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이 병권을 회수하려는 것은 알겠는데 이 방법을 쓰지는 말았어야 했소.”“여국은 수백 년 동안 줄곧 구주의 각 영들이 일방을 지켜왔소. 그들의 마음이 안정되어야 백성들의 안정을 지킬 수 있소.”“구주영 수장의 여식을 비로 간택한 선례는 어디에도 없었소. 당신이 갑자기 이런 명령을 내리니 다들 마음이 불안해질 수밖에 없소.”“그녀들이 입궁한 지 꽤 되었는데 당신은 낙영전에 들른 적이 있소? 단무가 아가씨는 매일 눈물로 지새우고 있다오. 이 소식이 만약 단 장군의 귀에 들어가기라도 하면 단 장군이 어찌 할 것 같소?”“병권을 수복하는 전제는 나라의 안정이요.”진익은 이 말을 듣고 좀 불만이 있는 듯 했다. “짐은 왕이고 그들은 신이요. 그들은 본디 짐의 명에 따라야 하는 법이요. 짐이 그들의 여식을 왕비로 간택하면 그들은 응당 영광으로 생각해야 할 것이요.”“그렇지 않으면 불신지심이 있는 것이요!”“누가 감히 두말한단 말이요?”낙요는 조급해하지 않고 앉아서 그에게 해석했다. “맞소. 당신은 왕이고 그들은 신이요. 그들이 당신에게 충성하게 할 방법은 많소. 그들이 기꺼이 당신에게 충성하게 할 방법도 있소!”“권력으로 협박하고 탄압해서 충성하라 강요하는 것이 아니라.”“그들은 다 무장이요. 대부분 성격이 거칠고 급한데 당신이 이렇게 과격한 방법을 쓰면 역효과만 낼 뿐이요.”낙요는 진익과 한바탕 잘 따져보려고 준비했는데 예상 밖으로 진익이 말머리를 돌리는 것이었다. “당신 말이 맞소.”“하지만 짐은 인심을 잡는 데에 서투르니, 당신이 떠나지 않는다면 짐을 도와 계책을 세워주시오.”“여국에는 당신이 없어서는 안된다오.”낙요는 몸이 굳어진 채 미간을 찡그리고는 진익을 바라보았다.지난날들의 추억을 떠올려 보던 그녀는 갑자기 깨달았다. 진익은 확실히 인심이 없었다. 그는 자신의 신변에서 오랫동안 충성해온 수하도 언제든지 끌고 나가 죽일 수 있었다.다만 그녀가 생각지 못했던 것은 해가 여러 번 바뀌었는데 그는 여전히 나아진 점이 꼬물만치도
낙요가 놀라며 고개를 돌려 보니 약간 눈에 익었다. 상대방도 놀라더니 먼저 그녀를 알아보고는 바로 웃는 얼굴로 바뀌었다. “아, 대제사장님이시군요.”낙요는 멍해서 아직 눈앞의 사람이 누군지 기억해 내지 못했다. 눈에 익은데 생각이 나질 않았다. 진익은 성지를 거두고 낙요가 기억해 내지 못한 것을 눈치채고 말했다.“이분은 상 비요. 당시 왕비를 선발할 때 당신이 짐을 찾아와 명단에 이 이름을 보태지 않았소.”“잊은 것이요?”낙요는 이 말을 들은 순간 기억이 났다.“해 귀비의 조카딸, 강상......”상 비가 웃으며 대답했다. “강상군입니다.”“대제사장께서는 참으로 잊음이 잦으십니다.”“그때 다 대제사장님 덕분이었습니다. 아니면 저는 입궁할 기회도 없었는 걸요.”“시간이 되시면 꼭 저의 서오궁에 들르십시오!”상 비는 비록 웃는 얼굴을 하고 있었으나 눈에는 웃음기라고는 찾아볼 수가 없었다. 거짓 웃음을 짓는 느낌이었다.낙요도 그녀가 진심으로 초대한다고는 느끼지 못했다.다만 서오궁이라고 하는 것을 듣고 다시 놀라며 물었다.“서오궁이라 했소? 지금 상 비가 서오궁에 살고 있소?”상 비는 득의에 차서 웃으며 말했다. “그렇습니다. 제가 지금 고모님 예전의 침궁에 살고 있습니다.”“그것도 황상께서 특별히 제게 상을 내린 것이지요.”상 비는 말하면서 다가가 다정하게 진익의 팔짱을 꼈다.동작이 대범한 것으로 보아 총애를 받고 있음이 분명했다.낙요가 물었다. “그럼 해 귀비는요?”상 비가 대답했다. “궁을 나가셨습니다.”“기금 어느 촌구석에서 장사를 하고 있는지 모릅니다.”“제가 가지 못하게 말렸는데 기어코 떠났습니다. 궁을 나가면 누가 귀비로 인정해 주겠습니까.”“대체 무슨 생각인지 통 모르겠습니다.”상 비의 말투에는 경멸이 섞여있었다.낙요는 저도 모르게 미간이 좁혀졌다. 궁을 나간 해 귀비의 생활이 어려울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녀가 해 귀비였을 때에는 가문의 영광이었다. 가족들 모두 그녀를 받들었다. 하지만
하지만 돈은 먼저 이번 일로 영향이 심한 백성부터 구제해야 했다. 제사 일가에서 지내다 보니 어느새 밤이 되었다. 낙요와 우유 둘은 이곳을 완공하려면 돈이 얼마나 들지 계산해 보았다. 공사 진도를 늦추더라도 최소 이십만 냥은 있어야 했다. 이 또한 통천탑만 완공하는데 필요한 돈이었다. 우유가 말했다. “통천탑 빼고, 다른 곳은 우리의 사람들이 짓게 하면 돈이 많이 들지는 않을 것입니다.”“그리고 약각은 다 허물고 방 하나밖에 남지 않았습니다. 다시 짓지 않으면 보기가 너무 흉합니다.”낙요는 머리를 끄덕였다.“저도 같은 생각입니다. 이미 반은 철거되었으니 다시 건설합시다. 잘 지어놓으면 앞으로 유용하게 쓰일 것입니다.”“그럼 약각에 가볼까요?"“그럽시다.”그리하여 둘은 사람 몇 명을 데리고 약각에 보관되어 있던 약재들을 하나하나 상자에 담아 들고나왔다. 정리가 거의 끝나갈 무렵이었다. 물건들이 빠지고 궤짝을 치우자 낙요는 문득 바닥에 비밀문이 있는 것을 발견하였다. 그녀가 서둘러 문 위에 두껍게 쌓여있는 먼지와 잡동사니들을 치우니 온전한 나무판자가 드러났다. 벽에 붙어서 길게 뻗어있었다. 두드려 보니 안에서 휑뎅그렁한 소리가 들려왔다. 그러나 그 문에는 자물쇠도 없었고 열 수도 없었다. 이 방에는 반드시 장치가 있을 것이다!"거의 다 정리되었으니 돌아가서 쉬세요."“네!”사람들은 다 가고 방에는 낙요와 우유 둘만이 남았다.우유가 의문스러운 얼굴로 다가왔다.“왜 그러십니까?”낙요가 비켜서며 바닥에 있는 비밀문을 가리켰다.“이 밑에 밀실이 있습니다!”“기관을 찾아봅시다!”“꼭 방안에 있을 겁니다!”우유도 놀랐지만 바로 낙요와 함께 기관을 찾기 시작했다.마침내 선반에서 한 약 단지가 들 수 없다는 것을 발견하고 옆으로 돌리니 기관 소리가 들리면서 바닥에 있던 문도 스르르 열리는 것이었다!우유는 서둘러 바깥쪽 방 문을 닫았다.둘은 화섭자에 불을 붙이고 비물문 아래로 내밀었다.밑에는 칠흑같이 어두웠는데 밀실이 아주 넓
비교를 해본 유유 역시 깜짝 놀랐다. "이게 양행주가 직접 쓴 것입니까?”낙요는 여러 권 더 뒤져보았다. 동초 대제사장과 관련된 것은 모두 양행주의 필체였다."그것뿐만이 아닙니다. 이것들도 전부 양행주가 직접 쓴 것입니다.”"이 세상에서 그분만이 동초대제사장의 존재를 증명할 수 있습니다.”예전에 수많은 기록을 찾아봤지만, 동초 대제사장에 대한 것은 전혀 찾을 수가 없었다.누군가 일부러 그녀의 흔적을 지우기도 했지만, 그녀가 존재했던 흔적을 남기려고 애쓰는 사람도 있었다.동초 대제사장의 생애를 명확하게 기록해 놓았다.사인까지도 똑똑히 적혀 있었다.낙요는 한 줄 한 줄의 글씨를 보고 있노라니 양행주의 한을 느껴지는 듯했다.그는 다행히 약로에 의해 구출되었고, 이 빛이 들지 않는 곳에서 십여 년을 살았다. 유일하게 그가 살아가도록 지탱한 것은 복수였다.그는 무공비술도 적잖게 훔쳤고 맥이 끊기는 고통을 수차례 겪으며 절세공법과 금지술을 익혔다.보통 사람의 끈기를 훨씬 뛰어넘지 않으면 절대 버틸 수 없었을 것이다.책장의 무공비서들을 본 낙요는 양행주가 그 공법을 익히는 데 엄청난 대가를 치렀고 그의 몸도 장시간 영향을 받을 것이라는 것을 확신할 수 있었다.그의 수명은 몇 년 남지 않았을 것이다.양행주 자신도 그것을 알고 있을 것이다. 그래서 죽기 전에 동초대제사장을 부활시키려는 절박한 심정이었으리라!다 보고 난 후, 낙요는 다시 그 방들 중 한 곳으로 들어갔다.방문을 여는 순간 눈앞에 펼쳐진 광경은 그녀를 매우 놀라게 했다.벽에는 덩굴이 가득했고, 그 옆 선반에는 온갖 종류의 항아리가 가득했는데, 그 안에는 약이 들어 있었다.여기가 양행주가 약을 만들던 곳일 텐데, 이 벽에 가득한 덩굴은 무엇일까?아마도 그가 전문적으로 재배한 것 같았다.낙요는 자세히 살펴보니 눈에 익은 느낌이 있었다.성수지 옆에 자라는 그 덩굴인 것 같았다.낙요는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양행주도 이 식물을 연구하고 있었다니!그 당시 그녀는 만족에서 사부가 살
"사부님께서는 역대 대제사장이 자리를 물려줄 때마다 사상환 한 알씩 전해주었다고 하셨는데 그것을 먹고 나면 사람들이 믿고 따르게 된다고 하셨습니다.”"사부님께서는 제가 대제사장을 이어받을 때에는 사상환을 저에게 주지 않겠다고 하셨습니다. 이유를 물었더니 여국 백성을 지키면 자연스레 만인의 존경을 받을 수 있으니 사상환의 통제가 필요하지 않다고 하셨습니다.""사부님은 제가 그런 사람, 정말 사람들이 우러러볼 자격이 있는 대제사장이길 원하셨습니다.”"그런 사부님께서 사랑을 위해 자신의 책임을 버릴 것이라고 저는 절대 믿지 않습니다.”"그분은 대제사장이 황족과 통혼할 수 없다는 것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는데, 모든 것을 아랑곳하지 않고 황제의 비가 되었습니다. 저는 이해도 못 하겠고 믿지도 못하겠습니다.”"사부님도 몸부림을 치신 것 같은데, 황제의 침전으로 이사한 후 밤에 그분의 울음소리를 들은 적이 있습니다. 아주 무기력한 울음소리였습니다. 어쩌면 그분도 자신의 결정을 후회했을지도 모릅니다.""제사 일가의 많은 사람들이 뒤에서 사부님을 의논하였습니다. 그녀는 대제사장이 될 자격이 없다, 사랑을 위해 굽신거리고 제사 일가의 지위까지 낮춘다, 비천하고 가증스럽다고 하였습니다.”"스승님께 물어보니 자제할 수 없다고 하셨습니다.”"제가 사부님에 대해 알고 있는 바로는, 황제가 그분에게 무슨 짓을 하지 않고서는 사부님이 황제에게 일편단심일 리가 없습니다. 황제가 좌우로 여인을 껴안고 끊임없이 비를 맞아들이는데도 변함없이 황제를 바라보셨으니 사부님은 병이 났을 것이 분명합니다.”"사부님은 임신 후로는 더욱 두문불출하셨습니다. 황제는 매일 새로운 여인이 생겨 사부님을 한 번도 뵈러 간 적이 없으며, 심지어 사부님이 하루 종일 울상을 짓고 있다고 싫어하셨습니다.""저는 너무 분했습니다. 사부님께 떠나라고도 권했습니다. 그분은 대제사장이니까요!”"하지만 사부님은 평생 이 침전과 그 남자를 떠날 수 없다고 하셨고, 저는 사부님의 얼굴에서 처음으로 절망을 보았습니
천궁제가 약을 연구 제작하는 과정에서 신분이 낮은 후궁의 많은 귀인이 목숨을 잃었다. 천궁제는 약을 만들기 위해 그들을 실험대상으로 삼았다.다만 후궁이 많고 후궁내전으로 여자 몇 명이 죽어나가는 게 일상 이었기에 아무도 주의하지 않았다. 천궁제는 대량의 시약으로 결국 섭심단을 개발했다. 이 약을 처음으로 섭취한 사람은 동초 대제사장이다.제사 일가의 사상환과는 달리 섭심단은 남녀 사이의 정에 더욱 치우친다. 한 사람이 다른 사람에게 의존하는 마음이 쉽게 생기고 멈추기 어렵다. 상대의 명령에 반항할 수 없게 만들고 반항할 심산이 생기면 당사자는 고통에 몸부림치게 된다.이것을 발견한 양행주는 동초 대제사장이 당시 천궁제의 섭심단으로 통제를 받으며 자신이 짊어져야 할 책임을 뒤로한 채 천궁제의 여자가 된 것을 알게 되었다.그 일이 있고 나서, 동초 대제사장은 후회하며 벗어나기 애썼다. 그러나 어두운 밤 그녀의 울부짖음은 멈추지 않았다. 섭심단 때문에 그녀는 괴로운 밤을 지새웠다.그리고 동초 대제사장은 자신을 괴롭히는 것이 섭심단 때문인 것을 알지 못했다.평생 천궁제를 떠날 수 없다는 이념이 그녀를 고통스럽게 했다. 천공제도 그녀에게 진심이었던 적이 없었다. 단지 그녀를 장악해, 우월한 대사제를 장악해 노예처럼 부리고 그녀를 움직이게 하기 위함이었다. 죽음보다 못한 삶이었다. 하지만 천궁제는 알지 못했다. 동초 역시 대제사장이었고 그녀의 강한 의지력으로 섭심단에 완전히 중독되지 않은 사실을 그는 몰랐다. 그녀는 계속해서 반항했고 굴하지 않았다.천궁제는 결국 살심을 일으켜 동초 대제사장이 딸을 출산하자마자 그 딸을 빼앗아 갔다. 이 사건은 동초 대제사장을 미치게 했다.동초 대제사장을 잔인하게 살해한 뒤 저주를 받았다.여국의 황족과 제사장 일가는 상호보완하는 사이였다. 그러나 동초 대제사장이 죽는 순간, 여국의 재난도 시작되었다. 천궁제는 밤잠을 이루지 못하고 악몽에 시달리며 나날이 초췌해졌다.양행주에게 그를 죽일 기회가 주어진 셈이다.
그래서 두 사람은 방에서 자세히 검사했다. 모든 약병과 병을 한 번씩 검사했다.결국 낙요는 사상환을 담았던 빈 병을 찾았다.양행주가 사상환을 만든 기록도 찾아냈다.성수 옆의 식물이 붉은 꽃을 피워야 하고, 붉은 꽃에 다른 약재와 성수를 섞어야 사상환을 만들 수 있다.그래서 양행주는 많은 식물을 심었다. 위의 기록에 따르면, 그 붉은 꽃은 규칙적으로 꽃이 피지 않았고, 수십 년 동안 총 5송이 미만이 피었다.시약을 포함해서 양행주는 네 알의 사상환을 만들었다.세 알을 대제사장에게 줬다.그러나 낙영의 손에 들어온 것은 두 알 뿐이다.양행주는 자신에게 한 알을 남긴 셈이다.낙요는 그제야 마음이 놓였다.“이런 물건들은 남겨야 합니까?” 우유가 호기심 어리게 물었다.낙요가 고민하더니 답했다. “두세요, 하지만 여기 두면 안 돼요. 가지고 나가요.”우유가 고개를 끄덕였다. “어디로요?”“통천탑이요.”동초 대제사장이 겪은 모든 것을 이 기록들이 증명해줄 것이다.사상환의 제조법은 다른 사람의 손에 들어가면 완된다. 영원히 잠가둬야 한다. 그리고 지금은 통천탑만 사용할 수 있다.그래서 두 사람은 밤새 물건을 옮겼다.재배된 식물들은 낙요가 칼로 직접 잘라버렸다. 사상환의 비밀이 알려지면 안 된다, 사상환은 더는 존재하면 안 된다.어두운 밤을 틈타 두 사람이 황급히 짐을 옮겼다. 날이 밝기 전에 밀실의 모든 물건을 통천탑으로 옮길 수 있었다.통천탑의 꼭대기 위의 몇 층은 아직 건설되지 않았지만, 아래 십여 층은 아무 문제가 없었다.각 층마다 작용이 달랐다.병기를 전문적으로 보관하는 곳도 있었고, 서적을 전문적으로 보관하는 곳도 있었다.낙요가 특별히 만든 기관 자물쇠는 중요한 물건들을 잠그는 데 사용되었다.이 비밀은 오직 그녀와 우유만이 알고 있었다.날이 밝은 뒤에야 낙요는 대제사장부로 돌아갈 수 있었다.낙요를 보자마자 유단청은 매우 흥분해서 사람들에게 이 소식을 알리러 갔다.“대제사장이 돌아왔소! 대제사장이 돌아왔소!”그 말을
낙정은 고개를 들어 그녀를 사나운 눈빛으로 쳐다보았다.“아직 살아있었군.”“오랫동안 보이지 않아서 죽은 줄 알았어!”“정말 아쉽다!”그 말을 들은 낙요가 차가운 웃음을 지었다. “내가 죽길 기다리는 거야? 뜻대로 되지 않을 것 같은데.”“여기서 나갈 수 있다고 생각하는 건 아니지?”낙정이 음산한 웃음을 짓더니 자신의 처지를 잊은 채 광분했다. “날 놓아주지 않으면 내가 부진환을 통제하는 비밀도 알 수 없을 거야!”그녀는 낙요가 자신을 죽이지 못할 거라고 굳게 믿었다. 자신을 괴롭혀 비밀을 뱉어내게 할 작정이라고 여겼다.그녀가 지금까지 이곳에서 버텼던 것은 이곳을 벗어나 재기할 기회를 노리고 있었기 때문이다.그녀는 패배를 인정할 수 없었다.낙요가 담담하게 미소 지었다. “그것 때문에 줄곧 여기서 버텼던 거야?”“일찍 알리지 못해서 정말 미안한데, 부진환 통제하는 방법은 이미 중요하지 않아.”“당신이 죽으면 이 세상에서 그를 통제할 수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어.”“밖이 어떤 상황인지 모르는 것 같네. 지금의 황제는 진익이야.”“죽을 목숨은 이미 순리대로 죽었고 당신이 이용하려던 사람들도 전부 없어.”“당신은 이 어두운 밀실에 갇혀 꼼짝도 못할 거야.”“세상에 낙정이라는 이름을 기억하는 사람은 없어.”소매 끝을 꽉 쥔 낙정의 손끝이 하얗게 변했다. 그녀는 믿을 수 없다는 표정을 지었다.“아니! 날 속이는 게 분명해!”“날 놓아주면 궁금한 건 뭐든지 알려줄게!”낙정은 협상을 시도하려 했다.낙요가 평온하게 말했다. “내가 당신을 이곳에 가둬두는 게 설마 비밀을 알아내기 위해서라고 생각해?”“당신이 말하고 있는 그 비밀, 난 이미 알고 있어. 설령 내가 모르는 게 있어도 스스로 알아내면 돼. 당신과 거래할 필요 없거든.”“당신 고문하려고 여기에 가둔 거야.”낙정을 잡은 순간부터 낙요는 낙정을 놓아줄 생각이 없었다.그녀는 어떤 거래도 할 생각이 없었다.얼굴이 하얗게 질린 낙정은 믿을 수 없다는 눈빛으로 절망했다.낙요는 차
“나는 더 이상 당신의 상대가 안 되오.”낙요는 고개를 돌려 바둑판을 보며 입꼬리를 살짝 올렸다.“당신을 이기기 위해서가 아니라, 당신과 함께 바둑을 두며 답답함을 풀기 위해서요.”부진환은 바둑알을 하나하나 거두었다.낙요는 실눈을 뜨고 하늘을 바라보며 손을 뻗었다. 햇빛이 손가락 사이로 새어 나왔다.“그러고 보니, 나의 답답함을 풀 사람은 당신뿐이오.”“심시몽은 어의원의 심사를 통과하고 정식으로 어의원에 들어가게 되었소. 그리고 강소풍의 집안에서도 그들의 혼사를 승낙하여 두 사람은 곧 혼사를 올릴 것이오.”“갑자기 심면과 낙현책도 혼사를 올려야 하지 않겠느냐는 생각이 들었소.”부진환이 웃으며 말했다.“일찍이 혼인할 나이가 되었지만, 아이들도 조급해하지 않는데 왜 그렇게 걱정하오?”낙요가 입꼬리를 살짝 올리며 여유롭게 말했다.“걱정하지 않소. 대소사를 모두 당신이 걱정하고 있지 않소? 초경의 수위가 있으니, 몇 년이 지나도록 용모가 변하지 않았소. ”“나 같으면 그렇게 걱정을 많이 했으니, 일찌감치 늙었을 것이오.”몇 년 동안 부진환은 그녀를 도와 적지 않은 조정의 일을 분담했다.그녀도 부진환의 동반에 습관이 되었다.갑자기 무언가 떠오른 낙요는 자리에서 일어나 부진환을 바라보며 손바닥에 턱을 괴고 물었다.“이 나이가 되니, 아이를 낳지 않은 것을 후회하오?”“걸을 수 없을 정도로 늙었을 때, 다른 사람의 자식들이 단란히 모여있는 것을 부러워할 것이오? ”부진환은 손에 든 물건을 내려놓고 진지하게 그녀를 보며 대답했다.“후회하지 않소.”“사람은 너무 욕심을 부려서는 안 되오.”“게다가 당신은 여제요. 당신이 늙었다고 해도 누가 감히 푸대접하겠소?”“당신이 조용히 지내는 것이 좋다고 하면 난 당신과 함께 있을 것이오. 초경의 수위로 늦게 늙는다고 하지 않았소? 앞으로 당신이 늙으면 내가 당신을 부축하고 업고 다닐 것이오.”낙요는 입꼬리를 살짝 올렸다.“참 좋소.”이듬해 가을.심시몽은 강소풍과 혼사를 올렸고 어의원 5품
강소풍은 고개를 끄덕이다 다급히 고개를 저으며 어찌할 바를 몰랐다.“아니오. 그런 뜻이 아니오. 어머니께서는 마음에 들어 하셨소.”설명할수록 강소풍은 상황이 복잡해지는 것 같았다.심시몽은 어두운 표정을 지었지만, 여전히 그를 위로했다.“자네의 뜻을 알고 있소. 설명할 필요 없소.”“시몽... 미안하오! 하지만 나는 포기하지 않을 것이오. 방법을 강구하여 어머니에게 자네의 진정한 모습을 보여줄 것이오. 분명 어머니도 자네를 받아들일 것이오. ”그 말에 심시몽은 살짝 놀라 의아한 듯 고개를 들어 그를 바라보았다.“나와 헤어지려는 것이 아니었소?”심시몽은 강소풍이 특별히 그녀를 찾아와 이 일을 설명하는 것을 보고, 그녀와 연을 끊으려는 것이라고 생각했다.“아니요. 그럴 리가 있소.”“나는 단지 이전의 약속을 지킬 수 없을 뿐이오. 이번 달 안에 혼담을 꺼낼 수 없을 텐데, 나를 기다려줄 수 있소?”“말재주가 좋지 않아 대체 어떻게 설명해야 할지 모르겠소. 어머니께서는 자네가 연약하고 힘없다고 생각하시오. 앞으로 내가 출정하면 자네가 홀로 집안을 지킬 텐데, 우리에게 좋지 않은 선택이라 생각하시오. ”이 말을 듣고 심시몽은 대충 뜻을 알아차렸다.“어머니께서는 문무를 겸비한 며느리를 원하고, 자네와 함께 전쟁터에 나가서 떨어져 있지 않아도 되기를 원하시오.”“나는 비록 무공을 할 줄 모르지만, 그래도 해낼 수 있소.”고개를 들어 올린 심시몽의 눈빛은 밝았다..강소풍은 놀라기도 했고 기쁘기도 했다.“정말이오? 여전히 나와 함께 있고 싶소? 포기하지 않을 것이오?”심시몽은 고개를 끄덕였다.“나를 위해 그렇게 많은 일을 했는데, 어찌 쉽게 포기할 수 있소? 자네가 포기하더라도 나는 포기하지 않을 것이오.”“강가는 장군 집안이라 분명 우리 언니와 같은 여인을 좋아할 것이오. 난 비록 언니와 비길 수 없지만 그래도 노력할 것이오.”“여제께서 나에게 약옥을 주었소. 만약 순 의원과 의술을 배울 수 있다면 어의원에 들어갈 기회가 있소.”“성공
이 말을 듣고 심시몽은 약간 의아해했다.“공주는 저를 탓하지 않습니까...”“그분은 공주시다. 천하를 품고 있는데, 어찌 네가 범한 작은 잘못을 추궁할 리 있냐?”“지금 너의 변화를 보면 공주도 더 이상 너를 탓하지 않을 것이다.”“하지만 차려야 할 예의는 없어서는 안 된다. 시간이 나면 공주에게 감사하다고 인사를 전하거라.”심시몽은 연신 고개를 끄덕였다.“예. 내일 가겠습니다.”“저는 먼저 약옥을 넣고 의관에 가겠습니다.”심시몽은 기쁜 마음에 빠른 걸음으로 달려갔고, 의기양양한 분위기를 풍겼다. 조금도 방금의 의기소침함이 없었다.심면도 기뻤다.모두가 만족스러운 결과를 얻은 것 같다.하지만 그와 동시에, 강소풍이 집에서 어머니와 싸우고 있었다.“안 된다고 하면 안 되는 것이다! 너를 현학서원에 보내 양성하는 것도 앞으로 네가 큰 성과를 거둘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다. 그러니 너도 마땅히 너와 어울릴 만한 부인을 얻어야 한다. 너와 전장을 누비며 적을 죽이는 그런 사람 말이다.”“힘없이 연약하게 집안에서 서방이 돌아오기를 손꼽아 기다리는 그런 평범한 아가씨는 안 된다.”“이전에 그 심시몽을 위해 집안의 빙천영지를 훔쳤고, 심지어 벌을 받고도 물건이 어디로 갔는지 말하려 하지 않았다. 난 그때부터 심시몽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그런데 지금 그 아이와 혼사를 올리려는 것이냐?”“말도 안 된다!”강부인은 단호한 태도로 조금도 말을 바꾸려 하지 않았다.강소풍은 내키지 않는 듯 반박했다.“심시몽이 평범하다니요? 어떻게 평범하다는 말입니까? 심시몽은 그저 무공이 부족할 뿐입니다. 세상 사람들이 모두 무예를 익혀야 하는 것은 아니지 않습니까?”“하물며 그녀의 언니는 이미 태자로 봉해졌습니다. 그러니 심시몽도 좋은 아가씨라는 것을 설명할 수 있지 않습니까?”강부인은 콧방귀를 뀌었다.“언니는 언니이고, 심시몽은 심시몽이다. 어찌 동일하게 논할 수 있겠냐?”“강가는 권세에 빌붙지 않고, 심시몽의 언니가 태자라는 것을 봐서 그녀를 맞이하려
“나중에 자네가 신의가 될지도 모르오.”심시몽이 웃으며 말했다.“자네의 좋은 말대로 되길 바라오.”모두 술을 마시며 음식을 먹고 있었다. 심면이 임계천에게 물었다.“자네는? 어디로 가고 싶소?”“나라에 보답할 수 있다면 어디든 좋소.”임계천이 담담하게 웃었다. 그는 특별히 가고 싶은 곳이 없었기에 그저 궁의 안배를 기다리고 있었다.다들 기분이 좋았고 투지가 넘치고 미래에 대한 동경으로 가득 차 있었다.술을 너무 늦은 시각까지 마셔서 그들은 심가에서 묵었다.오전이 되자, 각 집안의 하인들이 부랴부랴 사람을 찾아왔다. 몇 사람은 술에 취해 인사불성이 되었지만, 여전히 집으로 끌려갔다.궁에서 명을 받았기 때문이다.강소풍은 금군 기사영 통령으로 봉해져 도성과 황궁의 안위를 지키게 되었다.임계천은 형부로 전근되었다.소우청과 봉함선은 수주의 군영 부장군으로 명을 받았다.소우청의 행처는 그의 아버지 소진오가 좋은 경험을 하기를 바라며 부탁한 것이다.낙요는 봉함선이 여인이기에 그녀를 그렇게 멀고 험한 곳으로 보내고 싶지 않았다. 하지만 그녀는 주동적으로 수주에 갈 것을 청구했다.봉함선이 말했다.“여국은 역대로 여 장군이 없었습니다. 저는 첫 번째 여장군이 되고 싶습니다.”“만약 힘들고 험한 곳이 아니라면 어찌 제가 포부를 발휘할 수 있겠습니까?”낙요는 그녀의 담력과 야심을 높이 사고 그녀의 청을 승낙했다.“나는 네가 여국의 첫 번째 여장군이 되기를 기대한다.”이들 외에 현학서원의 다른 학생들도 그들로 하여금 실력을 발휘할 수 있는 새로운 행선지를 얻었다.유독 심시몽에 대해, 낙요는 따로 안배를 해주지 않았다.백서가 걱정했다.“어찌 유독 심시몽만 얘기가 없으십니까? 심시몽이 알면 마음이 편치 않을 것입니다.”낙요가 웃었다.“아니다. 이미 심면을 시켜 심시몽에게 한가지 물건을 보냈다.”백서는 살짝 놀랐다.“일찍이 계획이 있으셨군요.”이때의 심시몽은 홀로 넋을 잃고 연못가에 앉아있었다. 그녀의 마음은 마치 흩날리는 낙엽처럼 어수
유생이 드디어 알아차렸다.“그랬구나. 내가 어찌 이걸 잊은 것이냐.”“난 정말 운이 좋은 것 같구나. 이렇게 운 좋게 제사장 자리를 주울 수 있으니.”심면이 답했다.“아닙니다. 전에 제가 청주 전쟁에서 조난했을 때, 제자들을 통솔해 적과 싸우지 않았습니까? 현책보다 능력이 훨씬 뛰어났습니다.”“사저가 소제사장이 되는 것이 가장 적합합니다.”이렇게 칭찬하는 것을 듣고 유생은 쑥스러워하며 낙현책을 힐긋 쳐다보았다.“네가 이렇게 말하면 낙현책이 기뻐하지 않을 것이다.”낙현책이 웃으며 답했다.“그녀가 말한 것은 내가 하고 싶은 말이다.”“너는 나보다 대제사장이 더 잘 어울린다.”“나는 무학에서 너보다 좀 나을 뿐이다. 정말 대제사장이 되려면 너보다 잘할지 모를 일이다.”“다만 제사장 일족의 심사에는 이런 것이 없었다.”“하물며 나도 대제사장이 될 생각을 한 적이 없다. 내가 하고 싶은 것은 단지 여제가 기뻐하기를 바랄 뿐이다.”이 말을 듣고 유생은 마음이 놓였다.“불쾌하지 않았다면 다행이구나. 권력과 지위 앞에서 네가 이런 결정을 내릴 수 있다니, 정말 대단하구나!”“한 잔 권하마!”유생이 술잔을 들었다.바로 이때, 갑자기 대문이 열렸고, 사람이 도착하기도 전에 먼저 목소리가 들렸다.“사람이 아직 도착하지 않았는데, 왜 벌써 마시는 것이오?”“우리를 기다리지 않는다니, 의리가 없소!”몇 사람이 고개를 돌려 바라보니, 강소풍과 임계천이 술병을 들고 오는 것이 보였다.“오늘 밤 다들 왔구나!”“자, 심면과 유생을 위해 한 잔 하세!”모두 자리에 앉아서 잔을 들어 함께 마셨다.그렇게 한참 마시다 보니 술에 취한 강소풍이 흥분한 듯 입을 열었다.“얼마 지나지 않아 심가에 겹경사가 닥칠 것이오.”모두 멍해졌다.강소풍은 낙현책과 심면을 바라보았다.“여제가 두 사람의 일을 인정했으니, 언제 혼사를 치르는 것이오?”심면은 갑자기 얼굴을 붉어지며 황급히 강소풍에게 술을 따라주었다.“술을 마셔도 자네의 입을 막지 못한 것이오?”
“저희가 어찌 가족입니까?”“50냥의 이득을 본 걸 후회한다면서요?”이 말이 나오자 다들 얼굴이 새파랗게 질렸다.그들은 그제야 유생이 그날 밤 그들의 대화를 모두 들었다는 것을 깨달았다.어쩐지 상자를 도둑맞았더라니.유룽은 체면을 깎으며 사과했다.“유생아, 우리는 한 가족이니 티격태격하는 것도 정상이다. 그러나 다들 나쁜 생각은 없다.”“이전의 일은 모두 나의 잘못이다. 이렇게 너희들에게 사과하마!”“오늘 저녁 집으로 돌아가자. 너를 위해 잘 경축해야지 않겠느냐!”둘째아버지와 셋째 아버지도 모두 따라서 사과했다.집안 재산을 나누겠다고 얘기한 그날 그들이 각박한 만큼 지금 아주 자상했다.“유생아, 집으로 가자. 지나간 일은 잊고, 우리 가족 다시 시작하는 게 어떠냐?”“그래. 가족이 함께 지내면 얼마나 시끌벅적하냐? 따로 이곳에서 지내면 쓸쓸하지 않으냐?”“우리 집에 좋은 술도 두 병 간직하고 있는데, 유생을 축하하러 오늘 꺼내마!”유생은 표정을 바꾸지 않고 차분하고 차갑게 말했다.“다들 시간 낭비하지 마십시오.”“집안 재산을 나누고 연을 끊었는데, 어찌 번복할 사람이 있겠습니까?”“잘살든 못살든 더 이상 유가와 관계가 없습니다.”“다들 가시지요. 굳이 우리 집 앞에서 매달리려 한다면, 관아에 신고할 것입니다.”말을 마치고 유생은 방안으로 돌아와 차갑게 문을 닫았다.문밖의 사람들은 후회에 휩싸였다.게다가 둘째는 첫째를 원망하기 시작했다.“형님 탓입니다. 제사장 자리가 발표되기도 전에 넷째네를 쫓아내더니, 지금은 어떻게 하려는 것입니까?”셋째도 불평했다.“유생은 앞으로 대제사장이 될 것이오. 앞으로 유생 덕을 보긴커녕 이렇게 소란을 피웠으니, 앞으로 우리를 난처하게 할 수도 있소...”유롱은 짜증을 참지 못하고 말했다.“어찌 또 내 잘못이 되었냐?”“애초에 심사 결과가 나오자, 다들 하나하나 달려와서 유생네가 끝났다고, 그들 일가를 헛되이 잘해줬다고 하지 않았냐? 너희들이 모두 동의했기 때문에 넷째 일가를 쫓아낸 것이
자리에 있던 사람들은 매우 놀랐다.유가 사촌들은 냉기를 한 모금 들이마셨다.유생도 경악한 표정을 지었다.“왜 제가...”왜 낙현책이 아닌가?장 총관이 웃으며 말했다.“어서 명을 받으시지요. 소제사장”유생은 정신을 차리고 마음속으로 미친 듯이 기뻐하며 얼른 명을 받고 고마움을 전했다.장 총관은 자리에 있던 병사들을 힐긋 보고 유생에게 친절하게 물었다.“소제사장, 무슨 문제가 있습니까? 제가 처리할 필요가 있습니까?”유생은 웃으며 말했다.“필요 없습니다. 고맙습니다!”“어찌 사양하십니까? 제가 필요한 곳이 없다면, 이만 궁으로 돌아가 명을 전해야 합니다.”“예. 바래다 드리겠습니다.”유생은 장 총관을 골목 밖까지 배웅했다. 장 총관이 의미심장하게 일깨워주었다.“아가씨는 아직 소제사장의 권력을 모르고 있을 수도 있습니다. 도성에서 제사장의 권력은 여제와 대제사장에 버금갑니다.”“태자와 동등한 권력입니다.”“이런 사소한 일은 직접 처리할 필요도 없으니, 제게 한마디만 분부하면 됩니다.”유생은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일깨워 줘서 고맙습니다.”“오늘 여제께서 태자도 정하셨습니까? 심면입니까?”장 총관은 고개를 끄덕였다.“예. 심가에 뜻을 전하고 왔습니다.”장 총관을 떠나보내고 유생은 기쁨으로 가득 차 있었다. 그녀는 선택받을 줄 전혀 생각하지 못했다.분명히 낙현책한테 졌기 때문이다.심면도 태자로 봉해져서 참 좋았다.오늘 밤 심면을 찾아 축하하려면, 이 문제를 빨리 해결해야 한다.그녀는 빠른 걸음으로 문밖으로 돌아갔다.병사들은 즉시 공손한 태도를 바꾸어 그녀에게 예를 올렸다.“소제사장, 오늘 분명 오해일 것입니다. 저희는 먼저 떠나겠습니다.”유생이 차가운 소리로 호통을 쳤다.“멈추거라!”그들은 뻣뻣하게 자리에 서서 고개를 숙이고 땀을 뻘뻘 흘렸다.제사장의 말 한마디에 그들은 직무를 잃을 수도 있다.“수사를 더 해야 하는 거 아니오? 안 하시오?”“저희가 감히 소제사장의 집을 수색할 용기가 어디 있겠습니까? 오
낙현책은 고개를 끄덕였다.“나도 궁을 나가려던 참이다. 함께 가자.”유생은 단번에 알아차렸다.“심면을 찾으러 가는 것이냐?”“심사 결과가 나온 후, 심면을 만나지 못했구나.”“심면도 무슨 일이 생긴 것이냐?”낙현책은 생각에 잠긴 듯 말했다.“그런가 보구나.”“내가 도울 일이 있으면 언제든지 얘기하거라.”“그래.”두 사람이 함께 궁으로 나온 후 유생은 바로 집으로 돌아갔고 낙현책은 심면의 집으로 향했다.유가의 골목에 도착하자마자 시끄러운 소리가 들렸다.관아의 사람들이 유생의 집 앞을 막고 그녀의 부모님을 잡고 그들을 관아에 데리고 가려 했다.옆에는 그녀의 사촌들이 있었다.안색이 바뀐 유생은 다급히 달려갔다.“그만하시오!”“뭐 하는 것이오?”유생은 바로 부모님을 뒤에 감쌌다.유롱은 화가 난 표정으로 그녀를 바라보았다.“뭐 하냐니? 집안 재산을 나누었으니, 유가와 이젠 연이 없는 것이다. 집안 재산도 주지 않겠다고 했는데, 어찌 유가의 물건을 훔치는 것이냐? 그 상자에는 족히 수십만 냥이 있다!”“감히 너희랑 아무 연관도 없다고 할 수 있느냐?”유생은 그들이 이렇게 빨리 찾아올 줄 몰랐고, 관리에게 고소할 줄도 몰랐다.“우리가 훔쳤다는 증거라도 있습니까?”“증거도 없이 저희를 잡다니, 법을 따르셔야죠.”유롱이 노발대발하며 말했다.“유가 사람들이 네가 돌아온 것을 봤다!”“변명하지 말거라. 할 말이 있으면 감옥에 가서 변명하거라!”물건을 잃어버리고 그들이 유일하게 의심하는 사람은 유생이다.대가를 치르더라도 그들은 그 돈을 되찾으려 했다.“내가 돌아갔다고 돈을 훔쳤다는 것입니까? 농이 심하십니다!”“관청에 따라서 갈 수 있지만, 저희 부모님과는 연관이 없습니다. 증거가 없으면 함부로 사람을 잡을 수 없습니다!”유롱이 화를 냈다.“네 아버지와 어머니도 한패다! 당연히 관아로 데려가야 한다!”“나으리, 그들은 수십만 냥을 훔쳤습니다. 결코 적은 액수가 아닙니다. 나리께서 반드시 돈을 되찾아 주시기를 간청합니다!”
조영궁.심사 결과가 나온 후 오랫동안 기다리던 낙요는 드디어 낙현책이 오는 것을 기다렸다.“여제.”낙현책은 고개를 숙이고 여제를 마주할 엄두가 나지 않았다.“심사 결과가 나온 지 오래됐는데, 어찌 이제야 나를 찾아온 것이냐? 잘 고려한 것이냐?”낙현책은 고개를 끄덕이며 무릎을 꿇고 자리에서 일어나지 못했다.“여제를 실망하게 했습니다!”이 말을 듣고 낙요는 그의 결정을 알아차렸다.“일단 일어나서 얘기하거라.”낙현책은 무릎을 꿇고 일어나지 않았다.“여제의 가르침을 저버렸습니다. 저는 대제사장 자리를 감당할 수 없습니다!”낙요는 다소 실망했지만 그래도 의외는 아니었다.“잘 생각했느냐? 이 일은 번복한 기회가 없다.”낙현책이 세게 고개를 끄덕였다.“오랫동안 심사숙고한 후 내린 결정입니다.”“제가 여제를 실망하게 했습니다.”지금까지 이렇게 노력했고 최종 심사에서 1등까지 하였는데, 여제를 실망하게 했다.낙요는 자리에서 일어나 그를 일으켜 세웠다.“실망하지 않았다.”“네 실력은 모두가 다 알고 있다. 어찌 실망했겠느냐? 네가 후회하지 않으면 된다.”“이미 결정을 내린 이상 더 이상 그렇게 많은 생각을 하지 말거라. 마음을 놓고 네 목표를 향해 가거라.”“나는 네 결정을 존중한다!”여제가 화를 내지 않자, 낙현책은 그제야 한숨 돌렸다. 그는 감동에 겨웠다.“고맙습니다.”낙요는 그가 기뻐하는 모습을 보고 입꼬리를 살짝 올렸다.“그동안 심면을 만나지 않았겠구나? 어서 네 결정을 알리러 가거라.”낙현책은 고개를 끄덕이고 궁을 나갈 준비를 했다.그동안 심면도 고민하고 있었을 것이다. 두 사람에게 있어 정말 어려운 문제였다.누군가는 무언가를 포기해야 하기 때문이다.낙현책이 궁을 나서려는데 제사장족 제자가 그를 가로막았다.“유생이 궁에서 자네를 기다리고 있소. 급한 일이 있는 것 같소.”“급한 일? 알겠소.”유생은 그동안 궁에 있지 않았다. 갑자기 궁으로 찾아온 것을 보아, 중요한 일이 있는 듯했다.먼저 그녀를 만나고 궁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