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독 안의 물이 다 흘러나오자, 아래 약재의 냄새도 이상해졌으며, 부진환의 일부 기억이 되살아났다.그는 중얼거렸다. “약인… “낙요는 깜짝 놀라더니, 고개를 돌려 그를 쳐다보았다. “혹시 본 적이 있소?”부진환이 해석했다. “예전에 계양에서 본 적이 있습니다. 그 약인들은 사람을 공격하지만, 의식이 없고 냄새로만 동족을 구분합니다.”사실 낙요도 본 적이 있지만, 그녀는 잊었다.이 말을 들은 낙요는 미간을 찌푸리며 생각하더니 말했다. “그렇다면, 지금 이 사람들은 이미 의식이 없는 약인이란 말이오.”“그들은 짐승의 혼을 사람의 몸에 넣었소.”부진환은 고개를 끄덕이었다. “그렇습니다! 천궐국에 있을 때, 그 약인들은 낙정 짓이었습니다.”“보아하니, 낙정은 여국으로 돌아와서도 포기하지 않았습니다.”낙요는 미간을 찌푸렸다. 그녀의 마음은 한층 더 무거워졌다. “하지만 이것들은, 지금 도주영에 있소.”비록 상씨 집안 식구들과 만난지 며칠 되지 않았지만, 상씨 남매는 진심으로 그들을 친구로 생각했으며, 열정적으로 대했다.3년 동안 마셔보지 못했던 춘풍주도 그들에게 선물할 수 있었다.낙요는 이 일들이 상씨 집안이 한 짓이길 바라지 않았다.세 사람은 막사를 떠났다.곧 침서는 상 장군을 붙잡아 오라고 명령했다.잡혀 온 상우산은 어리둥절했으며, 낙요와 부진환을 보고, 매우 곤혹스러워했다.“장군, 이게 어떻게 된 일이오?”침서의 눈빛은 날카로웠다. “혼자 저 밑에 가보시오.”누군가 상우산을 막사 아래로 데려갔다. 위로 올라온 상우산의 안색은 하얗게 질렸고, 땀에 흠뻑 젖어 있었다.그는 침서 앞에서 털썩 무릎을 꿇더니, 단호하게 말했다.“장군, 아래는 어찌 된 일인지 전혀 모르는 일이오!”침서는 분사검을 들고 살기가 가득한 눈빛으로 말했다. “전혀 모르는 일이다? 당신의 도주영에서 일어난 일인데, 지금 나에게 전혀 모르는 일이라고 말하는 거요?”“진영을 시찰하자고 하니, 하필 이 진영만 빼먹던데, 그래도 일부러 숨긴 게 아니란 말이오?”이때
침서의 명령에, 상씨 집안 식구들은 놀라서 간담이 서늘해졌다.상녕도 무릎을 꿇고 사정했다. “장군, 저희에게 며칠만 시간을 주십시오. 어떻게 된 일인지 꼭 알아내겠습니다!”“너그러운 마음으로 제발 한 번만 기회를 주십시오!”상승은 미간을 찌푸리며 단호하게 말했다. “장군, 이 진영은 이미 오래전에 황폐되었습니다. 제가 잘 관리하지 못했기 때문에 남에게 이용당했으니, 관리를 소홀히 한 죄로 장군께서 죽이려면 저를 죽여주십시오!”“상안은 모든 걸 저의 명령에 따르니 그와 무관합니다!”관건적 시각에, 상승은 모든 죄책을 혼자 감당하려고 했다.그들은 놀란 표정으로 상승을 쳐다보았다.상안이 울먹이며 말했다. “큰형! 이건 제일입니다. 큰형과 무관합니다! 제가 미련했습니다!”“죽이려면 저 혼자 죽이십시오! 제발 다른 사람은 풀어주시기를 간청합니다.”침서의 표정은 약간 귀찮아졌다.그는 다시 명령했다. “당장 끌어내거라! 처형한다!”곧 병사들이 상안을 잡고 그를 끌고 나가려고 했다.몇 사람은 온 힘을 다해 사정했지만, 침서의 결정을 바꿀 수 없었다.일이 이렇게 된 이상, 낙요도 더 이상 신분이 드러나는 것을 고려할 새 없었다.“잠깐만!”낙요가 소리치자.침서의 사람들은 멈췄다.낙요는 침서를 쳐다보았다. “상안을 저에게 넘기십시오. 제가 알아낼 수 있습니다.”이 말을 하며, 그녀는 바닥에 널린 시체들을 훑어보더니 말했다. “배후의 사람이 약인을 만들자는 목적이면, 이게 전부일 수는 없습니다.”“틀림없이 더 큰 규모가 있을 겁니다.”“어쩌면 도주영은 그중의 한 은닉 장소에 불과할지도 모릅니다.”“조사하려면 배후의 세력까지 조사하여 뿌리를 뽑아야 합니다. 상안 한 사람만 죽여서 아무 소용이 없습니다.”그 순간, 상씨 집안 식구들은 한 가닥의 희망을 보았다.상우산이 다급히 입을 열었다. “맞는 말이오. 우리는 꼭 잘 협조하여 진상을 밝혀내겠소!”“부디 장군께서 한 번만 기회를 주시오!”침서는 그윽한 눈빛으로 낙요를 힐끔 쳐다보았다.뭔가
낙요는 침서의 사람들을 물러나게 한 뒤 상안의 몸을 묶은 사슬을 풀었다.낙요는 곧장 본론을 꺼냈다.“그 주둔지는 당신이 책임진 것입니까? 왜 가만히 내버려 둔 겁니까? 아래에 있던 시체들에 대해서는 아예 모르고 있었습니까?”“그 주둔지는 다른 주둔지와 멀리 떨어져 있는 것도 아니고, 물항아리를 옮기거나 시체를 옮기는 걸 아무도 눈치채지 못했을 리가 없는데 전혀 모르고 있었다고요?”상안은 눈살을 찌푸린 채로 난색을 보였다.낙요는 이상한 낌새를 눈치챘다.상녕 또한 그 점을 알아차리고 화를 내며 따져 물었다.“설마 정말 오라버니께서 한 짓은 아니겠죠?”상안이 불쑥 말했다.“당연히 아니다!”“그러면 얼른 말씀하세요. 빨리 해명하란 말입니다. 대체 뭘 숨기고 있는 겁니까? 이 일이 얼마나 심각한지 알고 있지 않습니까? 어쩌면 가문 전체가 몰살당할지도 모릅니다! 어서 아는 것들을 전부 얘기하세요!”상녕은 애가 탔다.이제 날이 밝기까지 한 시진도 남지 않았다.제대로 조사해 내지 못한다면 집안이 풍비박산 날 것이다.상안 또한 사태가 심각함을 인식하고 결국 입을 열었다.“얼마 전 내가 삼촌하고 술을 마시지 않았느냐? 그때 삼촌이 취해서 내게 허심탄회하게 얘기했었다. 자신이 쓸모없는 사람이 아니란 걸 증명할 수 있는 일을 하고 싶다고 말이다.”“그는 어영부영 살고 싶지 않다고, 매일 사람들의 이상한 눈길을 받고 싶지 않다고 했다.”“그래서 내게서 주둔지를 빌려 자신만의 사람을 길러내 큰일을 해내고 싶다고 했다.”“그때 난 취한 상태였고 삼촌의 처지가 불쌍해 승낙했었다...”그 말에 상녕은 충격받은 얼굴로 그를 보았다.“미쳤습니까? 주둔지를 빌려주다뇨?”상안은 고개를 푹 숙이며 미안해했다.“내가 취해서 제정신이 아니었다.”“그래서 그 뒤로 삼촌을 마주치면 피하기 급급했다. 혹시 삼촌이 또 내게 도움을 바랄까 봐서 말이다.”낙요는 상금루에 갔을 때를 떠올렸다. 상안은 확실히 허계지를 피했었다.“그래요, 알겠습니다.”낙요는 말을 마친 뒤
낙요는 예리한 눈빛으로 허계지를 바라보며 질문했다.“상안과 술을 마실 때 그에게 주둔지를 빌려달라고 하셨지요?”“큰 성과를 내고 싶다면서 말입니다.”그 말에 허계지는 자세를 바로 하고 냉정을 되찾은 뒤 고민하다가 말했다.“난 확실히 상안과 술을 마신 적이 있소.”“그런데 상안이 날 설득한 것이오. 큰 성과를 내서 내 능력을 증명하라고 말이오.”“상안은 내게 약재와... 시체를 구해달라고 했소.”“상안이 뭘 하려던 건지는 알지 못하오. 하지만 난 그와 자주 술을 마셨소. 상안은 유일하게 날 얕잡아보지 않는 사람이었으니 말이오. 그래서 그러겠다고 했지.”“난 그를 도와 많은 약재를 구했소.”그 말을 들은 상승과 상녕은 화들짝 놀랐다.상승은 분노하며 허계지의 멱살을 잡았다.“헛소리하지 마십시오! 상안이 평소에 노는 걸 좋아하고 술을 좋아하는 건 사실이지만 절대 선 넘는 짓은 하지 않습니다!”“당신이 주둔지를 빌려달라고 해서, 그래도 당신이 삼촌이니까 상안이 주둔지를 빌려준 겁니다! 그런데 지금 상안에게 덤터기를 씌우려는 겁니까?”상승과 상녕은 그제야 허계지가 왜 도망치지 않은 건지 깨달았다.허계지는 이미 대책을 세웠다. 그는 모든 걸 상안의 탓으로 돌릴 생각이었다.심지어 상안뿐만 아니라 상씨 집안을 전부 몰락시키려 하고 있었다.허계지는 슬픈 표정을 지었다. 그는 상승에게 멱살을 잡혔으면서도 저항하지 않고 무기력하게 대답했다.“사실이 그런 걸 어떻게 하겠느냐? 너희가 뭘 묻든 내 대답은 변하지 않는다.”“틀림없이 상안이 뭔가 나쁜 짓을 하고 들켜서 내게 누명을 씌우려는 거겠지.”“다행히 내가 그때 불안해서 증거를 남겨뒀다.”“상안이 내게 돈을 주면서 구해달라고 했던 약재들이 있는데 그걸 모두 기록해 뒀다.”“그리고 그 약재들은 상안의 부하가 가져갔다. 조사하려거든 마음대로 하거라. 어차피 일은 나와 아무런 상관도 없으니 말이다.”허계지는 여전히 취한 척했다. 마치 이 세상에 두려울 건 없다는 듯이 자신감 넘치는 모습이었다.상승
빨리 돌아가야 했다. 상안이 죽임을 당한다면 모든 게 무의미했다.부진환은 허계지를 잡았다. 그들은 말을 타고 곧바로 도주영으로 돌아왔다.예상대로 그들이 돌아왔을 때 상안은 이미 밖으로 끌려 나와 처형당하기 직전이었다.침서는 여유롭게 의자에 앉아 눈을 가늘게 뜨고 태양이 떠오를 방향을 바라보고 있었다.낙요는 말에서 내려와 빠른 걸음으로 주둔지로 향했다.그녀는 상자를 들고 말했다.“이것이 허계지의 증거입니다.”“일단 보고 얘기하시지요.”허계지는 잡혀서 무릎을 꿇게 되었다. 침서를 본 순간, 허계지는 안색이 창백하게 질리더니 무릎을 꿇고 찍소리하지 못했다.그는 침서가 올 줄은 예상치 못했다.낙요는 장부를 꺼냈다. 그 위에 기록된 것은 상안이 허계지에게 준 돈과, 그 돈을 어디에 썼는지가 적혀 있었다. 돈은 전부 약재를 사는 데 쓰였다.그중에는 허계지가 자기 돈을 보태서 약재를 산 기록도 있었다.낙요는 상안에게 장부를 보여줬다.“허계지가 말하길 당신이 약재를 사달라고 부탁했다고 하더군요.”상안은 장부를 보더니 경악했다.“말도 안 됩니다! 전 그에게 약재를 사달라고 한 적이 없습니다! 그리고 큰형님도 알고 있습니다. 제게는 돈이 그렇게 많지 않습니다.”“전 평소에도 돈이 충분하지 않은데 허계지에게 부탁해서 약재를 사달라고 할 리가 있겠습니까?”상승이 다급히 입을 열었다.“그렇습니다. 제가 증명할 수 있습니다. 상안은 돈이 그렇게 많지 않습니다.”그 말을 들은 허계지가 곧바로 반박했다.“그가 제게 돈을 주지 않았더라면 저도 약재를 이렇게 많이 살 돈이 없었을 겁니다! 다들 제가 성주부에서 어떤 처지인지는 알고 계시지요? 제게 무슨 돈이 있겠습니까?”“그리고 없었던 일이라면 제가 어떻게 그 장부를 하나하나 적었겠습니까?”“매번 약재가 도착하면 상안의 부하가 가져갔습니다!”’상안이 버럭 화를 내며 반박했다.“헛소리하지 마십시오!”낙요는 미간을 구기며 차갑게 물었다.“어느 부하인지 기억하십니까?”“매번 몇 명이 함께 약재를 가져
낙요는 잠깐 생각한 뒤 고개를 돌려 침서를 바라봤다.“저와 단둘이 얘기를 나누시지요.”침서는 눈썹을 치켜올렸다.곧이어 두 사람은 옆에 있던 막사 안으로 들어갔다.낙요가 사색하며 말했다.“이 일은 그렇게 간단치 않습니다. 저 증거들이 이렇게 쉽게 저희 앞에 나타나는 건 불가능합니다.”“게다가 상안이든 허계지든, 두 사람 다 배후가 아닐 겁니다.”침서는 잠깐 고민한 뒤 생각에 잠긴 얼굴로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그러면 뭘 어떻게 할 생각이냐? 계획이 있느냐?”낙요는 고개를 끄덕였다.침서는 입꼬리를 끌어올렸다.“그러면 네가 하고 싶은 대로 하거라.”“어떻게 하든 상관없다. 난 네가 상씨 집안사람들의 목숨을 지키고 싶어 한다는 걸 알고 있다.”낙요는 살짝 놀랐다.침서는 천천히 그녀에게 다가가 흥미롭다는 표정으로 유유히 입을 열었다.“낙요야, 예전보다 더 감정을 중요시하는구나.”“예전의 네 세계에는 오직 스승님과 사매뿐이었지.”“그런데 지금은 왜 이렇게 쉽게 사람을 믿는 것이냐? 넌 상씨 집안 사람들과 알게 된 지 며칠 되지 않았다. 넌 그들을 잘 알지도 못할 텐데, 그들의 목숨을 지키려고 하는구나.”“그들이 설령 주모자가 아니어도 책임은 져야 한다. 자기 주둔지마저 제대로 관리하지 못했으니 죽어야 마땅하지.”낙요는 생각에 잠겼다.“전 그들을 쉽게 믿은 것이 아니라 그들이 사람을 대할 때 진심이라는 걸 느껴서입니다.”“그리고 제가 잡고 싶은 사람은 겉으로 보이는 저자들이 아닙니다.”침서는 눈썹을 치켜올리며 미소 띤 얼굴로 말했다.“그래. 네가 뭘 하든 상관없다. 난 단지 널 지키려 온 것이니 말이다.”낙요는 직언했다.“그러면 일단 두 사람을 가둬놓고, 이 증거들을 일일이 확인한 뒤에 결정을 내리겠다고 하겠습니다.”침서는 흔쾌히 수락했다.“그래.”곧이어 막사에서 나온 침서의 얼굴에서 미소가 순식간에 자취를 감췄고 대신 차가운 표정이 자리했다.사람들은 지레 겁을 먹어 이어질 침서의 말을 들을 엄두가 나지 않았다.침서
“제가 간다면 당장은 들키지 않을 수 있습니다.”그 말을 들은 상 장군은 머뭇거렸다. 하지만 결정을 내릴 수는 없었다.바로 그때 낙요가 천천히 걸어왔다.비록 그들의 대화를 듣지는 못했지만, 상승의 모습을 보니 나가고 싶어 하는 게 틀림없었다. 이곳에서 나가서 단서를 찾아야만 진실을 알아낼 수 있으니 말이다.“여러분은 침서의 성격을 알 것입니다. 누구라도 이 주둔지를 떠난다면 온 집안이 영향을 받을 것입니다.”“그 점을 명심했으면 좋겠습니다.”그 말에 상승의 마음은 한없이 가라앉았다.상녕이 다가와 간절한 눈빛으로 낙요를 바라봤다.“대제사장님, 제가 이렇게 빌겠습니다...”그녀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낙요가 그녀의 말허리를 잘랐다.“아니 됩니다.”상녕은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낙요는 진지한 눈빛으로 상녕을 바라보며 물었다.“절 믿습니까?”“전 진실을 알아낼 것입니다.”그 말에 세 사람의 눈동자가 반짝였다.상녕은 놀란 얼굴로 그녀를 바라보았다.“그게 정말입니까, 대제사장님? 정말 진실을 알아낼 생각입니까? 시간이 충분할까요?”낙요는 고개를 끄덕였다.“절 믿는다면 괜히 나돌지 말고 주둔지에 얌전히 있으세요.”“제가 한 얘기는 다른 이들에게 말하지 마십시오.”“여러분은 그저 얌전히 소식을 기다리면 됩니다.”상녕은 황급히 고개를 끄덕였다.“믿습니다, 믿어요! 대제사장님, 이번엔 부탁드리겠습니다!”이번 일은 상안 혼자만 연루된 것이 아니다.상안이 유죄라고 결정된다면 그는 곧바로 처형당할 것이다.그리고 상씨 일가 또한 전부 죽임당할 것이다.이것은 상씨 일가의 목숨이 걸린 큰일이었다.온 가족의 희망을 낙청연 한 사람에게 거는 것은 좋지 않았으나 지금 이 순간, 상녕은 낙청연을 굳게 믿었다.만약 낙청연이 그들 일가를 구렁텅이에 빠뜨릴 생각이었다면 이렇게 재차 그들을 돕지 않았을 것이다.“좋습니다. 일단 돌아가시지요.”“아무것도 하지 말고 아무것도 묻지 마세요. 그냥 안심하고 기다리면 됩니다. 절 믿으세요. 상안은 죽지 않을
강여와 기옥이 깨우기도 전에 낙요는 정신을 차렸다.푹 자고 나니 정신이 말짱했다.막사에서 나와 보니 이미 밤이었다.“스승님!”강여가 쪼르르 달려갔다.“이제 주둔지를 떠나실 거지요?”“도주성으로 가실 겁니까? 말은 이미 준비되어 있습니다.”낙요는 덤덤히 말했다.“어디든 가지 않아도 된다. 너희 둘은 돌아가거라. 날 지키지 말고.”“상안은 무사할 것이다.”말을 마친 뒤 낙요는 걸음을 옮겨 옥으로 향했다.기옥은 그녀를 따라갈 생각이었으나 강여가 기옥을 붙잡고 위로했다.“스승님이 말씀한 대로 하시지요. 스승님은 절대 상안이 죽게 내버려 두지 않을 겁니다.”“스승님은 대제사장이지 않습니까? 저희가 가면 괜히 방해만 될 것입니다.”기옥은 고개를 끄덕였다.강여가 제의했다.“저희는 상녕을 찾아갈까요? 상녕은 저희보다 더 걱정될 것입니다.”“좋소.”낙요는 홀로 어둠을 뚫고 더 깜깜한 옥으로 들어갔다.하지만 이번에는 상안이 아니라 허계지를 만나러 온 것이었다.낙요는 감옥 문밖에 모습을 드러낸 것이 아니라 벽에 기대어 안을 힐끗 봤을 뿐이다. 허계지는 벽에 기대어 앉아 눈을 감고 자고 있었다. 누군가 가까이 왔다는 걸 전혀 눈치채지 못한 듯했다.낙요는 촛불을 밝혔다.연기가 감옥 안으로 들어갔고 얼마 뒤 허계지는 깊은 잠에 빠져 벽에 기댄 몸이 힘없이 스르륵 쓰러졌다.낙요는 문을 열고 들어간 뒤 천명 나침반을 꺼냈다.밖에 나가 증거를 찾을 필요가 없었다. 가장 직접적인 방법이 바로 허계지에게서 증거를 찾는 것이었다.허계지가 깨어있을 때는 사람을 속일 수 있겠지만 그의 기억은 사람을 속일 수 없었다. 물론 낙요도 속일 수 없었다.낙요는 눈을 감았고, 눈앞에 장면들이 떠올랐다.상금루의 별각 안에서, 허계지는 상안을 붙잡고 술을 마시며 하소연했고 상안에게 큰일을 해내고 싶다고 말했다.그리고 그는 상안에게 방치당한 주둔지를 빌려 자신의 세력을 키우고 싶다고 했다.술에 취한 상안은 흥분한 상태로 그와 대화를 나누고 있었고 허계지의 상황을
“나는 더 이상 당신의 상대가 안 되오.”낙요는 고개를 돌려 바둑판을 보며 입꼬리를 살짝 올렸다.“당신을 이기기 위해서가 아니라, 당신과 함께 바둑을 두며 답답함을 풀기 위해서요.”부진환은 바둑알을 하나하나 거두었다.낙요는 실눈을 뜨고 하늘을 바라보며 손을 뻗었다. 햇빛이 손가락 사이로 새어 나왔다.“그러고 보니, 나의 답답함을 풀 사람은 당신뿐이오.”“심시몽은 어의원의 심사를 통과하고 정식으로 어의원에 들어가게 되었소. 그리고 강소풍의 집안에서도 그들의 혼사를 승낙하여 두 사람은 곧 혼사를 올릴 것이오.”“갑자기 심면과 낙현책도 혼사를 올려야 하지 않겠느냐는 생각이 들었소.”부진환이 웃으며 말했다.“일찍이 혼인할 나이가 되었지만, 아이들도 조급해하지 않는데 왜 그렇게 걱정하오?”낙요가 입꼬리를 살짝 올리며 여유롭게 말했다.“걱정하지 않소. 대소사를 모두 당신이 걱정하고 있지 않소? 초경의 수위가 있으니, 몇 년이 지나도록 용모가 변하지 않았소. ”“나 같으면 그렇게 걱정을 많이 했으니, 일찌감치 늙었을 것이오.”몇 년 동안 부진환은 그녀를 도와 적지 않은 조정의 일을 분담했다.그녀도 부진환의 동반에 습관이 되었다.갑자기 무언가 떠오른 낙요는 자리에서 일어나 부진환을 바라보며 손바닥에 턱을 괴고 물었다.“이 나이가 되니, 아이를 낳지 않은 것을 후회하오?”“걸을 수 없을 정도로 늙었을 때, 다른 사람의 자식들이 단란히 모여있는 것을 부러워할 것이오? ”부진환은 손에 든 물건을 내려놓고 진지하게 그녀를 보며 대답했다.“후회하지 않소.”“사람은 너무 욕심을 부려서는 안 되오.”“게다가 당신은 여제요. 당신이 늙었다고 해도 누가 감히 푸대접하겠소?”“당신이 조용히 지내는 것이 좋다고 하면 난 당신과 함께 있을 것이오. 초경의 수위로 늦게 늙는다고 하지 않았소? 앞으로 당신이 늙으면 내가 당신을 부축하고 업고 다닐 것이오.”낙요는 입꼬리를 살짝 올렸다.“참 좋소.”이듬해 가을.심시몽은 강소풍과 혼사를 올렸고 어의원 5품
강소풍은 고개를 끄덕이다 다급히 고개를 저으며 어찌할 바를 몰랐다.“아니오. 그런 뜻이 아니오. 어머니께서는 마음에 들어 하셨소.”설명할수록 강소풍은 상황이 복잡해지는 것 같았다.심시몽은 어두운 표정을 지었지만, 여전히 그를 위로했다.“자네의 뜻을 알고 있소. 설명할 필요 없소.”“시몽... 미안하오! 하지만 나는 포기하지 않을 것이오. 방법을 강구하여 어머니에게 자네의 진정한 모습을 보여줄 것이오. 분명 어머니도 자네를 받아들일 것이오. ”그 말에 심시몽은 살짝 놀라 의아한 듯 고개를 들어 그를 바라보았다.“나와 헤어지려는 것이 아니었소?”심시몽은 강소풍이 특별히 그녀를 찾아와 이 일을 설명하는 것을 보고, 그녀와 연을 끊으려는 것이라고 생각했다.“아니요. 그럴 리가 있소.”“나는 단지 이전의 약속을 지킬 수 없을 뿐이오. 이번 달 안에 혼담을 꺼낼 수 없을 텐데, 나를 기다려줄 수 있소?”“말재주가 좋지 않아 대체 어떻게 설명해야 할지 모르겠소. 어머니께서는 자네가 연약하고 힘없다고 생각하시오. 앞으로 내가 출정하면 자네가 홀로 집안을 지킬 텐데, 우리에게 좋지 않은 선택이라 생각하시오. ”이 말을 듣고 심시몽은 대충 뜻을 알아차렸다.“어머니께서는 문무를 겸비한 며느리를 원하고, 자네와 함께 전쟁터에 나가서 떨어져 있지 않아도 되기를 원하시오.”“나는 비록 무공을 할 줄 모르지만, 그래도 해낼 수 있소.”고개를 들어 올린 심시몽의 눈빛은 밝았다..강소풍은 놀라기도 했고 기쁘기도 했다.“정말이오? 여전히 나와 함께 있고 싶소? 포기하지 않을 것이오?”심시몽은 고개를 끄덕였다.“나를 위해 그렇게 많은 일을 했는데, 어찌 쉽게 포기할 수 있소? 자네가 포기하더라도 나는 포기하지 않을 것이오.”“강가는 장군 집안이라 분명 우리 언니와 같은 여인을 좋아할 것이오. 난 비록 언니와 비길 수 없지만 그래도 노력할 것이오.”“여제께서 나에게 약옥을 주었소. 만약 순 의원과 의술을 배울 수 있다면 어의원에 들어갈 기회가 있소.”“성공
이 말을 듣고 심시몽은 약간 의아해했다.“공주는 저를 탓하지 않습니까...”“그분은 공주시다. 천하를 품고 있는데, 어찌 네가 범한 작은 잘못을 추궁할 리 있냐?”“지금 너의 변화를 보면 공주도 더 이상 너를 탓하지 않을 것이다.”“하지만 차려야 할 예의는 없어서는 안 된다. 시간이 나면 공주에게 감사하다고 인사를 전하거라.”심시몽은 연신 고개를 끄덕였다.“예. 내일 가겠습니다.”“저는 먼저 약옥을 넣고 의관에 가겠습니다.”심시몽은 기쁜 마음에 빠른 걸음으로 달려갔고, 의기양양한 분위기를 풍겼다. 조금도 방금의 의기소침함이 없었다.심면도 기뻤다.모두가 만족스러운 결과를 얻은 것 같다.하지만 그와 동시에, 강소풍이 집에서 어머니와 싸우고 있었다.“안 된다고 하면 안 되는 것이다! 너를 현학서원에 보내 양성하는 것도 앞으로 네가 큰 성과를 거둘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다. 그러니 너도 마땅히 너와 어울릴 만한 부인을 얻어야 한다. 너와 전장을 누비며 적을 죽이는 그런 사람 말이다.”“힘없이 연약하게 집안에서 서방이 돌아오기를 손꼽아 기다리는 그런 평범한 아가씨는 안 된다.”“이전에 그 심시몽을 위해 집안의 빙천영지를 훔쳤고, 심지어 벌을 받고도 물건이 어디로 갔는지 말하려 하지 않았다. 난 그때부터 심시몽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그런데 지금 그 아이와 혼사를 올리려는 것이냐?”“말도 안 된다!”강부인은 단호한 태도로 조금도 말을 바꾸려 하지 않았다.강소풍은 내키지 않는 듯 반박했다.“심시몽이 평범하다니요? 어떻게 평범하다는 말입니까? 심시몽은 그저 무공이 부족할 뿐입니다. 세상 사람들이 모두 무예를 익혀야 하는 것은 아니지 않습니까?”“하물며 그녀의 언니는 이미 태자로 봉해졌습니다. 그러니 심시몽도 좋은 아가씨라는 것을 설명할 수 있지 않습니까?”강부인은 콧방귀를 뀌었다.“언니는 언니이고, 심시몽은 심시몽이다. 어찌 동일하게 논할 수 있겠냐?”“강가는 권세에 빌붙지 않고, 심시몽의 언니가 태자라는 것을 봐서 그녀를 맞이하려
“나중에 자네가 신의가 될지도 모르오.”심시몽이 웃으며 말했다.“자네의 좋은 말대로 되길 바라오.”모두 술을 마시며 음식을 먹고 있었다. 심면이 임계천에게 물었다.“자네는? 어디로 가고 싶소?”“나라에 보답할 수 있다면 어디든 좋소.”임계천이 담담하게 웃었다. 그는 특별히 가고 싶은 곳이 없었기에 그저 궁의 안배를 기다리고 있었다.다들 기분이 좋았고 투지가 넘치고 미래에 대한 동경으로 가득 차 있었다.술을 너무 늦은 시각까지 마셔서 그들은 심가에서 묵었다.오전이 되자, 각 집안의 하인들이 부랴부랴 사람을 찾아왔다. 몇 사람은 술에 취해 인사불성이 되었지만, 여전히 집으로 끌려갔다.궁에서 명을 받았기 때문이다.강소풍은 금군 기사영 통령으로 봉해져 도성과 황궁의 안위를 지키게 되었다.임계천은 형부로 전근되었다.소우청과 봉함선은 수주의 군영 부장군으로 명을 받았다.소우청의 행처는 그의 아버지 소진오가 좋은 경험을 하기를 바라며 부탁한 것이다.낙요는 봉함선이 여인이기에 그녀를 그렇게 멀고 험한 곳으로 보내고 싶지 않았다. 하지만 그녀는 주동적으로 수주에 갈 것을 청구했다.봉함선이 말했다.“여국은 역대로 여 장군이 없었습니다. 저는 첫 번째 여장군이 되고 싶습니다.”“만약 힘들고 험한 곳이 아니라면 어찌 제가 포부를 발휘할 수 있겠습니까?”낙요는 그녀의 담력과 야심을 높이 사고 그녀의 청을 승낙했다.“나는 네가 여국의 첫 번째 여장군이 되기를 기대한다.”이들 외에 현학서원의 다른 학생들도 그들로 하여금 실력을 발휘할 수 있는 새로운 행선지를 얻었다.유독 심시몽에 대해, 낙요는 따로 안배를 해주지 않았다.백서가 걱정했다.“어찌 유독 심시몽만 얘기가 없으십니까? 심시몽이 알면 마음이 편치 않을 것입니다.”낙요가 웃었다.“아니다. 이미 심면을 시켜 심시몽에게 한가지 물건을 보냈다.”백서는 살짝 놀랐다.“일찍이 계획이 있으셨군요.”이때의 심시몽은 홀로 넋을 잃고 연못가에 앉아있었다. 그녀의 마음은 마치 흩날리는 낙엽처럼 어수
유생이 드디어 알아차렸다.“그랬구나. 내가 어찌 이걸 잊은 것이냐.”“난 정말 운이 좋은 것 같구나. 이렇게 운 좋게 제사장 자리를 주울 수 있으니.”심면이 답했다.“아닙니다. 전에 제가 청주 전쟁에서 조난했을 때, 제자들을 통솔해 적과 싸우지 않았습니까? 현책보다 능력이 훨씬 뛰어났습니다.”“사저가 소제사장이 되는 것이 가장 적합합니다.”이렇게 칭찬하는 것을 듣고 유생은 쑥스러워하며 낙현책을 힐긋 쳐다보았다.“네가 이렇게 말하면 낙현책이 기뻐하지 않을 것이다.”낙현책이 웃으며 답했다.“그녀가 말한 것은 내가 하고 싶은 말이다.”“너는 나보다 대제사장이 더 잘 어울린다.”“나는 무학에서 너보다 좀 나을 뿐이다. 정말 대제사장이 되려면 너보다 잘할지 모를 일이다.”“다만 제사장 일족의 심사에는 이런 것이 없었다.”“하물며 나도 대제사장이 될 생각을 한 적이 없다. 내가 하고 싶은 것은 단지 여제가 기뻐하기를 바랄 뿐이다.”이 말을 듣고 유생은 마음이 놓였다.“불쾌하지 않았다면 다행이구나. 권력과 지위 앞에서 네가 이런 결정을 내릴 수 있다니, 정말 대단하구나!”“한 잔 권하마!”유생이 술잔을 들었다.바로 이때, 갑자기 대문이 열렸고, 사람이 도착하기도 전에 먼저 목소리가 들렸다.“사람이 아직 도착하지 않았는데, 왜 벌써 마시는 것이오?”“우리를 기다리지 않는다니, 의리가 없소!”몇 사람이 고개를 돌려 바라보니, 강소풍과 임계천이 술병을 들고 오는 것이 보였다.“오늘 밤 다들 왔구나!”“자, 심면과 유생을 위해 한 잔 하세!”모두 자리에 앉아서 잔을 들어 함께 마셨다.그렇게 한참 마시다 보니 술에 취한 강소풍이 흥분한 듯 입을 열었다.“얼마 지나지 않아 심가에 겹경사가 닥칠 것이오.”모두 멍해졌다.강소풍은 낙현책과 심면을 바라보았다.“여제가 두 사람의 일을 인정했으니, 언제 혼사를 치르는 것이오?”심면은 갑자기 얼굴을 붉어지며 황급히 강소풍에게 술을 따라주었다.“술을 마셔도 자네의 입을 막지 못한 것이오?”
“저희가 어찌 가족입니까?”“50냥의 이득을 본 걸 후회한다면서요?”이 말이 나오자 다들 얼굴이 새파랗게 질렸다.그들은 그제야 유생이 그날 밤 그들의 대화를 모두 들었다는 것을 깨달았다.어쩐지 상자를 도둑맞았더라니.유룽은 체면을 깎으며 사과했다.“유생아, 우리는 한 가족이니 티격태격하는 것도 정상이다. 그러나 다들 나쁜 생각은 없다.”“이전의 일은 모두 나의 잘못이다. 이렇게 너희들에게 사과하마!”“오늘 저녁 집으로 돌아가자. 너를 위해 잘 경축해야지 않겠느냐!”둘째아버지와 셋째 아버지도 모두 따라서 사과했다.집안 재산을 나누겠다고 얘기한 그날 그들이 각박한 만큼 지금 아주 자상했다.“유생아, 집으로 가자. 지나간 일은 잊고, 우리 가족 다시 시작하는 게 어떠냐?”“그래. 가족이 함께 지내면 얼마나 시끌벅적하냐? 따로 이곳에서 지내면 쓸쓸하지 않으냐?”“우리 집에 좋은 술도 두 병 간직하고 있는데, 유생을 축하하러 오늘 꺼내마!”유생은 표정을 바꾸지 않고 차분하고 차갑게 말했다.“다들 시간 낭비하지 마십시오.”“집안 재산을 나누고 연을 끊었는데, 어찌 번복할 사람이 있겠습니까?”“잘살든 못살든 더 이상 유가와 관계가 없습니다.”“다들 가시지요. 굳이 우리 집 앞에서 매달리려 한다면, 관아에 신고할 것입니다.”말을 마치고 유생은 방안으로 돌아와 차갑게 문을 닫았다.문밖의 사람들은 후회에 휩싸였다.게다가 둘째는 첫째를 원망하기 시작했다.“형님 탓입니다. 제사장 자리가 발표되기도 전에 넷째네를 쫓아내더니, 지금은 어떻게 하려는 것입니까?”셋째도 불평했다.“유생은 앞으로 대제사장이 될 것이오. 앞으로 유생 덕을 보긴커녕 이렇게 소란을 피웠으니, 앞으로 우리를 난처하게 할 수도 있소...”유롱은 짜증을 참지 못하고 말했다.“어찌 또 내 잘못이 되었냐?”“애초에 심사 결과가 나오자, 다들 하나하나 달려와서 유생네가 끝났다고, 그들 일가를 헛되이 잘해줬다고 하지 않았냐? 너희들이 모두 동의했기 때문에 넷째 일가를 쫓아낸 것이
자리에 있던 사람들은 매우 놀랐다.유가 사촌들은 냉기를 한 모금 들이마셨다.유생도 경악한 표정을 지었다.“왜 제가...”왜 낙현책이 아닌가?장 총관이 웃으며 말했다.“어서 명을 받으시지요. 소제사장”유생은 정신을 차리고 마음속으로 미친 듯이 기뻐하며 얼른 명을 받고 고마움을 전했다.장 총관은 자리에 있던 병사들을 힐긋 보고 유생에게 친절하게 물었다.“소제사장, 무슨 문제가 있습니까? 제가 처리할 필요가 있습니까?”유생은 웃으며 말했다.“필요 없습니다. 고맙습니다!”“어찌 사양하십니까? 제가 필요한 곳이 없다면, 이만 궁으로 돌아가 명을 전해야 합니다.”“예. 바래다 드리겠습니다.”유생은 장 총관을 골목 밖까지 배웅했다. 장 총관이 의미심장하게 일깨워주었다.“아가씨는 아직 소제사장의 권력을 모르고 있을 수도 있습니다. 도성에서 제사장의 권력은 여제와 대제사장에 버금갑니다.”“태자와 동등한 권력입니다.”“이런 사소한 일은 직접 처리할 필요도 없으니, 제게 한마디만 분부하면 됩니다.”유생은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일깨워 줘서 고맙습니다.”“오늘 여제께서 태자도 정하셨습니까? 심면입니까?”장 총관은 고개를 끄덕였다.“예. 심가에 뜻을 전하고 왔습니다.”장 총관을 떠나보내고 유생은 기쁨으로 가득 차 있었다. 그녀는 선택받을 줄 전혀 생각하지 못했다.분명히 낙현책한테 졌기 때문이다.심면도 태자로 봉해져서 참 좋았다.오늘 밤 심면을 찾아 축하하려면, 이 문제를 빨리 해결해야 한다.그녀는 빠른 걸음으로 문밖으로 돌아갔다.병사들은 즉시 공손한 태도를 바꾸어 그녀에게 예를 올렸다.“소제사장, 오늘 분명 오해일 것입니다. 저희는 먼저 떠나겠습니다.”유생이 차가운 소리로 호통을 쳤다.“멈추거라!”그들은 뻣뻣하게 자리에 서서 고개를 숙이고 땀을 뻘뻘 흘렸다.제사장의 말 한마디에 그들은 직무를 잃을 수도 있다.“수사를 더 해야 하는 거 아니오? 안 하시오?”“저희가 감히 소제사장의 집을 수색할 용기가 어디 있겠습니까? 오
낙현책은 고개를 끄덕였다.“나도 궁을 나가려던 참이다. 함께 가자.”유생은 단번에 알아차렸다.“심면을 찾으러 가는 것이냐?”“심사 결과가 나온 후, 심면을 만나지 못했구나.”“심면도 무슨 일이 생긴 것이냐?”낙현책은 생각에 잠긴 듯 말했다.“그런가 보구나.”“내가 도울 일이 있으면 언제든지 얘기하거라.”“그래.”두 사람이 함께 궁으로 나온 후 유생은 바로 집으로 돌아갔고 낙현책은 심면의 집으로 향했다.유가의 골목에 도착하자마자 시끄러운 소리가 들렸다.관아의 사람들이 유생의 집 앞을 막고 그녀의 부모님을 잡고 그들을 관아에 데리고 가려 했다.옆에는 그녀의 사촌들이 있었다.안색이 바뀐 유생은 다급히 달려갔다.“그만하시오!”“뭐 하는 것이오?”유생은 바로 부모님을 뒤에 감쌌다.유롱은 화가 난 표정으로 그녀를 바라보았다.“뭐 하냐니? 집안 재산을 나누었으니, 유가와 이젠 연이 없는 것이다. 집안 재산도 주지 않겠다고 했는데, 어찌 유가의 물건을 훔치는 것이냐? 그 상자에는 족히 수십만 냥이 있다!”“감히 너희랑 아무 연관도 없다고 할 수 있느냐?”유생은 그들이 이렇게 빨리 찾아올 줄 몰랐고, 관리에게 고소할 줄도 몰랐다.“우리가 훔쳤다는 증거라도 있습니까?”“증거도 없이 저희를 잡다니, 법을 따르셔야죠.”유롱이 노발대발하며 말했다.“유가 사람들이 네가 돌아온 것을 봤다!”“변명하지 말거라. 할 말이 있으면 감옥에 가서 변명하거라!”물건을 잃어버리고 그들이 유일하게 의심하는 사람은 유생이다.대가를 치르더라도 그들은 그 돈을 되찾으려 했다.“내가 돌아갔다고 돈을 훔쳤다는 것입니까? 농이 심하십니다!”“관청에 따라서 갈 수 있지만, 저희 부모님과는 연관이 없습니다. 증거가 없으면 함부로 사람을 잡을 수 없습니다!”유롱이 화를 냈다.“네 아버지와 어머니도 한패다! 당연히 관아로 데려가야 한다!”“나으리, 그들은 수십만 냥을 훔쳤습니다. 결코 적은 액수가 아닙니다. 나리께서 반드시 돈을 되찾아 주시기를 간청합니다!”
조영궁.심사 결과가 나온 후 오랫동안 기다리던 낙요는 드디어 낙현책이 오는 것을 기다렸다.“여제.”낙현책은 고개를 숙이고 여제를 마주할 엄두가 나지 않았다.“심사 결과가 나온 지 오래됐는데, 어찌 이제야 나를 찾아온 것이냐? 잘 고려한 것이냐?”낙현책은 고개를 끄덕이며 무릎을 꿇고 자리에서 일어나지 못했다.“여제를 실망하게 했습니다!”이 말을 듣고 낙요는 그의 결정을 알아차렸다.“일단 일어나서 얘기하거라.”낙현책은 무릎을 꿇고 일어나지 않았다.“여제의 가르침을 저버렸습니다. 저는 대제사장 자리를 감당할 수 없습니다!”낙요는 다소 실망했지만 그래도 의외는 아니었다.“잘 생각했느냐? 이 일은 번복한 기회가 없다.”낙현책이 세게 고개를 끄덕였다.“오랫동안 심사숙고한 후 내린 결정입니다.”“제가 여제를 실망하게 했습니다.”지금까지 이렇게 노력했고 최종 심사에서 1등까지 하였는데, 여제를 실망하게 했다.낙요는 자리에서 일어나 그를 일으켜 세웠다.“실망하지 않았다.”“네 실력은 모두가 다 알고 있다. 어찌 실망했겠느냐? 네가 후회하지 않으면 된다.”“이미 결정을 내린 이상 더 이상 그렇게 많은 생각을 하지 말거라. 마음을 놓고 네 목표를 향해 가거라.”“나는 네 결정을 존중한다!”여제가 화를 내지 않자, 낙현책은 그제야 한숨 돌렸다. 그는 감동에 겨웠다.“고맙습니다.”낙요는 그가 기뻐하는 모습을 보고 입꼬리를 살짝 올렸다.“그동안 심면을 만나지 않았겠구나? 어서 네 결정을 알리러 가거라.”낙현책은 고개를 끄덕이고 궁을 나갈 준비를 했다.그동안 심면도 고민하고 있었을 것이다. 두 사람에게 있어 정말 어려운 문제였다.누군가는 무언가를 포기해야 하기 때문이다.낙현책이 궁을 나서려는데 제사장족 제자가 그를 가로막았다.“유생이 궁에서 자네를 기다리고 있소. 급한 일이 있는 것 같소.”“급한 일? 알겠소.”유생은 그동안 궁에 있지 않았다. 갑자기 궁으로 찾아온 것을 보아, 중요한 일이 있는 듯했다.먼저 그녀를 만나고 궁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