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윽고 황상은 황후의 어깨를 감싸 안고 침궁으로 갔다.두 사람은 마주 앉아 술을 마시며 환하게 웃고 있었다.황상은 탄식했다. “황후, 오랜만에 당신과 이렇게 술을 마시고 있으니, 순간 당신과 처음 만났을 때가 떠오르는군!”“그 시절이 정말 그립소.”여기까지 말했을 때, 황후의 안색이 약간 변했다.황상의 기분이 좋은 틈을 타, 그녀는 즉시 말머리를 돌렸다.“황상, 신첩은 그 낙청연이 만족인이라고 들었습니다.”“황상은 그녀를 어떻게 할 생각입니까?”이 말을 듣더니, 황상은 술잔을 내려놓고 말했다. “낙청연, 그 여인은 보통 만족인이 아니라, 만족의 왕이오.”이 말을 들은 황후는 깜짝 놀랐다. “만왕?”황상은 고개를 끄덕이었다. “그렇소. 어린 나이에 벌써 한 일족의 왕이라니, 보기와 다르지 않소?’“만족은 국토가 넓어서, 자신들을 더 잘 지키기 위해 여러 부족으로 흩어졌소. 그러나 그들의 실력은 사실 우리 여국과 비교해도 전혀 약하지 않소.”황후는 미간을 찌푸리며 말했다. “그럼, 이렇게 위험한 인물인데, 황상은 그녀를 여국에 남겨둘 생각입니까?”“그녀가 발전하도록 내버려 두면, 우리에게 위협이 되는 게 아닙니까?”“이번에, 낙청연은 성지까지 들어가, 제사의례까지 집행하였습니다. 이렇게 신분이 귀한 외족인은 우리에게 위협이 매우 큽니다.”이 말을 들은 황상은 생각하더니 말했다.“온심동의 능력은, 대제사장 자리를 맡기에는 부족하오.”“요 며칠 짐은 적지 않은 상주서를 받았소. 모두 온심동의 덕이 그 위치에 맞지 않다고 얘기했소.”“짐에게 하루빨리 대제사장을 바꿀 것을 고려하라고 했소.이 말을 들은 황후는 놀란 표정으로 말했다. “그럼, 황상의 뜻은, 설마 낙청연을?”황상은 무슨 생각에 잠긴 듯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낙청연의 실력은 온심동 위에 있소.”“아마 전체 제사 일족에서도 낙청연보다 실력이 더 강한 사람을 찾을 수 없을 것이오.”“필경 낙요 같은 절세천재는 세상에서 보기 드무니까!”“그리고 낙청연은 짐에게 태도를
구십칠은 앞으로 다가가 앉더니, 말했다. “노예곡에서 예전에 하나둘씩 탈출한 사람들이 있었습니다.”“조금 전 제가 큰길에서 그 사람들을 봤습니다.”“노예영으로 압송하고 있었습니다.”“또 잡힌 겁니다.”“만약 그들이 압송된다면, 낙인 찍힐 때 노예곡에서 탈출한 걸 들키면, 그들은 죽게 될 겁니다.”이 말을 들은 낙청연은 깜짝 놀라더니 물었다. “그 사람들을 아느냐?”구십칠은 조금도 망설이지 않고 고개를 끄덕이었다. “예! 압니다.”“그때 제가 그들을 초대했지만, 그들은 응하지 않았습니다. 그들은 더 자유로운 삶을 찾으러 간다고 했습니다.”“그러나 지금 보아하니, 그렇게 자유로워 보이지 않습니다.”“그들의 무공은 다 괜찮은 편입니다. 만약 그들을 구출해 내면, 당신에게 쓸모가 있을 겁니다.”낙청연은 생각하더니 고개를 끄덕이었다. “좋다. 그럼, 구하자 꾸나.”“이틀 뒤에 대제사장이 행진하며 복을 기원할 때, 구출하자.”“조급해하지 말거라.”구십칠은 순간 마음이 많이 놓였다.낙청연은 또 서둘러 궁에 들어갔다. 제사 일족으로 돌아가 우유를 만났다.사람을 구하는 계획을 우유에게 말했다.우유는 의심스러운 표정으로 낙청연을 쳐다보며 물었다. “지금 너의 실력과 구십칠 그리고 주락을 더해 노예영으로 들어가 사람을 구하는 건 식은 죽 먹기 아니냐?”“왜 나를 찾아온 것이냐? 내가 무슨 도움이 되느냐?”낙청연은 의미심장하게 웃으며 말했다. “네가 큰 도움이 된다!”“규칙에 따라, 그 사람들은 노예영에 잡혀 오면, 곧이어 제사장을 보내 길들이게 된다. 그때 내가 사람을 구해 갈 거야. 그럼 길들이기를 책임진 그 사람은 분명 연루될 거야.”“그러나 나는 무고한 사람을 연루시키고 싶지 않아.”이 말을 들은 우유의 눈동자가 반짝이더니 순간 낙청연의 뜻을 알아차렸다.잠깐 생각하더니 말했다. “내 생각에는 탁장동이 아주 좋은 선택인 거 같다.”낙청연은 살짝 웃더니 말했다. “걸출한 사람의 안목은 역시 비슷하다니까!”“그러고 보니, 이 일은 정말
온심동이 거리를 돌아다니며 복을 기원하는 것으로 명성을 되찾으려 하다니, 꿈도 꾸지 말아야 한다!낙청연은 주락과 구십칠을 데리고 노예영 밖으로 왔다.낙청연은 이곳의 진법을 잘 알고 있었다. 그녀가 노예영에 잠입해 진법을 바꾼 덕분에 가는 내내 순찰하는 모든 시위를 피할 수 있었다.그렇게 일행은 구십칠의 친구들이 갇힌 곳에 도착했다.안에서는 채찍 소리와 함께 탁장동의 목소리가 들려왔다.“복종하지 않는 자의 최후는 이것이다!”“나 탁장동에게 자비는 없어. 복종하지 않으면 복종할 때까지 맞아야지!”“고분고분하게 말 듣고 노예나 하면 얼마나 좋아. 적어도 이런 형벌은 피할 수 있지. 정 싫다면 여기서 맞아 죽는 길밖에 없다.”복종하지 않는 그중 한 명이 입을 열었다.“왜 우리가 노예를 해야 하는 것입니까! 당신이나 가십시오!”탁장동은 채찍을 휘두르며 차가운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인간의 존비귀천은 타고난 거지. 운명을 잘 못 선택한 너 자신을 탓할 수밖에.”“마지막으로 물어보겠다. 복종할 거냐, 말 것이냐!”탁장동은 채찍을 들고 협박했다.바로 그때, 낙청연은 구십칠과 주락을 데리고 몰래 정원에 잠입했다.탁장동은 그들을 등지고 있어 낙청연 일행을 발견하지 못했다.바닥에 웅크리고 앉아있던 몇몇은 낙청연 일행을 보더니 애써 침착하며 겁먹은 듯 말했다.“복종하겠습니다.”이 말을 들은 탁장동은 기뻐하며 유유히 등을 돌렸다.순간, 탁장동은 등 뒤의 낙청연을 보게 되었다.탁장동이 깜짝 놀라 소리를 지르려던 순간, 낙청연은 의미심장한 미소를 지었다.그러고는 몽둥이로 탁장동을 때려 기절시켰다.바닥에 있는 사람들은 흥분하며 입을 열었다.“구십칠!”구십칠은 급히 앞으로 다가가 밧줄을 풀어주었지만, 발목에 쇠사슬까지 채워져 있는 걸 발견했다.구십칠은 검으로 시도해 봤지만 잘리지 않았다.“내가 하겠다.”낙청연은 분심검을 꺼내 앞으로 다가가 쇠사슬을 잘라버리고 사람들을 구했다.“감사합니다!”“구십칠, 대체 어떻게 들어온 것이냐? 여기는 경비
“구십칠, 약을 나눠주어라. 잠시 쉬다가 곧바로 가자꾸나.”구십칠은 급히 가져온 약을 나눠주었다.심하게 다친 사람들도 즉시 치료받았다.임학명은 깜짝 놀라며 말했다.“휴식을 하는 것입니까? 그러다가 발각되면 아무도 못 나갑니다.”낙청연은 가볍게 웃으며 답했다.“걱정하지 말거라. 이번에는 반드시 데리고 나갈 수 있다.”“이곳에서 나가면 어디로 갈지 생각해 봤느냐?”이 말을 들은 임학명은 잠시 머뭇거리더니 입을 열었다.“낙 낭자 주위에 일손이 더 필요합니까?”“괜찮으시다면…”낙청연은 눈썹을 치켜올리며 물었다.“나를 따르고 싶은 것이냐?”그렇다면 수고를 던 셈이었다.“그럼 옷을 벗거라.”임학명은 순간 멈칫하더니 어쩔 바를 몰라 하며 구십칠을 바라보았다.“벗어라, 다 너를 위한 것이다.”구십칠이 설명했다.그러자 임학명은 곧바로 윗옷을 벗어버렸다.낙청연은 그의 등에 있는 금혼부를 없애주었다.부적이 사라지자 주위의 사람들은 모두 깜짝 놀라 소리를 질렀다.“없어졌다! 금혼부가 없어졌다!”임학명은 깜짝 놀란 듯 기쁜 얼굴로 낙청연을 보며 말했다.“금혼부도 없앨 줄 아십니까?”임학명은 곧바로 무릎을 털썩 꿇으며 말했다.“앞으로 저희는 목숨을 걸고 낙 낭자에게 충성을 다하겠습니다!”“일어나거라.”“자세한 건 나가서 다시 얘기하자꾸나.”곧바로 낙청연은 다른 사람들의 금혼부까지 모두 없애주었다.금혼부를 모두 풀자, 구십칠도 물건들을 정원의 각 구석에 모두 배치해 놓았다.“준비되었습니다!”“그럼 출발하자.”일행은 정원에서 밖으로 달려 나왔다.구십칠은 제일 뒤에 서서 그들이 떠난 후 정원 각 구석의 도화선에 불을 지폈다.“어서 도망쳐라!”일행은 급히 밖으로 뛰쳐나갔다.낙청연은 진법을 건드렸지만, 아직 대부분 사람이 빠져나오지 못했다.곧바로 뒤에서 폭발음이 들려왔다.쿵——불은 순식간에 모든 가옥을 집어삼켰다.임학명은 뒤를 돌아보며 전전긍긍했다.어찌 노예영을 폭발시킬 생각까지 하는 것일까?노예영의 소란은 주변 주민들
구경하는 사람들이 점점 많아지자 낙청연은 혼란을 틈타 슬며시 떠났다.그러고는 특별히 온심동이 돌아다니며 복을 기원하는 거리로 향했다. 마침 그곳의 마차도 멈춰 서 있었다.거리 양측의 백성들은 노예영의 방향을 바라보았다. 그곳에는 큰불이 활활 타올랐고, 짙은 연기가 하늘로 솟아올랐다.백성들은 모두 깜짝 놀랐다.“어디에 불이 난 거요?”“아주 큰불이 났구먼! 제일 더운 여름에도 이렇게 큰불은 난 적이 없소. 하필 대제사장이 돌아다니며 복을 기원하는 오늘 이렇게 큰불이 나다니!”“아무래도 대제사장은 살기를 지닌 것 같소. 아주 불길한 사람이구먼!”“그렇고말고. 제사 의식에서 있은 일도 다 이유가 있었구먼. 대제사장을 하루빨리 바꿔야겠소.”“난 이 호신부까지 얻었다니까! 퉤, 재수 없어라!”“버리시오, 나도 버려야지. 이런 재수 없는 사람이 복을 기원하다가 오히려 재앙을 가져다줄지도 모르오!”그렇게 사람들은 하나둘씩 손에 든 호신부를 버렸다.온심동은 마차에서 주먹을 꽉 쥔 채 안색이 어두워졌다.온심동은 하늘 높이 솟아오르는 짙은 여기를 원한이 담긴 눈빛으로 바라보았다.“노예영!”노예영에 어찌 이런 일이 생긴 걸까.왜 하필이면 오늘 불이 난 걸까.낙청연은 멀리서 아수라장이 된 거리를 보며 차가운 미소를 짓더니 고개를 돌리고 떠났다.거리는 이미 아수라장이 되었고, 모두 오늘 대제사장이 복을 기원하니 갑자기 불이 났다는 일에 대해 의논하고 있었다.온심동은 오늘 거리를 돌아다니며 복을 기원해 명성을 되찾으려고 했지만, 백성들의 의심을 더욱 심화할지는 꿈에도 몰랐다.낙청연은 혼란을 틈 타 성 밖으로 나갔다.그렇게 성 밖의 약속 장소에서 낙청연은 구십칠 일행을 만났다.마차도 준비되어 있었다.낙청연을 보자 주락과 구십칠은 그제야 한시름을 놓았다.“낙 낭자.”임학명이 급히 앞으로 다가갔다.“금혼부를 없앴고 노예영에 이런 일도 생겼으니 너희가 도망쳤다는 소식은 여기저기 퍼질 게 분명하다.”“그러니 우선 귀도에 가서 할 일을 찾아보거라.
주락은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예.”낙청연은 곧바로 침서를 찾으러 갔다.노예영 밖으로 가니 침서를 만날 수 있었다.불은 이미 꺼졌고, 침서는 사람을 보내 수색하고 있었다.온심동도 멀지 않은 곳에서 조급한 얼굴로 입을 열었다.“오늘 이 일은 누군가가 나를 해하려는 게 틀림없다! 어서 조사하거라!”“대체 누가 불을 지핀 것이냐! 반드시 범인을 잡아내야 한다!”“조사하고 있습니다.”병사는 대충 대답해 주었다.온심동은 분노하며 고개를 돌려 옆에 있는 침서를 바라보았다.그에게 다가가려는 순간, 침서는 발걸음을 옮기고 떠났다.그렇게 고개를 돌리자 낙청연이 이미 와 있었다.“청연, 이곳엔 어찌 온 것이냐?”침서가 빠른 걸음으로 다가갔다.이때, 온심동이 원한과 분노가 가득 담긴 눈빛을 보냈다.낙청연은 아랑곳하지 않고 침서와 함께 멀리 가버렸다.그러고는 낮은 목소리로 물었다.“조사해 낸 것이 있습니까?”침서가 답했다.“불이 난 정원에서 노예 몇 명이 도망쳤다. 이미 사람을 보내 추격하는 중이다.”이 말을 들은 낙청연은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쫒아가지 마십시오.”낙청연의 말을 들은 침서는 두 눈을 반짝이더니 깜짝 놀란 듯 말했다.“노예영의 불은 네가 한 짓이냐?”“청연, 정말 생각지도 못한 기쁨을 주는구나.”낙청연은 고개를 돌렸다. 멀지 않은 곳에서 온심동은 분노의 눈빛으로 낙청연을 노려보고 있었다.그 눈빛을 보아하니 낙청연의 짓이라는 것을 알아챈 것 같았다.“금일 온심동은 거리를 돌아다니며 복을 기원해 백성들에게서 명성을 되찾으려고 했습니다. 제가 어찌 가만히 있을 수 있겠습니까?”“그러니 쫓아가지 마십시오. 잡히기라도 해서 진실을 말해버리면 저도 발각되는 겁니다.”침서는 웃으며 말했다.“걱정하지 말거라.”“네가 한 짓이니 절대 증거를 찾으면 안 되지.”침서는 기쁜 얼굴로 다시 물었다.“하지만 온심동은 네가 한 짓이라는 걸 알고 있을 것이다.”“증거가 없으니 저도 두려울 게 없습니다.”낙청연은 콧방귀를 뀌며
하지만 침서의 사람도 그렇게 쉽게 빼갈 수 있는 게 아니었다. 필경 각 군영의 총수라 할지라도 침서는 죽인다면 죽이고, 바꾼다면 바꿨기 때문이다.황후가 총수 한 명을 매수한다고 해서 침서의 모든 병력을 빼앗을 수 있는 건 아니었다.말을 마치자 침서는 곧바로 등을 돌리고 떠났다.이 사건을 조사해야 했기 때문이다.침서가 떠나자 멀지 않은 곳에서 온심동은 천천히 다가오며 매서운 눈빛으로 낙청연을 노려보았다.“낙청연! 오늘도 네가 한 짓이로구나!”이렇게 많은 사람들 앞에서 높은 목소리로 질의하니 낙청연은 인정할 리가 없었다.“난 그저 마침 이곳을 지나갈 뿐이었다. 구경거리가 있는 것 같아서 들른 것인데, 대제사장은 어찌 무고한 사람을 모함한단 말이냐?”온심동은 낙청연의 말이 한마디도 귀에 들어가지 않았고, 오히려 분노 가득한 눈빛으로 노려보았다.“대제사장의 자리를 빼앗는 건 꿈도 꾸지 마라!”“난 죽어도 너에게 대제사장 자리를 내줄 수 없다!”말을 마친 온심동은 분노하며 입궁해 황후와 고묘묘를 찾으러 갔다.어떤 대가를 치러서라도 반드시 낙청연을 없애버릴 것이다!-며칠 후, 주락은 임학명 일행이 안전하게 귀도에 도착했고 추격병도 없었다는 소식을 전해왔다.침서 쪽에도 무언가를 조사해 낸 모양이었다. 품주로 보낸 수하가 서신을 보내왔다.서신에는 강제 징병의 상황이 확실히 존재하지만, 품주영이 아닌 독립적인 다른 군영이라고 했다.이 군영의 인원수와 작용, 임무는 모두 침서가 모르는 것이었다.서신을 본 낙청연은 심각한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바로 이곳입니다.”임학명은 이 독립적인 군영에서 도망쳐 나왔을 가능성이 높았다.“황후가 당신의 군대를 이용해 암암리에 자신의 세력을 키우는 것 같습니다.”“수하들을 제약하거나 단속하지 않으니 이렇게 당당하게 일을 벌이는 것입니다.”“그리고 각 주 사이의 영지는 너무 멀어 조사하기도 번거롭습니다. 그러니 소식이 전해져도 모든 증거와 흔적을 인멸할 충분한 시간이 있는 것입니다.”침서는 차가운 눈빛으로
거리마다 백성들이 그 일을 의논하고 있었다.“듣자니 그 유구(流寇)들은 방화와 약탈, 온갖 나쁜 일들을 저질렀대. 심지어 현지 현아(縣衙)도 그들에게 전부 죽임을 당했고, 그 유구들이 현아를 침범하여 매일 밤낮으로 고기를 먹고 가무를 즐긴대.”“설마 우리 도성에 잠입하지는 않겠지? 혹시라도 그들이 온다면 끝장이야.”“그러니까. 빈현(蘋縣)은 이곳에서 너무 가까워. 그들이 어떻게 빈현까지 온 건지 모르겠어.”낙청연은 침서와 함께 궁으로 향하다가 거리에서 의논하는 소리를 들었다.낙청연은 불안해졌다.과연 이것이 누군가 꾸민 음모일지, 아니면 정말 랑목이 온 건지, 낙청연은 알 수 없었다.랑목은 오랫동안 낙청연의 소식을 듣지 못했다. 만약 낙청연이 여국에 있다는 걸 랑목이 알게 된다면 아마 사람들을 데리고 와서 다른 이들을 죽여 낙청연을 구하려 할지도 몰랐다.“얘기를 들어 보니 만족들이 많은 사람을 죽인 것 같군요.”침서는 고개를 끄덕였다.“거의 현 전체를 죽일 뻔했지.”“정말 만족이 한 짓이라고 생각하십니까?”침서는 눈살을 찌푸리며 고개를 저었다.“단정하긴 어렵다.”“그들은 잔인하고 피에 굶주린 자들이다. 완력까지 대단하다고 하니 만족의 특징에 부합되긴 하지.”“하지만 그들이 어떻게 여국에 잠입했을까? 게다가 도성과 아주 가까운데 말이다.”침서는 눈을 접어 웃으며 낙청연을 바라봤다.“설마 그들이 만족의 왕인 널 구하러 온 건 아닐까?”낙청연은 덤덤히 말했다.“그들이 절 구할 생각이었다면 도성까지 곧장 쳐들어왔을 겁니다.”낙청연은 그렇게 말했지만 확신이 없었다.랑목은 수단이 거칠었고 한때 랑목과 함께 지냈었던 낙청연도 하마터면 그에게 당할 뻔했었다.랑목이 정말 낙청연을 구하기 위해 사람들을 데리고 여국으로 왔다면, 그가 무슨 짓을 할지 알 수 없었다.그렇게 어느샌가 마차가 멈춰 섰다.고개를 든 낙청연은 이미 궁에 도착했음을 발견했다.두 사람은 마차에서 내려 곧장 대전으로 향했다.오늘에는 사람들이 전부 자리한 듯했다. 문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