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협이 되는 두 사람을 없애고, 부진환만 없으면 저를 빼앗을 수 있을 거라 생각해 이리 애를 쓴 겁니까?”“꿩도 닭도 먹고 싶었던 것 아닙니까.”“제 말이 맞죠?”낙요는 예리한 눈빛으로 부운주를 바라보았다.속셈을 들킨 부운주는 안색이 어두워졌으나, 곧바로 태연해졌다.그러고는 덤덤하게 웃으며 말했다.“역시나 너를 속일 순 없구나.”“짐이 졌다.”“넌 짐과 갈 생각이 없었다.”“맞냐?”조금 전의 말은 그저 떠보는 것이었으나, 부운주는 눈치채지 못했다.낙요는 눈썹을 치켜올리고 태연하게 웃었다.“당연하지요.”부운주는 스스로가 우습다는 듯 씁쓸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짐은 진심인 줄 알았다. 아니면 너한테 질 일도 없었겠지.”“어차피 지금은 선택의 여지가 없으니, 편히 있거라.”부운주는 몸을 일으키고 방을 나섰다.밖에서 문을 잠그는 소리가 들려왔다.낙요는 몸을 일으키고 창문 밖으로 주위의 환경을 둘러보았다.확실히 사찰 같은 곳이었다.순찰하는 사람도 많았다.부운주가 남몰래 암위를 이렇게나 많이 양성했다니.대충 보아도 수백 명이었다.어린 황자는 어디에 있을지.어린 황자는 무사할 거라고 생각했으나, 부운주는 자신의 아들이 아니라고 믿을 줄이야.그렇다면 어린 황자의 처치는 매우 위험해진다.도망치려면, 어린 황자와 함께 도망쳐야 한다.생각하던 중, 밖에서 검은 옷을 입은 사람 몇 명이 다가오더니 창문에 나무판자를 박고 아예 봉쇄해 버렸다.창문으로 도망치기는커녕 바깥세상을 보지도 못했다.그저 햇살 몇 줄기만 비출 뿐이었다.낙요는 침상으로 돌아와 앉아 기운을 움직여봤지만, 부운주의 약은 정녕 내력을 억제하는 작용이 있었다.먹은 양이 많지 않은데도 기운이 움직이지 않았다.해독환과 호심환 밖에 들고 있지 않으니, 낙요는 우선 해독환을 먹고 효과를 보길 기다렸다.어느덧 저녁이 되었다.검은 옷을 입은 사람은 밥을 가져왔고, 곧바로 문을 잠그고 나갔다.낙요는 탁자 위의 반찬을 보며 분명 약을 탔을 것이라 생각했다.어차피 배
부운주는 덤덤하게 웃으며 말했다.“약을 먹였더니 자는구나.”“짐은 아이의 울음소리가 제일 싫다.”“계속 이렇게 울기만 하면 남겨두지 않을 것이다.”이 말을 들은 낙요는 분노하며 말했다.“당신 아들입니다! 어떻게 그런 말을 합니까?”“짐은 아들이 없다.”부운주는 불쾌한 듯 말했다.“그래도 어떻게 어린아이에게 이럴 수 있습니까! 약을 먹이고 재우다니요, 약의 양은 아십니까? 문제라도 생기면 어떡합니까?”낙요는 급히 화를 냈다.그러나 부운주는 아무렇지 않은 듯 덤덤하게 웃으며 말했다.“짐의 아들도 아닌데 신경 쓸 필요가 없지 않으냐.”“그리고 너도, 부진환과 다른 여자의 아이를 이렇게 신경 쓸 필요는 없다.”낙요는 여전히 분노했다.“대체 어떻게 해야 당신 아들이라는 것을 믿겠습니까!”부운주는 여전히 덤덤하게 말했다.“안 믿는다.”“짐과 다른 이야기를 나눈다면, 같이 있어 줄 수 있지만 이 아이가 누구 아들인가에 대해 집착한다면 짐은 더 이상 할 말이 없다.”말을 마친 부운주는 등을 돌리고 방문을 잠군 후 떠났다.낙요는 걱정이 되었다.다시 부운주를 찾으려고 했으나, 부운주는 낙요를 보러 오지 않았다.오후가 되자, 아이의 울음소리가 다시 울렸다.곧바로 심녕이 때리는 소리와 함께 아이의 울음소리가 더 크게 들려왔다.낙요는 순간 급한 마음에 방문을 차버렸다.“부운주를 불러라!”“아니면 평생 다시는 나를 못보게 해주겠다!”낙요의 협박을 듣자, 부운주는 곧바로 달려왔다.“무슨 일이냐?”낙요는 부운주를 밀치고 문밖으로 가려고 했으나, 부운주에게 붙잡히고 말았다.“반찬에 약을 타고, 이리 경계가 삼엄한 곳에 가뒀는데도 도망칠까 봐 두려운 겁니까?”“준비가 충분하다고 하지 않았습니까? 제가 도망칠 수 있겠습니까?”이 말을 들은 부운주는 손을 놓고 태연하게 말했다.“짐은 네가 도망칠까 봐 두려운 게 아니다.”“괜한 사단을 벌이기 싫은 것이다.”“암위들의 실력이 뛰어나 도망치면 너를 죽일 수도 있다. 짐은 네가 다칠까 봐 그
흔자는 이 모습을 보고 긴장한 듯 낙요의 팔을 잡아당겼다.“뒤에!”낙요도 눈치챘으나 피하지 못해 등을 돌려 팔로 막고 한 손으로 흔자를 밀어냈다.심녕이 의자로 낙요의 머리를 치는 순간, 마침 부운주가 이 모습을 보고 안색이 어두워졌다.의자는 낙요의 팔에 부딪혀 반동강이 났으며, 부운주가 다가와 심녕을 발로 찼다.낙요는 팔을 거두고 문질렀다.부운주는 긴장한 듯 앞으로 다가가 물었다.“괜찮냐?”낙요는 차가운 눈빛으로 부운주를 보며 몸을 일으키고 말했다.“쓸데없는 건 물어보지 마십시오.”“아이는 제가 돌보겠습니다.”“다시는 심녕에게 맡기지 마십시오!”부운주는 어두운 안색으로 고개를 돌리고 심녕을 바라보았다.심녕은 아픈 가슴을 움켜쥐고 아직 일어나지 못했다.“그렇다면 데리고 있거라.”“하지만 짐은 이 아이를 너무 오래 두지 않을 것이다. 너무 붙어있다가 정이라도 생기면 떼어낼 수 없으니 말이다.”이 말을 들은 낙요는 깜짝 놀란 듯 부운주를 보며 물었다.“대체 무슨 뜻입니까? 왜 아이를 죽이지 못해서 안달입니까?”부운주는 차가운 눈빛으로 흔자를 보더니 덤덤하게 말했다.“지금 남겨두는 건, 그저 부진환을 상대하기 위해서다.”“쓸모가 없어지면 죽어야지.”“황족의 피가 흐르니 평범한 사람이 아니다. 그러니 난 이 아이를 일반 백성으로 볼 수 없다.”“싹을 자르는 것이다.”부운주의 평온한 어투에는 매정함이 담겨 있어 소름이 돋았다.“어떻게 해야 목숨이라도 남겨주시겠습니까?”낙요는 협상할 수 있다고 믿었다.부운주는 진지한 눈빛으로 낙요를 보며 입꼬리를 올렸다.“진심으로 짐과 떠난다면, 살려주겠다.”역시.이게 바로 부운주의 계략이자 조건이었다.어찌할 바를 몰라 하며 긴장한 흔자를 보자, 낙요는 차가운 목소리로 답했다.“알겠습니다.”“그리할 테니 목숨은 살려주십시오.”부운주는 웃으며 말했다.“네가 있으면, 짐은 절대 이 아이를 건드리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네가 떠나면, 이 아이는 죽는다.”이게 바로 부운주가 낙요를 곁
심녕은 차갑게 웃으며 말했다.“난 황상을 도와 당신을 잡았소. 황상이 당신을 죽이든 안 죽이든 난 공을 세웠으니, 원하는 걸 하사해 주시겠지.”“이 세상에서 황상 말고 내가 원하는 걸 가져다줄 수 있는 사람은 없소.”“당신 걱정이나 하시오!”“양행주가 송천초를 찾으러 갔으니, 당신의 정체도 곧 들통날 테요. 왕야도 당신을 구하러 오지 않을 것이고!”“아직도 여기에서 남의 아들이나 보살피고 있다니.”심녕은 콧방귀를 뀌며 경멸하는 어투로 말했다.이 말을 들은 낙요는 안색이 어두워졌다.“뭐라고 했소?”“양행주가 송천초를 찾으러 갔다고 했소?”양행주와 송천초는 아무런 상관도 아닌데, 어찌 송천초를 찾으러 간단 말인가.낙요는 순간 불안해졌다.심녕은 안색이 어두워진 낙요를 보며 득의양양하게 말했다.“다 당신 덕분 아니요?”“우리를 경도에서 쫓아내자마자 양행주가 언니와 나를 죽이러 왔소. 언니는 나를 지켜주려다가 죽었고.”“난 살기 위해 당신과 송천초의 관계를 양행주에게 알려주며, 송천초의 화상을 줬소.”“양행주가 곧 당신의 모든 것을 앗아갈 것이오! 내가 원하는 걸 얻지 못했으니, 당신도 얻을 수 없소!”심녕은 비록 낙운의 정체를 몰랐지만, 낙운에게 말할 수 없는 비밀이 있다는 건 확실했다.그리고 양행주가 이 비밀을 밝혀낼 것이다.낙요는 가슴이 덜칵 내려앉았다.양행주가 죽이려고 찾아간 것이었구나.심녕이라는 사달을 만들고 말이다.양행주가 정말 제월산장에 찾아간다면, 초경의 존재를 알아내 초경이 위험해질 수 있었다.심녕의 득의양양한 눈빛을 본 낙요는 차갑게 웃으며 말했다.“내가 원하는 게 뭔 줄 알고 이렇게 확신하는 것이오?”“난 아무것도 잃지 않을 것이오.”“오히려 당신이 모든 걸 잃을 것이오.”“당신이 이렇게 만든 거니까.”낙요의 유일한 한은 바로 심부설의 죽음이었다.그날 밤, 낙요는 심부설의 얼굴에서 죽음의 기운을 보았다.그때 상황에서 보면, 심부설이 자결할 것 같아 마지막으로 설득한 것이었다.양행주가 찾아가서 살
“부 삼촌도 널 구할 방법을 생각하고 있을 거야.”“흔자야, 부 삼촌이 아버지가 누구지 말해준 적 있어?”흔자는 고개를 저었다.“여쭤봤지만 말해주지 않았어요. 크면 어머니와 아버지를 알게 될 거라고 했습니다.”“하지만 저는 알고 싶지 않아요.”낙요는 의문스러웠다.“왜?”흔자가 답했다.“어머니 아버지는 한 번도 나타난 적이 없습니다. 저를 사랑하지 않아서 그런 게 분명합니다.”“그러니 어머니 아버지가 누구인지 더 이상 중요하지 않습니다.”“세상에서 부 삼촌이 제일 좋습니다.”낙요는 멈칫하더니 곧바로 미소를 지었다.“네 어머니는 너를 보러 오지 못해서 그런 걸 수도 있잖아.”“너를 보고 싶어 하고, 네 옆에 있고 싶지만 네 안전을 위해 꾹 참고 찾으러 오지 않는 거지.”“네 어머니도 고통스러울 거야.”흔자는 순간 두 눈을 반짝이며 말했다.“정말요? 그럼 아버지는요?”“아버지도 저를 보고 싶어 합니까?”낙요는 침묵했다. 그러나 흔자의 기대 가득한 눈빛에 낙요는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당연하지.”대답을 얻은 흔자의 얼굴에는 화색이 돌았다.낙요는 아이의 희망을 꺾어버릴 수 없어 거짓말을 했다.흔자를 죽이려고 하는 사람이 아버지라는 사실을 알게 되면 충격을 이기지 못할 것이다.“누이, 저는 잡혀 왔습니다. 별원에 다른 사람들은요? 다 살아 있어요?”“류아 누이, 고모, 왕 아저씨도 다 무사합니까?”낙요는 멈칫했다. 청주 별원에는 살아 있는 사람이 적은 것 같았다.“다쳐서 치료받고 있어.”흔자는 그제야 미소를 지었다.“다행입니다.”“어서 자.”낙요가 위로했다.곧바로 흔자는 마음 놓고 잠에 들었다.흔자의 미간을 보니 부운주의 모습과 똑 닮았는데, 어찌 자신의 아이가 아니라고 믿는 걸까.흔자가 깊은 잠이 들어서야 낙요는 몸을 일으키고 방문을 나섰다.고개를 들어 밤하늘을 보니 달이 휘영청 떠 있었다.낙요는 옥상에 올라가 앉아 점을 치기 시작했다.이 점에는 흉하면서도 길한 기운이 있었으며, 천궐국의 국운은 모두 이
며칠간 비가 오지 않았다.주위는 모두 숲이고, 땔감이 가득해 일단 불이 나면 걷잡을 수없이 퍼진다.그러면 혼란을 틈타 도망칠 수 있을지도 모른다.생각을 마친 후, 낙요는 방으로 돌아가 흔자 옆을 지켰다.그다음 날부터, 낙요는 흔자를 데리고 종종 밖을 돌아다녔다.심녕은 비록 짜증 섞인 표정이었지만 둘의 뒤를 따라다니며 모든 행동을 지켜보았다.낙요는 이 틈을 타 주위의 지형을 알아보고, 방화 위치를 정했다.낙요는 그날 밤 전해진 밥을 먹지 않았고, 흔자에게도 먹지 말라고 했다.“흔자야, 오늘 저녁은 밥을 먹으면 안 돼. 버틸 수 있겠어?”흔자는 얌전히 고개를 끄덕였다.“네.”낙요는 고개를 끄덕이며 낮은 목소리로 당부했다.“그럼 흔자야, 오늘 저녁에는 자지 마. 누이랑 같이 산에서 도망칠 테니까 바짝 따라와야 해 알겠지?”흔자는 진지하게 답했다.“네.”낙요는 흔자를 방에서 기다리게 하고, 최대한 살며시 심녕의 방 밖으로 향했다.심녕이 방에서 쉬고 있는 걸 확인한 후, 낙요는 문 앞에 약 가루를 태웠다.그러자 약 가루의 향기가 문틈 사이로 흘러들었다.이 정도면 내일 아침까지 잘 것이다.낙요는 오늘 밤 흔자와 함께 하산할 것이다!정원에 다른 사람이 없는 걸 확인한 후, 낙요는 다시 옥상에 올라가 불 부적 몇 장을 꺼내 던졌다.그러자 부적이 바람을 따라 숲에 떨어져 불길이 되어 활활 타올랐다.부적 몇 장은 모두 다른 위치에 날아갔다.낙요는 옥상에서 한참 지켜보았다.불길은 곧바로 거세졌고, 암위들의 시선을 끌었다.그들은 곧바로 출동해 불을 껐다.불이 난 위치들은 모두 대부분의 사람들을 끌어갈 수 있었다.산 위에서도 사람들이 내려와 불을 껐다.그렇게 숲 전체에 연기가 퍼지자, 낙요는 방에 돌아와 흔자를 데려가며 당부했다.“밖에 불길이 거세니 무서워하지 말고 아무런 소리도 내지 마. 알겠지?”흔자는 얌전히 고개를 끄덕였다.하여 낙요는 흔자의 손을 잡고 방을 나섰다.정원 문밖에 나가니, 밖은 매우 혼란스러웠고 사람들은 모
순간, 나뭇잎이 흔들리더니 살기가 느껴졌다.낙요는 차가운 눈빛으로 흔자를 옆에 있는 풀더미에 밀어놓고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웅크리고 숨어 있어!”“소리 내지 말고!”흔자는 얌전히 가장 무성한 풀숲에 숨었다. 마침 몸이 보이지 않게 말이다.낙요는 앞으로 몇 걸음 더 뛰었다.순간, 살기가 몰려왔다.고개를 돌려보니, 뒤에서 누군가가 검을 들고 달려왔다.낙요는 몸을 뒹굴어 공격을 피했다.다시 몸을 일으키니, 맞은 편의 사람도 착지하여 검을 겨눴다.심녕이었다!낙요는 실눈을 뜨며 말했다.“향에 중독되지 않았구나.”심녕은 차가운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내가 그리 멍청해 보였소? 황상께서 낮이든 밤이든 지켜보라고 했소. 저녁에 일부러 쉬는 척한 것은 도망칠 기회를 만들어준 것이오!”“반드시 도망칠 거라는 걸 알고 있었기에.”“황상께서 당신을 죽이지 않는 건 예상 밖이니, 내가 직접 손을 쓸 수밖에!”“여기는 당신을 죽이기 딱 좋은 곳이오.”심녕은 낙운 따라 산 중턱까지 왔다. 여기에서 죽이면 절대 들키지 않을 것이다.비록 황상께서 낙운이 사라진 걸 발견하고 사람을 보냈지만, 시간이 걸릴 것이다.낙요는 의아한 듯 말했다.“나를 죽인다고? 당신도 죽을 텐데.”“아니, 절대 내가 죽였다는 걸 알 수 없을 것이오!”“그리고 당신이 먹은 반찬에는 약이 들어 있어 내력이 억제되었소. 당신은 내 상대가 아니오!”심녕은 매우 자신만만하며 통쾌한 어투로 말했다.말을 마친 후, 심녕은 다시 검을 겨눴다.낙요는 급히 뒤로 물러서며 힘에 못 이기는 척했다.등이 나무에 부딪히자, 낙요는 몸을 돌려 공격을 피하며 심녕의 복부를 향해 공격했다.심녕은 뒤로 몇걸름 물러섰지만, 여전히 차가운 미소를 지었다.아무런 피해도 없는 공격이었다.그렇게 심녕은 곧바로 낙요를 향해 추격했다.낙요는 이곳의 지리적 우세를 이용해 나무에 기대며 계속 피해 갔다.그러나 심녕은 낙요가 나뭇가지에 부적을 남겨둔 것을 발견하지 못했다.속임수를 쓰면 심녕을 잠시 가둘 수
낙요는 서늘한 눈빛으로 심녕을 보며 말했다.“아무것도 모르면서 모든 것을 얻을 수 있다고 생각하다니.”“꿈은 참 야무지게 꾸는구나.”심녕은 매서운 눈빛으로 낙요를 보며 말했다.“죽을 때가 되었는데도 입만 살아서는!”“오늘은 반드시 당신을 죽여 언니의 복수를 할 것이오!”말을 마친 후, 심녕은 다시 검을 겨눴다.낙요는 주먹을 꽉 쥐었다.진법으로 묶어둘 수 없으니, 이 악물고 덤빌 수밖에 없었다.비록 내력이 억제되었지만, 모두 억제된 것은 아니었다. 해독환으로 일부의 독도 해독했다.심녕은 이성을 잃은 채 검을 들고 덤볐다.낙요는 몇 번 피하더니 곧바로 정면충돌했다.손에 무기가 없었으나, 낙요는 재빨리 공격을 피하며 심녕을 공격했다.그렇게 한참 겨뤘으나, 심녕은 낙요의 털끝도 건드리지 못했다.바로 그때, 바람 소리에서 이상한 움직임이 들려왔다.닉요는 미간을 찌푸렸다.누군가가 오고 있다.곧바로 하늘에서 검 하나가 보였다.낙요는 깜짝 놀라 위로 뛰어올라 검을 잡았다.익숙한 느낌에 낙요는 깜짝 놀랐다.분심검이었다!검을 가져온 사람이 누군지 생각도 하기 전에, 낙요는 즉시 검을 꺼내 심녕을 공격했다.이번에는 심녕의 장검도 우세를 발휘하지 못했다.비록 낙요는 내력이 억제되었지만, 검법만으로 심녕 손의 검을 떨어트렸다.심녕은 두려움에 떨며 연신 후퇴했다.그러나 낙요는 망설이지 않고 장검을 심녕의 가슴팍에 찔렀다.어두운 밤, 낙요의 차가운 목소리가 들려왔다.“언니와 만나게 해주마.”순간, 장검이 심녕의 몸을 관통했다.심녕은 피를 뿜으며 눈물을 글썽인 채 바닥에 쓰러졌다.장검을 뽑아냈지만, 심녕은 여전히 눈을 감지 못했다.낙요는 팔을 들어 검에 묻은 피를 닦고, 고개를 돌려 움직임이 있던 곳을 바라보았다.“모습을 드러내시지요?”곧바로 낮은 웃음소리가 들려왔다.이 목소리를 듣자, 낙요는 가슴이 덜컥 내려앉았다.침서가 낙요 앞에 나타나 덤덤하게 낙요를 훑어보며 말했다.“얼마 안 봤다고 내력이 다 사라진 것이냐?”“역시
“나는 더 이상 당신의 상대가 안 되오.”낙요는 고개를 돌려 바둑판을 보며 입꼬리를 살짝 올렸다.“당신을 이기기 위해서가 아니라, 당신과 함께 바둑을 두며 답답함을 풀기 위해서요.”부진환은 바둑알을 하나하나 거두었다.낙요는 실눈을 뜨고 하늘을 바라보며 손을 뻗었다. 햇빛이 손가락 사이로 새어 나왔다.“그러고 보니, 나의 답답함을 풀 사람은 당신뿐이오.”“심시몽은 어의원의 심사를 통과하고 정식으로 어의원에 들어가게 되었소. 그리고 강소풍의 집안에서도 그들의 혼사를 승낙하여 두 사람은 곧 혼사를 올릴 것이오.”“갑자기 심면과 낙현책도 혼사를 올려야 하지 않겠느냐는 생각이 들었소.”부진환이 웃으며 말했다.“일찍이 혼인할 나이가 되었지만, 아이들도 조급해하지 않는데 왜 그렇게 걱정하오?”낙요가 입꼬리를 살짝 올리며 여유롭게 말했다.“걱정하지 않소. 대소사를 모두 당신이 걱정하고 있지 않소? 초경의 수위가 있으니, 몇 년이 지나도록 용모가 변하지 않았소. ”“나 같으면 그렇게 걱정을 많이 했으니, 일찌감치 늙었을 것이오.”몇 년 동안 부진환은 그녀를 도와 적지 않은 조정의 일을 분담했다.그녀도 부진환의 동반에 습관이 되었다.갑자기 무언가 떠오른 낙요는 자리에서 일어나 부진환을 바라보며 손바닥에 턱을 괴고 물었다.“이 나이가 되니, 아이를 낳지 않은 것을 후회하오?”“걸을 수 없을 정도로 늙었을 때, 다른 사람의 자식들이 단란히 모여있는 것을 부러워할 것이오? ”부진환은 손에 든 물건을 내려놓고 진지하게 그녀를 보며 대답했다.“후회하지 않소.”“사람은 너무 욕심을 부려서는 안 되오.”“게다가 당신은 여제요. 당신이 늙었다고 해도 누가 감히 푸대접하겠소?”“당신이 조용히 지내는 것이 좋다고 하면 난 당신과 함께 있을 것이오. 초경의 수위로 늦게 늙는다고 하지 않았소? 앞으로 당신이 늙으면 내가 당신을 부축하고 업고 다닐 것이오.”낙요는 입꼬리를 살짝 올렸다.“참 좋소.”이듬해 가을.심시몽은 강소풍과 혼사를 올렸고 어의원 5품
강소풍은 고개를 끄덕이다 다급히 고개를 저으며 어찌할 바를 몰랐다.“아니오. 그런 뜻이 아니오. 어머니께서는 마음에 들어 하셨소.”설명할수록 강소풍은 상황이 복잡해지는 것 같았다.심시몽은 어두운 표정을 지었지만, 여전히 그를 위로했다.“자네의 뜻을 알고 있소. 설명할 필요 없소.”“시몽... 미안하오! 하지만 나는 포기하지 않을 것이오. 방법을 강구하여 어머니에게 자네의 진정한 모습을 보여줄 것이오. 분명 어머니도 자네를 받아들일 것이오. ”그 말에 심시몽은 살짝 놀라 의아한 듯 고개를 들어 그를 바라보았다.“나와 헤어지려는 것이 아니었소?”심시몽은 강소풍이 특별히 그녀를 찾아와 이 일을 설명하는 것을 보고, 그녀와 연을 끊으려는 것이라고 생각했다.“아니요. 그럴 리가 있소.”“나는 단지 이전의 약속을 지킬 수 없을 뿐이오. 이번 달 안에 혼담을 꺼낼 수 없을 텐데, 나를 기다려줄 수 있소?”“말재주가 좋지 않아 대체 어떻게 설명해야 할지 모르겠소. 어머니께서는 자네가 연약하고 힘없다고 생각하시오. 앞으로 내가 출정하면 자네가 홀로 집안을 지킬 텐데, 우리에게 좋지 않은 선택이라 생각하시오. ”이 말을 듣고 심시몽은 대충 뜻을 알아차렸다.“어머니께서는 문무를 겸비한 며느리를 원하고, 자네와 함께 전쟁터에 나가서 떨어져 있지 않아도 되기를 원하시오.”“나는 비록 무공을 할 줄 모르지만, 그래도 해낼 수 있소.”고개를 들어 올린 심시몽의 눈빛은 밝았다..강소풍은 놀라기도 했고 기쁘기도 했다.“정말이오? 여전히 나와 함께 있고 싶소? 포기하지 않을 것이오?”심시몽은 고개를 끄덕였다.“나를 위해 그렇게 많은 일을 했는데, 어찌 쉽게 포기할 수 있소? 자네가 포기하더라도 나는 포기하지 않을 것이오.”“강가는 장군 집안이라 분명 우리 언니와 같은 여인을 좋아할 것이오. 난 비록 언니와 비길 수 없지만 그래도 노력할 것이오.”“여제께서 나에게 약옥을 주었소. 만약 순 의원과 의술을 배울 수 있다면 어의원에 들어갈 기회가 있소.”“성공
이 말을 듣고 심시몽은 약간 의아해했다.“공주는 저를 탓하지 않습니까...”“그분은 공주시다. 천하를 품고 있는데, 어찌 네가 범한 작은 잘못을 추궁할 리 있냐?”“지금 너의 변화를 보면 공주도 더 이상 너를 탓하지 않을 것이다.”“하지만 차려야 할 예의는 없어서는 안 된다. 시간이 나면 공주에게 감사하다고 인사를 전하거라.”심시몽은 연신 고개를 끄덕였다.“예. 내일 가겠습니다.”“저는 먼저 약옥을 넣고 의관에 가겠습니다.”심시몽은 기쁜 마음에 빠른 걸음으로 달려갔고, 의기양양한 분위기를 풍겼다. 조금도 방금의 의기소침함이 없었다.심면도 기뻤다.모두가 만족스러운 결과를 얻은 것 같다.하지만 그와 동시에, 강소풍이 집에서 어머니와 싸우고 있었다.“안 된다고 하면 안 되는 것이다! 너를 현학서원에 보내 양성하는 것도 앞으로 네가 큰 성과를 거둘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다. 그러니 너도 마땅히 너와 어울릴 만한 부인을 얻어야 한다. 너와 전장을 누비며 적을 죽이는 그런 사람 말이다.”“힘없이 연약하게 집안에서 서방이 돌아오기를 손꼽아 기다리는 그런 평범한 아가씨는 안 된다.”“이전에 그 심시몽을 위해 집안의 빙천영지를 훔쳤고, 심지어 벌을 받고도 물건이 어디로 갔는지 말하려 하지 않았다. 난 그때부터 심시몽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그런데 지금 그 아이와 혼사를 올리려는 것이냐?”“말도 안 된다!”강부인은 단호한 태도로 조금도 말을 바꾸려 하지 않았다.강소풍은 내키지 않는 듯 반박했다.“심시몽이 평범하다니요? 어떻게 평범하다는 말입니까? 심시몽은 그저 무공이 부족할 뿐입니다. 세상 사람들이 모두 무예를 익혀야 하는 것은 아니지 않습니까?”“하물며 그녀의 언니는 이미 태자로 봉해졌습니다. 그러니 심시몽도 좋은 아가씨라는 것을 설명할 수 있지 않습니까?”강부인은 콧방귀를 뀌었다.“언니는 언니이고, 심시몽은 심시몽이다. 어찌 동일하게 논할 수 있겠냐?”“강가는 권세에 빌붙지 않고, 심시몽의 언니가 태자라는 것을 봐서 그녀를 맞이하려
“나중에 자네가 신의가 될지도 모르오.”심시몽이 웃으며 말했다.“자네의 좋은 말대로 되길 바라오.”모두 술을 마시며 음식을 먹고 있었다. 심면이 임계천에게 물었다.“자네는? 어디로 가고 싶소?”“나라에 보답할 수 있다면 어디든 좋소.”임계천이 담담하게 웃었다. 그는 특별히 가고 싶은 곳이 없었기에 그저 궁의 안배를 기다리고 있었다.다들 기분이 좋았고 투지가 넘치고 미래에 대한 동경으로 가득 차 있었다.술을 너무 늦은 시각까지 마셔서 그들은 심가에서 묵었다.오전이 되자, 각 집안의 하인들이 부랴부랴 사람을 찾아왔다. 몇 사람은 술에 취해 인사불성이 되었지만, 여전히 집으로 끌려갔다.궁에서 명을 받았기 때문이다.강소풍은 금군 기사영 통령으로 봉해져 도성과 황궁의 안위를 지키게 되었다.임계천은 형부로 전근되었다.소우청과 봉함선은 수주의 군영 부장군으로 명을 받았다.소우청의 행처는 그의 아버지 소진오가 좋은 경험을 하기를 바라며 부탁한 것이다.낙요는 봉함선이 여인이기에 그녀를 그렇게 멀고 험한 곳으로 보내고 싶지 않았다. 하지만 그녀는 주동적으로 수주에 갈 것을 청구했다.봉함선이 말했다.“여국은 역대로 여 장군이 없었습니다. 저는 첫 번째 여장군이 되고 싶습니다.”“만약 힘들고 험한 곳이 아니라면 어찌 제가 포부를 발휘할 수 있겠습니까?”낙요는 그녀의 담력과 야심을 높이 사고 그녀의 청을 승낙했다.“나는 네가 여국의 첫 번째 여장군이 되기를 기대한다.”이들 외에 현학서원의 다른 학생들도 그들로 하여금 실력을 발휘할 수 있는 새로운 행선지를 얻었다.유독 심시몽에 대해, 낙요는 따로 안배를 해주지 않았다.백서가 걱정했다.“어찌 유독 심시몽만 얘기가 없으십니까? 심시몽이 알면 마음이 편치 않을 것입니다.”낙요가 웃었다.“아니다. 이미 심면을 시켜 심시몽에게 한가지 물건을 보냈다.”백서는 살짝 놀랐다.“일찍이 계획이 있으셨군요.”이때의 심시몽은 홀로 넋을 잃고 연못가에 앉아있었다. 그녀의 마음은 마치 흩날리는 낙엽처럼 어수
유생이 드디어 알아차렸다.“그랬구나. 내가 어찌 이걸 잊은 것이냐.”“난 정말 운이 좋은 것 같구나. 이렇게 운 좋게 제사장 자리를 주울 수 있으니.”심면이 답했다.“아닙니다. 전에 제가 청주 전쟁에서 조난했을 때, 제자들을 통솔해 적과 싸우지 않았습니까? 현책보다 능력이 훨씬 뛰어났습니다.”“사저가 소제사장이 되는 것이 가장 적합합니다.”이렇게 칭찬하는 것을 듣고 유생은 쑥스러워하며 낙현책을 힐긋 쳐다보았다.“네가 이렇게 말하면 낙현책이 기뻐하지 않을 것이다.”낙현책이 웃으며 답했다.“그녀가 말한 것은 내가 하고 싶은 말이다.”“너는 나보다 대제사장이 더 잘 어울린다.”“나는 무학에서 너보다 좀 나을 뿐이다. 정말 대제사장이 되려면 너보다 잘할지 모를 일이다.”“다만 제사장 일족의 심사에는 이런 것이 없었다.”“하물며 나도 대제사장이 될 생각을 한 적이 없다. 내가 하고 싶은 것은 단지 여제가 기뻐하기를 바랄 뿐이다.”이 말을 듣고 유생은 마음이 놓였다.“불쾌하지 않았다면 다행이구나. 권력과 지위 앞에서 네가 이런 결정을 내릴 수 있다니, 정말 대단하구나!”“한 잔 권하마!”유생이 술잔을 들었다.바로 이때, 갑자기 대문이 열렸고, 사람이 도착하기도 전에 먼저 목소리가 들렸다.“사람이 아직 도착하지 않았는데, 왜 벌써 마시는 것이오?”“우리를 기다리지 않는다니, 의리가 없소!”몇 사람이 고개를 돌려 바라보니, 강소풍과 임계천이 술병을 들고 오는 것이 보였다.“오늘 밤 다들 왔구나!”“자, 심면과 유생을 위해 한 잔 하세!”모두 자리에 앉아서 잔을 들어 함께 마셨다.그렇게 한참 마시다 보니 술에 취한 강소풍이 흥분한 듯 입을 열었다.“얼마 지나지 않아 심가에 겹경사가 닥칠 것이오.”모두 멍해졌다.강소풍은 낙현책과 심면을 바라보았다.“여제가 두 사람의 일을 인정했으니, 언제 혼사를 치르는 것이오?”심면은 갑자기 얼굴을 붉어지며 황급히 강소풍에게 술을 따라주었다.“술을 마셔도 자네의 입을 막지 못한 것이오?”
“저희가 어찌 가족입니까?”“50냥의 이득을 본 걸 후회한다면서요?”이 말이 나오자 다들 얼굴이 새파랗게 질렸다.그들은 그제야 유생이 그날 밤 그들의 대화를 모두 들었다는 것을 깨달았다.어쩐지 상자를 도둑맞았더라니.유룽은 체면을 깎으며 사과했다.“유생아, 우리는 한 가족이니 티격태격하는 것도 정상이다. 그러나 다들 나쁜 생각은 없다.”“이전의 일은 모두 나의 잘못이다. 이렇게 너희들에게 사과하마!”“오늘 저녁 집으로 돌아가자. 너를 위해 잘 경축해야지 않겠느냐!”둘째아버지와 셋째 아버지도 모두 따라서 사과했다.집안 재산을 나누겠다고 얘기한 그날 그들이 각박한 만큼 지금 아주 자상했다.“유생아, 집으로 가자. 지나간 일은 잊고, 우리 가족 다시 시작하는 게 어떠냐?”“그래. 가족이 함께 지내면 얼마나 시끌벅적하냐? 따로 이곳에서 지내면 쓸쓸하지 않으냐?”“우리 집에 좋은 술도 두 병 간직하고 있는데, 유생을 축하하러 오늘 꺼내마!”유생은 표정을 바꾸지 않고 차분하고 차갑게 말했다.“다들 시간 낭비하지 마십시오.”“집안 재산을 나누고 연을 끊었는데, 어찌 번복할 사람이 있겠습니까?”“잘살든 못살든 더 이상 유가와 관계가 없습니다.”“다들 가시지요. 굳이 우리 집 앞에서 매달리려 한다면, 관아에 신고할 것입니다.”말을 마치고 유생은 방안으로 돌아와 차갑게 문을 닫았다.문밖의 사람들은 후회에 휩싸였다.게다가 둘째는 첫째를 원망하기 시작했다.“형님 탓입니다. 제사장 자리가 발표되기도 전에 넷째네를 쫓아내더니, 지금은 어떻게 하려는 것입니까?”셋째도 불평했다.“유생은 앞으로 대제사장이 될 것이오. 앞으로 유생 덕을 보긴커녕 이렇게 소란을 피웠으니, 앞으로 우리를 난처하게 할 수도 있소...”유롱은 짜증을 참지 못하고 말했다.“어찌 또 내 잘못이 되었냐?”“애초에 심사 결과가 나오자, 다들 하나하나 달려와서 유생네가 끝났다고, 그들 일가를 헛되이 잘해줬다고 하지 않았냐? 너희들이 모두 동의했기 때문에 넷째 일가를 쫓아낸 것이
자리에 있던 사람들은 매우 놀랐다.유가 사촌들은 냉기를 한 모금 들이마셨다.유생도 경악한 표정을 지었다.“왜 제가...”왜 낙현책이 아닌가?장 총관이 웃으며 말했다.“어서 명을 받으시지요. 소제사장”유생은 정신을 차리고 마음속으로 미친 듯이 기뻐하며 얼른 명을 받고 고마움을 전했다.장 총관은 자리에 있던 병사들을 힐긋 보고 유생에게 친절하게 물었다.“소제사장, 무슨 문제가 있습니까? 제가 처리할 필요가 있습니까?”유생은 웃으며 말했다.“필요 없습니다. 고맙습니다!”“어찌 사양하십니까? 제가 필요한 곳이 없다면, 이만 궁으로 돌아가 명을 전해야 합니다.”“예. 바래다 드리겠습니다.”유생은 장 총관을 골목 밖까지 배웅했다. 장 총관이 의미심장하게 일깨워주었다.“아가씨는 아직 소제사장의 권력을 모르고 있을 수도 있습니다. 도성에서 제사장의 권력은 여제와 대제사장에 버금갑니다.”“태자와 동등한 권력입니다.”“이런 사소한 일은 직접 처리할 필요도 없으니, 제게 한마디만 분부하면 됩니다.”유생은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일깨워 줘서 고맙습니다.”“오늘 여제께서 태자도 정하셨습니까? 심면입니까?”장 총관은 고개를 끄덕였다.“예. 심가에 뜻을 전하고 왔습니다.”장 총관을 떠나보내고 유생은 기쁨으로 가득 차 있었다. 그녀는 선택받을 줄 전혀 생각하지 못했다.분명히 낙현책한테 졌기 때문이다.심면도 태자로 봉해져서 참 좋았다.오늘 밤 심면을 찾아 축하하려면, 이 문제를 빨리 해결해야 한다.그녀는 빠른 걸음으로 문밖으로 돌아갔다.병사들은 즉시 공손한 태도를 바꾸어 그녀에게 예를 올렸다.“소제사장, 오늘 분명 오해일 것입니다. 저희는 먼저 떠나겠습니다.”유생이 차가운 소리로 호통을 쳤다.“멈추거라!”그들은 뻣뻣하게 자리에 서서 고개를 숙이고 땀을 뻘뻘 흘렸다.제사장의 말 한마디에 그들은 직무를 잃을 수도 있다.“수사를 더 해야 하는 거 아니오? 안 하시오?”“저희가 감히 소제사장의 집을 수색할 용기가 어디 있겠습니까? 오
낙현책은 고개를 끄덕였다.“나도 궁을 나가려던 참이다. 함께 가자.”유생은 단번에 알아차렸다.“심면을 찾으러 가는 것이냐?”“심사 결과가 나온 후, 심면을 만나지 못했구나.”“심면도 무슨 일이 생긴 것이냐?”낙현책은 생각에 잠긴 듯 말했다.“그런가 보구나.”“내가 도울 일이 있으면 언제든지 얘기하거라.”“그래.”두 사람이 함께 궁으로 나온 후 유생은 바로 집으로 돌아갔고 낙현책은 심면의 집으로 향했다.유가의 골목에 도착하자마자 시끄러운 소리가 들렸다.관아의 사람들이 유생의 집 앞을 막고 그녀의 부모님을 잡고 그들을 관아에 데리고 가려 했다.옆에는 그녀의 사촌들이 있었다.안색이 바뀐 유생은 다급히 달려갔다.“그만하시오!”“뭐 하는 것이오?”유생은 바로 부모님을 뒤에 감쌌다.유롱은 화가 난 표정으로 그녀를 바라보았다.“뭐 하냐니? 집안 재산을 나누었으니, 유가와 이젠 연이 없는 것이다. 집안 재산도 주지 않겠다고 했는데, 어찌 유가의 물건을 훔치는 것이냐? 그 상자에는 족히 수십만 냥이 있다!”“감히 너희랑 아무 연관도 없다고 할 수 있느냐?”유생은 그들이 이렇게 빨리 찾아올 줄 몰랐고, 관리에게 고소할 줄도 몰랐다.“우리가 훔쳤다는 증거라도 있습니까?”“증거도 없이 저희를 잡다니, 법을 따르셔야죠.”유롱이 노발대발하며 말했다.“유가 사람들이 네가 돌아온 것을 봤다!”“변명하지 말거라. 할 말이 있으면 감옥에 가서 변명하거라!”물건을 잃어버리고 그들이 유일하게 의심하는 사람은 유생이다.대가를 치르더라도 그들은 그 돈을 되찾으려 했다.“내가 돌아갔다고 돈을 훔쳤다는 것입니까? 농이 심하십니다!”“관청에 따라서 갈 수 있지만, 저희 부모님과는 연관이 없습니다. 증거가 없으면 함부로 사람을 잡을 수 없습니다!”유롱이 화를 냈다.“네 아버지와 어머니도 한패다! 당연히 관아로 데려가야 한다!”“나으리, 그들은 수십만 냥을 훔쳤습니다. 결코 적은 액수가 아닙니다. 나리께서 반드시 돈을 되찾아 주시기를 간청합니다!”
조영궁.심사 결과가 나온 후 오랫동안 기다리던 낙요는 드디어 낙현책이 오는 것을 기다렸다.“여제.”낙현책은 고개를 숙이고 여제를 마주할 엄두가 나지 않았다.“심사 결과가 나온 지 오래됐는데, 어찌 이제야 나를 찾아온 것이냐? 잘 고려한 것이냐?”낙현책은 고개를 끄덕이며 무릎을 꿇고 자리에서 일어나지 못했다.“여제를 실망하게 했습니다!”이 말을 듣고 낙요는 그의 결정을 알아차렸다.“일단 일어나서 얘기하거라.”낙현책은 무릎을 꿇고 일어나지 않았다.“여제의 가르침을 저버렸습니다. 저는 대제사장 자리를 감당할 수 없습니다!”낙요는 다소 실망했지만 그래도 의외는 아니었다.“잘 생각했느냐? 이 일은 번복한 기회가 없다.”낙현책이 세게 고개를 끄덕였다.“오랫동안 심사숙고한 후 내린 결정입니다.”“제가 여제를 실망하게 했습니다.”지금까지 이렇게 노력했고 최종 심사에서 1등까지 하였는데, 여제를 실망하게 했다.낙요는 자리에서 일어나 그를 일으켜 세웠다.“실망하지 않았다.”“네 실력은 모두가 다 알고 있다. 어찌 실망했겠느냐? 네가 후회하지 않으면 된다.”“이미 결정을 내린 이상 더 이상 그렇게 많은 생각을 하지 말거라. 마음을 놓고 네 목표를 향해 가거라.”“나는 네 결정을 존중한다!”여제가 화를 내지 않자, 낙현책은 그제야 한숨 돌렸다. 그는 감동에 겨웠다.“고맙습니다.”낙요는 그가 기뻐하는 모습을 보고 입꼬리를 살짝 올렸다.“그동안 심면을 만나지 않았겠구나? 어서 네 결정을 알리러 가거라.”낙현책은 고개를 끄덕이고 궁을 나갈 준비를 했다.그동안 심면도 고민하고 있었을 것이다. 두 사람에게 있어 정말 어려운 문제였다.누군가는 무언가를 포기해야 하기 때문이다.낙현책이 궁을 나서려는데 제사장족 제자가 그를 가로막았다.“유생이 궁에서 자네를 기다리고 있소. 급한 일이 있는 것 같소.”“급한 일? 알겠소.”유생은 그동안 궁에 있지 않았다. 갑자기 궁으로 찾아온 것을 보아, 중요한 일이 있는 듯했다.먼저 그녀를 만나고 궁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