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에 눈이 내리면 또다시 이토록 두껍게 쌓인다.이 산 밑에 천년 얼음동굴이 있기 때문에 이 산 위에 눈은 일 년 내내 두껍게 쌓이고 사계절은 전부 겨울 같다.해는 떴지만, 눈밭을 걸으니, 여전히 무척이나 추웠고, 바람은 칼날처럼 날카로웠다. 그리고 얼굴은 칼로 베는 듯이 아팠다.얼마 걷지 않아, 그들은 시신 한 구를 발견했다.시신은 얇은 옷을 입고 있었고, 몸을 웅크리고 있었으며 얼어 죽은 것 같았다.하지만 그들은 그 시신을 검사해 보고 깜짝 놀랐다.시신은 놀랍게도 매우 가벼웠고, 핏기가 전혀 없었으며 뼈와 쭈글쭈글한 피부만 남았다.부진환은 미간을 찌푸리며 말했다. “보아하니, 어젯밤 그 머리카락 같은 물건이 피와 살을 다 빨아먹은 것 같구나.”“어젯밤 그 옷이 이 여인의 옷이 아닐까요?”낙요가 훑어보더니 고개를 끄덕였다. “그런 거 같소.”낙요는 검으로 시신을 살펴보며 시신 주위에 뭔가 있는지 찾아보려고 애썼다.하지만 눈밭에서 부적 두 장을 꺼냈다.낙요는 저도 몰래 깜짝 놀랐다. “이 사람은 풍수사였구나.” 낙요는 또 앞으로 다가가 뒤져보았다.과연 또 옥패 하나를 발견했다.위에 새겨진 문양을 보고 낙요는 한눈에 알아보았다.“천궁도 사람이다.”“그들이 우리보다 한 걸음 먼저 산에 도착했을 줄이야!”“산에 아직 천궁도의 사람들이 분명히 있을 거다.”그들은 계속해서 앞으로 걸어갔다.하지만 얼마 걷지 않아 또 시신들이 보였다.죽은 상태는 비슷했고, 남자도 있었고 여자도 있었다.거의 천궁도 사람인 것 같았다.하지만 그들은 또 한 살수의 시신도 발견했다.이건 이 산 위에 천궁도 이외의 또 다른 세력이 존재한다는 뜻이다.한참을 걸어 그들은 드디어 끝이 보이지 않는 하얀 눈밭에 들어섰다.“보아하니 오늘은 목적지에 도착하지 못할 거 같군요.”날이 어두워진 후, 일행은 여전히 눈밭에서 앞으로 행진했다.하지만 추위에 그들은 걷기가 매우 어려웠다.주위에 추위를 가려줄 수 있는 건 아무것도 없었고, 바람도 피할 수 없었다.대오
고창이 몸에 둘러쌓던 그 두봉은 이미 보이지 않았다.몸은 웅크리고 있었고, 똑같이 피와 살은 모두 빨렸으며 마른 시체였다.낙요가 생각하더니 말했다. “이 물건들이 사람의 피와 살, 정기를 빨아들이는데, 설마 그들도 이곳을 지키고 있는 게 아닐까요?”“외래의 침입자를 막는 게 아닐까요?”봉시가 미간을 찌푸렸다. “나도 잘 모르겠소.”낙요가 중얼거렸다. “박씨 집안에서 만들어낸 물건이 아닐 수도 있소. 아마도 박씨 집안이 망하고 나서 나타난 것 같소.”“그해 억울하게 죽은 사람들이 그렇게 많으니, 오랫동안 쌓인 원한이 무엇으로 변할지 그 아무도 모르는 일이오.”여기까지 듣던 사람들은 뭔가 알 것 같았다.그들은 계속해서 앞으로 행진했다.얼마 가지 않아 고기 굽는 냄새가 바람에 풍겨왔다.사람들은 깜짝 놀랐다.그리하여 풍향을 따라 찾아갔다.멀리서, 눈밭에 피워진 불더미가 보였고 눈밭에서 쉬고 있는 사람이 보였다.상대방 머릿수가 너무 많아서 그들은 피해 갈 수가 없었다.그리고 전혀 가림막이 없는 눈밭에서 상대방도 곧 그들을 발견했다.곧이어 한 무리의 사람들이 몰려와 낙요 일행을 둘러쌌다.몰려온 사람들은 모두 검은색 옷을 입고 있었고 살수 차림이었다.상대방도 그들을 훑어보았다.우두머리 같아 보이는 사람이 웃으며 말했다. “살아서 여기까지 온 걸 보니 꽤 능력이 있군요.”“뭐 하는 사람들이요?”부진환은 실눈을 뜨고 상대방을 훑어보며 냉랭하게 말했다. “당신들과 똑같은 사람이요.”전혀 당황하지 않았으며 오히려 침착했다.상대방은 놀란 눈빛으로 부진환을 힐끔 쳐다보았다.곧이어 부하에게 눈짓하자, 부하가 검을 들고 달려왔다.하지만 부진환의 옷자락도 만질 새 없이 부진환에게 걷어차여 멀리 날려갔다.다른 사람들도 포위공격해 왔다.하지만 부진환과 주락이 모두 막아냈다.상대 남자는 그들의 강한 실력을 보더니 만만치 않은 상대라는 걸 느끼고 소리쳤다. “멈춰라. 그만!”“앞길에 아직 얼마나 많은 위험이 도사리고 있는지 모르는데 여기서 서로
보아하니 전검이라는 이름처럼, 이 두 가지를 그는 가장 중히 여기는 것 같았다.낙요가 궁금해하며 물었다. “그럼, 이번에 돈을 얼마나 받았소?”전검이 대답했다. “오천 냥이요.”이 말을 들은 낙요는 놀라운 표정을 지으며 주위를 힐끔 쳐다보더니 말했다.“한 사람당 오천 냥이요?”전검은 힐끗 주위를 살피더니 말했다. “저자들은 삼천이요.”이 말을 듣고 낙요는 매우 놀란 표정으로 물었다. “이렇게 적소?”검을 닦던 전검은 순간 그대로 굳어버렸다.주위 다른 사람들도 곱지 않은 시선을 보냈다.이때, 낙요가 말했다. “이곳에서 죽음을 초래할 수 있는 건, 이곳의 환경이나 기관이 아니오. 진정 위험한 물건을 당신들은 아직 보지 못했을 거요.”“그까짓 돈으로 나더러 목숨을 바치라고 하면 나는 절대 하지 않을 것이오.”“내가 당신들을 피할 수 있게 어느 조직인지 알려주시오.”전검은 실눈을 뜨고 낙요를 훑어보더니 물었다. “당신들도 이 업계 사람들이오? 같지 않은데?”낙요는 의미심장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모든 살수 조직이 당신들과 같은 건 아니오. 우리는 두뇌로 일을 하오.”“그러니 당연히 우리의 장점으로 자신을 위장할 줄도 안단 말이오.”이 말을 들은 전검은 약간 도리가 있는 것 같았다.하지만 여전히 물었다. “그럼 당신들은 얼마 받고 온 것이오?”낙요는 손을 내밀어 숫자를 얘기했다.“3만 냥!”순간 전검의 안색이 확 변했고 어투도 다급해졌다.“당신들은 어느 조직 사람들이오? 나는 왜 이렇게 통 큰 조직을 들어본 적이 없소?”하지만 낙요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우리 이 조직은 아무나 들어올 수 있는 곳이 아니오. 그리고 모든 사람이 다 그만큼 높은 품삯을 가져갈 수 있는 것도 아니오. 하지만 능력이 클수록 돈도 더 많소.”이 말을 들은 전검의 마음은 약간 흔들렸다.낙요도 보아냈다.하지만 이 화제는 여기서 멈추고 더 이상 말하지 않았다.낙요는 전검의 온몸에 강렬한 붉은 빛을 비추고 있는 것을 한눈에 알아보았다.살벌한 기운
낙요는 살짝 놀랐다. “하루가 아니라고? 그럼, 이 자들이 여기서 뭐 하고 있단 말이오?”“목적지에 도착하였단 말이오?”봉시가 고개를 저었다. “아니, 아직 반도 못 왔소.”낙요는 미간을 찌푸리며 생각하더니 말했다. “그렇다면 그들은 아마 그 어떤 물건에 발목 잡힌 것 같소.”“혹시 그 사람을 먹는 옷이 아닐까요?” 송천초가 추측했다.낙요가 고개를 저었다. “그 물건은 주동적으로 사람을 공격하지 못하는 것 같았소. 옷을 몸에 입어야 피를 빨아들일 수 있소.”그리고 그 옷은 거의 그들이 볼 수 없을 때 움직였다.그날 밤은 아주 평온하게 지나갔다.몇 사람은 교대로 휴식했다.낙요가 잠에서 깨어났을 때 왠지 주위에 변화가 생긴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낙요는 나침반을 꺼내더니, 저도 몰래 깜짝 놀랐다.낙요가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내가 향하고 있는 방향은 오늘 우리가 가야 할 방향이었는데, 지금은… 왜 올 때의 방향을 향하고 있을까?”다른 사람들도 살짝 놀랐다.부진환이 나직한 목소리로 말했다. “나도 느꼈어.”멀지 않은 곳의 불더미를 가리키며 말했다. “어제 저 불더미는 저곳에 있지 않았어.”그저께 밤에 그들은 망망한 눈밭에 처해 있었고, 주위는 아무것도 없었다.그래서 방향을 분간할 수 없었기 때문에 나침반에 의지해야 했다.하지만 어제저녁에는 주위에 참고할 만한 물건이 있었다.하지만 이상한 점은 주위의 환경은 변하지 않았는데 방향이 변했다는 것이다.부진환도 똑같은 걸 발견하자, 낙요는 무거운 어투로 말했다.“보아하니 이 사람들은 이곳에 갇힌 것 같습니다.”전검이 천막에서 걸어 나왔다.낙요가 앞으로 다가가 말했다. “날이 밝았으니, 출발하자고.”전검은 눈을 가느다랗게 뜨고 고개를 끄덕였다. “알겠소.”“그럼, 잠깐 짐을 좀 정리하겠소.”곧이어 전검은 사람들에게 짐을 정리하고 출발 준비를 하라고 명령했다.보아하니 전검은 그들을 당장 죽이려고 하지 않았고, 그들이 이 눈밭을 빠져나올 수 있는지 보려고 하는 것 같았다.다들 짐
그 사람들은 천궁도 사람들이다.일단 부소를 구한 후 천천히 질문하려고 낙요는 승낙했다. “좋소. 당신들을 데리고 나갈 수 있소.”이 말을 들은 전검은 부소를 풀어 주어라고 손짓했다.부소는 밧줄을 풀더니, 그들에게 애원했다. “혹시 요깃거리가 좀 있소?’“배가 너무 고프오.”낙요는 처음으로 부소의 이토록 초라한 모습을 본다.주락은 그의 먹을 것을 좀 주며 물었다. “여기는 무슨 일로 온 것이오?”부소는 허겁지겁 음식을 먹으며 말했다. “나도 그전 그 무리에게 잡혀 왔소.”“함께 왔던 사람들은 모두 흩어졌소.”“아마 모두 죽었을 거요.”전검의 사람들은 거의 그들을 포위하다시피 둘러싸고 앞으로 걸었다.그들은 시시각각 낙요와 그들의 일거일동과 담화를 주시했다.그래서 낙요는 더 이상 캐묻지 않았다.어쩐지 부소의 정체가 약간 의심스러웠다.그때 취혼산에서 부소와 알게 되었다.부소의 과거에 대해선 원래부터 몰랐기 때문에 그의 내력도 알 수 없었다.낙요는 나침반을 들고 그들을 데리고 앞으로 걸어갔다.드디어 그들은 전방에서 나뭇 집을 발견했다.등 뒤에서 사람들의 외침 소리가 들려왔다. “우리 정말 빠져나왔습니다!”“더 이상 제자리에서 맴돌지 않습니다.”전검도 의아했다.생각밖에 이 사람들은 실력이 꽤 있었다.하루를 재촉하여 그들은 다음 나뭇 집 위치에 다다랐다.비록 주위는 여전히 망망한 눈밭이었지만 나뭇 집의 변화에 그들은 길을 잃지 않았고 제자리에서 맴돌지 않았다고 확신했다.다만 이번에 모두의 경계심을 불러일으킨 건 나뭇 집의 눈밭에 맹수의 발자국이 있다는다 것이었다.비록 나무 집은 넓었지만, 모든 사람을 용납하기엔 작았다.그래서 전검은 나뭇 집 밖에다 천막을 치고 불을 피우라고 분부했다.그리고 교대로 나뭇 집으로 휴식하러 들어갔다.낙요 일행은 나가는 길을 찾을 수 있기 때문에 전검은 정성을 다해 지켜주었고, 그들더러 나무 집 안으로 들어와 추위를 피하게 했다.물론 그들이 도망갈까 봐 두려운 것도 있었다.나무 집안이 몹시 따
사람들은 깜짝 놀라서 즉시 나뭇 집에서 달려 나갔다.달려 나갔을 때, 그들은 불더미 옆에 가득한 피와 끌려간 흔적을 발견했다.“사람은? 어떻게 된 거요?” 전검이 물었다.누군가 대답했다. “비명을 듣고 나와보니, 사람은 이미 사라졌습니다.”모두 땅 위의 흔적과 발자국을 보고 맹수가 출몰했다는 걸 의식했다.전검은 손에 검을 꽉 쥐었다. “가자고! 자 둘러보자고!”이 맹수를 죽이지 않으면 다음에 분명 또다시 그들을 공격할 것이다.낙요 일행도 뒤쫓아 나갔다.그들은 핏자국을 따라 쫓아갔다.밤에는 바람이 강하게 불고, 주위는 온통 하얀색이어서 시야가 흐릿했다.앞뒤 사람들은 모두 흩어져 버렸다.낙요가 이상한 점을 발견하고 곧바로 앞에 있는 전검을 불러 세웠다.전검은 발걸음을 멈췄다. “왜 그러시오?”“더 이상 쫓아가지 마시오. 여긴 좀 이상한 것 같소.”“뒤에 따라오는 사람들도 없소.”그녀의 기억으론 당시 막사의 사람들이 전부 달려나온 것 같았다.한참 지났지만, 주위는 여전히 낙요 일행과 점검이 데리고 나온 대여섯 명뿐이었다.뒤에 있던 사람들은 한 명도 따라오지 못했다.청력이 민첩한 초경이 자세히 듣고 난 후 얘기했다. “이 근처에 발걸음 소리는 없소.”“그들은 이미 멀리 도망간 것 같소.”그들은 주위를 관찰하더니, 전검이 미간을 찌푸리며 말했다. “여기 바람 소리가 강해서 잘 들리지 않지만, 땅 위의 핏자국을 따라가면 틀림없을 것이오.”“어떻게 흩어질 수가 있지?”여기까지 듣던 사람들은 저도 몰래 고개를 숙이고 땅 위의 핏자국을 슬쩍 쳐다보았다.그런데 고개를 숙이고 보자마자, 모두 깜짝 놀라고 말았다.어디에 핏자국이 있단 말인가?하얀 눈밭에 그들이 지나온 발자국밖에 보이지 않았다.낙요는 미간을 찌푸렸다. “방향을 잘못 달린 건 우리였어!”전검 등 사람은 순간 등골이 오싹했다.전검이 욕설을 퍼부었다. “귀신이 곡 할 노릇이군!”곧이어 낙요는 사람들을 데리고 돌아가는 길을 찾았다.주위는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으며, 아무
“보시오, 시체가 끌려간 흔적도 남아 있소. 바닥의 발자국을 보니 한 마리는 아닌 것 같소.”낙요는 앞으로 다가가 보더니 말했다.“흔적을 보니 시체 4구를 끌고 간 것 같소. 최소 백호 두 마리일 것이오.”바로 그때, 다른 쪽에서 비명이 들려왔다.하여 일행은 즉시 달려가 살아있는 사람들을 구했다.소리를 따라 사람을 찾아보니, 그자는 온몸이 피투성이였다.하여 일행은 그를 따라 사건이 일어난 곳으로 향했다.“저도 일행과 흩어져 소리를 듣고 이곳에 찾아왔습니다. 보세요, 저 위에 무엇이 움직이고 있습니다!”그 사람은 두려움에 떨며 말했다.바닥에 사람들은 모두 두꺼운 망토가 덮여 있었고, 망토 아래에는 무언가가 움직였다.전검은 즉시 횃불을 붙여 태워버리려고 했다.그러나 낙요는 그를 막아섰다.“이런 물건은 건드리지 않는 것이 좋소.”“왜 그렇소?”“아주 신묘하기 때문이오. 불결한 것에 씔 수도 있으니 건들지 마시오.”“이 사람들은 모두 죽었소. 바닥의 흔적을 보니 맹수가 죽인 것 같소. 이 옷 안의 것들은 시체를 갉아먹는 것이오.”“살아있는 사람이 있는지 찾아보고 돌아가는 게 좋을 것 같소.”낙요는 이곳의 아무것도 파괴하고 싶지 않았다. 그 물건들은 외부의 침입자를 막기 위해 존재하기 때문이다.박씨 일가가 만들어 낸 게 맞든 아니든, 이 산의 것들은 모두 박씨 일가의 물건을 지켜주고 있다.그들은 살아있어야 한다.일행은 살아있는 사람을 찾아다니다 세 사람을 발견했다. 그들은 모두 맹수와 부딪혔으나, 운이 좋게 살아남았다.그 후의 길에는 온통 짙은 안개로 뒤덮였다.낙요는 일부러 발걸음을 늦췄고, 나침반이 가리키는 방향을 따라 순조롭게 나무집에 돌아왔다.곧바로 전검은 인원을 세어보기 시작했다.이번에는 사상자가 절반을 넘어 인원이 대폭 감소해 사기가 다 떨어진 상태였다.누군가가 입을 열었다.“전에 산 아래에서도 한 번에 이렇게 많은 사람이 죽은 적은 없습니다.”“저건 대체 무엇입니까?”그러자 운이 좋게 살아남은 사람이 말했다.
낙요도 고개를 끄덕였다.“숲에 들어가는 건 너무 위험하다고 생각하오.”“우리는 숲에 대해 아는 것이 없소. 그러니 무모하게 들어설 수 없소.”전검은 의아한 듯 물었다.“어찌 다들 겁이 이리 많은 것이오?”전검의 말에 낙요 일행은 덤덤한 모습이었다. 필경 그들은 전검과 달리 박씨 일가의 명예를 되찾고 싶은 것일 뿐, 보물을 뺏으려는 것이 아니었기 때문이다.그러니 산의 것들을 파괴하고 싶지 않았다.숲에 있는 백호도 말이다.그러자 부진환이 입을 열었다.“정말 백호를 소탕하겠다면 막지 않겠소.”“그대들은 사람이 많으니 한번 해보시오.”“그러니 내일 아침, 우리는 흩어지는 게 좋겠소.”이 말을 들은 전검은 안색이 어두워졌다.그렇게 모두 말없이 날이 밝을 때까지 기다렸다.다행히도 이날 밤은 아무런 사고도 일어나지 않았다.날이 밝자, 낙요 일행은 전검과 헤어졌다.그러나 전검은 불쾌한 어투로 말했다.“약속하지 않았소? 사람을 풀어주면 우리를 데리고 나가기로.”전검이 말을 내뱉자, 다른 사람들은 즉시 낙요 일행을 에워쌌다.하여 낙요는 호신 부적 하나를 꺼내 전검에게 건넸다.“그렇다면 이 호신 부적으로 교환하겠소.”“위험을 조금은 막아줄 것이오.”전검은 호신 부적을 보더니 의아한 듯 미간을 찌푸렸다.이때, 낙요는 낮은 목소리로 말을 이어갔다.“다시 만난다면 인연이 닿은 것이니, 그때는 우리와 함께해도 좋소.”전검은 멈칫했다. 낙요는 전혀 당황하지 않고 오히려 함께 하자고 초대를 건넸다.“나가지 못할까 무섭지도 않은 것이오?”전검은 서늘한 어투로 협박했다.그러나 낙요는 평온한 얼굴로 덤덤하게 웃으며 남은 사람들을 훑어보더니 말했다.“엊저녁 사고로 인원이 절반이나 줄었으니, 조심하시오.”“우리가 내전을 일으키면 백호만 좋은 노릇을 하는 거 아니오?”말을 마친 낙요는 일행과 함께 떠났다.전검은 손에 든 호신부를 보고 더는 막아서지 않았다.필경 그들은 30여 명에 불과했으니, 목적지에 도착하기도 전에 몽땅 목숨을 잃을 수는 없