로 향했다.도성에 도착하자마자 소문은 퍼졌다.
하지만 진익은 웃으며 말했다. “짐 마음속에서는 당신이야말로 영원한 대제사장이오.”“누구도 당신을 대체할 수 없소.”“당신이 돌아오기만 한다면 당신이 바로 여국의 대제사장이오!”낙요는 차갑게 말했다. “난 아니오.”그녀가 끝까지 부인했으나 진익은 노여워하지 않았고 격동을 감추지 못하고 말했다. “짐은 통천탑이 완공되면 당신을 불러들이려 했소.”“당신이 먼저 돌아올 줄은 미처 생각지 못했소.”“완공되기 전까지는 잠시 대제사장 댁에서 지내시오.”“짐은 바로 저녁 연회를 준비시켜 당신이 돌아온 것을 환영해야겠소!”낙요는 눈썹을 찡그리며 말했다. “그럴 필요 없소. 이런 일에 사람들을 동원하고 싶지 않소.”“내가 이번에 급히 돌아온 것은 한 가지 묻고 싶은 일이 있어서요. 당신이 갑자기 신정을 추진해서 상인들의 세금을 올린것은 대체 무엇때문이오?”낙요는 이해가 되질 않았다.비록 신정 추진에서 낙요는 좋은 점은 발견하지 못했지만 그래도 먼저 그의 생각이라도 물어보자고 생각했다. 필경 그의 생각과 아래 사람들이 실시하는 방식이 다를 수도 있으니 말이다.그녀는 진익이 어떤 마음에서 내린 결정인지 알고 싶었다. 그러나 진익은 오히려 웃으며 말했다. “짐은 그저 제사 일가을 다시 짓고 싶었을 뿐이오. 저 통천탑을 보시오. 사십구층이오.짓는데 참 애를 먹었다오!”“매 층마다 다른 용도가 있어 당신의 일상생활에서 필요한 것들을 모두 만족시킬 수 있을 것이요. 심지어 안에서 일, 이년 지내도 지겹지 않을 거요!”“국고가 비었으니 세금을 더 거둘 수밖에요. 그래야 짐이 마음속에 그리던 통천탑을 완벽하게 지을 수 있지 않겠소!”이 말을 들은 낙요는 경악을 금치 못했다. 그녀는 믿을 수 없다는 듯이 그를 바라보았다. “고작 그것 때문이오?”“다른 원인은 없소?”진익은 아직도 긍지와 희열에 젖은 채 대답했다. “통천탑이 완공되면 당신은 짐이 애써 당신을 위해 준비한 선물을 보게 될 것이오.”낙요의 가슴속에는 이미 분노가 들끓고 있었다. 그
낙요는 근처를 둘러보았다. 예전의 건물들은 이미 없어지고 새로운 건물들이 세워져 전혀 달라진 모습이었다. 낙요가 이미 알아보지 못할 정도로 변해 있었다. 그녀의 예전 침소는 아예 없어졌다. 길에서 제사 일가의 사람들을 몇 명 만나서 물어보니 우유는 지금 예전의 약각에 있다고 하여 종종걸음으로 그리로 향했다. 도착하니 약각은 아직 완전히 허물지 않은 모습이었다. 밖은 폐허였으나 유독 안쪽에 약재를 보관하는 방만이 외롭게 남아있었다. 안에서 소리가 들려왔다. “저희들을 난처하게 하지 마십시오. 황상께서 분부하셨습니다. 이곳도 허물어야 합니다.”우유는 단호한 말투로 말했다. “그렇게 많은 곳을 다 허물고도 부족하더냐? 황상께서 물으시면 이건 내 뜻이라고 전하거라! 내가 황상께 직접 설명할 터이니!”상대방은 할 수 없이 방에서 나왔다. 낙요가 들어가자 우유는 그녀를 본 순간 경악을 금치 못했다. “언제 돌아오셨습니까?”우유는 매우 반가워했다.낙요는 웃으며 말했다. “이제 막 돌아왔습니다. 그런데 제사 일가가 전혀 다른 모습으로 바뀌었군요.”그녀의 말에 우유는 유감스러운 표정으로 자책했다. “다 저 때문입니다. 당신이 제사 일가를 제게 넘겨주었는데 제가 지키지 못했습니다.”낙요는 우유의 어깨를 다독이며 위로했다. “괜찮습니다. 당신 때문이 아닙니다. 당신도 진익을 막을 수 없었겠지요.”우유는 놀라며 물었다. “이미 다 알고 계셨습니까?”낙요는 무거운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압니다. 오면서 백성들의 원성이 자자하여 급히 돌아와서 진익에게 물어보았더니 바로 이곳을 재건하기 위해서였더군요.”우유는 머리를 끄덕이며 그녀를 앉히고는 차를 따라주었다. “앉아서 천천히 말씀하시지요.”“황상께서는 8대 가족의 세력을 꺾으려 내린 결정이었습니다. 전 도성, 심지어 전 여국의 장사가 8대 가족의 손아귀에 있습니다. 그들의 세력이 하도 넓고 깊게 뻗어 황상께서 꺼리기 시작한 듯합니다.”“병권이 침서의 손에 잡혀있듯이, 황상께서는 구주수에
낙요는 궁녀더러 물러가라고 했다. 그러고는 유유히 탁자 옆에 앉더니 천천히 입을 열었다. “정녕 저를 보지 않을 생각이십니까?”이 목소리를 들은 상녕은 멈칫하더니 냉큼 몸을 일으켜 앉았다.낙요가 보이자 바로 기뻐하며 달려와서 그녀를 끌어안았다.“청연 님! 끝내 돌아오셨군요!”“어디에 계셨던 겁니까? 전 저를 버리신 줄 알았습니다!”“답답해 죽을 뻔했습니다!”낙요는 그녀의 등을 다독이며 위로했다. “이젠 돌아오지 않았습니까.”“어서 앉으시지요.”낙요가 오자 상녕은 그제야 살아난 것 같았다.그녀는 연일 답답했던 속마음을 한꺼번에 다 털어놓았다.낙요도 인내심을 가지고 들어주었다.그리고 일단 위로해주었다. “너무 급해하지 마십시오. 이 일은 제가 방법을 찾아보겠습니다.”상녕은 설레는 마음으로 그녀의 손을 꼭 잡았다. “참으로 고맙습니다!”“당신이 있어서 너무 다행입니다.”이때, 밖에서 은은한 울음소리가 들려왔다. 낙요는 의혹스러워 문밖을 내다보았다. 상녕이 한숨을 내쉬며 알려주었다. “풍주 단 장군 댁 따님이세요. 단 장군 댁에는 3대째 딸이 없어 딸을 무척 갖고 싶어 했답니다. 아들 여섯을 낳고 나서야 겨우 딸을 보게 되어 불면 날아갈세라 애지중지한답니다.”“입궁해서부터 단 아가씨는 울지 않는 날이 없습니다.”이 말을 들은 낙요는 멈칫했다. “그 아가씨를 만나보셨습니까?”낙요가 물었다.상녕은 고개를 끄덕였다. “만나봤습니다. 향수가 너무 깊어 누구도 그 아가씨를 기쁘게 할 수 없었습니다. 어떤 이야기를 해도 그 아가씨의 아픈 곳을 건드리게 되더군요.”“계속 이대로 놔뒀다가는 마음의 병을 얻어 저세상으로 갈까 두려습니다.”낙요는 그것보다 더 걱정되는 일이 있었다.“단 장군께서 목숨처럼 아끼는 딸을 입궁시키고 필히 손 놓고 지켜보지만은 않을 것입니다.”암암리에 계책을 꾸미지 않을까 걱정이었다.이러한 상황은 적지 않을 것이다.지금은 진익이 등극하고 얼마 되지도 않은 데다가 세상 사람들을 믿고 복종하게 할 만한
이 말에 단무가는 대뜸 화를 내며 말했다.“풍주의 것보다 못한 건 사실입니다! 이 형편없는 곳은 마음에 드는 구석이 하나도 없습니다!”다들 이 말을 듣고 진땀을 뺐다. 감히 궁을 형편없는 곳이라고 하다니... 다들 불만이 있었으나 대놓고 말하는 것은 타당하지 못한 듯하여 입 밖에 내지 않았다.낙요는 화내지 않았으나 진지하게 따지기 시작했다.“풍주의 떡만 해도 도성 곳곳에서 볼 수 있습니다. 다만 궁에서는 풍주의 떡을 별로 좋아하지 않을 뿐입니다.”“단 아가씨, 저와 내기를 해보겠습니까?”“만약 제가 도성에서 단 아가씨 입맛에 맞는 계화떡을 찾아내면 제가 이긴 걸로 합시다. 어떻습니까?”“그렇게 되면 단 아가씨는 자신이 했던 말에 대해 사과를 하는 겁니다.”그녀의 말에 단무가는 생각할 겨를도 없이 즉시 대답했다. “좋습니다. 전 이곳에서 저희 모친의 계화떡과 똑같은 맛을 만들 수 있다고 절대 믿지 않습니다.”곧이어 낙요가 말했다. “그럼 우리 지금 바로 출궁합시다.”“내기의 공정성을 위해 낙영전에 계신 기타 여덟 분의 아가씨들도 함께 출궁하여 증인이 되어주셔야겠습니다.”이 말에 우유와 상녕은 약간 놀란 표정을 지었다. 그녀들은 낙요가 내기를 말미로 모두를 데리고 출궁하려 한다는 것을 알아챘다.단무가는 아직 눈치채지 못하고 있었다.“문제 없습니다! 당신은 질 게 뻔합니다!”출궁해서 콧바람을 쐴 수 있다고 하니 낙영전에 머물던 기타 몇 명의 아가씨들도 무척 기뻐했다. 그렇게 낙요는 그녀들을 데리고 출궁했다. 우선 술집에 가서 실컷 먹고 마셨고 단무가를 위해 영주의 주방장을 불러 계화떡을 만들게 했다. 주의를 다른 곳으로 돌리니 단무가는 출궁한 후로 다시는 울지 않았다.열심히 음식을 먹고 진지하게 평가를 했다. 낙요도 이 기회를 빌어 그녀들과 함께 맛있는 음식을 먹었다. 미식의 작용하에 모두의 기분도 따라서 좋아졌고 번뇌는 잠시 잊혀졌다. 그들 일행은 밤늦게까지도 번화한 저잣거리를 돌고 있었다. 낙요는 나온 김에 그녀들을 객잔
“당신이 병권을 회수하려는 것은 알겠는데 이 방법을 쓰지는 말았어야 했소.”“여국은 수백 년 동안 줄곧 구주의 각 영들이 일방을 지켜왔소. 그들의 마음이 안정되어야 백성들의 안정을 지킬 수 있소.”“구주영 수장의 여식을 비로 간택한 선례는 어디에도 없었소. 당신이 갑자기 이런 명령을 내리니 다들 마음이 불안해질 수밖에 없소.”“그녀들이 입궁한 지 꽤 되었는데 당신은 낙영전에 들른 적이 있소? 단무가 아가씨는 매일 눈물로 지새우고 있다오. 이 소식이 만약 단 장군의 귀에 들어가기라도 하면 단 장군이 어찌 할 것 같소?”“병권을 수복하는 전제는 나라의 안정이요.”진익은 이 말을 듣고 좀 불만이 있는 듯 했다. “짐은 왕이고 그들은 신이요. 그들은 본디 짐의 명에 따라야 하는 법이요. 짐이 그들의 여식을 왕비로 간택하면 그들은 응당 영광으로 생각해야 할 것이요.”“그렇지 않으면 불신지심이 있는 것이요!”“누가 감히 두말한단 말이요?”낙요는 조급해하지 않고 앉아서 그에게 해석했다. “맞소. 당신은 왕이고 그들은 신이요. 그들이 당신에게 충성하게 할 방법은 많소. 그들이 기꺼이 당신에게 충성하게 할 방법도 있소!”“권력으로 협박하고 탄압해서 충성하라 강요하는 것이 아니라.”“그들은 다 무장이요. 대부분 성격이 거칠고 급한데 당신이 이렇게 과격한 방법을 쓰면 역효과만 낼 뿐이요.”낙요는 진익과 한바탕 잘 따져보려고 준비했는데 예상 밖으로 진익이 말머리를 돌리는 것이었다. “당신 말이 맞소.”“하지만 짐은 인심을 잡는 데에 서투르니, 당신이 떠나지 않는다면 짐을 도와 계책을 세워주시오.”“여국에는 당신이 없어서는 안된다오.”낙요는 몸이 굳어진 채 미간을 찡그리고는 진익을 바라보았다.지난날들의 추억을 떠올려 보던 그녀는 갑자기 깨달았다. 진익은 확실히 인심이 없었다. 그는 자신의 신변에서 오랫동안 충성해온 수하도 언제든지 끌고 나가 죽일 수 있었다.다만 그녀가 생각지 못했던 것은 해가 여러 번 바뀌었는데 그는 여전히 나아진 점이 꼬물만치도
낙요가 놀라며 고개를 돌려 보니 약간 눈에 익었다. 상대방도 놀라더니 먼저 그녀를 알아보고는 바로 웃는 얼굴로 바뀌었다. “아, 대제사장님이시군요.”낙요는 멍해서 아직 눈앞의 사람이 누군지 기억해 내지 못했다. 눈에 익은데 생각이 나질 않았다. 진익은 성지를 거두고 낙요가 기억해 내지 못한 것을 눈치채고 말했다.“이분은 상 비요. 당시 왕비를 선발할 때 당신이 짐을 찾아와 명단에 이 이름을 보태지 않았소.”“잊은 것이요?”낙요는 이 말을 들은 순간 기억이 났다.“해 귀비의 조카딸, 강상......”상 비가 웃으며 대답했다. “강상군입니다.”“대제사장께서는 참으로 잊음이 잦으십니다.”“그때 다 대제사장님 덕분이었습니다. 아니면 저는 입궁할 기회도 없었는 걸요.”“시간이 되시면 꼭 저의 서오궁에 들르십시오!”상 비는 비록 웃는 얼굴을 하고 있었으나 눈에는 웃음기라고는 찾아볼 수가 없었다. 거짓 웃음을 짓는 느낌이었다.낙요도 그녀가 진심으로 초대한다고는 느끼지 못했다.다만 서오궁이라고 하는 것을 듣고 다시 놀라며 물었다.“서오궁이라 했소? 지금 상 비가 서오궁에 살고 있소?”상 비는 득의에 차서 웃으며 말했다. “그렇습니다. 제가 지금 고모님 예전의 침궁에 살고 있습니다.”“그것도 황상께서 특별히 제게 상을 내린 것이지요.”상 비는 말하면서 다가가 다정하게 진익의 팔짱을 꼈다.동작이 대범한 것으로 보아 총애를 받고 있음이 분명했다.낙요가 물었다. “그럼 해 귀비는요?”상 비가 대답했다. “궁을 나가셨습니다.”“기금 어느 촌구석에서 장사를 하고 있는지 모릅니다.”“제가 가지 못하게 말렸는데 기어코 떠났습니다. 궁을 나가면 누가 귀비로 인정해 주겠습니까.”“대체 무슨 생각인지 통 모르겠습니다.”상 비의 말투에는 경멸이 섞여있었다.낙요는 저도 모르게 미간이 좁혀졌다. 궁을 나간 해 귀비의 생활이 어려울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녀가 해 귀비였을 때에는 가문의 영광이었다. 가족들 모두 그녀를 받들었다. 하지만
“대체 뭘 하려는 거냐!”초경이 매섭게 물었다.“나는 살고 싶다. 나를 풀어주면 안전한 곳에 가서 이 여자를 풀어주마.”그 말을 듣고 초경이 차가운 눈빛으로 말했다.“너를 풀어주면 천초를 놓아줄 것이라 믿지 않는다.”묵계가 담담하게 웃었다.“비록 웅황주가 나를 몰아냈지만, 이미 이 여인의 몸에 혼을 한 가닥 남겼다. 지금 두 가닥의 혼이 몸에 들어있으니, 7일 후 혼을 잃고 나의 몸이 될 것이다.”“이 몸은 이제 내 것이다.”“더 이상 시간 낭비하지 말고 얘기할 자격도 없다. 내 말대로 해야 이 여자는 살 기회가 있다!”“나를 놓아주거라!”묵계의 위협에 초경은 주먹을 꽉 쥐고 분노를 억눌렀다.“가거라.”“3일 후, 반드시 천초를 만날 것이다. 그렇지 않으면 반드시 널 찾아 죽일 것이다.”묵계가 입꼬리를 올렸다.“좋다!”말을 마치고 묵계는 약사의 몸을 끌고 빠르게 그곳을 떠났다.낙현책이 빠른 걸음으로 앞으로 걸어갔다.“정말 이렇게 풀어주는 것입니까? 천초 고모를 놓아주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초경은 묵계가 떠난 방향을 빤히 보며 말했다.“괜찮다. 멀리 가지 못할 것이다.”낙현책은 살짝 놀랐다.이내 다들 그녀를 따라갔다.그들은 바닷가 암초에서 묵계를 따라잡았고 그녀는 이미 쓰러져 있었다.유생은 그녀가 중독된 것을 알아차렸다. 발목을 보니, 어느새 뱀에게 물려 있었다.유생이 고개를 돌려 초경을 바라보았다. 보아하니 초경이 한 일인 것 같았다.초경은 놀라지 않고 마음 아픈 표정으로 송천초를 안았다.“천초를 데리고 먼저 돌아갈 테니 너희들은 부 태사를 돕거라.”“예!”이내 초경은 시선 속에서 사라졌다.다들 부 태사를 도우러 갔다.부진환은 병사를 이끌고 동하국을 공격했다. 비록 동하국 사람은 적지 않았지만, 방어에 강한 성벽과 무기가 없었고 선박뿐이었다.여국 병사들이 끊임없이 섬에 오르고 있으니, 동하국이 멸망하는 것은 시간문제다.초경은 송천초를 안고 청주로 돌아와 묵계의 혼을 어떻게든 몰아내려고 했지만, 줄곧 실
바로 그때, 하늘에서 금색 진법이 나타나 묵계를 진법 안으로 가두었다. 귀를 뚫을 듯한 그 노랫소리는 진법 속에 가로막혔다.흰옷을 입은 제사장족 제자 수십 명이 하늘에서 나타났다.그들은 복숭아나무 위에 가볍게 서서 열 손가락으로 진법을 그렸고 손끝에는 금빛 부문이 흐르고 있었다.묵계는 깜짝 놀란 후 그제야 자신이 속았다는 것을 알아차렸다.그녀는 깜짝 놀라 송천초를 바라보았다.“너구나!”송천초가 차갑게 웃었다.“설마 내가 혼자 왔다고 생각하는 것입니까?”묵계는 굳은 표정으로 분노에 찬 듯 말했다.“괘씸하구나! 너에게 속다니!”그때, 밖에서도 싸우는 소리가 들려왔다.송천초가 가볍게 웃으며 말했다.“부 태사가 사람을 데리고 동하국을 공격했으니, 당신은 도망가지 못할 것입니다.”“차라리 순순히 잡히는 것이 낫지 않겠습니까?”그녀는 어젯밤 묵계를 만난 후 막사로 돌아가 바로 이 일을 부진환에게 알리고 대책을 논의했다.부진환은 그 여자가 동하국 약사일 가능성이 높다고 생각했다. 초경도 분명 그 여자의 손에 있을 테니 그에 따른 계획을 세웠다.그녀가 혼자 묵계를 만나러 간 것도 다른 사람에게 길을 안내하기 위해서였다. 다들 기관선을 이용해 그녀의 뒤를 따라가고 있었다.묵계가 뱀이라는 것을 알게 된 후 송천초는 웅황을 가득 챙겨 몸을 지키려 했다.묵계는 진법 속에서 절망하여 초경을 바라보며 말했다.“너와 나도 동족이라 할 수 있다. 나한테 한 짓을 다시 너한테도 할 것이다! 사람은 절대 믿어선 안 된다!”“정말 저 사람들을 도우려는 것이냐?”“초경. 난 너를 죽이려 한 적 없다!”초경은 한숨을 쉬고 천천히 입을 열었다.“너의 처지가 안쓰럽지만, 우린 동족이 아니다.”“우린 다르니, 같다고 하지 말거라.”“너의 딱한 처지를 보아, 솔직히 말하마. 동하국은 곧 멸망할 것이니, 너도 원수를 갚은 셈이다. 마음 놓고 떠나거라.”그 말을 듣고 묵계는 넋을 잃고 그들을 싸늘하게 훑어보았다.“죽으려면 함께 죽겠다!”묵계는 하늘을 향해 소
“그는 감금되었다. 우리는 그를 구할 수 없다. 그를 구할 유일한 방법은 바로 너의 몸과 나의 힘을 합치는 것이다. 그래야 우리는 기회가 있다.”그 말을 듣고 송천초는 눈살을 찌푸렸다.“그게 무슨 뜻입니까?”묵계가 한 걸음 앞으로 다가갔다.“나와 하나가 될 수 있느냐? 그를 구할 수도 있고 그와 같은 수명을 가질 수도 있다.”“두 사람은 영원히 함께 있을 수 있다.”“하지만 대가로 아픔을 겪을 수도 있다.”“할 수 있느냐?”송천초는 미간을 찌푸리고 사색에 잠겨 대답하지 않았다.묵계가 말을 이었다.“이곳은 동하국이다. 그들이 설치한 함정에 나는 들어갈 수 없고 평범한 사람만 들어갈 수 있다. 하지만 네가 들어가도 그를 구할 수 있겠느냐?”“우리가 힘을 합치면 할 수 있다! 잠시 힘을 합쳐 그를 구하고 다시 방법을 생각해 떨어지는 것이 어떠냐?”묵계가 한참 말을 한 뒤에야 송천초는 그녀의 말을 허락했다.“좋습니다. 허락하겠습니다.”그 말을 듣고 묵계는 기쁠 따름이었다. 송천초가 이렇게 쉽게 넘어올 줄은 몰랐다.만약 이 몸을 빼앗는다면 초경에게 청신요를 쓰지 않아도 된다.“좋다. 바로 자리를 옮겨서 시작하자.”송천초는 고개를 끄덕이고 묵계를 따라 복숭아나무가 무성한 곳으로 갔다.사방을 둘러보니 온통 복숭아나무였고 다른 것은 없었다.송천초는 묵계의 말에 따라 다리를 꼬고 앉았다.묵계는 그녀의 맞은편에 앉아 그녀와 손바닥을 마주하고 있었다.“시작할 것이다. 조금 불편할 테니 참거라.”묵계는 말을 마치자마자 시작했다.송천초는 괴로워하며 눈살을 찌푸렸고 온몸의 기운이 복잡해지는 것을 느꼈다. 옆에 있던 복숭아 꽃잎이 우수수 떨어지기 시작했다.밀실에서 독을 없애려 애쓰고 있던 초경은 순간 송천초의 존재를 느꼈다.그는 번뜩 눈을 뜨고 송천초가 주위에 있는 것을 알아차렸다!게다가 그녀는 지금 위험하다!초경은 마음이 초조했다. 그는 송천초에게 무슨 일이 생길까 봐 독을 없애기도 전에 다급히 밀실 문을 부수고 뛰쳐나갔다.묵계의 혼이
송천초는 깜짝 놀랐다.그 여자는 분명 온몸이 흠뻑 젖었지만, 송천초를 향해 걸어오는 도중 옷과 머리카락이 말랐다.송천초는 위험을 감지하고 바로 사람을 부르려 했다.그녀가 있던 곳에 마침 암초가 있어 그 여자의 모습을 막았다. 옆에 바로 청주군의 막사가 있었는데 이렇게 대담하게 이곳으로 오다니!송천초가 사람을 부르려는 그때, 여자가 입을 열고 그녀를 저지했다.“나는 적의가 없다. 그저 너를 찾으러 왔다.”“저요?”송천초는 의아한 듯 그녀를 바라보았다.그녀는 평범한 사람이 아니었다.“송천초라 하느냐?”묵계는 그녀를 살펴보았다. 그녀가 본 기억 속의 그 여자와 똑같이 생겼다.“어떻게 아는 것입니까?”묵계가 웃으며 말했다.“나는 묵계라고 한다. 초경이 위험에 처해 있어 너의 도움이 필요하다.”송천초는 그 말을 듣고 마음을 졸이며 저도 몰래 앞으로 한 걸음 걸어갔다.“무슨 일입니까?”“당신은 대체 무슨 사람입니까? 어찌 당신을 믿을 수 있습니까?”묵계 뒤에서 뱀 꼬리가 나타났다. 송천초는 깜짝 놀랐다.“나는 그와 동족이다. 그가 너를 찾아오라 한 것이다.”“만약 그를 구하고 싶다면 오늘 밤 홀로 이곳에 오거라. 아무에게도 말하지 마라. 너를 데리고 그를 만나러 가겠다.”그 말을 듣고 송천초가 물었다.“어디로 가는 것입니까? 동하국입니까?”“그곳 말고 더 있느냐?”“오직 너만이 그를 구할 수 있다. 이 일을 다른 사람에게 알리지 말거라. 초경의 목숨을 구하고 싶다면 내가 시킨 대로 하거라.”말을 마치고 묵계는 경계하며 막사를 힐긋 보고 몸을 돌려 바다로 사라졌다.송천초가 추궁하기도 전에 묵계는 온데간데없이 사라졌다.그녀가 무슨 사람인지 말한 것이 진짜인지 가짜인지도 알 수 없었다.하지만 종일 불안했던 것을 생각하면, 초경에게 정말 문제가 생겼을 수도 있다.갑자기 뒤에서 발소리가 들려왔다. 병사가 상황을 보러 왔다.“방금 이쪽에서 인기척이 있길래 보러 왔습니다. 무슨 일 없는 것입니까?”송천초는 망설이다 고개를 저었다.
이상하게 들리는 그 노랫소리는 그의 의식을 흐릿하게 했다. 그는 애써 소리를 막으려고 했지만, 자꾸 귀를 파고들었다.초경은 한참 몸부림치다가 결국 사람의 모습으로 돌아와 머리를 움켜쥐고 고통스럽게 바닥에 쓰러졌다.묵계는 그 모습을 보고, 그제야 그에게 다가갔다.“너를 상대하기가 참 어렵구나. 하지만 나를 너무 얕본 것 같구나. 인어족의 청신요는 죽어가던 사람도 깨울 수 있고 사람의 마음을 현혹해 행동을 조종할 수도 있다. 쉬이 사용하지 않던 방법인데 이렇게 너에게 쓰게 됐구나.”묵계는 가볍게 웃으며 천천히 웅크리고 앉아 손을 뻗어 초경의 얼굴을 스쳤다.“청신요로 너의 기억을 바꾸면 오늘부터 나의 명을 따르며 나와 함께 있을 것이다.”“거부하지 말거라. 자칫 잘못하면 정신을 잃을 수도 있다.”묵계는 웃으며 말을 마치고 손을 초경의 머리 위에 얹은 후 청신요를 부르기 시작했다. 맑은 소리가 주문처럼 초경의 귓가에 맴돌면서 바늘처럼 그의 머리를 파고들었다.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묵계는 하얗게 질린 얼굴로 이마에 식은땀을 흘리며 애먹였다.그녀는 의지력이 이렇게 강한 사람을 본 적 없었다.묵계는 싸늘한 표정으로 이를 악물고 버텼다.“대체 무엇 때문에 이렇게 버티고 있는지 봐야겠구나!”그녀의 손끝이 초경의 미간에 가볍게 닿자, 그녀는 실패의 원인을 찾았다.그의 기억 속에는 온통 다른 여자뿐이다.그것도 평범한 여자였다.청신요의 통제를 받지 않고 기억을 지우지도 못할 정도로 그녀를 사랑하고 있다니.묵계는 내키지 않았다. 그 여자가 자신과 함께 있고 싶지 않은 원인이었다. 평범한 사람은 고작 수십 년의 수명만 갖고 있어 결국 늙어 죽기에 그들과는 다르다.감정이라는 것을 그녀는 도저히 이해할 수 없었다.그녀의 육체가 다치지 않았다면 청신요를 쓰는 것도 애먹을 리 없었을 것이다.보아하니 이 방법으로는 그를 통제할 수 없을 것이다.그럼...묵계의 눈에 빛이 반짝였다.묵계는 초경을 업고 돌아가 밀실에 가두었다.묵계는 그녀가 자리를 비웠을
묵계는 이 남자를 죽이기 아까웠다. 그도 자신과 마찬가지로 기나긴 수명을 갖고 있어 함께 수련할 수 있었다.이런 사람을 또 찾기 어려울 것이다.초경은 그 말을 듣고 조금 의아했다.“그럼, 너는 진정한 약사가 아니냐?”묵계가 콧방귀를 뀌었다.“물론이다. 그 여자는 이미 죽었다. 나의 몸을 망가트렸으니, 그녀가 바다로 들어간 기회를 틈타 그녀를 죽이고 몸을 차지했다. 하지만 이 뱀의 기운은 무슨 수를 써도 사라지지 않았다.”“그동안 약사의 신분으로 동하국에서 지내며 바다에서 보물을 발견하여 일반인과 다른 힘을 얻었다고 그들을 속이고 바다에 들어가 보물을 찾게 했다.”“이로써 그들의 내전을 일으켜 영원히 평화로이 지내지 못하게 하는 것으로 나의 한을 풀었다!”초경은 그제야 이유를 깨달았다.“여국 바다에 있는 진도 네가 깬 것 같구나.”초경은 부진환에게서 여국과 동하국의 전쟁에 관해 많은 얘기를 전해 들었다.다들 대진이 깨지지 말았어야 했다고 말했다. 그렇지 않으면 동하국 사람은 여국 땅으로 침입할 수 없다.하지만 보통 사람이 할 수 없는 일을 눈앞에 있는 이 괴물은 할 수 있었다.역시나 묵계가 차갑게 웃으며 말했다.“물론 나다.”“내가 아니었다면 동하국 사람은 평생 여국 땅을 볼 수 없었을 것이다.”초경이 깊은 눈빛으로 그녀를 바라보았다.“복수를 하고 싶지만, 동하국 사람을 모두 죽이지 않았다. 살생을 저질러 화를 입고 싶지 않은 것이구나.”“그래서 대진을 파괴하고, 동하국 내전을 일으키고 그들을 선동하여 여국을 공격한 것이냐? 그들이 전쟁으로 죽게 만들려는 것이냐?”“아주 완벽한 계획이구나. 하지만 전쟁을 일으켰으니, 결국 운명의 벌을 피할 수 없을 것이다.”묵계가 만족스럽게 웃기 시작했다.“나의 계획을 알아차리다니 정말 똑똑하구나.”“그들이 싸우려는 마음이 없었다면 대진이 사라졌다 해도 여국을 공격하지 않았을 것이다. 스스로 선택한 길이니, 나와 상관없다.”“내가 화를 입는다 해도 그다지 많지 않을 것이다.”말을 마치고
그는 이내 약사를 찾으러 갔다.그러나 도림을 벗어나기도 전에 초경은 앞에 길이 없는 것을 보고 발걸음을 멈추었다.그는 자리에 멈춰 서서 사방을 관찰하다 이곳이 미로라는 깨달았다. 그는 손바닥을 들었지만, 아무런 힘도 느껴지지 않았다.자세히 맡아보니, 바람 속에 복숭아 꽃향기와 옅은 약재의 향기가 섞여 있었다.독이 있다!뒤에서 여유로운 발소리와 묵계의 웃음 섞인 소리가 들려왔다.“왜 앞으로 가지 않습니까?”초경은 눈살을 찌푸리고 고개를 돌렸다. 지금의 묵계는 무서운 표정이 조금도 없었고 오히려 득의양양한 표정을 띠고 있었다.초경은 가슴이 떨려왔고 미간을 세게 찌푸렸다.“네가 바로 약사냐?”묵계가 입꼬리를 올리며 가볍게 웃었다.“먼 곳에서 나를 찾아왔는데, 약사라는 이름만 알고 계십니까? 제 이름도 모르는 것입니까?”“다들 저를 자릉약사라 부릅니다.”“이곳에 온 순간부터 알아차렸습니다. 비록 신분을 모르지만, 홀로 이곳에 온다는 건 분명 만만치 않은 상대겠지요. 그래서 도림에 손을 조금 썼습니다.”“도림에 들어선 후부터 이미 중독되었습니다. 이곳에 오래 있을수록 독은 더욱 세질 것입니다.”“그리고 이 독은 사족을 겨냥한 독입니다.”묵계는 의미심장하게 웃으며 초경을 바라보았다.초경은 슬쩍 내공을 써봤지만, 사지가 무기력했다. 무언가가 갑자기 그의 경맥을 막은 것처럼 내공이 안정을 잃고 통제하기 어려웠다.그는 손을 움켜쥐고 불편함을 참으며 내색하지 않았다.“사족? 나를 무서워하지 않은 것이냐? 넌 대체 누구냐?”초경은 의아했다. 분명 처음 만났을 때부터 그녀는 이상할 것 없이 평범한 사람 같았다.묵계가 가볍게 웃자, 뒤에 환영이 나타났고 그녀의 꼬리가 보였다.하지만 재빨리 사라져 버려서 초경은 뱀 꼬리인지 아닌지를 똑똑히 보지 못했다.“공자, 우린 같습니다. 저를 죽이지 않는다면 우리는 아주 사이좋게 지낼 수도 있습니다.”묵계는 흥미진진하게 초경을 훑어보았고 눈빛에는 탐욕의 빛이 담겨 있었다. 그녀는 초경의 강한 수위를 탐내
정확한 위치를 얻고 초경은 바로 몸을 돌려 떠났다.동하국 사람들은 무서울 것 없으니, 먼저 약사를 해결해야 한다!바람이 불어오자마자 초경의 모습은 온데간데없이 사라졌다.그는 바로 도림으로 도착했다.그가 도림에 나타나자, 불어온 바람이 꽃잎을 떨어뜨렸다.초경은 걸음을 옮겨 앞에 있는 정원을 향해 걸어갔다.그는 왠지 모르게 이곳에서 익숙한 기운을 느꼈다.뱀의 기운이다.초경은 눈살을 찌푸리고 정원을 살펴본 후 손을 들어 장풍으로 정원 문을 부쉈다.하지만 안에는 아무도 없었다.초경은 걸음을 옮기며 정원을 관찰하다 방에 아무도 없는 것을 보고 떠나려 했다.그 순간, 그의 시선은 벽에 걸려 있는 그림으로 향했다.뱀의 기운이다!그는 앞으로 걸어가 그림을 젖혔고 역시나 문 하나가 나타났다.그는 문을 열고 경계하며 안으로 들어갔다.구불구불한 형태의 아래로 향해 있는 계단으로 이루어진 암도였다.아래로 걸어가니 밀실이 보였다.그곳에는 뱀의 기운이 가득했다.구석진 곳에 바구니가 가득 쌓여 있는 것으로 보아 약사가 뱀을 잡아 약을 만들고 있는 것 같았다.그는 장풍으로 밀실 문을 열고 안에 사람이 있다는 것을 느끼고 바로 상대를 죽이려 했다.하지만 상대에게 가까이 가자, 밧줄에 묶인 채 두려움에 가득 찬 눈으로 그를 보고 있는 여인을 발견했다.초경은 눈살을 찌푸리고 제때 공격을 멈추었다.그가 내뿜은 살기가 여자의 헝클어진 머리카락을 움직였다.그녀는 깜짝 놀라 가슴을 쓸어내리며 정신을 차리지 못했다.초경이 그녀를 한 번 훑어보았다.“너는 누구냐? 약사는 어디 있느냐?”그녀는 일반 백성 차림에 묶여 있었다. 그녀의 옷은 더러웠고 머리카락도 헝클어져 있어 이곳에 갇힌 듯했다.“전... 묵계라 합니다.”여자는 무서워하는 듯 말을 더듬었다.“너한테 관심 없다. 약사는 어디에 있느냐?”“어디에 있는지 모릅니다. 약사는 보통 이 시진에 바다에 있습니다.”묵계가 얌전히 답했다.답을 들은 초경은 몸을 돌려 자리를 떠나려 했다.묵계는 깜짝 놀랐
“그럼, 동하국을 공격하려는 계획을 늦추려는 것이오? 그 여인을 상대로 우리는 이길 수 있을지 모를 일이오.”부진환이 사색에 잠긴 그때, 갑자기 옆에 누군가 걸어와 당당하게 말했다.“얼마나 대단한지 내가 한 번 만나보겠소.”걸어온 사람은 초경과 송천초였다.“방금 말한 그 사람이 정말 보통 사람의 실력을 뛰어넘었다면 나밖에 상대할 사람이 없을 것이오.”“불필요한 희생을 피하려면 나한테 지도를 주시오. 내가 만나보고 오겠소.”“그 여인을 해결한 후 다시 동하국을 공격해도 늦지 않았소.”그의 말을 듣고 부진환은 곰곰이 생각하다 지도를 건네주었다.“좋소. 가서 상황을 알아보고 상대의 실력을 파악하시오.”“어찌 됐든 동하국의 땅이니, 무슨 위험이 있을지 모르오. 꼭 조심하시오.”초경은 지도를 건네받았다.“좋소. 지금 바로 출발하겠소.”초경은 지도를 품에 넣으며 몸을 돌려 송천초를 바라보며 낮은 소리로 말했다.“곧 돌아올 것이오.”송천초가 고개를 끄덕였다.“조심하십시오.”그리고 초경은 동하국으로 떠났다.그의 속도로 반나절도 걸리지 않아 바다에 있는 그 나라를 찾았다. 비교적 큰 섬을 찾으면 되는 일이니 어려운 것 없었다.바다에서 나타난 그를 보고 동하국 병사들은 깜짝 놀라 적의 기습이라고 큰 소리로 외쳤다.다들 모여들어 해안가에 칼을 겨누었지만 가까이 온 사람이 초경 한 명인 것을 보고 외쳤다.“감히 이곳에 혼자 오다니!”“당장 생포하거라!”병사들이 그를 에워쌌지만, 초경이 소매를 휘두르자 다들 멀리 날아갔다.동하국 사람들은 깜짝 놀라 더 이상 그를 얕보지 않았다. 하지만 그들은 여전히 초경의 상대가 아니었다.압도적인 초경의 힘 앞에서 그들은 조금도 반항할 힘이 없었다.그렇게 초경은 동하국 왕궁까지 쳐들어갔다.아무도 그를 막을 수 없자, 누군가 다급히 소리쳤다.“약사를 부르거라! 어서 약사를 부르거라!”기세등등하게 쳐들어온 적을 보고 동하국은 대량의 병사를 보내 그가 궁으로 들어오지 못하게 막으려 헀다.동하국 왕은 이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