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운주는 덤덤하게 웃으며 말했다.“약을 먹였더니 자는구나.”“짐은 아이의 울음소리가 제일 싫다.”“계속 이렇게 울기만 하면 남겨두지 않을 것이다.”이 말을 들은 낙요는 분노하며 말했다.“당신 아들입니다! 어떻게 그런 말을 합니까?”“짐은 아들이 없다.”부운주는 불쾌한 듯 말했다.“그래도 어떻게 어린아이에게 이럴 수 있습니까! 약을 먹이고 재우다니요, 약의 양은 아십니까? 문제라도 생기면 어떡합니까?”낙요는 급히 화를 냈다.그러나 부운주는 아무렇지 않은 듯 덤덤하게 웃으며 말했다.“짐의 아들도 아닌데 신경 쓸 필요가 없지 않으냐.”“그리고 너도, 부진환과 다른 여자의 아이를 이렇게 신경 쓸 필요는 없다.”낙요는 여전히 분노했다.“대체 어떻게 해야 당신 아들이라는 것을 믿겠습니까!”부운주는 여전히 덤덤하게 말했다.“안 믿는다.”“짐과 다른 이야기를 나눈다면, 같이 있어 줄 수 있지만 이 아이가 누구 아들인가에 대해 집착한다면 짐은 더 이상 할 말이 없다.”말을 마친 부운주는 등을 돌리고 방문을 잠군 후 떠났다.낙요는 걱정이 되었다.다시 부운주를 찾으려고 했으나, 부운주는 낙요를 보러 오지 않았다.오후가 되자, 아이의 울음소리가 다시 울렸다.곧바로 심녕이 때리는 소리와 함께 아이의 울음소리가 더 크게 들려왔다.낙요는 순간 급한 마음에 방문을 차버렸다.“부운주를 불러라!”“아니면 평생 다시는 나를 못보게 해주겠다!”낙요의 협박을 듣자, 부운주는 곧바로 달려왔다.“무슨 일이냐?”낙요는 부운주를 밀치고 문밖으로 가려고 했으나, 부운주에게 붙잡히고 말았다.“반찬에 약을 타고, 이리 경계가 삼엄한 곳에 가뒀는데도 도망칠까 봐 두려운 겁니까?”“준비가 충분하다고 하지 않았습니까? 제가 도망칠 수 있겠습니까?”이 말을 들은 부운주는 손을 놓고 태연하게 말했다.“짐은 네가 도망칠까 봐 두려운 게 아니다.”“괜한 사단을 벌이기 싫은 것이다.”“암위들의 실력이 뛰어나 도망치면 너를 죽일 수도 있다. 짐은 네가 다칠까 봐 그
흔자는 이 모습을 보고 긴장한 듯 낙요의 팔을 잡아당겼다.“뒤에!”낙요도 눈치챘으나 피하지 못해 등을 돌려 팔로 막고 한 손으로 흔자를 밀어냈다.심녕이 의자로 낙요의 머리를 치는 순간, 마침 부운주가 이 모습을 보고 안색이 어두워졌다.의자는 낙요의 팔에 부딪혀 반동강이 났으며, 부운주가 다가와 심녕을 발로 찼다.낙요는 팔을 거두고 문질렀다.부운주는 긴장한 듯 앞으로 다가가 물었다.“괜찮냐?”낙요는 차가운 눈빛으로 부운주를 보며 몸을 일으키고 말했다.“쓸데없는 건 물어보지 마십시오.”“아이는 제가 돌보겠습니다.”“다시는 심녕에게 맡기지 마십시오!”부운주는 어두운 안색으로 고개를 돌리고 심녕을 바라보았다.심녕은 아픈 가슴을 움켜쥐고 아직 일어나지 못했다.“그렇다면 데리고 있거라.”“하지만 짐은 이 아이를 너무 오래 두지 않을 것이다. 너무 붙어있다가 정이라도 생기면 떼어낼 수 없으니 말이다.”이 말을 들은 낙요는 깜짝 놀란 듯 부운주를 보며 물었다.“대체 무슨 뜻입니까? 왜 아이를 죽이지 못해서 안달입니까?”부운주는 차가운 눈빛으로 흔자를 보더니 덤덤하게 말했다.“지금 남겨두는 건, 그저 부진환을 상대하기 위해서다.”“쓸모가 없어지면 죽어야지.”“황족의 피가 흐르니 평범한 사람이 아니다. 그러니 난 이 아이를 일반 백성으로 볼 수 없다.”“싹을 자르는 것이다.”부운주의 평온한 어투에는 매정함이 담겨 있어 소름이 돋았다.“어떻게 해야 목숨이라도 남겨주시겠습니까?”낙요는 협상할 수 있다고 믿었다.부운주는 진지한 눈빛으로 낙요를 보며 입꼬리를 올렸다.“진심으로 짐과 떠난다면, 살려주겠다.”역시.이게 바로 부운주의 계략이자 조건이었다.어찌할 바를 몰라 하며 긴장한 흔자를 보자, 낙요는 차가운 목소리로 답했다.“알겠습니다.”“그리할 테니 목숨은 살려주십시오.”부운주는 웃으며 말했다.“네가 있으면, 짐은 절대 이 아이를 건드리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네가 떠나면, 이 아이는 죽는다.”이게 바로 부운주가 낙요를 곁
심녕은 차갑게 웃으며 말했다.“난 황상을 도와 당신을 잡았소. 황상이 당신을 죽이든 안 죽이든 난 공을 세웠으니, 원하는 걸 하사해 주시겠지.”“이 세상에서 황상 말고 내가 원하는 걸 가져다줄 수 있는 사람은 없소.”“당신 걱정이나 하시오!”“양행주가 송천초를 찾으러 갔으니, 당신의 정체도 곧 들통날 테요. 왕야도 당신을 구하러 오지 않을 것이고!”“아직도 여기에서 남의 아들이나 보살피고 있다니.”심녕은 콧방귀를 뀌며 경멸하는 어투로 말했다.이 말을 들은 낙요는 안색이 어두워졌다.“뭐라고 했소?”“양행주가 송천초를 찾으러 갔다고 했소?”양행주와 송천초는 아무런 상관도 아닌데, 어찌 송천초를 찾으러 간단 말인가.낙요는 순간 불안해졌다.심녕은 안색이 어두워진 낙요를 보며 득의양양하게 말했다.“다 당신 덕분 아니요?”“우리를 경도에서 쫓아내자마자 양행주가 언니와 나를 죽이러 왔소. 언니는 나를 지켜주려다가 죽었고.”“난 살기 위해 당신과 송천초의 관계를 양행주에게 알려주며, 송천초의 화상을 줬소.”“양행주가 곧 당신의 모든 것을 앗아갈 것이오! 내가 원하는 걸 얻지 못했으니, 당신도 얻을 수 없소!”심녕은 비록 낙운의 정체를 몰랐지만, 낙운에게 말할 수 없는 비밀이 있다는 건 확실했다.그리고 양행주가 이 비밀을 밝혀낼 것이다.낙요는 가슴이 덜칵 내려앉았다.양행주가 죽이려고 찾아간 것이었구나.심녕이라는 사달을 만들고 말이다.양행주가 정말 제월산장에 찾아간다면, 초경의 존재를 알아내 초경이 위험해질 수 있었다.심녕의 득의양양한 눈빛을 본 낙요는 차갑게 웃으며 말했다.“내가 원하는 게 뭔 줄 알고 이렇게 확신하는 것이오?”“난 아무것도 잃지 않을 것이오.”“오히려 당신이 모든 걸 잃을 것이오.”“당신이 이렇게 만든 거니까.”낙요의 유일한 한은 바로 심부설의 죽음이었다.그날 밤, 낙요는 심부설의 얼굴에서 죽음의 기운을 보았다.그때 상황에서 보면, 심부설이 자결할 것 같아 마지막으로 설득한 것이었다.양행주가 찾아가서 살
“부 삼촌도 널 구할 방법을 생각하고 있을 거야.”“흔자야, 부 삼촌이 아버지가 누구지 말해준 적 있어?”흔자는 고개를 저었다.“여쭤봤지만 말해주지 않았어요. 크면 어머니와 아버지를 알게 될 거라고 했습니다.”“하지만 저는 알고 싶지 않아요.”낙요는 의문스러웠다.“왜?”흔자가 답했다.“어머니 아버지는 한 번도 나타난 적이 없습니다. 저를 사랑하지 않아서 그런 게 분명합니다.”“그러니 어머니 아버지가 누구인지 더 이상 중요하지 않습니다.”“세상에서 부 삼촌이 제일 좋습니다.”낙요는 멈칫하더니 곧바로 미소를 지었다.“네 어머니는 너를 보러 오지 못해서 그런 걸 수도 있잖아.”“너를 보고 싶어 하고, 네 옆에 있고 싶지만 네 안전을 위해 꾹 참고 찾으러 오지 않는 거지.”“네 어머니도 고통스러울 거야.”흔자는 순간 두 눈을 반짝이며 말했다.“정말요? 그럼 아버지는요?”“아버지도 저를 보고 싶어 합니까?”낙요는 침묵했다. 그러나 흔자의 기대 가득한 눈빛에 낙요는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당연하지.”대답을 얻은 흔자의 얼굴에는 화색이 돌았다.낙요는 아이의 희망을 꺾어버릴 수 없어 거짓말을 했다.흔자를 죽이려고 하는 사람이 아버지라는 사실을 알게 되면 충격을 이기지 못할 것이다.“누이, 저는 잡혀 왔습니다. 별원에 다른 사람들은요? 다 살아 있어요?”“류아 누이, 고모, 왕 아저씨도 다 무사합니까?”낙요는 멈칫했다. 청주 별원에는 살아 있는 사람이 적은 것 같았다.“다쳐서 치료받고 있어.”흔자는 그제야 미소를 지었다.“다행입니다.”“어서 자.”낙요가 위로했다.곧바로 흔자는 마음 놓고 잠에 들었다.흔자의 미간을 보니 부운주의 모습과 똑 닮았는데, 어찌 자신의 아이가 아니라고 믿는 걸까.흔자가 깊은 잠이 들어서야 낙요는 몸을 일으키고 방문을 나섰다.고개를 들어 밤하늘을 보니 달이 휘영청 떠 있었다.낙요는 옥상에 올라가 앉아 점을 치기 시작했다.이 점에는 흉하면서도 길한 기운이 있었으며, 천궐국의 국운은 모두 이
며칠간 비가 오지 않았다.주위는 모두 숲이고, 땔감이 가득해 일단 불이 나면 걷잡을 수없이 퍼진다.그러면 혼란을 틈타 도망칠 수 있을지도 모른다.생각을 마친 후, 낙요는 방으로 돌아가 흔자 옆을 지켰다.그다음 날부터, 낙요는 흔자를 데리고 종종 밖을 돌아다녔다.심녕은 비록 짜증 섞인 표정이었지만 둘의 뒤를 따라다니며 모든 행동을 지켜보았다.낙요는 이 틈을 타 주위의 지형을 알아보고, 방화 위치를 정했다.낙요는 그날 밤 전해진 밥을 먹지 않았고, 흔자에게도 먹지 말라고 했다.“흔자야, 오늘 저녁은 밥을 먹으면 안 돼. 버틸 수 있겠어?”흔자는 얌전히 고개를 끄덕였다.“네.”낙요는 고개를 끄덕이며 낮은 목소리로 당부했다.“그럼 흔자야, 오늘 저녁에는 자지 마. 누이랑 같이 산에서 도망칠 테니까 바짝 따라와야 해 알겠지?”흔자는 진지하게 답했다.“네.”낙요는 흔자를 방에서 기다리게 하고, 최대한 살며시 심녕의 방 밖으로 향했다.심녕이 방에서 쉬고 있는 걸 확인한 후, 낙요는 문 앞에 약 가루를 태웠다.그러자 약 가루의 향기가 문틈 사이로 흘러들었다.이 정도면 내일 아침까지 잘 것이다.낙요는 오늘 밤 흔자와 함께 하산할 것이다!정원에 다른 사람이 없는 걸 확인한 후, 낙요는 다시 옥상에 올라가 불 부적 몇 장을 꺼내 던졌다.그러자 부적이 바람을 따라 숲에 떨어져 불길이 되어 활활 타올랐다.부적 몇 장은 모두 다른 위치에 날아갔다.낙요는 옥상에서 한참 지켜보았다.불길은 곧바로 거세졌고, 암위들의 시선을 끌었다.그들은 곧바로 출동해 불을 껐다.불이 난 위치들은 모두 대부분의 사람들을 끌어갈 수 있었다.산 위에서도 사람들이 내려와 불을 껐다.그렇게 숲 전체에 연기가 퍼지자, 낙요는 방에 돌아와 흔자를 데려가며 당부했다.“밖에 불길이 거세니 무서워하지 말고 아무런 소리도 내지 마. 알겠지?”흔자는 얌전히 고개를 끄덕였다.하여 낙요는 흔자의 손을 잡고 방을 나섰다.정원 문밖에 나가니, 밖은 매우 혼란스러웠고 사람들은 모
순간, 나뭇잎이 흔들리더니 살기가 느껴졌다.낙요는 차가운 눈빛으로 흔자를 옆에 있는 풀더미에 밀어놓고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웅크리고 숨어 있어!”“소리 내지 말고!”흔자는 얌전히 가장 무성한 풀숲에 숨었다. 마침 몸이 보이지 않게 말이다.낙요는 앞으로 몇 걸음 더 뛰었다.순간, 살기가 몰려왔다.고개를 돌려보니, 뒤에서 누군가가 검을 들고 달려왔다.낙요는 몸을 뒹굴어 공격을 피했다.다시 몸을 일으키니, 맞은 편의 사람도 착지하여 검을 겨눴다.심녕이었다!낙요는 실눈을 뜨며 말했다.“향에 중독되지 않았구나.”심녕은 차가운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내가 그리 멍청해 보였소? 황상께서 낮이든 밤이든 지켜보라고 했소. 저녁에 일부러 쉬는 척한 것은 도망칠 기회를 만들어준 것이오!”“반드시 도망칠 거라는 걸 알고 있었기에.”“황상께서 당신을 죽이지 않는 건 예상 밖이니, 내가 직접 손을 쓸 수밖에!”“여기는 당신을 죽이기 딱 좋은 곳이오.”심녕은 낙운 따라 산 중턱까지 왔다. 여기에서 죽이면 절대 들키지 않을 것이다.비록 황상께서 낙운이 사라진 걸 발견하고 사람을 보냈지만, 시간이 걸릴 것이다.낙요는 의아한 듯 말했다.“나를 죽인다고? 당신도 죽을 텐데.”“아니, 절대 내가 죽였다는 걸 알 수 없을 것이오!”“그리고 당신이 먹은 반찬에는 약이 들어 있어 내력이 억제되었소. 당신은 내 상대가 아니오!”심녕은 매우 자신만만하며 통쾌한 어투로 말했다.말을 마친 후, 심녕은 다시 검을 겨눴다.낙요는 급히 뒤로 물러서며 힘에 못 이기는 척했다.등이 나무에 부딪히자, 낙요는 몸을 돌려 공격을 피하며 심녕의 복부를 향해 공격했다.심녕은 뒤로 몇걸름 물러섰지만, 여전히 차가운 미소를 지었다.아무런 피해도 없는 공격이었다.그렇게 심녕은 곧바로 낙요를 향해 추격했다.낙요는 이곳의 지리적 우세를 이용해 나무에 기대며 계속 피해 갔다.그러나 심녕은 낙요가 나뭇가지에 부적을 남겨둔 것을 발견하지 못했다.속임수를 쓰면 심녕을 잠시 가둘 수
낙요는 서늘한 눈빛으로 심녕을 보며 말했다.“아무것도 모르면서 모든 것을 얻을 수 있다고 생각하다니.”“꿈은 참 야무지게 꾸는구나.”심녕은 매서운 눈빛으로 낙요를 보며 말했다.“죽을 때가 되었는데도 입만 살아서는!”“오늘은 반드시 당신을 죽여 언니의 복수를 할 것이오!”말을 마친 후, 심녕은 다시 검을 겨눴다.낙요는 주먹을 꽉 쥐었다.진법으로 묶어둘 수 없으니, 이 악물고 덤빌 수밖에 없었다.비록 내력이 억제되었지만, 모두 억제된 것은 아니었다. 해독환으로 일부의 독도 해독했다.심녕은 이성을 잃은 채 검을 들고 덤볐다.낙요는 몇 번 피하더니 곧바로 정면충돌했다.손에 무기가 없었으나, 낙요는 재빨리 공격을 피하며 심녕을 공격했다.그렇게 한참 겨뤘으나, 심녕은 낙요의 털끝도 건드리지 못했다.바로 그때, 바람 소리에서 이상한 움직임이 들려왔다.닉요는 미간을 찌푸렸다.누군가가 오고 있다.곧바로 하늘에서 검 하나가 보였다.낙요는 깜짝 놀라 위로 뛰어올라 검을 잡았다.익숙한 느낌에 낙요는 깜짝 놀랐다.분심검이었다!검을 가져온 사람이 누군지 생각도 하기 전에, 낙요는 즉시 검을 꺼내 심녕을 공격했다.이번에는 심녕의 장검도 우세를 발휘하지 못했다.비록 낙요는 내력이 억제되었지만, 검법만으로 심녕 손의 검을 떨어트렸다.심녕은 두려움에 떨며 연신 후퇴했다.그러나 낙요는 망설이지 않고 장검을 심녕의 가슴팍에 찔렀다.어두운 밤, 낙요의 차가운 목소리가 들려왔다.“언니와 만나게 해주마.”순간, 장검이 심녕의 몸을 관통했다.심녕은 피를 뿜으며 눈물을 글썽인 채 바닥에 쓰러졌다.장검을 뽑아냈지만, 심녕은 여전히 눈을 감지 못했다.낙요는 팔을 들어 검에 묻은 피를 닦고, 고개를 돌려 움직임이 있던 곳을 바라보았다.“모습을 드러내시지요?”곧바로 낮은 웃음소리가 들려왔다.이 목소리를 듣자, 낙요는 가슴이 덜컥 내려앉았다.침서가 낙요 앞에 나타나 덤덤하게 낙요를 훑어보며 말했다.“얼마 안 봤다고 내력이 다 사라진 것이냐?”“역시
상씨 집안은 상녕을 입궁시키고 싶지 않았으나, 상녕을 궁에 들여보내지 않으면 어명을 어기는 격이 되었다.서신에서 상녕은 방법이 없다면 입궁하겠으나, 낙요가 자신을 도와줬으면 좋겠다는 내용이 담겨 있었다.서신을 봄 낙요는 미간을 찌푸리며 생각했다.진익은 대체 무엇을 하려는 걸까?“진익이 후궁을 들이는 일을 알고 있었습니까?”침서는 덤덤하게 웃으며 말했다.“알지. 하지만 신하가 어찌 황제의 명을 어길 수 있겠냐?”낙요는 당연히 믿지 않았다.침서가 부하를 지키며 이 일을 반대했다면, 진익은 명을 내릴 수 없었다.그러니 침서는 이 일에 관여하지 않을 생각이고, 오히려 서신을 가져온 걸 보니 낙요를 여국으로 돌아오라고 협박하는 것이었다.바로 그때, 산에 횃불과 함께 시끌벅적한 소리가 들려왔다.낙요는 깜짝 놀랐다. 부운주가 사람을 보낸 것이었다.침서는 웃으며 말했다.“먼저 가라, 내가 시간을 끌어줄 테니.”어린 황자의 안전을 생각해 낙요는 망설임 없이 앞으로 다가가 어린 황자를 데리고 나왔다.낙요는 침서 옆을 지나며 물었다.“서신을 주셨으니, 여국으로 돌아갈 준비도 다 해놓으셨겠지요.”침서는 사악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사흘 후, 경도성 밖에서 기다리겠다.”침서는 낙요가 여국의 일을 반드시 관여할 것이라 믿고 있었다.모든 걸 내려놓았다고 하지만, 역시나 내려놓지 못했다.정이란 건 참으로 애를 먹이는 것이다.낙요는 곧바로 흔자를 데리고 하산했다.사흘이면 흔자를 경도에 돌려보낼 시간밖에 안 됐다.두 사람은 빠르게 하산했다.얼마 지나지 않아 검이 부딪히며 싸우는 소리가 들려왔다.낙요는 멈칫하더니 복잡한 눈빛으로 산을 바라보았다.침서가 사람을 죽이기 시작하면, 산 사람은 없을 것이다.부운주…낙요는 잠시 망설였지만, 단호하게 고개를 돌리고 떠났다.끝이 있어야 새로운 시작이 있다.하산하자, 길옆에는 시체가 가득했다.모두 부운주의 암위였다.시체 옆의 나무에 말 한 마리가 묶여 있었다.낙요는 곧바로 흔자를 데리고 말에 타
“대체 뭘 하려는 거냐!”초경이 매섭게 물었다.“나는 살고 싶다. 나를 풀어주면 안전한 곳에 가서 이 여자를 풀어주마.”그 말을 듣고 초경이 차가운 눈빛으로 말했다.“너를 풀어주면 천초를 놓아줄 것이라 믿지 않는다.”묵계가 담담하게 웃었다.“비록 웅황주가 나를 몰아냈지만, 이미 이 여인의 몸에 혼을 한 가닥 남겼다. 지금 두 가닥의 혼이 몸에 들어있으니, 7일 후 혼을 잃고 나의 몸이 될 것이다.”“이 몸은 이제 내 것이다.”“더 이상 시간 낭비하지 말고 얘기할 자격도 없다. 내 말대로 해야 이 여자는 살 기회가 있다!”“나를 놓아주거라!”묵계의 위협에 초경은 주먹을 꽉 쥐고 분노를 억눌렀다.“가거라.”“3일 후, 반드시 천초를 만날 것이다. 그렇지 않으면 반드시 널 찾아 죽일 것이다.”묵계가 입꼬리를 올렸다.“좋다!”말을 마치고 묵계는 약사의 몸을 끌고 빠르게 그곳을 떠났다.낙현책이 빠른 걸음으로 앞으로 걸어갔다.“정말 이렇게 풀어주는 것입니까? 천초 고모를 놓아주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초경은 묵계가 떠난 방향을 빤히 보며 말했다.“괜찮다. 멀리 가지 못할 것이다.”낙현책은 살짝 놀랐다.이내 다들 그녀를 따라갔다.그들은 바닷가 암초에서 묵계를 따라잡았고 그녀는 이미 쓰러져 있었다.유생은 그녀가 중독된 것을 알아차렸다. 발목을 보니, 어느새 뱀에게 물려 있었다.유생이 고개를 돌려 초경을 바라보았다. 보아하니 초경이 한 일인 것 같았다.초경은 놀라지 않고 마음 아픈 표정으로 송천초를 안았다.“천초를 데리고 먼저 돌아갈 테니 너희들은 부 태사를 돕거라.”“예!”이내 초경은 시선 속에서 사라졌다.다들 부 태사를 도우러 갔다.부진환은 병사를 이끌고 동하국을 공격했다. 비록 동하국 사람은 적지 않았지만, 방어에 강한 성벽과 무기가 없었고 선박뿐이었다.여국 병사들이 끊임없이 섬에 오르고 있으니, 동하국이 멸망하는 것은 시간문제다.초경은 송천초를 안고 청주로 돌아와 묵계의 혼을 어떻게든 몰아내려고 했지만, 줄곧 실
바로 그때, 하늘에서 금색 진법이 나타나 묵계를 진법 안으로 가두었다. 귀를 뚫을 듯한 그 노랫소리는 진법 속에 가로막혔다.흰옷을 입은 제사장족 제자 수십 명이 하늘에서 나타났다.그들은 복숭아나무 위에 가볍게 서서 열 손가락으로 진법을 그렸고 손끝에는 금빛 부문이 흐르고 있었다.묵계는 깜짝 놀란 후 그제야 자신이 속았다는 것을 알아차렸다.그녀는 깜짝 놀라 송천초를 바라보았다.“너구나!”송천초가 차갑게 웃었다.“설마 내가 혼자 왔다고 생각하는 것입니까?”묵계는 굳은 표정으로 분노에 찬 듯 말했다.“괘씸하구나! 너에게 속다니!”그때, 밖에서도 싸우는 소리가 들려왔다.송천초가 가볍게 웃으며 말했다.“부 태사가 사람을 데리고 동하국을 공격했으니, 당신은 도망가지 못할 것입니다.”“차라리 순순히 잡히는 것이 낫지 않겠습니까?”그녀는 어젯밤 묵계를 만난 후 막사로 돌아가 바로 이 일을 부진환에게 알리고 대책을 논의했다.부진환은 그 여자가 동하국 약사일 가능성이 높다고 생각했다. 초경도 분명 그 여자의 손에 있을 테니 그에 따른 계획을 세웠다.그녀가 혼자 묵계를 만나러 간 것도 다른 사람에게 길을 안내하기 위해서였다. 다들 기관선을 이용해 그녀의 뒤를 따라가고 있었다.묵계가 뱀이라는 것을 알게 된 후 송천초는 웅황을 가득 챙겨 몸을 지키려 했다.묵계는 진법 속에서 절망하여 초경을 바라보며 말했다.“너와 나도 동족이라 할 수 있다. 나한테 한 짓을 다시 너한테도 할 것이다! 사람은 절대 믿어선 안 된다!”“정말 저 사람들을 도우려는 것이냐?”“초경. 난 너를 죽이려 한 적 없다!”초경은 한숨을 쉬고 천천히 입을 열었다.“너의 처지가 안쓰럽지만, 우린 동족이 아니다.”“우린 다르니, 같다고 하지 말거라.”“너의 딱한 처지를 보아, 솔직히 말하마. 동하국은 곧 멸망할 것이니, 너도 원수를 갚은 셈이다. 마음 놓고 떠나거라.”그 말을 듣고 묵계는 넋을 잃고 그들을 싸늘하게 훑어보았다.“죽으려면 함께 죽겠다!”묵계는 하늘을 향해 소
“그는 감금되었다. 우리는 그를 구할 수 없다. 그를 구할 유일한 방법은 바로 너의 몸과 나의 힘을 합치는 것이다. 그래야 우리는 기회가 있다.”그 말을 듣고 송천초는 눈살을 찌푸렸다.“그게 무슨 뜻입니까?”묵계가 한 걸음 앞으로 다가갔다.“나와 하나가 될 수 있느냐? 그를 구할 수도 있고 그와 같은 수명을 가질 수도 있다.”“두 사람은 영원히 함께 있을 수 있다.”“하지만 대가로 아픔을 겪을 수도 있다.”“할 수 있느냐?”송천초는 미간을 찌푸리고 사색에 잠겨 대답하지 않았다.묵계가 말을 이었다.“이곳은 동하국이다. 그들이 설치한 함정에 나는 들어갈 수 없고 평범한 사람만 들어갈 수 있다. 하지만 네가 들어가도 그를 구할 수 있겠느냐?”“우리가 힘을 합치면 할 수 있다! 잠시 힘을 합쳐 그를 구하고 다시 방법을 생각해 떨어지는 것이 어떠냐?”묵계가 한참 말을 한 뒤에야 송천초는 그녀의 말을 허락했다.“좋습니다. 허락하겠습니다.”그 말을 듣고 묵계는 기쁠 따름이었다. 송천초가 이렇게 쉽게 넘어올 줄은 몰랐다.만약 이 몸을 빼앗는다면 초경에게 청신요를 쓰지 않아도 된다.“좋다. 바로 자리를 옮겨서 시작하자.”송천초는 고개를 끄덕이고 묵계를 따라 복숭아나무가 무성한 곳으로 갔다.사방을 둘러보니 온통 복숭아나무였고 다른 것은 없었다.송천초는 묵계의 말에 따라 다리를 꼬고 앉았다.묵계는 그녀의 맞은편에 앉아 그녀와 손바닥을 마주하고 있었다.“시작할 것이다. 조금 불편할 테니 참거라.”묵계는 말을 마치자마자 시작했다.송천초는 괴로워하며 눈살을 찌푸렸고 온몸의 기운이 복잡해지는 것을 느꼈다. 옆에 있던 복숭아 꽃잎이 우수수 떨어지기 시작했다.밀실에서 독을 없애려 애쓰고 있던 초경은 순간 송천초의 존재를 느꼈다.그는 번뜩 눈을 뜨고 송천초가 주위에 있는 것을 알아차렸다!게다가 그녀는 지금 위험하다!초경은 마음이 초조했다. 그는 송천초에게 무슨 일이 생길까 봐 독을 없애기도 전에 다급히 밀실 문을 부수고 뛰쳐나갔다.묵계의 혼이
송천초는 깜짝 놀랐다.그 여자는 분명 온몸이 흠뻑 젖었지만, 송천초를 향해 걸어오는 도중 옷과 머리카락이 말랐다.송천초는 위험을 감지하고 바로 사람을 부르려 했다.그녀가 있던 곳에 마침 암초가 있어 그 여자의 모습을 막았다. 옆에 바로 청주군의 막사가 있었는데 이렇게 대담하게 이곳으로 오다니!송천초가 사람을 부르려는 그때, 여자가 입을 열고 그녀를 저지했다.“나는 적의가 없다. 그저 너를 찾으러 왔다.”“저요?”송천초는 의아한 듯 그녀를 바라보았다.그녀는 평범한 사람이 아니었다.“송천초라 하느냐?”묵계는 그녀를 살펴보았다. 그녀가 본 기억 속의 그 여자와 똑같이 생겼다.“어떻게 아는 것입니까?”묵계가 웃으며 말했다.“나는 묵계라고 한다. 초경이 위험에 처해 있어 너의 도움이 필요하다.”송천초는 그 말을 듣고 마음을 졸이며 저도 몰래 앞으로 한 걸음 걸어갔다.“무슨 일입니까?”“당신은 대체 무슨 사람입니까? 어찌 당신을 믿을 수 있습니까?”묵계 뒤에서 뱀 꼬리가 나타났다. 송천초는 깜짝 놀랐다.“나는 그와 동족이다. 그가 너를 찾아오라 한 것이다.”“만약 그를 구하고 싶다면 오늘 밤 홀로 이곳에 오거라. 아무에게도 말하지 마라. 너를 데리고 그를 만나러 가겠다.”그 말을 듣고 송천초가 물었다.“어디로 가는 것입니까? 동하국입니까?”“그곳 말고 더 있느냐?”“오직 너만이 그를 구할 수 있다. 이 일을 다른 사람에게 알리지 말거라. 초경의 목숨을 구하고 싶다면 내가 시킨 대로 하거라.”말을 마치고 묵계는 경계하며 막사를 힐긋 보고 몸을 돌려 바다로 사라졌다.송천초가 추궁하기도 전에 묵계는 온데간데없이 사라졌다.그녀가 무슨 사람인지 말한 것이 진짜인지 가짜인지도 알 수 없었다.하지만 종일 불안했던 것을 생각하면, 초경에게 정말 문제가 생겼을 수도 있다.갑자기 뒤에서 발소리가 들려왔다. 병사가 상황을 보러 왔다.“방금 이쪽에서 인기척이 있길래 보러 왔습니다. 무슨 일 없는 것입니까?”송천초는 망설이다 고개를 저었다.
이상하게 들리는 그 노랫소리는 그의 의식을 흐릿하게 했다. 그는 애써 소리를 막으려고 했지만, 자꾸 귀를 파고들었다.초경은 한참 몸부림치다가 결국 사람의 모습으로 돌아와 머리를 움켜쥐고 고통스럽게 바닥에 쓰러졌다.묵계는 그 모습을 보고, 그제야 그에게 다가갔다.“너를 상대하기가 참 어렵구나. 하지만 나를 너무 얕본 것 같구나. 인어족의 청신요는 죽어가던 사람도 깨울 수 있고 사람의 마음을 현혹해 행동을 조종할 수도 있다. 쉬이 사용하지 않던 방법인데 이렇게 너에게 쓰게 됐구나.”묵계는 가볍게 웃으며 천천히 웅크리고 앉아 손을 뻗어 초경의 얼굴을 스쳤다.“청신요로 너의 기억을 바꾸면 오늘부터 나의 명을 따르며 나와 함께 있을 것이다.”“거부하지 말거라. 자칫 잘못하면 정신을 잃을 수도 있다.”묵계는 웃으며 말을 마치고 손을 초경의 머리 위에 얹은 후 청신요를 부르기 시작했다. 맑은 소리가 주문처럼 초경의 귓가에 맴돌면서 바늘처럼 그의 머리를 파고들었다.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묵계는 하얗게 질린 얼굴로 이마에 식은땀을 흘리며 애먹였다.그녀는 의지력이 이렇게 강한 사람을 본 적 없었다.묵계는 싸늘한 표정으로 이를 악물고 버텼다.“대체 무엇 때문에 이렇게 버티고 있는지 봐야겠구나!”그녀의 손끝이 초경의 미간에 가볍게 닿자, 그녀는 실패의 원인을 찾았다.그의 기억 속에는 온통 다른 여자뿐이다.그것도 평범한 여자였다.청신요의 통제를 받지 않고 기억을 지우지도 못할 정도로 그녀를 사랑하고 있다니.묵계는 내키지 않았다. 그 여자가 자신과 함께 있고 싶지 않은 원인이었다. 평범한 사람은 고작 수십 년의 수명만 갖고 있어 결국 늙어 죽기에 그들과는 다르다.감정이라는 것을 그녀는 도저히 이해할 수 없었다.그녀의 육체가 다치지 않았다면 청신요를 쓰는 것도 애먹을 리 없었을 것이다.보아하니 이 방법으로는 그를 통제할 수 없을 것이다.그럼...묵계의 눈에 빛이 반짝였다.묵계는 초경을 업고 돌아가 밀실에 가두었다.묵계는 그녀가 자리를 비웠을
묵계는 이 남자를 죽이기 아까웠다. 그도 자신과 마찬가지로 기나긴 수명을 갖고 있어 함께 수련할 수 있었다.이런 사람을 또 찾기 어려울 것이다.초경은 그 말을 듣고 조금 의아했다.“그럼, 너는 진정한 약사가 아니냐?”묵계가 콧방귀를 뀌었다.“물론이다. 그 여자는 이미 죽었다. 나의 몸을 망가트렸으니, 그녀가 바다로 들어간 기회를 틈타 그녀를 죽이고 몸을 차지했다. 하지만 이 뱀의 기운은 무슨 수를 써도 사라지지 않았다.”“그동안 약사의 신분으로 동하국에서 지내며 바다에서 보물을 발견하여 일반인과 다른 힘을 얻었다고 그들을 속이고 바다에 들어가 보물을 찾게 했다.”“이로써 그들의 내전을 일으켜 영원히 평화로이 지내지 못하게 하는 것으로 나의 한을 풀었다!”초경은 그제야 이유를 깨달았다.“여국 바다에 있는 진도 네가 깬 것 같구나.”초경은 부진환에게서 여국과 동하국의 전쟁에 관해 많은 얘기를 전해 들었다.다들 대진이 깨지지 말았어야 했다고 말했다. 그렇지 않으면 동하국 사람은 여국 땅으로 침입할 수 없다.하지만 보통 사람이 할 수 없는 일을 눈앞에 있는 이 괴물은 할 수 있었다.역시나 묵계가 차갑게 웃으며 말했다.“물론 나다.”“내가 아니었다면 동하국 사람은 평생 여국 땅을 볼 수 없었을 것이다.”초경이 깊은 눈빛으로 그녀를 바라보았다.“복수를 하고 싶지만, 동하국 사람을 모두 죽이지 않았다. 살생을 저질러 화를 입고 싶지 않은 것이구나.”“그래서 대진을 파괴하고, 동하국 내전을 일으키고 그들을 선동하여 여국을 공격한 것이냐? 그들이 전쟁으로 죽게 만들려는 것이냐?”“아주 완벽한 계획이구나. 하지만 전쟁을 일으켰으니, 결국 운명의 벌을 피할 수 없을 것이다.”묵계가 만족스럽게 웃기 시작했다.“나의 계획을 알아차리다니 정말 똑똑하구나.”“그들이 싸우려는 마음이 없었다면 대진이 사라졌다 해도 여국을 공격하지 않았을 것이다. 스스로 선택한 길이니, 나와 상관없다.”“내가 화를 입는다 해도 그다지 많지 않을 것이다.”말을 마치고
그는 이내 약사를 찾으러 갔다.그러나 도림을 벗어나기도 전에 초경은 앞에 길이 없는 것을 보고 발걸음을 멈추었다.그는 자리에 멈춰 서서 사방을 관찰하다 이곳이 미로라는 깨달았다. 그는 손바닥을 들었지만, 아무런 힘도 느껴지지 않았다.자세히 맡아보니, 바람 속에 복숭아 꽃향기와 옅은 약재의 향기가 섞여 있었다.독이 있다!뒤에서 여유로운 발소리와 묵계의 웃음 섞인 소리가 들려왔다.“왜 앞으로 가지 않습니까?”초경은 눈살을 찌푸리고 고개를 돌렸다. 지금의 묵계는 무서운 표정이 조금도 없었고 오히려 득의양양한 표정을 띠고 있었다.초경은 가슴이 떨려왔고 미간을 세게 찌푸렸다.“네가 바로 약사냐?”묵계가 입꼬리를 올리며 가볍게 웃었다.“먼 곳에서 나를 찾아왔는데, 약사라는 이름만 알고 계십니까? 제 이름도 모르는 것입니까?”“다들 저를 자릉약사라 부릅니다.”“이곳에 온 순간부터 알아차렸습니다. 비록 신분을 모르지만, 홀로 이곳에 온다는 건 분명 만만치 않은 상대겠지요. 그래서 도림에 손을 조금 썼습니다.”“도림에 들어선 후부터 이미 중독되었습니다. 이곳에 오래 있을수록 독은 더욱 세질 것입니다.”“그리고 이 독은 사족을 겨냥한 독입니다.”묵계는 의미심장하게 웃으며 초경을 바라보았다.초경은 슬쩍 내공을 써봤지만, 사지가 무기력했다. 무언가가 갑자기 그의 경맥을 막은 것처럼 내공이 안정을 잃고 통제하기 어려웠다.그는 손을 움켜쥐고 불편함을 참으며 내색하지 않았다.“사족? 나를 무서워하지 않은 것이냐? 넌 대체 누구냐?”초경은 의아했다. 분명 처음 만났을 때부터 그녀는 이상할 것 없이 평범한 사람 같았다.묵계가 가볍게 웃자, 뒤에 환영이 나타났고 그녀의 꼬리가 보였다.하지만 재빨리 사라져 버려서 초경은 뱀 꼬리인지 아닌지를 똑똑히 보지 못했다.“공자, 우린 같습니다. 저를 죽이지 않는다면 우리는 아주 사이좋게 지낼 수도 있습니다.”묵계는 흥미진진하게 초경을 훑어보았고 눈빛에는 탐욕의 빛이 담겨 있었다. 그녀는 초경의 강한 수위를 탐내
정확한 위치를 얻고 초경은 바로 몸을 돌려 떠났다.동하국 사람들은 무서울 것 없으니, 먼저 약사를 해결해야 한다!바람이 불어오자마자 초경의 모습은 온데간데없이 사라졌다.그는 바로 도림으로 도착했다.그가 도림에 나타나자, 불어온 바람이 꽃잎을 떨어뜨렸다.초경은 걸음을 옮겨 앞에 있는 정원을 향해 걸어갔다.그는 왠지 모르게 이곳에서 익숙한 기운을 느꼈다.뱀의 기운이다.초경은 눈살을 찌푸리고 정원을 살펴본 후 손을 들어 장풍으로 정원 문을 부쉈다.하지만 안에는 아무도 없었다.초경은 걸음을 옮기며 정원을 관찰하다 방에 아무도 없는 것을 보고 떠나려 했다.그 순간, 그의 시선은 벽에 걸려 있는 그림으로 향했다.뱀의 기운이다!그는 앞으로 걸어가 그림을 젖혔고 역시나 문 하나가 나타났다.그는 문을 열고 경계하며 안으로 들어갔다.구불구불한 형태의 아래로 향해 있는 계단으로 이루어진 암도였다.아래로 걸어가니 밀실이 보였다.그곳에는 뱀의 기운이 가득했다.구석진 곳에 바구니가 가득 쌓여 있는 것으로 보아 약사가 뱀을 잡아 약을 만들고 있는 것 같았다.그는 장풍으로 밀실 문을 열고 안에 사람이 있다는 것을 느끼고 바로 상대를 죽이려 했다.하지만 상대에게 가까이 가자, 밧줄에 묶인 채 두려움에 가득 찬 눈으로 그를 보고 있는 여인을 발견했다.초경은 눈살을 찌푸리고 제때 공격을 멈추었다.그가 내뿜은 살기가 여자의 헝클어진 머리카락을 움직였다.그녀는 깜짝 놀라 가슴을 쓸어내리며 정신을 차리지 못했다.초경이 그녀를 한 번 훑어보았다.“너는 누구냐? 약사는 어디 있느냐?”그녀는 일반 백성 차림에 묶여 있었다. 그녀의 옷은 더러웠고 머리카락도 헝클어져 있어 이곳에 갇힌 듯했다.“전... 묵계라 합니다.”여자는 무서워하는 듯 말을 더듬었다.“너한테 관심 없다. 약사는 어디에 있느냐?”“어디에 있는지 모릅니다. 약사는 보통 이 시진에 바다에 있습니다.”묵계가 얌전히 답했다.답을 들은 초경은 몸을 돌려 자리를 떠나려 했다.묵계는 깜짝 놀랐
“그럼, 동하국을 공격하려는 계획을 늦추려는 것이오? 그 여인을 상대로 우리는 이길 수 있을지 모를 일이오.”부진환이 사색에 잠긴 그때, 갑자기 옆에 누군가 걸어와 당당하게 말했다.“얼마나 대단한지 내가 한 번 만나보겠소.”걸어온 사람은 초경과 송천초였다.“방금 말한 그 사람이 정말 보통 사람의 실력을 뛰어넘었다면 나밖에 상대할 사람이 없을 것이오.”“불필요한 희생을 피하려면 나한테 지도를 주시오. 내가 만나보고 오겠소.”“그 여인을 해결한 후 다시 동하국을 공격해도 늦지 않았소.”그의 말을 듣고 부진환은 곰곰이 생각하다 지도를 건네주었다.“좋소. 가서 상황을 알아보고 상대의 실력을 파악하시오.”“어찌 됐든 동하국의 땅이니, 무슨 위험이 있을지 모르오. 꼭 조심하시오.”초경은 지도를 건네받았다.“좋소. 지금 바로 출발하겠소.”초경은 지도를 품에 넣으며 몸을 돌려 송천초를 바라보며 낮은 소리로 말했다.“곧 돌아올 것이오.”송천초가 고개를 끄덕였다.“조심하십시오.”그리고 초경은 동하국으로 떠났다.그의 속도로 반나절도 걸리지 않아 바다에 있는 그 나라를 찾았다. 비교적 큰 섬을 찾으면 되는 일이니 어려운 것 없었다.바다에서 나타난 그를 보고 동하국 병사들은 깜짝 놀라 적의 기습이라고 큰 소리로 외쳤다.다들 모여들어 해안가에 칼을 겨누었지만 가까이 온 사람이 초경 한 명인 것을 보고 외쳤다.“감히 이곳에 혼자 오다니!”“당장 생포하거라!”병사들이 그를 에워쌌지만, 초경이 소매를 휘두르자 다들 멀리 날아갔다.동하국 사람들은 깜짝 놀라 더 이상 그를 얕보지 않았다. 하지만 그들은 여전히 초경의 상대가 아니었다.압도적인 초경의 힘 앞에서 그들은 조금도 반항할 힘이 없었다.그렇게 초경은 동하국 왕궁까지 쳐들어갔다.아무도 그를 막을 수 없자, 누군가 다급히 소리쳤다.“약사를 부르거라! 어서 약사를 부르거라!”기세등등하게 쳐들어온 적을 보고 동하국은 대량의 병사를 보내 그가 궁으로 들어오지 못하게 막으려 헀다.동하국 왕은 이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