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서 일부러 복수하는 것이라고 생각했다.낙정은 몹시 화가 나서 호통을 쳤다."무릎 꿇으세요!"부진환은 미간을 구길 뿐 아무런 반응도 보이지 않았다.저항하려는 마음이 드는 순간 머리가 깨질 듯이 아팠고, 입에서 피를 왈칵 토했다."무릎 꿇으라니까요!""제 말을 듣지 않을 생각입니까? 그래요, 그러면 죽기보다 더 괴롭게 만들어 주겠습니다!"낙정은 분노에 찬 눈빛으로 매섭게 말했다.바로 그때, 날카로운 화살이 창밖에서 날아와 매섭게 공기를 가르며 낙정을 향해 날아들었다.낙정은 안색이 달라지면서 피하려 했지만 결국 팔을 맞았다.극심한 통증에 낙정은 이를 악물었다.낙요는 마당에 서서 실눈을 뜬 채로 방 안의 그림자를 바라보며 다시 한번 활을 들었다.그러나 낙정은 그 화살을 피했다."누구든지 감히 대제사장 저택에서 암살하려는 자가 있다면 전부 죽일 것이다!"낙요가 매섭게 꾸짖었다.방 안의 낙정은 안색이 확 달라지더니 곧바로 창문을 넘어 도망쳤다.밖에서는 여단청 등 사람들이 매복하고 있어 곧바로 낙정을 포위하여 공격했다.낙요는 사실 곧바로 쫓아갈 생각이었다.그러나 방 안의 그림자가 쓰러졌다.낙요는 불길한 예감이 들어 곧바로 방안으로 쳐들어갔다.부진환은 가슴을 움켜쥐고 바닥에 무릎을 꿇고 있었다. 그의 입가와 바닥에는 온통 피였고 부진환은 창백한 얼굴로 마치 불에 타버린 종이마냥 그곳에 무릎 꿇고 있었다.바람 한 번 불면 흩어질 것만 같았다.낙요는 빠른 걸음으로 다가가서 바닥에 쭈그리고 앉은 뒤 그의 손목을 잡아 맥을 짚었다.부진환은 아파서 머리를 들 힘도 없었다. 그는 힘없는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대제사장님, 전 대제사장님을 속이지 않았습니다."허약한 목소리에 낙요는 순간 가슴이 저렸다.그녀는 긴장한 채로 약병에서 약알 하나를 꺼내 그의 입에 넣어줬다.그녀는 자신이 손을 떨고 있음을 발견하지 못했다."알고 있소.""조금만 버티시오."그녀는 부진환이 자신이 낙정에게 조종당한다는 사실을 먼저 털어놓을 줄은 몰랐다.당시
낙정이 죽지 않으면, 부진환은 계속 그녀의 통제를 받아야 한다.곧이어 낙요는 두 사람을 불러, 부진환을 침상으로 옮겼다. 부진환의 상황은 그다지 좋지 않았기에, 낙요는 부진환의 곁을 떠날 엄두가 나지 않았다.낙요는 계진에게 분부했다. “대제사장 저택이 습격당했으니, 인원을 더 배치하고 자객을 체포하라고 전하여라! 반드시 그녀를 잡아야 한다! 만약 저항하면, 죽여도 좋다!”계진은 공손하게 대답했다. “예!”곧이어 그는 즉시 출발했다.백서가 방에서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물었다. “대제사장, 부진환은 혹시… “낙요는 부진환의 맥을 짚으면서 말했다. “부진환은 죽지 않는다.”백서는 고개를 끄덕이며, 조금 안심했다.낙요는 급히 책상 옆으로 다가와 약 처방을 써 백서에게 건넸다. “그전에 쓰던 용삼이 아직 남았으니, 이 처방대로 약을 달여오너라.”백서는 약 처방을 건네받더니 곧바로 약을 달이러 갔다.약을 달여오자, 낙요는 부진환을 부축하여 그에게 약을 먹이려 했다. 그런데 정신이 흐리멍덩한 부진환은 낙요의 손을 잡고 놓지 않았다.낙요는 몇 번이나 벗어나려고 애썼지만, 벗어날 수 없었다. 그는 유난히 손에 힘을 주었다.“가지 마! 청연아… “부진환은 온 힘을 다해 그녀의 손을 잡고, 비몽사몽 불렀다.낙요는 잠시 멍해 있더니, 부진환의 손을 톡톡 치며 조용히 얘기했다. “안 갈 테니 손을 좀 놓으시오.”“약을 드시오.”그녀의 말이 들린 것처럼, 부진환은 손을 놓아주었다.그제야 낙요는 손을 빼내 그를 부축할 수 있었으며, 그를 침상에 기대 앉혀 놓을 수 있었다.곁에서 지켜보던 백서의 마음은 약간 서운했다.이때, 낙요가 그녀를 향해 손을 내밀었다. “나에게 줘.”백서는 잠깐 망설이더니 물었다. “대제사장, 아직 의식이 흐릿해서 약을 먹일 수 없습니다.”낙요는 의식이 흐릿한 부진환을 쳐다보더니 말했다. “괜찮다. 먹일 수 있다.”이 말을 하며, 약사발을 건네받았다.“넌 나가보거라.”낙요는 말하며, 탕약 한 숟가락을 떠서 불더니, 부진환의 입
낙정은 이를 악물고, 후문으로 장군부로 뛰어 들어갔다.그런데 내원에서 마침 난희와 마주쳤다.난희가 막 소리를 지르려는데, 낙정이 앞으로 달려가 털썩 무릎을 꿇더니 그녀의 팔을 덥석 잡았다.“침서 장군을 만나겠소! 침서 장군을 만나게 해주시오! 제발 부탁하오!”난희는 미간을 찌푸리고 잠깐 망설이더니, 곧바로 고개를 끄덕이었다.난희는 낙정을 침서에게 데려갔다.방안에는 등이 켜져 있었다.난희는 방문 밖으로 물러났다.침서는 다리를 꼬고 나른하게 의자에 누워, 혼자 차를 마시며 낙정에게 눈길 한 번 주지 않았다.낙정은 무릎을 꿇고, 어쩔 수 없이 모든 존엄을 내려놓고 간절히 애원했다. “장군님, 제발 살려주십시오!”“널 살려달라고? 설마 아직 눈치채지 못하였느냐? 너를 잡으러 다니는 사람들은 모두 내 사람인데?”침서의 목소리는 차가웠고 약간 살의를 띄었다.낙정은 매우 긴장했지만, 애써 침착함을 유지하며 말했다.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그건 모두 대제사장의 명령입니다!”“저는 장군께 아직 쓸모가 있습니다. 장군께서 저를 살려주시면 절대 손해 보지 않을 겁니다!침서의 눈동자는 약간 차가웠고, 입가에 경멸의 미소를 띠며 말했다. “널 살릴 이유를 말해보거라.”낙정은 조금도 주저하지 않고 바로 입 밖으로 내뱉었다. “저는 부진환을 통제할 수 있습니다!”“부진환은 지금 무척 대제사장의 신임을 받고 있습니다. 부진환의 존재가 분명 침서 장군에게 큰 위협이 될 것으로 생각합니다. 하지만 장군은 부진환을 죽일 수 없습니다!”“왜냐면 대제사장께서 그를 지켜주고 있기 때문입니다! 오늘 밤도 제가 부진환에게 불리하기 때문에 대제사장은 사람을 보내 저를 쫓아와, 죽이려고 합니다!”“그러니 대제사장의 마음속에 부진환의 위치가 얼마나 중요한지 알 수 있습니다.”“부진환이 온갖 수단을 다하여 대제사장에게 접근하는 건 분명 목적이 있을 겁니다. 어쩌면 낙청연의 원수를 갚기 위해 일부러 대제사장을 빼앗아 가려는 것일 수도 있습니다!”“필경 그들은 같은 처마 밑에
낙정은 신속하게 피했지만, 여전히 조각들에 의해 상처가 났고, 얼굴에 핏자국이 생겼다.고개를 돌린 낙정은 심장이 튀어나올 것 같았고, 놀란 가슴을 가라앉힐 새도 없이, 침서를 쳐다보며 말했다.“장군께서 잘 생각하시기를 바랍니다. 부진환이 살아있는 한, 저는 장군께 쓸모 있습니다.”“저를 한 번만 살려주시면, 나중에 반드시 장군께 큰 도움이 될 겁니다.”침서는 이미 화가 나서 곧 폭발할 것만 같았다.부진환은 독으로 벙어리가 되지 않았다. 도대체 어디서부터 잘못된 건가?그리고 대제사장 저택으로 보낸 계진은 부진환에게 조금이라도 이상한 상황이 보였으면 그에게 보고했어야 했다.그런데 왜 계진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을까?침서의 눈빛은 다소 서늘해졌다.그는 낙정을 힐끔 쳐다보더니 말했다. “그렇다면 너의 목숨은 살려주겠다.”“그럼, 내가 보고할 수 있게 네가 직접 인두를 하나 만들 거라.”낙정은 몹시 기뻐하며,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예! 알겠습니다.”곧이어 침서는 낙정을 저택에 숨겨두었다. 낙정의 존재는 난희 한 사람만 알고 있었고, 난희가 그녀에게 음식을 가져다주는 일을 맡았다.--대제사장 저택.날이 밝았다.부진환은 아직도 낙요의 손을 꽉 잡고 있었고, 낙요는 침상 옆에 엎드려 잠들었다.부진환은 깨어나서, 몸을 일으키려고 했지만, 이 광경을 보고 다시 누웠다.그런데 이때, 백서가 문을 두드렸다. “대제사장, 침서 장군께서 오셨습니다.”낙요는 놀라서 잠에서 깨어나 고개를 들었다. 마침 부진환의 두 눈과 마주쳤다.잠시 멍해 있더니, 낙요는 다급히 손을 거두었다. “깨어났는데도 왜 내 손을 놓지 않았소?”“대제사장을 깨울까 봐 그랬습니다.”낙요는 부진환의 맥을 짚어보았다. 상황은 안정되었고, 목숨도 건진 셈이었다.“푹 쉬시오. 목숨은 건졌소.”이 말을 끝내고 낙요는 일어나 방에서 나가면서 백서에게 분부했다. “가서 약을 달이거라.”백서는 부진환이 깨어난 걸 보더니, 매우 기뻐하며, 다급히 약을 달이러 갔다.백서는 약을 달여
침서는 부드럽게 웃으며 말했다. “너의 분부인데 당연히 서둘러야지.”선혈이 바닥에 스며들자, 침서가 분부했다. “가져가서 태우거라. 피가 사방에 떨어져 아주 더럽구나.”부하는 곧 사람 머리를 가져갔다.곧이어 침서가 또 물었다. “어젯밤에 부진환이 다쳤다고 들었다. 상처가 어떠하냐? 내가 가서 좀 보고 와야겠다.”낙요는 잠시 멍해 있더니, 그를 불렀다.“부진환은 괜찮습니다.”“오늘 당신은 부진환 때문에 오신 겁니까?”침서는 웃으며 부드러운 눈빛으로 말했다. “당연히 너를 보러 온 것이지.”“다만 네 사람이니, 당연히 신경 써야지.”비록 침서는 전혀 적의가 없어 보였지만, 낙요는 별로 침서와 부진환을 만나게 하고 싶지 않았다.그래서 둘러댔다. “낙정 때문에, 어젯밤에 한잠도 못 잤습니다. 오늘 마침 날씨도 좋은데, 저와 함께 나가서 좀 걸으시는 게 어떠십니까?”침서는 듣더니, 고개를 끄덕이었다. “그래.”두 사람은 저택에서 나오면서 침서가 말했다. “아요, 봄이 되면, 나와 함께 산으로 바람 쐬러 가자.”“산속의 경치는 사람의 모든 고민을 잊게 한단다.”낙요는 고개를 끄덕이었다. “좋습니다.”“그러고 보니, 저는 별로 먼 길을 떠나본 적이 없는 것 같습니다. 겨울이 가면, 세상 곳곳을 구경 다니고 싶습니다.”낙요는 늘 자신은 어느 한 곳에 구속되어 있는 몸이 아니라는 느낌이 들었다.침서는 생각도 하지 않고, 선뜻 지지했다.“너만 원한다면 내가 너와 함께 모든 산천을 걷고, 끝없는 초원을 밟겠다.”낙요는 눈을 가느다랗게 뜨고 먼 곳의 하늘을 바라보며 말했다. “혹시 우유를 알고 있습니까?”“우유의 사부 탁성은 그해 자유를 찾아 떠났습니다. 그는 반평생을 자유롭게 산 셈입니다.”“하지만 그는 자기 제자를 버렸습니다.”“우유는 그동안 제사 일족에서 잘 지내지 못했습니다. 이미 다른 사람의 사부가 되었으면 우유에게 재주를 가르치는 것이 탁성 삼촌의 책임입니다.”“탁성은 어쩌면 감정이 풍부한 사람일 수도 있지만, 그는 절대 책임감
“그러게, 말입니다. 진씨 집안은 간덩이가 부었나 봅니다. 어찌 감히 대제사장과 미친 염라대왕을 모독한답니까? 대제사장과 미친 염라대왕에게 밉보였으니, 감옥에 들어간 겁니다.”“글쎄, 오늘 지나면 참수한다고 들었습니다.”“쌤통이야!”“그러게, 말입니다!”“그러고 보니, 이 미친 염라대왕은 사람을 삼대 베듯 죽이는데, 여인을 달랠 줄도 알고, 참 그에게 이렇게 부드러운 면도 있을 줄은 몰랐습니다.”누군가 웃으며 말했다. “미친 염라대왕은 단지 칭호일 뿐이요. 침서도 그저 사람이라고! 사람이면 칠정 육욕을 벗어날 수 없소!”두 사람은 밖에서 잠깐 듣더니, 낙요가 먼저 발걸음을 옮겼다.침서는 빠른 걸음으로 따라가 무의식적으로 그녀의 손을 잡았다. “아요.”낙요는 발걸음을 멈추고 고개를 돌려 그를 쳐다보며 물었다. “왜 그러십니까?”침서는 그윽한 눈빛으로 그녀를 쳐다보며 말했다. “그럼, 너는?”“너도 저자들처럼 나를 사람으로 생각하느냐? 아니면 염라대왕으로 생각하느냐?”낙요는 저도 몰래 웃음을 터뜨렸다. “당연히 사람으로 생각합니다.”그녀는 계속해서 앞으로 걸어가며 말했다. “저는 당신이 사람을 죽일 때의 모습을 별로 본 적이 없어서, 줄곧 당신을 사람으로 생각했습니다.”“오히려 사람을 삼대 베듯 죽이는 염라대왕으로 생각한 적은 없습니다.”“게다가 제가 당신을 두려워하는 걸 본 적이 있습니까?”낙요는 해맑게 웃었다.그녀의 미소는 마치 한줄기 따스한 빛처럼 침서의 가슴 깊숙한 곳까지 비춰주었다.그는 부드러운 미소를 띠며 말했다. “아요, 너의 이 말만 있으면 나에겐 충분하다.”낙요는 또 고개를 들고 그를 쳐다보더니, 웃으며 물었다. “그럼, 이제부터 함부로 사람을 죽이지 않으면 안 됩니까?”“저는 다른 사람이 당신을 미친 염라대왕이라고 부르는 것도 싫습니다.”침서는 잠시 멍해 있더니, 약간 양심의 가책을 느꼈지만, 여전히 고개를 끄덕이었다. “알겠다.”바로 뒤에 두 사람은 계속해서 앞으로 걸어갔다. 그들은 비교적 조용한 거리를 돌
“예! 알겠습니다.”계진이 물러간 후, 낙요는 밀실로 들어갔다.다시 그 등잔 속의 여인을 보니, 그녀의 혼백은 이미 매우 선명했다.다만 낙요를 보더니, 삽시에 분노가 폭발했다. “내 몸을 돌려줘! 이 도둑년!”낙요는 눈을 가느다랗게 뜨고, 분노로 인해 흉악해진 여인의 얼굴을 보더니, 이미 의식이 있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왜 이 몸을 네 것이라고 하느냐? 네 얼굴과 내 얼굴은 완전히 다르게 생겼는데 말이다.”여인은 더없이 분노했다. “변명하지 말거라! 넌 침서의 새로운 연인이겠구나! 그렇지 않으면 그가 어찌 이 몸을 너에게 주었겠느냐?”“너의 기쁨도 얼마 가지 못할 것이다. 그가 싫증 나면, 너도 나와 똑같은 꼴을 면치 못할 거니까!”“그는 이 몸을 또 다른 사람에게 줄 것이다!”마침내, 그녀는 마침내 예전처럼 광기를 부리지 않았다.이미 정신을 차렸고 이성을 찾았다.낙요는 속으로 기뻤지만, 동시에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그렇다면, 이 여인은 확실히 이 몸을 차지한 적이 있었다.하지만 그녀의 말을 들어보면, 이 몸의 원래 주인은 아닌 것 같았다.오히려 이 몸을 물건처럼 함부로 다른 사람에게 줄 수 있다는 것처럼 말했다.“말뿐이지 증거가 없으니, 나는 너의 말을 믿지 않는다.”“나와 침서의 관계를 이간질할 생각은 꿈도 꾸지 마라!”낙요는 일부로 말로 자극했다.그 여인은 과연 급해하더니, 노하여 말했다. “그때 침서가 나를 구해줄 수 있다고 속였어. 그래서 나는 집에서 도망쳐 나와 그와 함께 떠난 거야.”“나는 단지 어두운 과거에서 벗어나고 싶었을 뿐이었는데, 그에게 6년 동안 감금될 줄은 생각도 못 했어!”“내가 갇혀 있는 동안, 그는 매일 달콤한 말로 나를 달랬어. 그는 한 가지 중요한 일을 끝내고 나면, 나와 혼인하여 영원히 함께한다고 약속했어.”“나는 그의 아내가 될 것이고, 또한 유일한 아내가 될 거라고 했으며, 그때가 되면, 우리는 성대하게 결혼식을 올릴 것이며, 나에게 정당한 명분도 준다고 했어.”“하지만, 6
낙요의 눈동자가 반짝이더니, 즉시 몸을 돌려 밀실에서 나왔다.원래는 계진과 동행하려고 했으나, 계진이 대제사장 저택을 떠나면, 침서의 주의를 끌 것 같았다.하필 이때, 부진환이 왔다.“대제사장, 침서가 다녀갔습니까? 혹시 무슨 말씀을 하셨습니까?”낙요는 눈썹을 치켜세우며 말했다. “그건 왜 묻는 거요?”낙요는 말하며 밖으로 걸어갔다.부진환은 빠른 걸음으로 쫓아가 캐물었다. “혹시 침서가 계진에 관해 물었습니까?”낙요는 부진환이 왜 계진을 물어보는지 알 수 없었다. “도대체 하고 싶은 말이 뭐요?”“그럼, 대제사장께서 일단 제 말을 좀 들어보십시오.” 부진환은 약간 조급해졌다.이건 계진의 생사와 관련된 문제다.그가 소홀했다. 낙정과 말을 섞었다. 그리고 낙정은 침서의 손에 죽었으니, 침서는 아마도 그가 벙어리가 아니라는 것을 이미 알고 있을 것이다.하지만 낙요는 말을 타고 떠나려고 했다. “돌아와서 다시 얘기하자고.”말을 채찍질하여 떠나려고 하는데 부진환이 말고삐를 잡고 말했다. “대제사장, 언제 돌아오실 겁니까?”낙요는 부진환의 다급해하는 모습을 보더니 말했다. “그럼, 나와 함께 가면서 길에서 얘기하자고.”부진환은 고개를 끄덕이었다. “좋습니다.”곧이어 말을 타고 낙요의 뒤를 따라갔다.두 사람은 함께 말을 타고 성을 빠져나갔다.그들은 오랫동안 달렸고, 가는 길 내내 부진환은 얘기할 기회를 찾지 못했다.하지만 낙요는 부진환의 몸을 생각하여, 차를 파는 노점을 지날 때 잠깐 멈췄다.그들은 차 한 주전자를 시켰고, 앉아서 휴식을 취했다.부진환은 궁금해서 물었다. “대제사장, 지금 어디 가시는 겁니까? 왜 한 사람도 데리고 가지 않는 겁니까?”낙요는 막 찻잔을 들고 차를 마시려고 하더니, 고개를 들고 그를 쳐다보더니 말했다. “당신은 사람이 아니요?”부진환은 순간 말문이 막혔다. 곧이어 그는 또 말했다. “대제사장을 보호할 수 있는 사람을 말합니다.”“저는 지금 대제사장을 보호할 능력이 없습니다. 만약 위험에 처하면 오히려
“나는 더 이상 당신의 상대가 안 되오.”낙요는 고개를 돌려 바둑판을 보며 입꼬리를 살짝 올렸다.“당신을 이기기 위해서가 아니라, 당신과 함께 바둑을 두며 답답함을 풀기 위해서요.”부진환은 바둑알을 하나하나 거두었다.낙요는 실눈을 뜨고 하늘을 바라보며 손을 뻗었다. 햇빛이 손가락 사이로 새어 나왔다.“그러고 보니, 나의 답답함을 풀 사람은 당신뿐이오.”“심시몽은 어의원의 심사를 통과하고 정식으로 어의원에 들어가게 되었소. 그리고 강소풍의 집안에서도 그들의 혼사를 승낙하여 두 사람은 곧 혼사를 올릴 것이오.”“갑자기 심면과 낙현책도 혼사를 올려야 하지 않겠느냐는 생각이 들었소.”부진환이 웃으며 말했다.“일찍이 혼인할 나이가 되었지만, 아이들도 조급해하지 않는데 왜 그렇게 걱정하오?”낙요가 입꼬리를 살짝 올리며 여유롭게 말했다.“걱정하지 않소. 대소사를 모두 당신이 걱정하고 있지 않소? 초경의 수위가 있으니, 몇 년이 지나도록 용모가 변하지 않았소. ”“나 같으면 그렇게 걱정을 많이 했으니, 일찌감치 늙었을 것이오.”몇 년 동안 부진환은 그녀를 도와 적지 않은 조정의 일을 분담했다.그녀도 부진환의 동반에 습관이 되었다.갑자기 무언가 떠오른 낙요는 자리에서 일어나 부진환을 바라보며 손바닥에 턱을 괴고 물었다.“이 나이가 되니, 아이를 낳지 않은 것을 후회하오?”“걸을 수 없을 정도로 늙었을 때, 다른 사람의 자식들이 단란히 모여있는 것을 부러워할 것이오? ”부진환은 손에 든 물건을 내려놓고 진지하게 그녀를 보며 대답했다.“후회하지 않소.”“사람은 너무 욕심을 부려서는 안 되오.”“게다가 당신은 여제요. 당신이 늙었다고 해도 누가 감히 푸대접하겠소?”“당신이 조용히 지내는 것이 좋다고 하면 난 당신과 함께 있을 것이오. 초경의 수위로 늦게 늙는다고 하지 않았소? 앞으로 당신이 늙으면 내가 당신을 부축하고 업고 다닐 것이오.”낙요는 입꼬리를 살짝 올렸다.“참 좋소.”이듬해 가을.심시몽은 강소풍과 혼사를 올렸고 어의원 5품
강소풍은 고개를 끄덕이다 다급히 고개를 저으며 어찌할 바를 몰랐다.“아니오. 그런 뜻이 아니오. 어머니께서는 마음에 들어 하셨소.”설명할수록 강소풍은 상황이 복잡해지는 것 같았다.심시몽은 어두운 표정을 지었지만, 여전히 그를 위로했다.“자네의 뜻을 알고 있소. 설명할 필요 없소.”“시몽... 미안하오! 하지만 나는 포기하지 않을 것이오. 방법을 강구하여 어머니에게 자네의 진정한 모습을 보여줄 것이오. 분명 어머니도 자네를 받아들일 것이오. ”그 말에 심시몽은 살짝 놀라 의아한 듯 고개를 들어 그를 바라보았다.“나와 헤어지려는 것이 아니었소?”심시몽은 강소풍이 특별히 그녀를 찾아와 이 일을 설명하는 것을 보고, 그녀와 연을 끊으려는 것이라고 생각했다.“아니요. 그럴 리가 있소.”“나는 단지 이전의 약속을 지킬 수 없을 뿐이오. 이번 달 안에 혼담을 꺼낼 수 없을 텐데, 나를 기다려줄 수 있소?”“말재주가 좋지 않아 대체 어떻게 설명해야 할지 모르겠소. 어머니께서는 자네가 연약하고 힘없다고 생각하시오. 앞으로 내가 출정하면 자네가 홀로 집안을 지킬 텐데, 우리에게 좋지 않은 선택이라 생각하시오. ”이 말을 듣고 심시몽은 대충 뜻을 알아차렸다.“어머니께서는 문무를 겸비한 며느리를 원하고, 자네와 함께 전쟁터에 나가서 떨어져 있지 않아도 되기를 원하시오.”“나는 비록 무공을 할 줄 모르지만, 그래도 해낼 수 있소.”고개를 들어 올린 심시몽의 눈빛은 밝았다..강소풍은 놀라기도 했고 기쁘기도 했다.“정말이오? 여전히 나와 함께 있고 싶소? 포기하지 않을 것이오?”심시몽은 고개를 끄덕였다.“나를 위해 그렇게 많은 일을 했는데, 어찌 쉽게 포기할 수 있소? 자네가 포기하더라도 나는 포기하지 않을 것이오.”“강가는 장군 집안이라 분명 우리 언니와 같은 여인을 좋아할 것이오. 난 비록 언니와 비길 수 없지만 그래도 노력할 것이오.”“여제께서 나에게 약옥을 주었소. 만약 순 의원과 의술을 배울 수 있다면 어의원에 들어갈 기회가 있소.”“성공
이 말을 듣고 심시몽은 약간 의아해했다.“공주는 저를 탓하지 않습니까...”“그분은 공주시다. 천하를 품고 있는데, 어찌 네가 범한 작은 잘못을 추궁할 리 있냐?”“지금 너의 변화를 보면 공주도 더 이상 너를 탓하지 않을 것이다.”“하지만 차려야 할 예의는 없어서는 안 된다. 시간이 나면 공주에게 감사하다고 인사를 전하거라.”심시몽은 연신 고개를 끄덕였다.“예. 내일 가겠습니다.”“저는 먼저 약옥을 넣고 의관에 가겠습니다.”심시몽은 기쁜 마음에 빠른 걸음으로 달려갔고, 의기양양한 분위기를 풍겼다. 조금도 방금의 의기소침함이 없었다.심면도 기뻤다.모두가 만족스러운 결과를 얻은 것 같다.하지만 그와 동시에, 강소풍이 집에서 어머니와 싸우고 있었다.“안 된다고 하면 안 되는 것이다! 너를 현학서원에 보내 양성하는 것도 앞으로 네가 큰 성과를 거둘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다. 그러니 너도 마땅히 너와 어울릴 만한 부인을 얻어야 한다. 너와 전장을 누비며 적을 죽이는 그런 사람 말이다.”“힘없이 연약하게 집안에서 서방이 돌아오기를 손꼽아 기다리는 그런 평범한 아가씨는 안 된다.”“이전에 그 심시몽을 위해 집안의 빙천영지를 훔쳤고, 심지어 벌을 받고도 물건이 어디로 갔는지 말하려 하지 않았다. 난 그때부터 심시몽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그런데 지금 그 아이와 혼사를 올리려는 것이냐?”“말도 안 된다!”강부인은 단호한 태도로 조금도 말을 바꾸려 하지 않았다.강소풍은 내키지 않는 듯 반박했다.“심시몽이 평범하다니요? 어떻게 평범하다는 말입니까? 심시몽은 그저 무공이 부족할 뿐입니다. 세상 사람들이 모두 무예를 익혀야 하는 것은 아니지 않습니까?”“하물며 그녀의 언니는 이미 태자로 봉해졌습니다. 그러니 심시몽도 좋은 아가씨라는 것을 설명할 수 있지 않습니까?”강부인은 콧방귀를 뀌었다.“언니는 언니이고, 심시몽은 심시몽이다. 어찌 동일하게 논할 수 있겠냐?”“강가는 권세에 빌붙지 않고, 심시몽의 언니가 태자라는 것을 봐서 그녀를 맞이하려
“나중에 자네가 신의가 될지도 모르오.”심시몽이 웃으며 말했다.“자네의 좋은 말대로 되길 바라오.”모두 술을 마시며 음식을 먹고 있었다. 심면이 임계천에게 물었다.“자네는? 어디로 가고 싶소?”“나라에 보답할 수 있다면 어디든 좋소.”임계천이 담담하게 웃었다. 그는 특별히 가고 싶은 곳이 없었기에 그저 궁의 안배를 기다리고 있었다.다들 기분이 좋았고 투지가 넘치고 미래에 대한 동경으로 가득 차 있었다.술을 너무 늦은 시각까지 마셔서 그들은 심가에서 묵었다.오전이 되자, 각 집안의 하인들이 부랴부랴 사람을 찾아왔다. 몇 사람은 술에 취해 인사불성이 되었지만, 여전히 집으로 끌려갔다.궁에서 명을 받았기 때문이다.강소풍은 금군 기사영 통령으로 봉해져 도성과 황궁의 안위를 지키게 되었다.임계천은 형부로 전근되었다.소우청과 봉함선은 수주의 군영 부장군으로 명을 받았다.소우청의 행처는 그의 아버지 소진오가 좋은 경험을 하기를 바라며 부탁한 것이다.낙요는 봉함선이 여인이기에 그녀를 그렇게 멀고 험한 곳으로 보내고 싶지 않았다. 하지만 그녀는 주동적으로 수주에 갈 것을 청구했다.봉함선이 말했다.“여국은 역대로 여 장군이 없었습니다. 저는 첫 번째 여장군이 되고 싶습니다.”“만약 힘들고 험한 곳이 아니라면 어찌 제가 포부를 발휘할 수 있겠습니까?”낙요는 그녀의 담력과 야심을 높이 사고 그녀의 청을 승낙했다.“나는 네가 여국의 첫 번째 여장군이 되기를 기대한다.”이들 외에 현학서원의 다른 학생들도 그들로 하여금 실력을 발휘할 수 있는 새로운 행선지를 얻었다.유독 심시몽에 대해, 낙요는 따로 안배를 해주지 않았다.백서가 걱정했다.“어찌 유독 심시몽만 얘기가 없으십니까? 심시몽이 알면 마음이 편치 않을 것입니다.”낙요가 웃었다.“아니다. 이미 심면을 시켜 심시몽에게 한가지 물건을 보냈다.”백서는 살짝 놀랐다.“일찍이 계획이 있으셨군요.”이때의 심시몽은 홀로 넋을 잃고 연못가에 앉아있었다. 그녀의 마음은 마치 흩날리는 낙엽처럼 어수
유생이 드디어 알아차렸다.“그랬구나. 내가 어찌 이걸 잊은 것이냐.”“난 정말 운이 좋은 것 같구나. 이렇게 운 좋게 제사장 자리를 주울 수 있으니.”심면이 답했다.“아닙니다. 전에 제가 청주 전쟁에서 조난했을 때, 제자들을 통솔해 적과 싸우지 않았습니까? 현책보다 능력이 훨씬 뛰어났습니다.”“사저가 소제사장이 되는 것이 가장 적합합니다.”이렇게 칭찬하는 것을 듣고 유생은 쑥스러워하며 낙현책을 힐긋 쳐다보았다.“네가 이렇게 말하면 낙현책이 기뻐하지 않을 것이다.”낙현책이 웃으며 답했다.“그녀가 말한 것은 내가 하고 싶은 말이다.”“너는 나보다 대제사장이 더 잘 어울린다.”“나는 무학에서 너보다 좀 나을 뿐이다. 정말 대제사장이 되려면 너보다 잘할지 모를 일이다.”“다만 제사장 일족의 심사에는 이런 것이 없었다.”“하물며 나도 대제사장이 될 생각을 한 적이 없다. 내가 하고 싶은 것은 단지 여제가 기뻐하기를 바랄 뿐이다.”이 말을 듣고 유생은 마음이 놓였다.“불쾌하지 않았다면 다행이구나. 권력과 지위 앞에서 네가 이런 결정을 내릴 수 있다니, 정말 대단하구나!”“한 잔 권하마!”유생이 술잔을 들었다.바로 이때, 갑자기 대문이 열렸고, 사람이 도착하기도 전에 먼저 목소리가 들렸다.“사람이 아직 도착하지 않았는데, 왜 벌써 마시는 것이오?”“우리를 기다리지 않는다니, 의리가 없소!”몇 사람이 고개를 돌려 바라보니, 강소풍과 임계천이 술병을 들고 오는 것이 보였다.“오늘 밤 다들 왔구나!”“자, 심면과 유생을 위해 한 잔 하세!”모두 자리에 앉아서 잔을 들어 함께 마셨다.그렇게 한참 마시다 보니 술에 취한 강소풍이 흥분한 듯 입을 열었다.“얼마 지나지 않아 심가에 겹경사가 닥칠 것이오.”모두 멍해졌다.강소풍은 낙현책과 심면을 바라보았다.“여제가 두 사람의 일을 인정했으니, 언제 혼사를 치르는 것이오?”심면은 갑자기 얼굴을 붉어지며 황급히 강소풍에게 술을 따라주었다.“술을 마셔도 자네의 입을 막지 못한 것이오?”
“저희가 어찌 가족입니까?”“50냥의 이득을 본 걸 후회한다면서요?”이 말이 나오자 다들 얼굴이 새파랗게 질렸다.그들은 그제야 유생이 그날 밤 그들의 대화를 모두 들었다는 것을 깨달았다.어쩐지 상자를 도둑맞았더라니.유룽은 체면을 깎으며 사과했다.“유생아, 우리는 한 가족이니 티격태격하는 것도 정상이다. 그러나 다들 나쁜 생각은 없다.”“이전의 일은 모두 나의 잘못이다. 이렇게 너희들에게 사과하마!”“오늘 저녁 집으로 돌아가자. 너를 위해 잘 경축해야지 않겠느냐!”둘째아버지와 셋째 아버지도 모두 따라서 사과했다.집안 재산을 나누겠다고 얘기한 그날 그들이 각박한 만큼 지금 아주 자상했다.“유생아, 집으로 가자. 지나간 일은 잊고, 우리 가족 다시 시작하는 게 어떠냐?”“그래. 가족이 함께 지내면 얼마나 시끌벅적하냐? 따로 이곳에서 지내면 쓸쓸하지 않으냐?”“우리 집에 좋은 술도 두 병 간직하고 있는데, 유생을 축하하러 오늘 꺼내마!”유생은 표정을 바꾸지 않고 차분하고 차갑게 말했다.“다들 시간 낭비하지 마십시오.”“집안 재산을 나누고 연을 끊었는데, 어찌 번복할 사람이 있겠습니까?”“잘살든 못살든 더 이상 유가와 관계가 없습니다.”“다들 가시지요. 굳이 우리 집 앞에서 매달리려 한다면, 관아에 신고할 것입니다.”말을 마치고 유생은 방안으로 돌아와 차갑게 문을 닫았다.문밖의 사람들은 후회에 휩싸였다.게다가 둘째는 첫째를 원망하기 시작했다.“형님 탓입니다. 제사장 자리가 발표되기도 전에 넷째네를 쫓아내더니, 지금은 어떻게 하려는 것입니까?”셋째도 불평했다.“유생은 앞으로 대제사장이 될 것이오. 앞으로 유생 덕을 보긴커녕 이렇게 소란을 피웠으니, 앞으로 우리를 난처하게 할 수도 있소...”유롱은 짜증을 참지 못하고 말했다.“어찌 또 내 잘못이 되었냐?”“애초에 심사 결과가 나오자, 다들 하나하나 달려와서 유생네가 끝났다고, 그들 일가를 헛되이 잘해줬다고 하지 않았냐? 너희들이 모두 동의했기 때문에 넷째 일가를 쫓아낸 것이
자리에 있던 사람들은 매우 놀랐다.유가 사촌들은 냉기를 한 모금 들이마셨다.유생도 경악한 표정을 지었다.“왜 제가...”왜 낙현책이 아닌가?장 총관이 웃으며 말했다.“어서 명을 받으시지요. 소제사장”유생은 정신을 차리고 마음속으로 미친 듯이 기뻐하며 얼른 명을 받고 고마움을 전했다.장 총관은 자리에 있던 병사들을 힐긋 보고 유생에게 친절하게 물었다.“소제사장, 무슨 문제가 있습니까? 제가 처리할 필요가 있습니까?”유생은 웃으며 말했다.“필요 없습니다. 고맙습니다!”“어찌 사양하십니까? 제가 필요한 곳이 없다면, 이만 궁으로 돌아가 명을 전해야 합니다.”“예. 바래다 드리겠습니다.”유생은 장 총관을 골목 밖까지 배웅했다. 장 총관이 의미심장하게 일깨워주었다.“아가씨는 아직 소제사장의 권력을 모르고 있을 수도 있습니다. 도성에서 제사장의 권력은 여제와 대제사장에 버금갑니다.”“태자와 동등한 권력입니다.”“이런 사소한 일은 직접 처리할 필요도 없으니, 제게 한마디만 분부하면 됩니다.”유생은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일깨워 줘서 고맙습니다.”“오늘 여제께서 태자도 정하셨습니까? 심면입니까?”장 총관은 고개를 끄덕였다.“예. 심가에 뜻을 전하고 왔습니다.”장 총관을 떠나보내고 유생은 기쁨으로 가득 차 있었다. 그녀는 선택받을 줄 전혀 생각하지 못했다.분명히 낙현책한테 졌기 때문이다.심면도 태자로 봉해져서 참 좋았다.오늘 밤 심면을 찾아 축하하려면, 이 문제를 빨리 해결해야 한다.그녀는 빠른 걸음으로 문밖으로 돌아갔다.병사들은 즉시 공손한 태도를 바꾸어 그녀에게 예를 올렸다.“소제사장, 오늘 분명 오해일 것입니다. 저희는 먼저 떠나겠습니다.”유생이 차가운 소리로 호통을 쳤다.“멈추거라!”그들은 뻣뻣하게 자리에 서서 고개를 숙이고 땀을 뻘뻘 흘렸다.제사장의 말 한마디에 그들은 직무를 잃을 수도 있다.“수사를 더 해야 하는 거 아니오? 안 하시오?”“저희가 감히 소제사장의 집을 수색할 용기가 어디 있겠습니까? 오
낙현책은 고개를 끄덕였다.“나도 궁을 나가려던 참이다. 함께 가자.”유생은 단번에 알아차렸다.“심면을 찾으러 가는 것이냐?”“심사 결과가 나온 후, 심면을 만나지 못했구나.”“심면도 무슨 일이 생긴 것이냐?”낙현책은 생각에 잠긴 듯 말했다.“그런가 보구나.”“내가 도울 일이 있으면 언제든지 얘기하거라.”“그래.”두 사람이 함께 궁으로 나온 후 유생은 바로 집으로 돌아갔고 낙현책은 심면의 집으로 향했다.유가의 골목에 도착하자마자 시끄러운 소리가 들렸다.관아의 사람들이 유생의 집 앞을 막고 그녀의 부모님을 잡고 그들을 관아에 데리고 가려 했다.옆에는 그녀의 사촌들이 있었다.안색이 바뀐 유생은 다급히 달려갔다.“그만하시오!”“뭐 하는 것이오?”유생은 바로 부모님을 뒤에 감쌌다.유롱은 화가 난 표정으로 그녀를 바라보았다.“뭐 하냐니? 집안 재산을 나누었으니, 유가와 이젠 연이 없는 것이다. 집안 재산도 주지 않겠다고 했는데, 어찌 유가의 물건을 훔치는 것이냐? 그 상자에는 족히 수십만 냥이 있다!”“감히 너희랑 아무 연관도 없다고 할 수 있느냐?”유생은 그들이 이렇게 빨리 찾아올 줄 몰랐고, 관리에게 고소할 줄도 몰랐다.“우리가 훔쳤다는 증거라도 있습니까?”“증거도 없이 저희를 잡다니, 법을 따르셔야죠.”유롱이 노발대발하며 말했다.“유가 사람들이 네가 돌아온 것을 봤다!”“변명하지 말거라. 할 말이 있으면 감옥에 가서 변명하거라!”물건을 잃어버리고 그들이 유일하게 의심하는 사람은 유생이다.대가를 치르더라도 그들은 그 돈을 되찾으려 했다.“내가 돌아갔다고 돈을 훔쳤다는 것입니까? 농이 심하십니다!”“관청에 따라서 갈 수 있지만, 저희 부모님과는 연관이 없습니다. 증거가 없으면 함부로 사람을 잡을 수 없습니다!”유롱이 화를 냈다.“네 아버지와 어머니도 한패다! 당연히 관아로 데려가야 한다!”“나으리, 그들은 수십만 냥을 훔쳤습니다. 결코 적은 액수가 아닙니다. 나리께서 반드시 돈을 되찾아 주시기를 간청합니다!”
조영궁.심사 결과가 나온 후 오랫동안 기다리던 낙요는 드디어 낙현책이 오는 것을 기다렸다.“여제.”낙현책은 고개를 숙이고 여제를 마주할 엄두가 나지 않았다.“심사 결과가 나온 지 오래됐는데, 어찌 이제야 나를 찾아온 것이냐? 잘 고려한 것이냐?”낙현책은 고개를 끄덕이며 무릎을 꿇고 자리에서 일어나지 못했다.“여제를 실망하게 했습니다!”이 말을 듣고 낙요는 그의 결정을 알아차렸다.“일단 일어나서 얘기하거라.”낙현책은 무릎을 꿇고 일어나지 않았다.“여제의 가르침을 저버렸습니다. 저는 대제사장 자리를 감당할 수 없습니다!”낙요는 다소 실망했지만 그래도 의외는 아니었다.“잘 생각했느냐? 이 일은 번복한 기회가 없다.”낙현책이 세게 고개를 끄덕였다.“오랫동안 심사숙고한 후 내린 결정입니다.”“제가 여제를 실망하게 했습니다.”지금까지 이렇게 노력했고 최종 심사에서 1등까지 하였는데, 여제를 실망하게 했다.낙요는 자리에서 일어나 그를 일으켜 세웠다.“실망하지 않았다.”“네 실력은 모두가 다 알고 있다. 어찌 실망했겠느냐? 네가 후회하지 않으면 된다.”“이미 결정을 내린 이상 더 이상 그렇게 많은 생각을 하지 말거라. 마음을 놓고 네 목표를 향해 가거라.”“나는 네 결정을 존중한다!”여제가 화를 내지 않자, 낙현책은 그제야 한숨 돌렸다. 그는 감동에 겨웠다.“고맙습니다.”낙요는 그가 기뻐하는 모습을 보고 입꼬리를 살짝 올렸다.“그동안 심면을 만나지 않았겠구나? 어서 네 결정을 알리러 가거라.”낙현책은 고개를 끄덕이고 궁을 나갈 준비를 했다.그동안 심면도 고민하고 있었을 것이다. 두 사람에게 있어 정말 어려운 문제였다.누군가는 무언가를 포기해야 하기 때문이다.낙현책이 궁을 나서려는데 제사장족 제자가 그를 가로막았다.“유생이 궁에서 자네를 기다리고 있소. 급한 일이 있는 것 같소.”“급한 일? 알겠소.”유생은 그동안 궁에 있지 않았다. 갑자기 궁으로 찾아온 것을 보아, 중요한 일이 있는 듯했다.먼저 그녀를 만나고 궁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