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청연은 별로 신경 쓰지 않았으며, 담담하게 웃으며 말했다. “네 걱정이나 하거라. 대제사장 자리가 누구에게 차려져도, 너는 다시는 기회가 없다.”이 말을 끝내고, 낙청연은 몸을 돌려 떠나갔다.뒤에서, 채찍질 소리가 들려왔다. 온심동은 몇 번은 잘 참더니, 결국 참지 못하고 비명을 질렀다.대뢰에서 걸어 나가자, 밖에는 이미 제사 일족 사람들이 와 있었다.그중에 하령과 탁장동도 있었다.뒤에 한 무리의 사람들이 따랐다.낙청연을 보더니, 두 사람은 그녀에게 매서운 눈길을 보냈다.다만 그들은 대뢰로 들어가고 싶었지만, 제지당했다.“온심동은 중요한 범인이니, 당신들은 만날 없소.”하령은 화를 내며 낙청연을 가리키며 말했다. “저 여인이 조금 전 대뢰에서 나오지 않았소? 그녀도 만날 수 있는데, 왜 우리는 만날 수 없단 말이오?”옥졸이 대답했다. “이건 폐하의 명입니다. 불만이 있으면, 폐하를 찾아가시오. 우리는 그렇게 많은 걸 상관하지 않소. 그저 명령에 따라 일을 할 뿐이오.”그들도 계속 남을 난처하게 굴고 싶지 않았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그만두었다.몸을 돌려, 탁작동이 낙청연을 노려보며 말했다. “너 대체 무슨 짓을 한 거야?”하령도 온통 화가 난 모습이었지만, 무슨 소용이 있겠는가? 지금의 하령은 이미 폐물과 다름없는데!그저 노려보는 수밖에 없었다.낙청연은 피식 웃더니 말했다. “너희들은 응당 온심동이 무슨 짓을 했는지 물어봐야 하는 거 아니냐?”“내가 뭘 해야 그녀를 이 지경이 되도록 만들 수 있겠느냐?”탁장동은 분노하여 앞으로 달려와 말했다. “궁 안의 모든 사람은 모두 네가 대제사장 자리를 탐내는 걸 알고 있다. 네가 아니면 누구겠느냐?”“네가 대제사장이 되는 건, 아무도 동의하지 않는다!”“우리 제사 일족이 동의하지 않는 한, 대제사장 자리에 앉을 생각은 꿈도 꾸지 마라!”다른 사람들도 덩달아 맞장구를 쳤다. “그래! 우리가 동의하지 않으면, 넌 꿈도 꾸지 마라!”낙청연은 싸늘하게 웃으며, 탁장동을 쳐다보았다.“탁
온심동이 대제사장 자리에서 내려왔다. 그럼, 지금 전체 제사 일족 중에, 실력이 그나마 강한 사람은 탁장동이다.그러나 온심동은 이미 여국에서 수백 년 동안 실력이 가장 약한 대제사장이다.그러니 탁장동은 더욱 말할 것도 없다.예전에 제사 일족은, 대제사장이 자리에 앉은 후, 바로 제자를 받는다.대부분 제자 두 명을 받는데, 실력이 더 강한 쪽이, 대제사장이 사라지거나, 혹은 사망 후, 대제사장 자리를 물려받게 된다.하지만 낙청연은 그때 대제사장이 된 후, 미처 제자를 받지 못했다.제자 선정을 고려한 적도 있었지만, 모든 게 준비되지 않았다.그리고 바로 횡사했다.역대 가장 일찍 죽은 대제사장인 셈이다.그래서 후계자가 없고, 사매가 대신 한 것이다.그러나 지금, 이 사매도 더 이상 대제사장이 될 수 없으니, 제사 일족 중에서 실력이 가장 강한 자를 선정해야 한다.낙청연이 제사 일족이 아니라는 이유만으로, 황후와 그들은 여러 견해를 내놓으며, 그녀를 절대 대제사장이 될 수 없게 할 것이다.그래서 온심동이 무너졌다고 낙청연이 그 자리에 앉을 수 있는 것은 아니다.이때 탁장동이 의심을 많이 받게 되면, 이 대제사장 자리는 좀 더 비어있을 것이다.궁에서 나오자.랑목이 격동해서 달려왔다.“누이!”낙청연은 깜짝 놀랐다. 의아한 눈빛으로 그를 쳐다보며 말했다. “주락과 함께 객잔으로 가라고 하지 않았느냐? 이때까지 여기서 날 여기서 기다리고 있었느냐?”랑목은 고개를 끄덕이었다. “누이가 궁에 들어갔는데 마음이 놓여야지. 그래서 여기서 기다렸소.”“그럼, 가자꾸나. 우리 객잔으로 돌아가서 네가 언제 여국으로 왔는지 천천히 말해보거라.”객잔으로 돌아오자, 주락과 구십칠 둘 다 있었다.동행한 다른 사람들은 모두 쉬러 방으로 돌아갔다.낙청연은 술과 안주를 한 상 가득 주문하고, 랑목을 끌고 앉았다.“말해보거라. 이번에 대체 몇 명을 데리고 왔느냐?”랑목이 조용히 말했다. “솔직히 말하면, 이번에 몇 개 부족 사람을 데리고 왔소. 사실 누이를
말머리를 돌려, 랑목이 물었다. “누이, 언제 나와 만족으로 돌아갈 거요?”“여국도 보니까 별로 좋은 곳은 아니오. 차라리 나와 함께 만족으로 돌아가는 게 좋겠소.”“내가 미리 우리를 지원할 사람들을 배치해 놓으면, 그 누구도 우리를 막을 수 없소!”낙청연이 반찬을 집는 동작이 약간 멈칫하더니, 곧 젓가락을 내려놓으며 말했다. “랑목.”“나는 여국에서 아직 해야 할 매우 중요한 일이 있다. 이번에 어렵게 온심동을 무너뜨렸지만, 아직 대제사장 자리에 오르지 못했는데, 내가 어떻게 갈 수 있겠느냐?”이 말을 들은 랑목은 궁금해하며 캐물었다. “그런데 누이, 대제사장이 그렇게 좋소?”“그 온심동도 대제사장 아니었소? 그러나 그녀의 결말도 별로 좋은 것 같지 않았소. 황제와 황후에게 무릎 꿇고 살려달라고 빌고 있더구먼.”“누이, 만족으로 돌아가면, 모든 사람은 다 누이 말만 듣소. 누이 한마디면 절대 두말하지 않을 거요. 그러니 대제사장이 되는 것보다 통쾌하지 않소?”낙청연은 저도 몰래 웃음을 터뜨리며 말했다. “온심동은 온심동이고, 나는 나고.”“내가 만약 대제사장이 되면, 온심동처럼 무능하지 않을 거다.”“걱정하지 말거라. 별일 없을 거다. 넌 여국에서 며칠 더 머물다가 돌아가거라. 계속 여기 있으면 안 된다.”“바깥사람들이 우리 둘 다 모두 여국에 있는 걸 알면, 여국에 불리하다.”“너는 돌아가서 우리 집을 잘 지켜야 한다.”이 말을 들은 랑목의 마음은 약간 움찔했다. 곧이어 그는 단호하게 고개를 끄덕이었다.“알겠소. 누이 말을 따르겠소!”--온심동은 대뢰에서 반나절 동안 형벌을 당하고, 더 이상 버티지 못했다. 그녀는 피투성이가 된 채 대뢰에 갇혔다.제사 일족들은 처음에는 모두 대뢰 밖에서 기다렸지만, 기다리고 기다리다, 결국 하령만 남게 되었다.날이 어두워졌지만, 하령은 여전히 온심동을 만날 수 없었다.그런데 이때, 고묘묘가 왔다.“공주님!” 하령은 순간 긴장해서 앞으로 다가갔다.고묘묘는 담담한 눈빛으로 그를 힐끔 쳐다보
유심히 바라보니 하령이었다.하령의 긴장한 모습을 본 고묘묘가 말했다.“내가 약을 줬으니 죽지는 않을 것이다.”하령은 무척이나 감격했다.“감사합니다, 공주마마!”고묘묘가 하령을 지나쳐 가려는데 하령이 다급히 그녀의 앞길을 막으며 초조한 목소리로 말했다.“공주마마! 혹시 황후 마마를 뵐 수 있게 저를 데려가 줄 수 있겠습니까?”고묘묘는 눈살을 찌푸리며 그를 바라보았다.“뭘 할 생각이냐?”“저는 황후마마께 온심동을 구해달라고 청하고 싶습니다! 전 황후마마를 절대 실망하게 하지 않을 것입니다! 제발 저를 믿어주십시오, 공주마마!”고묘묘는 잠깐 머뭇거리다가 승낙했다.“날 따라오거라.”그들은 황후의 궁에 도착했고 하령은 곧바로 본론을 얘기했다.“황후마마, 부디 온심동을 구해주십시오!”황후는 의자에 앉아 느긋하게 차를 마셨다.“온심동을 구해달라고? 그 아이가 이번에 얼마나 큰 잘못을 저질렀는지 알고 있느냐?”“그 아이를 구하기가 그리 쉬운 일인 줄 아느냐?”바닥에 무릎을 꿇은 하령은 허리를 곧게 펴고 황후를 직시하며 결연한 눈빛으로 말했다.“황후마마, 전 이 일이 전부 낙청연이 꾸민 짓이라는 걸 알고 있습니다.”“낙청연은 온심동의 적일 뿐만 아니라 황후마마의 적이기도 합니다.”“이번에 해 영감이 갑자기 50만 냥의 장부를 조사하여 폐하께 드렸습니다. 그가 이렇게 큰 위험을 무릅썼다는 건 해씨 가문과 낙청연의 관계가 보통이 아니라는 것을 의미합니다.”“황후마마, 잊지 마십시오, 서오궁에는 해 귀비가 있습니다.”“낙청연의 능력과 수단으로 해 귀비가 폐하의 은총을 받는다면 황후마마께서도 위험하시지 않겠습니까?”그 말을 듣자 황후의 안색이 흐려졌다.고묘묘는 화가 난 얼굴로 하령을 걷어찼다.“무슨 헛소리를 하는 것이냐? 내 모후를 어찌 감히 서오궁의 미천한 해 귀비와 비교한단 말이냐? 해 귀비는 하루 종일 가식을 떨어대는 것이 얼마나 역겨운데!”해 귀비가 최근 새로운 춤사위를 배웠다는 걸 궁 안의 사람들은 다 알고 있었다.황제는 여유
낙청연은 5일 뒤에야 겨우 황제를 볼 수 있었다.드디어 대제사장의 일을 얘기할 수 있었다.황제도 곧장 본론을 꺼냈다.“온심동은 며칠 뒤 처형당할 것이다.”“짐은 이미 명령을 내렸으니 변하지 않을 것이다.”낙청연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 결과를 들으니 그제야 마음이 좀 놓였다.하지만 황제가 계속해 말했다.“역대 대제사장이라면 시련을 겪어야 사람들의 믿음을 얻고 대제사장이 될 수 있다는 걸 네가 알지 모르겠다.”낙청연이 대답했다.“들어본 적 있습니다.”“짐은 네 실력을 인정하고 네가 대제사장이 되는 것도 동의한다. 하지만 짐이 동의한다고 해서 다른 사람들도 동의하는 것은 아니다.”“짐이 듣기론 누구든 귀도라는 곳에 가면 구사일생이라고 하더구나. 공주도 예전에 귀도에서 다친 적이 있다.”“만약 네가 귀도의 보물을 가져올 수 있다면, 귀도의 유명세로 사람들이 널 인정하게 한다면 너에게 승산이 더 클 것이다.”그 말을 들은 낙청연은 의아했다.귀도?고묘묘가 귀도에서 다쳤던 건 낙청연이 일부러 고묘묘를 귀도로 유인해서였다.황제는 낙청연이 귀도에 상당히 익숙하다는 걸 모르는 것 같았다.그러니 그녀에게 귀도의 보물을 가져오는 것을 대제사장이 될 시련으로 정해준 것이다.그것은 낙청연에게 전혀 어렵지 않았다.귀도에는 보물이 없었기에 낙청연이 뭘 가져오든 보물이라고 하면 됐다.그 시련은 너무 쉬워 믿을 수 없을 정도였지만 낙청연은 굳이 그 얘기를 꺼내지 않았다.“네, 완성하겠습니다!”황제는 웃었다.“서둘러 큰소리치지는 말거라. 귀도가 얼마나 무시무시한 곳인지 짐도 알고 있다.”“제대로 수소문한 뒤 결정하는 것이 좋을 듯하다.”낙청연은 자신만만하게 웃었다.“고민할 필요 없습니다. 전 반드시 갈 겁니다. 폐하께서는 제 소식을 기다리시지요.”황제는 그 말을 듣고 크게 웃었다.“그래. 그러면 네 소식을 기다리겠다.”낙청연은 그곳을 떠난 뒤 곧바로 도성을 떠날 준비를 했다.하지만 이번에는 예전보다 더욱 떠들썩했다.“누이, 귀도에 대해 알
“무슨 헛소리를 하는 것이냐!”랑목은 다급히 자신의 뺨을 때렸다.“내가 잘못했소. 내가 잘못했소.”그렇게 그들 일행은 가볍게 귀도로 향했다.여행하러 간 것이라고 해도 과하지 않았다.랑목은 처음 여국에 온 것이기에 낙청연은 당연히 그가 여국의 풍경을 충분히 즐기게 할 생각이었다.며칠 뒤 마차가 암시장을 지나쳤고 낙청연은 마차를 멈추라고 했다.“구십칠, 암시장에 가서 내 오라버니와 의부, 의모를 만나 뵙거라.”구십칠은 살짝 놀랐다.“저 혼자 갑니까?”낙청연은 웃었다.“가고 싶지 않으면 안 가도 괜찮다. 우리랑 같이 귀도에 가자꾸나.”“돌아갈 때 여유가 없다면 암시장에 갈 수 없을지도 모른다.”구십칠은 잠깐 고민하다가 고개를 끄덕였다.“그러면 제가 한 번 가보겠습니다. 그리고 최대한 빨리 따라잡겠습니다.”“좋다.”대오는 계속해 출발했다.며칠 뒤 그들은 귀도산 아래 도착했고 이번에 산에 오를 때도 곳곳에 위험이 도사리고 있었다.하지만 낙청연은 그곳의 기관에 익숙했기에 그들을 데리고 순조롭게 산에 올랐다.랑목은 처음으로 귀도산에 와보는 것이었다. 분명 곳곳에 위험이 있었지만 모두 새로웠다.주락이 말했다.“지금 재밌다고 느끼는 건 당신의 누이가 이곳을 장악해서요. 이곳은 당신에게는 충분히 안전하오.”“귀도에 오는 사람은 대부분 목숨을 잃소. 이 산에 얼마나 많은 백골이 묻혔는지 아무도 모르오.”“당신의 누이도 이곳에 처음 왔을 때는 정말 쉽지 않았소.”주락은 낙청연과 함께 귀도로 향하지 않았다.하지만 최근 줄곧 낙청연을 따라다니면서 그녀에 대해 더 깊이 알게 됐다. 그는 낙청연이 처음 이곳에 발을 들였을 때 얼마나 위험천만했을지 상상할 수 있었다.랑목은 그 말을 들은 뒤 낙청연을 바라보는 눈빛이 더욱 뜨거워졌다.“역시 우리 누이가 가장 대단하오!”“그렇지 않으면 어떻게 만족의 왕이 되었겠소?”주락은 살짝 놀라더니 이내 웃었다.“확실히 대단하오.”낙청연이 만족의 왕이라는 것을 알게 된 주락은 놀라우면서도 속으로 감탄했
주락은 진지하게 고개를 끄덕였다.“이 산에 정말 이런 나무가 있다면 보물이라고 할 수 있지요!”“게다가 이 귀도의 보물은 성주가 정하는 것이 아닙니까?”랑목은 또 한 입 베어 물고 말했다.“그러면 남은 건 먹지 말고 가져가는 게 좋겠군.”낙청연은 참지 못하고 웃었다.“마음대로 먹거라. 두 개만 남기면 된다.”곧이어 낙청연은 과일 두 알을 골랐고 잠깐 고민하다가 한 알 더 챙겼다.랑목은 계단에 앉아 먹으면서 물었다.“누이, 그 한 알은 누구에게 주려는 것이오?”“아토에게 주려고. 이번에 우리와 함께 오지 못했으니 한 알 가져갈 생각이다.”그 말에 랑목은 궁금한 듯 물었다.“아토가 누구요?”정 아저씨가 대답했다.“벙어리입니다.”“예전에 성주께서 처음 귀도에 왔을 때 그자는 몇 번이나 목숨을 내던져 성주를 지켰습니다.”랑목은 깜짝 놀라면서 부진환을 떠올렸다. 그는 심경이 복잡했다.부진환은 누이에게 너무 많은 상처를 줬기에 그는 부진환이 다시 누이에게 접근하는 걸 원치 않았다.하지만 부진환이 누이를 지켰다는 말에 랑목은 심경이 복잡했다.낙청연은 과일을 비단함 안에 넣은 뒤 넋을 놓고 있는 랑목을 보고 말했다.“무슨 생각을 하는 것이냐?”“아... 아무것도 아닙니다.”랑목은 정신을 차린 뒤 들고 있던 과일을 허겁지겁 먹어 치웠다.“누이, 이 산은 풍경이 아름답고 사람들도 많은 것 같은데 사람을 몇 명 데려와 당분간 이곳에서 지내도 되겠소?”“염라가 꼭 누이의 곁을 지키라고 당부했소. 이번에 돌아갈 생각이 없다면 그가 여국에 남아도 되겠소?”“누이를 보호할 사람이 한 명 더 있으면 마음이 조금 놓일 것 같소.”낙청연은 잠깐 고민하다가 고개를 끄덕였다.“좋다. 어차피 이 산은 땅이 넓으니 사람이 몇 명 더 묵어도 비좁지 않을 것이다.”뭔가 떠올린 낙청연은 고개를 돌려 정 아저씨를 바라보며 물었다.“정 아저씨, 저쪽의 다리들은 얼마나 고쳤습니까?”정 아저씨가 다급히 대답했다.“이미 여러 개를 보수했습니다. 성주께서 오늘
“누가 그 성과를 얻은 것인지 참 궁금하네!”소문이 퍼지자 큰 파문이 일었고 한동안 암시장에서는 이 문제가 논의되었다.낙청연은 파장이 꽤 크자 일부러 소문을 퍼뜨려 빙련성과를 암시장 경매에 부칠 것이라고 했다.그렇게 며칠 동안 암시장에서 묵는 사람들이 더욱 많아졌고 거의 모든 객잔에 손님들이 넘쳐났다.바로 그날 밤, 갑자기 누군가 보고했다.“아가씨, 한 사내가 아가씨를 만나 뵙고 싶어 합니다.”“누구 말이냐?”“모르겠습니다. 키만큼 큰 검갑을 메고 있었습니다.”그 말을 들은 낙청연은 저도 모르게 흥미가 생겨 그 사람을 만나러 갔다.만나보니 저번에 만방검을 판 그 사람이었다.“또 당신이군.”낙청연은 그가 메고 있는 검갑을 훑어보며 웃었다.“설마 등 뒤에 메고 있는 것이 복맹의 검이오?”사내는 고개를 끄덕였다.“맞소.”“복맹의 모든 검이 여기에 있소.”사내는 말하면서 무거운 검갑을 탁자 위에 올려두고 열었다.그 안에는 8자루의 검이 정연하게 놓여 있었고 검갑이 열리는 순간 날카로운 검광이 번뜩였다.낙청연은 눈을 빛내면서 저도 모르게 검을 들고 살펴봤다.“정말 복맹의 솜씨가 맞군.”“이번에는 얼마에 팔고 싶소?”그런데 사내가 뜻밖의 말을 했다.“난 빙련성과를 원하오!”낙청연은 깜짝 놀랐다. 그의 진지한 표정을 보니 농담이 아닌 듯했다.“빙련성과? 진심이오? 검 몇 자루로 바꿀 생각이오?”“전부 바꿀 것이오!”낙청연은 더욱더 놀랐다. 빙련성과의 소문이 정말 큰 파장을 일으킨 듯했다.복맹의 검 8자루를 경매에 부친다면 적어도 몇백만 냥은 벌 수 있었는데 그는 고작 과일 하나를 원했다.비록 낙청연에게는 수지맞는 거래였지만 그래도 사내에게서 이렇게 많은 돈을 뜯어낼 수는 없었다.“빙련성과는 줄 수 있소.”“하지만 당신은 반드시 돈을 받아야 하오!”“내가 계산해 보겠소. 이 8자루의 검은 50만 냥으로 계산해 주겠소.”그 말을 들은 사내는 깜짝 놀라 잠시 어찌할 바를 몰라 했다.“제대로 들은 것이 맞소? 내가 원하는
“나는 더 이상 당신의 상대가 안 되오.”낙요는 고개를 돌려 바둑판을 보며 입꼬리를 살짝 올렸다.“당신을 이기기 위해서가 아니라, 당신과 함께 바둑을 두며 답답함을 풀기 위해서요.”부진환은 바둑알을 하나하나 거두었다.낙요는 실눈을 뜨고 하늘을 바라보며 손을 뻗었다. 햇빛이 손가락 사이로 새어 나왔다.“그러고 보니, 나의 답답함을 풀 사람은 당신뿐이오.”“심시몽은 어의원의 심사를 통과하고 정식으로 어의원에 들어가게 되었소. 그리고 강소풍의 집안에서도 그들의 혼사를 승낙하여 두 사람은 곧 혼사를 올릴 것이오.”“갑자기 심면과 낙현책도 혼사를 올려야 하지 않겠느냐는 생각이 들었소.”부진환이 웃으며 말했다.“일찍이 혼인할 나이가 되었지만, 아이들도 조급해하지 않는데 왜 그렇게 걱정하오?”낙요가 입꼬리를 살짝 올리며 여유롭게 말했다.“걱정하지 않소. 대소사를 모두 당신이 걱정하고 있지 않소? 초경의 수위가 있으니, 몇 년이 지나도록 용모가 변하지 않았소. ”“나 같으면 그렇게 걱정을 많이 했으니, 일찌감치 늙었을 것이오.”몇 년 동안 부진환은 그녀를 도와 적지 않은 조정의 일을 분담했다.그녀도 부진환의 동반에 습관이 되었다.갑자기 무언가 떠오른 낙요는 자리에서 일어나 부진환을 바라보며 손바닥에 턱을 괴고 물었다.“이 나이가 되니, 아이를 낳지 않은 것을 후회하오?”“걸을 수 없을 정도로 늙었을 때, 다른 사람의 자식들이 단란히 모여있는 것을 부러워할 것이오? ”부진환은 손에 든 물건을 내려놓고 진지하게 그녀를 보며 대답했다.“후회하지 않소.”“사람은 너무 욕심을 부려서는 안 되오.”“게다가 당신은 여제요. 당신이 늙었다고 해도 누가 감히 푸대접하겠소?”“당신이 조용히 지내는 것이 좋다고 하면 난 당신과 함께 있을 것이오. 초경의 수위로 늦게 늙는다고 하지 않았소? 앞으로 당신이 늙으면 내가 당신을 부축하고 업고 다닐 것이오.”낙요는 입꼬리를 살짝 올렸다.“참 좋소.”이듬해 가을.심시몽은 강소풍과 혼사를 올렸고 어의원 5품
강소풍은 고개를 끄덕이다 다급히 고개를 저으며 어찌할 바를 몰랐다.“아니오. 그런 뜻이 아니오. 어머니께서는 마음에 들어 하셨소.”설명할수록 강소풍은 상황이 복잡해지는 것 같았다.심시몽은 어두운 표정을 지었지만, 여전히 그를 위로했다.“자네의 뜻을 알고 있소. 설명할 필요 없소.”“시몽... 미안하오! 하지만 나는 포기하지 않을 것이오. 방법을 강구하여 어머니에게 자네의 진정한 모습을 보여줄 것이오. 분명 어머니도 자네를 받아들일 것이오. ”그 말에 심시몽은 살짝 놀라 의아한 듯 고개를 들어 그를 바라보았다.“나와 헤어지려는 것이 아니었소?”심시몽은 강소풍이 특별히 그녀를 찾아와 이 일을 설명하는 것을 보고, 그녀와 연을 끊으려는 것이라고 생각했다.“아니요. 그럴 리가 있소.”“나는 단지 이전의 약속을 지킬 수 없을 뿐이오. 이번 달 안에 혼담을 꺼낼 수 없을 텐데, 나를 기다려줄 수 있소?”“말재주가 좋지 않아 대체 어떻게 설명해야 할지 모르겠소. 어머니께서는 자네가 연약하고 힘없다고 생각하시오. 앞으로 내가 출정하면 자네가 홀로 집안을 지킬 텐데, 우리에게 좋지 않은 선택이라 생각하시오. ”이 말을 듣고 심시몽은 대충 뜻을 알아차렸다.“어머니께서는 문무를 겸비한 며느리를 원하고, 자네와 함께 전쟁터에 나가서 떨어져 있지 않아도 되기를 원하시오.”“나는 비록 무공을 할 줄 모르지만, 그래도 해낼 수 있소.”고개를 들어 올린 심시몽의 눈빛은 밝았다..강소풍은 놀라기도 했고 기쁘기도 했다.“정말이오? 여전히 나와 함께 있고 싶소? 포기하지 않을 것이오?”심시몽은 고개를 끄덕였다.“나를 위해 그렇게 많은 일을 했는데, 어찌 쉽게 포기할 수 있소? 자네가 포기하더라도 나는 포기하지 않을 것이오.”“강가는 장군 집안이라 분명 우리 언니와 같은 여인을 좋아할 것이오. 난 비록 언니와 비길 수 없지만 그래도 노력할 것이오.”“여제께서 나에게 약옥을 주었소. 만약 순 의원과 의술을 배울 수 있다면 어의원에 들어갈 기회가 있소.”“성공
이 말을 듣고 심시몽은 약간 의아해했다.“공주는 저를 탓하지 않습니까...”“그분은 공주시다. 천하를 품고 있는데, 어찌 네가 범한 작은 잘못을 추궁할 리 있냐?”“지금 너의 변화를 보면 공주도 더 이상 너를 탓하지 않을 것이다.”“하지만 차려야 할 예의는 없어서는 안 된다. 시간이 나면 공주에게 감사하다고 인사를 전하거라.”심시몽은 연신 고개를 끄덕였다.“예. 내일 가겠습니다.”“저는 먼저 약옥을 넣고 의관에 가겠습니다.”심시몽은 기쁜 마음에 빠른 걸음으로 달려갔고, 의기양양한 분위기를 풍겼다. 조금도 방금의 의기소침함이 없었다.심면도 기뻤다.모두가 만족스러운 결과를 얻은 것 같다.하지만 그와 동시에, 강소풍이 집에서 어머니와 싸우고 있었다.“안 된다고 하면 안 되는 것이다! 너를 현학서원에 보내 양성하는 것도 앞으로 네가 큰 성과를 거둘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다. 그러니 너도 마땅히 너와 어울릴 만한 부인을 얻어야 한다. 너와 전장을 누비며 적을 죽이는 그런 사람 말이다.”“힘없이 연약하게 집안에서 서방이 돌아오기를 손꼽아 기다리는 그런 평범한 아가씨는 안 된다.”“이전에 그 심시몽을 위해 집안의 빙천영지를 훔쳤고, 심지어 벌을 받고도 물건이 어디로 갔는지 말하려 하지 않았다. 난 그때부터 심시몽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그런데 지금 그 아이와 혼사를 올리려는 것이냐?”“말도 안 된다!”강부인은 단호한 태도로 조금도 말을 바꾸려 하지 않았다.강소풍은 내키지 않는 듯 반박했다.“심시몽이 평범하다니요? 어떻게 평범하다는 말입니까? 심시몽은 그저 무공이 부족할 뿐입니다. 세상 사람들이 모두 무예를 익혀야 하는 것은 아니지 않습니까?”“하물며 그녀의 언니는 이미 태자로 봉해졌습니다. 그러니 심시몽도 좋은 아가씨라는 것을 설명할 수 있지 않습니까?”강부인은 콧방귀를 뀌었다.“언니는 언니이고, 심시몽은 심시몽이다. 어찌 동일하게 논할 수 있겠냐?”“강가는 권세에 빌붙지 않고, 심시몽의 언니가 태자라는 것을 봐서 그녀를 맞이하려
“나중에 자네가 신의가 될지도 모르오.”심시몽이 웃으며 말했다.“자네의 좋은 말대로 되길 바라오.”모두 술을 마시며 음식을 먹고 있었다. 심면이 임계천에게 물었다.“자네는? 어디로 가고 싶소?”“나라에 보답할 수 있다면 어디든 좋소.”임계천이 담담하게 웃었다. 그는 특별히 가고 싶은 곳이 없었기에 그저 궁의 안배를 기다리고 있었다.다들 기분이 좋았고 투지가 넘치고 미래에 대한 동경으로 가득 차 있었다.술을 너무 늦은 시각까지 마셔서 그들은 심가에서 묵었다.오전이 되자, 각 집안의 하인들이 부랴부랴 사람을 찾아왔다. 몇 사람은 술에 취해 인사불성이 되었지만, 여전히 집으로 끌려갔다.궁에서 명을 받았기 때문이다.강소풍은 금군 기사영 통령으로 봉해져 도성과 황궁의 안위를 지키게 되었다.임계천은 형부로 전근되었다.소우청과 봉함선은 수주의 군영 부장군으로 명을 받았다.소우청의 행처는 그의 아버지 소진오가 좋은 경험을 하기를 바라며 부탁한 것이다.낙요는 봉함선이 여인이기에 그녀를 그렇게 멀고 험한 곳으로 보내고 싶지 않았다. 하지만 그녀는 주동적으로 수주에 갈 것을 청구했다.봉함선이 말했다.“여국은 역대로 여 장군이 없었습니다. 저는 첫 번째 여장군이 되고 싶습니다.”“만약 힘들고 험한 곳이 아니라면 어찌 제가 포부를 발휘할 수 있겠습니까?”낙요는 그녀의 담력과 야심을 높이 사고 그녀의 청을 승낙했다.“나는 네가 여국의 첫 번째 여장군이 되기를 기대한다.”이들 외에 현학서원의 다른 학생들도 그들로 하여금 실력을 발휘할 수 있는 새로운 행선지를 얻었다.유독 심시몽에 대해, 낙요는 따로 안배를 해주지 않았다.백서가 걱정했다.“어찌 유독 심시몽만 얘기가 없으십니까? 심시몽이 알면 마음이 편치 않을 것입니다.”낙요가 웃었다.“아니다. 이미 심면을 시켜 심시몽에게 한가지 물건을 보냈다.”백서는 살짝 놀랐다.“일찍이 계획이 있으셨군요.”이때의 심시몽은 홀로 넋을 잃고 연못가에 앉아있었다. 그녀의 마음은 마치 흩날리는 낙엽처럼 어수
유생이 드디어 알아차렸다.“그랬구나. 내가 어찌 이걸 잊은 것이냐.”“난 정말 운이 좋은 것 같구나. 이렇게 운 좋게 제사장 자리를 주울 수 있으니.”심면이 답했다.“아닙니다. 전에 제가 청주 전쟁에서 조난했을 때, 제자들을 통솔해 적과 싸우지 않았습니까? 현책보다 능력이 훨씬 뛰어났습니다.”“사저가 소제사장이 되는 것이 가장 적합합니다.”이렇게 칭찬하는 것을 듣고 유생은 쑥스러워하며 낙현책을 힐긋 쳐다보았다.“네가 이렇게 말하면 낙현책이 기뻐하지 않을 것이다.”낙현책이 웃으며 답했다.“그녀가 말한 것은 내가 하고 싶은 말이다.”“너는 나보다 대제사장이 더 잘 어울린다.”“나는 무학에서 너보다 좀 나을 뿐이다. 정말 대제사장이 되려면 너보다 잘할지 모를 일이다.”“다만 제사장 일족의 심사에는 이런 것이 없었다.”“하물며 나도 대제사장이 될 생각을 한 적이 없다. 내가 하고 싶은 것은 단지 여제가 기뻐하기를 바랄 뿐이다.”이 말을 듣고 유생은 마음이 놓였다.“불쾌하지 않았다면 다행이구나. 권력과 지위 앞에서 네가 이런 결정을 내릴 수 있다니, 정말 대단하구나!”“한 잔 권하마!”유생이 술잔을 들었다.바로 이때, 갑자기 대문이 열렸고, 사람이 도착하기도 전에 먼저 목소리가 들렸다.“사람이 아직 도착하지 않았는데, 왜 벌써 마시는 것이오?”“우리를 기다리지 않는다니, 의리가 없소!”몇 사람이 고개를 돌려 바라보니, 강소풍과 임계천이 술병을 들고 오는 것이 보였다.“오늘 밤 다들 왔구나!”“자, 심면과 유생을 위해 한 잔 하세!”모두 자리에 앉아서 잔을 들어 함께 마셨다.그렇게 한참 마시다 보니 술에 취한 강소풍이 흥분한 듯 입을 열었다.“얼마 지나지 않아 심가에 겹경사가 닥칠 것이오.”모두 멍해졌다.강소풍은 낙현책과 심면을 바라보았다.“여제가 두 사람의 일을 인정했으니, 언제 혼사를 치르는 것이오?”심면은 갑자기 얼굴을 붉어지며 황급히 강소풍에게 술을 따라주었다.“술을 마셔도 자네의 입을 막지 못한 것이오?”
“저희가 어찌 가족입니까?”“50냥의 이득을 본 걸 후회한다면서요?”이 말이 나오자 다들 얼굴이 새파랗게 질렸다.그들은 그제야 유생이 그날 밤 그들의 대화를 모두 들었다는 것을 깨달았다.어쩐지 상자를 도둑맞았더라니.유룽은 체면을 깎으며 사과했다.“유생아, 우리는 한 가족이니 티격태격하는 것도 정상이다. 그러나 다들 나쁜 생각은 없다.”“이전의 일은 모두 나의 잘못이다. 이렇게 너희들에게 사과하마!”“오늘 저녁 집으로 돌아가자. 너를 위해 잘 경축해야지 않겠느냐!”둘째아버지와 셋째 아버지도 모두 따라서 사과했다.집안 재산을 나누겠다고 얘기한 그날 그들이 각박한 만큼 지금 아주 자상했다.“유생아, 집으로 가자. 지나간 일은 잊고, 우리 가족 다시 시작하는 게 어떠냐?”“그래. 가족이 함께 지내면 얼마나 시끌벅적하냐? 따로 이곳에서 지내면 쓸쓸하지 않으냐?”“우리 집에 좋은 술도 두 병 간직하고 있는데, 유생을 축하하러 오늘 꺼내마!”유생은 표정을 바꾸지 않고 차분하고 차갑게 말했다.“다들 시간 낭비하지 마십시오.”“집안 재산을 나누고 연을 끊었는데, 어찌 번복할 사람이 있겠습니까?”“잘살든 못살든 더 이상 유가와 관계가 없습니다.”“다들 가시지요. 굳이 우리 집 앞에서 매달리려 한다면, 관아에 신고할 것입니다.”말을 마치고 유생은 방안으로 돌아와 차갑게 문을 닫았다.문밖의 사람들은 후회에 휩싸였다.게다가 둘째는 첫째를 원망하기 시작했다.“형님 탓입니다. 제사장 자리가 발표되기도 전에 넷째네를 쫓아내더니, 지금은 어떻게 하려는 것입니까?”셋째도 불평했다.“유생은 앞으로 대제사장이 될 것이오. 앞으로 유생 덕을 보긴커녕 이렇게 소란을 피웠으니, 앞으로 우리를 난처하게 할 수도 있소...”유롱은 짜증을 참지 못하고 말했다.“어찌 또 내 잘못이 되었냐?”“애초에 심사 결과가 나오자, 다들 하나하나 달려와서 유생네가 끝났다고, 그들 일가를 헛되이 잘해줬다고 하지 않았냐? 너희들이 모두 동의했기 때문에 넷째 일가를 쫓아낸 것이
자리에 있던 사람들은 매우 놀랐다.유가 사촌들은 냉기를 한 모금 들이마셨다.유생도 경악한 표정을 지었다.“왜 제가...”왜 낙현책이 아닌가?장 총관이 웃으며 말했다.“어서 명을 받으시지요. 소제사장”유생은 정신을 차리고 마음속으로 미친 듯이 기뻐하며 얼른 명을 받고 고마움을 전했다.장 총관은 자리에 있던 병사들을 힐긋 보고 유생에게 친절하게 물었다.“소제사장, 무슨 문제가 있습니까? 제가 처리할 필요가 있습니까?”유생은 웃으며 말했다.“필요 없습니다. 고맙습니다!”“어찌 사양하십니까? 제가 필요한 곳이 없다면, 이만 궁으로 돌아가 명을 전해야 합니다.”“예. 바래다 드리겠습니다.”유생은 장 총관을 골목 밖까지 배웅했다. 장 총관이 의미심장하게 일깨워주었다.“아가씨는 아직 소제사장의 권력을 모르고 있을 수도 있습니다. 도성에서 제사장의 권력은 여제와 대제사장에 버금갑니다.”“태자와 동등한 권력입니다.”“이런 사소한 일은 직접 처리할 필요도 없으니, 제게 한마디만 분부하면 됩니다.”유생은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일깨워 줘서 고맙습니다.”“오늘 여제께서 태자도 정하셨습니까? 심면입니까?”장 총관은 고개를 끄덕였다.“예. 심가에 뜻을 전하고 왔습니다.”장 총관을 떠나보내고 유생은 기쁨으로 가득 차 있었다. 그녀는 선택받을 줄 전혀 생각하지 못했다.분명히 낙현책한테 졌기 때문이다.심면도 태자로 봉해져서 참 좋았다.오늘 밤 심면을 찾아 축하하려면, 이 문제를 빨리 해결해야 한다.그녀는 빠른 걸음으로 문밖으로 돌아갔다.병사들은 즉시 공손한 태도를 바꾸어 그녀에게 예를 올렸다.“소제사장, 오늘 분명 오해일 것입니다. 저희는 먼저 떠나겠습니다.”유생이 차가운 소리로 호통을 쳤다.“멈추거라!”그들은 뻣뻣하게 자리에 서서 고개를 숙이고 땀을 뻘뻘 흘렸다.제사장의 말 한마디에 그들은 직무를 잃을 수도 있다.“수사를 더 해야 하는 거 아니오? 안 하시오?”“저희가 감히 소제사장의 집을 수색할 용기가 어디 있겠습니까? 오
낙현책은 고개를 끄덕였다.“나도 궁을 나가려던 참이다. 함께 가자.”유생은 단번에 알아차렸다.“심면을 찾으러 가는 것이냐?”“심사 결과가 나온 후, 심면을 만나지 못했구나.”“심면도 무슨 일이 생긴 것이냐?”낙현책은 생각에 잠긴 듯 말했다.“그런가 보구나.”“내가 도울 일이 있으면 언제든지 얘기하거라.”“그래.”두 사람이 함께 궁으로 나온 후 유생은 바로 집으로 돌아갔고 낙현책은 심면의 집으로 향했다.유가의 골목에 도착하자마자 시끄러운 소리가 들렸다.관아의 사람들이 유생의 집 앞을 막고 그녀의 부모님을 잡고 그들을 관아에 데리고 가려 했다.옆에는 그녀의 사촌들이 있었다.안색이 바뀐 유생은 다급히 달려갔다.“그만하시오!”“뭐 하는 것이오?”유생은 바로 부모님을 뒤에 감쌌다.유롱은 화가 난 표정으로 그녀를 바라보았다.“뭐 하냐니? 집안 재산을 나누었으니, 유가와 이젠 연이 없는 것이다. 집안 재산도 주지 않겠다고 했는데, 어찌 유가의 물건을 훔치는 것이냐? 그 상자에는 족히 수십만 냥이 있다!”“감히 너희랑 아무 연관도 없다고 할 수 있느냐?”유생은 그들이 이렇게 빨리 찾아올 줄 몰랐고, 관리에게 고소할 줄도 몰랐다.“우리가 훔쳤다는 증거라도 있습니까?”“증거도 없이 저희를 잡다니, 법을 따르셔야죠.”유롱이 노발대발하며 말했다.“유가 사람들이 네가 돌아온 것을 봤다!”“변명하지 말거라. 할 말이 있으면 감옥에 가서 변명하거라!”물건을 잃어버리고 그들이 유일하게 의심하는 사람은 유생이다.대가를 치르더라도 그들은 그 돈을 되찾으려 했다.“내가 돌아갔다고 돈을 훔쳤다는 것입니까? 농이 심하십니다!”“관청에 따라서 갈 수 있지만, 저희 부모님과는 연관이 없습니다. 증거가 없으면 함부로 사람을 잡을 수 없습니다!”유롱이 화를 냈다.“네 아버지와 어머니도 한패다! 당연히 관아로 데려가야 한다!”“나으리, 그들은 수십만 냥을 훔쳤습니다. 결코 적은 액수가 아닙니다. 나리께서 반드시 돈을 되찾아 주시기를 간청합니다!”
조영궁.심사 결과가 나온 후 오랫동안 기다리던 낙요는 드디어 낙현책이 오는 것을 기다렸다.“여제.”낙현책은 고개를 숙이고 여제를 마주할 엄두가 나지 않았다.“심사 결과가 나온 지 오래됐는데, 어찌 이제야 나를 찾아온 것이냐? 잘 고려한 것이냐?”낙현책은 고개를 끄덕이며 무릎을 꿇고 자리에서 일어나지 못했다.“여제를 실망하게 했습니다!”이 말을 듣고 낙요는 그의 결정을 알아차렸다.“일단 일어나서 얘기하거라.”낙현책은 무릎을 꿇고 일어나지 않았다.“여제의 가르침을 저버렸습니다. 저는 대제사장 자리를 감당할 수 없습니다!”낙요는 다소 실망했지만 그래도 의외는 아니었다.“잘 생각했느냐? 이 일은 번복한 기회가 없다.”낙현책이 세게 고개를 끄덕였다.“오랫동안 심사숙고한 후 내린 결정입니다.”“제가 여제를 실망하게 했습니다.”지금까지 이렇게 노력했고 최종 심사에서 1등까지 하였는데, 여제를 실망하게 했다.낙요는 자리에서 일어나 그를 일으켜 세웠다.“실망하지 않았다.”“네 실력은 모두가 다 알고 있다. 어찌 실망했겠느냐? 네가 후회하지 않으면 된다.”“이미 결정을 내린 이상 더 이상 그렇게 많은 생각을 하지 말거라. 마음을 놓고 네 목표를 향해 가거라.”“나는 네 결정을 존중한다!”여제가 화를 내지 않자, 낙현책은 그제야 한숨 돌렸다. 그는 감동에 겨웠다.“고맙습니다.”낙요는 그가 기뻐하는 모습을 보고 입꼬리를 살짝 올렸다.“그동안 심면을 만나지 않았겠구나? 어서 네 결정을 알리러 가거라.”낙현책은 고개를 끄덕이고 궁을 나갈 준비를 했다.그동안 심면도 고민하고 있었을 것이다. 두 사람에게 있어 정말 어려운 문제였다.누군가는 무언가를 포기해야 하기 때문이다.낙현책이 궁을 나서려는데 제사장족 제자가 그를 가로막았다.“유생이 궁에서 자네를 기다리고 있소. 급한 일이 있는 것 같소.”“급한 일? 알겠소.”유생은 그동안 궁에 있지 않았다. 갑자기 궁으로 찾아온 것을 보아, 중요한 일이 있는 듯했다.먼저 그녀를 만나고 궁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