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후도 듣더니 매우 만족해하며, 결과를 기다리고 있었다.“본궁을 실망하게 하지 않기를 바란다.”“본궁은 네 사람을 믿기 때문에 이번 경기에 네 사람만 안배했다. 이건 연무대 경기의 마지막 방어선이다. 절대 낙청연을 통과시켜서는 안 된다!”진익은 자신만만했다. “모후, 염려 마십시오!”부진환은 낙청연의 목숨을 살리기 위해, 반드시 필사적으로 낙청연을 막을 것이다.그리고 지금 연무대에서, 부진환은 확실히 온 힘을 다하고 있었다. 그의 출수는 매서웠고, 인정사정 봐주지 않았다.낙청연은 여러 번 하마터면 치명적인 부위를 가격당할 뻔했지만, 간신히 피했다. 두 사람은 교착 상태로 이어지고 있었고, 누구도 밀리지 않았다.연무대 아래서 랑목은 화가 나서 주먹을 불끈 쥐었다.이놈이 연무대에서 누이를 방해할 줄 알았더라면, 진작에 그를 죽여버렸을 것이다!연무대 위의, 분위기는 몹시 긴장했다.낙청연은 신속하게 소모되어 가는 체력을 느낄 수 있었고, 곧 얼마 버티지 못할 것 같다는 느낌이 들었다.그리고 부진환도 낙청연 상태를 느낄 수 있었다.그리하여, 그는 주먹을 날릴 때, 소매 속에서 갑자기 예리한 비수를 꺼내더니, 날카로운 칼날을 낙청연의 가슴을 향했다.한광이 번쩍이는 그 순간, 낙청연의 미간이 흔들리더니, 재빨리 뒤로 몸을 젖혔다.낙청연은 고개를 들고 놀라운 표정으로 그를 쳐다보았다. 음흉한 수법을 쓴 부진환을 믿을 수 없다는 눈빛으로 쳐다보았다.연무대 경기는 안전을 위해 무기사용을 금지한다. 하지만 부진환은 비수로 그녀를 기습했다!“부진환, 당신은 그렇게 저를 증오합니까? 여국까지 쫓아와서, 온갖 수단을 다하여 저의 신임을 얻은 이유가 바로 오늘 비무장에서 저를 죽이기 위해서입니까?”오늘, 그의 가면을 벗기지 않았더라면, 낙청연은 끝까지 그를 그녀와 생사를 함께 한 벙어리라고 생각할 것이며, 절대 그에게 그 어떤 잔인한 행동도 하지 않는다.부진환은 비수를 들고, 날카로운 눈빛으로 낙청연을 공격해 왔다.그는 살기등등했다.어투는 차갑고 매서
또한 그녀의 소원도 이루게 도와줬다.진익이 제시한 계획은 낙청연이 경기에서 이기는 것을 막는 것이다. 대제사장이 되지 않으면, 황후는 굳이 낙청연을 죽이려고 하지 않는다.그러나 부진환은 알고 있다. 낙청연이 여국에 온 목적이 바로 대제사장이 되기 위해서라는 것을.이건 원래부터 그녀의 자리이다.그녀보다 이 자리에 더 적합한 사람은 없다.그는 차마 그녀가 하고 싶은 일을 여러 번 저지할 수 없었다.그가 연무대에서, 낙청연 손에 죽기만 하면 된다.그럼, 연무대 경기는, 낙청연이 승자가 된다.뒤에 남은 겨루기는 더 이상 그녀에게 어려운 건 없다.단지 아쉬운 건, 그는 직접 낙청연이 대제사장 자리에 앉는 모습을 볼 수 없다는 것이다.연무대에 오직 낙청연 한 사람만 남았다.맞은편 차루의 세 사람은 당황했다.황후는 대경실색하더니, 찻잔을 내팽개치며 말했다. “패한 것이냐?”황후는 고개를 돌려 진익을 째려보며 말했다. “이것이 바로 네가 정성껏 키운 독물이냐?”“낙청연 하나 못 이기는데, 침서를 어떻게 상대하겠느냐?”진익은 미간을 찌푸리며 말했다. “저는……”부진환이 낙청연을 이기지 못할 줄은 그도 생각지 못했다.어떻게 이럴 수가!퍽—입을 막 열었는데, 고묘묘가 바로 뺨을 한 대 갈겼다.“아주 굳게 맹세하지 않았습니까? 당신을 믿지 말았어야 했습니다! 이렇게 중요한 일을 당신에게 맡기다니!”“쓸모없는 놈은 역시 쓸모없는 놈이야!”진익은 분노가 치밀어 올랐다. 그러나 고개를 들고 모후를 보니, 모후는 냉정하게 시선을 피했다.고묘묘의 행동거지를 전혀 상관하지 않았다.심지어 속으로 이 따귀를 잘 때렸다고 후련해하는 것 같았다.진익의 마음속에 한기가 한가득 번졌다.연무대에서, 낙청연은 한동안 멍해 있었다.랑목과 우유 등 그들이 달려 올라오자, 낙청연의 다리에 비로소 약간 감각이 생겼다.그들은 즉시 낙청연을 연무대에서 데리고 내려갔다.그녀 이름이 새겨진 목패가 다음 경기 목록에 걸려 있는 것을 보았다.그녀는 이겼다.“누이, 괜찮
부진환이 눈을 떴을 때, 그는 매우 조용한 방 안에 있었고, 방 안에는 훈향을 피우고 있었다.그는 죽지 않았다.그는 억지로 몸을 지탱하여 일어서면서, 상처도 따라서 움직이는 바람에, 아파서 숨을 들이마셨다.고개를 숙이고 옷을 젖혀 보니, 상처는 이미 붕대가 감겨 있었고, 옆에는 탕약 한 그릇이 놓여 있었다.한창 의아해할 때, 누군가 방안으로 걸어 들어왔다. 진익의 암위, 백서였다.부진환의 안색은 삽시에 다소 무거워졌다.“깨어나셨습니까? 약을 드십시오.” 백서는 침상 옆에 놓여 있던 약을 부진환에게 건넸다.부진환은 손으로 밀어내며 말했다. “당신이 나를 구한 것이오?”부진환은 미간을 찡그렸으며, 매우 불쾌한 표정이었다. 이에 백서는 매우 의아했다. “왜입니까? 당신을 살리면 안 됩니까?”“왜 제멋대로 나를 살린 것이오?”부진환은 굳은 표정으로, 일어나 가려고 했다.백서는 놀라서, 다급히 부진환을 눌러 놓고, 약 그릇을 그에게 건네면서 말했다. “상처가 있는 몸으로 약도 안 마시고 나가시려고 합니까? 정녕 살고 싶지 않으십니까?”부진환은 혐오스럽다는 듯 그녀의 손을 밀쳐내며, 약 그릇을 땅바닥에 내팽개쳤다.백서는 멍하니 서 있다가, 막 입을 열려고 했다. 한데 부진환이 흉악한 눈빛으로 그녀를 쳐다보더니 말했다. “남의 일에 참견하지 마시오!”“사람이 왜 이렇습니까? 사리 분별을 못하십니까?”백서는 화를 내며 쫓아 나갔다.부진환의 마음은 불안했다. 백서가 자신을 살렸을 줄은 생각지도 못했다.죽었으면 얼마나 좋았을까!낙청연은 원수를 갚았고, 대제사장 자리를 쟁탈하는데 전념할 수 있었다.그는 이미 본모습을 드러냈다. 그가 죽지 않으면, 도성을 빠져나가는 것조차 문제다. 그를 맞이하는 건, 죽음보다 더한 고통일 것이다.과연, 방 안에서 달려 나와, 정원을 떠나려는 그 순간.전방에서 급박한 발걸음 소리가 들려왔다.한 무리의 시위가 몰려오더니, 그를 겹겹이 둘러쌌다.이어서, 침서가 뒷짐을 짊어지고 걸어 들어왔다.그는 살기 가득한 눈
“이렇게 폐물이 된 그대를 보니, 갑자기 손을 쓰고 싶지 않아졌소. 닭 잡는데 어찌 소 잡는 칼을 쓰겠소!”침서는 차갑게 조소하며, 분사검을 거두었다.옆에 있던 백서가 분해서 말했다. “부진환! 뭐라고 좀 하십시오!”“침서 장군님! 부진환은 황태자의 사람입니다. 장군님께서 죽이고 싶어도, 일단 황태자의 뜻부터 물어야 합니다!”침서의 시선은 즉시 백서의 몸에 떨어졌다. 그는 차갑게 입꼬리를 올리며 말했다. “내가 사람을 죽이는데, 진익의 뜻을 물어야 한다고?”“네 주인이 가르쳐준 적 없느냐? 내 앞에서 잘난 척하지 말라고?”침서는 경멸의 눈빛으로, 바로 시위의 장검을 뽑아 들더니 백서를 향해 걸어갔다.바로 이때, 부진환이 입을 열었다. “멈추시오!”“침서, 그대가 죽이려는 사람은 나요. 그러니 무고한 사람은 건드리지 말고, 나에게 오시오.”침서는 차갑게 웃으며 말했다. “나는 그대가 정말 벙어리가 된 줄 알았소.”그는 하찮은 호위 같은 건 죽일 가치가 없다고 생각하는 사람이다. 침서는 또다시 부진환 앞으로 돌아와, 진지하게 생각했다.“어떻게 그대를 죽일지, 생각 좀 해보자고.”갑자기 발걸음 소리가 들려왔다.날카롭고 분노가 가득한 목소리가 엄습해 왔다. “당신이 생각해 내지 못했으면, 차라리 저에게 주십시오.”“제가 책임지고 저자에게 죽음보다 더한 고통을 맛보게 하겠습니다.”다음 순간, 고묘묘가 걸어 들어왔다.차가운 눈빛으로 부진환을 힐끔 쳐다보았다. 그녀는 화가 치밀어 올랐다. 바로 이 녀석이 실수로 낙청연을 죽이지 못했다!얼굴에 상처가 있어서 가면을 쓴다고 하더니, 지금 보니, 얼굴에 상처 하나 없을 뿐만 아니라, 오히려 용모가 준수했다.진익이 그녀를 속이더니, 이 호위마저 감히 그녀를 속였다!침서는 고묘묘를 보고, 미간을 찌푸리더니, 무심코 두 걸음 뒤로 물러났다.무심코 물러난 이 두 걸음은, 고묘묘의 마음을 가시에 찔린 것처럼 아프게 했다.그녀는 고개를 돌려 침서를 보며, 한 걸음 한 걸음 앞으로 다가가며 말했다. “왜
부진환은 대답하지 않았으며, 눈빛은 평온했다.백서는 그를 슬쩍 쳐다보더니, 나직한 목소리로 말했다. “제가 방법을 생각해서 이 일을 주인께 알릴 것입니다.”부진환은 침묵을 지켰다.이건 이미 중요하지 않다.진익은 그를 구하지 않을 뿐만 아니라, 구하고 싶어도, 고묘묘의 손에서 그를 구할 방법이 없다.……곧 부진환은 밀실에 갇혀, 기둥에 묶였다.고묘묘는 손에 채찍을 들고, 흥미진진하게 부진환 앞으로 걸어왔다.“일전에 낙청연이 너를 구하러 오지 않았느냐? 이번에, 누가 널 구할 수 있는지 볼까?”“무릎 꿇고 나에게 빌어 보거라. 그럼, 네 목숨은 살려주겠다.”“어떠하냐?”고묘묘는 느긋하게 부진환 앞으로 걸어오더니, 손끝으로 부진환의 뺨을 살짝 스쳤다. 준수한 이 용모를 쳐다보고 있으니, 정말 사람을 빠져들게 했다.부진환은 쌀쌀하게 얼굴을 돌렸으며, 날카로운 눈빛은 조금도 굴복하지 않았다.고묘묘는 피식 웃으며 말했다. “나는 너의 그 도도한 모습이 마음에 든다.”“너와 낙청연은 대체 무슨 사이인지 알고 싶으니, 말해 보거라.”“어찌하여 낙청연이 오늘 너의 얼굴을 봤을 때, 반응이 그렇게 컸던 것이냐?”부진환은 한마디도 하지 않았다.고묘묘는 살짝 웃더니, 채찍을 치켜들고 매섭게 한 번 휘둘렀다.채찍은 부진환의 몸에 떨어져, 순식간에 살갗이 찢어지고 살이 드러났다.그러나 부진환은 그저 미간을 찌푸렸을 뿐, 아무런 소리도 내지 않았다.고묘묘는 의기양양해서 웃으며 말했다. “아직도 본공주에게 벙어리인 척하는 거냐? 아니면 낙청연에 관한 얘기를 하기 싫은 것이냐?”이 말을 하며, 그녀는 또 매섭게 채찍을 한 번 휘둘렀다.“고집이 세군! 마음에 든다.”고묘묘의 눈동자가 돌연 차가워지더니, 손을 들어 한 대 또 한 대 휘둘렀다.밀실에, 채찍질하는 소리가 끊기지 않았다.부진환의 안색은 창백했고, 온몸에 피가 흠뻑 젖었지만, 여전히 한마디도 하지 않았다.부진환이 고개를 떨구고, 호흡이 미약해지자, 고묘묘는 그제야 손을 멈췄다.“이럴 수
하지만 고묘묘는 말을 다 듣지도 않고, 즉시 태의의 말을 끊어버렸다. “저자에게 주시오!”“나에게 그렇게 많은 용삼탕이 있는데, 진작에 질리도록 마셨단 말이오.”“여봐라, 용삼탕을 가져오너라.”곧 용삼탕을 가져왔다.하지만 부진환에게 약을 먹이자, 부진환이 발버둥 치는 바람에 약 한 그릇을 땅에 다 쏟고 말았다.이를 본 고묘묘는 약간 화가 났다.그녀는 부진환을 쳐다보며 냉소하더니 말했다. “아하, 죽고 싶은 거구나?’“어쩐지 침서마저 귀찮아서 널 죽이지 않았지.”“근데 어떡하냐? 본공주도 하필이면 네가 죽지 않았으면 좋겠는걸!”“여봐라! 용삼탕을 저자에게 마구 부어 넣어라!”즉시 시위가 앞으로 다가오더니, 용삼탕을 들고 부진환 입에 부어 넣었다.“한 그릇 더 부어 넣어라!”연이어 용삼탕 세 그릇을 부어 넣었지만, 부진환은 여전히 숨이 간들간들했다.고묘묘는 계속 부어 넣으려고 했다.태의가 다급히 제지했다. “공주마마, 용삼탕은 한 번에 그렇게 많이 부어 넣으면 안 됩니다. 효능을 발휘하지 못합니다. 목숨을 부지하려면, 매일 한 그릇이면 충분합니다.”고묘묘는 실망스러운 눈빛으로 부진환을 힐끔 쳐다보았다. 보아하니 요 며칠은 아무것도 할 수 없을 것 같다.“됐다. 내일부터 매일 저자에게 용삼탕 한 그릇을 주고, 안 마시면 부어 넣거라!”“그를 풀어주고, 매일 음식을 갖다 주거라.”이 말을 끝내고, 고묘묘는 몸을 돌려 가버렸다.--“안 돼!”깊은 밤, 낙청연은 놀라서 소리치더니, 벌떡 일어나 앉았다.랑목이 소리를 듣고, 어둠 속에서 촛불을 켜고 방 안으로 들어왔다. “누이, 왜 그러시오? 또 악몽을 꾸셨소?”랑목을 보니, 낙청연의 마음은 약간 진정됐다.확실히 악몽을 꿨다.랑목은 그녀의 등을 토닥이며 위로했다. “내가 여기 있소. 이틀 뒤면 3차전이요. 그러니 당연히 긴장할 거요.”이 말을 끝내고, 랑목은 잔에 물을 따라왔다.낙청연은 물을 마셨지만, 도저히 잠이 오지 않았다.랑목이 침상 옆에서 말했다. “어릴 때 나는 천
걸어온 사람은 바로 부소였다.부소는 앞으로 다가오더니 말했다. “나도 마침 이틀 뒤 경기에 진출했소.“당신?” 랑목은 부소를 훑어보더니 말했다. “그래도 되긴 한데……”“다만, 당신도 대제사장 자리의 경쟁자가 아니요?”“몰래 살수를 두지 않으면 다행이오.”부소는 웃더니, 말했다. “난 단지 구경하러 왔을 뿐, 대제사장 같은 건 관심 없소.”“낙 낭자만 괜찮으시다면, 입산 후, 우리 동행할 수 있소.”낙청연은 고개를 끄덕이며, 승낙했다.그녀는 취혼산의 물건은 두렵지 않다. 하지만 황후가 이번에 그녀를 죽이지 못했기 때문에, 분명 마지막 경기에서 최선을 다해 그녀가 대제사장이 되는 걸 막을 것이다.취혼산은 매복하기 아주 유리한 곳이다. 그때 되면, 분명 위험이 적지 않을 것이다.부소의 진정한 목적이 무엇인지는 모르겠지만, 곁에 두면 혹시 뭔가를 알아낼지도 모른다.아침 식사를 끝내고, 낙청연은 구십칠에게 분부했다.“진익을 만나고 싶으니, 방법을 생각해서 연락하거라.”부진환이 왜 진익의 호위가 되었는지, 진익은 분명 이유를 알고 있을 것이다.진익이 도대체 무엇을 하려는 것인지, 낙청연은 반드시 진익과 직접 만나 얘기를 좀 해봐야 할 것 같다.람목이 이 말을 듣더니 말했다. “누이, 진익을 찾아 부진환을 만나려는 것이오?”“이 지경이 되었는데도, 아직도 그를 잊지 못하는 것이오?”낙청연은 랑목의 말에 대답하지 않았다. 그저 구십칠을 빨리 가라고 재촉했다.구십칠은 고개를 끄덕이더니, 즉시 출발했다.--자기 침궁으로 돌아온 진익은 백서가 사라졌다는 걸 발견했다.뒤이어, 시위가 보내온 쪽지를 받았다. 쪽지를 열어보니, 백서의 필체였다.“부진환은 이미 공주에게 잡혔습니다.”쪽지를 본 진익의 안색은 확 변했다.부진환은 아직 죽지 않았고, 게다가 고묘묘에게 잡혔다고?지금의 상황을 생각하니, 진익은 이미 골머리가 아팠고, 어찌할 바를 몰랐다.바로 이때, 시위가 다가왔다. “대황자님, 황후마마께서 오시라고 하십니다.”이 말을 들은 진익
황후의 어투는 평온했지만, 하필 한마디 한마디에 모두 위협이 섞여 있었다.진익은 주먹을 꽉 움켜쥐었다.고묘묘가 천천히 앞으로 다가왔다. “오라버니, 모후께서도 오라버니의 약점을 잡으려는 건 아닙니다. 단지 우리에게 숨김이 없길 바랄 뿐입니다.”“저는 벙어리의 내력을 알고 싶습니다.”“어디서 주워 왔다고 절 속일 생각은 마십시오. 그 벙어리는 절대 보통 사람이 아닙니다!”황후는 이어서 입을 열었다. “저자들을 끌어내라.”곧이어 그 시위와 궁인들은 끌려갔다.방 안에 또다시 그들 세 사람만 남게 되었다.진익이 입을 열었다. “그 벙어리는 사실 천궐국의 섭정왕, 부진환입니다.”이건 말하면 안 되는 비밀이지만, 일이 이 지경이 되었으니, 그도 감히 더 속일 엄두가 나지 않았다.게다가 백서가 고묘묘의 손에 있는 이상, 만약 가혹하게 고문하면, 벙어리의 진짜 신분을 추궁해낼 것이다.만약 또 거짓을 고하여 모후에게 들키면, 그는 끝장이다.이 말이 나오자, 황후와 고묘묘는 모두 깜짝 놀랐다.“천궐국의 섭정왕이라고?”“그 사람이 바로 천궐국의 섭정왕이라고?”고묘묘는 믿을 수 없다는 듯 놀란 표정을 지었다.진익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그는 여국에 낙청연을 따라왔습니다.”“낙청연은 예전에 섭정왕비였습니다.”“두 사람 사이에 무슨 일이 생겼는지 낙청연이 침서를 따라 떠났습니다. 그래서 부진환이 여국까지 쫓아왔는데, 하마터면 침서에게 죽임을 당할 뻔했습니다. 그때 마침 제가 구해줬습니다.”“제가 그를 남겨둔 목적은 바로 침서를 상대하기 위해서였습니다.”“만약 부진환이 낙청연을 설득하여 우리 편에 설 수 있다면, 낙청연의 지금 신분으로 침서를 접근하여 침서를 상대하면 훨씬 쉬워집니다.”여기까지 듣던 고묘묘는 감탄하며 한마디 했다. “바보는 아니군요!”황후는 생각하더니, 천천히 입을 열었다. “만약 그렇다면, 이 부진환은 아직 쓸모가 있다.”“일단 죽이지 말거라. 부진환으로 낙청연을 상대하자꾸나!”고묘묘는 고개를 끄덕이었다. “제가 살려
“나는 더 이상 당신의 상대가 안 되오.”낙요는 고개를 돌려 바둑판을 보며 입꼬리를 살짝 올렸다.“당신을 이기기 위해서가 아니라, 당신과 함께 바둑을 두며 답답함을 풀기 위해서요.”부진환은 바둑알을 하나하나 거두었다.낙요는 실눈을 뜨고 하늘을 바라보며 손을 뻗었다. 햇빛이 손가락 사이로 새어 나왔다.“그러고 보니, 나의 답답함을 풀 사람은 당신뿐이오.”“심시몽은 어의원의 심사를 통과하고 정식으로 어의원에 들어가게 되었소. 그리고 강소풍의 집안에서도 그들의 혼사를 승낙하여 두 사람은 곧 혼사를 올릴 것이오.”“갑자기 심면과 낙현책도 혼사를 올려야 하지 않겠느냐는 생각이 들었소.”부진환이 웃으며 말했다.“일찍이 혼인할 나이가 되었지만, 아이들도 조급해하지 않는데 왜 그렇게 걱정하오?”낙요가 입꼬리를 살짝 올리며 여유롭게 말했다.“걱정하지 않소. 대소사를 모두 당신이 걱정하고 있지 않소? 초경의 수위가 있으니, 몇 년이 지나도록 용모가 변하지 않았소. ”“나 같으면 그렇게 걱정을 많이 했으니, 일찌감치 늙었을 것이오.”몇 년 동안 부진환은 그녀를 도와 적지 않은 조정의 일을 분담했다.그녀도 부진환의 동반에 습관이 되었다.갑자기 무언가 떠오른 낙요는 자리에서 일어나 부진환을 바라보며 손바닥에 턱을 괴고 물었다.“이 나이가 되니, 아이를 낳지 않은 것을 후회하오?”“걸을 수 없을 정도로 늙었을 때, 다른 사람의 자식들이 단란히 모여있는 것을 부러워할 것이오? ”부진환은 손에 든 물건을 내려놓고 진지하게 그녀를 보며 대답했다.“후회하지 않소.”“사람은 너무 욕심을 부려서는 안 되오.”“게다가 당신은 여제요. 당신이 늙었다고 해도 누가 감히 푸대접하겠소?”“당신이 조용히 지내는 것이 좋다고 하면 난 당신과 함께 있을 것이오. 초경의 수위로 늦게 늙는다고 하지 않았소? 앞으로 당신이 늙으면 내가 당신을 부축하고 업고 다닐 것이오.”낙요는 입꼬리를 살짝 올렸다.“참 좋소.”이듬해 가을.심시몽은 강소풍과 혼사를 올렸고 어의원 5품
강소풍은 고개를 끄덕이다 다급히 고개를 저으며 어찌할 바를 몰랐다.“아니오. 그런 뜻이 아니오. 어머니께서는 마음에 들어 하셨소.”설명할수록 강소풍은 상황이 복잡해지는 것 같았다.심시몽은 어두운 표정을 지었지만, 여전히 그를 위로했다.“자네의 뜻을 알고 있소. 설명할 필요 없소.”“시몽... 미안하오! 하지만 나는 포기하지 않을 것이오. 방법을 강구하여 어머니에게 자네의 진정한 모습을 보여줄 것이오. 분명 어머니도 자네를 받아들일 것이오. ”그 말에 심시몽은 살짝 놀라 의아한 듯 고개를 들어 그를 바라보았다.“나와 헤어지려는 것이 아니었소?”심시몽은 강소풍이 특별히 그녀를 찾아와 이 일을 설명하는 것을 보고, 그녀와 연을 끊으려는 것이라고 생각했다.“아니요. 그럴 리가 있소.”“나는 단지 이전의 약속을 지킬 수 없을 뿐이오. 이번 달 안에 혼담을 꺼낼 수 없을 텐데, 나를 기다려줄 수 있소?”“말재주가 좋지 않아 대체 어떻게 설명해야 할지 모르겠소. 어머니께서는 자네가 연약하고 힘없다고 생각하시오. 앞으로 내가 출정하면 자네가 홀로 집안을 지킬 텐데, 우리에게 좋지 않은 선택이라 생각하시오. ”이 말을 듣고 심시몽은 대충 뜻을 알아차렸다.“어머니께서는 문무를 겸비한 며느리를 원하고, 자네와 함께 전쟁터에 나가서 떨어져 있지 않아도 되기를 원하시오.”“나는 비록 무공을 할 줄 모르지만, 그래도 해낼 수 있소.”고개를 들어 올린 심시몽의 눈빛은 밝았다..강소풍은 놀라기도 했고 기쁘기도 했다.“정말이오? 여전히 나와 함께 있고 싶소? 포기하지 않을 것이오?”심시몽은 고개를 끄덕였다.“나를 위해 그렇게 많은 일을 했는데, 어찌 쉽게 포기할 수 있소? 자네가 포기하더라도 나는 포기하지 않을 것이오.”“강가는 장군 집안이라 분명 우리 언니와 같은 여인을 좋아할 것이오. 난 비록 언니와 비길 수 없지만 그래도 노력할 것이오.”“여제께서 나에게 약옥을 주었소. 만약 순 의원과 의술을 배울 수 있다면 어의원에 들어갈 기회가 있소.”“성공
이 말을 듣고 심시몽은 약간 의아해했다.“공주는 저를 탓하지 않습니까...”“그분은 공주시다. 천하를 품고 있는데, 어찌 네가 범한 작은 잘못을 추궁할 리 있냐?”“지금 너의 변화를 보면 공주도 더 이상 너를 탓하지 않을 것이다.”“하지만 차려야 할 예의는 없어서는 안 된다. 시간이 나면 공주에게 감사하다고 인사를 전하거라.”심시몽은 연신 고개를 끄덕였다.“예. 내일 가겠습니다.”“저는 먼저 약옥을 넣고 의관에 가겠습니다.”심시몽은 기쁜 마음에 빠른 걸음으로 달려갔고, 의기양양한 분위기를 풍겼다. 조금도 방금의 의기소침함이 없었다.심면도 기뻤다.모두가 만족스러운 결과를 얻은 것 같다.하지만 그와 동시에, 강소풍이 집에서 어머니와 싸우고 있었다.“안 된다고 하면 안 되는 것이다! 너를 현학서원에 보내 양성하는 것도 앞으로 네가 큰 성과를 거둘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다. 그러니 너도 마땅히 너와 어울릴 만한 부인을 얻어야 한다. 너와 전장을 누비며 적을 죽이는 그런 사람 말이다.”“힘없이 연약하게 집안에서 서방이 돌아오기를 손꼽아 기다리는 그런 평범한 아가씨는 안 된다.”“이전에 그 심시몽을 위해 집안의 빙천영지를 훔쳤고, 심지어 벌을 받고도 물건이 어디로 갔는지 말하려 하지 않았다. 난 그때부터 심시몽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그런데 지금 그 아이와 혼사를 올리려는 것이냐?”“말도 안 된다!”강부인은 단호한 태도로 조금도 말을 바꾸려 하지 않았다.강소풍은 내키지 않는 듯 반박했다.“심시몽이 평범하다니요? 어떻게 평범하다는 말입니까? 심시몽은 그저 무공이 부족할 뿐입니다. 세상 사람들이 모두 무예를 익혀야 하는 것은 아니지 않습니까?”“하물며 그녀의 언니는 이미 태자로 봉해졌습니다. 그러니 심시몽도 좋은 아가씨라는 것을 설명할 수 있지 않습니까?”강부인은 콧방귀를 뀌었다.“언니는 언니이고, 심시몽은 심시몽이다. 어찌 동일하게 논할 수 있겠냐?”“강가는 권세에 빌붙지 않고, 심시몽의 언니가 태자라는 것을 봐서 그녀를 맞이하려
“나중에 자네가 신의가 될지도 모르오.”심시몽이 웃으며 말했다.“자네의 좋은 말대로 되길 바라오.”모두 술을 마시며 음식을 먹고 있었다. 심면이 임계천에게 물었다.“자네는? 어디로 가고 싶소?”“나라에 보답할 수 있다면 어디든 좋소.”임계천이 담담하게 웃었다. 그는 특별히 가고 싶은 곳이 없었기에 그저 궁의 안배를 기다리고 있었다.다들 기분이 좋았고 투지가 넘치고 미래에 대한 동경으로 가득 차 있었다.술을 너무 늦은 시각까지 마셔서 그들은 심가에서 묵었다.오전이 되자, 각 집안의 하인들이 부랴부랴 사람을 찾아왔다. 몇 사람은 술에 취해 인사불성이 되었지만, 여전히 집으로 끌려갔다.궁에서 명을 받았기 때문이다.강소풍은 금군 기사영 통령으로 봉해져 도성과 황궁의 안위를 지키게 되었다.임계천은 형부로 전근되었다.소우청과 봉함선은 수주의 군영 부장군으로 명을 받았다.소우청의 행처는 그의 아버지 소진오가 좋은 경험을 하기를 바라며 부탁한 것이다.낙요는 봉함선이 여인이기에 그녀를 그렇게 멀고 험한 곳으로 보내고 싶지 않았다. 하지만 그녀는 주동적으로 수주에 갈 것을 청구했다.봉함선이 말했다.“여국은 역대로 여 장군이 없었습니다. 저는 첫 번째 여장군이 되고 싶습니다.”“만약 힘들고 험한 곳이 아니라면 어찌 제가 포부를 발휘할 수 있겠습니까?”낙요는 그녀의 담력과 야심을 높이 사고 그녀의 청을 승낙했다.“나는 네가 여국의 첫 번째 여장군이 되기를 기대한다.”이들 외에 현학서원의 다른 학생들도 그들로 하여금 실력을 발휘할 수 있는 새로운 행선지를 얻었다.유독 심시몽에 대해, 낙요는 따로 안배를 해주지 않았다.백서가 걱정했다.“어찌 유독 심시몽만 얘기가 없으십니까? 심시몽이 알면 마음이 편치 않을 것입니다.”낙요가 웃었다.“아니다. 이미 심면을 시켜 심시몽에게 한가지 물건을 보냈다.”백서는 살짝 놀랐다.“일찍이 계획이 있으셨군요.”이때의 심시몽은 홀로 넋을 잃고 연못가에 앉아있었다. 그녀의 마음은 마치 흩날리는 낙엽처럼 어수
유생이 드디어 알아차렸다.“그랬구나. 내가 어찌 이걸 잊은 것이냐.”“난 정말 운이 좋은 것 같구나. 이렇게 운 좋게 제사장 자리를 주울 수 있으니.”심면이 답했다.“아닙니다. 전에 제가 청주 전쟁에서 조난했을 때, 제자들을 통솔해 적과 싸우지 않았습니까? 현책보다 능력이 훨씬 뛰어났습니다.”“사저가 소제사장이 되는 것이 가장 적합합니다.”이렇게 칭찬하는 것을 듣고 유생은 쑥스러워하며 낙현책을 힐긋 쳐다보았다.“네가 이렇게 말하면 낙현책이 기뻐하지 않을 것이다.”낙현책이 웃으며 답했다.“그녀가 말한 것은 내가 하고 싶은 말이다.”“너는 나보다 대제사장이 더 잘 어울린다.”“나는 무학에서 너보다 좀 나을 뿐이다. 정말 대제사장이 되려면 너보다 잘할지 모를 일이다.”“다만 제사장 일족의 심사에는 이런 것이 없었다.”“하물며 나도 대제사장이 될 생각을 한 적이 없다. 내가 하고 싶은 것은 단지 여제가 기뻐하기를 바랄 뿐이다.”이 말을 듣고 유생은 마음이 놓였다.“불쾌하지 않았다면 다행이구나. 권력과 지위 앞에서 네가 이런 결정을 내릴 수 있다니, 정말 대단하구나!”“한 잔 권하마!”유생이 술잔을 들었다.바로 이때, 갑자기 대문이 열렸고, 사람이 도착하기도 전에 먼저 목소리가 들렸다.“사람이 아직 도착하지 않았는데, 왜 벌써 마시는 것이오?”“우리를 기다리지 않는다니, 의리가 없소!”몇 사람이 고개를 돌려 바라보니, 강소풍과 임계천이 술병을 들고 오는 것이 보였다.“오늘 밤 다들 왔구나!”“자, 심면과 유생을 위해 한 잔 하세!”모두 자리에 앉아서 잔을 들어 함께 마셨다.그렇게 한참 마시다 보니 술에 취한 강소풍이 흥분한 듯 입을 열었다.“얼마 지나지 않아 심가에 겹경사가 닥칠 것이오.”모두 멍해졌다.강소풍은 낙현책과 심면을 바라보았다.“여제가 두 사람의 일을 인정했으니, 언제 혼사를 치르는 것이오?”심면은 갑자기 얼굴을 붉어지며 황급히 강소풍에게 술을 따라주었다.“술을 마셔도 자네의 입을 막지 못한 것이오?”
“저희가 어찌 가족입니까?”“50냥의 이득을 본 걸 후회한다면서요?”이 말이 나오자 다들 얼굴이 새파랗게 질렸다.그들은 그제야 유생이 그날 밤 그들의 대화를 모두 들었다는 것을 깨달았다.어쩐지 상자를 도둑맞았더라니.유룽은 체면을 깎으며 사과했다.“유생아, 우리는 한 가족이니 티격태격하는 것도 정상이다. 그러나 다들 나쁜 생각은 없다.”“이전의 일은 모두 나의 잘못이다. 이렇게 너희들에게 사과하마!”“오늘 저녁 집으로 돌아가자. 너를 위해 잘 경축해야지 않겠느냐!”둘째아버지와 셋째 아버지도 모두 따라서 사과했다.집안 재산을 나누겠다고 얘기한 그날 그들이 각박한 만큼 지금 아주 자상했다.“유생아, 집으로 가자. 지나간 일은 잊고, 우리 가족 다시 시작하는 게 어떠냐?”“그래. 가족이 함께 지내면 얼마나 시끌벅적하냐? 따로 이곳에서 지내면 쓸쓸하지 않으냐?”“우리 집에 좋은 술도 두 병 간직하고 있는데, 유생을 축하하러 오늘 꺼내마!”유생은 표정을 바꾸지 않고 차분하고 차갑게 말했다.“다들 시간 낭비하지 마십시오.”“집안 재산을 나누고 연을 끊었는데, 어찌 번복할 사람이 있겠습니까?”“잘살든 못살든 더 이상 유가와 관계가 없습니다.”“다들 가시지요. 굳이 우리 집 앞에서 매달리려 한다면, 관아에 신고할 것입니다.”말을 마치고 유생은 방안으로 돌아와 차갑게 문을 닫았다.문밖의 사람들은 후회에 휩싸였다.게다가 둘째는 첫째를 원망하기 시작했다.“형님 탓입니다. 제사장 자리가 발표되기도 전에 넷째네를 쫓아내더니, 지금은 어떻게 하려는 것입니까?”셋째도 불평했다.“유생은 앞으로 대제사장이 될 것이오. 앞으로 유생 덕을 보긴커녕 이렇게 소란을 피웠으니, 앞으로 우리를 난처하게 할 수도 있소...”유롱은 짜증을 참지 못하고 말했다.“어찌 또 내 잘못이 되었냐?”“애초에 심사 결과가 나오자, 다들 하나하나 달려와서 유생네가 끝났다고, 그들 일가를 헛되이 잘해줬다고 하지 않았냐? 너희들이 모두 동의했기 때문에 넷째 일가를 쫓아낸 것이
자리에 있던 사람들은 매우 놀랐다.유가 사촌들은 냉기를 한 모금 들이마셨다.유생도 경악한 표정을 지었다.“왜 제가...”왜 낙현책이 아닌가?장 총관이 웃으며 말했다.“어서 명을 받으시지요. 소제사장”유생은 정신을 차리고 마음속으로 미친 듯이 기뻐하며 얼른 명을 받고 고마움을 전했다.장 총관은 자리에 있던 병사들을 힐긋 보고 유생에게 친절하게 물었다.“소제사장, 무슨 문제가 있습니까? 제가 처리할 필요가 있습니까?”유생은 웃으며 말했다.“필요 없습니다. 고맙습니다!”“어찌 사양하십니까? 제가 필요한 곳이 없다면, 이만 궁으로 돌아가 명을 전해야 합니다.”“예. 바래다 드리겠습니다.”유생은 장 총관을 골목 밖까지 배웅했다. 장 총관이 의미심장하게 일깨워주었다.“아가씨는 아직 소제사장의 권력을 모르고 있을 수도 있습니다. 도성에서 제사장의 권력은 여제와 대제사장에 버금갑니다.”“태자와 동등한 권력입니다.”“이런 사소한 일은 직접 처리할 필요도 없으니, 제게 한마디만 분부하면 됩니다.”유생은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일깨워 줘서 고맙습니다.”“오늘 여제께서 태자도 정하셨습니까? 심면입니까?”장 총관은 고개를 끄덕였다.“예. 심가에 뜻을 전하고 왔습니다.”장 총관을 떠나보내고 유생은 기쁨으로 가득 차 있었다. 그녀는 선택받을 줄 전혀 생각하지 못했다.분명히 낙현책한테 졌기 때문이다.심면도 태자로 봉해져서 참 좋았다.오늘 밤 심면을 찾아 축하하려면, 이 문제를 빨리 해결해야 한다.그녀는 빠른 걸음으로 문밖으로 돌아갔다.병사들은 즉시 공손한 태도를 바꾸어 그녀에게 예를 올렸다.“소제사장, 오늘 분명 오해일 것입니다. 저희는 먼저 떠나겠습니다.”유생이 차가운 소리로 호통을 쳤다.“멈추거라!”그들은 뻣뻣하게 자리에 서서 고개를 숙이고 땀을 뻘뻘 흘렸다.제사장의 말 한마디에 그들은 직무를 잃을 수도 있다.“수사를 더 해야 하는 거 아니오? 안 하시오?”“저희가 감히 소제사장의 집을 수색할 용기가 어디 있겠습니까? 오
낙현책은 고개를 끄덕였다.“나도 궁을 나가려던 참이다. 함께 가자.”유생은 단번에 알아차렸다.“심면을 찾으러 가는 것이냐?”“심사 결과가 나온 후, 심면을 만나지 못했구나.”“심면도 무슨 일이 생긴 것이냐?”낙현책은 생각에 잠긴 듯 말했다.“그런가 보구나.”“내가 도울 일이 있으면 언제든지 얘기하거라.”“그래.”두 사람이 함께 궁으로 나온 후 유생은 바로 집으로 돌아갔고 낙현책은 심면의 집으로 향했다.유가의 골목에 도착하자마자 시끄러운 소리가 들렸다.관아의 사람들이 유생의 집 앞을 막고 그녀의 부모님을 잡고 그들을 관아에 데리고 가려 했다.옆에는 그녀의 사촌들이 있었다.안색이 바뀐 유생은 다급히 달려갔다.“그만하시오!”“뭐 하는 것이오?”유생은 바로 부모님을 뒤에 감쌌다.유롱은 화가 난 표정으로 그녀를 바라보았다.“뭐 하냐니? 집안 재산을 나누었으니, 유가와 이젠 연이 없는 것이다. 집안 재산도 주지 않겠다고 했는데, 어찌 유가의 물건을 훔치는 것이냐? 그 상자에는 족히 수십만 냥이 있다!”“감히 너희랑 아무 연관도 없다고 할 수 있느냐?”유생은 그들이 이렇게 빨리 찾아올 줄 몰랐고, 관리에게 고소할 줄도 몰랐다.“우리가 훔쳤다는 증거라도 있습니까?”“증거도 없이 저희를 잡다니, 법을 따르셔야죠.”유롱이 노발대발하며 말했다.“유가 사람들이 네가 돌아온 것을 봤다!”“변명하지 말거라. 할 말이 있으면 감옥에 가서 변명하거라!”물건을 잃어버리고 그들이 유일하게 의심하는 사람은 유생이다.대가를 치르더라도 그들은 그 돈을 되찾으려 했다.“내가 돌아갔다고 돈을 훔쳤다는 것입니까? 농이 심하십니다!”“관청에 따라서 갈 수 있지만, 저희 부모님과는 연관이 없습니다. 증거가 없으면 함부로 사람을 잡을 수 없습니다!”유롱이 화를 냈다.“네 아버지와 어머니도 한패다! 당연히 관아로 데려가야 한다!”“나으리, 그들은 수십만 냥을 훔쳤습니다. 결코 적은 액수가 아닙니다. 나리께서 반드시 돈을 되찾아 주시기를 간청합니다!”
조영궁.심사 결과가 나온 후 오랫동안 기다리던 낙요는 드디어 낙현책이 오는 것을 기다렸다.“여제.”낙현책은 고개를 숙이고 여제를 마주할 엄두가 나지 않았다.“심사 결과가 나온 지 오래됐는데, 어찌 이제야 나를 찾아온 것이냐? 잘 고려한 것이냐?”낙현책은 고개를 끄덕이며 무릎을 꿇고 자리에서 일어나지 못했다.“여제를 실망하게 했습니다!”이 말을 듣고 낙요는 그의 결정을 알아차렸다.“일단 일어나서 얘기하거라.”낙현책은 무릎을 꿇고 일어나지 않았다.“여제의 가르침을 저버렸습니다. 저는 대제사장 자리를 감당할 수 없습니다!”낙요는 다소 실망했지만 그래도 의외는 아니었다.“잘 생각했느냐? 이 일은 번복한 기회가 없다.”낙현책이 세게 고개를 끄덕였다.“오랫동안 심사숙고한 후 내린 결정입니다.”“제가 여제를 실망하게 했습니다.”지금까지 이렇게 노력했고 최종 심사에서 1등까지 하였는데, 여제를 실망하게 했다.낙요는 자리에서 일어나 그를 일으켜 세웠다.“실망하지 않았다.”“네 실력은 모두가 다 알고 있다. 어찌 실망했겠느냐? 네가 후회하지 않으면 된다.”“이미 결정을 내린 이상 더 이상 그렇게 많은 생각을 하지 말거라. 마음을 놓고 네 목표를 향해 가거라.”“나는 네 결정을 존중한다!”여제가 화를 내지 않자, 낙현책은 그제야 한숨 돌렸다. 그는 감동에 겨웠다.“고맙습니다.”낙요는 그가 기뻐하는 모습을 보고 입꼬리를 살짝 올렸다.“그동안 심면을 만나지 않았겠구나? 어서 네 결정을 알리러 가거라.”낙현책은 고개를 끄덕이고 궁을 나갈 준비를 했다.그동안 심면도 고민하고 있었을 것이다. 두 사람에게 있어 정말 어려운 문제였다.누군가는 무언가를 포기해야 하기 때문이다.낙현책이 궁을 나서려는데 제사장족 제자가 그를 가로막았다.“유생이 궁에서 자네를 기다리고 있소. 급한 일이 있는 것 같소.”“급한 일? 알겠소.”유생은 그동안 궁에 있지 않았다. 갑자기 궁으로 찾아온 것을 보아, 중요한 일이 있는 듯했다.먼저 그녀를 만나고 궁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