걸어온 사람은 바로 부소였다.부소는 앞으로 다가오더니 말했다. “나도 마침 이틀 뒤 경기에 진출했소.“당신?” 랑목은 부소를 훑어보더니 말했다. “그래도 되긴 한데……”“다만, 당신도 대제사장 자리의 경쟁자가 아니요?”“몰래 살수를 두지 않으면 다행이오.”부소는 웃더니, 말했다. “난 단지 구경하러 왔을 뿐, 대제사장 같은 건 관심 없소.”“낙 낭자만 괜찮으시다면, 입산 후, 우리 동행할 수 있소.”낙청연은 고개를 끄덕이며, 승낙했다.그녀는 취혼산의 물건은 두렵지 않다. 하지만 황후가 이번에 그녀를 죽이지 못했기 때문에, 분명 마지막 경기에서 최선을 다해 그녀가 대제사장이 되는 걸 막을 것이다.취혼산은 매복하기 아주 유리한 곳이다. 그때 되면, 분명 위험이 적지 않을 것이다.부소의 진정한 목적이 무엇인지는 모르겠지만, 곁에 두면 혹시 뭔가를 알아낼지도 모른다.아침 식사를 끝내고, 낙청연은 구십칠에게 분부했다.“진익을 만나고 싶으니, 방법을 생각해서 연락하거라.”부진환이 왜 진익의 호위가 되었는지, 진익은 분명 이유를 알고 있을 것이다.진익이 도대체 무엇을 하려는 것인지, 낙청연은 반드시 진익과 직접 만나 얘기를 좀 해봐야 할 것 같다.람목이 이 말을 듣더니 말했다. “누이, 진익을 찾아 부진환을 만나려는 것이오?”“이 지경이 되었는데도, 아직도 그를 잊지 못하는 것이오?”낙청연은 랑목의 말에 대답하지 않았다. 그저 구십칠을 빨리 가라고 재촉했다.구십칠은 고개를 끄덕이더니, 즉시 출발했다.--자기 침궁으로 돌아온 진익은 백서가 사라졌다는 걸 발견했다.뒤이어, 시위가 보내온 쪽지를 받았다. 쪽지를 열어보니, 백서의 필체였다.“부진환은 이미 공주에게 잡혔습니다.”쪽지를 본 진익의 안색은 확 변했다.부진환은 아직 죽지 않았고, 게다가 고묘묘에게 잡혔다고?지금의 상황을 생각하니, 진익은 이미 골머리가 아팠고, 어찌할 바를 몰랐다.바로 이때, 시위가 다가왔다. “대황자님, 황후마마께서 오시라고 하십니다.”이 말을 들은 진익
황후의 어투는 평온했지만, 하필 한마디 한마디에 모두 위협이 섞여 있었다.진익은 주먹을 꽉 움켜쥐었다.고묘묘가 천천히 앞으로 다가왔다. “오라버니, 모후께서도 오라버니의 약점을 잡으려는 건 아닙니다. 단지 우리에게 숨김이 없길 바랄 뿐입니다.”“저는 벙어리의 내력을 알고 싶습니다.”“어디서 주워 왔다고 절 속일 생각은 마십시오. 그 벙어리는 절대 보통 사람이 아닙니다!”황후는 이어서 입을 열었다. “저자들을 끌어내라.”곧이어 그 시위와 궁인들은 끌려갔다.방 안에 또다시 그들 세 사람만 남게 되었다.진익이 입을 열었다. “그 벙어리는 사실 천궐국의 섭정왕, 부진환입니다.”이건 말하면 안 되는 비밀이지만, 일이 이 지경이 되었으니, 그도 감히 더 속일 엄두가 나지 않았다.게다가 백서가 고묘묘의 손에 있는 이상, 만약 가혹하게 고문하면, 벙어리의 진짜 신분을 추궁해낼 것이다.만약 또 거짓을 고하여 모후에게 들키면, 그는 끝장이다.이 말이 나오자, 황후와 고묘묘는 모두 깜짝 놀랐다.“천궐국의 섭정왕이라고?”“그 사람이 바로 천궐국의 섭정왕이라고?”고묘묘는 믿을 수 없다는 듯 놀란 표정을 지었다.진익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그는 여국에 낙청연을 따라왔습니다.”“낙청연은 예전에 섭정왕비였습니다.”“두 사람 사이에 무슨 일이 생겼는지 낙청연이 침서를 따라 떠났습니다. 그래서 부진환이 여국까지 쫓아왔는데, 하마터면 침서에게 죽임을 당할 뻔했습니다. 그때 마침 제가 구해줬습니다.”“제가 그를 남겨둔 목적은 바로 침서를 상대하기 위해서였습니다.”“만약 부진환이 낙청연을 설득하여 우리 편에 설 수 있다면, 낙청연의 지금 신분으로 침서를 접근하여 침서를 상대하면 훨씬 쉬워집니다.”여기까지 듣던 고묘묘는 감탄하며 한마디 했다. “바보는 아니군요!”황후는 생각하더니, 천천히 입을 열었다. “만약 그렇다면, 이 부진환은 아직 쓸모가 있다.”“일단 죽이지 말거라. 부진환으로 낙청연을 상대하자꾸나!”고묘묘는 고개를 끄덕이었다. “제가 살려
고묘묘는 미간을 찌푸렸다. “우리더러 희망을 당신 한 사람에게 걸으라는 말이오? 다소 무모한 짓인데?”그러나 낙정은 자신만만하게 웃으며 말했다. “하지만 당신들도 지금으로선 딱히 다른 선택의 여지가 없으니, 도박 한 번 할 수밖에 없지 않습니까?”“제가 약속합니다. 절대 실망하게 하지 않겠습니다!”고묘묘와 황후는 서로 마주 보았다. 황후는 잠깐 생각하더니 승낙했다.“좋다. 본궁은 모든 권한을 너에게 주겠다.”“이 궁 안의 사람, 철갑 금위, 네 마음대로 이동하고 출동해도 좋다. 하지만 반드시 기억해야 한다. 이 일은 비밀리에 해야 하고, 절대 폐하께 들켜서는 안 된다!”낙정은 웃으며 고개를 끄덕이었다. “알겠습니다.”곧이어 황후는 영패를 낙정에게 주었다. “곧 취혼산에 들어간다. 너에게 주어진 시간은 별로 많지 않다.”“황후마마, 염려하지 마십시오. 충분합니다.”낙청연과 부진환이 그녀의 대국사 자리를 빼앗아 갔다. 이번에는 그 두 사람이 목숨의 대가로, 그녀가 대제사장이 되게 도와줄 것이다!뒤이어 낙정과 진익은 함께 황후의 침궁에서 나왔다.침궁에서 나오자, 낙정은 즉시 가면을 다시 썼다.진익은 앞에서 걸었고, 마음은 몹시 무거웠다.낙정은 진익의 뒤를 따라와, 사람이 없는 곳에 도착하자, 입을 열었다. “대황자께선 혹시 제가 황자께 불리할까 봐 걱정하십니까?”진익은 걸음을 멈추고 그를 힐끔 쳐다보더니 말했다. “그대는 이번에 다른 사람이 되어 돌아온 것 같소.”“말이 많아졌소.”낙정은 잠시 멍해 있더니, 곧 스스로 비웃으며 말했다. “사람은 다 변합니다.”“예전에는 몰랐는데, 이젠 알게 되었습니다. 갖고 싶은 건, 노력해서 쟁취해야 합니다. 입을 꼭 다물고 아무 말도 하지 않고, 노력만 하면 소용없습니다.”“동맹을 찾아야 하고, 더욱 많은 힘을 빌려야 목적을 이룰 수 있습니다.”진익은 눈을 가느다랗게 뜨더니 고개를 끄덕이었다. “일리 있소. 그래서 그대가 나를 찾아온 이유는 나의 어떤 힘을 빌리려고 온 것인가?”“그대는 이미
몇 번이나 고민하던 진익은 미간을 좁혔다.“만나지 않을 것이다. 내가 없다고 하거라.”-저녁이 되어서야 구십칠이 돌아왔다. 그는 낙청연에게 이렇게 얘기했다.“하루 종일 기다렸지만 진익을 보지 못했습니다. 일부러 피한 건지 아니면 외출한 건지 모르겠습니다.”낙청연은 미간을 사정없이 구겼다.진익은 분명 그녀를 피하고 있었다.그래서 낙청연은 더더욱 묻고 싶었다.“난 입궁해야겠다!”낙청연은 자리에서 일어나 문을 나섰다.랑목은 그 모습을 보더니 찻잔을 버리고 곧바로 낙청연을 말렸다.“누이, 가지 마시오.”“누이는 부진환의 상황을 알고 싶어서 그러는 것이겠지. 이런 상황에서 왜 그를 신경 쓴단 말이오?”“누이는 상처를 잘 치료한 뒤 취혼산에 갈 준비를 하시오!”낙청연은 미간을 잔뜩 좁힌 채로 랑목을 바라보며 진지하게 말했다.“랑목, 난 남녀 간의 사랑 때문에 이러는 것이다. 나와 부진환은 이미 오래전 끝난 사이다.”“내가 진익을 만나려는 건 부진환이 왜 여국에 있는지, 왜 그의 부하가 되었는지를 알기 위해서다. 난 부진환이 여국에 온 목적을 알아야겠다.”“단지 날 죽이기 위해서인지...”“아니면 다른 이유가 있는 건지.”그 말에 랑목은 초조해졌다.“부진환이 여국에 온 것은 누이를 위해서요.”“다른 목적은 없소!”“괜한 생각은 하지 마시오!”하지만 그 말을 들으니 생각을 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낙청연은 미간을 잔뜩 구기며 의아한 표정으로 랑목을 바라봤다.“넌 어떻게 알고 있느냐?”랑목은 살짝 당황하면서 어떻게 설명해야 할지 갈피를 잡지 못했다.낙청연은 불쾌한 듯 말했다.“랑목, 내게 뭔가 숨기고 있는 것이냐?”랑목은 고개를 숙인 채로 난처한 듯 말했다.“사실 그렇게 큰일은 아니오.”“말하거라!”낙청연은 엄숙한 표정으로 말했다.랑목은 켕겨서 말했다.“내가 여국에 오게 된 것은 사실 부진환이 내게 알려줬기 때문이오.”“그는 누이가 침서에게 붙잡혀 여국에 있다고 했소.”“그래서 난 특별히 천궐국에 가서 누이의 소식
그 순간, 낙청연은 찬물을 뒤집어쓴 사람처럼 얼어붙었다.순간 가슴이 저려오기 시작했다.낙청연은 두 눈이 빨개진 채 주먹을 꽉 움켜쥐고 시선을 돌렸다.“알겠다. 너희는 일단 나가보거라.”“난 좀 쉬고 싶다.”랑목은 그녀의 안색이 좋지 않자 걱정스럽게 물었다.“누이, 괜찮소?”“설마 날 보내고 몰래 진익을 찾아갈 생각이오?”낙청연은 고개를 저었다.“아니다.”낙청연은 흐느끼지 않으려 최선을 다했다.랑목은 비록 목소리가 이상하다는 걸 눈치챘지만 뭐라고 얘기해야 할지 갈피를 잡지 못하고 결국 방에서 나왔다.그러나 그는 계속해 방문 밖에서 지키고 있었다.낙청연은 물을 따랐고 찻잔을 든 손에 저도 모르게 힘이 들어갔다.왜?부진환은 왜 그녀를 쫓아온 것일까?애초에 왜 그녀와 침서 사이를 의심하며 그녀를 밀실 안에 가두고 약을 먹인 것일까?이미 오래전 일이고 매일 바쁘게 살아가다 보니 낙청연은 예전의 아픔을 거의 잊었었다.그러나 오늘, 그때의 괴로웠던 기억이 다시금 생생히 그녀의 눈앞에 떠올랐다.마치 어제 있었던 일인 것처럼 말이다.낙청연은 마음이 저려와 괴로운 얼굴로 옷을 움켜쥐더니 바닥에 쭈그리고 앉아 몸을 말았다.예전에 겪었었던 일 때문에 마음이 아파서 그런 건지, 아니면 부작용에 따른 고통 때문인지 분간할 수 없었다.그저 괴로움이라는 늪에 깊이 빨려 들어간 것처럼 벗어날 수 없었다.똑똑똑.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났고 우유가 들어왔다.그녀는 손에 탕약을 들고 있었다.“조금 전에 안색이 좋지 않길래 고통스러워할 줄 알았다. 약을 마시거라.”낙청연은 그릇을 받아 든 뒤 단숨에 마셨다.우유는 낙청연의 맥을 짚은 뒤 탄식했다.“네 몸은 근본을 다쳤다. 지금은 몸을 잘 보살펴야 한다. 이렇게 기분이 오르락내리락하는 건 좋지 않다.”“대제사장이 되는 게 확실해진다면 제대로 몸조리할 수 있을지도 모르겠구나.”랑목은 문밖에서 고개를 빼꼼 내밀고 쳐다봤다. 그는 무척이나 걱정스러운 얼굴로 물었다.“누이, 내가 가서 부진환을 찾는 건
그러나 이어서 들려온 웃음소리에 부진환의 마음은 한없이 가라앉았다.“하하하하... 어떻소? 비슷한 것 같소?”고묘묘는 몸을 웅크리고 앉았다.눈앞의 고묘묘는 낙청연처럼 꾸몄다.비슷한 옷을 입고 똑같은 머리를 하고 심지어 머리 장식까지 똑같았다.부진환은 고묘묘가 뭔가를 발견한 건 아닐까 하는 생각에 불안해졌다.“조금 전 날 봤을 때 안색이 달라지던데, 역시 당신은 낙청연을 사랑하고 있군.”“어떻소? 이렇게 꾸미니 낙청연과 비슷한 것 같소?”고묘묘는 자리에서 일어나 부진환 앞에서 두 바퀴 돌았고 부진환은 쳐다보지도 않았다. 그의 눈빛은 어두웠다.고묘묘는 다시 쭈그리고 앉아 손가락으로 부진환의 턱을 쳐들어 그가 자신을 바라보게 했다.고묘묘는 웃으며 말했다.“당신은 낙청연을 사랑하는데 낙청연은 당신을 죽일 생각뿐이더군.”“그녀를 위해 이렇게 많은 일을 하다니, 그럴 가치가 있소?”“당신은 사랑하는 사람을 얻을 수 없고 나 또한 그러니, 우리는 참으로 비슷한 것 같지 않소?”“날 낙청연으로 여기는 건 어떻소?”“난 당신을 침서라고 생각하겠소.”“우리 둘이 서로를 위로해 주는 건 어떻겠소?”이렇게 오랜 세월 동안, 부진환은 그녀가 만나본 사람 중 침서와 가장 비슷한 사람이었다.비록 당분간은 침서를 얻지 못하겠지만 그를 침서 대신이라고 생각하며 놀아보는 것도 나쁘지 않을 듯했다.부진환은 눈빛이 차가워지더니 힘껏 그녀의 손을 뿌리치며 시선을 옮겼다.그의 눈빛에는 경멸과 경시가 가득했다.고묘묘는 눈썹을 치켜세우며 약간 화가 난 말투로 말했다.“그 눈빛은 날 비웃는 것이오? 날 얕보는 것이오?”부진환은 그녀를 무시했고 고묘묘는 갑자기 웃음을 터뜨렸다.“난 경멸에 찬 당신의 눈빛이 마음에 드오. 당신이 날 경멸할수록 난 더욱더 당신을 내 곁에 둘 것이오.”“여국을 통틀어 감히 내 말을 거역하는 사람은 없소. 침서를 제외하고 말이지!”“그러니 낙청연은 죽어야 하오!”“그리고 당신도 내가 질리면 죽을 것이오!”거기까지 말한 뒤 고묘묘는
부진환은 안색이 창백했다. 고묘묘는 고개를 숙여 그를 힐끗 보았지만 부진환은 표정이 달라지지 않은 것 같았다.그저 더욱 허약해 보일 뿐이었다.고묘묘는 허리를 숙이고 흥미롭다는 듯 웃으며 말했다.“꼭 버텨야 하오. 난 낙청연이 당신을 구하러 올지 볼 거니까.”“그리고 난 내 손으로 낙청연을 죽일 것이오!”말을 마친 뒤 고묘묘는 가뿐하게 걸음을 내디디며 몸을 돌려 밀실에서 빠져나갔다.고묘묘가 외쳤다.“여봐라! 저자에게 용삼탕 두 그릇을 가져다주거라!”“그리고 태의에게 다시 상처를 싸매고 약을 발라주라고 하거라. 저자가 죽는다면 너희 또한 저자와 함께 묻혀야 할 것이다!”-정오.스무여 명의 사람이 궁문 앞에 모여 궁 안으로 안내받은 뒤 취혼산으로 가서 마지막 시합이 시작되기를 기다렸다.낙청연은 그곳의 사람들을 살펴봤는데 풍수술을 할 줄 아는 사람들이 대부분이었다.그중에는 여자아이도 한 명 있었는데 기껏해야 15, 16살 정도 돼 보였다. 비록 아주 어려 보였으나 그녀의 매서운 눈빛을 보니 만만치 않은 상대인 듯했다.앞에 있었던 시합을 거쳐 여기까지 온 사람이니 약한 사람은 없었다.그런 생각을 하고 있는데 건장한 사내 한 명이 그 여자아이를 훑어보고 있었다.사내는 여자아이에게 가까이 다가간 뒤 웃으며 말했다.“설마 너도 대제사장의 자리를 다투려 그러는 것이냐?”“화부(火符)는 쓸 줄 아느냐?”사내는 말하면서 부적 하나를 꺼내 들고 불을 붙였다.옆에 있던 사내들은 몰래 웃었다.낙청연은 곧바로 타는 냄새를 맡았고 그 여자아이 또한 그 냄새를 맡고 고개를 돌렸는데 곧바로 안색이 달라졌다. 치맛자락에 불이 붙은 것이다.그녀는 황급히 불을 껐다.하지만 치마에 붙은 불은 아주 빨리 타올라 여자아이의 종아리가 드러났고 주위에 있던 사내들은 큰 소리로 웃었다.화부로 여자아이에게 망신을 준 사내는 더욱더 거만하게 웃었다.“얼른 불을 꺼야지. 옷이 다 타겠다.”사람들은 지켜보기만 할 뿐이었다. 마치 여자아이의 옷이 전부 타기를 기다리는 것
사람들은 의아했다.여자아이는 호기심 어린 눈빛으로 낙청연을 바라봤다.“언니, 저 사람이 입은 옷은...”낙청연은 웃었다.“눈속임일 뿐이다. 아까 사람들이 본 건 가짜였다.”“그리고 네 치마도 타지 않았다.”여자아이는 그제야 고개를 숙여 잘린 치마를 보았다. 확실히 탄 흔적이 없었다.여자아이는 깜짝 놀랐다.“이 정도 수준의 눈속임도 할 수 있습니까?”“당연하지.”낙청연은 웃었다.여자아이는 그 말을 듣더니 눈을 잔뜩 빛냈고 흥분하며 낙청연의 팔을 잡았다.“절 가르쳐줄 수 있습니까?”“그럼, 하지만 산에 올라갔다가 내려가야 한다.”“이름이 무엇이냐?”낙청연은 여자아이의 성격이 굉장히 마음에 들었다.“전 강여(江如)입니다.”낙청연은 고개를 끄덕였다.낙청연이 입을 열려는데 궁에서 사람이 찾아왔다.그는 황제 곁의 공공이었다. 그는 사람들을 쭉 둘러보더니 물었다.“왜 한 명 모자란 것입니까?”“됐다. 한 사람은 여기에 남겨두고 남은 사람들은 저와 함께 갑시다.”궁에 들어설 때가 되자 공공이 말했다.“입궁할 때 날카로운 무기를 몸에 지닐 수 없습니다. 취혼산 안에서도 무기를 소지할 수 없습니다. 그러니 다들 여기서 무기를 꺼내세요.”“잠시 뒤 수색해서 나온다면 자격이 취소될 겁니다.”사람들은 비수와 검을 꺼내 호위에게 보관하게 했다.낙청연은 규칙을 알고 있었기에 분심검을 아예 가져오지 않았다.공공은 그들을 데리고 제사 일족의 광장으로 향했고 아주 큰 지도 한 장이 눈앞에 펼쳐졌다.그 위에는 취혼산과 청봉산이라 적혀 있었고 산 위에 깃발도 여러 개 그려져 있었다.공공이 설명했다.“이번에 스무 명 중에 승자는 오직 한 명뿐입니다. 그자가 대제사장이 될 겁니다.”“그러니까 다들 이번 규칙을 잘 들어야 합니다. 조금이라도 틀리면 지게 됩니다.”“여러분들은 이제 취혼산에 들어갈 것입니다. 지도 위에 깃발이 그려진 곳은 여러분들이 반드시 가야 하는 곳입니다. 그리고 먼저 도착한 사람이 깃발을 뽑을 수 있습니다.”“지점마다 깃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