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심동이 거리를 돌아다니며 복을 기원하는 것으로 명성을 되찾으려 하다니, 꿈도 꾸지 말아야 한다!낙청연은 주락과 구십칠을 데리고 노예영 밖으로 왔다.낙청연은 이곳의 진법을 잘 알고 있었다. 그녀가 노예영에 잠입해 진법을 바꾼 덕분에 가는 내내 순찰하는 모든 시위를 피할 수 있었다.그렇게 일행은 구십칠의 친구들이 갇힌 곳에 도착했다.안에서는 채찍 소리와 함께 탁장동의 목소리가 들려왔다.“복종하지 않는 자의 최후는 이것이다!”“나 탁장동에게 자비는 없어. 복종하지 않으면 복종할 때까지 맞아야지!”“고분고분하게 말 듣고 노예나 하면 얼마나 좋아. 적어도 이런 형벌은 피할 수 있지. 정 싫다면 여기서 맞아 죽는 길밖에 없다.”복종하지 않는 그중 한 명이 입을 열었다.“왜 우리가 노예를 해야 하는 것입니까! 당신이나 가십시오!”탁장동은 채찍을 휘두르며 차가운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인간의 존비귀천은 타고난 거지. 운명을 잘 못 선택한 너 자신을 탓할 수밖에.”“마지막으로 물어보겠다. 복종할 거냐, 말 것이냐!”탁장동은 채찍을 들고 협박했다.바로 그때, 낙청연은 구십칠과 주락을 데리고 몰래 정원에 잠입했다.탁장동은 그들을 등지고 있어 낙청연 일행을 발견하지 못했다.바닥에 웅크리고 앉아있던 몇몇은 낙청연 일행을 보더니 애써 침착하며 겁먹은 듯 말했다.“복종하겠습니다.”이 말을 들은 탁장동은 기뻐하며 유유히 등을 돌렸다.순간, 탁장동은 등 뒤의 낙청연을 보게 되었다.탁장동이 깜짝 놀라 소리를 지르려던 순간, 낙청연은 의미심장한 미소를 지었다.그러고는 몽둥이로 탁장동을 때려 기절시켰다.바닥에 있는 사람들은 흥분하며 입을 열었다.“구십칠!”구십칠은 급히 앞으로 다가가 밧줄을 풀어주었지만, 발목에 쇠사슬까지 채워져 있는 걸 발견했다.구십칠은 검으로 시도해 봤지만 잘리지 않았다.“내가 하겠다.”낙청연은 분심검을 꺼내 앞으로 다가가 쇠사슬을 잘라버리고 사람들을 구했다.“감사합니다!”“구십칠, 대체 어떻게 들어온 것이냐? 여기는 경비
“구십칠, 약을 나눠주어라. 잠시 쉬다가 곧바로 가자꾸나.”구십칠은 급히 가져온 약을 나눠주었다.심하게 다친 사람들도 즉시 치료받았다.임학명은 깜짝 놀라며 말했다.“휴식을 하는 것입니까? 그러다가 발각되면 아무도 못 나갑니다.”낙청연은 가볍게 웃으며 답했다.“걱정하지 말거라. 이번에는 반드시 데리고 나갈 수 있다.”“이곳에서 나가면 어디로 갈지 생각해 봤느냐?”이 말을 들은 임학명은 잠시 머뭇거리더니 입을 열었다.“낙 낭자 주위에 일손이 더 필요합니까?”“괜찮으시다면…”낙청연은 눈썹을 치켜올리며 물었다.“나를 따르고 싶은 것이냐?”그렇다면 수고를 던 셈이었다.“그럼 옷을 벗거라.”임학명은 순간 멈칫하더니 어쩔 바를 몰라 하며 구십칠을 바라보았다.“벗어라, 다 너를 위한 것이다.”구십칠이 설명했다.그러자 임학명은 곧바로 윗옷을 벗어버렸다.낙청연은 그의 등에 있는 금혼부를 없애주었다.부적이 사라지자 주위의 사람들은 모두 깜짝 놀라 소리를 질렀다.“없어졌다! 금혼부가 없어졌다!”임학명은 깜짝 놀란 듯 기쁜 얼굴로 낙청연을 보며 말했다.“금혼부도 없앨 줄 아십니까?”임학명은 곧바로 무릎을 털썩 꿇으며 말했다.“앞으로 저희는 목숨을 걸고 낙 낭자에게 충성을 다하겠습니다!”“일어나거라.”“자세한 건 나가서 다시 얘기하자꾸나.”곧바로 낙청연은 다른 사람들의 금혼부까지 모두 없애주었다.금혼부를 모두 풀자, 구십칠도 물건들을 정원의 각 구석에 모두 배치해 놓았다.“준비되었습니다!”“그럼 출발하자.”일행은 정원에서 밖으로 달려 나왔다.구십칠은 제일 뒤에 서서 그들이 떠난 후 정원 각 구석의 도화선에 불을 지폈다.“어서 도망쳐라!”일행은 급히 밖으로 뛰쳐나갔다.낙청연은 진법을 건드렸지만, 아직 대부분 사람이 빠져나오지 못했다.곧바로 뒤에서 폭발음이 들려왔다.쿵——불은 순식간에 모든 가옥을 집어삼켰다.임학명은 뒤를 돌아보며 전전긍긍했다.어찌 노예영을 폭발시킬 생각까지 하는 것일까?노예영의 소란은 주변 주민들
구경하는 사람들이 점점 많아지자 낙청연은 혼란을 틈타 슬며시 떠났다.그러고는 특별히 온심동이 돌아다니며 복을 기원하는 거리로 향했다. 마침 그곳의 마차도 멈춰 서 있었다.거리 양측의 백성들은 노예영의 방향을 바라보았다. 그곳에는 큰불이 활활 타올랐고, 짙은 연기가 하늘로 솟아올랐다.백성들은 모두 깜짝 놀랐다.“어디에 불이 난 거요?”“아주 큰불이 났구먼! 제일 더운 여름에도 이렇게 큰불은 난 적이 없소. 하필 대제사장이 돌아다니며 복을 기원하는 오늘 이렇게 큰불이 나다니!”“아무래도 대제사장은 살기를 지닌 것 같소. 아주 불길한 사람이구먼!”“그렇고말고. 제사 의식에서 있은 일도 다 이유가 있었구먼. 대제사장을 하루빨리 바꿔야겠소.”“난 이 호신부까지 얻었다니까! 퉤, 재수 없어라!”“버리시오, 나도 버려야지. 이런 재수 없는 사람이 복을 기원하다가 오히려 재앙을 가져다줄지도 모르오!”그렇게 사람들은 하나둘씩 손에 든 호신부를 버렸다.온심동은 마차에서 주먹을 꽉 쥔 채 안색이 어두워졌다.온심동은 하늘 높이 솟아오르는 짙은 여기를 원한이 담긴 눈빛으로 바라보았다.“노예영!”노예영에 어찌 이런 일이 생긴 걸까.왜 하필이면 오늘 불이 난 걸까.낙청연은 멀리서 아수라장이 된 거리를 보며 차가운 미소를 짓더니 고개를 돌리고 떠났다.거리는 이미 아수라장이 되었고, 모두 오늘 대제사장이 복을 기원하니 갑자기 불이 났다는 일에 대해 의논하고 있었다.온심동은 오늘 거리를 돌아다니며 복을 기원해 명성을 되찾으려고 했지만, 백성들의 의심을 더욱 심화할지는 꿈에도 몰랐다.낙청연은 혼란을 틈 타 성 밖으로 나갔다.그렇게 성 밖의 약속 장소에서 낙청연은 구십칠 일행을 만났다.마차도 준비되어 있었다.낙청연을 보자 주락과 구십칠은 그제야 한시름을 놓았다.“낙 낭자.”임학명이 급히 앞으로 다가갔다.“금혼부를 없앴고 노예영에 이런 일도 생겼으니 너희가 도망쳤다는 소식은 여기저기 퍼질 게 분명하다.”“그러니 우선 귀도에 가서 할 일을 찾아보거라.
주락은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예.”낙청연은 곧바로 침서를 찾으러 갔다.노예영 밖으로 가니 침서를 만날 수 있었다.불은 이미 꺼졌고, 침서는 사람을 보내 수색하고 있었다.온심동도 멀지 않은 곳에서 조급한 얼굴로 입을 열었다.“오늘 이 일은 누군가가 나를 해하려는 게 틀림없다! 어서 조사하거라!”“대체 누가 불을 지핀 것이냐! 반드시 범인을 잡아내야 한다!”“조사하고 있습니다.”병사는 대충 대답해 주었다.온심동은 분노하며 고개를 돌려 옆에 있는 침서를 바라보았다.그에게 다가가려는 순간, 침서는 발걸음을 옮기고 떠났다.그렇게 고개를 돌리자 낙청연이 이미 와 있었다.“청연, 이곳엔 어찌 온 것이냐?”침서가 빠른 걸음으로 다가갔다.이때, 온심동이 원한과 분노가 가득 담긴 눈빛을 보냈다.낙청연은 아랑곳하지 않고 침서와 함께 멀리 가버렸다.그러고는 낮은 목소리로 물었다.“조사해 낸 것이 있습니까?”침서가 답했다.“불이 난 정원에서 노예 몇 명이 도망쳤다. 이미 사람을 보내 추격하는 중이다.”이 말을 들은 낙청연은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쫒아가지 마십시오.”낙청연의 말을 들은 침서는 두 눈을 반짝이더니 깜짝 놀란 듯 말했다.“노예영의 불은 네가 한 짓이냐?”“청연, 정말 생각지도 못한 기쁨을 주는구나.”낙청연은 고개를 돌렸다. 멀지 않은 곳에서 온심동은 분노의 눈빛으로 낙청연을 노려보고 있었다.그 눈빛을 보아하니 낙청연의 짓이라는 것을 알아챈 것 같았다.“금일 온심동은 거리를 돌아다니며 복을 기원해 백성들에게서 명성을 되찾으려고 했습니다. 제가 어찌 가만히 있을 수 있겠습니까?”“그러니 쫓아가지 마십시오. 잡히기라도 해서 진실을 말해버리면 저도 발각되는 겁니다.”침서는 웃으며 말했다.“걱정하지 말거라.”“네가 한 짓이니 절대 증거를 찾으면 안 되지.”침서는 기쁜 얼굴로 다시 물었다.“하지만 온심동은 네가 한 짓이라는 걸 알고 있을 것이다.”“증거가 없으니 저도 두려울 게 없습니다.”낙청연은 콧방귀를 뀌며
하지만 침서의 사람도 그렇게 쉽게 빼갈 수 있는 게 아니었다. 필경 각 군영의 총수라 할지라도 침서는 죽인다면 죽이고, 바꾼다면 바꿨기 때문이다.황후가 총수 한 명을 매수한다고 해서 침서의 모든 병력을 빼앗을 수 있는 건 아니었다.말을 마치자 침서는 곧바로 등을 돌리고 떠났다.이 사건을 조사해야 했기 때문이다.침서가 떠나자 멀지 않은 곳에서 온심동은 천천히 다가오며 매서운 눈빛으로 낙청연을 노려보았다.“낙청연! 오늘도 네가 한 짓이로구나!”이렇게 많은 사람들 앞에서 높은 목소리로 질의하니 낙청연은 인정할 리가 없었다.“난 그저 마침 이곳을 지나갈 뿐이었다. 구경거리가 있는 것 같아서 들른 것인데, 대제사장은 어찌 무고한 사람을 모함한단 말이냐?”온심동은 낙청연의 말이 한마디도 귀에 들어가지 않았고, 오히려 분노 가득한 눈빛으로 노려보았다.“대제사장의 자리를 빼앗는 건 꿈도 꾸지 마라!”“난 죽어도 너에게 대제사장 자리를 내줄 수 없다!”말을 마친 온심동은 분노하며 입궁해 황후와 고묘묘를 찾으러 갔다.어떤 대가를 치러서라도 반드시 낙청연을 없애버릴 것이다!-며칠 후, 주락은 임학명 일행이 안전하게 귀도에 도착했고 추격병도 없었다는 소식을 전해왔다.침서 쪽에도 무언가를 조사해 낸 모양이었다. 품주로 보낸 수하가 서신을 보내왔다.서신에는 강제 징병의 상황이 확실히 존재하지만, 품주영이 아닌 독립적인 다른 군영이라고 했다.이 군영의 인원수와 작용, 임무는 모두 침서가 모르는 것이었다.서신을 본 낙청연은 심각한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바로 이곳입니다.”임학명은 이 독립적인 군영에서 도망쳐 나왔을 가능성이 높았다.“황후가 당신의 군대를 이용해 암암리에 자신의 세력을 키우는 것 같습니다.”“수하들을 제약하거나 단속하지 않으니 이렇게 당당하게 일을 벌이는 것입니다.”“그리고 각 주 사이의 영지는 너무 멀어 조사하기도 번거롭습니다. 그러니 소식이 전해져도 모든 증거와 흔적을 인멸할 충분한 시간이 있는 것입니다.”침서는 차가운 눈빛으로
거리마다 백성들이 그 일을 의논하고 있었다.“듣자니 그 유구(流寇)들은 방화와 약탈, 온갖 나쁜 일들을 저질렀대. 심지어 현지 현아(縣衙)도 그들에게 전부 죽임을 당했고, 그 유구들이 현아를 침범하여 매일 밤낮으로 고기를 먹고 가무를 즐긴대.”“설마 우리 도성에 잠입하지는 않겠지? 혹시라도 그들이 온다면 끝장이야.”“그러니까. 빈현(蘋縣)은 이곳에서 너무 가까워. 그들이 어떻게 빈현까지 온 건지 모르겠어.”낙청연은 침서와 함께 궁으로 향하다가 거리에서 의논하는 소리를 들었다.낙청연은 불안해졌다.과연 이것이 누군가 꾸민 음모일지, 아니면 정말 랑목이 온 건지, 낙청연은 알 수 없었다.랑목은 오랫동안 낙청연의 소식을 듣지 못했다. 만약 낙청연이 여국에 있다는 걸 랑목이 알게 된다면 아마 사람들을 데리고 와서 다른 이들을 죽여 낙청연을 구하려 할지도 몰랐다.“얘기를 들어 보니 만족들이 많은 사람을 죽인 것 같군요.”침서는 고개를 끄덕였다.“거의 현 전체를 죽일 뻔했지.”“정말 만족이 한 짓이라고 생각하십니까?”침서는 눈살을 찌푸리며 고개를 저었다.“단정하긴 어렵다.”“그들은 잔인하고 피에 굶주린 자들이다. 완력까지 대단하다고 하니 만족의 특징에 부합되긴 하지.”“하지만 그들이 어떻게 여국에 잠입했을까? 게다가 도성과 아주 가까운데 말이다.”침서는 눈을 접어 웃으며 낙청연을 바라봤다.“설마 그들이 만족의 왕인 널 구하러 온 건 아닐까?”낙청연은 덤덤히 말했다.“그들이 절 구할 생각이었다면 도성까지 곧장 쳐들어왔을 겁니다.”낙청연은 그렇게 말했지만 확신이 없었다.랑목은 수단이 거칠었고 한때 랑목과 함께 지냈었던 낙청연도 하마터면 그에게 당할 뻔했었다.랑목이 정말 낙청연을 구하기 위해 사람들을 데리고 여국으로 왔다면, 그가 무슨 짓을 할지 알 수 없었다.그렇게 어느샌가 마차가 멈춰 섰다.고개를 든 낙청연은 이미 궁에 도착했음을 발견했다.두 사람은 마차에서 내려 곧장 대전으로 향했다.오늘에는 사람들이 전부 자리한 듯했다. 문무
낙청연은 덤덤한 눈빛으로 보더니 웃음을 터뜨렸다.“대제사장에게 절 모함하는 건 아주 쉬운 일이 아닙니까?”“필적을 확인해 보고 제게 죽을죄를 선고하는 겁니까?”낙청연의 여유로운 태도에 사람들은 깜짝 놀랐다.낙청연은 정말 죽는 것이 두렵지 않은 걸까?아니면 침서가 죽지 않게 지켜줄 것이라고 굳게 믿어서 그러는 걸까?이러한 상황에서 이토록 침착하다니, 참으로 대단했다.황제는 눈살을 찌푸렸다.온심동이 반박하려는데 황제가 입을 열었다.“낙청연, 어떻게 네 결백을 증명할 것이냐?”낙청연은 품 안에서 처방전을 하나 꺼내 건넸다.“여기 오기 전에 전 그들이 서신으로 절 모함할 거라고 예상하지 못했습니다. 그러니 전 미리 제 필적이 적힌 처방전을 준비할 수 없습니다.”“이것은 제가 줄곧 복용한 약입니다. 거짓은 한 글자도 없으니 폐하께서 동일인의 필적인지 대조해 보십시오.”그 처방전은 구십칠이 쓴 것이었지만 처방은 그녀의 것이었다.낙청연은 자신이 무슨 약을 쓰는지 알고 있었기에 처방전을 쓰지 않았다. 단지 구십칠이 혹시나 기억하지 못할까 봐 그것을 적은 것이었다.낙청연은 자신의 방에서 뭔가를 써서 흔적을 남긴 적이 없었다.심지어 그 방은 그녀에게 그저 객잔일 뿐이었다.대제사장이 되기 전까지 그녀는 그곳에 그 어떤 소속감도 느낄 수 없었다.항상 경계해야 하고 주의해야 했기에 중요한 물건은 절대 방 안에 남겨둘 수 없었다.제사 일족은 현재 전부 대제사장의 명령에 따랐고 낙청연도 매일 방에 있는 건 아니었다.온심동이 낙청연의 방에 손을 써서 그녀를 모함하는 건 아주 쉬운 일이었다.서신과 처방전을 받은 황제는 그것을 대조해 보았다.분명 같은 사람이 쓴 것이 아니었다.황후는 그것을 보고 깜짝 놀라며 말했다.“낙청연, 누굴 속이려 드는 것이냐? 이 처방전 위에 적힌 글은 힘이 넘치니 분명 사내의 필적이다!”황제 또한 미간을 구겼다.“비록 필적이 다르긴 하지만 이 처방전 위에 적힌 글은 여인의 글씨체 같지 않구나.”황제가 말을 마치자마자
두 장의 처방전을 비교해 보니 똑같았다.옆에 있던 황후마저도 깜짝 놀라 안색이 창백해졌다.황제와 황후의 반응을 본 온심동은 긴장했다.바로 그때, 황제가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이 두 처방전의 내용과 필적은 똑같다.”“같은 사람이 쓴 것이 맞구나!”그 말에 온심동은 큰 충격을 받은 듯 뒷걸음질 쳤다.“그럴 리가요!”낙청연은 미소 띤 얼굴로 온심동을 바라봤다.“대제사장, 그 믿을 수 없다는 표정은 무슨 뜻이지?”“저 서신은 분명...”온심동이 모방한 것은 낙청연이 우유에게 적어줬던 처방전의 필적이었기에 분명히 가짜일 리가 없었다.온심동은 하마터면 무의식적으로 말을 내뱉을 뻔했지만 제때 정신을 차리고 입을 다물었다.낙청연의 눈이 빛났다.“분명 뭐?”온심동은 차갑게 시선을 옮겼다.“저 서신은 분명 네 방을 수색해서 나온 것이다. 네가 쓴 것이 아니라면 내가 썼겠느냐?”낙청연은 코웃음 쳤다.“저 서신은 내가 쓴 것이 아닌데 대제사장이 저것을 찾아냈다면, 대제사장이 서신을 위조하여 날 모함하려 했다는 혐의가 아주 크군.”“게다가 비밀리에 모의한 서신이라면 이미 보냈어야 할 텐데 왜 그것이 여태 방에 있었고 또 하필 대제사장이 그걸 찾아낸 것이지?”“대제사장, 날 모함하려는 생각이었다면 만족의 말투로 서신을 써야 했다.”낙청연의 웃음소리에서 약간의 조롱이 느껴졌다.온심동은 순간 안색이 창백해졌고 황후와 고묘묘는 화가 나서 견딜 수 없었다.그들은 낙청연이 이런 방법으로 혐의를 벗을 줄은 예상치 못했다.오히려 온심동이 그녀를 모함하려 했다는 혐의를 받게 됐다.낙청연과 구십칠은 함께 있을 때면 대부분 무언가를 쓰거나 그렸기에 낙청연은 구십칠의 필적을 아주 잘 알고 있었다.그래서 그의 필적도 당연히 모방할 수 있었고 황제 또한 이상한 점을 눈치채지 못할 정도로 능숙했다.황후는 곧바로 화제를 돌렸다.“이 서신이 네가 쓴 것이 아니라고 해도 빈현에서 방화, 살인, 약탈을 한 만족들은 분명 너와 연관이 있을 것이다.”낙청연은 반박했다