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청연은 비수를 들고 앞으로 걸어가더니, 온심동의 옷깃을 덥석 잡았다. 비수의 칼날이 온심동의 눈동자로 직격했다.온심동의 눈동자가 떨렸고, 두려움으로 가득했다.하지만 그녀는 피할 수도 없었고, 소리도 지를 수 없었다.낙청연은 여전히 비수를 손에 들고 있었고, 비수는 눈알과 조금밖에 차이 나지 않았다.하지만 낙청연은 차마 찌르지 못했다.필경 온심동은 그녀의 사매였다.바로 이때, 밖에서 급박한 발걸음 소리가 들려왔다.더 이상 기다릴 수 없었다. 만약 제사 일족이 여기까지 찾아오면, 온심동은 또 빠져나갈지도 모른다.행방이 묘연해진 시신은, 이미 존재하지 않을 것이다.낙청연은 이를 악물고, 온심동의 가슴에 비수를 힘껏 찔렀다.“네가 아무것도 말하지 않으니, 나도 더 이상 묻지 않겠다.”“직접 널 보내주마.”비수가 꽂히는 순간, 온심동은 입가에 피를 흘리며, 힘없이 고개를 떨어뜨렸다.그 순간, 맑은 눈물이 뺨을 타고 흘러내렸다.온심동의 마지막 그 눈빛은, 왠지 모르게 낙청연의 마음을 아프게 했다.정신을 차리고, 낙청연은 손을 내밀어 온심동의 콧숨을 살핀 후, 그녀가 확실히 죽었음을 확인하고서야 마음을 놓았다.그리고 몸을 돌려 촛불을 끄고, 방 안에서 나왔다.방 안에서 나오자, 숲속에서 급히 달려오는 누군가와 마주쳤다.낙청연은 잠깐 멈칫했다.상대방도 순간 멈칫했다.숲속은 광선이 어두워, 상대방의 얼굴을 똑똑히 볼 수 없었다.한참 후, 상대방이 먼저 물었다. “청연이냐?”낙청연은 깜짝 놀랐다. “우유?”우유는 낙청연의 목소리를 듣고, 순간 감격해서 달려와, 그녀의 팔을 잡으며 물었다. “괜찮으냐?”“알고 있었느냐? 여기는 취혼산이 아니라, 청봉산이었어.”“나는 네가 탁장동과 겨루러 취혼산으로 간 줄 알고 있었어. 그래서 네가 대비할 수 있도록 취혼산의 상황에 대해 미리 알려주려고 했거든. 그런데 그들은 일부러 문제를 삼아 나를 귀찮게 하며, 나를 붙잡고 있었어.”“네가 산에 오르자, 나를 놓아줬어.”“그런데 조금 전 또 탁장
산 아래에서 올라온 사람이 가까이 다가오자, 낙청연은 그제야 그 사람이 침서라는 것을 알아보았다.“침서.”낙청연은 일어나 걸어갔다.침서는 빠른 걸음으로 다가왔다. “괜찮으냐?”“네가 청봉산에 들어왔다는 걸 조금 전에 알았다.”낙청연은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저는 괜찮습니다. 산에 하령과 온심동의 시신이 있으니, 좀 처리해 주십시오.”“그래, 지금 바로 처리하러 갈게.”“넌 먼저 돌아가 쉬거라.”곧이어 침서는 산으로 달려갔다.낙청연과 우유가 산에서 내려왔을 때, 이미 날이 새려고 했다. 두 사람은 제사 일족 사람들이 나타날 수 있는 곳을 피해, 슬그머니 방으로 돌아왔다.“왜 그러느냐? 표정이 왜 그리 어두워 보이느냐?”우유는 차를 따라주며, 의아해하며 물었다.낙청연은 미간을 찡그리며 대답했다. “큰 문젯거리 하나는 해결했지만, 왠지 아직도 내가 알아내지 못한 일이 너무 많은 것 같다.”우유는 이해할 수 없다는 듯 그녀를 보며 물었다. “무슨 일인데?”“내가 도울 수 있느냐?”낙청연은 눈동자를 반짝이며 물었다. “혹시 온심동의 거처는 이미 봉쇄되었느냐? 방안에 물건은 아직 그대로이냐?”우유는 생각하더니 말했다. “아마 아직 그대로 있을 거야. 온심동이 처형당한 후, 그 방에 아무도 가지 않았어.”“아직 날이 밝지 않았으니, 가볼까?”낙청연은 고개를 끄덕이며, 우유와 즉시 온심동의 방으로 출발했다.낙청연은 눈앞에 펼쳐진 광경에, 놀라서 굳어버렸다.방안의 배치는 그녀의 방과 똑같았다.우유도 경악했다. “이 방이 네 방과 똑같다. 심지어 물건을 둔 위치마저 똑같아.”낙청연은 천천히 방안을 둘러보며 구석구석 살펴보았지만, 쓸만한 물건은 발견하지 못했다.구석에 옷장 두 개가 있었다. 그중 하나는 자물쇠가 걸려있었고, 자물쇠는 이미 부서져 있었다.아마 예전에 이 자물쇠는 잠겨 있었을 것이다.옷장을 열어보니, 걸려있는 옷들은 모두 눈에 익었다.우유는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이것은 모두 낙요의 옷이야! 온심동의 방에 낙요의 옷이
하령의 방에 들어가자, 침대 머리맡에 있는 쇠사슬이 첫눈에 들어왔다.낙청연은 쇠사슬을 살펴보았다. 이것은 사람을 잠글 때 쓰는 것이었다.쇠고리 쪽에 핏자국까지 있었다.“이건 온심동을 잠그던 쇠사슬 아니야?” 우유는 경악했다.낙청연은 방안에서 대량의 상약과, 피 묻은 붕대를 발견했다.“그동안 온심동은 여기서 지냈고, 그건 온심동을 잠갔던 쇠사슬인 것 같다.”우유는 듣더니 못내 안타까워했다. “그렇게 많은 악행을 저지르지 않았더라면, 어찌 이런 결말을 맞이했겠느냐?”“대제사장 자리에 앉을 능력이 없으면, 진작에 물러나지. 그럼, 목숨까지 잃지는 않았을 거야!”능력과 야심이 불일치하면, 아마 이런 결말일 것이다.두 사람은 하령의 방을 한참 뒤졌지만, 그 상자를 찾지 못했다.그리고 다른 쓸만한 물건도 없었다.두 사람은 어쩔 수 없이 나왔다.그때 날은 이미 밝았고, 많은 사람이 밖에서 활동하고 있었다. 두 사람은 걸어 나오자마자, 바로 탁장동과 마주쳤다.탁장동의 모습을 보니, 마침 사람을 데리고 산으로 가려던 참이었던 것 같았다.그런데 낙청연과 마주치던 그 순간, 탁장동의 안색은 하얗게 질렸고, 낙청연이 죽지 않았다는 걸 의식했다.그럼, 하령과 그들의 계획은……정신을 차리기도 전에, 낙청연이 먼저 일을 열었다. “네가 나에게 취혼산에서 겨루자고 선전포고하지 않았느냐?”“한데 어찌하여 내가 취혼산에서 네 그림자도 보지 못했을까? 설마 두려운 것이냐?”탁장동은 정신을 차렸지만, 여전히 평정심을 찾을 수 없었다.그녀는 차가운 눈빛으로 낙청연을 힐끔 쳐다보더니 말했다. “두렵다고? 두려워해야 할 사람은 너 아닌가?”“나도 취혼산에서 네 그림자도 보지 못했다.”“이틀 후에 다시 가는 게 어떠하냐? 이번에 우리 함께 가자꾸나!”탁장동의 어투는 자신만만했다.낙청연도 전혀 두려워하지 않았으며, 태연하게 웃으며 말했다. “그래.”이 말을 끝내고, 우유를 끌고 가버렸다.탁장동은 제자리에 한참 서서, 낙청연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그녀의 발걸음을
우유는 잠시 멍해졌다. 한순간 낙청연의 말뜻을 알아듣지 못했다.낙청연이 해명했다. “탁장동은 나보다 제사 일족과 더 친하고, 제사 일족 사람이라는 게 그녀의 우세야.”“하지만 그녀의 실력으로 대제사장이 되더라도 아마 온심동 만큼은 못 할 거야.”우유는 저도 몰래 살짝 웃으며 말했다. “하긴, 제사 일족에 비록 정예가 많긴 하지만, 너의 실력에 비하면, 한창 역부족이지.”“에라, 할 수 없다. 취혼산에 가고 싶으면 가거라. 내가 지도를 구해 줄게.”“다 이전에 산에 다녀온 사람들의 기억으로 그렸던 것인데, 완전하지는 않다.”낙청연은 사실 지도가 필요 없다. 그녀는 전체 제사 일족 중에서 아마 취혼산에 대해 가장 잘 알고 있는 사람일 것이다. 그녀가 1등이라고 하면 감히 2등을 인정하는 자는 없을 것이다.하지만 낙청연은 여전히 우유의 호의를 거절하지 않았고,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하룻밤이 지났다. 황후도 침궁에서 초조하게 소식을 기다리고 있었다.고묘묘는 한가로이 의자에 앉아 차를 마시며 말했다.“모후, 걱정하지 마십시오. 이번에 낙청연은 분명 죽었을 겁니다.”그런데 말이 끝나기 바쁘게, 궁녀가 들어왔다.“황후 마마, 공주께 아뢰옵니다. 조금 전 제사 일족 사람이 와서, 하령과 온심동이 사라졌다고 합니다!”이 말을 들은, 고묘묘는 꼬고 있던 다리를 내려놓고 벌떡 일어섰다.황후는 몸을 바르게 앉더니 물었다.“뭐라고?”고묘묘가 급히 물었다. “그럼, 낙청연은? 낙청연은?”궁녀는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살아있습니다.”이 말을 들은, 고묘묘는 화가 나서 찻잔을 움켜잡더니, 세차게 땅에 집어 던졌다.“하령과 온심동은 대체 무슨 짓을 하는 거야! 마지막 기회도 제대로 잡지 못하다니, 어떻게 낙청연을 살아서 빠져나오게 한단 말이냐! 쓸모없는 놈!”고묘묘는 내심 가득 낙청연의 사망 소식을 기다리고 있었다.그런데 그녀를 기다리는 건, 또 한 번의 충격적인 소식이었다.낙청연이 또 죽지 않았다!낙청연이 왜 아직도 죽지 않았단 말인가!
다음 날, 해 질 무렵.탁장동은 사람을 데리고 낙청연의 정원 밖에 도착했다.그 자세만 보면, 모르는 사람은 싸우러 온 줄로 생각할 것이다.“낙청연, 산으로 들어갈 시간이 다 되었다. 인제 와서 또 비겁하게 숨은 건 아니겠지?”말이 떨어지자, 낙청연이 정원에서 걸어 나왔다.우유가 따라 나와, 상대방이 데리고 온 사람들을 훑어보더니, 낙청연의 소매를 잡아당기며, 소곤거렸다. “이 사람들은 모두 제사 일족의 정예들이고, 거의 다 취혼산에 들어가 본 적이 있는 사람들이야.”낙청연은 우유의 뜻을 알고 있었다. 탁장동이 이렇게 많은 사람을 데리고 산에 들어가는 이유는 바로 그녀를 죽이기 위해서이다.“가자!”낙청연은 발걸음을 옮겨 걸어갔다.우유가 빠른 걸음으로 따라가며 말했다. “내가 같이 가겠다.”“탁장동이 이렇게 많은 사람을 데리고 가는데, 넌 거들어 줄 사람 한 명 없지 않으냐?”낙청연은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만약 위험한 상황에 부딪치면, 나 혼자 몸은 잘 피할 수 있어도, 두 사람은 목표가 너무 커진다.”“별일 없을 거니까, 걱정하지 말거라.”“사람이 많다고 능력도 뛰어난 건 아니니까!”탁장동이 이렇게 많은 사람을 데리고 산에 들어가는 이유 중 하나는 낙청연을 죽이는 것이 맞지만, 다른 이유는 틀림없이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서일 것이다.위험천만한 취혼산에서 탁장동이 시간을 내서 낙청연을 죽이기란 결코 쉽지 않다.그러니 사람을 많이 데려가서 자신을 보호해야 한다.곧이어 낙청연은 탁장동 등 사람들과 산에 올라갔다.취혼산 기슭에 도착했을 때, 날은 이미 어두워졌다.그리고 이번에, 낙청연은 진정한 취혼산에 도착했다.막 석비를 넘어서자, 짙은 음살기가 얼굴을 덮쳤다.청봉산은 이곳과 비교하면, 그야말로 하나는 이승이고 하나는 지옥이다.밤에 산에 들어가니, 음살기는 대낮보다 수십 배는 강했고, 위험도 또한 대낮보다 백배는 더 높았다.탁장동은 옆에서 걸으며, 냉소하더니 말했다. “넌 처음 산에 들어와 보니, 아직 취혼산의 공포를 느껴보지
낙청연은 신속하게 반응하여, 즉시 몸을 옆으로 피했다.이때 탁장동이 데려온 사람들이 역시 유용하게 쓰였다. 그들은 즉시 탁장동의 앞을 가로막아 섰고, 부적을 공중에 한가득 날렸다.그러나 이 정도의 부적으로는 온 하늘에 가득한 흑기를 대처하기에는 별로 큰 효과가 없었고, 잠시 물러서게 할 뿐이었다.이어서 더욱 맹렬한 공격이 뒤따랐다.이곳은 아직 취혼산에서 가장 위험한 곳이 아니었다. 하지만 칠흑 같은 어둠은 이미 당해낼 수 없을 정도로 무서웠다.“가자, 산으로 올라가자.” 탁장동은 기회를 엿보더니, 혼자 재빨리 도망쳤다.다른 사람들도 즉시 대량의 부적을 날려, 진법을 형성하여, 잠시나마 온 하늘에 가득한 흑기를 막았다.그들도 즉시 철수했다.그들은 떠나기 전에, 낙청연을 힐끗 쳐다보더니, 전혀 망설이지 않고, 낙청연을 버려버렸다.탁장동도 뒤돌아보더니, 의기양양하게 웃었다.이제 낙청연이 갈기갈기 찢어지길 기다리면 된다!취혼산은, 산 사람은 감히 오지 못하고, 죽은 사람은 더더욱 올 엄두를 내지 못한다.여기에 오면, 강대한 악귀에게 먹혀버리고, 그들은 또 서로 삼켜 버림으로써 자신을 더 강대하게 키운다.이 산에서 살아남은 망령은 모두 흉악하기 그지없다.산 사람은 그들에게 모든 원한의 분출구다. 그들은 온 힘을 다해 공격하며, 상대방을 갈기갈기 찢어, 취혼산에 갇힌 원수를 갚는다.낙청연의 능력이 아무리 대단하다고 해도, 취혼산의 상황을 잘 모르면, 반드시 죽는다!탁장동 등 사람들은 신속하게 어둠 속에 사라졌다.그들 중 많은 사람은 취혼산에 들어왔던 적이 있다. 그들은 지금 어느 곳으로 가서 이 상황을 피해야 하는지를 너무나 잘 알고 있었다.탁장동과 그들이 철수하자, 이곳에 산 사람이라고는 낙청연 한 사람뿐이다.살아있는 물체의 숨결에, 원혼, 악귀들은 군침을 삼켰다.처량하고 귀를 찌르는 목소리가 끊임없이 울려 퍼졌다. 낙청연은 신속하게 공격을 피했다.곧이어 그녀는 천명 나침반을 꺼냈다.곧바로 금진이 펼쳐졌고, 금빛이 반짝이더니, 수
이건 말도 안 된다!누군가 겁에 질려 물었다. “우리 설마…… 귀신을 본 거 아니야?”그들 중 많은 사람은 취혼산에 와봤기 때문에, 취혼산의 위험을 알고 있다.산 중턱에 무사히 도착할 수 있었던 사람은, 제사 일족이 존재하고부터 지금까지 오직 세 사람만이 가능했다.그중 한 분은 그들이 다 잘 알고 있는 선임 대제사장 낙요이다.그분은 절세기재이다.낙청연이 어떻게 그분과 비교할 수 있겠는가!탁장동은 이를 뿌드득 갈며 낙청연을 노려보더니 말했다. “출발한다!”그녀는 오늘 반드시 낙청연을 죽여버리고 말 것이다!위로 올라갈수록, 주위는 더 고요했다.취혼산의 악귀는 흉악하고 강대할수록, 자신의 영역을 차지하고 있다.그래서 만일 다른 잡귀들이 침입하면, 그들을 삼켜버린다.그러니 위로 올라갈수록, 잡귀들을 볼 수 없다.위에는, 가장 강한 큰놈만 남아있다.넓은 평지에 도착하니, 이곳은 나무 그늘이 없었다.밝은 달빛은 흙 속에 드러난 오싹한 백골을 훤히 비추었다.여기저기 다 백골이었다.음살기가 짙었고, 사면팔방은 모두 그 음산한 숨결이, 그들을 둘러싸고 있었다.탁장동은 즉시 숨을 죽였다.이곳을 지나갈 생각이었다.다른 사람들도 따라서 숨을 죽였다.그러나 그들은 일부러 낙청연에게 알려주지 않았다.그들은 가벼운 걸음으로, 긴장해서 앞으로 걸어갔다.음산한 음한 기운은 사람들의 등에 붙은 것처럼 등골이 서늘해졌다.그러나 누구나 감히 뒤돌아보지 못했다.그저 숨을 죽이고 묵묵히 앞으로 걸어갔다.하지만 낙청연은 거리낌 없이, 시원하게 숨 쉬고 있었다.갑자기, 그녀의 등 뒤에 차가운 기운이 기어 올라왔다.그 차가운 것이 서서히 그녀의 목덜미까지 번졌다.그것은 그녀의 숨결을 느끼더니, 낙청연을 공격하려고 했다.그런데 그 순간, 낙청연이 갑자기 고개를 확 돌리더니, 익살스러운 표정을 지으며, 비명을 질렀다.창백한 얼굴이 낙청연의 등 뒤에 바짝 달라붙어 있더니, 공포에 질려 휙 날아 가버렸다.귀를 찌르는 듯한 목소리와 함께 붉은 옷의 그림자가
“주인님, 어디 다녀오셨습니까? 주인님을 못 본 지 너무 오래됐습니다.”낙청연은 감개무량했다. “나가서 단련을 좀 했다.”“단련? 주인님은 이렇게 강한데, 단련이 웬 말입니까?”“내가 떠난 후, 취혼산에 무슨 일이 있었느냐?”여인이 대답했다. “북산의 청면료아(青麪獠牙)가 주인님이 돌아가신 줄 알고, 여러 번 봉인에 돌진한 결과 봉인은 이미 느슨해졌습니다.”“그를 제외한 다른 사람들은 다 이심이 없습니다! 저는 주인님께서 꼭 돌아올 줄 알았습니다.”낙청연은 고개를 끄덕이었다. “이번에 산에 올라온 사람들이 많다. 그들 앞에서 내가 네 주인이라는 사실을 들켜서는 안 된다.”“예! 알겠습니다.”“물러가거라.”곧이어 붉은색 옷을 입은 여인은 어둠 속에 사라졌다.낙청연은 계속해서 앞으로 걸어갔다.탁장동 등 사람들은 아주 멀리 도망갔다. 전방은 다른 악귀 영역이어서, 어쩔 수 없이 잠깐 쉴 수밖에 없었다.“이번에 낙청연은 죽었겠지?”“죽었을 겁니다. 그 붉은 옷을 입은 여인은 잔인하기 짝이 없습니다. 산 사람만 보면 삼켜버리고, 몸이 썩을 때까지 그 몸을 차지합니다.”“이번에 낙청연은 온전한 시신조차 남지 못할 겁니다.”탁장동은 그제야 약간 시름을 놓을 수 있었다.하지만 바로 그 순간.그 익숙한 모습이 또다시 그들의 시선에 나타났다.여전히 온몸에 다친 곳 하나 없었다.몇 사람은 대경실색하며, 즉시 일어나 경계했다.어떤 사람은 겁에 질려 제자리에 굳어 버렸고, 또 어떤 사람은 즉시 부적을 내던졌다.그들은 모두 낙청연은 이미 붉은색 옷을 입은 여인에게 몸을 뺏겼다고 생각했다.그러나 부적들은 낙청연의 몸에 날아가더니, 또다시 나풀나풀 땅에 떨어졌다.누군가 놀라서 소리쳤다. “어떻게 된 거야? 낙청연 몸에 음살기가 없어!”“낙청연 몸에 귀신이 들어가지 않았어!’탁장동의 안색은 변했다. 낙청연을 보는 그녀의 눈빛에 두려움이 더해졌다.어떻게 된 일일까?낙청연은 입꼬리를 올려 살짝 웃으며 말했다. “잡귀일 뿐인데, 이 정도로 놀라다니
“나는 더 이상 당신의 상대가 안 되오.”낙요는 고개를 돌려 바둑판을 보며 입꼬리를 살짝 올렸다.“당신을 이기기 위해서가 아니라, 당신과 함께 바둑을 두며 답답함을 풀기 위해서요.”부진환은 바둑알을 하나하나 거두었다.낙요는 실눈을 뜨고 하늘을 바라보며 손을 뻗었다. 햇빛이 손가락 사이로 새어 나왔다.“그러고 보니, 나의 답답함을 풀 사람은 당신뿐이오.”“심시몽은 어의원의 심사를 통과하고 정식으로 어의원에 들어가게 되었소. 그리고 강소풍의 집안에서도 그들의 혼사를 승낙하여 두 사람은 곧 혼사를 올릴 것이오.”“갑자기 심면과 낙현책도 혼사를 올려야 하지 않겠느냐는 생각이 들었소.”부진환이 웃으며 말했다.“일찍이 혼인할 나이가 되었지만, 아이들도 조급해하지 않는데 왜 그렇게 걱정하오?”낙요가 입꼬리를 살짝 올리며 여유롭게 말했다.“걱정하지 않소. 대소사를 모두 당신이 걱정하고 있지 않소? 초경의 수위가 있으니, 몇 년이 지나도록 용모가 변하지 않았소. ”“나 같으면 그렇게 걱정을 많이 했으니, 일찌감치 늙었을 것이오.”몇 년 동안 부진환은 그녀를 도와 적지 않은 조정의 일을 분담했다.그녀도 부진환의 동반에 습관이 되었다.갑자기 무언가 떠오른 낙요는 자리에서 일어나 부진환을 바라보며 손바닥에 턱을 괴고 물었다.“이 나이가 되니, 아이를 낳지 않은 것을 후회하오?”“걸을 수 없을 정도로 늙었을 때, 다른 사람의 자식들이 단란히 모여있는 것을 부러워할 것이오? ”부진환은 손에 든 물건을 내려놓고 진지하게 그녀를 보며 대답했다.“후회하지 않소.”“사람은 너무 욕심을 부려서는 안 되오.”“게다가 당신은 여제요. 당신이 늙었다고 해도 누가 감히 푸대접하겠소?”“당신이 조용히 지내는 것이 좋다고 하면 난 당신과 함께 있을 것이오. 초경의 수위로 늦게 늙는다고 하지 않았소? 앞으로 당신이 늙으면 내가 당신을 부축하고 업고 다닐 것이오.”낙요는 입꼬리를 살짝 올렸다.“참 좋소.”이듬해 가을.심시몽은 강소풍과 혼사를 올렸고 어의원 5품
강소풍은 고개를 끄덕이다 다급히 고개를 저으며 어찌할 바를 몰랐다.“아니오. 그런 뜻이 아니오. 어머니께서는 마음에 들어 하셨소.”설명할수록 강소풍은 상황이 복잡해지는 것 같았다.심시몽은 어두운 표정을 지었지만, 여전히 그를 위로했다.“자네의 뜻을 알고 있소. 설명할 필요 없소.”“시몽... 미안하오! 하지만 나는 포기하지 않을 것이오. 방법을 강구하여 어머니에게 자네의 진정한 모습을 보여줄 것이오. 분명 어머니도 자네를 받아들일 것이오. ”그 말에 심시몽은 살짝 놀라 의아한 듯 고개를 들어 그를 바라보았다.“나와 헤어지려는 것이 아니었소?”심시몽은 강소풍이 특별히 그녀를 찾아와 이 일을 설명하는 것을 보고, 그녀와 연을 끊으려는 것이라고 생각했다.“아니요. 그럴 리가 있소.”“나는 단지 이전의 약속을 지킬 수 없을 뿐이오. 이번 달 안에 혼담을 꺼낼 수 없을 텐데, 나를 기다려줄 수 있소?”“말재주가 좋지 않아 대체 어떻게 설명해야 할지 모르겠소. 어머니께서는 자네가 연약하고 힘없다고 생각하시오. 앞으로 내가 출정하면 자네가 홀로 집안을 지킬 텐데, 우리에게 좋지 않은 선택이라 생각하시오. ”이 말을 듣고 심시몽은 대충 뜻을 알아차렸다.“어머니께서는 문무를 겸비한 며느리를 원하고, 자네와 함께 전쟁터에 나가서 떨어져 있지 않아도 되기를 원하시오.”“나는 비록 무공을 할 줄 모르지만, 그래도 해낼 수 있소.”고개를 들어 올린 심시몽의 눈빛은 밝았다..강소풍은 놀라기도 했고 기쁘기도 했다.“정말이오? 여전히 나와 함께 있고 싶소? 포기하지 않을 것이오?”심시몽은 고개를 끄덕였다.“나를 위해 그렇게 많은 일을 했는데, 어찌 쉽게 포기할 수 있소? 자네가 포기하더라도 나는 포기하지 않을 것이오.”“강가는 장군 집안이라 분명 우리 언니와 같은 여인을 좋아할 것이오. 난 비록 언니와 비길 수 없지만 그래도 노력할 것이오.”“여제께서 나에게 약옥을 주었소. 만약 순 의원과 의술을 배울 수 있다면 어의원에 들어갈 기회가 있소.”“성공
이 말을 듣고 심시몽은 약간 의아해했다.“공주는 저를 탓하지 않습니까...”“그분은 공주시다. 천하를 품고 있는데, 어찌 네가 범한 작은 잘못을 추궁할 리 있냐?”“지금 너의 변화를 보면 공주도 더 이상 너를 탓하지 않을 것이다.”“하지만 차려야 할 예의는 없어서는 안 된다. 시간이 나면 공주에게 감사하다고 인사를 전하거라.”심시몽은 연신 고개를 끄덕였다.“예. 내일 가겠습니다.”“저는 먼저 약옥을 넣고 의관에 가겠습니다.”심시몽은 기쁜 마음에 빠른 걸음으로 달려갔고, 의기양양한 분위기를 풍겼다. 조금도 방금의 의기소침함이 없었다.심면도 기뻤다.모두가 만족스러운 결과를 얻은 것 같다.하지만 그와 동시에, 강소풍이 집에서 어머니와 싸우고 있었다.“안 된다고 하면 안 되는 것이다! 너를 현학서원에 보내 양성하는 것도 앞으로 네가 큰 성과를 거둘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다. 그러니 너도 마땅히 너와 어울릴 만한 부인을 얻어야 한다. 너와 전장을 누비며 적을 죽이는 그런 사람 말이다.”“힘없이 연약하게 집안에서 서방이 돌아오기를 손꼽아 기다리는 그런 평범한 아가씨는 안 된다.”“이전에 그 심시몽을 위해 집안의 빙천영지를 훔쳤고, 심지어 벌을 받고도 물건이 어디로 갔는지 말하려 하지 않았다. 난 그때부터 심시몽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그런데 지금 그 아이와 혼사를 올리려는 것이냐?”“말도 안 된다!”강부인은 단호한 태도로 조금도 말을 바꾸려 하지 않았다.강소풍은 내키지 않는 듯 반박했다.“심시몽이 평범하다니요? 어떻게 평범하다는 말입니까? 심시몽은 그저 무공이 부족할 뿐입니다. 세상 사람들이 모두 무예를 익혀야 하는 것은 아니지 않습니까?”“하물며 그녀의 언니는 이미 태자로 봉해졌습니다. 그러니 심시몽도 좋은 아가씨라는 것을 설명할 수 있지 않습니까?”강부인은 콧방귀를 뀌었다.“언니는 언니이고, 심시몽은 심시몽이다. 어찌 동일하게 논할 수 있겠냐?”“강가는 권세에 빌붙지 않고, 심시몽의 언니가 태자라는 것을 봐서 그녀를 맞이하려
“나중에 자네가 신의가 될지도 모르오.”심시몽이 웃으며 말했다.“자네의 좋은 말대로 되길 바라오.”모두 술을 마시며 음식을 먹고 있었다. 심면이 임계천에게 물었다.“자네는? 어디로 가고 싶소?”“나라에 보답할 수 있다면 어디든 좋소.”임계천이 담담하게 웃었다. 그는 특별히 가고 싶은 곳이 없었기에 그저 궁의 안배를 기다리고 있었다.다들 기분이 좋았고 투지가 넘치고 미래에 대한 동경으로 가득 차 있었다.술을 너무 늦은 시각까지 마셔서 그들은 심가에서 묵었다.오전이 되자, 각 집안의 하인들이 부랴부랴 사람을 찾아왔다. 몇 사람은 술에 취해 인사불성이 되었지만, 여전히 집으로 끌려갔다.궁에서 명을 받았기 때문이다.강소풍은 금군 기사영 통령으로 봉해져 도성과 황궁의 안위를 지키게 되었다.임계천은 형부로 전근되었다.소우청과 봉함선은 수주의 군영 부장군으로 명을 받았다.소우청의 행처는 그의 아버지 소진오가 좋은 경험을 하기를 바라며 부탁한 것이다.낙요는 봉함선이 여인이기에 그녀를 그렇게 멀고 험한 곳으로 보내고 싶지 않았다. 하지만 그녀는 주동적으로 수주에 갈 것을 청구했다.봉함선이 말했다.“여국은 역대로 여 장군이 없었습니다. 저는 첫 번째 여장군이 되고 싶습니다.”“만약 힘들고 험한 곳이 아니라면 어찌 제가 포부를 발휘할 수 있겠습니까?”낙요는 그녀의 담력과 야심을 높이 사고 그녀의 청을 승낙했다.“나는 네가 여국의 첫 번째 여장군이 되기를 기대한다.”이들 외에 현학서원의 다른 학생들도 그들로 하여금 실력을 발휘할 수 있는 새로운 행선지를 얻었다.유독 심시몽에 대해, 낙요는 따로 안배를 해주지 않았다.백서가 걱정했다.“어찌 유독 심시몽만 얘기가 없으십니까? 심시몽이 알면 마음이 편치 않을 것입니다.”낙요가 웃었다.“아니다. 이미 심면을 시켜 심시몽에게 한가지 물건을 보냈다.”백서는 살짝 놀랐다.“일찍이 계획이 있으셨군요.”이때의 심시몽은 홀로 넋을 잃고 연못가에 앉아있었다. 그녀의 마음은 마치 흩날리는 낙엽처럼 어수
유생이 드디어 알아차렸다.“그랬구나. 내가 어찌 이걸 잊은 것이냐.”“난 정말 운이 좋은 것 같구나. 이렇게 운 좋게 제사장 자리를 주울 수 있으니.”심면이 답했다.“아닙니다. 전에 제가 청주 전쟁에서 조난했을 때, 제자들을 통솔해 적과 싸우지 않았습니까? 현책보다 능력이 훨씬 뛰어났습니다.”“사저가 소제사장이 되는 것이 가장 적합합니다.”이렇게 칭찬하는 것을 듣고 유생은 쑥스러워하며 낙현책을 힐긋 쳐다보았다.“네가 이렇게 말하면 낙현책이 기뻐하지 않을 것이다.”낙현책이 웃으며 답했다.“그녀가 말한 것은 내가 하고 싶은 말이다.”“너는 나보다 대제사장이 더 잘 어울린다.”“나는 무학에서 너보다 좀 나을 뿐이다. 정말 대제사장이 되려면 너보다 잘할지 모를 일이다.”“다만 제사장 일족의 심사에는 이런 것이 없었다.”“하물며 나도 대제사장이 될 생각을 한 적이 없다. 내가 하고 싶은 것은 단지 여제가 기뻐하기를 바랄 뿐이다.”이 말을 듣고 유생은 마음이 놓였다.“불쾌하지 않았다면 다행이구나. 권력과 지위 앞에서 네가 이런 결정을 내릴 수 있다니, 정말 대단하구나!”“한 잔 권하마!”유생이 술잔을 들었다.바로 이때, 갑자기 대문이 열렸고, 사람이 도착하기도 전에 먼저 목소리가 들렸다.“사람이 아직 도착하지 않았는데, 왜 벌써 마시는 것이오?”“우리를 기다리지 않는다니, 의리가 없소!”몇 사람이 고개를 돌려 바라보니, 강소풍과 임계천이 술병을 들고 오는 것이 보였다.“오늘 밤 다들 왔구나!”“자, 심면과 유생을 위해 한 잔 하세!”모두 자리에 앉아서 잔을 들어 함께 마셨다.그렇게 한참 마시다 보니 술에 취한 강소풍이 흥분한 듯 입을 열었다.“얼마 지나지 않아 심가에 겹경사가 닥칠 것이오.”모두 멍해졌다.강소풍은 낙현책과 심면을 바라보았다.“여제가 두 사람의 일을 인정했으니, 언제 혼사를 치르는 것이오?”심면은 갑자기 얼굴을 붉어지며 황급히 강소풍에게 술을 따라주었다.“술을 마셔도 자네의 입을 막지 못한 것이오?”
“저희가 어찌 가족입니까?”“50냥의 이득을 본 걸 후회한다면서요?”이 말이 나오자 다들 얼굴이 새파랗게 질렸다.그들은 그제야 유생이 그날 밤 그들의 대화를 모두 들었다는 것을 깨달았다.어쩐지 상자를 도둑맞았더라니.유룽은 체면을 깎으며 사과했다.“유생아, 우리는 한 가족이니 티격태격하는 것도 정상이다. 그러나 다들 나쁜 생각은 없다.”“이전의 일은 모두 나의 잘못이다. 이렇게 너희들에게 사과하마!”“오늘 저녁 집으로 돌아가자. 너를 위해 잘 경축해야지 않겠느냐!”둘째아버지와 셋째 아버지도 모두 따라서 사과했다.집안 재산을 나누겠다고 얘기한 그날 그들이 각박한 만큼 지금 아주 자상했다.“유생아, 집으로 가자. 지나간 일은 잊고, 우리 가족 다시 시작하는 게 어떠냐?”“그래. 가족이 함께 지내면 얼마나 시끌벅적하냐? 따로 이곳에서 지내면 쓸쓸하지 않으냐?”“우리 집에 좋은 술도 두 병 간직하고 있는데, 유생을 축하하러 오늘 꺼내마!”유생은 표정을 바꾸지 않고 차분하고 차갑게 말했다.“다들 시간 낭비하지 마십시오.”“집안 재산을 나누고 연을 끊었는데, 어찌 번복할 사람이 있겠습니까?”“잘살든 못살든 더 이상 유가와 관계가 없습니다.”“다들 가시지요. 굳이 우리 집 앞에서 매달리려 한다면, 관아에 신고할 것입니다.”말을 마치고 유생은 방안으로 돌아와 차갑게 문을 닫았다.문밖의 사람들은 후회에 휩싸였다.게다가 둘째는 첫째를 원망하기 시작했다.“형님 탓입니다. 제사장 자리가 발표되기도 전에 넷째네를 쫓아내더니, 지금은 어떻게 하려는 것입니까?”셋째도 불평했다.“유생은 앞으로 대제사장이 될 것이오. 앞으로 유생 덕을 보긴커녕 이렇게 소란을 피웠으니, 앞으로 우리를 난처하게 할 수도 있소...”유롱은 짜증을 참지 못하고 말했다.“어찌 또 내 잘못이 되었냐?”“애초에 심사 결과가 나오자, 다들 하나하나 달려와서 유생네가 끝났다고, 그들 일가를 헛되이 잘해줬다고 하지 않았냐? 너희들이 모두 동의했기 때문에 넷째 일가를 쫓아낸 것이
자리에 있던 사람들은 매우 놀랐다.유가 사촌들은 냉기를 한 모금 들이마셨다.유생도 경악한 표정을 지었다.“왜 제가...”왜 낙현책이 아닌가?장 총관이 웃으며 말했다.“어서 명을 받으시지요. 소제사장”유생은 정신을 차리고 마음속으로 미친 듯이 기뻐하며 얼른 명을 받고 고마움을 전했다.장 총관은 자리에 있던 병사들을 힐긋 보고 유생에게 친절하게 물었다.“소제사장, 무슨 문제가 있습니까? 제가 처리할 필요가 있습니까?”유생은 웃으며 말했다.“필요 없습니다. 고맙습니다!”“어찌 사양하십니까? 제가 필요한 곳이 없다면, 이만 궁으로 돌아가 명을 전해야 합니다.”“예. 바래다 드리겠습니다.”유생은 장 총관을 골목 밖까지 배웅했다. 장 총관이 의미심장하게 일깨워주었다.“아가씨는 아직 소제사장의 권력을 모르고 있을 수도 있습니다. 도성에서 제사장의 권력은 여제와 대제사장에 버금갑니다.”“태자와 동등한 권력입니다.”“이런 사소한 일은 직접 처리할 필요도 없으니, 제게 한마디만 분부하면 됩니다.”유생은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일깨워 줘서 고맙습니다.”“오늘 여제께서 태자도 정하셨습니까? 심면입니까?”장 총관은 고개를 끄덕였다.“예. 심가에 뜻을 전하고 왔습니다.”장 총관을 떠나보내고 유생은 기쁨으로 가득 차 있었다. 그녀는 선택받을 줄 전혀 생각하지 못했다.분명히 낙현책한테 졌기 때문이다.심면도 태자로 봉해져서 참 좋았다.오늘 밤 심면을 찾아 축하하려면, 이 문제를 빨리 해결해야 한다.그녀는 빠른 걸음으로 문밖으로 돌아갔다.병사들은 즉시 공손한 태도를 바꾸어 그녀에게 예를 올렸다.“소제사장, 오늘 분명 오해일 것입니다. 저희는 먼저 떠나겠습니다.”유생이 차가운 소리로 호통을 쳤다.“멈추거라!”그들은 뻣뻣하게 자리에 서서 고개를 숙이고 땀을 뻘뻘 흘렸다.제사장의 말 한마디에 그들은 직무를 잃을 수도 있다.“수사를 더 해야 하는 거 아니오? 안 하시오?”“저희가 감히 소제사장의 집을 수색할 용기가 어디 있겠습니까? 오
낙현책은 고개를 끄덕였다.“나도 궁을 나가려던 참이다. 함께 가자.”유생은 단번에 알아차렸다.“심면을 찾으러 가는 것이냐?”“심사 결과가 나온 후, 심면을 만나지 못했구나.”“심면도 무슨 일이 생긴 것이냐?”낙현책은 생각에 잠긴 듯 말했다.“그런가 보구나.”“내가 도울 일이 있으면 언제든지 얘기하거라.”“그래.”두 사람이 함께 궁으로 나온 후 유생은 바로 집으로 돌아갔고 낙현책은 심면의 집으로 향했다.유가의 골목에 도착하자마자 시끄러운 소리가 들렸다.관아의 사람들이 유생의 집 앞을 막고 그녀의 부모님을 잡고 그들을 관아에 데리고 가려 했다.옆에는 그녀의 사촌들이 있었다.안색이 바뀐 유생은 다급히 달려갔다.“그만하시오!”“뭐 하는 것이오?”유생은 바로 부모님을 뒤에 감쌌다.유롱은 화가 난 표정으로 그녀를 바라보았다.“뭐 하냐니? 집안 재산을 나누었으니, 유가와 이젠 연이 없는 것이다. 집안 재산도 주지 않겠다고 했는데, 어찌 유가의 물건을 훔치는 것이냐? 그 상자에는 족히 수십만 냥이 있다!”“감히 너희랑 아무 연관도 없다고 할 수 있느냐?”유생은 그들이 이렇게 빨리 찾아올 줄 몰랐고, 관리에게 고소할 줄도 몰랐다.“우리가 훔쳤다는 증거라도 있습니까?”“증거도 없이 저희를 잡다니, 법을 따르셔야죠.”유롱이 노발대발하며 말했다.“유가 사람들이 네가 돌아온 것을 봤다!”“변명하지 말거라. 할 말이 있으면 감옥에 가서 변명하거라!”물건을 잃어버리고 그들이 유일하게 의심하는 사람은 유생이다.대가를 치르더라도 그들은 그 돈을 되찾으려 했다.“내가 돌아갔다고 돈을 훔쳤다는 것입니까? 농이 심하십니다!”“관청에 따라서 갈 수 있지만, 저희 부모님과는 연관이 없습니다. 증거가 없으면 함부로 사람을 잡을 수 없습니다!”유롱이 화를 냈다.“네 아버지와 어머니도 한패다! 당연히 관아로 데려가야 한다!”“나으리, 그들은 수십만 냥을 훔쳤습니다. 결코 적은 액수가 아닙니다. 나리께서 반드시 돈을 되찾아 주시기를 간청합니다!”
조영궁.심사 결과가 나온 후 오랫동안 기다리던 낙요는 드디어 낙현책이 오는 것을 기다렸다.“여제.”낙현책은 고개를 숙이고 여제를 마주할 엄두가 나지 않았다.“심사 결과가 나온 지 오래됐는데, 어찌 이제야 나를 찾아온 것이냐? 잘 고려한 것이냐?”낙현책은 고개를 끄덕이며 무릎을 꿇고 자리에서 일어나지 못했다.“여제를 실망하게 했습니다!”이 말을 듣고 낙요는 그의 결정을 알아차렸다.“일단 일어나서 얘기하거라.”낙현책은 무릎을 꿇고 일어나지 않았다.“여제의 가르침을 저버렸습니다. 저는 대제사장 자리를 감당할 수 없습니다!”낙요는 다소 실망했지만 그래도 의외는 아니었다.“잘 생각했느냐? 이 일은 번복한 기회가 없다.”낙현책이 세게 고개를 끄덕였다.“오랫동안 심사숙고한 후 내린 결정입니다.”“제가 여제를 실망하게 했습니다.”지금까지 이렇게 노력했고 최종 심사에서 1등까지 하였는데, 여제를 실망하게 했다.낙요는 자리에서 일어나 그를 일으켜 세웠다.“실망하지 않았다.”“네 실력은 모두가 다 알고 있다. 어찌 실망했겠느냐? 네가 후회하지 않으면 된다.”“이미 결정을 내린 이상 더 이상 그렇게 많은 생각을 하지 말거라. 마음을 놓고 네 목표를 향해 가거라.”“나는 네 결정을 존중한다!”여제가 화를 내지 않자, 낙현책은 그제야 한숨 돌렸다. 그는 감동에 겨웠다.“고맙습니다.”낙요는 그가 기뻐하는 모습을 보고 입꼬리를 살짝 올렸다.“그동안 심면을 만나지 않았겠구나? 어서 네 결정을 알리러 가거라.”낙현책은 고개를 끄덕이고 궁을 나갈 준비를 했다.그동안 심면도 고민하고 있었을 것이다. 두 사람에게 있어 정말 어려운 문제였다.누군가는 무언가를 포기해야 하기 때문이다.낙현책이 궁을 나서려는데 제사장족 제자가 그를 가로막았다.“유생이 궁에서 자네를 기다리고 있소. 급한 일이 있는 것 같소.”“급한 일? 알겠소.”유생은 그동안 궁에 있지 않았다. 갑자기 궁으로 찾아온 것을 보아, 중요한 일이 있는 듯했다.먼저 그녀를 만나고 궁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