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씨 집안은 상녕을 입궁시키고 싶지 않았으나, 상녕을 궁에 들여보내지 않으면 어명을 어기는 격이 되었다.서신에서 상녕은 방법이 없다면 입궁하겠으나, 낙요가 자신을 도와줬으면 좋겠다는 내용이 담겨 있었다.서신을 봄 낙요는 미간을 찌푸리며 생각했다.진익은 대체 무엇을 하려는 걸까?“진익이 후궁을 들이는 일을 알고 있었습니까?”침서는 덤덤하게 웃으며 말했다.“알지. 하지만 신하가 어찌 황제의 명을 어길 수 있겠냐?”낙요는 당연히 믿지 않았다.침서가 부하를 지키며 이 일을 반대했다면, 진익은 명을 내릴 수 없었다.그러니 침서는 이 일에 관여하지 않을 생각이고, 오히려 서신을 가져온 걸 보니 낙요를 여국으로 돌아오라고 협박하는 것이었다.바로 그때, 산에 횃불과 함께 시끌벅적한 소리가 들려왔다.낙요는 깜짝 놀랐다. 부운주가 사람을 보낸 것이었다.침서는 웃으며 말했다.“먼저 가라, 내가 시간을 끌어줄 테니.”어린 황자의 안전을 생각해 낙요는 망설임 없이 앞으로 다가가 어린 황자를 데리고 나왔다.낙요는 침서 옆을 지나며 물었다.“서신을 주셨으니, 여국으로 돌아갈 준비도 다 해놓으셨겠지요.”침서는 사악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사흘 후, 경도성 밖에서 기다리겠다.”침서는 낙요가 여국의 일을 반드시 관여할 것이라 믿고 있었다.모든 걸 내려놓았다고 하지만, 역시나 내려놓지 못했다.정이란 건 참으로 애를 먹이는 것이다.낙요는 곧바로 흔자를 데리고 하산했다.사흘이면 흔자를 경도에 돌려보낼 시간밖에 안 됐다.두 사람은 빠르게 하산했다.얼마 지나지 않아 검이 부딪히며 싸우는 소리가 들려왔다.낙요는 멈칫하더니 복잡한 눈빛으로 산을 바라보았다.침서가 사람을 죽이기 시작하면, 산 사람은 없을 것이다.부운주…낙요는 잠시 망설였지만, 단호하게 고개를 돌리고 떠났다.끝이 있어야 새로운 시작이 있다.하산하자, 길옆에는 시체가 가득했다.모두 부운주의 암위였다.시체 옆의 나무에 말 한 마리가 묶여 있었다.낙요는 곧바로 흔자를 데리고 말에 타
길을 떠난 지 한 시진이 되자, 갑자기 뒤에서 말발굽 소리가 들려왔다.순간, 낙요는 불안했다. 설마 부운주의 사람이 쫓아온 건가? 침서가 진 건가?하여 앞쪽의 숲을 지날 때, 낙요는 즉시 멈추어 말에서 내려 숲으로 향했다.주위는 나무가 무성해 마침 몸을 숨길 수 있었으며, 밖에서는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숲에서 한참 있은 후, 곧바로 대량의 병사들이 눈에 들어왔다.그러나 달빛을 빌려 보니 부운주의 사람이 아니었다.가장 앞에 선 사람은 낯이 익어 보였다.일행이 말을 타고 떠나려 하자, 낙요는 곧바로 외쳤다.“소서?”이 말을 듣자, 대오는 곧바로 멈추었다.소서는 말에서 내려 목소리를 따라 숲에 들어섰다.“왕비, 왕비입니까?”낙요는 깜짝 놀라 곧바로 흔자를 데리고 나왔다.소서는 낙요의 얼굴을 보자 살짝 놀라더니, 고개를 숙여 어린 황자를 보고 한시름 놓은 듯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무사해서 다행입니다.”낙요가 물었다.“어떻게 여기까지 찾아온 것이냐?”소서가 답했다.“왕야의 명을 따라 약 가루의 흔적을 쫓다가 근처의 산 아래까지 왔으나, 흔적이 사라졌습니다. 산 아래에서 꼬박 하루를 기다렸더니, 밤에 불이 난 것을 발견했습니다.”“하산한 흔적과 산 아래 암위들의 시체를 보니, 왕비가 도망쳐 나온 것 같아 사람을 데리고 왔습니다.”낙요는 고개를 끄덕였다.“가면서 말하자.”“나인 건 어떻게 알았냐? 부진환이 알려주었느냐?”낙운의 신분으로 섭정왕부에 들어갈 때, 소서는 낙요의 정체를 모르고 있었다.소서는 고개를 끄덕이며 답했다.“왕야께서 궁의 변고 때문에 발이 묶여 저를 보내면서 정체를 알려주었습니다.”소서는 설명하려고 했다.“왕야께서 오지 못한 것은…”낙요는 소서의 말을 끊었다.“알고 있다.”“궁에 더 중요한 일이 있지.”일행은 곧바로 말을 타고 경도로 향했다.소서와 병사들이 있으니 가는 길도 더욱 안전해졌다.흔자는 아직 어리고, 며칠 동안 많은 일을 겪은 탓에 쉬지 않고 길을 재촉할 수 없어 자주 쉴 수밖에
낙요는 웃더니 말했다. “그럼, 다행이구나! 그리고 흔자의 소식은 필히 비밀로 해야 하고 반드시 그를 지켜줘야 한다.”소소는 고개를 끄덕이었다. “알겠습니다.”이윽고 소소는 바로 궁으로 출발했다.낙요는 고심 끝에 결국 흔자를 만나러 갔다.흔자는 방안에 안착하였고 밥과 반찬 그리고 음식이 넉넉하게 준비되어 있었다.낙요는 그와 이야기를 좀 나눈 후 당부했다. “지금부터 너의 부 숙부를 만나기 전까지 그 누구를 따라가도 안 된다.”“여기서 부 숙부가 너를 찾으러 올 때까지 기다리거라.”“알겠느냐?”“무슨 일이 있어도 이 방을 떠나면 안 된다.”흔자는 순순히 대답했다. “예!”이윽고 낙요는 방안에 진법을 설치했다.흔자만 나가지 않으면 그는 안전하다.부진환은 그녀를 잘 알고 있기 때문에 진법을 깨는 방법을 알고 있다.이 모든 것을 마치고 낙요는 마지막으로 이 섭정왕부를 한 번 쳐다보더니, 유모를 쓰고 뒷문으로 말을 타고 떠났다.낙요는 강여와 계진을 불러 그들과 함께 경도를 떠날 준비를 했다.강여는 약간 의아했다. “사부님, 왜 갑자기 여국으로 돌아가시려고 하는 겁니까? 이쪽 일은 다 처리한 겁니까?”낙요는 무거운 목소리로 말했다. “여국에도 일이 터져서 돌아가야 한다.”“너희들은 나와 함께 여국으로 돌아갈 필요 없다. 일단 송천초에게 무슨 일이 있는지 제월산장으로 가보거라.”“만일 위급한 상황이 있으면 서찰을 보내거라.”강여는 살짝 놀랐다. “그럼, 사부님 혼자 여국으로 돌아가시는 겁니까?”낙요는 어두운 표정으로 대답했다. “침서와 함께 간다.”이 말을 들은 강여의 안색은 확 변했다.이 세상에서 그녀가 이름만 들어도 두려운 사람은 많지 않은데 침서가 그중 하나다.“침서가 왔습니까?”“그럼, 사부님 스스로 조심하십시오.”성문에 거의 다다르자 낙요가 말했다. “여기서 헤어져서 따로 길을 재촉하자꾸나.”“좋습니다.”그리하여 강여와 계진은 멈추었고 낙요 혼자 말을 타고 성을 나갔다.성 밖의 멀지 않은 숲속 옆에 마차 한 대와
그들은 잠시도 쉬지 않고 하루를 달렸다.날이 어두워지자, 낙요와 침서는 객잔을 찾아 하룻밤 묵었다.밥을 먹고 있는데 갑자기 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들렸다.“들어오십시오.”침서가 문을 밀고 들어와 무례하게 그녀 앞에 앉더니 반찬 두 가지를 더해주었다.“이 황량한 들판에서 간식을 찾는 건 정말 어려운 일이구나. 이것은 근처 농가에서 사 온 거다.”낙요는 힐끔 보더니, 심오한 눈빛으로 침서를 쳐다보았다.“대체 뭐 하자는 겁니까?”침서는 팔을 무릎에 올리고 아무렇지도 않은 듯 웃으며 말했다. “뭐 할 생각은 없고 그냥 잘해주고 싶을 뿐이다.”“필요 없으니, 쓸데없는 짓 하지 마십시오.” 낙요는 냉랭한 어투로 말했다.“그럼, 관심 있는 거 말해볼까?” 침서는 눈썹을 들썩이었다.낙요는 그를 쳐다보았다.침서는 유유히 말했다. “상녕은 이미 입궁했다.”이 말을 하며 손끝으로 품속에서 서신을 꺼내 낙요 앞에 놓았다.낙요는 깜짝 놀랐다.다급히 서신을 펼쳐보았다.침서가 말했다. “오늘 방금 받은 밀보다.”“상녕 뿐만 아니라 각 주 진영에서도 모두 딸을 궁으로 보냈단다.”“그러나 내가 이미 분부를 내렸다. 입궁한 여인들의 직위와 책봉은 대제사장의 추산이 필요하다고 했다. 그래서 그 여인들은 그저 잠시 궁에 머무를 뿐 그렇게 빨리 총애를 받지 못할 것이다.”“너만 기다리고 있다.”여기까지 들은 낙요는 그제야 약간 시름 놓았다.다만 지금 이런 상황이니 그녀는 반드시 돌아가야 했다.그때 이미 모든 일을 인계했고 제사일족도 우유에게 넘겨주었다.하지만 진익이 하려는 일을 우유는 막을 수 없다.“저를 강제로 돌아가게 하려고 설마 당신이 진익에게 제안한 방법은 아니죠?” 낙요는 의심스러운 눈빛으로 침서를 바라보았다.침서는 살짝 멍해 있더니 담담하게 웃으며 말했다. “나는 이렇게 정묘한 방법을 생각해 낼 수 없다.”“게다가, 나는 네가 반드시 돌아올 거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너는 모든 것을 버린다고 했지만, 사실 너는 영원히 네가 짊어진 책임을
9주의 숙영지에 혼란이 생기면, 정말 큰 혼란이 올 것이다.이것은 진익이 하루빨리 병권을 수복하여 침서를 조종하려는 의도이다.하지만 방법이 너무 과격하다.날이 밝은 후, 두 사람은 계속해서 여국으로 향했다.그다음은 밤낮으로 길을 재촉했다.가끔 피곤하면 멈춰 휴식을 취하고 음식을 먹었으며 노정은 매우 힘들었지만, 낙요는 일찌감치 여국에 도착하고 싶은 마음뿐이었고 쉬려고 하지 않았다.또 한 번 천궐국을 떠난다.이번에도 역시 침서와 함께였지만, 또한 그 둘뿐이었다.낙요는 복잡한 눈빛으로 뒤를 돌아보았다.좀 섭섭했고 또 언제 다시 올지 몰랐다.고개를 돌리고 말을 채찍질하며 여국으로 달렸다.여국으로 돌아온 후, 낙요는 도성으로 돌아가지 않았고 도주부터 갔다.익숙한 막사에 도착했을 때 낙요는 이곳 병사들이 광범위한 훈련을 받고 있다는 것을 발견했다.보기에 별로 이상하지 않았지만, 낙요는 약간 이상한 점을 발견했다.낙요와 침서를 본 상 장군은 몹시 놀랐다.“대제사장, 혹시… “상 장군은 딸 이야기를 꺼내려고 하다가 말을 반쯤 하고 멈추었다.그는 침서를 고려했기 때문이다.낙요는 침서를 쳐다보더니 단도직입적으로 말했다. “당신 먼저 나가서 좀 기다려 주십시오. 저는 이분들과 이야기를 좀 나누겠습니다.”침서는 복잡한 눈빛으로 상 장군을 힐끗 쳐다보았다.그의 표정은 약간 불쾌했지만, 결국 돌아서 막사에서 나갔다.상 장군은 그제야 다급히 입을 열었다. “대제사장, 혹시 폐하의 납비에 대해 알고 있소?”낙요는 고개를 끄덕이었다. “알고 있소.”“상녕은 이미 입궁했소?”상 장군은 어두운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이었다. “폐하께서 9주 각 막사의 장군들 딸들을 납비 할 거라고는 정말 생각지도 못했소. 이것은 분명히 우리더러 인질을 내놓으라는 거잖소.”“아무리 설득해도 폐하는 생각을 바꾸지 않았소.”“다른 사람은 관심 없소. 하지만 내 딸이 이렇게 억울한 일을 당하게 할 수는 없소.”“아버지로서 딸이 좋아하는 사람에게 시집가서 무사하게 일생을 살
고개를 든 낙요는 방금 앉은 그 손님들을 보았다.하지만 바로 일어나 주루에서 나갔다.그녀는 저도 몰래 미간을 찌푸렸다. “또 올랐습니까?”하지만 침서는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스스로 차 두 잔을 따랐다.곧 점원이 음식을 올렸다.고기 요리 두 개와 야채 요리 두 개를 주문했다.두 사람은 배를 채운 후 침서가 계산하려고 점원을 불렀다.하지만 계산할 때 점원의 말을 듣고 낙요는 깜짝 놀랐다.“차까지 해서 4냥 은자입니다.”낙요는 눈여겨보더니 저도 몰래 깜짝 놀랐다. “4냥이라고요? 요리 몇 개에 이렇게 많은 돈이 들지 않을 건데요?”점원은 난처하게 웃으며 말했다. “낭자는 외지에서 오셨지요? 우리 도주성의 주루는 모두 가격이 올랐습니다.”“전보다 좀 비싸졌습니다.”침서는 은자를 내려놓았다.낙요도 더 이상 묻지 않고 두 사람은 함께 주루에서 나갔다.“이제 출발하는 거야?”낙요는 미간을 찌푸렸다. “좀 더 돌아봅시다.”“그래.”이윽고 두 사람은 도주성을 한 바퀴 돌았다.주루뿐만 아니라 대부분 가게가 모두 물가가 오른 상황이었다.낙요는 특히 의관과 약국도 몇 군데 들렸다.약재의 가격에 대해 그녀는 가장 잘 알고 있기 때문이었다.생각밖에 약재도 가격이 많이 올랐다.낙요는 한 중병 노인이 점원이 지어준 약을 보더니 난처하게 돈주머니를 움켜쥐고 한참 망설이다가 결국 됐다면서 떠나는 것을 목격했다.낙요는 보다 못해 약 몇 첩을 더 지어 쫓아 나가 약을 그 노인에게 건넸다.노인이 거절하자 낙요가 말했다. “여쭤볼 게 있어서 그러니 받아 주십시오.”노인은 한참 머뭇거리더니 받으며 말했다. “뭘 물어보고 싶소?”“도주성 예전에는 약재 값이 이렇게 비싸지 않았는데 왜 갑자기 이렇게 올랐습니까? 게다가 가격이 오른 집이 한집뿐이 아닙니다.”노인은 이 말을 듣더니 탄식하며 말했다. “몇 달 동안 가격은 이미 서너 번 올랐소.”“아이고, 세상 살기 왜 점점 어려워지나!”낙요는 호기심에 물었다. “혼자 사십니까?”노인은 유감스럽다는 듯 대답
극도로 불평등했다.밭이 많은 사람은 먹을 식량을 좀 남겨놓고 대부분을 팔면 세금을 낼 수 있었다.하지만 식구가 적은 집에서는 식량도 많지 않고 수확도 많지 않아서 식량을 전부 팔아도 세금 내기에 부족했다.며칠 뒤 두 사람은 운주에 도착했다.도착했을 때 마침 밤이었기 때문에 그들은 일단 객잔으로 들어갔다.하룻밤 쉬고 내일 돌아볼 생각이었다.하지만 낙요가 방금 눕자마자 옆방에서 걸상이 넘어지는 소리가 들렸다.그리고 아무런 움직임 소리가 들리지 않았다.낙요는 이리저리 뒤척여도 잠이 오지 않았다.그래서 일어나 방에서 나가 옆방 문을 두드렸다.하지만 대답하는 사람이 없었다.막 떠나려는데 뭔가 타는 냄새를 맡았다.고개를 숙여 보니 문틈 사이로 연기가 뭉게뭉게 피어올랐다.깜짝 놀란 낙요는 즉시 발로 방문을 걷어찼다.들보에 목을 맨 남자가 눈에 들어왔다.그녀는 훌쩍 날아가 그 사람을 구했다.그리고 옆의 촛불도 쓰러지면서 식탁보에 불이 불었다.다행히 불길이 세지 않았기 때문에 찻주전자를 열어 찻물로 불길을 껐다.화염이 꺼지면서 발생한 연기에 남자는 깨어났다.“콜록콜록… “그는 몸을 일으켜 앉았다. “저를 왜 구하셨습니까? 죽게 놔주시지요.”남자는 바닥에 앉아 억장이 무너져 울음을 터뜨렸다.낙요는 이해할 수 없다는 듯 물었다. “왜 자결하십니까? 게다가 객잔에서 말입니다. 만약 불이 났다면 객잔 전체가 피해를 봅니다.”남자는 울며 말했다. “저는 바로 이 집 객잔에서 이 방에서 남에게 사기당했습니다. 저는 죽어도 이 방에서 죽겠습니다!”“저는 전 재산을 탕진하고 지금은 빚까지 지고 있습니다. 차라리 죽는 게 낫습니다.”여기까지 들은 낙요는 궁금했다.그래서 탁자 옆에 앉았다. “어떻게 사기당했습니까? 들어나 봅시다.”남자는 탄식하더니 결국 바닥에서 일어나 탁자 옆으로 와서 앉았다.그리고 또 술 한 주전자를 주문했다.술을 마시며 낙요에게 울며 하소연했다.“이 세상을 어떻게 살겠습니까?”“조상 덕에 집안에 밭이 좀 있었습니다.
낙요는 듣더니 미간을 찡그렸다. “관야에서는 그들이 제멋대로 날뛰도록 가만히 놔둔단 말입니까?”남자는 냉담하게 피식 웃고는 말했다.“관리라는 사람들이 현지 부상들과 다 한통속입니다. 정경유착을 통해 돈을 대거로 긁어모으고 있지요.”“그리고 그 제구실을 못하는 황제는 무슨 신정이랍시고 추진하는 겁니까? 상인들에게 세금을 올리니, 그 속이 시커먼 것들이 자기들의 이익을 지키기 위해 백성들을 필사적으로 착취하고 있잖습니까!”“정당한 방법으로는 안되니 암암리에 못된 궁리를 하고 있는 것이지요!”“괘씸하기 그지없는 것들!”남자는 술이 과했는지 마구 욕설을 내뱉었다.그의 말을 듣은 낙요는 미간이 더욱 이그러졌다. 그녀도 진익이 무슨 마음으로 그런결정을 내렸는지 모른다. 진정 나라와 백성을 위한 정책이라고 해도 이토록 성급하지 말았어야 했다.하물며 신정은 좋은 점 하나 안 보이고 폐단만 잔뜩 해서는 무수한 어둠만 만들고 있다.진익은 이런 모습들이 보이는지 모르겠다.이것이 바로 침서가 그녀에게 직접 보여주고 싶었던 것들이다.침서는 분명히 알면서도 알려주지 않고 그녀를 직접 가서 보게 했다.그녀도 자신이 여국을 떠난 지 얼마 되지 않는 사이에 이렇게 큰일이 생길 줄은 몰랐다.“죽으려고 하지 마십시오. 다 잘 될 겁니다.”“제가 보장하지요. 보름이 되기 전에 결과가 있을 겁니다.”말을 마친 낙요는 그의 어깨를 다독이고는 일어서서 방을 나갔다.한창 눈물 콧물 쥐어짜던 남자는 이 말을 듣고 멈칫했다.몸을 돌려 막 되물으려 할 때, 낙요의 그림자는 이미 그의 시선에서 사라진 뒤였다.이 아가씨는 누구일까? 그녀에게 그렇게 큰 힘이 있단 말인가? 그 말을 믿어도 될까?“보름...... 그럼 보름 더 버텨보지.”날이 밝고 아침식사를 하고 난 뒤, 낙요는 말했다.“여기까지 오는 동안 많이 봤으니 바로 도성으로 돌아갑시다.”침서는 놀란 기색없이 대답했다. “좋소.”그리하여 둘은 바로 말을 타고 도성으로 향했다.도성에 도착하자마자 소문은 퍼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