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진환은 재빨리 누각으로 향했다. 낙청연이 무슨 짓을 하려는지는 모르겠으나, 절대로 가만히 놔둘 순 없다!낙청연이 말을 마치자 온계람은 바로 류훼향을 놓아주고 돌아왔다.류훼향은 마침내 호수에서 빠져나왔다.순간, 누군가가 낙청연의 팔목을 잡고 누각 안으로 끌어당겼다.너무 갑작스러워 낙청연은 그 사람의 품에 부딪히고 말았다.낙청연은 고개를 들어 부진환의 분노에 찬 눈빛을 바라보았다. 부진환은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그만 하거라! 정말 죽일 셈이냐?”이를 들은 낙청연은 흠칫 놀라고 말았다.설마 부진환한테 들킨 건가?그러나 낙청연은 빠르게 정신을 차리고 평온한 표정으로 웃으며 말했다: “왕야, 무슨 말씀이십니까? 저는 잘 모르겠습니다.”“무슨 말이긴!” 부진환은 미간을 찌푸렸다.낙청연은 옅은 미소를 띠며 말했다: “저 여인을 말씀하시는 겁니까?”낙청연은 밖으로 걸어 나가 아래를 내려다보았다.부진환도 따라 밖으로 걸어 나갔다. 그리고 사람들이 호수에서 구해낸 류훼향을 보더니 흠칫 놀랐다.낙청연은 부진환의 놀란 표정을 보더니 웃으며 차가운 어투로 말했다: “왕야, 오해는 하지 마세요. 먼저 손을 댄 건 저 여인입니다. 저는 그저 맞지 않으려고 한 것뿐이지요.”“대부 없습니까? 대부 말입니다!” 밑에 있는 사람들은 숨이 끊기려고 하는 류훼향을 보며 소리를 질렀다.부진환이 입을 열려던 찰나, 낙청연은 재빨리 밑으로 달려갔다.“제가 하겠습니다.” 낙청연은 앞으로 달려가 류훼향을 가지런히 눕히고 가슴을 누른 다음 일으켜 등을 두드렸다.몇 번을 반복하니 류훼향은 물을 토해냈고 정신을 차렸다.“다행입니다, 정말 다행입니다.” 회현루의 주인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이마에 맺힌 땀을 닦았다.류훼향이 회현루에 무슨 일이라도 생기면 정말 감당할 수가 없기 때문이다!낙청연은 류훼향의 맥을 짚으며 말했다: “의관으로 데려가세요, 생명에는 지장이 없습니다.”그리고 낙청연은 류훼향의 옷에서 부적을 꺼내 돌아가려고 했다.그러나 위운하는 류훼향을 부축해 일으
류훼향은 더는 손찌검할 엄두가 나지 않는지 손을 거두어들였다. 차가운 바람을 맞으면서 몸을 떨던 그녀는 성난 얼굴로 반박했다.“섭정왕께서는 사람들 앞에서 왕비의 편을 들어주려 하시는 겁니까?”“다들 보았다시피 왕비가 저에게 발길질하는 바람에 전 물에 빠졌습니다. 왕비는 절 죽일 계획이었단 말입니다! 그런데 섭정왕께서는 이 죄를 그냥 묻어버릴 생각이십니까? 오늘 저에게 합당한 이유를 주지 않으신다면 이 일을 폐하께 고하겠습니다!”류훼향은 극도로 화가 난 상태였다. 진태위의 손주며느리로서 이러한 모욕을 감당할 수가 없었다.류훼향은 오늘 낙청연에게 크게 한 방 먹이지 않으면 절대 그만두지 않을 기세였다.그런데 사람들 틈 사이에서 지켜보고 있던 부경한은 잠깐 흠칫하더니 이내 흥미진진하다는 듯이 웃음을 띠었다.황제가 옆에서 구경하리라고는 아무도 예상치 못했을 것이다.부진환의 얼굴에 언뜻 언짢은 듯한 표정이 스쳐 지나갔고 그는 사람들 틈바구니에 껴있는 부경한을 힐끗댔다.류훼향은 전혀 신경 쓰이지 않았으나 황제가 그곳에 있으니 제멋대로 굴 수는 없었다.“본왕이 왕비에게서 전해 들은 이야기와는 다르군.”부진환은 엄청난 위압감이 담긴 목소리로 싸늘하게 말했고 그 말에 옆에 있던 낙청연은 잠시 흠칫했다. 그녀는 당황스러운 얼굴로 고개를 들어 부진환을 바라봤다.그가 외부인 앞에서 그녀를 왕비라 칭하고, 그녀의 편을 든 것은 이번이 처음이었다.눈앞에 있는 자의 얼굴은 여전히 더없이 차가워 보였지만 예전처럼 그렇게 밉지는 않았다.불현듯 계략이 떠오른 낙청연은 부진환의 소맷자락을 잡아당기면서 눈물을 닦았다.“왕야…”“전 입이 백 개라도 해명할 방법이 없습니다.”낙청연은 억울한 얼굴로 류훼향을 가리키며 말했다.“저들이 먼저 저를 비웃었습니다. 저를 돼지우리에서 도망친 암퇘지라고 했지요. 저는 그런 모욕이 익숙하지만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있으니 왕야의 체면을 생각해야 했습니다.””제가 암퇘지라면 왕야는 뭐가 됩니까?”낙청연은 점점 더 서럽게 울기 시작했고
“인제 보니 류 소저는 굳이 궁으로 가서 시비를 가를 생각인 것 같군. 그러면 같이 가지.”그러나 류훼향이 미처 반응하기도 전에 호위들이 기세등등하게 몰려와 나란히 서더니 길을 하나 만들어 주었다.류훼향은 저도 모르게 침을 꿀꺽 삼켰다.추워서인지 아니면 겁에 질린 것인지 온몸이 덜덜 떨렸다.회현루의 주인장은 형세가 걷잡을 수 없이 커지는 것을 보고 얼른 끼어들며 말했다.“여러분 모두 회현루에 오셨으니 다들 친구 아니겠습니까? 웃는 얼굴이 부를 가져다준다는 데 화목하게 지내는 게 좋지요.”“이 일은 저희 회현루에서 일어난 일이고 또 각자 주장하는 바가 있으니 저희 회현루의 규칙으로 이 문제를 해결하는 건 어떻습니까?”“그리고 회현루를 나서면 은혜든 원한이든 전부 다 없는 셈 치는 겁니다. 어떻게 생각하십니까?”회현루는 대부분 특별한 신분의 귀족 공자들이나 아씨들을 대접했고 오늘은 섭정왕까지 회현루에 왔다.그래서 주인장은 최대한 일을 무마시키려 했다. 혹시나 진짜 궁에까지 이 일이 알려진다면 회현루가 손해를 볼지도 몰랐다.주인장의 말에 류훼향은 기회를 잡았다고 생각하고 말했다.“그래요. 주인장의 말이 맞습니다. 회현루의 방식으로 이 문제를 해결하지요. 왕비, 그럴 용기가 있습니까?”부환은 미간을 구긴 채로 고개를 돌려 낙청연을 바라보았다. 그는 낙청연에게 승낙하지 말라고 눈치를 줄 셈이었다.그런데 낙청연은 생각지도 않고 곧바로 대답했다.“당연하지요.”그녀의 대답에 류훼향은 득의양양한 얼굴로 웃었다.“그래, 승낙했으니 무르면 안 됩니다. 오늘 물에 빠진 사람은 저이니 뭘 겨룰지는 제가 결정할 것입니다.”낙청연의 눈동자에 서늘한 기운이 감돌았다. 류훼향이 말한 것이 무예를 겨루는 것임을 눈치챈 낙청연은 입꼬리를 끌어올리며 말했다.“정하는 것은 상관없지만 이 회현루의 규칙이 무엇인지는 알아야겠습니다.”부진환은 미간을 잔뜩 찌푸렸다. 조금 전까지만 해도 현명하게 굴더니 왜 갑자기 멍청하게 남의 함정에 빠지려 하는 것인지 몰랐다.“낙청연
부진환은 미간을 구기더니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낙청연, 진짜로 멍청한 것이냐 아니면 멍청한 척하는 것이냐? 류훼향이 일부러 함정을 파놓은 것인데 눈치채지 못한 것이냐?”낙청연은 의미심장한 미소를 지어 보이며 대답했다.“왕야, 걱정하지 마십시오. 왕야께서 체면을 잃을 일은 없을 것입니다.”부진환은 낙청연의 어조에서 조롱을 읽어내고는 더욱더 미간을 좁혔다.“본왕이 체면 때문에 이런다고 생각하는 것이냐?”“아닙니까?”낙청연은 눈썹을 치켜올렸다.설마 날 보호하려고 그런 것일까?그런 생각은 꿈에도 할 리가 없었다.체면 때문이 아니라면 무엇 때문일까?낙청연이 이기든 지든, 체면을 잃든 어찌 되든 그와 무슨 상관이란 말인가?그가 걱정하고 신경 쓰는 것은 무엇일까?부진환은 갑자기 더없이 냉랭해진 목소리로 말했다.“본왕을 실망시키지 않는 게 좋을 것이다.”경고가 담긴 말투였다.말을 마치고 난 후 부진환은 먼저 걸음을 옮겼고 낙청연은 입꼬리를 끌어올리면서 자조했다. 그는 그녀가 그의 마음을 꿰뚫어 보자 역정을 냈다.더욱더 많은 사람들이 좋은 구경거리를 보기 위해 회현루에 모여들었다.하지만 회현루는 아무나 들어갈 수 있는 곳이 아니었기에 밖에는 구경하러 온 백성들로 가득했다.회현루 안에서 점원은 탁자마다 차를 올렸고 사람들은 낙청연과 류훼향의 겨루기를 기다렸다.부경한도 몇몇 공자들과 함께 회현루에 들어가 구석진 곳에 자리를 잡고 기다렸다. 황제가 그곳에 있음을 눈치챈 자는 아무도 없었다.회현루 안은 비교적 조용한 편이었지만 밖은 왈가불가 떠드는 소리로 가득했다.“류 소저의 부군은 젊었을 적 어용 화사였소. 최근 몇 년간 류 소저도 그를 따라 여러 가지 재간을 배웠다고 들었는데, 내가 보기에 류 소저가 왕비보다 서화(書畫)에 더 능할 것 같소.”“내 생각도 그렇소. 왕비는 그닥 이름도 없거니와 소문을 들어보니 아주 무능하다고 하던데 아마 참패할 것 같네.”“그러게 말이오. 동의하지 말아야 했는데, 너무 무모했소.”낙청연은 부진환의 옆
그녀의 목소리가 사람들의 이목을 집중시키지 않았더라면 수수한 옷차림을 한 여인이 류훼향일 거라고 예상한 사람은 없었을 것이다.낙운희와 위운하도 도착했고 마침 그녀의 왼쪽에 자리를 잡았다.낙운희는 자리에 앉을 때 낙청연을 쏘아보며 말했다.“훼향 언니의 노여움을 샀으니 망신당할 준비나 하시지요!”“할아버지가 왜 당신을 손녀라고 인정했는지 정말 알다가도 모를 일입니다. 당신이 창피를 당하든 말든 상관없지만 저희 집안에 폐를 끼치지는 마시지요! 저희 태부부는 줄곧 좋은 평판을 유지하고 있었는데 이번에 당신 때문에 다 망하게 생겼잖습니까?”낙운희는 할아버지와 어머니, 그리고 언니까지 왜 모두 낙청연을 좋아하는지 이해하지 못했다.낙청연은 생긴 것도 별로고 재간도 없으며 심지어 비겁한 수단을 써서 섭정왕비가 되었다.그래서 낙운희는 낙청연이 아주 미웠고 현재는 그녀에 대한 혐오가 극에 달했다.낙청연은 콧방귀를 뀌면서 느긋하게 말했다.“네가 말하지 않는다면 이곳에 나와 태부부를 연결 지을 사람은 없을 것이다.”“당신!”낙운희는 화가 난 얼굴로 낙청연을 노려봤다.바로 그때 류훼향이 낙청연을 바라보며 말했다.“왕비, 우리의 약속을 기억합니까?”낙청연은 성가시다는 표정으로 대꾸했다.“당연히 기억합니다. 무엇으로 겨루실 겁니까?”모두들 학수고대하는 눈치였다.사실 그들 모두 이번 시합에서 누가 이기고 질지는 뻔하다고 생각했다. 그들은 단지 낙청연이 지고 난 뒤 섭정왕이 그녀에게 무릎을 꿇게 할는지가 궁금할 뿐이었다.비록 창피를 당하는 건 낙청연 본인이겠지만 부진환도 그 때문에 체면이 깎이게 될 것이니 말이다.구경꾼들은 그 모습을 구경하러 온 것이었다.낙청연과 류훼향의 실력은 굳이 비교할 필요가 없었고 낙청연이 이길 거라 생각하는 사람도 없었다.류훼향이 입을 열었다.“서화를 겨루지요!”결과는 보지 않아도 뻔했다. 류훼향의 부군 진백리는 과거 어용 화사였고 궁에 걸려있는 태상황과 태후의 초상화는 진백리가 그린 것이었다.류훼향의 그림 실력은 낙청연
“도박을 한 번 해볼 생각이다. 진백리가 이 그림을 본다면 어떤 반응을 보일지 궁금하구나. 기회가 있다면 그를 볼 수 있을지도 모르지.”그 말에 온계람은 깜짝 놀라더니 이내 감격한 듯 대꾸했다.“감사합니다!”그녀는 낙청연이 시합하는 중요한 시각에도 자신의 일을 신경 써주리라고는 생각지 못했다.낙청연은 그녀를 진심으로 도우려 하고 있었고 온계람은 무척 고마웠다.—사람이 많은 곳에 시합이 있으면 노름판도 있기 마련이다.밖에서는 누군가 큰 소리로 외치며 낙청연이 이길지 류훼향이 이길지 노름을 벌이고 있었다.원래는 성세가 그리 크지 않았는데 섭정왕이 그곳에 도착하면서 많은 사람들이 구경하러 왔다.“난 류훼향한테 걸겠소.”“나도 류훼향이오!”“난 삼 냥을 걸겠소!”밖은 소란스러웠고 낙청연은 한참을 들었으나 자신의 이름은 듣지 못했다.낙청연의 눈동자에 순간 돈에 대한 욕망이 일렁였다.그녀는 참지 못하고 손을 들어 병풍을 열어젖혔고, 사람들은 그녀의 행동에 깜짝 놀랐다. 아직 시간이 다 되지도 않았는데 벌써 패배를 인정하려는 것일까?그런데 낙청연은 고개를 내밀고는 부진환을 바라보며 말했다.“왕야, 저에게 백 냥을 빌려주시지요!”부진환은 미간을 사정없이 구겼다. 낙청연은 대체 뭘 어쩌고 싶은 거지?부진환은 저도 모르게 손에서 땀이 났다. 그는 불쾌한 어조로 물었다.“뭘 할 생각이냐?”“저에게 백 냥을 걸어 제 체면 좀 살려주시지요. 너무 창피하지 않습니까?”낙청연은 머쓱한 얼굴로 웃어 보였다.부진환은 돌연 안색이 어두워지더니 미간 사이에 먹구름이 잔뜩 꼈다.부끄러운 걸 알면서도 저런 얘기를 한다는 게 어이가 없었다.“가서 천 냥을 걸 거라.”부진환은 두 장의 은표(銀票)를 꺼내 객사의 점원에게 건넸다.점원은 섭정왕의 뜻을 이해하고는 은표를 들고 판돈을 거는 것도 모자라 큰 목소리로 외쳤다.“섭정왕께서는 왕비 마마가 이기는 데 천 냥을 거신답니다!”부진환은 순간 멈칫했다.사람들은 의논하고 있었다.“섭정왕은 왕비에게 정말
온계람의 형체는 그림 안으로 빨려 들어갔고 그로 인해 그 미인도(美人圖)는 생명을 가지게 됐다.마지막 향의 재가 떨어지자 주인장이 큰 목소리로 말했다.“시간이 다 되었습니다. 두 분은 붓을 멈추어 주시지요.”뒤이어 두 명의 점원이 안으로 들어가 그림 위에 남겨진 서명을 종이로 가렸고 그림을 말아 병풍 안에서 가지고 나왔다.류훼향은 자신만만한 얼굴로 차분하고 느긋하게 병풍에서 나왔고, 낙운희는 흥분한 표정으로 손뼉을 쳤다.“훼향 언니, 대단하십니다.”낙청연은 입꼬리를 끌어올리며 작게 웃었다.“아직 결과도 나오지 않았는데 어찌 그리 기뻐하는 것이냐?”비록 결과가 나오지는 않았지만 사람들은 류훼향이 이길 것이라 확신했다. 그들은 단지 그 결과를 기다리고 있을 뿐이었다.곧이어 회현루의 점원이 두 그림을 펼쳐 들고 탁자마다 돌면서 잠시 머물렀다. 옆에 있던 두 점원은 광주리를 들고 그 자리에 있는 손님들이 투표하게 했다.두 장의 그림이 펼쳐지는 순간 감탄이 들려왔다.“웃는 얼굴이 그야말로 절색이오! 눈망울도 아주 아름답소. 그림 안의 미인이 마치 날 향해 웃는 것만 같소.”한 공자가 넋을 놓은 채로 말했다.옆에 있던 공자도 흥분한 기색을 감추지 못하며 말했다.“나 또한 그렇소! 그림 안의 사람이 진짜 살아있는 것만 같군. 따스한 봄날이 연상되는 아름다움이오. 미인의 미소 한 번에 세상 모든 것이 색을 잃은 것만 같은 기분이오…”류훼향과 낙청연을 포함한 많은 사람들은 아직 그 그림을 보지 못했으나 공자들의 감탄하는 모습을 보니 기대감이 솟구쳤다.그렇게 한 바퀴 돌고 나니 두 광주리 중 하나는 텅 비었고 하나는 가득 차 있었다.칭찬하는 소리는 끊이지 않았고 수많은 이들이 그림을 더 오래도록 보고 싶어 했다.“류 소저의 그림이 이렇게 생생할 줄은 상상도 못 했소! 역시 진백리에게서 가르침을 얻은 사람답소!”“내가 보기에 이 그림은 진백리가 그린 것보다 훨씬 더 뛰어난 것 같소! 정말 굉장한 그림이오.”류훼향은 사람들의 칭찬하는 말에 득의양
류훼향은 죽첨이 하나만 담긴 광주리를 보더니 참지 못하고 비웃었다.“승패가 결정 난 것 같으니 억지 부리지 마십시오.”낙청연은 코웃음을 치면서 대꾸했다.“아직 결과가 나오지도 않았는데 기뻐하시기에는 이르지 않습니까?”주인장은 점원을 데리고 중간에 서면서 말했다.“투표 결과는 여러분들도 다 보셨겠지요. 이긴 그림은 이것입니다. 지금 누가 이 그림을 그린 것인지 알려 드리겠습니다!”화폭이 촤르륵 펼쳐졌고 마치 살아있는 듯 생생한 미인도가 사람들의 앞에 모습을 드러냈다.류훼향은 여전히 득의양양한 얼굴로 낙청연을 노려보고 있었다.그에 낙청연의 입가에 걸린 미소가 더욱 짙어졌다.주인장이 입을 열었다.“오늘 승부에서 이긴 미인도의 이름은 계람입니다. 이 그림은…”사람들은 모두 평온한 얼굴로 결과를 기다리고 있었다.그들의 머릿속에는 자연스레 류훼향의 이름이 이어졌다.그러나 주인장의 이어진 말에 그 자리에 있던 사람들의 안색이 돌변했다.“섭정왕비, 낙청연이 그린 그림입니다!”그 순간 류훼향은 벼락이라도 맞은 듯했다.공기가 얼어붙고 정적이 감돌았다.주인장의 말에 회현루에 있던 모든 이들이 경악했다.그들은 주인장이 이름을 가렸던 종이를 떼는 것을 멍하니 바라봤다. 절색의 미인이 그려진 미인도 위에 쓰인 것은 낙청연의 이름이 맞았다.회현루 전체가 발칵 뒤집혔다.“이게 무슨 일이오? 저 그림을 낙청연이 그렸다니? 그럴 리가!”“세상에나, 낙청연이 그린 그림이었소?”“낙청연은 아무런 재능도 없다고 하지 않았소? 승상 대감이 그녀를 얼마나 혐오했었는데, 어찌 이렇게 아름다운 그림을 그릴 수가 있단 말이오?”순식간에 떠들썩해졌다.부진환도 깜짝 놀랐고 미간을 구겼다.저 그림이 낙청연이 그린 것이라니?그럴 리가, 대체 어떻게 한 것일까?류훼향은 그 말에 돌처럼 굳어있었고 눈을 동그랗게 뜨면서 믿을 수 없다는 표정을 지었다.모든 게 꿈만 같았다.자신이 낙청연에게 지다니?게다가 낙청연이 그린 것은 온계람이었다. 류훼향은 순간 등골이 오싹했고
“그는 감금되었다. 우리는 그를 구할 수 없다. 그를 구할 유일한 방법은 바로 너의 몸과 나의 힘을 합치는 것이다. 그래야 우리는 기회가 있다.”그 말을 듣고 송천초는 눈살을 찌푸렸다.“그게 무슨 뜻입니까?”묵계가 한 걸음 앞으로 다가갔다.“나와 하나가 될 수 있느냐? 그를 구할 수도 있고 그와 같은 수명을 가질 수도 있다.”“두 사람은 영원히 함께 있을 수 있다.”“하지만 대가로 아픔을 겪을 수도 있다.”“할 수 있느냐?”송천초는 미간을 찌푸리고 사색에 잠겨 대답하지 않았다.묵계가 말을 이었다.“이곳은 동하국이다. 그들이 설치한 함정에 나는 들어갈 수 없고 평범한 사람만 들어갈 수 있다. 하지만 네가 들어가도 그를 구할 수 있겠느냐?”“우리가 힘을 합치면 할 수 있다! 잠시 힘을 합쳐 그를 구하고 다시 방법을 생각해 떨어지는 것이 어떠냐?”묵계가 한참 말을 한 뒤에야 송천초는 그녀의 말을 허락했다.“좋습니다. 허락하겠습니다.”그 말을 듣고 묵계는 기쁠 따름이었다. 송천초가 이렇게 쉽게 넘어올 줄은 몰랐다.만약 이 몸을 빼앗는다면 초경에게 청신요를 쓰지 않아도 된다.“좋다. 바로 자리를 옮겨서 시작하자.”송천초는 고개를 끄덕이고 묵계를 따라 복숭아나무가 무성한 곳으로 갔다.사방을 둘러보니 온통 복숭아나무였고 다른 것은 없었다.송천초는 묵계의 말에 따라 다리를 꼬고 앉았다.묵계는 그녀의 맞은편에 앉아 그녀와 손바닥을 마주하고 있었다.“시작할 것이다. 조금 불편할 테니 참거라.”묵계는 말을 마치자마자 시작했다.송천초는 괴로워하며 눈살을 찌푸렸고 온몸의 기운이 복잡해지는 것을 느꼈다. 옆에 있던 복숭아 꽃잎이 우수수 떨어지기 시작했다.밀실에서 독을 없애려 애쓰고 있던 초경은 순간 송천초의 존재를 느꼈다.그는 번뜩 눈을 뜨고 송천초가 주위에 있는 것을 알아차렸다!게다가 그녀는 지금 위험하다!초경은 마음이 초조했다. 그는 송천초에게 무슨 일이 생길까 봐 독을 없애기도 전에 다급히 밀실 문을 부수고 뛰쳐나갔다.묵계의 혼이
송천초는 깜짝 놀랐다.그 여자는 분명 온몸이 흠뻑 젖었지만, 송천초를 향해 걸어오는 도중 옷과 머리카락이 말랐다.송천초는 위험을 감지하고 바로 사람을 부르려 했다.그녀가 있던 곳에 마침 암초가 있어 그 여자의 모습을 막았다. 옆에 바로 청주군의 막사가 있었는데 이렇게 대담하게 이곳으로 오다니!송천초가 사람을 부르려는 그때, 여자가 입을 열고 그녀를 저지했다.“나는 적의가 없다. 그저 너를 찾으러 왔다.”“저요?”송천초는 의아한 듯 그녀를 바라보았다.그녀는 평범한 사람이 아니었다.“송천초라 하느냐?”묵계는 그녀를 살펴보았다. 그녀가 본 기억 속의 그 여자와 똑같이 생겼다.“어떻게 아는 것입니까?”묵계가 웃으며 말했다.“나는 묵계라고 한다. 초경이 위험에 처해 있어 너의 도움이 필요하다.”송천초는 그 말을 듣고 마음을 졸이며 저도 몰래 앞으로 한 걸음 걸어갔다.“무슨 일입니까?”“당신은 대체 무슨 사람입니까? 어찌 당신을 믿을 수 있습니까?”묵계 뒤에서 뱀 꼬리가 나타났다. 송천초는 깜짝 놀랐다.“나는 그와 동족이다. 그가 너를 찾아오라 한 것이다.”“만약 그를 구하고 싶다면 오늘 밤 홀로 이곳에 오거라. 아무에게도 말하지 마라. 너를 데리고 그를 만나러 가겠다.”그 말을 듣고 송천초가 물었다.“어디로 가는 것입니까? 동하국입니까?”“그곳 말고 더 있느냐?”“오직 너만이 그를 구할 수 있다. 이 일을 다른 사람에게 알리지 말거라. 초경의 목숨을 구하고 싶다면 내가 시킨 대로 하거라.”말을 마치고 묵계는 경계하며 막사를 힐긋 보고 몸을 돌려 바다로 사라졌다.송천초가 추궁하기도 전에 묵계는 온데간데없이 사라졌다.그녀가 무슨 사람인지 말한 것이 진짜인지 가짜인지도 알 수 없었다.하지만 종일 불안했던 것을 생각하면, 초경에게 정말 문제가 생겼을 수도 있다.갑자기 뒤에서 발소리가 들려왔다. 병사가 상황을 보러 왔다.“방금 이쪽에서 인기척이 있길래 보러 왔습니다. 무슨 일 없는 것입니까?”송천초는 망설이다 고개를 저었다.
이상하게 들리는 그 노랫소리는 그의 의식을 흐릿하게 했다. 그는 애써 소리를 막으려고 했지만, 자꾸 귀를 파고들었다.초경은 한참 몸부림치다가 결국 사람의 모습으로 돌아와 머리를 움켜쥐고 고통스럽게 바닥에 쓰러졌다.묵계는 그 모습을 보고, 그제야 그에게 다가갔다.“너를 상대하기가 참 어렵구나. 하지만 나를 너무 얕본 것 같구나. 인어족의 청신요는 죽어가던 사람도 깨울 수 있고 사람의 마음을 현혹해 행동을 조종할 수도 있다. 쉬이 사용하지 않던 방법인데 이렇게 너에게 쓰게 됐구나.”묵계는 가볍게 웃으며 천천히 웅크리고 앉아 손을 뻗어 초경의 얼굴을 스쳤다.“청신요로 너의 기억을 바꾸면 오늘부터 나의 명을 따르며 나와 함께 있을 것이다.”“거부하지 말거라. 자칫 잘못하면 정신을 잃을 수도 있다.”묵계는 웃으며 말을 마치고 손을 초경의 머리 위에 얹은 후 청신요를 부르기 시작했다. 맑은 소리가 주문처럼 초경의 귓가에 맴돌면서 바늘처럼 그의 머리를 파고들었다.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묵계는 하얗게 질린 얼굴로 이마에 식은땀을 흘리며 애먹였다.그녀는 의지력이 이렇게 강한 사람을 본 적 없었다.묵계는 싸늘한 표정으로 이를 악물고 버텼다.“대체 무엇 때문에 이렇게 버티고 있는지 봐야겠구나!”그녀의 손끝이 초경의 미간에 가볍게 닿자, 그녀는 실패의 원인을 찾았다.그의 기억 속에는 온통 다른 여자뿐이다.그것도 평범한 여자였다.청신요의 통제를 받지 않고 기억을 지우지도 못할 정도로 그녀를 사랑하고 있다니.묵계는 내키지 않았다. 그 여자가 자신과 함께 있고 싶지 않은 원인이었다. 평범한 사람은 고작 수십 년의 수명만 갖고 있어 결국 늙어 죽기에 그들과는 다르다.감정이라는 것을 그녀는 도저히 이해할 수 없었다.그녀의 육체가 다치지 않았다면 청신요를 쓰는 것도 애먹을 리 없었을 것이다.보아하니 이 방법으로는 그를 통제할 수 없을 것이다.그럼...묵계의 눈에 빛이 반짝였다.묵계는 초경을 업고 돌아가 밀실에 가두었다.묵계는 그녀가 자리를 비웠을
묵계는 이 남자를 죽이기 아까웠다. 그도 자신과 마찬가지로 기나긴 수명을 갖고 있어 함께 수련할 수 있었다.이런 사람을 또 찾기 어려울 것이다.초경은 그 말을 듣고 조금 의아했다.“그럼, 너는 진정한 약사가 아니냐?”묵계가 콧방귀를 뀌었다.“물론이다. 그 여자는 이미 죽었다. 나의 몸을 망가트렸으니, 그녀가 바다로 들어간 기회를 틈타 그녀를 죽이고 몸을 차지했다. 하지만 이 뱀의 기운은 무슨 수를 써도 사라지지 않았다.”“그동안 약사의 신분으로 동하국에서 지내며 바다에서 보물을 발견하여 일반인과 다른 힘을 얻었다고 그들을 속이고 바다에 들어가 보물을 찾게 했다.”“이로써 그들의 내전을 일으켜 영원히 평화로이 지내지 못하게 하는 것으로 나의 한을 풀었다!”초경은 그제야 이유를 깨달았다.“여국 바다에 있는 진도 네가 깬 것 같구나.”초경은 부진환에게서 여국과 동하국의 전쟁에 관해 많은 얘기를 전해 들었다.다들 대진이 깨지지 말았어야 했다고 말했다. 그렇지 않으면 동하국 사람은 여국 땅으로 침입할 수 없다.하지만 보통 사람이 할 수 없는 일을 눈앞에 있는 이 괴물은 할 수 있었다.역시나 묵계가 차갑게 웃으며 말했다.“물론 나다.”“내가 아니었다면 동하국 사람은 평생 여국 땅을 볼 수 없었을 것이다.”초경이 깊은 눈빛으로 그녀를 바라보았다.“복수를 하고 싶지만, 동하국 사람을 모두 죽이지 않았다. 살생을 저질러 화를 입고 싶지 않은 것이구나.”“그래서 대진을 파괴하고, 동하국 내전을 일으키고 그들을 선동하여 여국을 공격한 것이냐? 그들이 전쟁으로 죽게 만들려는 것이냐?”“아주 완벽한 계획이구나. 하지만 전쟁을 일으켰으니, 결국 운명의 벌을 피할 수 없을 것이다.”묵계가 만족스럽게 웃기 시작했다.“나의 계획을 알아차리다니 정말 똑똑하구나.”“그들이 싸우려는 마음이 없었다면 대진이 사라졌다 해도 여국을 공격하지 않았을 것이다. 스스로 선택한 길이니, 나와 상관없다.”“내가 화를 입는다 해도 그다지 많지 않을 것이다.”말을 마치고
그는 이내 약사를 찾으러 갔다.그러나 도림을 벗어나기도 전에 초경은 앞에 길이 없는 것을 보고 발걸음을 멈추었다.그는 자리에 멈춰 서서 사방을 관찰하다 이곳이 미로라는 깨달았다. 그는 손바닥을 들었지만, 아무런 힘도 느껴지지 않았다.자세히 맡아보니, 바람 속에 복숭아 꽃향기와 옅은 약재의 향기가 섞여 있었다.독이 있다!뒤에서 여유로운 발소리와 묵계의 웃음 섞인 소리가 들려왔다.“왜 앞으로 가지 않습니까?”초경은 눈살을 찌푸리고 고개를 돌렸다. 지금의 묵계는 무서운 표정이 조금도 없었고 오히려 득의양양한 표정을 띠고 있었다.초경은 가슴이 떨려왔고 미간을 세게 찌푸렸다.“네가 바로 약사냐?”묵계가 입꼬리를 올리며 가볍게 웃었다.“먼 곳에서 나를 찾아왔는데, 약사라는 이름만 알고 계십니까? 제 이름도 모르는 것입니까?”“다들 저를 자릉약사라 부릅니다.”“이곳에 온 순간부터 알아차렸습니다. 비록 신분을 모르지만, 홀로 이곳에 온다는 건 분명 만만치 않은 상대겠지요. 그래서 도림에 손을 조금 썼습니다.”“도림에 들어선 후부터 이미 중독되었습니다. 이곳에 오래 있을수록 독은 더욱 세질 것입니다.”“그리고 이 독은 사족을 겨냥한 독입니다.”묵계는 의미심장하게 웃으며 초경을 바라보았다.초경은 슬쩍 내공을 써봤지만, 사지가 무기력했다. 무언가가 갑자기 그의 경맥을 막은 것처럼 내공이 안정을 잃고 통제하기 어려웠다.그는 손을 움켜쥐고 불편함을 참으며 내색하지 않았다.“사족? 나를 무서워하지 않은 것이냐? 넌 대체 누구냐?”초경은 의아했다. 분명 처음 만났을 때부터 그녀는 이상할 것 없이 평범한 사람 같았다.묵계가 가볍게 웃자, 뒤에 환영이 나타났고 그녀의 꼬리가 보였다.하지만 재빨리 사라져 버려서 초경은 뱀 꼬리인지 아닌지를 똑똑히 보지 못했다.“공자, 우린 같습니다. 저를 죽이지 않는다면 우리는 아주 사이좋게 지낼 수도 있습니다.”묵계는 흥미진진하게 초경을 훑어보았고 눈빛에는 탐욕의 빛이 담겨 있었다. 그녀는 초경의 강한 수위를 탐내
정확한 위치를 얻고 초경은 바로 몸을 돌려 떠났다.동하국 사람들은 무서울 것 없으니, 먼저 약사를 해결해야 한다!바람이 불어오자마자 초경의 모습은 온데간데없이 사라졌다.그는 바로 도림으로 도착했다.그가 도림에 나타나자, 불어온 바람이 꽃잎을 떨어뜨렸다.초경은 걸음을 옮겨 앞에 있는 정원을 향해 걸어갔다.그는 왠지 모르게 이곳에서 익숙한 기운을 느꼈다.뱀의 기운이다.초경은 눈살을 찌푸리고 정원을 살펴본 후 손을 들어 장풍으로 정원 문을 부쉈다.하지만 안에는 아무도 없었다.초경은 걸음을 옮기며 정원을 관찰하다 방에 아무도 없는 것을 보고 떠나려 했다.그 순간, 그의 시선은 벽에 걸려 있는 그림으로 향했다.뱀의 기운이다!그는 앞으로 걸어가 그림을 젖혔고 역시나 문 하나가 나타났다.그는 문을 열고 경계하며 안으로 들어갔다.구불구불한 형태의 아래로 향해 있는 계단으로 이루어진 암도였다.아래로 걸어가니 밀실이 보였다.그곳에는 뱀의 기운이 가득했다.구석진 곳에 바구니가 가득 쌓여 있는 것으로 보아 약사가 뱀을 잡아 약을 만들고 있는 것 같았다.그는 장풍으로 밀실 문을 열고 안에 사람이 있다는 것을 느끼고 바로 상대를 죽이려 했다.하지만 상대에게 가까이 가자, 밧줄에 묶인 채 두려움에 가득 찬 눈으로 그를 보고 있는 여인을 발견했다.초경은 눈살을 찌푸리고 제때 공격을 멈추었다.그가 내뿜은 살기가 여자의 헝클어진 머리카락을 움직였다.그녀는 깜짝 놀라 가슴을 쓸어내리며 정신을 차리지 못했다.초경이 그녀를 한 번 훑어보았다.“너는 누구냐? 약사는 어디 있느냐?”그녀는 일반 백성 차림에 묶여 있었다. 그녀의 옷은 더러웠고 머리카락도 헝클어져 있어 이곳에 갇힌 듯했다.“전... 묵계라 합니다.”여자는 무서워하는 듯 말을 더듬었다.“너한테 관심 없다. 약사는 어디에 있느냐?”“어디에 있는지 모릅니다. 약사는 보통 이 시진에 바다에 있습니다.”묵계가 얌전히 답했다.답을 들은 초경은 몸을 돌려 자리를 떠나려 했다.묵계는 깜짝 놀랐
“그럼, 동하국을 공격하려는 계획을 늦추려는 것이오? 그 여인을 상대로 우리는 이길 수 있을지 모를 일이오.”부진환이 사색에 잠긴 그때, 갑자기 옆에 누군가 걸어와 당당하게 말했다.“얼마나 대단한지 내가 한 번 만나보겠소.”걸어온 사람은 초경과 송천초였다.“방금 말한 그 사람이 정말 보통 사람의 실력을 뛰어넘었다면 나밖에 상대할 사람이 없을 것이오.”“불필요한 희생을 피하려면 나한테 지도를 주시오. 내가 만나보고 오겠소.”“그 여인을 해결한 후 다시 동하국을 공격해도 늦지 않았소.”그의 말을 듣고 부진환은 곰곰이 생각하다 지도를 건네주었다.“좋소. 가서 상황을 알아보고 상대의 실력을 파악하시오.”“어찌 됐든 동하국의 땅이니, 무슨 위험이 있을지 모르오. 꼭 조심하시오.”초경은 지도를 건네받았다.“좋소. 지금 바로 출발하겠소.”초경은 지도를 품에 넣으며 몸을 돌려 송천초를 바라보며 낮은 소리로 말했다.“곧 돌아올 것이오.”송천초가 고개를 끄덕였다.“조심하십시오.”그리고 초경은 동하국으로 떠났다.그의 속도로 반나절도 걸리지 않아 바다에 있는 그 나라를 찾았다. 비교적 큰 섬을 찾으면 되는 일이니 어려운 것 없었다.바다에서 나타난 그를 보고 동하국 병사들은 깜짝 놀라 적의 기습이라고 큰 소리로 외쳤다.다들 모여들어 해안가에 칼을 겨누었지만 가까이 온 사람이 초경 한 명인 것을 보고 외쳤다.“감히 이곳에 혼자 오다니!”“당장 생포하거라!”병사들이 그를 에워쌌지만, 초경이 소매를 휘두르자 다들 멀리 날아갔다.동하국 사람들은 깜짝 놀라 더 이상 그를 얕보지 않았다. 하지만 그들은 여전히 초경의 상대가 아니었다.압도적인 초경의 힘 앞에서 그들은 조금도 반항할 힘이 없었다.그렇게 초경은 동하국 왕궁까지 쳐들어갔다.아무도 그를 막을 수 없자, 누군가 다급히 소리쳤다.“약사를 부르거라! 어서 약사를 부르거라!”기세등등하게 쳐들어온 적을 보고 동하국은 대량의 병사를 보내 그가 궁으로 들어오지 못하게 막으려 헀다.동하국 왕은 이미
부소는 잠깐 멈칫했다.옥교는 슬픈 표정으로 눈물을 닦으며 방을 나섰다.부소는 미간을 찌푸리고 침대 위에 누워 있는 부원뢰를 보다 이불을 덮어 주고 방을 나갔다.방을 나가자마자 부소는 의원 일꾼에게 돈을 주며 술과 음식을 준비하라 했다.옥교는 이해하지 못했다.“어찌 정말...”부소는 난감한 듯 입을 열었다.“아마도 괜찮을 것이오.”“폐부를 다쳐 약으로 치료도 못 하는 상황에 어찌 기운이 가득한 말투로 말한다는 말이오?”“의원에게 물어야겠소.”옥교는 깜짝 놀라 그의 뒤를 따랐다.부소는 의원을 찾아 다시 물으려 했지만, 의원은 그의 눈빛을 피하며 핑계를 쓰고 그를 피하려 했다.그럴수록 부소는 의원을 보내지 않았다.결국 의원이 식은땀을 뻘뻘 흘리며 말했다.“아버님이 그렇게 말하라 협박했소. 내가 허락하지 않으면, 귀신을 풀어서 나를 잡아먹겠다고 했소.”“정말 어쩔 수 없이 거짓말을 했네.”“그는 내상을 입었지만 치명적이진 않아 약을 먹고 한 달 정도 조리하면 완쾌할 수 있소.”그 말을 듣고 옥교는 놀라움을 금치 못하고 눈물을 닦기도 전에 다급히 물었다.“정말입니까? 괜찮으신 겁니까?”의원이 고개를 끄덕였다.“사실이오!”“이번에는 절대 거짓말을 하지 않았네.”부소는 그 말을 듣고 미간을 찌푸리고 화가 치밀어 오른 표정을 지었다.“이 늙은이가 감히 나를 놀리다니!”부소는 화가 치밀어 올라 뒷마당으로 걸어갔다. 옥교는 그가 부원뢰를 찾아가 싸울까 봐 얼른 그를 붙잡고 설득했다.“아버님을 푹 쉬게 하시오. 몸이 괜찮은 것도 좋은 일 아니오? 괜히 놀란 일이니, 걱정하지 마시오!”부소는 여전히 화가 났다.“누가 이렇게 자신을 저주하는 것이오?”비록 말은 그렇게 내뱉었지만 적어도 아버지가 살아 계시니, 부소도 마음이 조금 놓였다.“참, 동하국의 위치를 탐사한 대오의 사상자가 심각한 터라 돌보러 가겠소. 아버지를 잘 챙겨주시오.”옥교가 고개를 끄덕였다.“좋소. 어서 가보시오. 아버님은 내가 돌보겠소.”-부소는 바로 막사로
부소는 깜짝 놀라 다급히 부원뢰를 업으려 했다.“아버지를 데리고 도성에 가서 의술이 더 뛰어난 의원을 찾겠습니다!”“분명 방법이 있을 것입니다!”부원뢰는 부소의 손을 잡아당겼다.“콜록... 내 몸은 내가 잘 알고 있다. 난 시일이 얼마 남지 않았다.”“사람은 결국 죽을 테니, 그렇게 걱정하지 말거라.”부원뢰는 힘없이 말하며 그를 위로하려 억지 미소를 지으며 부소의 손등을 두드렸다.“어떻게 이럴 수가...”부소는 이 사실을 받아들일 수 없었다.부원뢰는 길게 한숨을 쉬었다.“나도 생각지 못했다.”“네가 장가를 가고 아이를 낳는 것도 보지 못했는데, 아쉬움을 품고 가야 할 것 같구나.”말을 마치고 그는 옆에서 눈시울을 붉히고 있는 옥교를 보며 그녀를 향해 손을 흔들었다.“아가씨, 하나만 묻겠네. 부소가 마음에 드느냐?”옥교는 멈칫하다 저도 몰래 고개를 돌려 부소를 바라보았다.부원뢰가 말했다.“너에게 물은 것이니, 부소를 보지 말거라.”“내가 곧 죽는다고 해서 듣기 좋은 말로 위로하려 하지 말거라. 난 그저 사실을 듣고 싶을 뿐이다.”옥교는 조금 쑥스러웠지만 그래도 솔직하게 고개를 끄덕였다.부원뢰는 그녀의 손을 잡고 품에서 피로 물든 옥팔찌 하나를 꺼내 꼼꼼히 닦은 후 옥교에게 건네주었다.“이 팔찌는 부소 어머니의 혼수다. 이번에 이곳으로 온 것도 부소 어머니의 임무를 받고 온 것이다. 네가 참 마음에 드는구나. 앞으로 두 사람이 함께 있든 아니든 이 팔찌를 받기를 바란다.”“내 소원을 들어준다고 생각하거라. 그렇지 않으면 죽어서도 부소 어머니의 임무를 완수하지 못한 것이 한이 될 것이다.”옥교는 그 말을 듣고 놀라기도 했고 난처하기도 했다.그녀는 부소의 마음도 모르는데 어떻게 며느리의 신분을 의미하는 받을 수 있겠는가.게다가 이 옥팔찌는 너무도 귀하다.부소도 그녀가 난처한 것을 알고 말했다.“그냥 받으시오.”옥교는 그제야 팔찌를 받았다.그녀는 나중에 부소에게 돌려주기로 생각했다. 그녀는 부소가 아버지의 아쉬움을 달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